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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동지의 진보신당 당대표 후보 출마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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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가 진보신당 당대표 후보 출마를 선언했다.
참세상 기사(진보신당 김현우 녹색위원장, 당대표 출사표, “노동중심성으론 부족...반 자본주의 무지개 좌파정당”...이용길, 금민 등 출마 예상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8809 )에 나온 것처럼 진보신당의 주류와 사회당 계열 간의 대결로 예상되었기에 별로 관심이 많지 않았다. 크게 달라질 것도 없고, 뻔한 얘기만 나올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우의 출마로 뭔가 파열구가 난 느낌이다. 그 파열구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언급하는 거다. 현우는 <출마의 변>을 '반자본주의 노선을 분명히 하는 단단한 무지개 좌파정당으로'라는 이름으로 작성했다. 그 동안 함께 공부모임도 하고 과거에 여러 조직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나누었던 문제의식이 출마의 변에 잘 드러나 있다.
 
내가 아는 현우는 말로만, 재미로만 뭔가 저지르는 친구가 아니다. 다양한 문제제기 속에서 급진적인 대안을 제출한다. 진보정당운동의 한 시대가 마감했다면 새로운 시대는 다른 이름으로, 다른 도전으로 시작해야 한다.
 
물론 현우의 '출마의 변에 나타난 만으로는 빈틈도 꽤 보인다. 하지만 당직선거라는 게 그런 빈틈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채워나가는 과정 아니겠는가. 이번 진보신당의 당직선거가 관성적인 게 아니라 파격이, 도전이 있고, 변화와 변혁의 새흐름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김현우 동지의 진보신당 당대표 후보 출마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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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의 변] 당대표 선거에 나서며 당원 여러분께 드립니다
반자본주의 노선을 분명히 하는 단단한 무지개 좌파정당으로

 
진보신당 당원님들 안녕하십니까? 5기 당대표단 선거에 대표 후보로 나서고자 인사드립니다. 좌파정치의 혹독한 시련의 계절에 이렇게 꿋꿋하게 진보신당에 남아 새로운 희망을 기다려주시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당원 ‘님’들에 대한 고마움은 너무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이라는 의미의 ‘동지(同志)’라는 익숙한 호칭을 잠시 뒤로 미뤄두고자 합니다. 우리 공동의 뜻을 확인하고 완성하는 일은 이제야 시작이며, 그것이 제가 이번 대표단 선거에 나서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수년 간 진보신당은 많은 고난을 겪고 난타 당했지만, 좌파정치의 겨울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입니다. 진보신당에 대한 당원님들의 ‘충성’도 언제까지 유지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겨울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봄을 준비할 것인지가 분명하다면 혹한의 시간적 길이는 이겨낼만한 것이며, 서로에게 주고받는 격려와 약속에 힘입어 이 고난의 길이와 강도조차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우리는 지금 우리의 좌표를 분명히 확인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창당부터 지난 대선까지 진보신당은 언제나 ‘착한’ 존재였습니다. 욕심도 없고 술수도 없는, 좌파정치를 위한 ‘밀알’이 되고자 하는 존재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진정성은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지 못했고, 오히려 우리 스스로가 무엇을 하는 정치조직인지마저 희미해지면서 사방으로 허물어지고 뜯겨나가왔던 것이 진보신당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스스로를 무장을 해제한 것이 우리의 가장 크고도 근본적인 잘못이었습니다. 결국 그것이 대선 대응에 실패하고 당 바깥의 관심을 멀어지게 하고 당원들의 믿음과 열정마저 가라앉게 했던 원인이었습니다. 좌파정치의 대의를 저버린 명망가들은 떠나갔지만, 그것의 대체물을 희구하는 과거회귀적 정치공학이 우리를 주저하고 방황하게 만들었음도 뼈아프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뚜렷한 노선과 계획이 부재한 당에서 기존 운동의 담합구조가 당의 자원을 모아내지 못하고 과감한 결정과 실천을 미루게 만들었으며, 당원들은 방치되고 배제되었습니다.
 
좌파정치의 주역으로 우리 스스로 강하게 설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연대든 연합이든 가능했던 것임이 충분히 확인된 지난 5년이었습니다. 이번 대표단 선거와 다가올 재창당을 경유하며, 이제 우리는 제대로 된 이름도 깃발도 없는 당의 상태를 끝내야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 당인가, 누구와 싸우고자 하는 당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지금까지 이야기되어 온 바와 같은 ‘노동중심’의 정당은 우리가 갈 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현재의 ‘노동’이 갖고 있는 조직노동 중심의 고답적인 상징성 때문만이 아닙니다. 더욱 고통받으면서도 더욱 보편화된 노동자/비노동자 존재를 대변하고, 더욱 다양해진 수탈과 포섭에 대항하는 무기와 태세로서 노동중심 정당은 오히려 미흡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돈’과 ‘조직’을 가졌던 노동에 대한 의존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때로는 우산으로 때로는 동료로 함께 새로운 노동정치를 아래로부터 건설해나가자는 구상과 실천입니다.
 
동시에 단순한 ‘녹색’을 덧붙이는 것 역시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노동자와 자연을 모두 착취하며 그 한계점까지 도달해있는 자본주의라는 실체를 직시하고 이를 극복할 모색을 전면화하지 않는 녹색이라면 그것 역시 지배체제의 일부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녹색이 자본주의의 액서세리가 아니라면 녹색은 한없이 불온하고 끊임없이 급진적이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저 역시 주장한 바 있는 ‘녹색사회당’조차 이미 낡은 깃발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제 ‘진보’라는 이름을 분명히 버릴 때가 되었습니다. ‘진보’를 참칭하는 당파들이 이 용어를 이미 오염시켜 왔을뿐더러, 이 용어는 역사적 ‘진보성’마저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기실 진보는 자본주의와 현실 사회주의의가 공유했고 우리들도 상식으로 알고 살아온 ‘성장’과 발달, 그리고 경쟁을 전제한 것이었습니다. 상대적인 앞섬, 상대적인 올바름으로서의 진보는 우리가 추구해 온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세상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며, 이 모든 가치와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아무런 입장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항하고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분명하고 구체적인 깃발이 필요합니다. 조만간 커다란 금융위기, 에너지위기, 환경위기가 예상된다면 이에 대응하지 않는 조직은 정치적 좌파일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색과 녹색 사이의 선택은 차라리 무사안일한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전방위적으로 우리의 삶을 황폐화하고 있다면 대응 또한 전방위적이어야 합니다. 자본주의가 사회의 모든 개인과 집단의 존재와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면 자본주의 피해대중들의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일상적 진지이자 전진기지로서 반자본주의 무지개 좌파정당을 요청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정치적 이상은 당면의 현실을 통해 실현되어야 합니다. 비록 1만 명의 숫자밖에 남지 않았다고는 하나, 진보신당은 한국 좌파정치를 재건할 수 있는 역량과 가능성을 가진 유일한 정당 조직이며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2013년과 2014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습니다.
 
첫째, 무엇보다 재창당입니다. 세계 자본주의의 변동과 향후 10년 이상의 한국 사회 전망을 고려하면서 우리의 노선, 당명, 외연을 결정해야 합니다. 철저히 당원들의 의사에 기반하되 치열한 토론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2013년 5월 이전에 재창당의 모든 과정을 마무리하고 지방선거 준비를 차질 없이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당은 언제나 개방적이어야 하지만 우리의 입장은 분명해야 합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세력에게 적극적 연대를 제안하되, 그 기준은 우리가 합의한 노선에 대한 동의 여부여야 합니다.
 
둘째, 너무도 불투명한 미래를 능히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우리의 자산과 사업 체계를 정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당의 ‘기본’인 당원 소통과 교육, 활동가 양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종이 기관지와 교육기관은 2013년 상반기 중에 모습을 드러내야 합니다. 전태일의 집 사업도 보다 폭넓은 방식으로 재개되어야 합니다. 지역 조직 뿐 아니라 부문 조직의 자율성과 적극성을 아낌없이 끌어내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과감한 기획 사업을 통해 젊은 세대를 규합하고 진보신당에 가장 가까운 개인과 집단들을 우리의 자산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셋째, 당의 재건과 도약의 중요한 계기가 될 2013년 지방선거를 위한 전략과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합니다. 후보 몇 명 발굴 약속으로 머물지 않는, 좌파 지역정치의 의미를 공유하고 장기적 기획을 갖는 일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당원과 당의 각 조직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각각 구체적인 동기를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당원님 여러분. 비록 조롱받고 외면당하는 처지임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우리는 진보신당이 좌파정당 운동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알기에 참고 견뎌왔습니다. 우리 땅의 수많은 삶의 절실함과 치열함에 온전히 다가가는 정당이 될 때 우리에겐 기회가 열릴 것이고 우리의 자긍심은 미래를 위한 보증서가 될 것입니다. 절대로 홍세화 전 대표처럼 글을 길게 써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데, 출마의 변부터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표단 선거에 대한 희망과 당부의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진보신당이 나아갈 길에 대한 의견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당원들의 논투 속에 공동의 결론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결과로서의 대표단 선거가 되었으면 합니다.
둘째, 2013년 봄에 실현할 재창당을 위한 강하고 명확한 당론이 대표단 선거를 통해 사전에 형성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당의 의견분포와 의견그룹의 책임성이 모두 드러나야 힐 것입니다.
셋째, 대표단 선거 운동과 논의들이 당원들 특히 젊은 당원들이 각자의 입장과 바램을 갖고 다양한 공간에서 당의 사업과 활동에 결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끝으로, 특히 대선 대응을 둘러싸고 지난 수 개월여 동안의 과정 속에서 일어난 일들과 당이 겪은 홍역에 대한 당 내의 평가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과거에 얽매이는 공방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합니다. 너무도 많고 풍부한 미래를 논의하고 판단하는 대표단 선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 한 달의 만남을 통해 아껴둔 말인 ‘동지’를 함께 확인하고 그리고 호명하고 싶습니다. 선전을 빌어주시고, 다른 모든 당직선거 출마자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말아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2년 12월 31일
5기 진보신당 대표 후보 출마를 준비하며, 김현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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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31 22:57 2012/12/3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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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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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기자는 "무제한 요금제 폐지를 무작정 반대한다기 보다는 적정한 수준의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하고, 동시에 통신 사업의 공적인 성격을 감안해 최소한의 통신 원가를 공개하고 폭리를 막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통신사들의 탐욕이 창조와 혁신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당한 의견이다.
 
얼마 전 노동자대회 전야제 때 휴대폰을 분실하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드디어 스마트폰으로 갈아탔다. 가개통폰을 구입한 후 요금제를 어떻게 할까 살펴본 후 3G에서 LTE로 바꾸었는데, 데이터요금은 1.5기가 되는 걸로 했다. 보통 사무실과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나에게는 무제한 요금제나 지나치게 많은 데이터 량이 필요하진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2012년 마지막 날 남은 데이터 량을 살펴보려니 헉... 계속 Loading 중이다. 마지막날 데이터를 엄청나게 쓰는 모양이다. ㅠㅠ 결국 확인 못했지만, 데이터가 0.5기가 정도는 남았을 듯하다.
 
그래서 적당히 사용했다고 할 수는 있는데,  상대적으로 데이터 량을 많이 쓰는 이들은 불만을 많이 가질 것임에 틀림 없다. 이정환 기자의 기사를 이를 대변한 것이고... 그런데 이런 LTE 요금제를 보고 있노라면 시장이 제공하는 선택의 자유라는 것의 허구성을 알 수 있다. 결국은 자신들의 이윤만을 위한 것이지, 여기에 이용자 편이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이쯤되면 KT 공기업화와 같은 통신 사회화에 대해 기본적인 논의라도 공론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사회화되었으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사회적으로 낭비 없이 네트워크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정환 기자도 속내는 이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2013년에는 여유가 되었다면 구체적인 사회화, 재공공화 사례로서 통신 분야를 연구하고 싶은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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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 요금 폭탄, 소비자를 왜 찌질이 만들까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2012-12-30  13:20:13)
[기자수첩]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는 독과점 담합, 사실상 인터넷 종량제로 가는 것
유선 인터넷의 경우, 집에서 내가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든 뉴스를 보든 온라인 게임을 하든 말든 통신사가 관여할 일이 없다. 그런데 무선 인터넷은 많이 쓴다고 요금을 더 내라고 하고 심지어 다른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한다. 심지어 내가 무슨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감청하느라 트래픽 감청까지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말 통신사들이 트래픽이 급증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헤비 유저들 때문에 네트워크가 마비될 정도라면 그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면 된다. 투자비용이 커서 그렇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공개하면 된다. 그게 무슨 엄청난 기업 비밀이라고 숨기는 걸까. 우리나라처럼 통신사들이 독과점 담합을 하고 있는 구조에서는 최소한의 정보가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 방통위는 왜 그런 통신사들을 감싸고 심지어 거들고 있는 걸까.
 
LTE 무제한 요금제 폐지는 이용자들을 단돈 몇 천원에 쩔쩔매는 찌질이로 만든다. 생색이라도 내듯 와이파이 억세스 포인트를 늘려주겠다고 하지만 사실 와이파이는 모바일 인터넷 확산을 위해 깔아주는 ‘밑밥’일 뿐이다. 무제한 요금제 폐지는 ‘요금 폭탄’의 우려에 편승해 상위 요금제로 옮겨가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인터넷 요금은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과는 다르다. 전기나 수도는 쓰면 줄어들고 다시 생산해야 하지만 네트워크는 많이 쓴다고 해서 자원이 줄어들거나 비용이 늘어나는 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트래픽이 늘어나면 설비투자를 확충해겠지만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사용량에 따라 차등 부과할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에 민감한 저소득 계층의 정보 접근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 통신사들은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는 것이지 인터넷을 팔고 있는 게 아니다.
 
인터넷은 자유와 혁신, 공유의 가치에서 출발한 공공의 네트워크다. 인터넷은 과거 소수 특권 계층에게 허용됐던 정보 생산과 교환, 유통을 모두에게 개방하는 기술이다. 통신사들이 소유하고 제어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통신사들이 영리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공공의 자산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방통위가 통신사들과 결탁해서 담합을 방조하고 심지어 조장하고 있는 건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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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31 13:39 2012/12/3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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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손배 가압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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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뒤면 배달호 열사의 10주기입니다. 그는 두산중공업의 손배가압류 문제 등을 제기하며 분신자결하였습니다. (관련글: 배달호 열사를 추모하는 노래, 호각) 이번에 돌아가신 노동자들도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가 문제였습니다.
 
시기를 보면 알겠지만, 이 문제는 이명박 정부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도 아니고,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서 생긴 것도 아닙니다. 이른바 민주정부 시절부터 노조파괴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던 것입니다.
 
이렇게  노동자들이 죽어나가자 노동법률단체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게 쟁의행위를 벌인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기자회견, 토론회 등을 상당히 한 것 같은데, 상황은 10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이 문제를 다룬 기사들을 블로그에다 모아놓았는데, 잘 못찾겠네요. 앞으로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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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 손배청구액 70,000,000,000원 (한겨레, 김소연 기자, 2012.12.27 20:43)
기업의 노조파괴 수단으로 악용
2000년초 탄압수단으로 본격 등장
MB정부때부터 개인에게도 청구해
대부분 파업 ‘불법’ 규정해 눈덩이
2010년의 6배…가압류는 10배 이상
* 700억원·2011년 노동부 자료

사용자 쪽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사례는 21일 숨진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이 처음은 아니다. 9년 전에도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에 따른 압박감을 못 이겨 노동자들이 잇따라 자살했다.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는 손해배상·가압류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분신자살했고, 같은 해 10월 김주익 한진중공업지회장, 이해남 세원테크 노조위원장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손배·가압류가 사회문제가 되자 노동계와 경영계가 소송을 자제하기로 합의를 했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27일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기업이 노조나 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액수가 2010년 121억4200만원에서 지난해 7월 기준 700억1000만원으로 급증했다. 가압류 신청 금액도 2010년 13억3000만원에서 지난해 160억49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사쪽의 손해배상 청구는 대기업 노조부터 사회적 약자들인 비정규직에 이르기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철도노조는 2006년 파업으로 2010년에 1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은 데 이어, 2009년 파업으로 또다시 6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2009년 당시 파업에 들어가려고 하자, 사쪽인 코레일이 법원 확정판결도 나오지 않았는데 2006년 파업 때 청구한 손해배상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겠다고 협박했다. 가압류가 들어오는 순간 노조는 돈줄이 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손배·가압류는 노조를 옥죄는 노동탄압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노조뿐만 아니라 노조 간부 개인에게도 손해배상이 청구되면서 노조 활동이 더 위축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배·가압류는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비켜 가지 않는다. 불법파견 인정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경우, 현대차 사쪽은 700여명의 조합원을 상대로 11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90여명에 대해선 가압류까지 이뤄졌다. 한달 월급이 고작 100만원 안팎인 홍익대 청소노동자들도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싸우다가 홍익대로부터 2억8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이처럼 사용자 쪽이 손해배상·가압류를 남발하는 배경에는 노동자들이 합법파업을 하기가 무척 어려운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웬만한 파업은 대부분 ‘불법’으로 간주되고, 사쪽은 ‘불법파업’임을 내세워 법적 대응에 나서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한진중공업과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철회와 철도노조의 구조조정 중단 요구 등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지만, 이 문제로 파업을 하면 우리 사회에선 불법이 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어느 누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나. 불법을 감수하며 파업과 농성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벌인 파업 또한 불법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임금·근로시간·복지 등 근로조건 관련 분쟁’만 합법파업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법원은 구조조정, 민영화, 정리해고 등은 경영권에 해당하는 문제이므로, 이를 막기 위해 파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해석한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합법파업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 현장의 손해배상·가압류가 노조를 탄압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 유독 한국에서 손해배상·가압류가 심한 이유는 파업권을 부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데다, 법원이 소송에서 너무 쉽게 사용자 쪽의 주장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조파괴 수단 된 회사의 손배소송 제한해야” (한겨레, 김소연 기자, 부산/김광수 기자, 2012.12.27 19:47)
민변 등 법률가단체들, 노동조합법 개정 촉구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 최강서(35)씨의 자살을 불러온 주요 원인인 사쪽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해, 법률가 단체들이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5개 단체는 27일 오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들어설 예정인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노동조합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를 비롯해 수많은 투쟁사업장 노조들이 각종 손해배상 청구로 위협을 받고 있다. 손해배상과 가압류 제도가 노조 파괴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된 사업장은 한진중공업(158억원), 쌍용자동차(237억원), 문화방송(MBC·195억원), 케이이씨(KEC·156억원), 코레일(철도공사·65억원), 현대자동차 사내하청(116억원) 등이다.
법률가 단체들은 “사용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해 놓고 노조가 쟁의행위를 계속하거나 다시 하려고 하면 가압류에 들어가겠다고 위협하는 등의 방식으로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거나 노조 자체의 괴멸을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원이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단순히 민사소송상의 입증 문제만으로 바라봐, 사용자들의 막대한 청구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노동법과 노동사건의 사회법적인 특수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쟁의행위가 폭력적인 상황으로 진행되지 않는 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이날 오후 부산역 앞에서 2000여명의 노동자가 참가한 가운데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한진중공업은 노조를 상대로 낸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부당해고와 피말리는 소송이 외대 노조간부들 죽음 불렀다” (한겨레, 용인/김기성 기자, 2012.12.27 20:39)
변호사 “학교쪽 소송 질 것 알면서도 항소심 무리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사측 손배소 (경향, 이영경 기자, 2012-12-27 22:21:10)
ㆍ쟁의행위 손해 주장… MBC도 노조에 195억 요구
ㆍ노조 파괴 수단 악용… 법률가들 “위헌” 법 개정 주장

노동조합 활동을 옥죄는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간부 최모씨(35)는 유서에 “노조를 상대로 낸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철회하라”는 글을 남겼다.
경향신문이 27일 한진중공업·쌍용자동차·현대자동차·코레일·유성기업·MBC·KEC 등 7개 노조에 청구된 손해배상액을 합한 결과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고와 징계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조원들에게는 만져볼 수도 없는 큰 액수다. 이들 사업장은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등 노사갈등이 심한 곳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정리해고를 철회하면서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최소화한다는 노사합의를 깨고 15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송전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쌍용차 해고자와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들도 100억원대의 손배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2009년 파업을 이유로 쌍용차는 노조와 조합원 140명을 상대로 100억원의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도 비정규직지회가 2010년 벌인 파업을 이유로 81억원, 올해 벌인 파업을 이유로 35억원 등 총 116억원의 손배 소송을 청구했다.
MBC는 노조와 집행부 16명을 상대로 195억원의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 반도체업체 KEC 노조와 조합원 66명도 156억원의 손배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코레일이 철도노조를 상대로 낸 손배 소송 액수는 98억원이다.
정부와 민간 보험사도 손배 소송으로 노조 옥죄기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에 27억원의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 파업 진압 당시 노조와의 충돌로 부상당한 경찰들의 치료비와 손상된 경찰 장비에 대한 보상 명목이다. 메리츠화재는 쌍용차에 지급한 보험금에 대한 구상금으로 110억원을 노조에 청구했다.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가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 노동자의 자살 사태까지 이어지자 이를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기업들이 노조의 쟁의행위를 제약하고 노조 파괴 수단으로 손해배상과 가압류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합법적 쟁의행위로 생긴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법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설]노동자 죽음 몰아넣는 손배소 남용 근절돼야 (경향, 2012-12-27 21:18:47)
현재 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배소 액수가 알려진 것만도 1000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한진중공업 외에 쌍용자동차 237억원, MBC 195억원, KEC 156억원,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116억원, 철도노조 98억원, 유성기업 40억원 등이고, 수억원대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쟁의행위에 대해 폭력적인 상황으로 진행되지 않는 한 배상 책임을 지울 수 없음에도 사측이 손배소와 가압류제도를 노조를 파괴하는 수단으로 악용·남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사용자 손배청구권 남용에 노조만 '패가망신' (매노, 구은회 기자, 2012.12.28)
노동법률단체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청구 제한해야"
노동법률단체들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게 쟁의행위를 벌인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촉구했다. 박 당선자가 잇단 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해 해결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민주노총 법률원은 27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 당선자가 입버릇처럼 밝힌 ‘국민행복’에 노동자가 배제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계속된 반노조 정책을 폐기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에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손해배상 청구권을 남용해 노조와 노동자를 탄압하는 사용자들의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회사 청구 100억원·국가 청구 27억원·구상금 110억원)·금속노조 KEC지회(156억원)·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2010년 파업 81억원·2012년 파업 35억원)·언론노조 MBC본부(195억원)·철도노조(98억원) 등 주요 분규 사업장 노조들은 회사측이 제기한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 청구로 물질적·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
헌법에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이 보장돼 있다. 하지만 법원이 쟁의행위에 민사적 원리를 적용하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노조는 파업 한 번에 패가망신하는 상황에 몰린다. 실제로 법원은 쟁의행위에서 비롯된 민사소송상 손해액만 입증되면 사용자들의 제기한 막대한 손배청구를 인정해 주고 있다.
이들 단체는 “쟁의행위는 그 자체가 기본권 행사인 동시에 헌법적 질서에서 예정하고 있는 행위”라며 “쟁의행위가 폭력적인 상황으로 진행되지 않는 한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배상책임을 부정하는 방향의 입법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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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가압류, 나는 당해보지 않았지만,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안다. 바로 배달호, 김주익, 이해남과 같은 이들이 목을 매거나 분신하면서 남긴 것이 손배·가압류를 철회하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철도노조에게 대해 철도공사를 상대로 24억 원을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고, 포스코 본사를 점거했던 포항건설노조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조치가 포스코로부터 행해질 것이라고 한다.  
그냥 답답할 뿐이다.
백무산 시인의 관련된 시와 프레시안 김하영 기자의 기사를 담아왔다.
 

비정치적 파업은 불법파업이다

                                               백무산(시인)

 

불법파업에는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대응하고
합법파업에는 직장폐쇄로 맞서라
    불법국회파업에는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대응하고
    합법파업에는 국회를 폐쇄하라

 

파업 참가자 급여를 가압류하고
본인과 가족과 보증인의 모든 재산을 가압류하라
    파업의원의 세비를 가압류하고
    당사와 집과 비자금과 골프채를 가압류하라

 

노동자들의 제도개선 따위 정치파업은 불법이므로
생산차질 거액을 손배소로 압류하라
    정치인들의 사학법 따위 비정치적 파업은 불법이므로
    생활차질 거액을 손배소로 압류하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하고 정리해고로 맞서라
    무노동 무세비 원칙을 고수하고 국민소환으로 맞서라

 

국회의원이 무슨 노동자냐?
아니므로, 손배소를 수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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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가압류' 망령, 비정규직 상대로 부활 (프레시안, 김하영 기자, 2006-07-27 오전 11:22:03)
수백억원으로 급증…과중한 압박으로 갈등증폭 불씨  

KTX 여승무원 노조에 3억, 포항 건설노조에 18억, 울산 플랜트노조에 20억…. 요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억, 억' 소리를 들으며 산다. 로또 당첨금이 아니다. 이들이 요구받은 손해배상 액수다.
2003년 '신종 노조탄압 수단'이라 불리며 노동계의 반발을 샀던 '손배·가압류' 문제가 잠시 주춤하다가 2005년 이후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 비정규직 분야의 노사분쟁이 증가하며 대부분의 손배소송이 비정규직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대법원이 2003년의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24억여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이같은 손배소송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사용자 측에서는 "불법파업 및 업무방해 등의 불법행위를 막고, 이를 막지 못했을 때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손배소송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손배·가압류가 노동자 개인은 물론 노조활동에 끼치는 영향력은 가히 파괴적이다. 
■ 2005년 이후 비정규직에 손배소송 집중: 노동부에 따르면 노조 활동과 관련된 연도별 손해배상 소송액은 2002년 210억여 원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 씨의 자살을 기점으로 줄어들어 2004년에는 67억 원정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노총은 손배액에 부분에서 노동부보다 2배 가량 많게 집계하고 있지만 2003년을 기점으로 줄어들었다는 데 대해서는 양쪽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2005년부터는 손배·가압류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조, 기륭전자 노조, 익산CC 노조 등 비정규직 노조에 대해 제기된 손배소 금액만 모두 400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KTX 여승무원 노조에 대해 철도공사가 '스티커 제거 비용'으로 3억여 원, ㈜한국철도유통이 파업기간 손실 명목으로 5600만 원의 손배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점거사태'를 겪은 포스코건설도 포항 건설노조를 상대로 18억여 원의 손배소송을 준비 중이다. 현재 해결되지 않은 전체 손배소송액 가운데 85% 가량이 비정규직 노조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비정규직 노조 손배소송이 늘어난 이유는: 노동법 상 합법파업에 대해서는 손배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하지만 비정규직 분쟁은 대개 '불법' 딱지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비정규직 노조의 대부분이 하청의 형태로 공정의 일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에 '기계를 멈추는' 파업 본래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불법행동'을 택하는 일이 잦다.
사용자 측은 하청계약을 해지하는 형태로 손쉽게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고, 노조 조직률이 낮은 사업장의 경우 노조가 비노조원을 상대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를 당하기 일쑤다. 또한 근로계약 상 하청업체가 사용자이기 때문에 법률상 하청업체와 '쟁의'를 벌여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원청회사가 '사용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실력행사를 하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르게 된다. 원청업체는 계약상 사용자가 아니고, 따라서 법률상 쟁의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포항 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와 KTX 여승무원 노조의 '스티커 투쟁' 등도 모두 이런 맥락에서 벌어진 일 들이다.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실장은 "대기업 노조의 경우 노사관계가 안정돼 가는 경향이지만, 막 생겨나기 시작한 비정규직 노조의 경우 끊임없는 분쟁을 겪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파업 절차가 까다롭고,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아 수많은 손배와 고소·고발에 시달리는 데 반해, 사용자는 불법 파견 판정을 받아도 끄떡없다"고 비판했다.
법원도 '파업 목적'의 정당성보다 '파업 절차'의 합법성에 무게를 두고 판결하기 때문에 노조 측이 송사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다.
■ 가장 악랄한 수법-개인에게 손배 때리기: KTX 여승무원 노조원들도 최근 '3억짜리' 손배소장을 받고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그동안 파업을 응원해주던 주위 가족들도 손배소장을 보고서는 '이제 그만하고 새 직장을 찾으라'고 애원한다고 한다.
한 노조원은 "차라리 감옥을 가라면 가겠지만, 3억 원을 내라면…"이라고 말 끝을 흐렸다. 이런 상태에서 사용자 측이 "노조를 탈퇴하면 손배소송을 취하해 주겠다"고 회유하면 아무리 마음을 독하게 먹고 있던 노조원들도 흔들리게 된다.
'단체행동'인 파업 등에 대해 개인에게 손배·가압류를 제기하는 것이 가혹하다는 사회적 비난에 따라 개인을 상대로 한 손배·가압류는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최근 비정규직 분야에서는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조직이 잘 갖춰진 대규모 노조는 손배·가압류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조직력이 약하고 노조 경험이 적은 비정규직 노조에게는 개인에 대한 손배·가압류가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노조 자체를 상대로 한 손배소로 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에게 손배를 거는 행위는 노조 와해 공작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 가압류 들어오면 살 길이 막막: 수억~수십억 원에 이르는 손배소는 개별 노동자들에게 '억' 소리 나는 눈앞 캄캄한 일이지만, 가압류가 들어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당장의 생계가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개인에 대한 손배·가압류의 폐해를 인정해 최저생계비를 남겨두도록 급여 가압류의 한도를 제한했지만, 전세값이나 통장잔액 등의 자산은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다.
이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돌아간다. 집안에 각종 가압류 딱지가 덕지덕지 붙고 급여 가압류로 수입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아이들 학원비는 물론 먹고 입는 비용까지 줄여야만 한다. 2003년 1월 분신자살한 배달호 씨는 유서에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이제 이틀 후면 급여 받는 날이다. 약 6개월 이상 급여를 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이 없을 것이다"라고 토로해 가압류의 잔인함을 보여줬다.
■ 손배액 산정에는 문제 없나: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 노조원들에게 청구한 손배액 3억 원의 산출 근거는 '스티커 한 장당 제거비용 5506원'이라는 것이다. 스티커 한 장을 떼는 데 15분이 걸리는데, 철도공사 정규직 직원의 15분 간의 임금과 스티커 제거용 스프레이 등 재료 구입비용을 합산한 금액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KTX 여승무원 노조는 "공사 측이 스티커를 제거하기 위해 인건비를 별도로 지출한 것도 아니면서 금액을 부풀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노조원은 "우스개 소리로 '만약 나한테 3억을 주면 스티커를 내가 다 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만약 손배소송이 진행돼 스티커 부착의 불법성이 인정되면 스티커 부착 비용을 두고 노사가 다퉈야 할 판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불법 파업 등으로 인한 영업손실 비용을 손배액에 그대로 포함시켜 청구하는데, 노조 측은 이 또한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파업기간의 손실액은 파업이 끝난 뒤 특근과 잔업 등을 통해 보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파업 종료 이후의 보충은 무시하고 파업 기간의 손해만 따져 손배를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그대로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정확한 손해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손해사정인을 고용해 정밀한 조사를 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노조는 회사의 영업기밀에 접근할 수 없고 산정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당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앉아서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 "손배 때려서 다 받아낸 기업 있나":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실장은 "그동안의 사례를 보건대 손배·가압류 소송을 걸어 법원에서 이긴 뒤 손배액을 전부 다 받아내는 회사는 하나도 없다"고 단언했다. 결국 사용자 측은 손배·가압류 소송 금액이 개별 노동자가 갚을 수 없는 수준임을 뻔히 알면서도 '노조 탄압'의 수단으로 손배·가압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2~3년씩 걸리는 손배·가압류 소송을 걸어 두면 사용자 측은 노조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에이스' 카드를 한 장 더 쥐고 카드를 치는 셈이다. 그래서 손배소송의 대부분은 노조가 백기항복을 하는 것으로 끝나거나 양측의 합의에 의해 취하된다. 하지만 이 에이스 카드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 손배·가압류가 또 다른 노사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 철도노조는 "철도공사를 상대로 24억 원을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어떻게 갚으라는 것인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노조의 고정자산에 대해 압류가 들어오고 조합비에 대해 압류가 들어오게 될 텐데, 이는 노조더러 문을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게 과연 노사관계를 제대로 풀어나가자던 사측이 취할 태도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철도노조의 손배·가압류 문제가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이처럼 비정규직 분야에서 손배·가압류가 확산되면서 노동자들의 목을 조여 오고 있다. 고용 불안정, 낮은 임금, 취약한 조직력 등에 시달리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손배·가압류로 인해 겪는 고통은 대규모 조직 노동자들에 비해 훨씬 크다.
2003년에 두산중공업 배달호 씨, 한진중공업 김주익 씨, 세원테크 이해남 씨 등이 목을 매거나 분신하기에 이른 과정에도 손배·가압류의 문제가 깔려 있었다. 이런 '희생'의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재의 상황을 냉철히 살펴봐야 한다고 노동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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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8 10:03 2012/12/2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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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를 위한 클래식, <레 미제라블>, 세계 99%의 민중의 노래 <Do You Hear The People 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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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년 만에 글을 보완하는구나. 아니, 글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mp3파일 3개를 추가했다. 소리물결의 번안곡 '민중의 노래'와 뮤지컬에서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과 'Finale'. 저작권 문제가 있으려나?
 
2011/12/31 06:54
 
이채훈의 음악편지에서 클래식만 다루는 줄 알았더니, 뮤지컬도 다룬다. 아니, <레 미제라블> 정도면 클래식이라 해야 맞다. 이채훈 PD 말대로, 1985년에 초연된 <레 미제라블>은 영어로 된 ‘20세기의 오페라’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이채훈피디는 아마 서울지하철노조 노래패 '소리물결'에 의해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 <민중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번안된 것을 모를 것 같다. 번안된 곡도 좋고, 원곡도 좋다. 이거야말로 전 세계 99%를 위한 클래식이다. 이 노래도 인터내셔널가처럼 집회장에서 모두다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번에 올렸던 동영상 중에서 전 세계에서 온 가수들이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로 <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부르는 장면은 다시 봐도 감동적이다. ‘인터내셔널가’에 버금가는, ‘세계 99% 민중의 노래’라는 이채훈 피디의 언급에 동의.
이채훈 피디의 글을 발췌해서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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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를 위한 클래식 음악은 가능한가? (미디어오늘, 이채훈·MBC PD, 2011.12.30 08:19:01)
[이채훈의 음악편지] <레 미제라블>, 뮤지컬과 오페라의 경계를 넘다

<레 미제라블> 중 1막 피날레 ‘하루가 지나면’ (One Day More)
[HD] One Day More - Les Miserables 25th Anniversary
 
1985년 카메론 매킨토시가 뮤지컬로 만들어 런던 바비컨 센터에서 초연한 뒤 지금까지 ‘팰리스’ 극장 (Palace Theater)에서 27년째 공연 중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라이센스 공연이 예정돼 있어. <캐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4대 뮤지컬의 하나로 꼽히는 걸작이야.
20세기에 등장한 뮤지컬과 정통 클래식 오페라 사이의 경계도 딱 부러지게 얘기하기 어려운 것 같아. 그런데, 분명한 건 이 뮤지컬 장면이 어느 오페라 못지않게 감동적이고 훌륭하다는 점이야.
<하루가 지나면>(One Day More)처럼 여러 출연자가 제각기 다른 가사로 노래하는 기법은 모차르트가 <피가로의 결혼>에서 처음 선보였고, 이 뮤지컬에서 차용했어. 주인공 장발장의 비감한 심정,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사랑, 혁명 전야의 갈등, 그리고 테나르디에 등 탐욕스런 민중의 속내가 어우러져 극적인 효과를 높이지. 주요 등장인물에게 한 막에 한 번씩, 평균 두 번씩 독창을 하도록 배치한 것도 모차르트 오페라를 닮았어.

무장봉기를 계획하는 학생들의 모임을 묘사한 1막 <ABC 카페>(ABC Cafe).
Les Misérables " ABC Cafe / Red and Black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1분 52초) 이 때 멀리서 민중의 행진 소리가 들려오지. 클라리넷이 차분하게 연주하는 이 대목이 일품이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대목이야. 어느 오페라에서 이만큼 섬세한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앙졸라스는 “세계의 색깔이 하루하루 변해 가는 지금, 우리가 누구인지 확실히 결정해야 할 때”라고 선언하고 ‘빨간 색과 검은 색’의 행진곡을 노래해. (2분 33초)
“빨간 색, 분노한 자의 핏빛 / 검은 색, 지나간 시대의 어둠 /
빨간 색, 밝아오는 세계 / 검은 색, 마침내 끝나는 밤”
마리우스는 사랑에 빠진 달콤한 느낌을 같은 멜로디에 담아서 노래하지. 그녀를 만난 뒤 한 순간에 변해 버린 세상. (3분 19초)
“빨간 색, 불타오르는 내 영혼 / 검은 색, 그녀가 없는 세상 /
빨간 색, 욕망의 색깔 / 검은 색, 절망의 색깔”
마리우스의 노래에 합창이 가세하여, 혁명 전야인데도 친구들이 마리우스의 사랑을 축복해 주는 느낌이야. 얼마나 사랑스런 젊은이들인가! 앙졸라스는 “마리우스의 선의를 인정하지만 지금은 더 높은 목적을 위해 개인을 바쳐야 할 때”라고 강조해. (3분 56초) 금관과 드럼이 가세, 다시 한 번 우렁찬 합창이 이어지지. 오페라다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고, 음악도 여느 클래식 못지않게 훌륭해.

이 뮤지컬의 로고송이라 할 수 있는 노래는 꼬마 코제트가 부르는 <구름 위의 성>(Castle on a Cloud)이야. 1996년 뮤지컬 다큐를 만들 때도 이 노래를 제일 먼저 썼지. 가난한 어머니 팡틴의 품을 떠나 테나르디에 부부의 주막에서 하녀 노릇을 하는 꼬마 코제트의 환상. 구름 위의 성에는 장난감도 많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해 준다는 꿈. 매켄토시 프로덕션이 해외 순회 공연할 때면 해당 나라의 어린이를 오디션 해서 꼬마 코제트를 뽑지. 흥행 전략일 거야. <구름 위의 성> (Les Miserables) 25th Anniversary - Castle On A Cloud
 
이 뮤지컬에는 전세계 99%에 해당하는 민중이 함께 부름직한 노래가 나와. 99%를 위한 월가 점령 시위 때 사람들이 이 곡을 불렀는지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유럽과 미국 대중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노래야.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Do You Hear the People Sing?)
Les Misérables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 분노한 사람들의 저 노래 소리 /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 사람들의 음악 소리 / 네 심장의 고동이 / 드럼 소리에 메아리 칠 때 / 내일이 밝아 오고 /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네”
민중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가사지만 끝부분에서는 단조로 어둡게 물들어 버리지? 2막 바리케이드 봉기 장면에서 정부군에게 무자비하게 진압 당할 운명을 예고하는 듯 해. 이 노래가 피날레에서 다시 한 번 나올 때는 장조로 씩씩하게 끝나지.
 
링크 6분 37초 지점. les miserables 25th anniversary Part 12 (Finale)
<레 미제라블> 초연 25주년 기념 행사 때, 장발장을 맡았던 세계 각국의 17명 주연배우가 이 노래를 차례로 이어 부르는 앵콜 이벤트가 있었어. 동영상을 볼까. 상업적 이벤트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암튼 대단한 무대였던 것 같아.  
 
시간 날 때 전곡을 다 찾아서 들어보기 바래. 그리고 기회 되면 라이브로 감상해도 좋겠지. 뮤지컬 티켓이 너무 비싸서 쉽진 않겠지, 쩝. 혹시 런던에 갈 일 있으면 시간 내서 웨스트엔드의 ‘팰리스’ 극장 (Palace Theater)에서 직접 봐도 좋아. 한국보다 티켓이 덜 비싸고, 극장이 생각보다 작아서 배우들의 호흡을 가까이 느낄 수 있어.
이탈리아어 오페라의 최고봉 <돈조반니>(1787), 독일어 오페라의 최고봉 <마술피리>(1791), 그 후 200년 가까이 지나서 비로소 누구나 즐길 만한 좋은 작품이 나왔어. 1985년에 초연된 <레 미제라블>, 영어로 된 ‘20세기의 오페라’라고 생각해도 좋아.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른 지 27년, 앞으로도 오래 공연될 것 같지? 이 뮤지컬을 ‘클래식 오페라’로 분류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이 언젠가는 증명될 거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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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민중의 노래 2009/07/03 03:51

 

최근에 레미제라블에 삽입된 노래를 접하게 되는 일이 흔하다. 작년 가을 즈음에 이승열이 진행하는 EBS 라디오 'English Book Cafe' 프로그램에서 레미제라블을 한 주동안 들려주면서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뮤지컬에 삽입된 노래를 틀어주었다. 또한 최근은 아니지만 최장집 교수가 자신의 책 서문에 장발장이 부르는 'Who Am I'를 들먹이면서 자신의 얘기를 풀어나갔던 것이 기억난다.  
 
얼마 전에는 수잔 보일(Susan Boyle)이 Britain's Got Talent에 나와 뮤지컬 배우 뺨치는 목소리로 'I Dreamed a Dream'을 멋지게 불러 화제가 된 바 있다. 가난 때문에 온갖 험한 일을 해야 했던 팡틴의 독창으로 흘러나오는 이 노래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사랑을 그리워한다.
하는 노래
가난하지만 아름다웠던 지난 시절, .그가 노래 한 소절을 부르자 심사위원을 비롯한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이 전율감에 빠져들었고, 이어 그의 계속되는 목소리에 일어나 박수를 치면서 환호성을 올렸다. 가사가 참 서글프고 처량함에도 환호성이 터져나온 이유는 그가 부른 노래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이 노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Fantine 역을 맡은 Gunilla Backman이 부르는 것이다.  
 
Susan Boyle - Singer - Britains Got Talent 2009 (With Lyrics)
  
[Les Miserables] 10th anniversary - I Dreamed a Dream 
 
I Dreamed a Dream (Lea Salonga) - Les Miserables 25th Anniversary O2 Concert HQ
  
하지만 오늘 갑작스레 블로그에 레미제라블과 관련된 글을 올리게 된 것은 네이버 블로거인 모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깔아놓은 것을 보고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도 '이 노래를 다시 블로그에 올려야지' 하는 맘을 먹고 있기는 했다.
 
유튜브 덕에 다양한 버전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제일 많이 알려진 것은 10주년 기념 콘서트 동영상이다. 영어 자막도 있고, 배우들의 발음도 또박또박해서 따라 부르기 쉽다. 그리고 검색을 해보면 알겠지만, 뮤직비디오도 있다. 만든이는 영화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1998)에서 뽑아낸 것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
 
[Les Miserables] 10th anniversary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Do You Hear the People Sing (music video)
  
이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30여개가 넘는 나라에서 나온 가수들이 자기 나라의 언어로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부르는 동영상이다. 이 노래가 국경을 뛰어넘어 전세계의 공감을 얻는 노래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본, 중국도 있는데, 한국은 여기에 없다. 인터내셔널가의 각국 버전에서는 남과 북이 모두 들어있는데 말이다.
이 노래가 집회시위현장에서 불리워진 걸 본 적은 없지만, 1996년 웸블리 경기장에서 있었던 유로96(EU총회?) 폐막식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도 이 노래의 보편성을 잘 드러내준다. EU 각국 정상들 모인 자리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니... 
 
[Les Miserables]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 International

 
Les Miserables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Excerpt from closing ceremony of Euro 96 at Wembley Stadium)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다시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것도 좋지만,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이 노래가 집회장에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울려퍼지는 것을 더 보고 싶다. 물론 거의 희박한 일이겠지만... 참, 올해 1월 초에 있었던 언론악법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 결의대회에서 MBC노조 노래패 '노래사랑'이 이 노래를 불렀다 한다. 사실 집회장에서 이 노래가 불리워진 경우는 보지 못한 것 같은데...
 

 

꿈꾸는 닭님의 카페에 갔다가 레미제라블에 대한 글이 있길래 퍼오면서 2002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레미제라블을 봤을 때의 생각을 떠올리며 글을 쓴다. 꿈꾸는 닭님은 아마 98년도에 판을 사서 들었나 보다. 나는 이 뮤지컬을 2002년에 김강기선, 구태옥 동지하고 함께 세종문화회관에서 보고, 판을 샀다. 물론 하이라이트 앨범이다.
 
그 때만 해도 내 주위에는 내가 뮤지컬을 보았다고 하니 다들 놀랬다(당시에는 이게 오페라인 줄 알았다. ㅡ.ㅡ;;). 난 그런 거 보면 안되나? 쓸 때 돈을 쓴다고 생각하면 될텐데. 8만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었는지 여부가 문제되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괜찮을 듯 싶다. 게다가 그 내용이 일반적인 사랑타령의 뮤지컬과는 구별되는 것이니까. 물론 재정적인 여유도 있어야겠지만...
2002년 8월 이 뮤지컬을 보면서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 하루내내 레미제라블 시디만 듣다.   
  이름 : 길잡이 번호 : 296
  게시일 : 2002/08/03 (토) PM 09:26:07 조회 : 21
  
  어제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레미제라블 공연을 김강기선씨, 구태옥씨와 보았다. 음향이 좀 떨어지는 편이고, 로얄석이 아니라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이 흠이었지만, 그 오페라는 8만원이라는 거금을 주었지만, 그리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나도 이런 것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꺼리가 생겼다는 데 더 의의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 감동 때문에 다시 1만원을 주고 하이라이트 시디를 사서 오늘 연구실을 정리하면서 계속 그 시디만 듣고 있었다. 한 5번 정도 왕복한 것 같다. 그리고 주제곡인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은 거의 20여번 들은 것 같고...^^
  
  근데 이 노래의 MP3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인터넷 서핑을 했는데, mid파일만 찾고 mp3는 발견하지 못했다. 아쉬운데로 홈페이지의 배경음악을 '전화카드 한장'에서 이 노래로 바꾸었다. 소리는 왜 그리 큰지... 

 
당시 나는 레미제라블의 내용이 프랑스의 대격변기를 배경으로 성장하는 민중들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때,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사회단체에서 나서서 연세대 노천극장 같은 음향시설이 잘 되는 곳에서 싼 값에 몇회를 공연하도록 하여 소위 민중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더 잘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나같은 사람도 세종문화회관에 비싼 돈을 주고 가긴 했지만, 사실 거기 온 사람들이 대부분 나름대로 시간 및 재정의 여유가 있으니까 온 것 아니겠는가?
 
이번에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주관으로 시사회를 한다고 한다. 먼저 영화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하는데, 이런 식의 기획이 자주 있었어야 했다. 말로만 문화정당이라고 하면 다가 아니지 않은가? 단지 비싸다고 비판만 할 것은 아니고, 이런 것을 어떻게 민중들이 향유할 수 있게 하는가가 중요한 것 아닐까. 예전에 소련이 망한 후에 선배들이 구 사회주의권의 우월성을 예시하는 근거로, 우리나라에서라면 노동자들이 꿈도 꾸지 못할 볼쇼이의 공연을 마음대로 보고 풍요한 문화적 여유를 누렸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 생각난다. 구 소련이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였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고 내가 레미제라블을 보았던 시기에 발간되었던 시사저널에 정준영 교수가 레미제라블을 본 소감을 시론 비슷하게 썼던 것이 생각난다. 월드컵 때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 어떤 사람은 몇백을 들여 월드컵 경기장으로 가고, 어떤 이는 광화문으로 가는데, 이런 사람들간에 계층간 차이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그리고 자신이 본 레미제라블에서도 아이들을 데리고 온 어른들이 많이 보였는데, 아이들이 뭘 아는지 공연 중간에 통로를 뛰어다니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문화와 여기에 오지 못하는 사람의 문화를 비교했던 것이다. 그것이 교양인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되었을까? 이 글을 보면서 서로간에 동질감을 느끼면서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문화는 없을까 하고 고민했다.
 
2002년 당시에 뮤지컬 바람을 타고 장발장은 6권짜리 소설로도 출간되었다. 그리고 그 저자인 빅톨 위고 또한 민주노동당 기관지인 진보정치에서 '세계의 사회주의자'라는 연재물 중에 다루었던 것 같고...
 
나는 레미제라블에 삽입되었다고 알려진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의 원곡을 듣고 싶었다는 열망 때문에 그 뮤지컬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이클럽이나 하늘사랑, 민지네에서 민중가요 방송을 하면서 지하철 노조 노래패인 소리물결이 그것을 번안하여 불렀을 때 이것이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삽입되었던 메인테마곡이라고 다른 이들에게 멘트를 하였으면서도 확신할 수 없었거든. 그래서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거지.
   
그리고 예상외로 레미제라블은 재미있었다. 장막의 전환도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분위기가 실감나더군. 배우들이 외국배우였던 만큼 당연히 영어로 대사를 진행했다. 나의 짧은 영어로는 이해하기 어려워 양옆으로 나오는 자막을 많이 참고했다. 그리고 예전에 장발장을 본 기억이 남아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되었고... 하지만 꿈꾸는 닭님과 같은 포인트는 아니었던 듯 싶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은 두 번 반복되는데, [The ABC Cafe  - Red and Black]이라는 노래가 끝나고 한번 나오고, 맨 마지막에 합창으로 부르는 것이 나온다. 한국어로 번안된 것은 첫번째 것이다. 한국어 가사는 다 외웠지만, 영어가사는 아직 못외웠다.
 
첫번째 것 가사는 다음과 같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Enjolras: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a song of angry men?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Combeferre:

Will you join in our crusade?
Who will be strong and stand with me?
Beyond the barricade
Is there a world you long to see?

 
Courfeyrac:

Then join in the fight
That will give you the right to be free!

 
All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a song of angry men?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Feuilly

Will you give all you can give
So that our banner may advance
Some will fall and some will live
Will you stand up and take your chance?
The blood of the martyrs
Will water the meadows of France!

 
All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a song of angry men?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소리물결의 번안곡 "민중의 노래">
 

 

 

너는 듣고 있는가 성난 민중의 노래
노예를 거부하는 민중들의 뜨거운 숨결
우리 심장의 고동 북소리 되어 울릴 때
새날은 밝아오네 태양과 함께

 
우리 함께 나가자 혁명의 깃발 올리자
압제를 부숴라 그곳에 자유가 있다
자 힘내어 싸우자 자유의 동지들아

 
너는 듣고 있는가 성난 민중의 노래
노예를 거부하는 민중들의 뜨거운 숨결
우리 심장의 고동 북소리 되어 울릴 때
새날은 밝아오네 태양과 함께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가사는 아래와 같다.
죽었던 사람들도 다들 다시 나타나 한 소절씩 부른다.
 
Valjean:(to Cosette)
Now you are here
Again beside me
Now I can die in peace
For now my life is blessed...

 
Cosette:
You will live, Papa, you're going to live
It's too soon, too soon to say goodbye!
 

Valjean:
Yes, Cosette, forbid me now to die
I'll obey,
I will try.
On this page
I write my last confession.
Read it well
When I at last am sleeping.
It's the story
Of those who always loved you.
Your mother gave her life for you
Then gave you to my keeping.

 
The other spirits, including Eponine appear.
 

Fantine:
Come with me
Where chains will never bind you
All your grief
At last, at last behind you.
Lord in Heaven,
Look down on him in mercy.
 

Valjean:
Forgive me all my trespasses
And take me to your glory.
 

Fantine and Eponine:
Take my hand
And lead me to salvation.
Take my love,
For love is everlasting.
 

Valjean, Fantine, and Eponine:
And remember
The truth that once was spoken
To love another person
Is to see the face of God!
 

Finale
Do you hear the people sing - Finale

 

 


Chorus:
Do you hear the people sing
Lost in the valley of the night?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are climbing to the light.

 
For the wretched of the earth
There is a flame that never dies.
Even the darkest night will end
And the sun will rise.

 
They will live again in freedom
In the garden of the Lord.
They will walk behind the plough-share,
They will put away the sword.
The chain will be broken
And all men will have their reward.

 
Will you join in our crusade?
Who will be strong and stand with me?
Somewhere beyond the barricade
Is there a world you long to see?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ay, do you hear the distant drums?
It is the future that they bring
When tomorrow comes!

 
Will you join in our crusade?
Who will be strong and stand with me?
Somewhere beyond the barricade
Is there a world you long to see?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ay, do you hear the distant drums?
It is the future that they bring
When tomorrow comes...
Tomorrow c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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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7 20:40 2012/12/2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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