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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화도시 서울을 찾아서』(홍성태, 2005)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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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에 홍성태 교수의 『생태문화도시 서울을 찾아서』(2005)를 가지고 전진 서울 남부지회에서 SOS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한 논의 및 책 내용을 정리하였다.
 
ㅇ 소유·사용권에 대해 논의하지 않으면 공간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종철 후보가 사회주택을 주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 각 지역별 사회주택 쿼터제 20%
  
ㅇ 지방선거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방간 경쟁선거"에 대응하는 이데올로기를 개발해야 한다.
 
ㅇ 서울에 집중된 권력을 해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연대선거?
- 지방 균형발전은 서울과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이를 위해 교육, 대학평준화의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수도권 규제와 관련하여 현 상태에서 쾌적하게 살아갈 것인가 vs 생태적으로 축소지향할 것인가
- 수도권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꾸준하게 내야 한다. 이것은 생태문화도시와도 연관된다. 생태문화도시를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천을 통해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ㅇ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리지만 여전히 절대 다수의 서울시민에게 생활공간(자는 곳)-노동공간(일하는 곳)-여가공간(즐기는 곳)은 분리되어 있다. 이 문제는 우리가 서울의 공간정책을 구성할 때, 지역주민운동을 할 때, 정치활동을 할 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 왜 분리되어 있는가?
- 주거(생활)-일-여가의 분리 양상은 소득수준에 의해서가 아니며, 나름대로 뒤섞여 있다. 강남에도 빈민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 이러한 분리로 인해 3시간 이상 걸려서 출퇴근하는 것이 서울시민의 일반적인 삶이 되었다. 공간의 문제를 해결할 때 좀더 쾌적한 생활이 가능하다. → 토지, 주택의 사회화 등과 같은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 서울에서 지역주민운동이 제대로 안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양상이 진보정당의 당원협의회의 운영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 이제는 서울이 다른 지역보다 사회계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ㅇ 노인, 주부, 어린이, 자영업자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들은 사는 곳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다.
 
ㅇ 노동운동의 개입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지역별 산별노조를 떠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ㅇ 사회계급좌파와 생태문화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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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태. 2005. 『생태문화도시 서울을 찾아서』. 현실문화연구.
 
기존에 발표되었던 논문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든 탓인지 보완을 하였다고 하지만 뭔가 미흡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그래도 서울의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입장을 갖게 되었으니 이 정도면 된 것일까.
 
진보진영이 서울을 장악하고자 한다면, 생태문화도시로서 서울을 전제로 하고 많은 것들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이것은 서울시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강남과 관련된 환상을 깨주는 것이 필요하다. 홍성태 교수는 강북의 강남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이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서울에서 좌파는 집권할 수 있을까.
 
생태문화도시라는 대전제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저자의 논의는 서울이라는 공간에 적용되는 계급갈등에는 소극적이다. 서울시의 계급문제를 간과하면서 이를 민족적인 문제로 치환하는 탈계급적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강남북으로 대변되는 극심한 지역분리의 논리가 어떻게 생태-문화라는 개념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저자는 아파트와 같은 주거가 아닌 투자가 목적인 단위가 서울의 공간을 채워나가는 상황에 대한 분석과 대안에는 소극적이다.
 
사고가 났을 때는 분노했으면서도 이를 서울시정 및 정부의 전반적인 정책의 맥락 속에서 읽지 못했던 성수대교 붕괴사고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에 대해 다시 검토하게 된 것은 뜻밖의 수확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라는 두 사례가 책에 포함된 것은 장석원 동지의 언급처럼 단지 대표적 참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군사적 성장주의’가 초래한 폭압적 근대화가 공공역역 뿐만 아니라 민간영역으로 확대 적용됐음을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일 터이다.
 
청계천복원사업은 한 부를 할애해서 분석하고 있다. 생태문화도시 재생의 중심이 되어야 할 청계천 복원사업이 어떻게 현실의 힘에 휘둘리면서 변질되어 갔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005년도에 발간되어서인지 그 뒤의 논의를 훑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이에 대해서는 행정학계 쪽에서도 많은 논문이 나왔는데, 다들 저항을 물리치면서 민간의 합의를 이끌어내어 복원사업을 성공시킨 이명박 시장의 리더십과 당시 서울시의 거버넌스를 분석하는데 초점이 가있다. 홍성태 교수가 이런 글을 쓴 줄 알았더라면 시민위를 중심으로 위원회의 기능 및 역할, 구성방식, 운영내용, 한계 등을 살펴보는 글을 쓸 수 있었을 것 같다, 갈등해소에 초점을 맞춘 글들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지금이라도 다시한번 검토해볼까나. 위원회제도는 앞으로도 내 주요 연구대상이라 할 만하다.
 
청계천 복원과 관련한 사업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의 주요사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내 기억에 시당은 의미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고, 이 책에서도 분석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시당에서 나서서 청계천 복원 사업 반대의 논리를 당원들에게 교육시키고 당원들을 저항의 주체로 만들지 못한 채 시당지도부의 연대사업으로 축소시켰던 것이 오류의 한 지점이다. 나아가 ‘청계천 복원은 안된다’라는 논리가 오히려 서울시민들에게 ‘청계천’ 이슈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와서 결국 한나라당이 선점한 프레임에 말려드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보정당이 나서서 대안적인 프레임을 적극 설파했어야 했는데, 이것이 부족했다는 것도 평가할 지점이다. 당시 청계천복원의 모순과 오류들에 대해 대중적으로 저항하고 대안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면, 이명박 시장은 가능했어도 이명박 정권은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박근혜 정권이 되었으려나). 대운하 사업 또한 지금과 같은 파장을 일으키지 않았을 테고.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생태문화’를 선점한 것은 강금실 후보였고, 민주노동당의 김종철 후보는 담론을 전혀 주도하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서울대학교와 함께 이에 반대하는 투쟁을 NGO들이 나름 조직적으로 펼쳤는데, 지금은 그러한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도 않는다. 그냥 이대로 용인하는 것일까. 자연을 파괴하면서 진행되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의 문제를 재론할 필요가 있다.

 

○ 서울은 지난 100년 동안 제 모습을 잃고 말았다. 1차는 일제의 풍수침략이었다. 일제는 근대화를 내세워 서울을 구조적으로 파괴했다. 2차는 박정희의 ‘조국근대화’였다. 박정희는 근대화를 내세워 서울을 더욱더 크게 파괴했다.
3차는 이명박의 ‘신개발주의’다. 이명박은 박정희의 폐해를 바로 잡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청계천복원사업의 예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이명박은 박정희의 폐해를 제대로 바로잡지 않았다. 이명박의 신개발주의는 생태적이고 문화적인 가치로 포장한 개발주의일 뿐이다. 이명박의 신개발주의는 박정희의 구개발주의보다 더욱 거대한 개발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한층 더 위험한 개발주의다(홍성태. 2005: 9-10).
 
○ 생태문화사회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와 공간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버리는 일이다. 좋은 공간은 좋은 사회의 필수조건이다. 사회란 관계적 실체이며 공간적 실체이다. 전자가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를 뜻한다면, 후자는 사람이 자연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생태문화사회는 사회의 필수조건이자 그 실체이기도 한 공간의 생태문화적 전환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홍성태. 2005: 10).
 
○ 서울의 생태문화적 전환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은 지주와 투기꾼과 개발업자의 3대 파괴세력이다. 이들은 투기이익과 개발이익이라는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기기 위해 난개발을 부추기고 토지공개념으로 대표되는 선진국의 부동산정책에 극력 반대한다. 이러한 3대 파괴세력을 엄호하는 양대 보조세력이 바로 정치인과 공무원이다(홍성태. 2005: 11).
 
1부 근대화와 서울
 
○ 서울은 지난 100년 사이에 급격한 ‘퇴락’을 경험하였다. 서울의 ‘퇴락’은 600년의 역사와 어울리지 않는 이상스러운 것들이 도심에 가득 들어차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로는 일제가 지은 조선총독부와 경성부, 박정희가 지은 세운상가와 청계고가도로를 들 수 있다. 일제와 박정희 통치의 유사성, 아니 일제의 자식으로서 박정희의 면모를 여기서 잘 살펴볼 수 있다. 이 건물들과 구조물은 모두 커다란 몸집으로 위세를 과시하는, 즉 그 기능에 앞서 정치적 선전물의 성격을 크게 갖는다. 차이가 있다면, 그 아비는 천년만면 통치할 욕심에 아주 튼튼하고 미적 형식을 갖추어 건물을 지은 반면에, 그 자식은 취약한 정치적 정당성을 보완할 필요에 쫓겨 튼튼하지 않고 볼품은 더더욱 없는 건물과 구조물을 세웠다는 것이다.
 
일제에서 시작된 ‘파괴적 개발’로서 한국의 근대화는 박정희에 의해 한층 더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그는 일제의 군사학교에서 배운 ‘하면 된다’는 군사주의 정신으로 이런 식의 근대화를 밀어붙였다. 자신의 능력과 의도를 믿지 않는 국민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박정희는 사람들의 눈에 금방 띄는 거대한 건물과 구조물을 여기저기에 열심히 그리고 바쁘게 세웠다. ‘군사적 성장주의’란 이처럼 일제의 군사주의를 바탕으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외형적 성장을 추구하는 박정희식 근대화 노선을 가리킨다.
 
박정희는 끊임없이 대규모 공사를 벌임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자신이 지배하는 거대한 ‘공모관계’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군사적 성장주의’는 박정희로 대표되는 그 ‘공모관계’의 이익을 위해 엄청난 사회적 대가를 요구했다. 외형적 성장을 추구하는 가운데 한없이 커진 공간적 위험이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 준다. 이렇게 위험이 커진 것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보여 준 것이 바로 ‘성수대교 붕괴사건’이었다(홍성태. 2005: 47-48).
 
‘고도위험체계’나 ‘위험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논의들이 잘 보여 주듯이, 현대사회는 거대한 위험을 구조적으로 생산하는 동시에 그러한 위험에 의존하여 존속하는 사회다(Perrow, 1999; Beck, 1992; 홍성태, 2000).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군사적 성장주의를 통해 굳어진 부패와 부실의 먹이사슬을 끊지 않는 한, 우리는 언제나 재앙적인 사고와 맞닥뜨릴 가능성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오늘날과 같은 ‘위험사회’의 상황에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구실을 제대로 하려면, 마치 야누스처럼 생산력인 동시에 살상력인 기술을 이용ㆍ관리하는 제도를 꼼꼼하게 수립하고 철저하게 운영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는 그런 제도 자체가 아직도 여러모로 갖추어져 있지 않고, 갖추고 있더라도 극히 심각한 부패와 부실의 먹이사슬 속에서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만일 ‘한국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좀 더 문화적인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근 100년에 걸쳐 진행된 일제와 전쟁과 독재의 억압사ㆍ파괴사가 우리의 세계관과 심성에 미친 역사적ㆍ문화적 영향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뒤틀어진 역사는 우리로 하여금 결코 정상이라 할 수 없는 것을 정상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도록 만들었다. 대표적인 예로 ‘군사적 성장주의’가 조장한 ‘파괴적 개발’과 ‘외형적 실적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들 수 있다(홍성태. 2005: 55-56).
 
○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통해 다리는 놓는 것만큼이나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비로소 제도적으로 확립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을 잘못으로 여기지 않는 잘못된 정치를 개혁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제도의 개혁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갖추고 있더라도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성수대교의 붕괴와 같은 사고는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홍성태. 2005: 58).
 
○ ‘군사적 성장주의’도 하나의 사회체계로 작동하면서 거대한 ‘사회적 공모관계’를 형성해 놓았다. 만일 ‘군사적 성장주의’나 ‘폭압적 근대화’가 순수하게 폭력에만 의존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이미 오래전에 완전히 무너져 흔적조차 찾지 못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여전히 현재적 문제일 정도로 강고한 위력을 발휘하는 까닭은, 박정희의 통치 아래에서 형성된 거대한 ‘사회적 공모관계’가 여전히 강고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홍성태. 2005: 64).
 
‘군사적 성장주의’는 일찍이 박정희가 일본의 군사학교에서 온몸으로 익힌 군국주의적 정신을 바탕으로 외형적 결과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추구한 개발방식을 뜻한다. 이 점에서 군사적 성장주의에 바탕을 둔 개발은 자연과 사회를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파괴적 개발’일 수밖에 없으며, 이런 식의 개발로 이루어지는 근대화는 결국 ‘폭압적 근대화’일 수밖에 없다(홍성태, 2000: 55-57, 249-253). 
 
○ 1990년대에 발생한 대형사고들은 사고와 위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사고는 더 이상 우연한 일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정상적인 것(Perrow, 1986: 147)이라는 사회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다(홍성태. 2005: 74). 
 
자본의 탐욕, 관의 부패, 전문논리로 치장한 확률적 예방론은 삼풍백화점 붕괴의 3대 원인이다. 그리고 ‘폭압적 근대화’는 이 3자를 하나로 결합하여 ‘사고공화국’을 세우고 지탱하는 과정이었다(홍성태. 2005: 75). 
 
○ 부실 ‘공사’만이 아니라 각종 관리체계들도 거대한 사회적 부실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부실’은 실수나 무지의 산물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회체계의 일부가 되었다. 그것은 근대적 지식을 통해 합리화하기도 하고(전문지식을 동원한 설명과 해명), 경제적 목표로서 공공연히 추구되기도 하며(비용을 줄이고 매장을 넓히라는 요구), 최종적으로 정치적 기제를 통해 정당화한다(구청이나 시청의 승인). 부실은 위험이나 사고와 마찬가지로 근대화 과정에서 체계화하고 정상화하며, 정치적 부패의 정도에 따라 상당히 다른 양태를 보이게 된다(홍성태. 2005: 95-96).
 
○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개발지상주의적 근대화의 붕괴’를 상징한다. 개발지상주의가 군부의 강권에 기초한 폭압적 근대화의 경제적 핵심이라는 점에서 개발지상주의의 붕괴는 ‘폭압적 근대화의 붕괴’를 상징한다(홍성태. 2005: 107).
 
유가족들의 悲怨과 자원자들의 희생정신이야말로 뇌물을 매개로 형성된 부패와 부실의 먹이사슬을 매장하고 공공영역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동력이었다. 안전하고 쾌적한 삶에 대한 시민의 갈망과 참여야말로 위험도시 서울을 안전도시 서울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안전문제에 관한 노동운동의 적극적인 참여도 이루어져야 한다.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자들이 적극 나설 때, 안전도시를 이룰 수 있는 길은 더욱 넓게 열릴 것이다(홍성태. 2005: 108-09).
 
2부 문화도시 서울의 구상
 
○ 1996년 발표된 ≪2011년 도시기본계획≫에서는 ‘서울의 미래상’을 ‘인간 중심의 살고 싶은 도시’로 정하고, ‘7대 실현목표’를 제시했는데, 그 다섯째 목표가 바로 ‘살맛 나는 문화도시’였다. 요컨대 ‘문화도시’를 서울시가 2011년까지 이루어야 할 ‘7대 실현목표’의 하나로 정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서울시의 공간정책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문화정책의 성격을 적극 추구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부문별 계획에서 서울시의 공간정책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11개 절로 이루어진 ‘부문별 계획’에는 문화정책이 아예 독립항목으로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
결국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목표로 ‘문화도시’를 제시한 것은 사실상 그저 듣기 좋은 소리를 늘어놓은 것일 뿐이었다(홍성태. 2005: 118). 
 
○ 문화도시는 다양성과 창조성이라는 점에서 문화적 특징을 가진 공간이면서, 사람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를 즐기고 일상을 이어가는 공간이다. 공간의 문화적 전환은 그 자체로 문화도시의 공간적 특징을 만들어내는 것이면서, 활발한 문화생활이 일어날 수 있는 물리적 기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에 개발은 그 자연과 역사의 파괴를 뜻했다. 따라서 이곳에서 공간의 문화적 전환은 우선 파괴된 자연과 역사의 회복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홍성태, 2004; 홍성태, 2005: 121).
 
○ 녹지체계의 파괴라는 점에서 보자면, 서울은 문화도시를 논하기 이전에 현대적 도시의 요건마저 갖추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본래 서울은 8개 산(내사산과 외사산)과 2개 물줄기(청계천과 한강)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 ‘생태도시’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이러한 면모가 크게 훼손되기 시작했으며, 박정희 정권의 파괴적 개발의 시대를 지나며 더욱 큰 상처를 입었다. ‘문화도시’의 중요한 바탕은 도시에서 자연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연이 형편없이 망가진 도시를 ‘문화도시’라 할 수는 없다. 생태계의 복구는 서울이 ‘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불가결한 바탕이다(홍성태, 2000). 생태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도시는 결코 문화도시가 될 수 없다(홍성태. 2005: 156).
 
○ 2000년대 초에 서울시가 추진한 ‘4대문안 역사문화탐방로 조성계획’은 ‘역사문화’를 돌아보기보다는 ‘시민들에게 걷고싶은 거리’를, ‘외국인들에게 찾고 싶은 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추진되었다. 요컨대 서울의 역사성을 회복하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역사적 자산을 이용한 ‘관광사업’의 성격이 더 강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관광사업’의 근본적 문제점은 그 자체가 서울의 역사에 대한 또 다른 파괴일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역사성의 회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물리적 복원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역사성의 회복은 역사를 현재의 맥락 속에서 살아 숨 쉬게 하는 ‘유기적 복원’이 되어야 한다. 그 요체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 복원된 공간과 장소와 건물은 멀리서 감상하는 ‘골동품’이 아니라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생동품’이 되어야 한다(홍성태. 2005: 126-28).
 
○ 서울이 ‘문화도시’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역사를 되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난개발을 막는 것이다. 이런 바탕 위에서 도심의 역사를 살릴 수 있는 사업들을 기획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홍성태. 2005: 161-66).
 
서울 도심의 문화적 재생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공공재인 공간을 사적 이윤을 위해 멋대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도심처럼 접근성이 높은 곳, 따라서 공적 가치가 높은 곳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지고 운영되는 거대한 국립 문화시설들은 무엇보다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 나아가 이 시설들은 국민의 세금을 이용해서 전체 국민들에게 거대하고 장기적인 문화적 투자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국립 문화시설들은 대체로 찾아가기가 어려운 곳에 있다. 이 때문에 근대 국민국가의 문화적 기반으로 제 구실을 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역사박물관, 세종문화회관의 입지는 두드러진다.
 
이른바 ‘선진국’의 국립 문화시설들은 찾아가기 편리한 곳에 있으며, 이 때문에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고 놀고 배우는 곳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서울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은 예외 없이 정치적 공간이 아니면 경제적 공간이다. 이런 도시 구조가 말해 주는 것은 바로 정치와 경제가 이 나라를 지배해왔다는 것이며, 시민은 정치와 경제의 주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시청 앞 광장은 곧 시민의 광장이기도 하지만, 서울의 시청 앞은 자동차의 광장이었다.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모두 시민들이 자유롭게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공공 문화시설들이 들어선 문화적 공간으로 바꾸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생활 문화시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식기반인 ‘지역도서관’을 크게 늘리고 실질화하는 것이다(홍성태. 2005: 129-31). 
  
○ 서울에는 아주 많은 상업공간이 있다. 업종의 차이를 떠나서 이 상가들을 구분하는 한 가지 유용한 방식은 재래식과 현대식으로 나누어보는 것이다. 재래식이 보기에 지저분하다면 현대식은 보기에 깨끗하다. 나아가 재래식 상가가 상거래만을 위한 공간이라면, 현대식 상가는 문화적 공간의 성격을 함께 띠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대형 백화점들은 서울에서 ‘지역문화의 첨병’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곳에서 상품문화와 생활문화는 거의 완벽하게 하나로 융합된다. 이에 비하자면 공공 문화시설은 물리적 시설이나 접근성이나 운영의 모든 면에서 뒤떨어진다. 이것은 문화시설의 확충 및 운영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문제다. 그러나 백화점의 문화적 공간은 백화점이라는 상품문화의 공간에 의해 지배된다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강내희, 1995).
 
서울의 상업공간은 수많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가장 대중적인 공간임에도, 문화적 의미나 가치를 제대로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 공간은 상업적 목적에 지배되어 잠시 쉴 여유조차 가질 수 없는 공간이기 십상이다(홍성태. 2005: 137-38).
 
○ 우리의 삶이 다양한 형태와 내용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우리 주위에는 다양한 형태와 내용을 갖춘 삶의 공간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공간들이 재개발의 이름으로 어떤 자취도 남기지 않고 고스란히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문화도시 서울’을 위해 큰 문제이다(홍성태. 2005: 141). 
 
○ 오늘날 서울은 세계에서 자연이 가장 엉망으로 망가진 도시에 속하며, 오랜 역사는 기껏 고궁에서나 박제화한 형태로 감상할 수 있으며, 곳곳에 전깃줄이 뒤엉켜 있는 전봇대와 전깃줄 도시이며, 육교와 지하도가 보행자를 괴롭히는 자동차 도시이며, 아무 곳에나 아파트가 불쑥불쑥 솟아올라 있는 난개발 도시이다(홍성태, 2004).
 
○ 서울이 급속도로 메갈로폴리스가 된 것은 그만큼 한국의 근대화가 중앙집중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며, 그만큼 한국의 근대화가 분산과 자율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은 과밀문제로 시달리고 있으며, 그 반대편에서 다른 지역은 과소문제로 시달리고 있다(홍성태. 2005: 150). 
  
3부 청계천의 좌절과 희망
 
○ 박정희가 이룩한 ‘복개의 문화’는 자연과 역사를 없애는 ‘파괴의 문화’였다. 청계천의 복원은 엉망으로 망가진 역사와 문화를 되살려 서울을 훨씬 아름답고 살기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파괴의 문화’를 ‘보존의 문화’로, 나아가 자연이 살아 있는 ‘생명의 문화’로 바꾸어놓으려는 시도여야 한다(홍성태. 2005: 197).
 
○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되고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복원사업은 ‘신개발주의’의 상징이 되었다(강홍빈, 2004). 신개발주의는 이를테면 ‘소비사회의 개발주의’라고 할 수 있다. 겉보기에 신개발주의는 구개발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성장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구개발주의와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은 성장주의가 요구하는 성장의 명령을 실현하는 방식일 뿐이다. 구개발주의가 자연과 역사를 노골적으로 파괴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추구했다면, 신개발주의는 자연과 역사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처럼 하면서 파괴적 성장을 추구한다(조명래, 2003).
 
신개발주의와 구개발주의는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에 복종시킨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파괴의 규모 면에서 신개발주의는 구개발주의보다 훨씬 더 무섭다. 청계고가도로는 없앨 수 있지만, 세운상가도 없앨 수 있지만, 새로 들어설 초고층 건물들은 없앨 수 없다(홍성태. 2005: 255).
 
‘신개발주의’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내걸고 펼쳐지는 개발주의를 뜻한다. 그 핵심에는 종래에 일방적으로 무시되고 파괴되어 온 자연과 역사의 복원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신개발주의는 개발주의의 한 유형일 뿐이다. 자연과 역사의 복원을 내걸고 더욱더 극심한 자연과 역사의 파괴를 저지른 청계천복원사업은 그 대표적 예다. 개발주의가 신개발주의로 모습을 바꾼 것은, 종래의 개발주의가 더 이상 지탱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지만, 개발주의가 여전히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개발주의도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을 바꾼다. 개발독재시대에 그것은 자연과 역사를 직접적으로 파괴하고 공간의 경제적 가치를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나타났지만, 경제성장이 이루어진 뒤에는 우선 자연과 역사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모했으며, 이어 개발독재를 통해 파괴된 자연과 역사를 복원한다는 방식으로 변모했다(홍성태. 2005: 264). 
 
신개발주의는 이명박 시장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것이 아니라 사실 경제성장에 따라 개발주의가 모습을 바꾼 것이다. 개발주의는 어떤 고정된 형태로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그 모습을 바꾸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발주의의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며, 그 개혁을 위해 우리의 경제구조와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개발주의에 관한 이러한 역사적 인식은 ‘생태적 전환’의 과제를 추구하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홍성태. 2005: 267).
 
개발주의가 계속 모습을 바꾸면서 지속되는 까닭은 그것이 다수의 삶과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개발주의는 소수 지배세력의 지배방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일상적 생활방식이기도 하다. 따라서 개발주의에 맞서는 것은 다수의 일상적 생활방식에 맞서는 것이기도 하다.
근대화 이후에는 다수의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통해 개발주의가 자동적으로 재생산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여기서 실제로 큰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소수 지배세력이다. 따라서 개발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발주의의 대중화와 그 실제 이득 사이의 틈을 가능한 크게 벌려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다수의 일상생활을 바꾸는 과제이기 때문에 사실은 이루기가 대단히 어렵다. ‘박정희교’로 나타나는 파괴적 개발의 기득권구조를 해체하는 것이야말로 신개발주의를 넘어서 생태적 전환으로 나아가기 위한 근원적 과제이다(홍성태. 2005: 267-68).
 
○ 청계천복원사업의 의사결정방식은 ‘삼각체계’로 사업의 내용을 정하고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삼각체계란 청계천복원추진본부,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청계천복원연구지원단의 세 주체가 힘을 모아 청계천복원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핵심은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이다. 시민위가 의사결정을 하면 청계천복원연구지원단이 협조를 받아 추진본부에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서울시는 이 위원회를 그저 방패막이와 들러리로 활용했을 뿐이었다(홍성태, 2004b). 
 
이 기능은 올바른 청계천복원사업이 이루어지도록 관련 정책을 심의ㆍ평가하는 것과, 시민들에게 청계천복원사업을 잘 알려서 갈등이 빚어지는 것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명박 시장은 시민위를 사실상 ‘방패막이’로 이용하려 했을 뿐이다. 시민위가 지적한 문제를 제대로 고치지 않은 채 실시설계를 제출하고, 시민위가 실시설계의 수용거부를 공식적으로 밝혔는데도 ‘복원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홍성태. 2005: 230).
 
서울시는 시민위의 의미를 크게 강조했다. 복원사업에 대한 우려가 컸던 만큼 시민위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컸기 때문이다. 시민위가 올바른 청계천복원사업을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했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시민위의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위원의 수는 제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모든 회의에 서울시나 시정연의 당연직 위원들은 당연히 정규적으로 참여했다. 시민위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지만, 당연직 위원들은 꼭 해야 하는 업무로 시민위 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직 위원들이, 즉 서울시가 자기 뜻대로 시민위를 끌고 갈 가능성은 대단히 컸다. 여기에 덧붙여서 시민위원들의 상당수는 용역이나 다른 위원회를 매개로 오래 전부터 서울시와 대단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애초부터 충분히 조작할 수 있도록 시민위를 구성했던 것이다(홍성태. 2005: 247-48).
 
서울시의 놀라운 효율성은 시장을 위한 것이지 시민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 사실을 시민위의 운영은 잘 보여 주었다. 시민위의 모든 회의는 시민 앞에 철저히 공개되어 그 잘잘못을 평가받으며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그저 이명박 시장과 양윤재 본부장의 구상에 따라 진행되었을 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시민위는 철저히 농락당하고 말았다(홍성태. 2005: 255).
 
○ 청계천 자체에 국한해서 보자면, 청계천복원사업은 무엇보다 청계천이라는 역사유적을 파괴하는 사업이다. 이를 접어두고 보자면,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복원사업은 역사유적과 자연생태의 복원을 내세운 도심하천개발사업이다.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이라는 역사유적을 없애고 그 자리에 현대식 도심하천공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무지막지한 시멘트 옹벽으로 수로를 만들고 그 안에 인공둔치를 만들어 걸어다닐 수 있게 하고 알록달록한 다리를 놓아 건너다니게 하는 것이다(홍성태. 2005: 251). 
 
4부 생태문화도시 서울을 찾아서
 
○ 서울시는 ‘뉴타운’을 ‘고품질의 복지주거환경공간’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청계천복원사업’이 복원을 내걸고 자연과 역사를 파괴하는 사업인 것처럼, ‘뉴타운사업’은 ‘뉴타운’을 내걸고 전면적이고 대대적으로 아파트 건설사업을 벌이는 것일 뿐이다(홍성태. 2005: 272).
 
이명박 시장의 ‘뉴타운사업’은 ‘21세기판 새마을운동’ 또는 ‘이명박식 새마을운동’이다. 새마을 운동은 철저히 반민주적 사업이었고, 우리의 자연과 문화를 대대적으로 파괴한 사업이었다. 새마을 운동을 통해 우리는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우리 문화에 관한 자부심을 잃게 되었고, 자연의 파괴를 당연하고도 올바른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뉴타운사업은 박정희식 파괴적 개발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에게 이 사업은 서울의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거대한 선심행정’이다(홍성태. 2005: 274).
 
○ 공간정책으로서 재개발정책은 무엇보다 공간의 특성을 올바로 이해하고 공간정책의 복합성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개발과 성장’은 공간정책을 경제정책으로 여기는 것이며, 그것도 ‘공간의 상품화’에 중점을 둔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런 공간정책은 불평등의 심화, 자연과 문화의 파괴를 낳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공간정책 면에서 이명박 시장의 가장 중요한 시정목표는 ‘강북의 강남화’로 줄일 수 있다. 이는 강북의 자연과 문화를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와 아스팔트로 없애버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강북의 강남화’란 강남보다 훨씬 다양한 강북의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며, 강남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강북의 문화를 파괴하는 것이며, 강북을 강남에 못지 않은 불평등한 공간으로 바꾸어놓는 것이다(홍성태. 2005: 277-78).
 
○ 공간정책의 면에서 서울시정은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복합적 정책이 되어야 한다. 특히 경제정책은 ‘공간의 상품화’가 아니라 오히려 공간의 상품화를 적절히 규제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올바른 공간정책은 ‘공간의 상품화’를 막고, 나아가 지주와 투기꾼과 건설업체와 정치꾼이 결탁해서 이루어진 ‘난개발의 신성동맹’을 해체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렇게 잘못된 서울시 시정을 바꾸기 위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를 바꾸려는 정치적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은 시민의 참여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데,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울의 개혁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결코 서울을 수단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의 개혁 자체를 ‘일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를 장악하기 위한 정치운동을 펼쳐야 한다.
 
시민사회에서 더욱 일상적으로 펼쳐야 하는 네 가지 운동이 있다. 첫째, 서울시의 각종 위원회를 개혁하는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110개가 넘는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모든 위원회가 사실은 ‘들러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실 민주화의 영향으로 이제는 각종 위원회에 많은 개혁적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개혁적 인사들이 만나서 의견을 교환하고 목표를 공유할 수 있다면, 그리고 단지 위원회에 참석해서 발언하는 것을 넘어서 위원회의 문제를 고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면, ‘들러리 위원회’ 제도 자체를 크게 개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들러리 위원회’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娼婦형 전문가’와 서울시의 끈끈한 유착관계를 혁파하는 것도 포함된다.
 
둘째, 서울시 시정을 감시하고 개혁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더욱 활발히 펼친다. 지금도 서울시 시정을 바로잡는 활동을 활발히 펼치는 단체들이 적지 않지만, 시정의 감시와 개혁에만 몰두하는 단체는 대단히 드물다. 그 방식도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토론회를 여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우선 서울시 고위 공무원과 시의원들의 행적에 관한 자료를 폭넓게 축적하고 일상적으로 감시해야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의회가 시정부와 유착하지 않고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가 있을 때에는 매체를 통한 여론전이나 집회와 같은 직접행동뿐만 아니라 형사고발, 행정소송, 감사청구 등의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서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셋째, 서울시 시정과 관련된 언론보도를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평가해야 한다. 이명박 시장을 강력하게 지원하는 매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계적 균형론에 빠져서 서울시의 변명을 ‘사실’로 다루는 언론보도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서울시에게 면죄부를 주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낳게 된다.
 
넷째, 이 모든 것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문제는 예산과 관련된 것이다. 사실 문제의 핵심은 아주 교활하고 능란하게 책정해서 집행하는 ‘정치적 예산’이다. ‘정치적 예산’이란 정치적 지배세력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세금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들러리 위원회’에 사용되는 경비나 각종 개발사업과 관련된 예산이 이러한 ‘정치적 예산’의 성격을 강하게 가진다. 무엇보다 그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각종 개발사업과 관련된 예산의 책정과 집행을 꼼꼼히 감시해야 한다(홍성태. 2005: 281-84). 
 
○ ‘좋은 도시’가 이룩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도시의 역사가 존중되어야  하고, 다양한 문화가 자라날 수 있어야 하며, 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하고, 훼손된 자연이 되살아나야 한다. 도시와 자연의 대립 위에 건설된 메트로폴리스는 근대의 산업문명이 이룩한 거대한 시멘트 사막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생태도시’는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다(홍성태. 2005: 319-20).
 
○ 현대의 도시는 생물이 살 수 없도록 만들어진 도시의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다. 아니 생물이 살지 못하도록 만든 ‘반생태적 공간’의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다. 이로부터 현대 도시는 본질적으로 ‘기생도시’와 ‘위험도시’의 성격을 강화하게 된다(홍성태, 2000).
 
위험도시란 기생성의 다른 면이라 할 수 있다. 물질적 풍요를 만끽하는 곳처럼 보이는 현대의 도시는 여러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런 위험은 현대 도시의 생태적 취약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를 보자면, 엄청난 양의 전기와 물을 필요로 하면서도 정작 스스로 생산하는 전기와 물은 거의 없다. 또한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면서도 정작 그 쓰레기를 스르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과 장소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더욱이 더러운 배기가스와 미세먼지로 가득 차 있기도 하다. 생태적 취약성은 자정능력의 취약성이기도 하다.
 
현대 도시의 풍요는 다른 지역의 착취를 통해 유지된다. 자원의 한계라는 점에서 보자면, 현대 도시의 생태적 전환은 너무도 시급한 과제다. 현대 도시에서 계속 사람이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의 풍요를 이용해서 현대 도시의 생태적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홍성태. 2005: 322-23).
 
○ 서울은 한국 도시의 반생태성을 보여 주는 상징공간이다. 녹지는 없고 고층빌딩과 자동차와 사람은 많다. 서울은 이 엄청난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공업력을 최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 공룡도시를 지탱하기 위해 가까운 곳은 물론이고 먼 곳의 자연과 문화가 파괴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심각한 공간적 불의의 문제이며,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생태적 파괴의 문제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서울과 수도권의 극단적 집중현상은 해체되어야 한다(홍성태. 2005: 325).
   
참고문헌
강내희. 1995. 『공간, 육체, 권력 - 낯선 거리의 일상』. 문화과학사.
강홍빈. 2004. 신개발주의 비판: 균형발전과 신개발주의의 갈등. 한국공간환경학회/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심포지엄 격려사.
조명래. 2003. 한국 개발주의의 역사와 현주소. 「환경과 생명」, 2003년 가을호.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역사문화분과. 2003. 청계천복원사업은 역사복원사업이다 - 기본설계는 완전히 다시 작성되어야 한다.
홍성태. 2000. 『위험사회를 넘어서』. 새길.
홍성태. 2000. 위험사회와 도시. 『위험사회를 넘어서』. 새길.
홍성태. 2004. 『서울에서 서울을 찾는다』. 궁리.
홍성태. 2004b. 청계천 복원사업과 청계천의 파괴: 이명박 시장의 신개발주의와 이익의 정치. 「경제와사회」, 2004년 가을호.
Beck, Ulich. 1992. 홍성태 옮김(1997). 『위험사회 - 새로운 근대(성)를 향하여』. 새물결.
Perrow, Charles. 1999. Normal Accidents: Living with High-Risk Technologies. New York: Basic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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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6 19:50 2009/07/0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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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모욕죄 입법추진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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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 모욕죄는 과연 입법될 수 있을까. 관련 업계, 즉 이해관계자집단에서도 반대하고, 인터넷사용자들도 대부분이 반대하며, 오로지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과 방송통신위원회 정도만 도입에 애쓰고 있는 이 사안이 입법된다면 정말 연구대상감이다. 그 메커니즘을 곰곰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현직판사가 사이버모욕죄를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썼다고 하는데, - 아마도 이미 정보인권운동단체들에서 대부분 지적한 것일 터이다. 오마이뉴스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 이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모아놓았던 기사들을 발췌하여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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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모욕죄 입법은 난센스” 현직 판사가 비판글 (경향, 장은교기자, 2009-07-02 00:55:13)
ㆍ게시판에…“개인의 ‘가슴 속’을 예단 기이한 법률”
 
현직 판사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정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사이버 모욕죄’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서울고법 민사10부 이종광 판사는 1일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사이버상의 모욕행위에 대한 규제’라는 글에서 “국가가 평균인의 시각에서 판단해 사이버상의 표현에 피해자가 모욕을 느꼈을 것이라고 예단해 수사에 착수하고 구속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의 ‘가슴속’을 미리 판단해 공권력을 발동하겠다는 의도로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이 판사는 “그런 처벌법규는 세계 형벌 입법에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나라에서도 매우 기이하고 흥미로운 법률로, 호기심어린 연구대상이 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사이버상의 모욕행위는 형법을 통해 처벌할 수 있다”며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자 표현촉진적인 매체인 인터넷을 ‘질서위주의 사고’로만 규제하려고 하면 표현의 자유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미국은 뉴욕, 캘리포니아 등 많은 주에서 명예훼손 처벌조항을 자발적으로 폐지했는데 권력자가 수사기관을 동원해 비판적인 개인을 탄압하려 한다는 연구결과 때문”이라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MBC 이 명예훼손으로 피소돼 재판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어느 누군가의 표현행위가 정치인의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고’ 국가기관은 그런 표현이 ‘거슬리는’ 상황에서라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감대적 가치는 수호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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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사이버모욕죄, 표현의 자유 침해" (미디어오늘, 2009년 07월 04일 (토) 13:30:51 김원정 기자)
문화부·방통위 주최 토론회서…최시중·유인촌은 '인터넷 규제 강조' 발언
 
정부·여당에서 추진하려는 인터넷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한나라당 소속 정두언 의원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정 의원은 지난 3일 '디지털시대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사이버모욕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임시조치 규정 등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은 장윤석·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형법·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사이버모욕죄가 포함된 것과 관련 "인터넷의 사회적 파급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가중처벌을 한다는 논리는 공감을 얻기 어렵고"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해도 네티즌들은 법 제재를 피해 가는 우회적 방법을 개발할 것이기 때문에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정보통신망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인터넷 게시글로 권리를 침해받은 사람이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게 한 현행 '임시조치제도'에 더해, 정부가 '미이행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자의적 판단과 검열 남용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ISP에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한다는 규정에 대해서도 기업에 비용 부담을 지우고 이용자 정보 유출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글의 경우 자의적 제거로 인한 표현의 자유 위축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삭제와 동시에 비영리 웹사이트인 'Chilling Effects 정보센터'에 제거가 행해진 사실과 함께 제거된 정보 내용을 게재하고 있어 국내 ISP들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지난 2007년 시행된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유튜브 사태'가 보여주듯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는 "본인 확인 방법이 단지 실명을 확인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명의 도용 등 회피가 가능"하고 "우리나라에 법인 형태로 들어와 있지 않은 외국계 기업이 해외에 서버를 둔 경우 국내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워 형평성 문제"가 생기는 데다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해 사이버망명"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어 결국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악성댓글을 줄이는 근본적 처방이 아니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대안으로 "현재 올바른 사이버 문화형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가는 시점이기 때문에 기존 현행법체제 아래에서 집행기준을 체계화하고, 누리꾼에 대한 인터넷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는 것이 제재를 강화하는 일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무엇보다 "향후 인터넷 정책 방향은 자율규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유남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정 의원의 전향적 생각에 감사하다"며 "입법과정에서도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국가의 직·간접 규제가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거짓말하지 말고 품위 있게 쓰라는 의미라고 하지만 대중은 '국가가 너를 감시한다. 함부로 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도층 인사들의 발언을 들으면 인권 수준에 대한 자만심을 넘어 오만함이 읽힌다"면서 "그동안 성취한 게 있지만 그에 만족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오늘 컨퍼런스는 억눌린 한국 사람들의 대변인이자 표현의 자유를 실천하신 어니스트 베델의 100주년 기념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것으로 매우 의미 있다"면서도 "창조와 변화의 메카인 인터넷이 사이버 테러와 거짓 정보, 악성 댓글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오늘 컨퍼런스에서 인터넷 역기능의 효율적 대응방향과 실천방안이 모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오늘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인터넷을 규제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규제를 어떻게 선택할 것이냐"라고 할 수 있다며, 포털을 정정보도청구 대상에 포함시키고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는 정부·여당의 방향에 대해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현실에서 법률이 적용되듯 사이버 공간의 사회적 활동에도 그 나름의 법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인터넷은 더 이상 법적 진공상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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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04 14:22
최진실의 사망과 관련하여 인터넷 악플을 주된 원인 중의 하나로 지적하는 걸 보고 인터넷 실명제와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또 들먹거리겠구나 했더니 역시나 그렇다. 인터넷 실명제를 하면 악플이 줄어든다는 사고를 하는 걸 보면 포털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미 웬만한 곳은 다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어 있다. 나아가 이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뿐이다.  
 
사이버 모욕죄 도입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다는 걸 잊었는지... 게다가 최진실법? 망자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 저번에 추진했다가 어머니의 요구로 중단되었던 혜진예슬법 제정시도의 교훈을 벌써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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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8 20:17
최진실씨 자살 소식을 접했을 때 인터넷통제론자들이 살맛나겠네 싶었는데, 역시나 한나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진실법 운운하면서 최진실씨의 죽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나섰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 주춤했던 사이버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 논란에 불을 다시 붙인 것이다. 최문순 의원의 문제제기로 최진실법 명명 논란은 가라앉았지만, 한나라당은 사이버 국가보안법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이에 대응할 만한 떳떳한 자격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바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의 불씨를 만든 이가 바로 노무현 정권이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김대중 정권 때에는 인터넷 내용등급제, 전자주민카드 등 지금의 이명박 정부보다 더 악랄한 짓이 자행되었다. 물론 정보인권운동의 힘으로 막아냈지만 말이다.  
 
그래서 지금의 인터넷 공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을 보면 참 거시기하다. 특히 사이버 공간을 통제하려 들었던 이들이 지금은 사이버해방의 투사로 변신한 것은 씁쓰름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앞으로 한달 동안 인터넷 악플러들을 집중단속한단다. 이것도 딜레마일 터이다. 경찰의 집중단속으로 악플러들을 몽땅 잡아들인다면 현 법제 하에서도 효과적으로 대처가능하며, 굳이 정보통신망법을 개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다, 지금까지 경찰이 제대로 활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게 되기 때문이고, 만약 악플러들을 소탕하지 못한다면 경찰의 이번 집중단속은 최진실씨의 죽음에 접하여 자신들이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쇼나 상징의식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반어적인 의미에서 선플을 다는 이들까지 잡아들이면 곤란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어떻게든 막아내야 할 텐데, 그리 쉽지는 않을 듯 싶다. 최근의 인터넷 통제 논란을 다룬 기사들을 담아왔다. 물론 대부분은 발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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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법'이냐 '최진실 모독법'이냐 (프레시안, 임경구/기자, 2008-10-03 오후 9:02:57)
한나라, 최씨 사망 계기로 '사이버 모욕죄' 적극 추진  
 
한나라당은 3일 이번 정기국회 내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을 개정키로 했다. 이를 '최진실법'이라고 이름붙이기까지 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3일 "사이버 모욕제와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인터넷 악플에 따른 폐해가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진실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넷 악플을 가장 비겁한 집단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헌법이나 법률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새로울 것은 없지만, 한나라당은 최진실 씨의 자살을 계기로 반대론을 제압할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판단하는 눈치다.
  
제6정조위원장인 나경원 의원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한적 본인확인제와 사이버 모욕죄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에 담아 정기국회에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상에서 피해를 당한 사람이 해당 댓글의 삭제를 요구할 경우 사업자는 24시간 내에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는 것. 그는 "게시자가 이의 신청을 할 경우 72시간 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를 판단해 결정을 내리도록 할 예정"이라며 "이 기간 동안에도 해당 댓글은 임시조치, 즉 '블라인드 처리'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최진실 씨의 죽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즉각 반발했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최진실 씨 사망을 활용해 사이버모욕죄를 추진하겠다는데 고인을 팔아 정권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인터넷 상의 삼청교육대법과 같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작명한 '최진실법'을 '최진실 모독법'이라고 비판하며 "'최진실법'과 같은 고인을 위해하는 법률 명칭은 자제해야 한다. 그 이름이 명명이 된다면 이는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 등 다른 야당도 사이버 모욕죄 등을 둘러싼 논란이 처음 일 때부터 촛불집회에 대한 복수 의도로 정부의 의도를 규정한 바 있어 강한 반발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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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인터넷통제를 ‘최진실법’ 포장 도입 추진 (경향, 선근형·이인숙기자, 2008년 10월 03일 23:32:23)
사이버 모욕죄+인터넷 실명제 등
야당 “고인을 구실로 정략적 발상” 반발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장인 나경원 의원도 “최씨 사건으로 인터넷 악플의 폐해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익명성 뒤에 숨은 건강하지 못한 인터넷의 종양을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법 개정 방향과 관련, “30만명 이상 회원의 인터넷 카페에 적용하던 기존의 본인확인제를 ‘10만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사이버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인터넷 게시물로 피해를 당했다는 사람이 삭제를 요구하면 24시간 내에 신속한 권리구제가 가능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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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법' 논란, 편승하는 보수언론 (미디어오늘, 2008년 10월 04일 (토) 09:16:11 김원정 기자)
[아침신문솎아보기]미국 하원에선 구제금융법안 통과 
 
서울신문 6면 <악플 처벌 '최진실 법' 도입 논란> 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정병국·홍준표·나경원 의원 등은 '최진실법' 도입 의지를 천명하며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를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지난 3일 인터넷 실명제 확대와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의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했으며, 법무부도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과 관련한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문쪽에서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이 법의 도입을 비판적 시각에서 다뤘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인터넷통제를 '최진실법' 포장>에서 여당의 방침은 "그간 '인터넷 통제' 논란을 빚어온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최진실법'으로 포장해 추진하려는 것이어서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1면 머리기사 <'최진실법' 옷입은 사이버모욕죄>에서 "야권과 학계·시민단체는 여론통제 강화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면서 "익명성을 전제로 악의적인 소문을 무차별적으로 퍼뜨리는 '댓글'의 부작용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하지만 '최진실법'은 건전한 비판과 감시를 가로막는 역기능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한 최영재 한림대 교수(언론학)의 말 등을 인용했다.
 
물론 정부의 주장에 적극 힘을 실어주는 신문도 있다. 국민일보는 사설 <산 자와 죽은 자 공동의 책임 '최진실 사건'>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참에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고 국회에서는 사이버모욕제 신설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사이버 폭력 막을 '최진실 법' 만들어야>에서 "네티즌의 의식이 스스로 개선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최진실 법'을 만들 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김종혁 사회 에디터 역시 칼럼 <당신은 장난삼아 키보드 두드리겠지만>에서 사설과 발 맞춰 △사이버 모욕죄 신설 △인터넷 실명제 대폭 확대 △포털의 책임 대폭 강화 △인터넷 악플에 대한 교육을 '인터넷 그늘'을 없앨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했다. 그의 칼럼이 눈길을 끄는 것은 최진실씨에 대한 악플 공격을 촛불정국에서 자신이 겪었던 개인 경험과 연관짓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도 비슷한 논리 전개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언어를 살인흉기로 만드는 국민으로 살건가>에서 "이런 저질 인터넷 문화로 인해 유명 연예인들만 고통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턴가 정치적 견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에게 증오와 저주, 악의의 막말을 마구잡이로 퍼붓는 풍조가 만연했다. 촛불시위에서 초등학생들까지 전경과 대통령을 향해 욕설을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도 운동권 일각의 극단적인 행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최씨의 사채설을 퍼뜨린 악플러와 촛불정국에서 보수언론을 비판한 누리꾼들을 동급으로 놓고 있는 셈이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중앙일보처럼 '최진실법' 도입을 직접 주장하진 않았지만 <악플 추방위해 '최진실법' 추진>(조선일보 1면), <사이버모욕 처벌 '최진실법' 만든다>(동아일보 1면) 같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정부·여당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기사를 실었다. 공교롭게도 이들 신문은 지난 촛불정국에서 줄곧 사이버 공간에 대한 제재를 주장해왔던 공통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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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법'엔 '최진실'이 없다 (프레시안, 박세열/기자, 2008-10-05 오후 7:39:36)
[기자의 눈] 한나라당, 너무 기민해서 들켰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5일 사이버 모욕죄 신설의 취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농담 삼아 "○○○ 기자 오늘 안나왔나? 자기가 '최진실법'이라고 해놓고 내가 말한 법이라고 하더라고…"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MBC 에 방송된 내용이 인터넷 '퍼나르기'를 통해 무차별 확산되는 과정을 우리는 봐 왔다"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가 '최진실법'으로 이름을 얻게 되는 과정이 드러난 것이고, 이를 통해 한나라당의 의도가 같이 드러난 셈이다. 최진실 씨의 자살은 '계기'에 불과했다.
 
'최진실법'을 염원하는 이들의 주장은 개인 의견의 형식을 띄고 있으나, 촛불 집회에 대한 사무친 원한의 발로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번에 한나라당이 낸 법안은 피해구제의 신속성을 보강하고 고소, 고발 없이도 당국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것이다. 인터넷 여론 통제의 의도가 듬뿍 담긴 이 논의가 지난 7월 22일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사이버 모욕죄 신설'의 화두를 던지면서 촉발됐다는 건 주지의 사실. 시기, 내용, 의도 모두가 '최진실 씨의 자살'과 영 동떨어져 있다는 반증이다.
 
고려대 박경신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객관적인 명예와 평판을 보호하는 명예훼손법리와 달리 주관적인 명예감 또는 체면만을 보호하는 모욕죄는 대부분의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이버 모욕죄 신설은) 한국이 유일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도 "예를 들면 '장하십니다' 라는 말은 듣는 사람에 따라 모욕이 될 수 있다"고 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모욕'이라는 개념은 영미권에서 금전 배상도 안 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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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비판댓글 사찰반’ 5개월째 운영 (한겨레, 강희철 기자, 2008-10-05 오후 07:01:33)
검·경 등에 매일 2차례씩 수집한 자료 전달
종부세·환율·멜라민 등 주요 이슈마다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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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악플러’ 한달간 집중단속 (한겨레, 김성환 기자, 2008-10-05 오후 10:46:38)
경찰 “상습땐 구속영장…최진실 사채설 유포 추가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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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이 ‘표현의 자유’ 직접 통제… ‘사이버 모욕죄’ 도입땐 (경향, 선근형·이호준기자, 2008년 10월 06일 02:06:19)
  
한나라당과 정부가 추진 중인 ‘인터넷정화법’(최진실법)의 핵심은 △댓글 삭제 권한 강화 △사이버 모욕죄의 친고죄 폐지 △사실상의 인터넷 실명제 전면 확대로 요약된다.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공권력이 직접 인터넷 공간을 통제함으로써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댓글 삭제 권한의 강화는 인터넷의 가장 주요한 특질인 ‘쌍방향 소통’의 유명무실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댓글이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상의 토론을 주도해온 점에서다.
 
현재 여권의 방안은 댓글 등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가 삭제를 요구할 경우 포털 등은 무조건 24시간내에 이를 삭제토록 하는 내용이다. 물론 이의 신청이 있을 경우 72시간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복원될 수 있지만, 그 시간(72시간)만은 아무리 합리적 근거에 의한 댓글이라도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만으로 사라지게 된다. 설사 방통위의 결정에 따라 댓글이 다시 복원돼도, 토론과 소통을 위한 댓글로서의 가치는 이미 상실한 뒤다. 동시에 많은 네티즌들과 접속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인터넷의 신속성과 전파성이 쌍방향 소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결국 비판적 성격의 댓글을 게재하려는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극소수 악성 댓글 단속이란 명분 아래 댓글 전체가 위축되면서 ‘일방향’ 소통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사이버 모욕죄의 경우 국가 권력이나 정책에 대한 비판이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다. 현행 형법상의 모욕죄(311조)와 달리 친고죄를 폐지,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 당국의 자의적 판단으로 얼마든지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되는 ‘모욕’의 기준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수사·처벌의 기준이 댓글 비판의 대상이 된 해당 기관이나 개인의 구체적 피해와 그에 따른 문제제기가 아니라 경찰·검찰의 해석과 의도에 달린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유독 사이버 모욕죄에 대해서만 친고죄를 없앤 것은 공권력 남용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란 비판이다. 그 배경은 물론 인터넷 공간에 대한 공권력의 통제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송호창 변호사는 “모욕죄는 당사자의 문제고, 형법상 당사자가 문제를 삼지 않으면 국가가 나서서 처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친고죄 조항이 없어지면 수사기관의 자의적 설정으로 범죄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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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악성 댓글 현행법으로 처벌 가능” (경향, 이인숙 기자, 2008년 10월 06일 02:07:40)
“법 신설 불필요… 민간 자율규제 바람직”
 
현행 형법은 명예훼손과 모욕죄를 규정해 허위이든, 진실이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감을 준 경우에 대해 처벌토록 하고 있다. 더구나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은 그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에 별도 규정을 두어 더 엄한 처벌을 받는다. 단적으로 최진실씨를 자살로 몰고간 ‘사채 루머’ 같은 경우에는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모두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단순한 욕설 등 명예훼손을 적용할 수 없을 때는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결국 사이버 모욕죄의 목적은 처벌을 더욱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면서 “그러나 현행 형법의 모욕죄 조항으로도 충분히 엄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인터넷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정부의 강제적 규제 강화 일변도로는 근본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촛불정국 당시 네티즌들의 광고주 압박 운동에서 보듯 네티즌들은 정부의 규제에 ‘사이버 망명’으로 맞선 바 있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이버 모욕죄는 ‘항생제’에 불과하다”면서 “온라인 공간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문화적 변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법 제정에 앞서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율규제와 자정기능 강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 시급하는 지적이다. 또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악성 댓글 양산자를 방관하거나, 심지어 부추기는 업체들의 자성과 규제도 필요하다.
 
인터넷의 진화속도를 문화가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인 만큼 사이버 공간 이용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준현 단국대 법대 교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서로의 입장을 바꿔보는 시뮬레이션 교육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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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최진실 법’은 정략적 발상이다 (경향, 2008년 10월 06일 00:04:16)
   
한나라당이 말하는 ‘최진실법’의 구체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 핵심은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해 고소·고발이 없어도 수사기관에서 수사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다. 검·경이 인터넷을 상시 감시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연예인을 괴롭히는 악성루머도 물론 줄어들겠지만 권력에 대한 비판 또한 위축될 게 뻔하다. 집권 여당이나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릴 때 누구나 한번쯤 “이 일로 검찰에 잡혀가지 않을까”라고 자문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이버 모욕죄를 가리켜 ‘인터넷 재갈물리기’라고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로는 최진실씨 같은 희생자를 막아야겠다고 하지만, 실제 그 법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집단이 다름아닌 집권세력과 정치인인 것이다. 유명 탤런트의 가슴아픈 죽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든다는 비난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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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 잡으려다 인터넷 태우나 (미디어오늘, 2008년 10월 06일 (월) 08:28:28 김종화 기자)
[아침신문 솎아보기] 현행 법 체계로 규제 가능한지가 초점
 
정부여당이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는 인터넷 상 모욕죄 신설과 제한적 본인 확인제 확대의 핵심은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현행 법 체계 내에서 악성 댓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여당과 일부 신문은 현행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실효성이 없거나 다른 악용 가능성이 다분한 법을 새로이 만들어 일어날 문제보다, 유명 탤런트 자살과 그 뒤에 숨은 일부 '악플러'의 악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의 악행은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다. 그래서 경찰청은 오늘(6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한 달 간 전국 사이버 수사요원 900명을 동원해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 및 악성댓글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인다고 5일 밝혔다. 사이버명예경찰 '누리캅스' 2448명도 동원해 인터넷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입법의 논리적 근거를 확보하자면 현행법 체계 내에서 이뤄지는 이 한 달 간의 단속과 처벌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야 될 전망이다. 
  
그런데 최진실씨의 자살을 계기로 정부여당은 이미 지난 7월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사이버 모욕죄'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대한 6일자 신문들의 주장은 분분하다. 경향신문은 사설 <'최진실 법'은 정략적 발상이다>에서 "반의사불벌죄가 도입되면 인터넷은 그 순간 검찰·경찰의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최씨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앞으로 한달간 악성댓글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인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현행법으로도 엄중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사설 <'악성 댓글'보다 나쁜, 죽음 팔아먹기>에서 "이제 와서 최씨의 죽음을 그런 정치적 목적에 동원하려는 꼴이니, 치졸하고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악성 댓글은 굳이 '최진실법'이 없더라도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며 "극히 소수인 악플러' 문제를 인터넷 전체의 문제인 양 호도해, 인터넷 공간의 본질인 개방성과 자율성, 자유로운 의사소통까지 훼손하려 들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사이버 모욕죄', 여·야 머리 맞대고 논의해야>에서 "명예훼손죄는 '사실의 적시(摘示)'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 공간에 넘쳐나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막말공격과 비난은 이 처벌의 그물망을 쉽게 빠져나가 버린다"며 "형법상 모욕죄의 처벌 조항인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으론 범죄의 억제 효과를 거두기 힘든 형편"이라고 반박했다. "사이버 폭력이 주는 충격이 보통 언어폭력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강화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여야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면서도 허위사실 유포와 사이버 인격살인을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제도를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찾아내기 바란다"고 주문했으나, 사설 제목은 <사이버 인격살인은 표현의 자유 아닌 범죄다>로 뽑았다. 국민일보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국민일보는 사설 <'최진실법'은 정쟁 대상 아니다>에서 "인터넷 실명제와 사이버모욕제 신설을 주장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옥죄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익명의 살인자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며 "(야당이) 엉뚱하게 '반 촛불법' 운운하며 시비를 거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정략적' 접근으로 지탄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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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최진실측, '최진실법' 고인 이름 쓰지 말아달라" (프레시안, 채은하/기자, 2008-10-06 오후 2:09:54)
민주당 최문순 의원 "한나라당은 고인을 모욕한 데 사죄하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6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 감사를 앞두고 낸 자료에서 "어제 고 최진실 씨의 전 소속사 대표를 만났다"며 "그는 최진실 씨와 자녀, 가족, 절친했던 동료 연예인분들이 여전히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는데 '최진실' 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최진실법' 운운하는 것은 그분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며 이름 사용 중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최진실 씨의 죽음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시도하고 있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비롯한 '최진실법'이야말로 고인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고인을 모욕하는 모든 행위에 사죄하고 '최진실'이란 이름의 사용을 즉시 중지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검찰의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누리꾼 수사, 이메일 감청, 경찰의 사이버 악플러 단속 방침 등을 들어 "'사이버 모욕죄'외 '최진실법'이 없어도 이미 경찰은 과도하게 네티즌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며 "도대체 더 이상 무슨 강화된 법이 필요한가"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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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는 머리가 나쁘다"는 형사처벌될 정도의 악플인가? (참세상,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 2008년10월07일 9시44분)
[칼럼] 사이버 모욕죄는 인터넷판 '국왕모독죄'
 
아무리 정치인이라지만 너무도 파렴치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고 최진실씨 죽음을 계기로 인터넷 실명제와 사이버 모욕죄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고 최진실씨 때문에 나온 정책이 아니다. 촛불에 뜨겁게 덴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전부터 단단히 벼르고 있던거다. 더구나 고 최진실씨 죽음과 소위 '최진실법'은 논리적인 연관성이 별로 없다. 자신의 정략적 이해를 위해 고인을 이용하는 것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행태다.
 
홍준표 원대대표가 “사이버 모욕죄 및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인터넷 악플에 따른 폐해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했단다. 여봐요 아저씨,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주요 포털 사이트에 '이미' 강제적인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어 있는 것 모르셨어요? 그리고 연예인에 대한 악플들이 지금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은 사이트에서만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라도 있나요?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는 주요 포털 사이트들은 악플로부터의 청정지대인가보죠? 도대체 정책을 만들겠다는 사람이면 그 정책의 필요성, 적절성, 부정적 영향 등에 대한 근거라도 좀 갖고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당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인터넷에 대한 마녀사냥이 악플보다 나은게 뭔가!
 
사이버 모욕죄도 이미 지난 7월 김경한 법무장관이 도입 필요성을 밝힌 이래 한나라당 선수들이 끊임없이 던져온 얘기다. 워낙 황당한 발상이기에 정부 내에서도 도입 여부를 놓고 갈등이 있었던 듯 하다. 마침 터진 고 최진실씨 자살 사건이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그렇게 반가웠던가? 사이버 모욕죄의 요지는, 반의사불법죄로 하여 당사자의 고소없이도 수사 및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처벌 수위도 일반 모욕죄보다 높인다는 것이다.
 
이미 형법에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있고, 정보통신망법에서도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알아서 인터넷 상의 게시글이나 덧글에 대해 모욕 여부를 판단하겠다니!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당한 당사자가 일일이 고소, 고발하는 것도 번거로왔던 것일까? 혹은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고소, 고발이나 하는게 민망하게 느껴졌을까?
 
홍 원내대표는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인터넷 악성댓글은 가장 비겁한 집단들이나 하는 짓"이며 "이는 절대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없고 사회 전반에 '해악을 끼치는 자유'에 불과하며, 헌법상·법률상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이는 국가가 자신의 검열을 정당화하기 위해 오랜동안 해오던 얘기가 아니던가. 악플이 나쁘다는 것은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문제는 누가, 무엇을 악플로 판단하느냐이다. "쥐박이는 무뇌아다"는 형사처벌될 정도의 악플인가? "MB는 머리가 나쁘다"는 어떤가? "이명박 대통령은 머리가 나쁘신 것 같아요"는? 내가 보기에는 당신의 말이 '국민에 대한 모욕'이고, '가장 비겁한 집단들이나 하는 짓'이며, '사회 전반에 명백히 해악을 끼치는' 악플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객관적인 명예와 평판을 보호하는 명예훼손과 달리 주관적인 명예감 또는 체면만을 보호하는 모욕죄는 대부분의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본래 '모욕'이라는 죄목이 '국왕모욕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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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모욕죄는 위헌…헌재도 인정하지 않을 것" (프레시안, 채은하/기자, 2008-10-07 오후 5:22:13)
[토론회] "인터넷 매체 특성 고려한 정책 나와야"  
 
미디어공공성포럼이 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연 1차 쟁점 토론 '이명박 정부와 미디어 공공성,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인터넷(포털) 규제의 현안과 대안 모색'을 주제로 발제한 제주대 김경호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현재 정치권이 추진하는 내용인 사이버 모욕죄 등은 지나치게 인터넷 공간의 표현의 자유나 서비스 제공자들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경호 교수는 "사이버 모욕죄를 시행하기 위해서 보호되는 의견이나 논평과 그렇지 않은 '모욕'을 구분해야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굉장히 어렵고 법과 절차를 통해 마련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타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형법 20조(정당방위)를 들어 "모욕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행위는 위법성 조각 대상"이라며 "이러한 원칙도 사이버 모욕죄로 인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비슷한 맥락의 판례를 낸 바 있다. 헌재는 '공공의 안녕 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제 53조 1항에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어떠한 표현 행위가 과연 '공공의 안녕 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 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해 그 의미 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게 명확하면서도 진정한 불온 통신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입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그러나 규제 대상이 다양·다기하다 하더라도 개별화·유형화를 통한 명확성의 추구를 포기하여서는 안 된다.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보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본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 모욕죄'에도 함께 적용할 수 있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내놓은 판례에 준하는 법을 재정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러나 현실은 이와 배치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문상현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인터넷 매체의 독특한 성격에 근거해 '규제'보다는 규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며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이 등장한 지도 시간이 상당히 흘렀고 지금은 하나의 미디어 제도, 커뮤니케이션 제도로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만 반복적으로 하면 논점의 포인트가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상현 교수는 "사이버 모욕죄는 이중적이고 정치적 의도가 뻔히 보이는 악법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과연 형법의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접근 가능한 구제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현재의 '사이버 모욕죄' 논란을 보면 개인의 인격권보다는 '정치적 통제냐 아니냐'로 이야기의 핵심이 흘러가나 인격권을 어떻게 표현의 자유와 조화시켜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사이버 모욕죄' 신설에 동의를 표했다.
 
이에 김경호 교수는 "인터넷을 규정하는 것은 다른 매체와 다르다는 바로 그 '차이'"라며 "매체 가운데 누구나 접근가능하고 의견을 쓸 수 있는 것은 인터넷 뿐이다. 그러한 매체의 특성을 부인하거나 전혀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만드는 것은 모순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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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모욕죄 신설 꼭 필요한가 (미디어오늘, 2008년 10월 08일 (수) 11:31:32 김종화 기자)
친고죄 없애 자의적 수사 가능
 
정부여당이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는 사이버모욕죄 신설과 제한적 본인 확인제 확대의 핵심은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현행 법 체계 내에서 악성 댓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현행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실효성이 없거나 다른 악용 가능성이 다분한 법을 새로이 만들어 일어날 문제보다, 유명 탤런트 자살과 그 뒤에 숨은 일부 ‘악플러’의 악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단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는 쪽의 주장은 이렇다. 현행 명예훼손죄로는 인터넷 상의 추상적인 막말과 비난을 처벌하기 어렵고, 형법상 모욕죄의 처벌 조항인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으론 범죄의 억제 효과를 거두기 힘든 형편이라는 것이다. 사이버 폭력에 비대칭 규제를 적용해 현실 세계의 언어폭력보다 더 강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셈이다.
 
이에 반해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대) 등 여러 전문가들은 제한적 본인확인제 강화와 사이버모욕죄 신설은 비민주적 정권 아래 후진국에서나 가능한 일로 일축하고 있다. 아울러 이는 인터넷에 대한 차별규제로, 사이버세계도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는 규제 강화론자 쪽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측면도 있다. 특히 친고죄인 기존 형법상 모욕죄와 달리 고소·고발이 없어도 수사기관이 언제든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로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는 것은 그 의도부터가 문제이며 파장도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기업 등에 대한 정당한 비판조차도 적용 개념이 모호한 모욕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이버모욕죄는 제3자가 가늠하기 어려운 개인 사이의 모욕보다는, 대형 권력에 반하는 여론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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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사이버 모욕죄'발의…최고 '징역 9년' (프레시안, 김하영/기자, 2008-10-31 오후 8:16:23)
장윤석 "가중처벌해야"…불법집회 집단소송도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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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목적으로 ‘사이버 모욕죄’ 도입 안된다 (2008년 11월 1일, 진보네트워크센터)
- 한나라당의 ‘사이버 모욕죄’ 발의에 부쳐
 
사이버 모욕죄의 골격이 드디어 드러났다. 31일 한나라당은 사이버 모욕죄를 담은 법률 개정안 두개를 한꺼번에 발의하였다. 지난 7월 22일 김경한 법무부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거론한 지 석달 남짓 만이다.
 
우선 장윤석 한나라당 제1정조위원장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 및 모욕 행위에 대해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이버 상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기존보다 무거운 형량인 9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다른 사람을 모욕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였다.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 수사와 처벌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었다. 그뿐 아니다. 같은 날 나경원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장은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인터넷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반의사불벌죄로 도입하는 것은 같다.
 
한 정당에서 같은 죄를 신설하는 서로 다른 법률을 같은 날 발의했다는 것은 사이버 모욕죄를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충분한 의견 수렴과 조율 없이 서둘러 도입한 흔적이 보인다.
 
정부여당에서 이토록 사이버 모욕죄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나라당은 사이버 모욕죄의 신설 이유로 인터넷 악플을 들고 있다. 그러나 악플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형사처벌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통상 악플은 명예훼손을 말하는데 미국이나 유럽,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등 국제적으로는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이 줄고 있는 추세이다. 명예훼손이 자유로운 비판을 가로막고 국가기관에 의한 언론 탄압에 이용되는 상황에 주목하여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보다 민사적 해결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는 특히 인터넷의 등장 이후로 일반 시민들의 표현물 확산을 고려한 것임에 분명하다. 형사처벌로 겁을 주는 것으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터넷 문화를 성장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해온 데서 더 나아가 이를 확대하고 사이버 모욕죄라는 새로운 죄목을 도입하려는 것은 악플보다 더한 세계적 망신거리이다.
 
명예훼손이 객관적인 평판을 보호하는 데 비해 모욕죄는 주관적 체면을 보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사문화된 죄목이다. 하물며 사이버 모욕죄라니, 명백한 과잉입법이다. 이번 사이버 모욕죄 발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반의사불벌죄’라는 데 있다. 광우병 괴담 수사나 광고지면 불매운동이 그러했듯 수사당국이 인지하면 일단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신고 없이 수사기관이 인지하여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모욕’이란 일반인에 대한 모욕일 리가 없다. 그래서 수사권력의 정치적 남용과 경찰국가의 도래가 우려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광우병 괴담은 법원에 의해 무죄로 판결났지만 정치적 목적에 의한 수사는 게시당사자에게 심대한 고통을 끼쳤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에게는 글을 쓰지 말라는 엄포나 다름 없이 들리지 않았던가. 말 그대로 국민들을 ‘위축’시키고 자기검열하도록 하는 신종 검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이 부끄러워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는 진짜 이유를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안다는 데 있다. 사이버 모욕죄는 촛불시위로 놀란 정부가 인터넷 여론을 장악하기 위하여 다급하게 도입한 일련의 인터넷 통제책 가운데 하나이다. 일찌기 법무부 장관이 앞장서 사이버 모욕죄의 도입 의사를 밝혔으나 그 법률적 문제점에 대하여 여러 비판에 부딪쳐 왔고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에서마저 순조롭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여당 의원들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마침 최진실씨가 사망하는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자 이들은 파렴치하게도 이 사건을 계속 거론하며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한다고 악플이 줄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국가적인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었지만 ‘대 악플 효과’는 거의 없었는데도 그 확대를 계속 주장하는 것처럼 해괴한 논리이다. 합리적 토론이 실종되었으며 인터넷에 대한 마녀사냥과 여론몰이만이 남았다.
 
지금 우리의 인터넷 환경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죄목의 신설이 아니다.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공정하면서도 신속한 분쟁해결과 공정하면서도 신속한 재판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매체와 문화에 걸맞는 혁신적 사법제도 개발이 필요하다. 그 틈새를 비집고 정부와 정치 검찰이 무엇이 인터넷에서 죄인지 자신들이 판단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사이버 모욕죄 도입 시도,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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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모욕죄, '국민 통제' 정치적 야욕 결정판" (참세상, 김삼권 기자, 2008년11월06일 17시23분)
인권단체들, "사이버 모욕죄·통비법 개정, 즉각 중단해야"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전국 94개 단체로 구성된 '민주수호 촛불탄압저지를위한비상국민행동'(국민행동)은 5일 성명을 통해 "이미 많은 부분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법안들을 정부와 한나라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이유는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피해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모욕' 여부에 대해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사이버 모욕죄'에 대해 "신고 없이 수사기관이 인지하여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모욕'이란 일반인에 대한 모욕일 리가 없다"며 "때문에 수사 권력의 정치적 남용과 경찰국가의 도래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이버 모욕죄가 시행되면) 광우병 괴담 수사나 광고지면 불매운동이 그러했듯 수사당국이 인지하면 일단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국민들을 위축시키고, 자기검열하도록 하는 신종 검열"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및 이동통신 사업자에 대해 감청장비 설치와 가입자 개인의 통신기록 보관을 의무화 한 통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단체들은 "휴대전화, 인터넷 등 국민 실생활과 가까운 통신수단이 통신사업자와 수사기관에 의해 늘 감시받는다면 어느 누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 법안을 '대통령실 중점 관리 대상 법률안'으로 분류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여당에 강력 요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촛불 시위가 일어난 직후부터 인터넷을 부정적 여론의 진원지로 지목하고, 네티즌을 추적하는 등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며 "이번 입법안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보다 편리하게 국민을 통제하기 위하여, 대다수 시민들이 이용하는 미디어를 통제하겠다는 정치적 야욕의 결정판이다"이라고 주장하며 관련 법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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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문> 정부와 여당의 사이버모욕죄 입법시도에 반대하며, 그 시도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2008년 11월 11일, 사이버 모욕죄에 반대하는 전문가 229명의 선언)
 
최근 여당의원들의 사이버모욕죄 법안(형법개정안,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발의로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와 우 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가치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지난 10월 31일 발의된 형법개정안에 따르면 인터넷 상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기존보다 무거운 형량인 9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다른 사람을 모욕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였다. 또한 11월 3일 발의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인터넷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두 가지 법안은 모두 비친고죄로 발의되었다.
 
먼저 우리는 정부와 여당의 독선적인 법안 발의 과정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사이버모욕죄 도입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이 그 동안 여러 번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특정 연예인 자살사건으로 일시적이고 감정적으로 형성된 일부 여론에 기대어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조차도 비친고죄 형태로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하는데 대하여 부정적 의견을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법안들은 이를 무시한 채 그대로 발의되었는바, 정부와 여당은 국회의원 숫자만을 믿고 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
 
둘째, 우리는 비친고죄로 입안된 사이버모욕죄가 체제유지를 위해 이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그러한 이유로 사이버모욕죄를 반대한다. 
모욕에 대한 형사처벌제도는 권력자가 자신의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목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점은 세계 여러나라의 역사에서 충분히 증명되었다. 혐오스런 욕이 아니더라도, 풍자적 표현이나 비꼬는 정중한 표현, 다소 거친 표현까지도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킬 여지는 있다. 인정기준이 매우 애매한 모욕죄는 권력자에 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OECD국가들 대부분에서 모욕죄 조항들은 이미 폐기되었거나 실질적으로 사문화되었고, 세계언론자유위원회(WFPC) 또한 권위주의 국가들에게 모욕죄의 폐지를 매년 요청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더라도, 독재권력은 신문 방송을 통제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긴급조치와 같이 추상적 규정을 동원한 형벌법규로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억압함으로써 그 권력을 유지했다. 정부와 여당은 사이버모욕죄를 비친고죄로 제안함으로써, 국가공공기관이나 정부부처, 대통령 등이 피해자임을 자처하고 고소를 제기하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들이 자의적이고 차별적으로 인터넷 이용자들을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하려한다.
 
올해 5월 수사기관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포털게시물들을 모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고, 포털사업자들에게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압박까지 하였다. 이런 까닭에, 비친고죄로 발의된 사이버모욕죄는 이명박 대통령과 고위 공무원 등에 대한 인터넷상의 비판을 억압하고 체제를 유지하려는 시도에 손쉽게 사용될 것이라는 의혹을 주기에 충분하다.
 
셋째, 우리는 인터넷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정부와 여당의 시각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 
정부와 여당은 마치 인터넷의 특성 때문에 사이버모욕죄는 비친고죄로 되어야 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등 인터넷 자체의 특성을 죄악시하려는 후진적 법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벌써 6년 전인 2002년에 이미 우리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 촉진적인 매체라고 보았고,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의 정부와 여당은 정부정책의 실패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마치 인터넷에 표출된 여론때문인 양 생각하여 인터넷 자체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 인터넷은 국민들이 공적 담론 형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공간이므로 이에 대한 통제는 결국 국민의 의견 표현에 대한 통제가 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로서 정부는 더욱 큰 정책실패와 정부불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이 비친고죄의 형태로 도입을 추진하는 사이버모욕죄는 선의의 피해자가 이미 예정되어 있는 악법이다. 우리는 현재 발의된 사이버모욕죄 입법시도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앞으로도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인터넷규제정책 전반에 대하여 계속적으로 관심과 우려를 가지고 지켜볼 것이며, 적절한 대안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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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칼럼]우습고도 위험한 ‘사이버모욕죄’ (내일신문,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2008-11-11 오후 2:07:13) 
 
사이버모욕죄는 개념적으로 참 우스운 법이다. ‘모욕’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관념이다. 현행 형법에서 모욕죄를 친고죄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거친 욕설뿐만이 아니라 정중하게 비꼬는 표현에서도 모욕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친절하게도’ 수사기관이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모욕감을 알아서 수사하고 처벌을 하겠단다. 예를 들어 보자. 친구의 미니홈피에 방문하여 이렇게 덧글을 남겼다. “짜식아, 너 다음 주까지 돈 안 갚으면 죽여 버린다~” (오히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욕설을 섞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되는 사람들도 많다) 사이버모욕죄를 처벌하기 위해서 불철주야 인터넷 모니터링에 여념이 없는 수사기관이 이 덧글을 보고 조직폭력배의 협박이라 생각하고, 사이버모욕죄로 수사에 들어갈지 모르겠다.
 
물론 위와 같은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경찰은 일반인들이 당하는 모욕을 일일이 해결해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 그러나 경찰들이 아무리 바빠도 높으신 분들이 당하는 모욕은 발 벗고 나서야 될 것이다. 더구나 높으신 분들이 어떻게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모욕죄로 ‘고소’를 할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2MB는 무뇌아’라는 덧글을 단 누리꾼을 상대로 모욕죄로 고소를 했다고 치자. 여론의 뭇매를 맞아 본전도 못 찾을 것이다.
 
“기존 형법에 모욕죄가 있는데, 자꾸 사이버모욕죄 가중처벌을 도입하려 하느냐라는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의 질문에 대해 김경한 법무장관이 “형법상의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데, 고소인이 역공을 당해 2차, 3차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고소가 없어도 수사를 하고”라고 답했는데, 높으신 분들의 심정을 잘 표현해주는 답변인 듯하다. 개념적으로 우스운 사이버모욕죄가 현실적으로는 매우 위험한 이유는 사이버모욕죄가 권력에 대한 비판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위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욕죄 조항들이 이미 폐기되거나 실질적으로 사문화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제 이명박정부의 실정에 아무리 열이 받아도 ‘이명박은 독재자다’라고 분노를 터뜨려서는 안 된다. ‘MB는 쥐새끼’라고 돌려서 얘기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님 해외 순방 좀 자주하세요’라는 표현도 조심해야 한다. 정중하게 얘기해도 비꼬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사이버모욕죄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차라리 입을 닫는 게 상책이다. 무엇이 규제되는 표현인지 모호한 사이버모욕죄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검열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또 한번 위험하다.
 
어느 정도의 모욕적인 표현이 형사처벌될 것인지 도대체 누가 판단하는가. 결국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좌우되지 않겠는가. 어떤 표현이 형사처벌이 될지 모호할 때, 누리꾼들은 자기표현에 대해 검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는 명백히 위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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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모욕죄 신설보다 인터넷 이용구조 개선 필요" (노컷뉴스, CBS정치부 권혁주 기자, 2008-11-13 18:51:24)
법무부 "표현의 자유 아닌 '비방의 자유' 엄중히 책임 물어야"
 
여당의 사이버 모욕죄 도입이 인터넷 여론통제 논란으로 이어지며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법조인기자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뜨거운 찬반양론이 펼쳐졌다. 토론회에서는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인터넷 포털들 스스로 댓글을 자유롭게 달 수 있는 현재의 인터넷 이용구조를 개선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과 비방행위는 표현의 자유와는 관련이 없는 만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는 13일 법조인기자클럽이 서울 인사동 관훈클럽에서 개최한 '사이버 모욕죄 신설 어떻게 볼것인가?' 토론회에서 "인터넷 악플 등 인터넷상에서의 인격권 침해행위가 새로운 문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사회적 이견이 없지만 모욕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재완 교수는 "판례 등을 통해 실제 모욕죄로 문제되는 사안을 보면 의견과 사실,경멸적 표현이 복합적으로 혼재돼 있어 의견과 표현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모욕죄를 재단하기 어렵다"며 "모욕죄의 처벌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낳게 돼 언론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따라서 "인터넷 댓글을 통한 인격권 침해가 보편화된 상황에서는 모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인터넷 이용구조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정치적 의사표현과 관련된 기사에 대해서는 댓글이나 게시판 기능을 활성화하되 그렇지 않은 기사에 대해서는 아예 댓글이나 게시판 기능을 대폭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언론의 자유가 보호하려는 핵심 역역인 정치적 의사표현과 전혀 관계가 없는 종류의 기사에 대해 댓글 구조를 만들어 놓고 이익을 향유하고 있는 포털 등이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사적 검열이라고 반발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기적인 것이다"고 비판했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부분 모욕죄가 폐지되거나 사문화되고 있는데 이는 민주주의 가치때문이다 "며 "사이버 모욕죄가 잘못 운영된다면 처벌이 두려워 누리꾼들이나 게시판 운영자가 정책비판에 소극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이버 모욕죄를 친고죄가 아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야 기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로 하는 것도 " 수사권 등 행정권 남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상당수의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이야기를 잘못하면 고소고발조치 없이 반의사불벌죄로 수사대상이 되는 것은 가혹한 법적잣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법무부 형사제법과 김태우 검사는 "한 여론조사결과 사이버 모욕죄 신설에 찬성하는 국민이 75%에 달했다"며 사이버 모욕죄 도입에 대한 찬성입장을 폈다. 김 검사는 "인터넷의 특성상 인격권 침해의 피해가 말할 수 없이 크고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욕설 등 비방행위는 오히려 건전한 의사소통을 저해하는 요인이다"고 밝혔다. 김 검사는 특히 "비판과 비방은 구별돼야 한다"며 "인격권을 침해하는 비방행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불문하고 표현의 자유의 허용범위에 포함될 수 없기 때문에 사이버모욕죄의 신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에 찬성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모욕죄의 판단이 모호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고등학생 정도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인터넷 댓글이 비방인지 건전한 비판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다"며 "건전한 비판의 경우 다소 모욕행위가 개입되더라도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분류돼 처벌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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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모욕죄 신설보다 인터넷 이용구조 개선해야" (미디어오늘, 2008년 11월 14일 (금) 10:31:36 안경숙 기자)
법조언론인클럽 토론회…"반의사불벌죄 최대 수혜자는 정치인"
 
사이버모욕죄 신설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기보다는 인터넷상의 댓글 구조를 바꾸고 교육을 통해 올바른 인터넷 이용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는 13일 법조언론인클럽 주최로 서울 관훈동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회관에서 열린 '사이버 모욕죄 신설,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형사처벌은 악의적이고 계속적인 소수자가 사이버 모욕, 사이버명예훼손 등을 자행할 때 이를 근절하는 효과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지만, 인터넷 댓글을 통한 인격권 침해가 보편화된 상황에서는 보다 총체적이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또  "모든 인터넷 이용자를 범법자로 만들지 말고, 범법 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인터넷 이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사이버 모욕은 확산 속도가 빨라 형법상 모욕죄보다 가중처벌해야 하고,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형법상 모욕죄와 달리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대해 "모욕은 명예훼손과 달리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단순히 경멸적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므로 전파성이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모욕이 전파성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특정인이 한 모욕적 표현이 인터넷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본 사람들이 죄의식 없이 따라 하는 문화적 전파력에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사이버 모욕의 심각성은 일반 모욕과 달리 해로운 군중심리를 일으킬 수 있다는 데에 있고, 이러한 문제는 대표적인 모욕적 표현을 강력히 처벌함으로써 해결하는 것보다 그러한 모욕적 문화를 허용하지 않도록 댓글의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최근 인터넷상 인격권 침해행위가 대부분 포털에서 발생하는 만큼 포털이 인격권 침해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하고, 인격권 침해가 주로 기사에 대한 댓글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 역시 포털과 똑같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교수는 형법상 친고죄인 모욕죄와 달리 사이버모욕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할 경우 "가장 큰 수혜자는 정치인"이라며 "정부·여당으로서는 인터넷 이용자를 고소하는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고 적대적인 여론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이버모욕죄를 악용할 소지는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도 "사이버모욕죄가 잘못 운영될 경우 처벌이 두려워 누리꾼들이나 게시판 운영자가 정책비판에 소극적일 수 있고, 설혹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도 전형적인 겁주기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사이버모욕죄는 과다한 규제강화로 인해 사이버 공간에서 비판과 견제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태우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는 "사이버모욕죄는 기본적으로 현행 형법상 모욕죄에 비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모욕행위에 대해 그 불법성을 감안해 현재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인 법정형을 상향하는 것이지 기존에 없었던 규정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설'이라는 표현은 정확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 법에 대한 검토는 지난 참여정부 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검사는 사이버 공간에서 피해사실이 순식간에 널리 알려져 인격권 침해가 커지는 점, 민사적 수단으로 손해배상 내지 가처분이 사후적인 조치인 점 등을 감안할 때 "기존 형법상의 모욕죄로는 불충분하고 법정형을 상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의사불벌죄에 대해서는 "같은 반의사불벌죄라도 수사기관은 범죄피해의 중대성과 사회적 해악성에 따라 개입을 결정하기 때문에 자의적 개입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전략기획국 기자는 "인터넷 이용자 관점에서 볼 때 사이버 폭력이 횡행하는 인터넷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으면서도, 정부가 바뀌고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사이버모욕죄 신설이 추진되는 모습을 보면 이 법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왜 하필 사이버모욕죄를 지금 만들려고 하는지, 타이밍 좋지 않을 때 제도가 도입되면 불필요한 갈등으로 사회적 비용만 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기자는 또 "모욕죄 신설과 함께 다른 제도적 장치나 교육 제도의 보완 등이 종합적·입체적으로 다뤄져야 하는데 규제장치만 구상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정부 조치가 긍정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그동안 10년 넘게 인터넷이라는 공간과 문화를 충분히 누리고 학습한 이용자들은 인터넷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공간이라고 인식해 왔는데, 사이버모욕죄는 이러한 인식을 일거에 전환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곤 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협회 내에 포털정책협의회를 구성해 명예훼손, 초상권·저작권 침해, 욕설, 개인정보 침해 등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의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며 "댓글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하는데, 그것은 인터넷 서비스가 10년 넘게 발달해 오는 과정에서 그에 대한 교육이 없었던 것이고 사업자가 할 수 있는 교육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방청석에서 있던 장선호 변호사는 "직업상 연예인을 자주 접하는데, 연예인들은 일반인과 달리 대중 공포증을 직업적으로 극복한 사람들"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댓글 때문에 목숨을 끊었다'는 인과 관계가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며 "지난 2004년 사이버 공간에 대해 남극, 공해 등과 같이 국제법상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보자는 견해가 이미 제기된 만큼 인터넷 규제를 만드는 것이 나중에 다른 나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과연 정부가 해야 할 일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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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모욕죄, 키워드는 '통제' (참세상, 유영주 기자, 2008년12월15일 13시47분)
[미디어 관련법 진단](2) - 정보통신망법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사이버모욕죄는 정보통신망법에 신설하는 나경원 의원안과 형법상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는 장윤석 의원안이 있는데, 입법 취지는 다르지 않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입법취지가 인터넷에 대한 보수세력의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듯’ 하다고 진단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인터넷 여론이 노무현 정부의 탄생에 큰 역할을 했고, 올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확산되는데 있어서도 인터넷이 중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죠. 인터넷이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의식의 또 다른 측면은 정부나 한나라당이 인터넷 여론을 자신들에 대한 ‘정당한 비판’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왜곡이나 무분별한 비난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자신과 다른 견해를 ‘정보에 대한 왜곡’으로, 자신에 대한 분노의 표현을 무조건적 비난이나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른 인터넷 통제 정책은 보수세력의 문화적 보수주의와도 결합되어 있다고. 
 
“사실 인터넷 실명제나 행정부의 검열과 같은 인터넷 내용 규제의 기본 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미 마련된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정책은 이러한 기본적 내용규제 틀에 더하여, 과거 독재정권 시절과 같은 강압적 통제방식을 더한 것입니다. 수사기관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의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버모욕죄’나 사업자들을 사적 검열관으로 만들고자 하는 ‘모니터링 의무화’가 그러한 사례죠.” 
 
한나라당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의 백미는 사이버모욕죄. 사이버모욕죄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무엇이 ‘모욕’인지 불명확하다는 것, 하나는 이를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로 규정했다는 것. 형법상 모욕죄는 친고죄를 적용하나, 사이버모욕법은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해 수사기관이 개입하고 경찰이 자의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언론인권센터가 나경원 의원 등에게 “김영삼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모욕한 ‘미네르바’를 처벌하시겠습니까? 문근영 씨의 선행을 악의적으로 모욕한 지만원 씨를 원색적으로 비방하고 모욕한 네티즌을 처벌하시겠습니까?”라고 공개 질의를 던진 것도 사이버모욕죄 입법 내용의 뜽금없음을 드러낸 사례다. 수사기관이 인터넷 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반인들의 모욕을 해결해줄 시간이나 있을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수사 인력을 배치할 것인지 등도 개정된 후 볼만한 풍경일 듯하다. 
 
외국 사례는 딱이 들 것도 없는데, 모욕을 범죄로 해서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일본과 독일 정도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마지막 유죄판결이 1960년대였고, 일본에서는 처벌이 매우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마저 폐지되거나 사문화되고 있는데, 이유는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권력자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남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오병일 활동가는 미디어행동의 인터넷통제TF 활동의 성과를 토대로 최근 ‘사이버인권법’을 제시했다. 별도의 입법안을 제정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사이버모욕죄 신설, 인터넷실명제 확대, 인터넷감청 허용(통신비밀보호법) 등 정부의 인터넷 통제에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 방향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정부의 내용 규제 정책에 대한 반대에 집중한 반면에,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를 넘어 우리 자신의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장악한 현 국회에서 우리의 입장이 관철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궁극적인 우리의 그림을 갖고 있어야 이명박 정부 이후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싸움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지난 정보인권운동 10년의 과정을 돌아보더라도 더이상 ‘반대’만 이야기하고 있을 처지가 못된다. 정보통신망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을 통해 국가권력의 시민사회에 대한 감시 통제를 강화하려는 흐름을 막고 대안 방안을 제시할 때가 되었다. 오병일 활동가는 정보통신망법 개정 제안의 요지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선, 강제적인 인터넷 실명제는 폐지해야겠고요, 둘째,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과 같은 인터넷 상의 분쟁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체적 분쟁해결 제도를 마련합니다. 셋째, 방통심의위의 심의 대상을 축소하되, 특히 방통심의위가 모든 형태의 표현에 사법적 권한을 갖도록 하는 ‘기타 불법정보’라는 모호한 규정은 삭제해야겠죠. 넷째, 현재 행정기관인 방통위가 최종적인 사법적 권한(삭제권한)을 갖는 것을 폐지하고, 게시자가 원할 경우 사법적 판단을 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이버인권법은 국가권력의 사이버 통제 대신 네티즌의 자율적 기능을 강조하는데, 따라서 시민사회의 권리 보호, 보장을 기본 취지로 한다. 이는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와 통제,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는 것으로, 위로부터의 통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사회화로서의 ‘통제’를 의미한다. 당장은 어렵겠다. 사이버모욕죄를 포함한 ‘언론장악 7대악법’은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7대악법이 적용되면 인터넷 공간은 지금보다 더 강력한 위로부터의 감시가 작동될 것이고, 정치와 자본과 사업자와 이용자간 분란과 대결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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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통제법 대신 사이버인권법 (참세상, 유영주 기자, 2008년12월22일 8시21분)
사이버인권 보호를 위한 법률 제안1 - 정보통신망법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확대 사회행동,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8일 사이버 통제 입법에 반대하며 ‘사이버인권 보호를 위한 법률 제안 1 - 정보통신망법’을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악법’으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모니터링 의무화, 임시조치 의무화 등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모바일 등의 감청 강화와 범죄 수사를 목적으로 통신기록 보관을 의무화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강제적인 인터넷 실명제 확대와 사이버모욕죄 신설 등을 꼽았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특히 사이버모욕죄, 인터넷실명제, 인터넷 감청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등 기본적 인권을 침해해 이미 사이버통제법으로 명명한 바 있다”고 말하고 “인터넷의 자유와 민주주의,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사이버인권법’을 건설적으로 제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이버인권법 제정의 취지로 발표한 첫 번째 정보통신망법 부분에서는 △강제적 인터넷실명제 폐지 △규제 법률의 명확한 규정 △표현의 불법성은 사법적 판단에 근거 △명예훼손 등 사인간의 권리침해 분쟁의 신속한 분쟁해결 제도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의 사적 검열기관 반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사이버 인권 보호를 위한 법률 제안 1 - 정보통신망법
 
1. 강제적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본인확인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익명 표현의 자유를 침해합니다. 또한 내부 고발자나 권력에 대한 비판 발언을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인터넷 역기능'에 대응한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주민등록번호의 도용과 개인정보 유출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익명이든 실명이든 게시판의 형태는 다양하고, 인증의 방법도 다양합니다. 어떠한 게시판 시스템을 채택할 것인지는 개별 인터넷 공동체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지, 정부가 특정한 시스템을 무조건 강제해서는 안됩니다. 
 
2. 규제되는 표현은 법률에 명확히 규정되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적 효과를 수반"하며,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규제 대상을 모호하게 규정하여(제44조의7 1항 9호,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정부의 자의적인 검열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법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 보수신문 광고주 불매운동 관련 게시물을 불법정보로 삭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위헌적인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1항 9호는 삭제되어야 합니다. 
 
3. 표현의 불법성은 사법적 판단에 근거해야 합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명령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도 없이 행정기관의 자의적 결정에 의해 인터넷 사업자가 게시글을 삭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위헌적인 정부의 검열입니다. 불법성 여부에 대해 게시자가 사법적 판단을 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합니다. 
 
4. 명예훼손 등 사인간의 권리침해 분쟁은 신속한 분쟁해결 제도를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인터넷 상의 게시물에 의해 실제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를 빌미로 권력자들이 사회적 약자의 표현을 통제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사측의 요청으로 이랜드 노조의 주장을 담은 게시물이 임시조치된 바 있습니다. 게시물로 인한 인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정당한 표현은 보장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잠재적 피해자의 요청이 있으면 신속히 임시조치를 취하되, 게시자의 이의신청이 있으면 게시물을 '복구'하고 분쟁조정기관을 통해 신속히 '분쟁조정'을 하도록 해야합니다. 이와함께 양 당사자가 분쟁조정 결과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 사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5.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가 사적 검열기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ISP가 정부 검열을 대리하는 사적 검열기관이 될 것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ISP는 이용자들의 자율적인 표현과 소통을 매개하는 중립적인 전달자일 뿐입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모니터링 의무화'는 ISP의 자의적인 검열을 강요하는 것이므로 철회되어야 합니다. ISP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게시물 삭제는 최대한 배제해야 하며, 권리침해 게시물이나 불법정보의 처리에 대해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절차를 따르면 법적 책임을 지지않도록(면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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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모욕죄, 어떤 글도 통제·처벌 ‘인터넷 보안법’ (경향, 이주영기자, 2008-12-24-17:48:33)
ㆍ국정원, 메신저·e메일도 감청… “표현의 자유 위축, 결국 민주주의 파괴”
 
한나라당은 사이버모욕죄 도입, 인터넷 실명제 확대, 인터넷 감청 등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면서 ‘익명성으로 인한 피해 최소화’를 내세운다. 하지만 이를 명분으로 한 여론 통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이자 인터넷을 통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려는 여권의 움직임은 지난 봄 촛불정국에서의 반 정부 여론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빨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인터넷 실명제 확대, 인터넷 사이드카 도입 등이 거론됐고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는 여당의 시각을 충실히 담은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를 토대로 한나라당이 마련한 인터넷 통제 법안들을 뜯어보면 ‘사이버 국가보안법’이라는 야당·시민단체의 비판이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사이버모욕죄’ 도입이다. 한나라당은 인터넷 게시글·댓글 등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법 적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행 법제로도 형법상 모욕죄로 고소를 제기할 수 있고 민사상 불법행위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형법상 모욕죄가 본인이 고소해야만 수사가 가능한 것과 달리 사이버모욕죄는 제3자가 고소해도 처벌될 수 있도록 규정된 부분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고 있다. 경실련은 “대통령, 정부 공직자 등이 여론을 의식해 고소를 하지 않더라도 검찰·경찰이 즉각 수사에 나서 시민들의 비판적 의사표현 행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포털사업자에 대한 처벌 조항도 담았다. 국정원의 사이버 통제력을 강화한 법안들도 논란거리다. 이런 법안이 통과되면 인터넷에 대한 국정원의 통제를 허용하고 정치사찰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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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법안 분석 (중) 사회개혁법안] 사이버 모욕죄 (서울, 주현진 오상도기자, 2009-01-13  4면)
“피해범위 광범위” vs “정권 비판에 재갈”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야당과 네티즌은 인터넷을 통제해 현 정권에 대한 악플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사이버모욕죄 신설이다. 형법상 일반 모욕죄보다 가중 처벌하도록 돼 있다. 개정안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대표 발의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은 12일 “인터넷상 모욕은 파장이 크기 때문에 처벌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 의원은 “인터넷상에서 행해지는 모욕 행위는 그 피해의 확산 속도가 빠르고 광범위하여 이로 인한 인격권의 침해 결과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고, 사이버 공간의 특성인 익명성과 ‘퍼나르기’등으로 인해 가해자가 누구인지 특정하기도 어려워 범죄 피해에 대한 신고나 고소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특성을 감안해 일반 모욕죄의 ‘징역 1년 이하’ 부분을 사이버모욕죄에서는 ‘징역 2년 이하’로 늘렸다는 것이다. 법의 성격도 피해자의 고소가 없으면 수사할 수 없는 ‘친고죄’ 대신 고소가 없이도 수사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로 강화했다. 한나라당은 이 법안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최진실 등 연예인들의 자살 사례를 꼽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친고죄로 규정하지 않아 남용될 수 있는 데다 댓글 내용이 사실이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도 당사자가 모멸감을 느끼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너무 지나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방위 소속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사이버 모욕죄가 이대로 입안되면 수사기관이 임의로 정권에 비판적인 글들을 마구 수사할 수 있게 된다.”며 인터넷 통제 가능성을 지적했다.
 
민주당은 특히 최근 미네르바를 구속 기소한 근거가 된 전기통신기본법과 연계시키며 사이버모욕죄 신설의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전기통신기본법에는 공공이익을 해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처벌토록 돼 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전기통신기본법상 ‘악의적’ 처벌 조항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것”이라면서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해 위헌 법률 심사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성 의원은 “일반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들이 사이버모욕죄 신설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했기 때문에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도록 유도하는 등 자연스럽게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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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모욕죄’ 찬성 20대가 가장 높아 (경향, 엄호동 |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2009-03-16 18:38:13)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사이버모욕죄’에 대해 야당이나 일부 시민단체들은 지난해부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무책임한 악플로 인한 자살사건 등 부작용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피해자의 요청이 없어도 처벌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 형태로 도입한다는 것은 네티즌들의 입을 막는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는 의외였다.
 
경향닷컴이 지난주 KTF 휴대전화 사용자 20대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이버모욕죄 도입에 대해 59.9%가 찬성의사를 나타냈다. 물론 이들 중 52.3%는 한나라당의 발의처럼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같은 ‘친고죄’ 형태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렇지만 ‘반의사불벌죄’로 추진해도 찬성하겠다는 사람도 전체 응답자의 38.8%나 됐다.
 
응답자의 남녀별 찬성의견은 여성의 경우 61.4%로 남성 58.1% 보다 다소 높았지만 ‘친고죄’로 해야 한다는 응답에서는 남성이 54.3%로, 여성 50.7% 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20대 찬성률이 61.1%로 가장 높았고, 30대가 59.5%, 50대가 59.3%, 70대 이상이 57.1%, 40대가 55.2%의 순이었다. 이들 중 ‘친고죄’로 해야 한다는 응답은 20대가 53.9%로 1위, 40대가 52.0%로 2위, 30대가 51.5%의 순이었고 70대 이상은 50.0%, 50대 42.9%, 60대 36.4% 였다.
 
반면 ‘사이버모욕죄’의 도입을 반대한다고 응답한 35.5% 중에는 그 이유로 56.3%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20.3%는 현행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하지만 이들중 22.5%는 ‘친고죄’ 형태로 추진한다면 찬성하겠다고 응답했다.
 
* 모바일 여론조사 쇼리서치(**247)는 KTF 휴대전화 1400만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설문을 진행하는 모바일 서비스다. 쇼리서치의 특징은 모바일의 즉시성과 상호작용성을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한 응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여론조사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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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미디어위원도 사이버모욕죄 '우려' (미디어오늘, 2009년 04월 17일 (금) 16:42:35 최훈길 기자)
"효과 의문시"·"국가보안법 비슷"…인터넷 규제 방식엔 '이견'
 
언론법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 여당 추천인사들도 한나라당의 사이버 모욕죄 신설안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6월 최종 보고서에서 여당 법안과 다른 입장을 밝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추천 인사인 최선규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는 17일 '인터넷 민주주의와 사회적 책임'(정보통신망법) 주제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이버 모욕죄에 대해서는 효과가 의문시된다. 강력하게 실명 확인을 하는 싸이월드에서 명예훼손이 많이 일어나는 것을 봐도 효과가 의문시된다"며 "최소의 규제 원칙에서 봤을 때 너무 강한 규제가 아닌가. 재고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행 사이버 모욕의 문제점은 자의성이 작용할 수 있는 규제라는 것"이라며 "국가보안법과 비슷한 것으로 임의대로 누구는 처벌되고 누구는 처벌 안 되고 하는 게 핵심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당 정보통신망법 제70조제3항 및 제4항에 "피의자가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모욕적 댓글은 규제를 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에 대한 심한 표현, 공직자에 대한 심한 표현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판례에 있어서 넓게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 "'쥐박이'라고 해서 처벌한다면 민주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유선진당 추천인사인 문재완 한국외대 법대 교수도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혀 사실상 미디어위원회 대다수가 여당의 사이버 모욕죄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현재의 인터넷과 관련한 법제를 어떤 방향으로 제정할지는 여야쪽 의견이 갈렸다. 이날 전체회의에선 민주당쪽 추천 위원들이 사이버 모욕죄를 포함한 여당 법안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하며 다른 규제책을 제안했다. 반면, 여당쪽 추천 위원들은 포털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고 여당 법안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추천 위원인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사이버 모욕죄 같은 것이 사업자 규제를 위해서 만들었지만 실제적으로는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최근 사례를 제시했다. "언론사 대표의 장자연 리스트가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다.…정치적으로 권력화된 집단, 언론권력 집단들이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명예를 소중히 보호하려는 장치로 잘못 사용된다면 네이버, 다음의 권력화는 해결 못하고 특정 정치집단과 권력집단이 자기를 보호하는 부작용이 나오지 않겠나."
 
이 교수의 주장은 여당 정보통신망법안 중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정보에 대한 모니터링 의무 부과'. '임시조치 의무화' 등의 내용과 관련돼 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포털사이트에 과도한 모니터링을 의무화 하는 것이 권력과 사업자의 유착을 가져온다"고 지적하기도 했고, 박민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 집행위원장도 "포털의 횡포를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무작위한 게시물 삭제를 우려한 셈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모니터링 의무화는 통신·신문·방송 매체와 비교했을 때 특별히 규제해야 한다는 가정이 성립돼야 한다"며 '규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법개정 문제 다룰 때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운다는 것처럼 일부 (문제를)해소하기 위해 그것이 가지는 또 다른 파생시킬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강상현 위원장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쪽 추천 위원인 김기중 변호사는 "불법 여부의 판단은 사법부나 적어도 사법자용을 하는 전문기관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보 게재자와 권리 주장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조정할 시스템을 구축하고,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면책을 규정하는 것이 정도(正道)"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 창조한국당 추천 위원인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공정거래법이 가진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해야지 내용 규제로 가는 것은 검열이 되는 것"이라며 현 공정거래법을 통한 규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모니터링 의무화 등 여당의 각종 포털 규제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강길모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는 "인터넷 포털은 조중동, 재벌보다 10배 정도의 위력이 있다"며 "포털이라는 것이 엿장수 맘대로 대한민국 인터넷 시장 좌우했다"고 주장하고 포털 규제에 동의했다.  
 
사이버모욕죄에 부정적인 최선규 교수도 "모니터링 의무 등은 사전적 피해 규제"라며 "사전규제의 필요성은 있지 않나"고 밝혔다. 김영 전 부산 MBC 사장은 "포털이 언론 범주에 진입했다면 실명으로 기사를 쓰고 실명으로 밝혀야 하지 않나. 당연히 포털에도 실명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희재 실크로드 CEO 포럼 회장도 "포털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3대 요소는 검색권력과 언론권력, 그리고 아무런 제약 없이 자행하는 불법 저작권 침해"라며 검색서비스사업자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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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사이버모욕죄’ 도입 홍보? (경향, 조현철기자, 2009-04-24 00:16:41)
ㆍ사이버범죄 대처요령 책자 발간·배포
 
법무부가 사이버 범죄에 대처하는 대국민 홍보 책자를 발간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모욕 행위에 대한 처벌을 언급해 ‘사이버 모욕죄’를 사전 홍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도입을 추진 중인 사이버 모욕죄는 피해자 고소 없이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기 때문에 야당은 “인터넷 여론을 압박하는 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는 23일 <아뿔싸! 알면서도 속는 사이버 범죄>라는 소책자 2만부를 전국 지방자치단체 민원실과 농협, 우체국에 배포했다. 최근 급증하는 메신저 사기, 게임 아이템 사기 등 신종 사이버 범죄를 예방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책자 중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은 자신이 직접 글을 쓰지 않아도, 또 진실한 내용이라고 해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면 사이버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며 일반 명예훼손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는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법상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데 형량이 형법상 명예훼손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법에는 현재 ‘모욕 행위’에 대한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법무부가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런 내용을 끼워넣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률가에게는 명예훼손과 모욕 행위가 다르지만 국민은 거의 같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 그렇게 표현했을 뿐 사이버 모욕죄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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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모욕죄, 민주주의 뒤에서 잡아당기는 악역될 것" (오마이뉴스, 김용국 (jundorapa), 2009.07.03 13:54)
서울고법 이종광 판사 '표현의 자유와 사이버모욕' 논문 주목 
 
"사이버모욕죄가 입법이 된다면 대법원이 확장해온 표현의 자유를 축소시키고 우리 공동체의 민주주의를 뒤에서 잡아 당기는 악역을 맡을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인터넷상의 모욕 행위를 '특별히' 처벌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모욕죄를 논리적으로 비판한 현직 판사의 글이 법원 안팎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종광 서울고법 판사는 지난달 26일 법원 내부전산망에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 사이버상의 모욕행위에 대한 규제'라는 제목의 논문을 올렸다. 이 글이 올라오자 판사들과 직원들은 "표현의 자유와 사이버 모욕죄의 관계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한 논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판사는 이 논문에서 사이버모욕죄의 필요성과 처벌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고, 국가형벌권 행사 가능성의 확대와 표현의 자유 축소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 판사가 밝힌 구체적인 논거는 어떤 것일까.  
 
(이 판사의 논문은 지난 2일 대부분의 언론에 소개되었다. 하지만 원문이 A4 30여장에 달하는데도 대부분 짧은 분량으로 기사화했고, 논문의 내용을 일부 잘못 소개한 부분도 있었다. 최근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둘러싼 논의를 위해 도움이 되는 글이라는 생각에서 소개한다. 이 판사는 이 논문을 다양한 관점 중의 하나로 이해해달라는 입장이다.)  
 
먼저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모욕죄가 어떤 건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경원 의원 등이 발의한 법률개정안의 취지와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최근 인터넷상의 권리침해 분쟁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법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인터넷상의 모욕행위는 그 피해 확산 속도가 빠르고 광범위하여 인격권의 침해 결과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고, 익명성 때문에 범죄 신고나 고소가 어려운 특성이 있다. 따라서 현행법(형법상 모욕죄)으로는 대처가 어렵거나 불충분한 영역이 많아 처벌을 강화하고 친고죄 대신 반의사불벌죄로 완화하고자 한다."
 
요약하자면 한나라당 개정안의 특징은 ▲일반 모욕죄와 별도로 인터넷상의 모욕 처벌 근거 마련 ▲일반 모욕죄(1년이하 징역 또는 2백만원 이하 벌금)보다 가중처벌(2년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반의사불벌죄로 개정 등으로 볼 수 있다. 
 
이 판사는 논문을 통해 사이버모욕죄 도입 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판사는 먼저, 사이버모욕죄 도입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현행 형법으로도 사이버상의 모욕행위는 계속 처벌되어 오고 있다"며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일부의 견해는 아무런 근거가 없고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임수경씨 아들 사망사건을 다룬 인터넷 기사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벌금형), 인터넷 토론방에 박근혜 의원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린 작가(징역형의 집행유예형)가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된 판례를 소개했다.
 
이 판사는 이어 사이버상의 모욕을 일반모욕죄보다 가중처벌하게 만든 조항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리 사회는 공동체에 커다란 심리적 충격을 준 범행이 발생하는 경우, 사회적 문화적 요인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소홀히 한 채 즉각 강력한 처벌법규만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대신한 입법적 경험이 많다"고 사회풍토를 거론했다. 
 
그는 "사이버모욕죄만 해도 이른바 '최진실법'이라고 불리워지고 있고, 그 외에도 특별법에 많은 가중처벌 조항이 이 같은 경위로 제정되었다"며 "이런 법률들이 우리 공동체의 관심사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을런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라고 판시한 인터넷에서의 의사표현에 대하여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할 경우 표현의 자유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판사는 이 법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신설된 2001년 이후에도 사이버폭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03년 4991건에서 2007년 12905건으로 가파른 증가율을 보인 것을 제시하며 "사이버모욕죄가 입법이 되더라도 크게 달리지리라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법원의 판례가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한 뒤 "표현의 자유가 민주사회에서 가지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를 고려할 때 법원의 양형이 현행 모욕죄의 처벌에 견주어 급격하게 변동되리라고는 쉽게 예상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이 판사는 특히 사이버모욕죄가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로 바뀌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렇게 되면 "국가는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히기 전에도 사이버상에서 모욕적 표현을 한 자를 소환, 신문하고 구속, 처벌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의 가장 큰 차이는 피해자의 고소가 수사기관의 공소제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냐에 있다. 친고죄는 고소가 있어야만 기소하여 처벌할 수 있는 반면, 반의사불벌죄는 고소 없이도 기소하고 처벌할 수 있다. 다만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다. 현재 모욕죄는 친고죄로 되어 있다.)  
 
그는 사이버모욕죄가 반의사불벌죄로 정해진다면 ▲국가형벌권 행사 가능성이 확대되고 ▲국가수사력의 경제성 차원에서 낭비가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 축소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판사는 "반의사불벌죄 규정의 신설은 의사표시가 형사처벌 과정에서 적극적 기능을 하는 친고죄와 달리 소극적 기능을 하는 반의사불벌죄를 신설함으로써 국가형벌권의 행사 가능성을 확대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가형벌권 행사의 확대는 다른 행정적, 민사적 방안보다 훨씬 강력하게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게 하여 언론이나 개인의 자기검열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고, 공동체의 중요한 관심사에 대한 시민들의 발언을 억제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법은 "정치인 등과 같이 일반 시민들(특히 수사기관 종사자)이 알 수 있는 적은 범위의 피해자들의 명예감정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수단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피해자에 따른 수사력의 차별적 행사나 엄청난 수사 인력의 증가에 따른 국민부담의 증가로 공권력의 형평성 및 국가수사력의 경제적 운영이라는 관점에서도 부당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정치인 등 소수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막대한 수사인력이 투입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낭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판사는 개정법률안이, 개인 감정을 중요하게 여겨야 할 모욕 사건을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국가가 평균인의 시각에서 판단하여 어떤 사이버상의 표현에 대하여 피해자가 모욕감정을 느꼈을 것이라고 예단하여 피해자의 아무런 처벌의사가 표시된 바 없음에도 수사하고 구속할 수 있다는 것은 모욕이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을 "수사기관이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을 미리 판단해서 수사하고 구속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고 이는 "국가의 공권력이 개인의 가슴속의 마음을 미리 판단하여 공권력을 발동하겠다는 의도로서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이 판사는 사이버모욕죄 도입이 자칫하면 사이버상의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거론했다. 그는 "우리의 현행 명예보호법은 언론자유의 가치보다는 외적 명예의 보호에 치우쳐 있고, 헌법적인 관점에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사이버모욕죄가 입법이 된다면 표현의 자유를 축소시키고, 공동체 민주주의를 뒤에서 잡아 당기는 악역을 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판사는 1964년 미국이 '뉴욕타임즈 원칙'을 통해서 언론기관의 공적 인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에 관한 원칙을 확립한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MBC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와 관련 명예훼손 형사 소송이 제기된 상황을 언급하면서, 끝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어느 누군가의 표현행위가 정치인 등의 공적인물이나 또는 다른 이웃의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고', 그로 인한 분쟁을 수사하고 심판하는 국가기관에게까지 그런 표현이 '거슬리는' 상황에서라도, 그 공동체가 존재할 수 있는 헌법적 토대로서의 '사회의 평화' 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감대적 가치'는 수호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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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5 21:18 2009/07/0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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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비정규직 해고의 선두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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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비정규직법의 기간제한 2년 조항이 적용된 이후 비정규직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유예기간을 둘러싸고 대치하고 있기에 더욱더 관련기사가 더욱더 그러할지 모른다. 자신이 비정규직이어서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당사자라 하더라도 이렇게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갈피를 제대로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다 보니, 또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현실적으로 무력한 상황에서, 보수언론에서 쏟아지는 비정규직 관련기사에 관심을 둘 여유도,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는 기사에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관련기사라도 정리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비정규직법 적용과 관련하여 대기업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준비를 했기에 별로 문제가 없고, 영세기업은 숙련기술 문제 때문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의 탄압(?)을 받을까봐 눈치를 보면서 이를 공개하기 꺼리고 있는 형편이란다. 이쯤되면 MB정부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는 대충 알고 있을 텐데도 노동부와 보수언론은 악어의 눈물을 흘리면서 비정규직 해고문제를 걱정하는 것처럼 얘기한다. 
 
노동부가 그 정도하면 다행이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하여 현장의 소리를 듣는답시고 기업의 인사담당자(노무담당자들일 터이다)들을 만나서 그들의 고충을 들었다. 또한 비정규직법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대량해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노래를 불러왔지만, 그리 많이 발생하지 않은 것에 당황하면서도 그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서는 조용한 해고가 진행되고 있단다. 어느새 대량해고사태가 조용한 해고로 바뀌었다. 아니 같은건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공공기관에는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해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비정규직 부당해고를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 운운하며 이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졌다면 경영평가의 정부권장시책 이행여부 평가항목에 집어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 쥐꼬리만하게 반영되는 것마저 삭제해버렸다. 
 
한승수 총리는 3일 "(공공기관 경영진들도) 객관적으로 경영평가를 주기적으로 받기 때문에 경영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강구해서 하는 것인데, 정부서 이래라 저래라 하면 공기업의 자율성을 정부가 스스로 말소하는 것과 같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번 경영평가에서 잘 드러나듯이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을 잘 따랐느냐 여부가 평가의 핵심이었고, 결국 이는 정부 말을 고분고분하게 잘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고 협박하는 것이었음이 명백하였는데도 그런 소리를 하였다.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자 한다면 정부와 공공기관이 나서서 모범사업주로서 고용을 창출하고 정규직 전환에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해고사태에 앞장서는 공공기관들이 많은 것을 보면 정부의 협박은 잘 먹혀들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형편이니 공공기관들이 이미 해고 통지한 이들까지 해고통계에 집어넣어 해고숫자를 부풀린다고 해서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어쩌면 사기업이 공공기관보다 오히려 비정규직 해고비율이 낮은 것에 주목하여 "그러기에 공공기관들을 차라리 민영화, 사유화하는 게 옳다"고 주장하는 꼴통들도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실제 본연의 고유목적 실현에도 관심이 없고, 공공성 확보에도 신경을 쓰지 않으며, 오로지 정부의 눈치만 살피면서 방만경영, 도덕적 해이의 질타만 받는 공공기관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역시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자각하고 나서야 할텐데,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암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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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공기업 ‘비정규직 해고’ 앞장 (한겨레, 남종영 황보연 기자, 2009-07-02 오전 07:40:59)
비정규직법 적용 첫날…‘계약해지’ 줄이어
대기업 미리 ‘외주화’ 정규직 전환 부담 회피
“사용사유 제한 등 근본 해결책 모색 나서야” 
 
이날 크게 우려됐던 기업들의 ‘해고 대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의 영향력이 큰 공기업에서 해고가 줄을 이었다. 대기업은 1~2년 전부터 법 시행에 대비했다. 계약직 직원들의 업무를 아예 외부 용역업체에 맡기는 ‘외주화’를 하거나, 일부는 고용을 보장하되 임금에선 정규직과 차이를 두는 무기계약직으로 돌렸다. 한 대기업의 인사담당 임원은 “이미 비정규직법 시행을 전제로 인력관리를 했기 때문에 법이 어떻게 바뀌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에 정부 지원이 절실한 일부 중소기업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한 중소업체 사장은 “2년 계약 만료일이 다가온 4명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며 “법 시행이 유예되지 않으면 해고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결과
 
오히려 계약 해지 움직임은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두드러졌다. 한국토지공사가 최근 145명을 계약 해지했으며, 경기 지역 한 농협 유통센터도 1일 비정규직 10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한국방송>도 이날 비정규직 6명을 계약 해지했고 대한주택공사도 2일 31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할 예정이다.
 
계약 해지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의 정책 신호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은 크게 위축됐다. <한겨레>가 입수한 ‘공공기관 비정규직대책추진위원회’(위원장 노동부 장관) 자료를 보면, 2007년에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미전환율이 목표 대비 4%에 그쳤으나,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가 일던 2008년에는 12%로 급증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420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한국방송처럼 공기업이 나서서 비정규직 해고에 나서면 다른 민간 기업에 영향을 줘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우선 정부와 공공기관이 정규직화를 선호하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의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방식의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상시적 업무의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하고, 프랑스처럼 일시적인 업무나 특수 직종에만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은 “현행법에선 노동자가 실직과 이직을 반복하는 사이클 속에서 용역이나 파견 등 더 나쁜 일자리로 전락할 위협이 상존한다”며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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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직 국가’ 오명벗은 스페인 (한겨레, 황보연 기자, 2009-07-02 오후 07:29:03)
[비정규직법 개정 무산 이후] 비정규직 사용시한 늘리니 되레 늘어
사회협약 통해 정규직 전환 유도 ‘결실’
 
  
"비정규직 '해고대란'? 스페인처럼 해보자"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09-07-03 오전 8:49:10)
사회공공연구소 "정규직 전환이 최선의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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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비정규직] 해고대란 앞장 '희한한 공기업' (한국일보, 최진주 기자, 2009/07/03 03:16:30)
주택공사 31명·토지공사 148명·원자력硏 94명 해고…野 "정부가 해고 컨트롤"
 
비정규직법 개정 지연에 따른 비정규직 해고 사태가 일반 기업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이 전체 고용의 35%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2년 이상 근속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무기계약으로 연장토록 한 입법 취지를 잘 살려야 할 공기업들이 오히려 법을 무력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주택공사는 31명의 비정규직에 계약 해지 통보를 했다. 이에 앞서 토지공사는 148명을 무더기 해고했다. 보훈복지공단도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맞춰 산하 보훈병원들에 비정규직 근로자 383명을 단계적으로 해고하라고 최근 통보했다. KBS도 1일 6명의 비정규직 직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영세ㆍ중소기업도 아닌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은 이미 무기계약 전환이나 파견 근로 등을 통해 비정규직법을 대비해 해고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대기업과 대조된다.
 
국책연구소의 석ㆍ박사급 연구원들도 대거 계약 해지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일 석·박사급 계약직 연구원 60여명을 포함해 2년 계약이 만료된 총 94명의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석ㆍ박사급 연구원이라 해도 석사 수료 또는 박사 수료 후 논문을 준비 중인 연수생이 대부분"이라면서 "핵심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진행중인 연구에 큰 차질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들 상당수가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활용해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어서 개인적인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천문연구원의 계약직 연구원 7명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계약직 연구원 3명도 계약 해지됐다.
 
이처럼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계약 해지에 앞장서는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은 정부 여당에 책임을 물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일 의원총회에서 "지금 토공·KBS 등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있다"면서 "정부여당은 대량 해고 사태를 보여주고 싶은데 이것이 일어나지 않자 스스로 컨트롤이 가능한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통해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홍희덕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7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은 7만1,861명의 정규직 전환대상자 중 6만9,02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전환율이 96%에 달했다. 그러나 2008년 들어서는 목표치 1만6,950명 중 1만4,961명만 정규직으로 전환, 88%로 전환율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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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긴 비정규직 “계약해지” 날벼락…부당해고 논란 (한겨레, 남종영 기자, 2009-07-03 오후 07:36:02)
법 발효로 2년+하루만 더 일해도 무기계약직 전환
국회사무처·농협 등 뒤늦게 통보…법정다툼 불가피

 
국회 사무처는 지난 2일 6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2년 이상 일한 기간제(계약직) 노동자 19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들은 올해 맺은 근로계약 기간이 지난달 30일 만료됐지만, 사무처의 통보가 없어 2일까지 정상 출근했다. 하지만 사무처는 2일에야 계약 해지를 통보해 ‘부당 해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이들이 근속기간 2년을 넘긴 1일 이후에도 근무했기 때문에 비정규직법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간주된다”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들에게 이유 없이 나오지 말라는 것은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현행 비정규직법에선 2007년 7월1일 이후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2년 넘게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해고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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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총리 "공기업의 비정규직 해고는 자율" (뷰스앤뉴스, 김동현 기자, 2009-07-03 14:19:05)
"정부가 공기업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 못해"
 
한승수 국무총리는 7월 3일 오전 국회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찾아 "여야간 국회 안에서 빨리 협의해서 가능한 법 개정을 통해 구제할 수 있는 실업 당사자들이 빨리 구제될 수 있게 노력해주길 바란다"며 "비정규직법을 포함해 47개 법안이 국회 계류돼 있는데 그것을 빨리 통과시켜줘야만 정부에서 일할 수 있다"고 비정규직법 통과를 촉구했다.

이에 정 대표는 특히 "민간부분은 정규직화하든지 무기계약직으로 돌리는 등 다른 방법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러고 노력하는데, 정부가 나서서 공기업과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는 당장 중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영희 노동부장관을 지목하며 "나는 이 분이 노동부 장관인지 아니면 기재부 장관인지 지경부 장관인지 알 수 없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그러나 "공기업의 경우도 경영권의 자율화라든가 해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할 수 없다"며 "그 사람들도 객관적으로 경영평가를 주기적으로 받기 때문에 경영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강구해서 하는 것인데, 정부서 이래라 저래라 하면 공기업의 자율성을 정부가 스스로 말소하는 것과 같아 할 수 없다"고 공공부문 해고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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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시민’ 양산 열올리는 정부 (한겨레, 이완 기자, 2009-07-03 오후 10:17:14)
흔들리는 ‘비정규직 보호’
고용불안 떠는 비정규직, 정규직과 같은일 하고도 임금 근로조건 차별심각

 

» 임금으로 본 비정규직 실태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처우는 정규직과 너무나 크게 벌어져 있다. 고용이 불안한 것은 물론이고 임금도, 4대 보험 가입도, 유급휴가 쓰는 것도 정규직과는 차이가 크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이 ‘통계청의 2009년 3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24만원으로 정규직 253만원의 48.9%에 그쳤고, 시간당 임금도 비정규직은 6738원으로 정규직 1만3547원의 49.7%에 머물렀다. 지난해 3월보다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6만원 오른 반면, 비정규직은 오히려 6000원 줄어들었다. 법정 최저임금(시간당 4000원)도 받지 못하는 임금노동자 222만1000명 가운데는, 비정규직이 207만8000명으로 93.6%나 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사회안전망’도 매우 취약하다. 또다른 공기업에서 일하는 박아무개(43)씨는 “임금 문제도 크지만 회사 안 차별적 처우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기 전, 비정규직이었을 땐 상여금도, 명절 선물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박씨는 “정규직과 무슨 얘기를 할 때마다 자격지심을 느꼈다”며 “이렇게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더러운 처지인 비정규직을 정부가 왜 이리 더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의 차이는 통계에서 쉽게 확인된다. 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 98.1%, 건강보험 98.7%, 고용보험 82.2%에 이른 반면, 비정규직은 각각 34.7%, 37.5%, 35.7%에 그쳤다. 퇴직금·상여금이나 유급휴가도 정규직 노동자 90% 이상이 받지만, 비정규직은 21~28%만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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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유연화, 경제성장 ‘독’ 될수도 (한겨레, 최우성 기자, 2009-07-03 오후 07:24:47)
<전문가들 분석> 내수 강화·성장잠재력 도움안돼
비정규직 10%→정규직 전환때 GDP 1.56~2.79% 늘어나
 
정부와 재계가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내세워 노동시장 유연화를 밀어붙이는 것과 달리, 비정규직 증가 등 노동시장 유연화가 경제성장에 되레 걸림돌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황선웅 박사후연구원은 최근 노동소득 분배율과 수출입 함수, 투자 등의 변수를 이용해 비정규직 고용 확대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 조사한 바 있다. 황 연구원은 “전체 비정규직 가운데 1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적게는 1.56%, 많게는 2.79%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경제성장에는 ‘약’보다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노동시장 유연화가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송태정 우리금융그룹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은 “당장 단기적인 시야로 보더라도, 현재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구매력의 확충이 가장 시급한데 노동시장 유연화는 위기 탈출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며 “당장 기업의 비용을 일부 줄이는 효과보다는 기업 실적에 되레 해가 되는 측면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일섭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의 내수 역량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는 방향으로 개편한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노동시장 유연화는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장기적인 잠재성장능력을 키우는 데도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한 국책 경제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오늘날 경제구조는 이미 노동력의 양적 투입보다는 인적자본의 질을 높이는 데서 판가름나는 쪽으로 변했다”며,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면 교육기회의 상실과 숙련도 저하 등을 가져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능력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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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용조정 속도 OECD 국가 중 1위 (한겨레, 황보연 기자, 2009-07-03 오후 10:14:20)
노동유연성 논란 진실은
전체 유연성 28개국 중 12위
집단해고 자유는 3위
 
» 고용보험제 유연성 자료 한국 순위
 
비정규직법 개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고용 유연성’ 논쟁으로 옮겨붙고 있다.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은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고용 유연성’을 강조했지만, 다수 고용 전문가들은 거꾸로 이미 유연화가 지나치게 진전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고용 유연성’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역대 정부 모두 주요 과제로 추진해 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는 외환위기 때 미흡했던 과제로, 이번에도 못하면 우리 경제가 도약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고용조정을 어렵게 만들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논리다.
 
그러나 한국의 고용 유연성은 국제 비교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7년 “한국은 최근 몇년간 회원국 가운데 임시직 비율이 가장 빠르게 늘어난 나라”로 언급했다. 이 기구는 2001년 전체 임금노동자 대비 임시직의 비중이 17%였지만 2006년엔 29%로 급증했다는 통계를 인용했다. 임시직 비중의 증가는 노동시장 유연화의 대표적인 근거다.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어 온 유연성 지표는, 2004년에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고용보호법제 경직성 지수’다. 여기서 한국의 유연성 순위는 28개 회원국 가운데 12위로 비교적 유연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규직 고용보호는 16위, 임시직 고용에 대한 규제는 17위였다. 집단해고 규제를 비교한 항목에선 3위로 미국이나 영국보다 유연하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정부는 세계경제포럼(WEF) 등 다양한 기관에서 나온 유연성 지표를 거론하며 노동시장이 경직됐다고 주장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비교 지표가 가장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상황 변동에 따른 고용의 변화 정도에선 한국이 매우 유연한 축에 들어간다. 노동연구원이 2005년 각국 고용조정 속도를 추정한 결과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60개국 중 9위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선 1위였다. 당시 연구에서 이인재 연구위원은 “한국은 고용조정 필요 인원의 대략 70%가 당해연도에 조정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노동시장 규제 수준에 비해 고용조정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라고 분석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고용조정과 비정규직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춘 노동시장 유연화가 과도하게 추진되면 경제운용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깨뜨려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나 유럽연합(EU) 등에선 유연성과 안정성이 조화를 이루는 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고 지적했다.
 
고용 유연성보다 임금이나 근로시간 유연화에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임금제도의 유연화와 탄력적 근무시간제 운영 등 근로시간의 유연화를 꾀하는 것이 노동시장의 효율성 제고에 더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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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시정제도’ 있으나마나 (한겨레, 이완 기자, 2009-07-03 오후 10:18:07)
100인이상 사업장 확대뒤
차별 인정·신청 건수 급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정규직과의 차별을 좁히자’는 것이 비정규직법의 취지인데도, 이를 위해 도입한 ‘차별시정 제도’는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별시정 제도는 비정규직이 합리적 이유 없이 임금·노동시간 등의 차별을 겪으면 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차별 처우를 한 사용자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한 제도다.
 
3일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 사건 처리 결과를 보면, 2007년 7월1일 이후 올해 5월까지 지방노동위원회에 2081건이 접수돼 지금까지 겨우 80건(4.8%)만이 ‘차별’로 인정됐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 이 제도가 적용된 2007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는 864건이 접수돼 89건(10.3%)이 ‘차별’로 인정받았다. 박주영 노무사는 “차별시정 제도가 300인 이상 사업장에 도입된 첫 1년 동안엔, 그나마 대기업들이 차별시정 대상이 되는 걸 회피하기 위해 무기계약직 등 정규직 전환을 했기 때문에 비정규직법의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된 2008년 7월 이후로는, 차별로 ‘인정’되는 건수뿐 아니라 차별시정 신청 건수조차 줄었다. 지난 5월까지 11개월 동안 노동위원회가 차별로 인정한 것은 1278건 가운데 고작 10건(0.7%)뿐이었다. 이 가운데, 차별 시정을 신청한 노동자가 불이익 없이 시정된 것은 한국철도공사의 성과상여금 차별사건 1건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올해 들어선 차별시정 신청도 확 줄어 5월까지 39건에 그쳤다. 이병훈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회장은 “차별시정 신청을 하는 노동자는 회사로부터 해고 위협에 시달리게 된다”며 “이 제도가 제구실을 하려면 당사자뿐 아니라 노동조합도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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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정확한 조사 없이 “대란” 추측… 불안 키워 (경향, 정제혁기자, 2009-07-03 23:59:21)
ㆍ비정규직 해고실태 파악못해… 1달반 전엔 “100만명 위기
 
3일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기간제한 2년 조항이 적용된 지 3일이 지났지만 전체적인 해고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사업체도 마찬가지다. 노동부는 “근로감독관 등을 통해 알아보고는 있으나 기업들이 해당 내용을 밝히기를 꺼려 구체적인 인원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날 노동부는 비정규직 계약해지 사업장 62곳의 사례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상당 수는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이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자료가 비정규직법 적용 대상인 5인 이상 사업장의 계약해지 인원 전체를 집계한 것이 아니어서 사례로 발표한 인원도 합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태도는 사용기간 2년 조항이 적용되면 대규모 해고사태가 발생할 것이라 주장하던 종전 모습과 대비되는 것이다.
 
비정규직 해고 문제에 대한 노동부의 표현도 ‘고용대란’에서 ‘조용한 해고’로 톤이 낮춰졌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해고는 일반적 해고와 다르다”며 “(정규직과 달리) 조용한 해고”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 5월 “7월 이후 100만명 정도가 2년 이상 고용되므로 고용 계약을 갱신해야 할 상황”이라며 “7월 이후부터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되면 해고된다는 점에서 고용 대란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인터넷 설문조사 등 정확한 통계에 근거하지 않은 자료를 활용해 비정규직법 개정 논리를 홍보하려다 빈축을 산 바 있다. 지난 5월 노동부는 2009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 자료를 분석해 발표했다. 당시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비정규직 해고 규모와 관련된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6월 중 해고 규모에 대한 자료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간제한 조항이 발효된 지금까지 자료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달 17일 노동부는 2009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가 급작스레 취소했다. 예정 당일 노동부는 보고서를 보완해 일주일 뒤 내놓겠다고 했으나 2주가 지난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이 보고서에는 비정규직법의 정규직 전환 효과 등을 분석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팩트와 통계는 없이 추측성 주장만 난무하고 있어 생산적인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비정규직법 시행 효과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법 개정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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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르고 보는 공기업, 근로자 껴안는 영세기업 (한국일보, 김성환 송태희기자, 2009/07/04 02:37:14)
"숙련공 잃는 게 더 손해" 조용히 정규직 전환
 
자동차 트랜스미션 베어링을 생산하는 경북 경주의 D산업은 직원 65명에 지난해 매출액 55억원을 올린 소규모 업체다. 이 곳 역시 다른 중소업체와 마찬가지로 직원의 과반수에 육박하는 29명이 파견업체 소속의 외부 인력이었다. 같은 공장에서 정규 직원들과 똑 같은 일을 하지만, 신분은 불안정한 비정규직이었다. 파견업체가 지난달 11일 갑작스레 경영상의 이유로 폐업 신고를 하는 바람에 소속사를 잃은 29명은 즉각 D산업에 고용 승계와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된 것은 다름아닌 '일감'이었다. 사측으로선 주문 물량을 한시라도 빨리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숙련된 근로자들을 교체하기가 쉽지 않았다. 직원들도 사측과 싸우면서 '라인'을 멈추면 공멸한다고 판단, 일요일까지 출근하며 주문량을 소화했다. 이를 통해 신뢰가 다져진 양측은 지난달 15일 고용 승계와 정규직화에 전격 합의했다.
 
박일룡(55) 노조위원장은 "하마터면 정규직 전환은커녕 직장까지 잃을 뻔 했는데, 오히려 화가 복이 됐다"며 웃었다. D산업 김모(50) 이사도 "단기적으로 부담이 되겠지만 숙련된 근로자를 잃는다면 결국 손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 대형 공기업들이 앞장 서서 비정규직을 무더기 해고하는 것과 달리,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 있는 중소기업이 '의미있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D사외에도 경기 군포시의 부품업체 K사도 최근 식당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6명을 정규직화했고, 외국계 화장품 업체인 S사도 직원 16명을 정규직으로 받아들였다. 대구의 D금속도 1일 사내 식당 종업원 5명을 정규직으로 바꿨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도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법이 정치쟁점화하는 바람에 자칫 정부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을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정규직 전환을 한 중소기업체 임원은 "의미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비슷한 사정의 주변 기업들 눈치도 봐야 하고 노동부로부터 '실사 조사' 등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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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비정규직] 민간부문 해고 예상밖 잠잠… (서울, 이경주기자, 2009-07-04  5면) 
 
노동부가 자체 조사해 3일 밝힌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계약해지 사례’에 따르면 1~3일 계약이 해지됐거나 해지될 예정인 비정규직은 981명이다. 이 가운데 공공부문이 516명(전체의 53%)으로 민간부문 465명(47%)보다 많다. 단위 사업장 당 해고 규모도 공공부문 쪽이 훨씬 많다. 업체당 평균 계약 해지 및 해지 예정 규모는 공공부문이 28.7명으로 민간부문(13.3명)의 2배가 넘는다.
 
지금까지 정부는 많게는 1년간 71만명(하루 평균 1945명), 적게는 36만~48만명(986~1315명)의 비정규직이 해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밝혀 왔다. 산술적으로 일부 정규직 전환이 되었다 해도 정부 주장대로라면 지금까지 사흘 동안 최소 3000명 정도는 계약 해지가 이뤄졌어야 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민간부문 해고가 예상보다 적은 것은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공공부문은 쉽게 파악이 되지만 민간부문은 기업 이미지 등을 이유로 근로감독관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전체 비정규직의 44%인 240만명이 종사하는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계약해지 규모가 1~2명씩에 불과해 파악하기가 힘들다고 밝히고 있다. 또 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가 해고를 면하기 위해 편법으로 비정규직의 근로기간을 유예하는 일이 있다는 것도 이유로 든다. 이들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편법은 2년 간 근무한 비정규직을 파견직으로 신분만 바꿔 고용하거나 사업주와 근로자의 합의 아래 기존 근로계약서를 무효로 만드는 것 등이다.
 
반면 민주당과 노동계는 공공부문의 해고로 오히려 민간부문이 정규직 전환 등을 두고 눈치를 보게 만드는 등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계는 대량해고설이 과장됐으며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대립 구도에서 비정규직 계약해지 규모는 7월 실업급여 신청 규모가 나오는 다음달 초에야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10명 중 4명(39.2%)에 불과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마저도 현상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할 것으로 지적한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행정부서 입장에서 해고자가 적게 나오는 것만큼 다행한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조용한 해고에 우는 이들이 있음에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도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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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실직대란' 집계 못해 발동동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2009/07/05 09:00)
"고용불안 심각한데 대란 입증 요구는 사태 본질 외면"
 
비정규직 기간제한 적용에 따라 비정규직들의 해고가 속속 목격되고 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실태는 오리무중이어서 노동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1년간 실직과 정규직 전환의 갈림길에 설 비정규직의 규모가 38만4천명∼100만명 정도라는 전망만 있을 뿐 실제 동향은 정부도 노동계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노동부가 5일 현재까지 발표한 사례를 집계하면 62개 사업장의 1천146명 근로자가 계약 해지를 당하거나 해지될 예정이다. 이는 비정규직법 적용 대상이 5인 이상 사업장의 계약해지자 전원을 집계한 것이 아니고 일부 사례의 단순 합산에 불과해 동향 파악 자료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박사 학위소지자 등 고용기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근로자와 기간제법의 고용기간과 무관한 파견근로자가 포함된 점도 통계 수치로서 가치를 떨어뜨린다.
 
이런 상황에서 계약해지가 민간 부문보다 국책 연구원이나 공사 등 공공부문에 집중됐다는 점을 들어서 야당에서는 `기획해고설'을 제기한다. 고용보험 통계를 분석해보니 작년에 해고된 비정규직 근로자가 58만을 넘은 만큼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은 일상적이며 비정규직법의 영향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법이 적용되는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속기간 2년이 초과해 기간제한에 걸리는 근로자는 71만여명이다. 노동부는 이런 규모가 현재도 있고 앞으로 1년간 37만여명이 근속기간 2년을 넘어 합류하면서 비정규직 고용불안의 연간 규모가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노동부의 불만은 중소기업이 50만개에 달하고 근로감독관이 1천400명에 불과한 현실에서 고용불안의 개연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실태 조사로 대란을 입증하라는 식의 요구가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대량해고 논쟁은 이 장관이 작년 말에 비정규직 기간제한이 적용되면 1년간 100만명이 실직과 정규직 전환의 갈림길에 선다고 말한 것이 시한폭탄이 터지듯 7월 1일에 100만명이 해고된다는 의미로 와전되면서 시작됐다. 노동부는 오해를 바로잡으려고 해명했지만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할 때 법에 의한 억울한 해고보다 상징성이 강해 일반인에 바로 와 닿는 `100만명' 등 고용불안 규모에 기댄 측면도 있어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자리가 있고 일할 수 있음에도 오로지 법 때문에 실직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법 개정의 취지가 지금 와서도 대란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논쟁으로 흐르는 현상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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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비정규 실업대책 `약발' 의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2009/07/05 09:00)
 
노동부는 지난 1일 국회의 비정규직법 개정이 실패로 끝나고서 장관 발표를 통해 실업급여와 생계비 대부,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회적 일자리 사업 등 기존 제도를 비정규직을 위한 실업대책으로 강조했다. 하지만, 희망근로 프로젝트는 이미 신청이 마감돼 신규 실업자가 참여할 여지가 없고 생계비 대부도 즉시 활용이 불가능하며 사회적 일자리도 `재활'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희망근로 프로젝트는 6월 1일부터 11월 말까지 6개월 동안 한정된 사업으로 신청인원은 선발인원을 이미 초과했다. 29만4천74명을 뽑는데 37만7천996명이 몰려 기존 참여자의 이탈을 메울 대기자가 수만명에 달한다.
 
근로복지공단의 생계비 대부인 실직가정 생활안정자금은 가족을 부양할 책임이 있는 저소득 실업자에게 연리 3.4%로 최고 6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도 연소득 2천400만원 이하의 실직자가 최소 3개월 동안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지만 취업하지 못할 때 지원된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실업자들이 당장 활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사업 또한 올해 규모가 2만4천명에 불과하고 극빈층과 장애인, 교도소 출소자 등의 고용 창출을 목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일반 비정규직 해고자에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노동부는 실업급여 지급과 취업알선 등 고용지원센터의 상시 역할을 비정규직 실업자 지원 대책으로 강조한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다른 실업자와 다를 바 없고 다만 일자리가 있는데도 실업을 당했다는 게 더 억울할 뿐이다. 완전히 비정상적인 노동을 하지 않는 한 월급명세서만 제대로 있다면 실업급여를 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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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 (뉴시스, 이국현 기자, 2009-07-05 13:02)
   
한국노총 산하 73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가운데 6월30일로 2년이 도래한 비정규직 57%가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보호와 정규직 전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며 이같은 현황을 공개했다.
 
한국노총은 시행 첫 날인 1일부터 25개 산별을 통해 긴급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3일 현재 고용변화가 감지돼 집계된 산별은 공공연맹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노총 산하 73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은 모두 6945명으로 6월30일로 2년이 도래한 비정규직은 379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한국토지공사가 6월30일로 2년이 도래한 비정규직 근로자 145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으며, 대한주택공사도 31명을 해고했다. 한국도로공사는 22명, 한국법인 한국폴리텍대학은 19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계약해지했다. 현재까지 계약해지된 비정규직은 217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수자원기술주식회사는 10명의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할 예정이며, 인천항만공사는 18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에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시설관리공단 역시 비정규직 3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한  대구시설관리공단은 주차관리원 등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100명에게 해고를 통지하지 않아 무기계약직으로 사실상 전환했고, 한국광물자원공사 1명, 군포시청소년수련원 3명 등 정규직 전환, 고용 유지 등 인원은 16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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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2년 채운 비정규직 57% ‘해고’ (한겨레, 이완 기자, 2009-07-05 오후 07:15:43)
한국노총 조사…토공·주공 등 정규직 전환 대상자 모두 잘라
 
강충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비정규직 보호와 정규직 전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며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의 유예나 연장에 나서기보다는 이들을 보호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2일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한 데 이어, 오는 18일 조합원 2만여명이 참가하는 ‘공공부문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비정규직 해고에 항의할 예정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연맹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계약 해지에 관한 실태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공공부문의 노사관계가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일방적인 해고를 한다면 민간부문에서도 해고가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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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공기업 해고만 드러나…정부 숫자 부풀려" (뉴시스, 김달중기자, 2009-07-05 14:40)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5일 "비정규직 해고대란은 없었고 오히려 공기업의 해고만 드러나고 있다"며 정부여당의 비정규직법 시행유예 추진을 포기하고 법 시행에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는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해고를 감독하기는커녕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 따라 이미 해고 통지한 사람들을 해고통계에 넣어 숫자를 부풀리는 데 급급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지원을 위해 설치한 노동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지원대책단'은 가동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노동부는 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부분에 대한 감독도 하지 않고 있다"며 "55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법 적용대상이 아님에도 해고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고, 박사·조교도 적용대상이 아님에도 해고하는 상황을 보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권, 유통업, 제조업 등 많은 분야의 기업에서 상당수의 정규직 전환이 일어나고 있고,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기업은 정규직과 같은 고용안전성을 갖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그것도 어렵다면 동종기업과 일자리 바꾸기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확보된 (정규직 전환지원금) 118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 위한 후속조치가 시급하다"며 "구체적인 지원규모와 방법에 대한 논의를 위해 여야 및 노사정의 대책회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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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대란’은 없었다…비정규직법 발효 1주 (경향, 정제혁기자, 2009-07-05 18:30:01)
ㆍ민간기업 미미, 공공기관은 잇단 해고
 
지난 1일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 제한 조항이 본격 발효된 지 1주일이 됐지만 정부·여당의 주장과 달리 뚜렷한 ‘해고 대란’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해고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공기업이 해고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부문의 조용한 움직임과 달리 공공부문에서는 비정규직 해고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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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꿈 외면, ‘싸구려 일자리’만 (미디어오늘, 2009년 07월 06일 (월) 06:48:31 류정민 기자)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신문 “MB실업이 더 문제”
 
경향신문은 6일자 1면 <‘해고 대란’은 없었다>는 기사에서 “지난 1일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 제한 조항이 본격 발효된 지 1주일이 됐지만 정부·여당의 주장과 달리 뚜렷한 ‘해고 대란’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해고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공기업이 해고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우려했던 ‘해고 대란’은 민간 기업에서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공공부문은 그러한 흐름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경향신문은 6면 <공공부문 ‘시끌’ 민간 ‘잠잠’…정부 집계는 ‘깜깜’>이라는 기사에서 “한국노총이 산하 73개 공공기관을 상대로 긴급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달 30일 고용기간 2년을 맞은 비정규직 379명 가운데 57%인 217명이 고용 종료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해고 공포를 부추긴 이유는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더 늘리려는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 입장에서는 2년 만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정부·여당 생각대로 법이 개정되면 더 오래 비정규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셈이다.
 
시장 상황은 정부의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신문은 1면 <“정규직 전환” 5%P↑…33.8%로>라는 기사에서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33.8%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비율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만 2년이 되기 이전인 지난 1일 이전에 비해 높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업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서 정규직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해고 대란’이 일어날 경우 기업도 좋을 게 없다는 현실론을 반영하고 있다.
  
한겨레는 5면 <‘장기근속 비정규직, 무기계약직으로 봐야' 법원 판례>라는 기사에서 “계약기간이 2년이 넘었다고 무조건 해고할 수는 없다는 반론이 노동계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근로계약을 수차례 반복 갱신한 ‘장기 근속 계약직 노동자'들”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법원은 수차례 계약을 반복 갱신한 노동자를 ‘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무기계약직)로 봐왔다. 따라서 이런 법 해석에 따라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 요건을 갖출 경우, 비정규직법이 발효됐다고 해서 계약을 해지하면 부당해고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정책은 좋은 일자리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만들 수 있느냐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정부는 ‘미봉책’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는 1면 <‘인턴 백수'로 청춘 다 보낸다>는 기사에서 “인턴이 끝나면 또 다른 인턴을 찾아 전전하는 ‘인턴 백수'들이 넘쳐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인턴을 하면 직무도 배우고 채용으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인턴이 남발되면서 직무훈련은커녕 '알바'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싸구려 일자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얘기를 전하며 “‘인턴을 몇 번 돌다 보면 결국 계약직 같은 비정규직을 전전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며 ‘정부가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한시적인 일자리만 양산하며 청년실업 문제를 덮으려다 보니 문제가 안으로 곪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3면 <해고자는 발등의 불, 정부 대책은 먼산>이라는 기사에서도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억울하게 직장을 잃은 해고자에 대한 노동부의 대책이 선제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비정규직 사태, ‘MB 실업'이 더 문제다>라는 사설에서 “대규모 해고 움직임이 포착된 곳은 공공연맹이 유일했다. 현재의 비정규직 해고 사태는 성격상 ‘MB실업'에 더 가깝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노동의 유연성에 매달려 비정규직 시행 유예만 고집하고 이러한 정부의 정책 기조가 도리어 해고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정부가 정규직 전환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정규직 전환 사례를 부각시켜 다른 기업들이 따르도록 독려하는 것과 해고에만 초점을 맞춰 비정규직법 개정의 필요성만 역설하는 것은 천양지차”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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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5 20:44 2009/07/0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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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엘리스. 2007. 『직접참정제도, 민주주의의 허상인가? ―미국의 주민발안제도 현장』. 아르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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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미국 윌라미트대학 정치학과 리처드 엘리스(Richard J. Ellis) 교수의 Democratic Delusions: The Initiative Process in America(University Press of Kansas, 2002)를 번역한 것이다. 100여 년에 걸쳐 직접민주주의를 실험해온 미국 내에서도 이 제도에 대해 엇갈린 시각과 평가가 있는데, 이 책은 미국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직접투표 안건 사례의 분석을 토대로 직접참정제도, 특히 주민발안제도를 심층적이고, 비판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엘리스 교수는 오늘날 미국정치에서는 주민발안제도가 시민을 주인으로 만들어 주는 좀 더 민주적인 정치과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생각은 일종의 허상이거나 기만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의회정치 과정과 마찬가지로 이 제도도 많은 단점이 있음을 광범위한 사례를 들어 입증하고 있다. 그는 시민들에게 대표민주제가 여전히 많은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주민발안제도를 운영할 때에도 정치인과 의회에 대해 품고 있는 만큼의 불신과 의구심을 지녀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한 불신이야말로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옮긴이가 현재 행정안전부 정책기획관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보아, 이 책을 번역한 의도를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직접민주주의제도들에 대해 부정적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진보세력과 NGO단체들이 대체로 대의민주주의 기제보다는 직접민주주의 기제들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현실에서 향후 나타날 수도 있는 부작용들을 미국의 사례를 통해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특히 승자독식의 직접입법 정치의 속성을 보여주고,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직접민주주의 기제가 오히려 소수자에 대한 횡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주민발안제가 도입되던 초기에 유렌은 “주민발안제와 주민승인투표제가 있다는 위협만으로도 정치인들은 행동을 정화할 것이며, 낭비적이고 불공정한 법을 통과시키지 못할 것이다. 직접입법은 ‘문 뒤의 총’(gun behind the door)이 될 것”라고 하였다. 소위 최소사용이론인데, 엘리스는 이 논리가 1950-60년대에 적절했지만, 그 이후에 변질되었다고 파악한다. 이 '문 뒤의 총'을 쓰는 총잡이는 “시민들에게 권력을 돌려주라”고 소리치지만, 이렇게 무턱대고 발사되고 있는 총탄 섬광 속에서 스스로가 이전보다 더 큰 힘을 가지게 되었다고 느끼는 시민들은 별로 없는 것 같으며, 오히려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약한 소수집단도 총 쏘기의 표적이 된다고 비판한다.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실제 주민발안뿐만 아니라 이러한 혐의를 받는 많은 진보적인 제도들이 존재한다. 진보세력이 대중으로부터 불신을 받는 것도 이런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전환의 계기가 된 것이 캘리포니아의 제안 13호(Proposition 13), 즉 하워드 자비스(Howard Jarvis)가 주도했던 1978년의 재산세 감축 주민발안으로 언급되는데, 엘리스는 이것이 그 원인이 아니라 하나의 증상이라고 지적한다. 이 점을 떠나 'Proposition 13'은 한국에서도 주요하게 언급된다. 심지어 90년대 중반에는 행정고시 지방행정과목의 2차시험문제로도 출제되었다. 이처럼 제안 13호는 신자유주의적인 지방개혁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하여 지방행정에서도 자주 나오는 사례이다. 사실 주민발안제도가 어떻게 오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데, 한국의 학자들은 이 점에 대해 별로 주목하지 않는다.
 
엘리스는 오늘날 주민발안과정이 돈 많은 특수이익집단에 의해 장악되었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조직가 자금력을 지닌 특수이익집단이, 특히 직접민주제도가 빈번히 사용되어온 주에서, 이 제도의 활용에 중심에 서있었다고 주장한다. 키와 크라우치에 따르면 “주민발안은 의회 입법안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법이 불만스러워 자신들에게 좀 더 유리한 법을 추구하는 일부 특수이익집단으로부터 제안되고 있”으며, 주민발안을 사용하는 집단은 “입법부를 상대로 로비하는 조직들과 다르지 않다.” 결국 대의민주주의 기제보다 더 나은 점이 없다는 것이다.
 
"주민발안은 특히 공직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매력적인 존재다. 주민발안을 발의함으로써 후보자들은 더욱 주목을 받게 되고 선거자금 조성에 도움을 받으며 핵심 지지층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상당히 찔렸다. 과거 민주노동당은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을 함에 있어서 이후 지방선거에 출마시키려는 후보자들이 주요 직책을 맡도록 함으로써 인지도를 제고하고자 하였다. 사실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방법은 불가피하게 선택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유의미하고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었다면 보수정당의 후보자들도 그와 유사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실제 미국에서도 1990년대에 주민발안제도를 활용했던 정치인들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피트 윌슨(Pete Wilson)이나 오리건의 케빈 매닉스 의원과 같은 보수정치인들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좀더 평가가 필요하다.
 
엘리스는 대부분의 주민발안의 경우 지지자들보다는 오히려 반대자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결집시킨다는 점에서 정치적 위험성이 있으며, 결국 다른 정치과정처럼 주민발안과정도 위험과 보상, 비용과 이익을 모두 지닌다고 파악한다. 또한 대부분의 시민이 주민발안 한 건을 투표에 상정시킬 수 있는 확률은 주 복권에서 잭팟을 터트리는 수준이며, 주민발안을 투표에 상정시키고 또 통과시키려는 과정을 보면 아마추어가 자리할 곳은 없다고 본다. 결국 주민발안이나 의회정치과정 모두 조직화된 이익집단, 정치적 활동가, 그리고 선출직 공무원에 의해 지배되는 정치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주의적 수사에 미국인들이 너무나 미혹되어 있기에 이 제도를 비판적으로 엄밀히 살피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연장선상에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엘리스는 특수이익집단의 대표적인 예로 노동조합을 들고 있다. "주민발안과정을 통해 단체의 이익을 추구하고 수호하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노조는 곧바로 그들이 주민발안 정치에 잘 맞는다는 사실을 재빨리 간파했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조직과 돈의 환상적 결합이야말로 안건을 부결시키는 것은 물론 안건을 투표에 상정시키고 통과시키는 데 매우 유리한 도구였다"(엘리스, 2007: 194).
 
그런데 노동조합은 특수이익집단일 뿐인 걸까. 하지만 정치학에서는 대체적으로 이렇게 파악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자신의 일터에서 공공성의 계기를 발견해내고 이를 가지고 투쟁하자는 게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 노동조합의 성격에 대한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사회공공성 운동의 경우도 노조가 특수이익집단에 불과할 뿐이라는 정치학적 규정을 깨뜨리는 수단으로 작용한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건 규범적인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특수이익집단이 때로는 전업 활동가, 그리고 돈 많은 일부 부호들이 독점하고 있는 주민발안과정에서 제도와 주민들 사이에 두고 역할을 하는 유일한 행위자라고 본다. 이러한 언급 속에는 공익집단, NGO의 존재나 역할에 대한 별다른 의미부여가 들어 있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미국과는 달리 이른바 주창형 NGO가 많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한국의 정치과정을 분석해야 한다.
 
"미국의 주민발안제도는 다수에 대한 견제장치를 결여하고 있다는 특색이 있다. 그러나 주민발안권이 오로지 헌법수정에만 제한되어 있는 스위스에서 특히 연방 수준의 주민발안제도는 다수를 견제하는 여러 장치를 지니고 있다." "주민발안은 의회 내 다수파로 하여금 종전의 의회과정에서 실패를 맛본 소수집단의 관심사항에도 귀를 기울이도록 촉구하는 수단으로 종종 사용된다. 주민발안과정이 극도로 대결적이고 제로섬 게임 양상을 보이는 미국과 달리 스위스에서는 주민발안이 의회 내에서 협의와 타협을 조장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자주 사용된다." 역시 직접민주주의 기제에 대해 검토를 하고자 한다면 스위스 사례를 볼 수밖에 없겠군.
 
이 책은 주민발안이 법원에 제소되는 점에 주목하여 별도의 장을 할애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권력을 되돌려 준다는 명분의 주민발안제가 미국인들로 하여금 자유를 보호받기 위하여 정부의 3부 중 가장 민주성이 떨어지는 사법부에 점점 더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장집 교수가 가끔 언급하는 정치의 사법화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법원은 제도적 구조의 중요한 부분이며 성급하거나 근시안적 이익에 매몰된 다수를 견제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법원은 여러 민주주의 제도의 한 부분일 뿐이며 여러 기관 중 민주성이 가장 미흡한 기관이기도 하다. 헌법 설계자들이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하여 법원에 너무 많이 의존하는 것을 주저하였던 정확한 이유는 법원이 너무나 반민주주의적 기관이기 때문이다."
 
"직접민주주의는 헌법 설계자들이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의지하였던 대표제 기관들을 우회함으로써 정부의 3부 중 가장 책임성이 떨어지는 사법부에 국민들이 점점 더 많이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 법원은 헌법적 권리를 보호하는데 적합한 기구이다. 통상의 의회입법과정에서는 대중주의적 이해관계와 열정을 미묘하게 선별 여과시키는 작용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법원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적합지 않다. 판사들이 입법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는 경우에는 사법 적극주의와 과잉 개입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법원이 제한적인 헌법적 역할에 머물러 있다면 엉성한 문언으로 작성한 잘못되고 혼란스런 수많은 제안이 선거에서 범람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주 헌법과 법률에 대거 담겨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주민발안제도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미국에서 유권자들이 정부기구들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진보적 정책 어젠다를 추진해 가는 과정에서는 비교적 미미한 역할만을 했을 뿐이라는 서술은 충격적이다. 우리가 직접민주주의 기제를 확대해나가려고 하는 데에는 진보적 어젠다를 추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고가 있어서인데, 현실은 그와 상반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나타났으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우리는 진보적 어젠다 추진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실제 나타난 양상은 이와 다를지 모른다.
 
"주민발안제도의 본질적 문제는 이 제도가 의회입법과정보다 불량한 공공정책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주민발안 입법에서 만들어진 실수는 일반적으로 고치기가 더욱 어렵다는 점에 있다. 의회입법과 달리 선거로 통과된 주민발안 입법은 진정한 ‘시민의 목소리’로 널리 받아들여진다. 주민발안으로 만들어진 법을 수정, 폐기하려는 의원들이나 이익집단은 일반대중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로 비난받는다.
그러나 주민발안 입법은 통상 유권자들이 지닌 우선순위나 가치보다는 주민발안 공급자들의 이데올로기나 관심사항을 더 반영한다. 이슈를 헌법 수정안으로 만들 것인지 법률안으로 만들 것인지도 유권자들이 아닌 발의자들이 결정한다. 아울러 답변 자체를 거의 결정짓는 이슈 선정과 선택 대안의 작성도 안건 발의자들이 한다. 유권자들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안건 공식의제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선거가 여론조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그 결과를 만들어 냄을 의미한다. 여론조사에서 얻는 답은 질문을 어떻게 물었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리처드 엘리스. 최두영 옮김. 2007. 『직접참정제도, 민주주의의 허상인가? ―미국의 주민발안제도 현장』. 아르케. Richard J. Ellis. 2002. Democratic Delusions: The Initiative Process in America. the University Press of Kansas.
 

1. 주민발안의 두 사례
 
○ 양쪽 모두 정당한 이해관계와 이익을 지니고 있는 경우 어느 한 쪽에만 유리하게 처리하지 않고 경합하는 모양새를 띠면서 이익과 요구 사이에 균형을 잡는 일을 이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정치다. 반면 주민발안과정은 경합하는 이익과 이해관계를 균형잡는 일을 잘해낼 수 없다. 주민발안은 안건 추진자가 반대자들의 이익이나 걱정은 무시해버릴 수 있고,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제도다. 그러나 의회입법 과정은 경쟁하는 이익을 타협시키고 선호의 강도를 고려하도록 만들어진 제도다(엘리스, 2007: 32).
 
○ 1994년의 오리건 주민발안 안건 8호는 공무원들로 하여금 봉급의 6%를 자신들의 퇴직 후 연금기금에 기여하도록 한 것으로, 주 전역에 걸쳐 공무원들의 봉급을 6%나 효과적으로 감축하는 것이었다. 안건 58호는 한 평범한 시민 헬렌 힐에 의하여 발의된 반면에 안건 8호는 한 야심적인 정치인과 여러 명의 직업적 주민발안 활동가, 그리고 한 갑부 후원자가 만들어 낸 작품이었다. 또한 헬렌 힐은 일이 끝났을 때 일상의 삶으로 돌아갔으나, 안건 8호 추진자들은 입법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또 다른 주민발안을 시작하였다(엘리스, 2007: 39).
 
안건을 추진한 공화당 소속의 초선 주 의원 밥 티어난과 젊은 정치적 야심가 빌 사이즈모어는 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에 가장 큰 타격을 가했다. 이들은 정부가 시민을 무시하는 거만함과 비열함으로 젖어 있다는 노골적 메시지를 전파했다. 그러나 일시적 경작을 위해 숲 전체를 베어 태워버리고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방식의 정치를 강요했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더욱 손상했다. 공무원 노조와 고용주들이 제도의 허점을 악용했던 것은 법안 작성의 잘못에도 부분적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이유는 정치적인 것으로, 법안에 대한 공무원들의 걱정과 이해관계를 수렴하는 조치가 전혀 없었고,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이 법이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들에게 이 법은 순전히 숫자의 힘으로 강요된 것일 뿐이었다. 합의를 만들어내거나 최소한 타협을 이루려는 노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공무원과 지방정부는 법을 피해가기 위한 모든 합법적 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주민발안의 정치적 이슈가 선거 후에 나타나는 이유는 이 제도를 통한 입법이 반대쪽의 이해관계를 거의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엘리스, 2007: 47-48).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법시스템에 의존하는 경우 닥치는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가장 분명한 문제는 사법제도의 정당성에 대한 위협이다. 정치의 영역에 점점 깊이 개입함으로써 사법부는 당파적이거나 이념 지향적인 공격에 더욱 취약해진다. 더욱 곤란한 문제는 사법부에 문제해결책을 구하는 경우에 때로는 주민발안제도가 지닌 제로 섬 게임의 성격, 즉 승자독식의 정치를 영구화하는 결과를 자칫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회 제도의 특징적인 한 가지 미덕은 타협과 합의를 만들어내려 한다는 점이다. 타협은 의회입법과정을 산만하게 만들고 지겨울 정도로 느리게 진전되게 만든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다양한 이익과 이념이 산재해 있는 민주주의 사회를 하나로 유지해가게 하는 접착제 기능을 한다(엘리스, 2007: 50-51).
 
○ 민주적 합의라는 척도로 측정했을 때 안건 8호나 58호는 모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두 안건 모두 통합보다는 분열을 조장했고, 분명하고 확연히 드러나는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냈다. 양 안건 모두 상대방의 정당한 이해관계와 주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 의하여 추진되었다. 양 주민발안의 추진자가 기존 상황에 대하여 제기한 의문들은 모두 중요하고 정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양자 모두 즉각적이고 급진적인 변화를 고집하는 절대주의적 해결책을 내놓았다. 점진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특히 심각한 타격을 입는 사람들에 대한 예외적 조치나 배려를 고려하는 노력도 전혀 없었다. 양 발안의 지지자들은 복잡 미묘한 정책적 이슈를 옳고 그름이라는 단순 도덕의 문제로 환원시켜 버렸다(엘리스, 2007: 51-52).
 
오늘날 특히 직접입법제도를 많이 활용하는 주에서는 사람들이 처음 주민발안제도를 주목했을 때는 염두에 두지 않았을, 티어난과 같은 직업변호사 정치인과 사이즈모어와 같은 유능한 주민발안 전문가, 벤들과 같은 능란한 서명수집가, 그리고 파크스와 같은 갑부에 의하여 주민발안제도가 지배되고 있다(엘리스, 2007: 54).
 
2. 주민발안제도 혁명
 
○ 주민발안제의 초기 지지자들은 거의 틀림없이 미국 정치 스펙트럼의 극좌 지대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주민발안제와 주민승인투표제를 가장 처음으로 지지한 정당은 사회노동당(Socialist Labor party)이었고, 그다음에 지지한 정당은 당시 급속히 세력을 확산하던 인민당(People's party, 대중당)이었다(엘리스, 2007: 57).
 
○ 미국에서 주민발안제와 주민승인투표제의 탄생에 가장 중요한 사건은 1892년 초 제임스 설리번(James W. Sullivan)의 『주민발안제와 주민승인투표제를 통한 시민직접입법』(Direct Legislation by the Citizenship through the Initiative and Referendum)이라는 조그만 책의 출간이다(엘리스, 2007: 61). 
 
○ 20세기 초 수십 년간 미국의 주들이 주민발안제와 주민승인투표제의 채택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동안 이 제도의 지지자들은 줄곧 천년왕국의 논리(millennial jurisdiction) - 직접입법제도는 “특권을 보전하려고 버둥대는 특수이익집단을 밀물 같은 사회정의의 요구”가 쓸어버리게 해줌으로써 정치를 바꿀 것 - 와 함께 최소사용의 논리(minimalist jurisdiction)를 가지고 이 제도를 옹호하였다.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은 이 제도를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직접입법제도는 “대표제 기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 의회가 진정한 대표기구로 운영되도록 … 자극하고 통제하고 … 각성시키는 수단”이라고 언급하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통상 주민발안보다는 주민승인투표제를 선호하는 이런 최소사용 개념의 입장에서 보면 직접입법제도는 시민들이 정치인들을 통제하려고 그저 이따금씩만 사용하는 또 하나의 ‘정치적 보호 장치’(safe guard of politics)일 뿐이다. 최소사용의 논리는 이 제도에 대한 일반의 우려를 감소시키는 데 효과를 발휘하였다(엘리스, 2007: 69-70).
 
그러나 이들 제도는 많은 초기 주창자들이 내세웠던 급진적 변화의 유토피아나 해방의 희망에 걸맞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개혁의 대부분은 전통적 방법, 즉 의회입법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단일세 제도와 같이 좀 더 획기적인 급진주의 만병통치약은 유권자들로부터 언제나 거부당했으며, 돈과 로비스트, 힘센 특수이익집단들은 여전히 미국의 모든 주에서 계속해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주민발안 캠페인 과정에서도 돈과 특수이익집단 이 두 가지가 후보자 선거에서 수행하는 만큼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엘리스, 2007: 70-71).
 
○ 최소사용이론의 예측은 1950년대와 60년대에 특히 적절했다. 1942년에서 1971년 사이 30년간 전국적으로 거의 350건의 주 단위 주민발안이 투표에 부쳐졌다. 이는 주민발안제가 있는 주에서 평균 매 2년마다 한 건 정도에 해당되는 수치이다. 그러나 1990년에서 2000년 사이에는 미 전역에서 458건의 주민발안이 있었다. 이는 1940년대나 50년대에 주민발안이 선거에 등장했던 수치의 세배를 넘는 것이다(엘리스, 2007: 71-73). 
 
이 총잡이는 “시민들에게 권력을 돌려주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이렇게 무턱대고 발사되고 있는 총탄 섬광 속에서 스스로가 이전보다 더 큰 힘을 가지게 되었다고 느끼는 시민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총을 휘두르는 이 악한은 단순히 정치인만을 위협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약한 소수집단도 총 쏘기의 표적이 된다(엘리스, 2007: 73).
 
많은 관찰자들은 주민발안제도가 문 뒤의 총으로부터 이익집단과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무기로 변질된 것이 캘리포니아의 제안 13호(Proposition 13), 즉 하워드 자비스(Howard Jarvis)가 주도했던 1978년의 재산세 감축 주민발안부터라고 한다(또는 이 발안에 책임을 돌린다). 이 발안은 거의 모든 주요 정당과 신문의 반대에도 압도적 다수표로 통과되었고, 이 사례는 공공정책을 형성하는 과정은 물론 정치적 어젠다를 바꾸는 데에 주민직접입법이 엄청난 힘을 지닌다는 점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러나 제안 13호는 원인이었다기보다는 하나의 증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주민발안제도 사용이 증가하는 현상은 그 이전에 이미 감지되었다. 1976-77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52건의 주민발안이 발의되었는데, 이 수치는 1938-39년 선거주기 이래 가장 많은 건수이다. 가장 명백한 반박 증거는, 이 제도의 사용이 전국적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 1988년 이후 비로소 나타난 현상이라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엘리스, 2007: 73-74). 주민발안을 통한 입법은 한때 캘리포니아 정치에서 미미한 현상이었으나, 이제 이 주의 정치를 지배하는 현상이자 특징으로 발전하였다(엘리스, 2007: 75).
 
○ 주민발안제의 매우 빈번한 사용은 비교적 적은 수의 주에 집중되어 있다. 이 시대의 가장 현저한 특징 중의 하나는 주민발안제의 사용이 크게 늘어나긴 했지만, 이 제도의 도입이 다른 주로 확산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20세기 초에는 주민발안제가 많이 사용되면서 미국 내 여러 주가 여기저기서 이 제도를 받아들였다(엘리스, 2007: 78-79).
 
○ 주민발안제와 주민승인투표제를 도입하려는 안건은 20세기 마지막 20년 동안 미국 내 거의 모든 주에서 발의되었다. 그러나 미시시피를 제외하고 어느 주도 주민발안제도를 새로운 민주주의 제도로 채택하지 않았다(엘리스, 2007: 81). 게다가 미시시피의 직접참여제도는 캘리포니아나 오리건에서 대중주의의 도구로서 사용되는 직접참여제도와는 닮은 점이 거의 없다.
 
○ 20세기 후반에 이들 제도를 이미 가지고 있던 주에서는 직접입법이 더욱 활발하게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타지역으로 제도가 확산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을까? 일부 주민발안제도 지지자들은 양 경우에 모두 직업적 의원들이 그들의 이익 보호를 염두에 두었거나 강력한 특수이익을 대변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와 다르게 캘리포니아 등에서 주민발안제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당초 이 제도에 긍정적이었던 많은 이들이 오히려 우려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각종 주민발안들이 재산세와 학교, 보건의료 시설, 그리고 다른 여러 서비스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캘리포니아처럼 되는 현상”(Californication)에 대한 우려가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을 식히고 있는 것이다(엘리스, 2007: 81-82).
 
○ 직접입법제도를 세금 감축과 적극적 처우(affirmative action) 시책 폐지에 사용하자는 아이디어에는 모든 보수주의자들이 군침을 흘리지만, 이들 가운데도 이 제도가 오히려 진보적 어젠더를 진전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진보주의자들 가운데도 이 제도를 바라는 사람들보다 걱정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대다수의 좌파 진영에서는 직접입법이 긴요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의 능력을 감퇴시키는 데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한다(엘리스, 2007: 83-84).
가까운 장래에 직접입법 활동이 현재 주민발안제도가 없는 26개 주에서 정치생활의 중요동인이 될 것 같지는 않다(엘리스, 2007: 85).
 
○ 주민발안제도의 사용에 대한 가장 일반적 설명은 유권자의 감정 상황에 초점을 두는 해석이다. 유권자들이 분노하고 불만족했을 때 이 제도의 사용 횟수가 증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상당한 기복이 있었지만, 주민발안의 사용 빈도는 대체로 이러한 기복과는 무관한 추세를 유지하였다. 주민발안의 르네상스를 촉발시키는데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불신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틀림없지만, 이 제도에 대한 지속적 의존이 정부에 대한 일반 대중의 신뢰나 불만 정도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엘리스, 2007: 86).
 
주민발안 사용에 대한 공급 관점의 모형에 따르면 선거에 상정되는 주민발안 건수는 주민들의 수요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발안의 공급자에 의해 결정된다. 공급자들은 주민발안을 선거에 올리는 주민발안 활동가와 전문가들이다. 서명수집 활동의 전문화 현상은 대중의 감정상황과 주민발안 사용 사이의 연관성을 없애는 데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만일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어떤 안건이라도 투표에 상정시킬 수 있다면 주민발안의 사용 정도는 대중이 느끼는 수요와는 무관하게 변화할 것이다(엘리스, 2007: 87).
 
3. 주민서명 수집 사업
 
○ 주민발안을 위한 서명수집 활동의 실제 모습은 낭만적 상상과는 날이 갈수록 점점 달라지고 있다. 서명을 수집하는 일은 이제 일종의 비즈니스가 되었다. 다른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는 이익이 첫째 목적이다. 청원서를 올려놓은 테이블 뒤에 서 있는 서명수집 활동요원 대부분은 이상적 주민발안제가 꿈꾸던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용역 노동자들이거나 자신이 수집한 서명만큼 보수를 받는 보상금 사냥꾼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청원서 내용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은 세금을 늘리는 주민발안에 서명을 받아주며 돈을 받고, 동시에 세금을 줄이는 발안에 서명을 받아주고 돈을 받는다(엘리스, 2007: 89-90).
 
만일 수집된 서명이 대중의 지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지 못하고 그저 돈으로 얻어진 결과일 뿐이라면 주민발안과정에서 돈이 지나친 역할을 한다고 이 제도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옳은 것이다. 필립 듀보아와 플로이드 피니가 주장하듯이 “만일 충분한 자금과 전문적 캠페인 기술의 뒷받침이 있어 정치적 이익집단이 그들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투표에 상정시킬 수 있다”면 대중민주주의의 도구로서 주민발안제의 역할에는 중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엘리스, 2007: 91).
 
○ 1980년대에 일부 주에서는 자원봉사자의 활용이 선택이 아니라 법으로 의무화되어 있었다.
여러 주가 법률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급 청원인을 금지하려 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단순하면서도 그러나 빈번히 간과되어온 사실, 즉 유급 청원인이 주민발안제도 자체만큼이나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환기해준다. 
  
○ 유급 청원인이나 전문 서명수집업체의 등장은 더욱 다양한 집단들이 주민발안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유급 청원인에 대하여 “대가를 지불하고 누구나 안건을 투표에 상정시킬 수 있다”는 강력한 비난이 따른다. 부자나 자금력이 좋은 특수이익집단이 대중의 지지 정도와 무관하게 그들의 안건을 투표에 상정시키는 것은 직접민주주의의 원래 이상을 훼손하는 것처럼 보인다. 돈으로 어떤 안건이라도 투표에 상정시킬 수 있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는 ‘지폐 민주주의’로 전락하고, 일반 주민들을 특수이익으로부터 구하려고 시도된 제도가 바로 그 특수이익에 포획되어 버린다. 이 제도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을 의회가 무시하지 못하게 하고자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정치인이나 힘 있는 특수이익집단들이 자기이익을 확장하거나 부패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고자 만들어진 제도이다.
성공적인 자원봉사활동이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주민들이 해당 이슈에 크게 공감하고 있고 안건을 위한 서명 수집에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내놓을 태세가 되어 있음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안건의 추진자들은 자원봉사자들의 확신과 정열을 결집하고 부결과 법정 제소의 부담을 무릅씀으로써 그들의 이슈를 유권자 앞에 제시할 권리를 얻은 것이다(엘리스, 2007: 106-07).
 
오늘날 주민발안과정이 돈 많은 특수이익집단에 의해 장악되었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은 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조직가 자금력을 지닌 특수이익집단이, 특히 직접민주제도가 빈번히 사용되어온 주에서, 이 제도의 활용에 중심에 서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주민발안안건은 ‘일반시민’으로부터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주민발안은 의회 입법안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법이 불만스러워 자신들에게 좀 더 유리한 법을 추구하는 일부 특수이익집단으로부터 제안되고 있다.” 키와 크라우치는 주민발안을 사용하는 집단이 “입법부를 상대로 로비하는 조직들과 다르지 않다”고 부연한다(엘리스, 2007: 107-08).
 
자원봉사자도 전혀 공짜는 아니다. 자원봉사자는 무급이지만 이들을 모집하여 훈련시키고 활동을 조정하는 비용은 대단히 크다(엘리스, 2007: 108).
 
○ 자원봉사운동이 때론 조직화된 이익집단에 의해 주도된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대규모의 조직적 자원봉사 활동 수요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주체는 개별화된 시민이 아니라 특수이익집단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기성 이익집단이 지니고 있는 조직화된 자원에 접근할 수 없는 개인들이 지폐 민주주의에 가장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전히 자원봉사자에 의한 서명수집활동은 원칙적으로 그리고 현실적 이유로 주민발안과정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다. 자원봉사자는 투표상정자격 획득단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임으로써 자금력이 부족한 주민발안 캠페인이 제한된 자원을 아끼고 본 캠페인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더 중요한 것은 서명수집단계에 자원봉사자를 참여시킴으로써 시민들을 정치적으로 의식화시키고 관련 집단들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오직 자원봉사자만을 활용하거나 그에 크게 의존한 캠페인은 홍보효과 면에서도 크게 유리할 수 있다(엘리스, 2007: 109-10). 
  
○ 만일 주가 서명의 지역분포요건을 신설하거나 요건 서명수를 늘림으로써 서명수집 과정을 더 어렵게 한다면 이런 조치는 재정적ㆍ조직적 자원이 풍부한 집단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서명수집업체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나고 보통의 시민들이 그들의 이슈를 투표에 상정시키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투표상정자격 획득과정에서 서명수집업체와 돈이 덜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서명요건을 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더 많은 수의 주민발안이 투표에 상정되도록 수문을 열어주는 것과 같아 이미 현재의 선거가 수많은 직접투표안건으로 넘치고 있는 주정부들에게는 매력적인 개혁안이 될 수 없다. 연방대법원은 투표상정자격 획득과정의 기부금에 한도를 둘 수 없게 하고, 또한 유급 서명수집요원의 금지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서명수집과정을 개혁하려는 주정부들을 절망적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엘리스, 2007: 139-40).
 
사실상 부유한 개인이 투표상정자격을 돈으로 살 수 있는 현재의 법제하에서 주민발안과정의 무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안건의 투표상정이 일부 부자들이 유급서명수집요원을 써서 된 것인지 아니면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를 주정부가 유권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엘리스, 2007: 141).
 
서명요건을 크게 낮추면서 주민발안의 내용을 알게 된 시민들이 스스로 사전에 지정된 공공장소로 가서 청원서에 서명을 해야 하는 방안을 채택한다면 주민발안 가운데 시민의 진정한 고충이나 관심을 담은 안건은 투표상정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 관심이 많거나 논란이 되는 이슈를 담은 안건의 투표상정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해진다면 시민생활과 무관한 이슈를 담은 안건들에는 주민발안 절차가 훨씬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서명을 수집토록 하는 목적이 안건에 대한 광범위하고 탄탄한 시민 지지가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라면 이 방안은 최적의 대안이 될 것이다.
과감한 입법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해결책은 시민의 손에 달려 있다. 시민들은 제안된 법안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고 장시간 숙고해보기 전까지 주민발안 청원서에 서명을 해주지 않는다면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서명을 해달라고 하는 헛된 소리에 현혹되어서도 안 된다. 주민발안 청원서의 서명은 ‘사람’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특정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이다(엘리스, 2007: 143).
 
4. 국민의 이름으로
 
○ 주민발안제도 옹호자들은 주민발안이 어떤 경위로 투표상정 요건을 갖추게 되었든지 간에 안건이 투표에서 통과되었다면 그것은 해당 발안이 주민의지를 대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항상 최종적인 결정권은 유권자들이 지닌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이슈의 모습을 형성하는 개인이나 조직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엘리스, 2007: 145).
 
여론 조사자가 얻는 답은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엘리스, 2007: 146).
  
○ 1980년대와 199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제기된 주민발안의 1/3 이상은 선출직 공무원이나 또는 그 후보자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선출직 공무원들은 오늘날 주민발안과정에 일상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주민발안은 특히 공직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매력적인 존재다. 주민발안을 발의함으로써 후보자들은 더욱 주목을 받게 되고 선거자금 조성에 도움을 받으며 핵심 지지층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엘리스, 2007: 150-51).
 
○ 주민발안과 의회입법과정 사이의 본질적 차이는 의회입법을 처리하는 의원들이 지닌 좀 더 많은 경험과 전문성에 있다고 하지만 매닉스나 윌슨 같은 정치인들이 작성한 조잡하고 일방적인 내용의 주민발안을 보면 이 같은 신화도 깨어진다. 비록 정치인들이 때로는 법안 작성을 위한 경험을 분명 더 많이 가지고 있지만, 입법결과의 결정적 차이는 법안 기초자 개개인의 지식이 아니라 의회입법과정이 지닌 집합적 능력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만일 정치인들이 더 좋은 법안을 작성한다면 이는 의회입법과정의 엄격한 원칙들을 준수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나의 법안이 법률로 되는 긴 과정의 매 단계, 즉 위원회 심의, 관련 기관과 이해집단의 증언, 최종 심의회, 본회의 토론, 수정, 상하 양원 안을 절충하는 위원회, 집행기관장의 비토권한 등은 모두 법안의 정치적 또는 기술적 오류를 찾아내고 교정하기 위한 것이다. 정치인들도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려 하고, 또 스스로 원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한다. 의회입법과정의 냉정한 원칙이 없으면 정치인들은 우리처럼 그저 자신의 선호만을 입법에 담으려 할 것이다. 
 
주민발안과정은 단어와 문구, 수정안과 부칙을 둘러싼 끝없는 논쟁을 회피하면서 입법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해준다. 주민발안의 매력은 이것만이 아니다. 정치인, 특히 고위직을 꿈꾸는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대중에게 비치는 이미지와 지명도가 그가 추구하는 정책만큼이나 중요하다(엘리스, 2007: 165-66).
 
대부분의 주민발안은 지지자들보다는 오히려 반대자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결집시킨다는 점에서 정치적 위험성이 있다.  결국 주민발안은 때론 정치인들에게 유익한 수단이 되지만, 요술 총알이 되기도 한다. 다른 정치과정처럼 주민발안과정도 위험과 보상, 비용과 이익을 모두 지닌다. 그것도 정치의 일부인 것이다(엘리스, 2007: 167-68).
 
○ 오리건의 사이즈모어, 콜로라도의 브루스 등의 주민발안 활동가들
공공연한 패배와 타격에도 그의 집요함과 시간적 여유, 자금력, 그리고 주민발안 분야에 대한 풍부한 경험 덕분에 브루스는 1990년대 말까지 콜로라도 정치과정에서 비록 많은 사람으로부터 비난받으면서도 주요한 역할을 계속 수행했다.
  
주민발안 활동가는 일반 주민이 갖지 못한 기술과 자원, 경험, 그리고 영향력을 소지하고 있는 정치적 엘리트이다. 정치인도 마찬가지이지만, 정치인들이 그들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게 하는 장치인 선거가 있는 반면, 주민들이 주민발안 활동가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브루스의 행동이 아무리 골칫거리이고 주장이 터무니없고 또한 제안 내용이 부적절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가 원하는 한 그는 주민발안 게임의 장에 언제까지 남아 있을 수 있다. 왜 그리 많은 활동가가 유권자들의 대부분이 그다지 혹은 전혀 원하지 않는 일련의 주민발안을 끝없이 내놓는지를 바로 이러한 책임 메커니즘의 결여가 설명한다(엘리스, 2007: 180-81).
 
○ 특수이익집단
입법부는 제도의 특성상 선호의 강도를 고려하는 반면에 주민발안절차는 모든 선호를 동일한 비중으로 취급한다. 이슈에 대한 지지 기반은 광범위하나 지지 강도가 떨어지거나 혹은 반대자는 적으나 반발의 정도가 강렬한 경우에는 의회입법과정에 비하여 주민발안과정이 안건을 추진하기에 유리하다. 의회입법과정은 이익집단들이 그들의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정책을 무산시킬 수 있는 수많은 비토점이 있다. 주민발안절차는 이익이 더 광범위한 대상에 분배되고 비용은 소수에게 집중 부과되는 이슈에 더욱 유리한 속성을 지닌다. 사이즈모어가 의회입법절차와 주민발안 입법절차 사이의 커다란 차이점을 강조한 것은 옳다. 그러나 그가 조직화된 이익집단이 주민발안의 주요 발의자가 아니라고 본 것은 잘못된 것이다. 
 
○ 주민발안과정은 이익집단 정치로부터 벗어난 곳에 위치한 피안이 아니라 종래의 이익집단 대부분이 여전히 권력투쟁을 벌이는 또 하나의 장일 뿐이다. 이 새로운 정치 현장은 분명 이전의 정치과정과 차원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며, 때론 전통적 의회과정에서의 행위자들과는 다른 선수들을 선호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이익집단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다.
 
유권자들이 주민발안 안건에 대한 반대 주장을 가장 잘 듣고 충분하게 안건을 파악한 후 투표를 하는 경우는 강력한 특수이익집단이 해당 안건에 대응하기 위해 결집되었을 때이다. 특수이익집단은 때로는 전업 활동가, 그리고 돈 많은 일부 부호들이 독점하고 있는 주민발안과정에서 제도와 주민들 사이에 두고 역할을 하는 유일한 행위자이다(엘리스, 2007: 200).
 
○ 유권자 요구에 둔감해진 정치시스템이 사회적 불의를 외면하고 있을 때 어느 의식 있는 시민이나 단체가 이를 시정하고자 주민발안을 주도하여 정치인과 이익집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후에 다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는, 헬렌 힐의 이야기와 같은 이상적 주민발안의 모습은 과연 몇 건이나 될까?(엘리스, 2007: 212)
 
5. 다수의 지배
 
○ 미국의 정부 제도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수결 원칙을 수정하거나 심지어 이 원칙을 포기하고 있다. 아주 엄격한 다수결 원칙이 적용되는 정치시스템이라면 집행부 수장의 거부권이나 사법부 심사는 물론 양원제 형태의 입법부나 심지어 의회 상임위원회도 필요 없을 것이다.
다수결 원칙의 예외들은 이 나라가 역사적으로 민주적 심의를 조장하여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내려 했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했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특별 다수결(또는 다른 기관에서 연속된 다수결)을 요구하는 것은 다수로부터 소수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다수자들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협의하고 타협하도록 유도한다. 의회입법과정의 속도를 완화하는 것은 단순히 소수를 보호하려는 것일 뿐만 아니라 편협한 당파적 이해나 일시적인 정치적 이익을 뛰어넘는 공공의 복리를 도모하려는 것이다(엘리스, 2007: 222-223).
나는 주민발안 투표에서 특별 다수결 요구가 민주주의를 제약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오히려 진정한 다수결 원칙을 조장한다고 믿는다(엘리스, 2007: 224).
 
○ 정치현상에 대한 미국인들의 회의는 선택적이지 선천적인 것은 아니다. 정치인과 정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견고한 의구심은 때론 ‘시민’에 대한 순진스러울 정도의 무지와 궤를 같이한다. 정치인들을 공개적으로 불신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 시민의 의지에 대해서는 아무 주저 없이 무조건적 신뢰를 표명한다. ‘시민’은 상충하는 이기적 요구와 집단 이익들, 시끄러운 언쟁과 추한 다툼으로 얼룩져 있는 정치제도와 전혀 다른, 조화롭고 균질한 전체로 여겨진다(엘리스, 2007: 226-27).
 
○ 줄리안 율(Julian Eule)은 “직접민주주의제도는 노골적 다수주의를 견제하기 위하여 연방헌법이 정하고 있는 견제장치를 대부분 결여하고 있다. 따라서 직접입법제도를 통하여 제정되는 법은 더욱 엄격한 사법적 견제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주민발안 입법은 의회입법이 거치는 것과 같은 엄격한 제도적 검증과정을 통과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판사는 이 같은 제도적 견제가 부족했던 부분을 상쇄하도록 좀 더 엄격히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엘리스, 2007: 229).
주민발안 절차의 약점은 법원의 역할을 확대한다고 해서 치유될 수 없다. 이보다는 주민발안제도 자체를 보완하여 의회입법과정에는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노골적 다수주의’에 대한 견제 장치를 지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같은 방안의 하나는 주민발의 안건이 법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형태의 특별 다수결을 충족하도록 하는 것이다(엘리스, 2007: 229). 
 
미국의 주민발안제도는 다수에 대한 견제장치를 결여하고 있다는 특색이 있다. 그러나 주민발안권이 오로지 헌법수정에만 제한되어 있는 스위스에서 특히 연방 수준의 주민발안제도는 다수를 견제하는 여러 장치를 지니고 있다. 칸톤과 연방에서 스위스의 주민발안은 모두 간접제안 방식이다. 즉 주민발안은 먼저 의회에 제출되어야 한다.
스위스 의회는 주민발안을 주민투표에 회부할 때는 통상 왜 무슨 이유로 부결시켜야 하는지를 주민들에게 밝힌다(엘리스, 2007: 249-50).
 
주민발안의 성공률은 철회된 안건의 수를 감안하면 더욱 낮아진다. 사실 국민투표에 부쳐지는 발의 안건 수만큼이나 많은 주민발안이 철회된다. 철회의 가장 주된 이유는 의회가 주민발안 발의자가 만족할 수 있는 입법조치를 하기로 약속했거나 또는 그런 입법조치를 이미 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 가운데 많은 경우가 주민발안 발의자의 당초 목적이 해당 이슈를 주민투표에 부치려는 것보다는 오히려 의회의 조속한 입법조치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주민발안은 스위스 의회의 입법과정에서 필수적 요소이기도 하다. 주민발안은 의회 내 다수파로 하여금 종전의 의회과정에서 실패를 맛본 소수집단의 관심사항에도 귀를 기울이도록 촉구하는 수단으로 종종 사용된다. 주민발안과정이 극도로 대결적이고 제로섬 게임 양상을 보이는 미국과 달리 스위스에서는 주민발안이 의회 내에서 협의와 타협을 조장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자주 사용된다(엘리스, 2007: 251).
 
연방수준에서는 스위스 발안제도는 오히려 심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모델로 볼 수 있으며, 이 점에서 미국의 주민발안제와는 현저하게 다른 것이다. 스위스 제도의 면밀한 고찰은 미국의 주민발안제도를 정당화하지 않으며, 오히려 미국식 주민발안제의 한계를 노정시키고 미국 주민발안제가 지향해야 할 개선방향을 보여준다(엘리스, 2007: 251-52).
 
6. 법원에 제소되는 주민발안
 
○ 아이러니한 것은 주민들에게 권력을 되돌려 준다는 명분의 주민발안제가 미국인들로 하여금 자유를 보호받기 위하여 정부의 3부 중 가장 민주성이 떨어지는 사법부에 점점 더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1960년 이래 주민투표에서 통과된 주민발안 가운데 약 절반이 법원에 제소되었다.
주민발안의 지지자들은 법원에서 패소하면 사법부가 오만을 부리며 법정에 앉아 입법을 하고 일반국민의 의지를 무시하고 있다고 판사를 맹비난한다. 그러나 주민발안이야 말로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회를 우회함으로써 판사를 정치의 최전선에 끌어들이고 의회의 결정기회가 봉쇄된 부분에 대하여 판사들이 양식에 따른 정치적 판단을 내리도록 한다(엘리스, 2007: 263-64). 
  
○ 법원에 제소되는 주민발안 입법의 대부분은 법적 기술적 결함 때문에 제소되지만, 이보다 주민발안제도가 내포한 정치적 측면의 결함이 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관례적으로 주민발안 투표에 상정되곤 하는 쟁점 이슈에 대해서는 법안 반대자들에 대한 상당한 양보조치 없이 법률이 의회를 통과하기 어렵다. 타협과 합의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의회입법과정은 근본적으로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성격의 분쟁이 법원에서 다뤄지는 것을 막아 준다. 대부분의 주민발안 입법이 지니고 있는 정치적, 기술적 측면의 미비점들은 왜 많은 주민발안 입법이 법정에 제소되는지 설명해 준다(엘리스, 2007: 303-04).
 
○ 법원과 민주주의의 딜레마
직접민주주의는 헌법 설계자들이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의지하였던 대표제 기관들을 우회함으로써 정부의 3부 중 가장 책임성이 떨어지는 사법부에 국민들이 점점 더 많이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 법원은 헌법적 권리를 보호하는데 적합한 기구이다. 통상의 의회입법과정에서는 대중주의적 이해관계와 열정을 미묘하게 선별 여과시키는 작용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법원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적합지 않다. 판사들이 입법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는 경우에는 사법 적극주의와 과잉 개입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법원이 제한적인 헌법적 역할에 머물러 있다면 엉성한 문언으로 작성한 잘못되고 혼란스런 수많은 제안이 선거에서 범람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주 헌법과 법률에 대거 담겨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엘리스, 2007: 309-10).
 
7. 황금시대의 신화
 
○ 주민발안제도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로의 전환기에 소위 황금시대를 구가했다고 한다. 이 시대 직접민주주의는 아직 특수이익집단이나 거액의 자금, 유급 서명수집요원, 유권자를 오도하는 안건 의제서, 그리고 30초 TV광고 등으로 오염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 의회는 절망적으로 타락해 있었고 오직 대기업의 이익과 정당 보스의 요구를 위해서 움직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민발안제와 주민승인투표제는 시민들이 정치적 기득권층을 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민의 도구였다.
그러나 주민발안제의 진짜 역사는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덜 낭만적이다. 우선 이는 당시 주 의회의 부패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 당시 의회가 대중 여론이나 압력에 둔감하지 않았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주민발안제와 주민승인투표제를 획득할 수 있었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많은 주에서 주민발안제도를 도입할 때 의회 표결의 찬성률이 주민투표에서의 지지율보다 높게 나타났다(엘리스, 2007: 311-12).
 
주민발안제도는 유권자들이 정부기구들에 대한 통제력을―주민직선 예비선거, 상원의원 주민직선, 부패방지법, 그리고 주민소환제 등을 통한―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진보적 정책 어젠다를 추진해 가는 과정에서는 비교적 미미한 역할만을 했을 뿐이다(엘리스, 2007: 316). 주민발안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진보주의 어젠다를 추진해 가는데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엘리스, 2007: 331). 캘리포니아에서 주 단위 주민발안의 초창기를 지배한 이슈는 주류금지였다. 기묘한 것은 주민발안제도의 신화를 이야기할 때 주류금지 발안은 의례 빠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주류금지 발안은 여러 면에서 주민발안제도에 적합한 이슈였기 때문에 이를 누락시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엘리스, 2007: 332-33).
 
○ 주민발안제와 주민승인투표제는 초창기부터 이미 그 순수성을 잃기 시작했다. 이는 제도운영 초기부터 “부유한 이익집단들에게 청원서 작성의 실질적 독점권을 주었다.” 주민발안을 투표에 상정시키는 과정에서 “추진하는 법안에 대한 대중들의 요구가 있는지는 별 상관이 없다. 오히려 이보다는 주민발안을 추진하는 개인이나 특수이익집단이 청원서 회람을 위하여 충분한 돈을 지급할 능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주민발안제도 운영과 관련하여 오늘날 많은 사람이 비판하고 있는 주 외부로부터의 거액의 기부금 유입현상은 이 제도의 초기 시행과정에도 이미 나타났다(엘리스, 2007: 325).
 
에필로그
 
○ 주민발안제와 주민승인투표제에 대한 의미 있는 개혁성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 요인은 그런 개혁이 오늘날 미국 정치문화를 관류하는 가장 강력한 두 흐름인 자유주의와 대중주의와 맞부딪치기 때문이다(엘리스, 2007: 344).
 
유권자들은(여론조사 응답자들과는 현저히 다르게) 일반적으로 주민발안제도 개혁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 의회들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계속해서 주민발안과정을 규율하는 법을 바꾸려고 한다. 다만, 의회가 제안한 대부분의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엘리스, 2007: 345).
 
○ 주민발안제의 변화는 항상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변화는 주정부 공무원과 주민발안 활동가들이 기술의 진보 특히 인터넷이 제시하는 새로운 가능성이나 문제점과 씨름하는 과정에서 분명 더욱 심화될 것이다. 선거담당 공무원들에게 가장 즉각적으로 닥치는 변화는 서명의 수집과 제출을 전자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주민발안 활동가들은 이런 방식이 이 제도에 대한 대중의 접근을 확대할 것이라고 흥분해 있다. 온라인을 통한 청원서 수집은 풀뿌리 활동과 자원봉사 활동을 활력화하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단이 누리는 투표접근성 면의 이점을 감퇴시키는 방안으로 널리 이해되고 있다(엘리스, 2007: 347-48). 
 
○ 인터넷과 주민발안제도를 열렬히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는 대략 투표수를 집계하는 제도다. 선호의 강약은 고려되지 않는다. 그러나 헌법의 설계자들이 만든 의회입법과정에서는 선호의 강약도 중요시된다. 민주적 심의과정은 단순히 투표수를 집계하기보다는 선호의 강약을 반영함으로써 다수는 물론 소수자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반면에 주민발안 선거나 인터넷을 통한 이슈 투표에서는 소수집단의 동의 여부에 개의치 않는 정책을 만들어 낸다. 여기서 패자는 고충을 정부의 3부 가운데 가장 민주적 책임성이 떨어지는 사법부로 가져가 호소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입법부가 선호의 강약을 측정하여 반영하는 것은 이상적이다. 그러나 정치적 자원의 동원은 흔히 가치와 신념의 강약보다는 오히려 조직과 돈에 의하여 좌우된다. 의회 회기 막바지에 밀고 들어오는 법률 수정안들은 헌법의 설계자들이 구상했던 엄격한 검토과정과는 전혀 동떨어진 모습으로 처리된다. 안건과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정책 전문가들은 해당 사안에 대한 지식이 매우 부족하다(엘리스, 2007: 352-353).
 
그러나 이러한 모든 단점에도 의회제도는 과거의 실수를 인식하고 고치고 이를 통하여 학습한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의회가 오점 많고 불완전한 도구라고 보는데 익숙해져 시민들은 물론 의원 스스로도 기존의 법률을 변경하거나 개선하는 것을 잘못이라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민발안제도의 본질적 문제는 이 제도가 의회입법과정보다 불량한 공공정책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주민발안 입법에서 만들어진 실수는 일반적으로 고치기가 더욱 어렵다는 점에 있다. 의회입법과 달리 선거로 통과된 주민발안 입법은 진정한 ‘시민의 목소리’로 널리 받아들여진다. 주민발안으로 만들어진 법을 수정, 폐기하려는 의원들이나 이익집단은 일반대중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로 비난받는다.
그러나 주민발안 입법은 통상 유권자들이 지닌 우선순위나 가치보다는 주민발안 공급자들의 이데올로기나 관심사항을 더 반영한다. 이슈를 헌법 수정안으로 만들 것인지 법률안으로 만들 것인지도 유권자들이 아닌 발의자들이 결정한다. 아울러 답변 자체를 거의 결정짓는 이슈 선정과 선택 대안의 작성도 안건 발의자들이 한다. 유권자들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안건 공식의제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선거가 여론조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그 결과를 만들어 냄을 의미한다. 여론조사에서 얻는 답은 질문을 어떻게 물었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엘리스, 2007: 354). 
 
○ 대중들은 인터넷 민주주의가 약속하는 변혁의 힘에 열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표민주주의를 받치는 정치적 원칙이 오늘의 시대에도 적실성이 있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교육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시민’(people)을 단일 결정체로 찬미하는 대중주의에서는 정치적 교섭과 타협이 필요한 가치와 이익의 충돌 현상이란 거의 또는 전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자유주의자들은 정부의 강제력에 강한 회의를 품고 있지만, 이 같은 회의는 선출된 지도자나 민주적 책임성을 지닌 공직자에 대한 신랄한 냉소와 피해 망상적 불신으로 손쉽게 변질될 수 있다. 주민발안과정은 시민을 정치인과 대결시키고 정부 없는 입법시스템을 언약함으로써 자유주의와 대중주의의 가장 불안스런 요소를 먹고 자란다. 미국의 정치 지도자와 정치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재건하려면 무엇보다 미국 정부문화의 두 조류가 지닌 반정치적ㆍ반민주적 전제와 암시를 폭로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발안제도를 성스런 베일로 가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허상(democratic delusion)을 식별해 내는 것이야말로 심의민주주의, 대표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공통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엘리스, 2007: 3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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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4 21:06 2009/07/0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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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통하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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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서 기획기사로 실은 [한국, 소통합시다]라는 특집물을 포털에서 접하면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 기획이 의도하는 것은 결국 한국사회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이유를 소통의 문제에서 찾자는 것인데, 거기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원은 레디앙에 기고한 '
다시 ‘독재’를 생각한다'에서 "독재를 부르는 순간, 그 대안은 민주주의가 되고, 대안-담론 수준의 민주주의는 정상적인 정당정치, 소통의 원활 등으로 좁혀"지고, "독재와 소통의 부재라는 현실 진단은 매우 제한적이고 현재 상황에서 사회운동의 대안을 스스로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견지에서 보면 경향신문의 [한국, 소통합시다]라는 기획은 우리가 고민해야 할 민주주의의 담론 수준을 좁히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관련기사에 보면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한 원로학자가 “이번 경향신문의 소통기획과 내가 현재 고민중인 담론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설문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아마 그 또한 나나 김원과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설문을 거부했다고 파악한다면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본 것일까.
 
소통은 정치학이나 언론학에서뿐만 아니라 행정학에서도 중심주제이다. 이는 보통 PR(공공관계)의 한 부분으로 다뤄지면서, 정부홍보를 포함한다. 아마 경향신문의 이번 기획물에서 '소통을 가로막는 조직'으로 가장 많이 응답된 청와대의 경우도 소통의 부재를 홍보의 부족으로 느끼지 않았을 싶다. 이전 노무현 정부도 그러했고... 
 
지금은 소통이 아니라 좀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이걸 경향신문에 기대하기는 어려울 테고...
 
덧. 설문 응답자 100인 명단에 김철 연세대 교수가 보인다. 언론 상에서 그의 이름을 본 것도 참 오랜만인 듯하다. 그의 성향은 어떻게 분류되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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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통합시다]누가 소통을 가로 막는가 (경향, 김종목·이호준·이청솔기자, 2009-07-03 00:05:30)
ㆍ소통의 조건 “상대방과 차이 인정” 67명
ㆍ“이명박 정부의 국정쇄신” 응답도 63명

 
한국 사회의 소통을 가로막는 조직으로 청와대가 가장 많이 꼽혔다.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과의 차이 인정’이 가장 중요하며 그 다음으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 쇄신’이 필요하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향신문이 각계의 진보·중도·보수 지식인과 논객 100명을 대상으로 ‘분열하고 막힌 한국, 소통합시다’ 특집기획을 위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60명이 ‘소통을 가로막는 조직’(1인당 3개 복수응답)으로 ‘청와대’를 꼽았다. 이어 44명이 ‘보수언론’이라고 답했고, 그 다음 ‘진보적 시민단체’(26명), ‘한나라당’(24명), ‘민주노총’(23명), ‘민주당’(23명), ‘진보언론’(18명), ‘정부’(16명), ‘보수 시민단체’(14명)의 순이었다.
 
소통을 막는 조직으로 청와대를 꼽은 진보 성향 응답자는 21명 중 20명이었고 보수 성향 응답자는 19명 중 4명이었다. ‘소통을 위한 조건’(1인당 3개 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는 67명이 ‘상대방과의 차이 인정’이라고 답했다. 63명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쇄신’을 들었다. 중도 성향 지식인 51명 중 33명, 진보 성향 20명이 이같이 답했다. 보수 지식인 중에는 7명이 국정쇄신을 소통 조건으로 꼽았다.  이어 ‘상호 존중하는 토론문화’(52명), ‘법질서 확립’(34명), ‘언론자유’(33명), ‘야당의 국정협력’(22명) 순으로 나왔다.
 
‘소통을 위해 보수진영이 버려야 할 것’(이하 단수응답)을 묻는 질문에는 39명이 ‘인권 및 사회적 약자 배려 부족’을 지적했다. 이어 ‘보수정권 편들기’(20명), ‘권위주의적 태도’(18명)의 순이었다. ‘소통을 위해 진보진영이 버려야 할 것’은 ‘이념 중심적 태도’(54명)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 ‘친북적 태도’(16명), ‘시위 통한 의견 표출’(9명), ‘부자에 대한 적대적 태도’(4명), ‘경쟁 아닌 분배 중심 사고’(4명)의 순이었다.
 
설문 응답자들은 ‘우리 사회의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반대 의견에 대한 관용 부족’(48명)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어 ‘이념’(22명), ‘권위주의 태도’(7명)였고, ‘지연 등 지역감정’과 ‘상대방 낙인찍기’라는 응답자도 각각 5명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소통이 잘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0명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약간 그렇지 않다’(18명)를 포함하면 응답자 10명 중 9명가량이 ‘분열하고 막힌 한국’의 현실에 공감했다. 또 응답자 중 72명이 ‘소통과 민주주의의 상관관계’에 대해 ‘매우 상관 있다’, 12명이 ‘약간 상관 있다’고 답했다.
 
[한국, 소통합시다]자기반성·성찰 통해 ‘공존의 가치’ 깨달아야
[한국, 소통합시다]보수뿐 아니라 진보 ‘소통부재’도 확인
[한국, 소통합시다]이념성향 기초 100인 선정…과학적 분석 시도
[한국, 소통합시다](2)지식인·논객 100인에게 묻다 - 소통의 조건
[한국, 소통합시다]불통은 ‘관용 없는’ 승자 독식주의의 산물
[한국, 소통합시다]소통 가로막는 조직은?
[한국, 소통합시다]“우리 언론이 소통을 말할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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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4 18:23 2009/07/0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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