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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보험확대, 한미FTA에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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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부가 한미 FTA 시행 전 우체국보험의 가입한도를 높이려 했다가, 미국 상공회의소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된 일은, 한미 FTA가 공공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년 11월에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보험의 가입한도를 50% 올리려 했던 것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한미 FTA가 시행되면 시행규칙 개정이 곤란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5일 우본은 보도자료를 내어 보험업계 등의 입장과 입법 예고기간(8일)이 짧아 충분한 의견수렴 및 협의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을 감안해 연기한 것이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반대 의견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리고 미국 상공회의소 서한에는 가입한도액 증액을 중지하지 않으면 보복이 따를 수 있다는 내용이 없으므로 한겨레, 뉴스핌 등의 기사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였다. 덧붙여 보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종합적 검토와 보험 업계 및 관계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우체국보험 가입한도 증액을 추진할 예정이란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가입한도 증액에 반대하고 있고, 보험업계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가입한도 증액이 과연 가능할까. 실제 우본이 어떻게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과연 한미 FTA가 발효된 후에 우체국보험 가입한도를 올리는 관련 규정 개정을 할 수 있을까. 이를 지켜보느니 한미FTA 발표를 저지하고, 폐기시키는 게 낫겠지.

 
이번 우체국보험 사안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 상공회의소의 개입은 공공운수노조 논평에서 언급된 것처럼 단지 우체국 보험상품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부문의 운영과 공공성 확대 등 정부정책에 대해 외국기업의 논리가 철저하게 우선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케 하는 사례다. 국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위해 공공정책을 결정하려 한 것인데, 아직 발효되지도 않은 한미FTA에 의해 좌절된 것이다. 만약 한미FTA가 발효되는 경우 공공정책이 어떤 상황에 처할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가 문제 삼은 것 중 하나인 입법예고 기간은, 전형적인 공공정책이다. 이에 외국자본을 대변하는 단체가 이의를 제기한 것은 입법, 행정 주권이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경부 우본이 이 사례가 별 것도 아닌 것처럼 치부하고 얼렁뚱땅 넘기려 하는 것은 쪽팔리는 짓이다.

 

관련기사 모음: http://gimche.springnote.com/pages/1025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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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5 20:29 2012/01/0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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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민주화 시대, 한국사회와 좌파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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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사회공공연구소 송년회 때던가 쏭이 나보고 당 밖에 있으면서도 정당을, 나의 당활동 경험을 지나치게 우월하게 평가한다는 말을 했다. 아래 참세상의 정세좌담회를 보면서 실제 내가 정세를 보는 시각이 정당, 그리고 공공부문 노동운동 쪽에 쏠려있었다는 평가를 하게 되었다. 물론 정세좌담회에 참여한 이들 중에 제도정치권을 제대로 경험한 이들이 없다보니 진보정당의 힘과 영향력을 너무 과소평가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지난 10여년 동안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받으면서 노동자당원들을 입당시켰지만, 애초에 이루고자 했던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그리 진전되지 않았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진보정당 밖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과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그리고 최근 조직노동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노동자들이 현장내에서는 단련되지 못한다는 점 또한 확인했다. 아래 좌담회에서 언급되는 좌파운동의 여러 가지 한계 때문일 터이다.
 
돌파가 필요하다. 진보정당 쪽은 차치하고라도 제도정치 밖 좌파운동세력이 진보정당과의 연대활동에 좀더 관심을 두기 바란다.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이 아니라고 한다면, 나머지 정당과의 연대를 풀어나가는 방식, 개입형태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당으로의 흡수가 염려된다면, 최소한 장기적인 변혁의 전망을 고민할 수 있는 연석회의체라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대로 지리멸렬해서는 죽도 밥도 안된다. 그나마 남아있는 역량을 묶어세우고 유지, 강화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튼 아래 정세좌담회를 접하게 되어 반갑다. 적어도 현 정세 진단에는 동의할 수 있고, 향후 어떻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좌파운동은 어떠해야 할지를 고민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볼 만한 내용만 발췌했는데도 그 양이 꽤 길다. 이럴 때 보면 뭘 간단하게 요약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아직은 좌파라는 말이 익숙치 않다. 내가 그럴 정도의 뭘 갖추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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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민주화 시대, 한국사회와 좌파운동 (1) (참세상, 참세상 편집팀 2011.12.30 17:26)
[참세상 정세좌담회](1) MB시대의 진보란? 거대한 자유주의화
서영표 : 소위 ‘진보 내지는 진보 정당이 없는 진보정치’가 될 것 같다. 녹색정치, 좌파 또는 진보 세력의 자기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당하는 상태가 되지 않을까 제일 우려되는 측면이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통합진보정당은 진보정당이라 할 수 없다. 문제는 진보신당 등 바깥의 정당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자기 위치를 잡아주고 있느냐 할 때, 그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잘 봐야 할 부분은 박원순 서울 시장으로 인해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떤 결과를 맞을 거라는 거다. 박원순은 진보가 아니다. 그저 인간의 얼굴을 한 착한 자본주의 하자는 것이다.
박원순에 대한 실망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문제는 그 실망을 누가 뒤집어 쓸거냐 하는 점이다. 결국은 좌파, 진보들이 뒤집어 쓰게 될거라 본다. 그 사람들은 개인적인 명망을 이용해서 정당 들어가면 되고 정치적으로 성공하면 된다. 때문에 소위 박원순 시장의 서울이라는 걸 우리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형식 : 거대한 자유주의화 물결이란 말에 동감을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 우리의 차별성을 어떻게 드러낼 거냐는 거다. 좌파라고 할 때 좌파임을 드러낼 수 있는 변별점은 경제적 자본주의 또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경제적 비판과 경제정책에 있어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라고 보는데. 그게 잘 안되는 이유는 역량이 없어서다.
2008년 이후 금융위기 이야기 하는 진보진영의 많은 담론도 분석이 아니라 객관적 기술만 가능할 뿐, 구조적 분석은 없다. 좌파 진영 내에 구조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선수(사람)가 없다. 연구 인력이 재생산 되지 않은지 오래 됐다. 원론적 비판조차 제대로 못하는 상태에서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정책적으로 여기에 대한 대책이 있지 않은 이상 거대한 자유주의화 물결에서 좌파가 대응하기는 힘들 수 있다.
배성인 : 좌파도 자유주의자들처럼 콘서트를 해야 한다. “나는 좌파다” 같은 좌파 콘서트 하자 그랬는데 아무도 반응이 없더라. “나는 꼼수다” 에, 꼼수가 뭐냐 이런 걸 하자고 해도 응답이 없다. 우리도 입 다물지 말자는 거다. 좌파가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 기획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게 안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운동진영 뿐만 아니라 학문진영까지 죽는다.
김규항 : 나꼼수는 문화적 측면에서 자유주의화가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컨텐츠다. 나꼼수는 마치 뜬금없이 나타나서 대중들에게 “쫄지마, XX” 하면서 권력에 대한 저항을 선도하는 듯한 폼을 잡고 있지만 사실은 거대한 자유주의화에 따른 대중의 욕구나 의식에 편승한 히트상품이다. 그게 폭발한 건 대중들의 의식변화 현상의 폭발을 반영한다.
중요한 건 소통과 언어다. 나꼼수는 내용상으로 별게 없다. 그러나 소통과 언어,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고 위로 해주는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뭐가 옳으냐의 문제 이전에 위로받고,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어 하는 데 거기에 나꼼수가 딱 맞아 떨어진 거다. 우린 MB의 덕을 볼 수도 없고 어찌됐든 뭐가 옳으냐의 문제를 짚어야만 하기 때문에 몇 배는 더 어렵다.
서영표 : 문제는 소위 좌파 내지 진보인 사람들이 그걸 방어하거나 공격할 수 있는 어떤 이론적 무기도 없는 상태에서 무기력하게 그냥 주저앉아 있는 거다. 그러니까 어디까지가 좌파고 어디까지가 진보인지 모호해진다. 상대적인 거지만, 최소한 누구와 상대적인가를 밝혀야 한다. ‘여기까지가 진보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가 좌파다’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게 없다.
배성인 : 진보정당에 대한 개념규정을 다시 해야 한다. 진보정당은 계급정당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유럽 사민당 식으로 가고 있는 경향인데 확실히 개념 정리를 해야 한다. 대중적 진보정당이냐, 좌파정당이냐 확실하게 개념정리를 해야 하는 거다.
김규항 : 한국에서 일반 대중에게 진보는 자유주의를 의미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인거다. 개인적으로 자유주의 정권 10년 동안 ‘개혁은 진보가 아니다’라는 소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것도 그런 보수 진보의 프레임이 바로 잡하지 않으면 진보는 진보끼리만 말하는 사람들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젠 다시 보수 가 집권해서 그나마 진전되었던 정치적 자유주의까지 무시해버리니 앞서 말한대로 아예 “가상 민주화 투쟁” 상태가 되어버렸다.
자유주의로 통합 현상이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전체적으로 자유주의로 통합하면서 진정한 의미에서 보수, 진보의 구도가 가능해졌다. 소통 이전에 좌파의 실력이나 내용에 대한 냉정한 성찰을 하는 건 좋은데 기억할 것은 우리의 목표는 소통의 자격이나 준비가 아니라 소통 자체라는 점이다. 이쪽에서 내는 논평들이 질이 좋은데, 시민대중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저쪽에서 내세우는 최선은 케인즈주의의 복원이나 실체없는 복지담론 같은 것인데 그것이 현재의 자본주의 상황에서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차근차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대중과 이야기 해낼 수 있어야 한다.
한형식 : 소통하는 방식으로 언어가 세련되지 못했다는 건 오래된 문제다. 언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소통의 물적 토대를 빼앗긴게 크다. 대중 매체에 좌파들이 진출하지 못하고, 좀 더 폭 넓게 진보담론이 유포되는 통로 안에서도 자유주의자들이 대세다. 프레시안, 오마이뉴스가 좌파 담론을 생산하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급진적 자유주의 정도의 담론일 뿐이다.  우리가 아무리 대중에게 잘다가갈 수 있는 언어가 있더라도 그걸 소통시킬 구조가 없다.
SNS가 아무리 자생적이라 하더라도 대중매체가 장악하는 기본적인 담론의 장에서 움직이지 그걸 넘어서는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 SNS를 통해서 유통되는 담론의 주류는 이미 주류 담론의 물적토대가 생산한 것을 재생산할 뿐, 그걸 넘어서는 새로운 담론을 거의 유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걸 통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건 너무 섣부른 낙관주의다.
김혜진 : 사회주의나 좌파단체의 신문이나 이런 걸 보면 “자본주의가 문제고, 자유주의자들은 죽어도 안된다”라는 결론 말고는 실제로 찾아볼 수 있는 분석은 별로 없다. 현실운동에 대한 개입력이 점차로 약해지면서 점차로 정보에 취약해지고 그 과정에서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의 활동가들이 이 공간을 떠나면서 결과적으로 다시 개입력이 약해지는 악순환을 겪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면서 점차로 다양한 의제에 대해서 분석할 수 있는 정보력이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김혜진 : 우리의 입장을 명확하게 하면서 다른 복지담론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수식어붙이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가끔 한나라당의 복지는 ‘자유주의적 복지’이고, 박근혜식 복지는 ‘국가주의적 복지’이고, 또 어떤 이들은 ‘사민주의적 복지’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유주의적 복지에 가깝다거나, 그래서 우리의 복지는 ‘민중복지’ 혹은 ‘사회주의적 복지’라는 방식으로 자기 입장을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비교해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자기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특정한 주장에 대한 안티의 방식을 뛰어넘어 우리가 주장하는 담론이 어떤 내용인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해야 한다.
서영표 :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반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을 그들의 언어로 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 하면 우리를 더 고립시킬 수 있다는 거다. 선명성이 약해서 운동 능력이 약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서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선명성을 계속 강조하게 되는 거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고립된다. 반자본주의라는 말이 이념적인 선만을 긋고 정치성을 확립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반자본주의라는 걸 선명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더 고립될 수 있다.
 
가상민주화 시대, 한국사회와 좌파운동 (2) (참세상, 참세상 편집팀 2011.12.30 17:51)
[참세상 정세좌담회](2) 2012년, 한국사회는 어디로?
선지현 : 야권의 대통합 담론은 노동운동 안에서는 엄청난 재편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과거에는 지금까지의 정치운동이 노동운동이나 대중운동에 기반해서 정치의 변화를 추동했다면 지금은 정치운동의 변화가 대중 운동을 재편하는 상황으로 까지 온다는 것에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김규항 : 세계경제위기와 자본의 운동 방향으로 볼 때, 자유주의 정권 교체로는 경제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후 실망감과 혼란상황은 상당할 걸로 보인다. 그 반동으로 파시즘을 우려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우리의 언어와 소통 능력을 재정비해야 한다.
좌파 독자후보를 내든, 진보정당연석회의 같은 것이 뜨든 할 수 있는 노력은 해야 하지만 그런 한계에 대해선 분명히 전제하고 가는 게 현명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우리를 정비하고 장기적인 활동을 준비하는 1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여유로운 태도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서영표 : 억누를 수 없는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투표 밖에 없다는 말이 좌파들에게 시사하는 봐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꺼리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존재감조차 주지 못한다는 것이 아픈 비수로 꽂히더라.
김규항 : 그래서 정치라는 것에 대해서, 정치가 무엇이냐는 것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은 투표와 선거가 소중한 권리라고 세상이 변화하길 바란다면 투표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원론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투표와 선거가 대다수 노동자 서민의 삶을 반영하지 않는 정치놀음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할 수 있다. 위축될 필요는 없다.
제도정치가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전제되어 있던 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았나. 한국역사를 보면 해방 이후 주요한 정치적 변화 중에 제도 정치 안에서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것이 선거 때만 되면 최악을 막아야 된다는 형식으로 해소되는 게 문제다.
정치라는 것이 대통령이 누가 되나, 어느 당이 되고 하는 게 중요하지만, 우리가 참여하는 모든 것이 정치라는 것, 정치에 대한, 노동자란 개념에 대한 환기 등 앞으로 우리 언어를 확보하는 소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형식 : 아무리 좌파정치라 하더라도 선거 정치의 영향력 아래에서 결국은 움직이는 일이 벌어지지 않나. 결국은 제도 내에서의 의회정치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노동자 정치에까지 4년에 한 번 씩 긍정적이든 파괴적이든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정치우위에서 그 정치의 형태가 의회정치라는 것으로 획일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공천 구조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고 본다. 그래서 이쪽에서 내세우는 직접민주주의 성격의 강화라든지 이런 여러 가지 제안을 하면 상당히 급진적인 제안으로 내세우는 것들도 최종적인 정책적인 대안에서는 비례대표 강화라는 방향으로 귀결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김혜진 : 우리의 언어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자유주의에 대당하는 논리로서 ‘국가가 책임져라’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때로는 위험한 논리일 수 있다. 한나라당 등과 대응할 때에는 자유주의 논리를 가져다 쓰기도 한다. 경쟁논리가 때로는 우리의 논리 안에 포함되기도 한다. 좌파운동의 중심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철학적인 고민에서부터 철저할 필요가 있다.
한형식 : 그 문제에 대해서는 좌파진영에서 경제학적 접근을 터부시한 영향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 15년간, 경제학적 접근을 하면 상당히 낡은 것이라거나 스탈린주의 심지어 경제결정론으로 싸잡아서 매도하는 경향이 좌파 내부에도 있었다.
왜 자유주의자들이 진보의 탈을 쓸 수 있었나를 보면, 문화적인 이데올로기 담론을 선점했기 때문에 이게 좌파진보의 전부인 것처럼 선점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경제이야기는 주류들이 하는 이야기, 그리고 거기에 대해 비판하는 거는 아예 탈경제 비경제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하는 사람들이 좌파진보 제도 바깥에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대중적으로 일반화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진보진영 스스로가 거기에 종속되고 그래서 경제학적 접근을 폐기하고 문화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접근만이 신자유주의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틈이라고 선전하는데. 지난 15년 10년 동안의 좌파 진영의 내부에 널리 퍼져있던 풍조다. 이 과정에서 속에서 좌파 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사라졌다.
선지현 : 경제문제를 이론적 접근만이 아니라 노동자 대중이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대중의 행동들을 만들어내고 조직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왔었던 자본에 대한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타격하거나 공격할 수 있는 기제들이나 요구들이 있다. 그런 문제들로 투쟁을 만들어내야 하고 체계가 완벽하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보는데, 그런 급진화된 요구들을 가지고 조직해가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 좌절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핵심적으로) ‘좌파운동의 지도력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가 어떤 현상으로 드러나는가 하면, 노동자들이 자유주의로 빨려 들어가는 결과로 나타나, 소위 진보적이고 좌파적인 사고나 의식에 동의하는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정치적 비관주의와 무기력으로 귀결된다. 현장에 비타협적 활동가들이 많은데 활동가들 상당수가 국민참여당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지만 새로운 대안의 정치, 노동자의 정치보다는 무기력과 냉소로 온다.
김규항 : 제 주변을 보면 특별하고 희망적인 건, 노동자로 생각지 않던 사람들이 자신을 노동자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거. 희망버스에서도 그게 좀 드러났고, 우리도 조직된 노동자는 극히 일부고 그 안에서 좌파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정말 일분데, 그것이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현장에 대한 협소한 전제가 발목을 잡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보통의 대중들과 하는 소통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시민은 사실 모두 노동자’라는 시민과 노동자라는 언어의 대결을 대단히 중요하게 본다.
김혜진 : 민주노총이나 비정규직 단위에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전략조직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사업을 하는 이들은 중소영세사업장들에게서 뭔가 변화의 조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직 이들이 그런 변화를 직접적인 자기 실천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지만 그런 갈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갈망이 왜곡되지 않도록 다른 이들에게 활용되지 않도록 하려면, 그리고 그것이 급진적이고 사회적인 투쟁이 되도록 하려면 우리가 그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권리의 주체라는 것’이어야 한다.
선지현 : 조직된 노동자 중심 사업에 대한 생각이 있다. 왜냐하면 기존에는 ‘아니다’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그게 지금은 ‘보루’인 것 같다.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 시민이라고 호명되는 노동자에 대한 전략적 운동의 고민은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하나의 측면에서 보면 소위 좌파 운동에서 예컨대 노동, 쉽게 조직돼서 흐름을 만드는 운동에 천착하다 보니까, 사회운동 부분에서 사회주의적 담론을 형성할 수는 없었다. 녹색, 여성 그런 지향에 걸맞는 주체 단위는 없는 상황이다. 지역, 부문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주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20세기 사회주의 운동이 아니라면 그것을 뛰어넘는 전략과 경로는 뭐냐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20세기 사회주의와 그렇지 않은 사회주의로 구분하는 것도 문제라고 보는데, 어떤 전략이 필요한 건지 의논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있었으면 한다.
문제는 이런 전략적 중요성과 단기적으로 부딪히고 있는 문제와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통합진보당으로 가고 있는 진보운동 흐름에 맞서는, 뭔가 저게 진보정당이 아니라면 무너지고 있는 이 진보정치를 어떻게든 모아가지고, 대항하는 연대적 흐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보정치라고 하는 건 실종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통합진보당은 민주노총의 상층부나 주요 간부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움직이는 게 있다. 일정한 흐름의 실천적 지향뿐만 아니라, 이론적 측면에서도 이런 다양한 영역에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게 필요한데, 개별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집단적 공동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통합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큰 전선 안에서 자본주의 가치에 대항하는 넓은 의미에서 진보의 가치는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지금 현재 민주대오나 반MB로 활용되는 거대한 흐름에 작게라도 유의미한 일정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한 상황이지 않나 생각한다.
서영표 : 영국에서도 보수당이 내세우는 담론이 뭐냐 하면 ‘큰 사회’, ‘빅 소사이어티’ 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자신들 당론에 위배되니까 실제로 재정지출을 늘릴 수 없으니까, 지역에, 마을에, 가족에 책임을 지우고 그게 바로 사회적 자본이고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라는 식으로 유포 시키고 있다. 재분배 할 순 없지만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지고 사회적 불안이 커지니까 이걸 어떤 식으로든 봉합해야 하는 이데올로기적인 뭔가가 필요해 진거다. 그게 바로 ‘소설캐피탈(사회적 자본)’로 들어온 거다.
한형식 : 선거 국면에 들어서면서 진보를 표방한 자유주의들이 사회적 자본을 집중적으로 유포시키기 시작하지 않았나. 좌파들이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전혀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히 많은 좌파들이 이런 담론에 수렴되고 있다.
서영표 : 녹색의 담론을 빼앗겼는데, 녹색적 비판을 자본주의 시스템 비판으로 어떻게 가져갈 건가를 고민 중이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로컬한 수준에서 지역 정치를 할꺼냐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지만 부빌 언덕이 없다.
한형식 : 좌파의 자유주의로의 전향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지금 다시 경제학적 담론으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은 기본적으로 그 사람들이 트랜드를 먼저 보는거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좌파들이 이런 문제의식에 둔감하고 자유주의자들이 경제 문제가 진짜 중요한 문제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좌파들이 주도권을 선점 당하고 있다.
김혜진 : 지금까지 주류가 아니었던 운동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지속되어왔던 많은 운동이 어떻게 사회를 변혁하는 운동과 만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운동들이 전체 운동 속에서 어떻게 서로 주고받는 힘으로 형성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선지현 : 2012년 이후를 어떻게 살아갈지를 가지고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2012년 이후, 급변하는 정세에 맞춰 좌파 운동이 어떻게 갈지를 가지고 2012년의 과제를 정립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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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1 01:09 2011/12/3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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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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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sook Kweon 2011년 12월 30일 오후 12:12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살아남은 자들의 오욕..
 
사는 것 자체가 '이벤트'가 되었다는 어떤 페친의 말이 떠오른다....
사는 것이, 사실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살기위해서 용산의 망루에 올랐다는 사람이 죽는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서 항거한 쌍용차의 노동자들,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이 죽는다, 그리고 유신시절의 엄혹한 권위주의에 맞서 싸운, 그 시대에는 적어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어 그리했던, 그리고 한번 세운 결기와 정조를 유지한 '민주주의자들'인 김병곤과 김근태도 죽는다...
 
사는 것 자체가 이벤트라면 죽는 것은 이 시대의 모습이다.
이 시대, 이 사회의 모습은 삶이 아니라 '죽음'에 있다, 어떻게 죽는가의 모습에....
 
그래서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이 아니라 오욕이 되는 시대, 세월, 사회이다..
어젯밤은 참으로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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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모임에 올려진 권영숙님의 글을 퍼왔다. 여느 죽음과는 달리 김근태씨의 죽음에는 모두가 애도를 표한다. 권영숙님의 말대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인 셈이다. 그의 무게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하지만 미워하진 않을지라도 아쉬운 기억이 있는 사람은 있을 듯하다.
 
나 또한 사실 보수야당의 대표적인 정치인으로서, 80년대 주류 운동권들을 보수정당과 비판적 지지의 품속으로 밀어넣은 주역으로서, 김근태 씨에 주목하는 편이라 그를 비판적으로 바로보곤 했다. 하지만 그가 떠난 마당에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면도 놓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부동산 원가공개 문제와 관련하여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했던 것, 보건복지부장관으로서 국민연금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 부정부패 문제와 관련하여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것 등은 그가 90년대 이후 제도정치권에서 행했던 긍정적인 면이고, 투옥과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해온 것은 재야에 있을 때 높이 평가해야 할 면들이다.

  
80년대에 김근태가 걸었던 그러한 길을 2010년대에 또다른 방식으로 걷고 있는 이들을 생각한다. 또한 윤태곤 기자가 언급한 것처럼, 그는 여당 정치인 생활 10년 간 실패와 좌절은 많았고 성공은 적었지만, 투옥과 고문으로 점철된 그의 반독재 투쟁 20년 만큼이나 여당 생활 10년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도정치권으로 들어가 전업정치인으로 활동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아왕이면 제대로 된 진보정당에서 노동자민중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보수정당 내에서 나름의 원칙을 지키고자 했던 김근태의 모습을 최근 보수정당의 품에 안긴 이들이 보여준다면 나름 의미있을 것이다. 그게 가능할런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김근태가 후배 정치인들에게 남긴 유훈을 기억했으면 한다.
 

김근태, '반독재 20년'만큼 치열했던 정치역정 (프레시안, 윤태곤 기자, 2011-12-30 오전 8:21:37)
[기자의 눈] 김근태가 후배 정치인들에게 남긴 유훈은…
 
민지네(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네티즌모임)에서 만났던 많은 이들 중에서 GT팬클럽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있었다. 여전히 GT를 좋아하지만 그를 품고 있는 둥지가 문제가 있다고 보아 GT와는 다르게 사고하려는 이들이었다. 가끔씩 그들 앞에서 GT를 비웃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나이를 그럭저럭 먹었음에도 이름에 걸맞지 않게 철들지 않았던 듯하다. 좀더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었는데... 암튼 그들은 지금 김근태를 어떻게 생각할런지... 연말에 연락이라도 해봐야겠다.

덧붙여 생각나는 에피소드 하나. 80년대 나름 격렬했던 NL과 CA/PD의 정파간 다툼 때문에 각각이 몸담았던 정당이 다르게 되었다는 것. 다수파였던 NL들은 민주노동당 내에서만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생겨나기 전에도 패권주의적이고 독단적인 행태를 보였고, 그 선두에 있었던 게 민청년이었다. 그 민청년의 대부가 김근태, 김병곤이었고... 이를테면 민청년 내의 주류와 노선이 달랐던 안양민청년은 왕따당할 수밖에 없었다.
김문수, 이재오, 김성식 등이 한나라당, 그 전신인 신한국당에 가입하였던 배경에는 저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고집도 작용하였으리라. 온화한 미소 속에 내재해있는 운동권 주류의 전횡 또한 잊어서는 더이상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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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0 12:09 2011/12/3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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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노동 정치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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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민주당의 한 축으로 부상… ‘노동 정치’ 주목 (경향, 안홍욱 기자, 2011-12-18 21:42:47)
한국노총 고위 관계자는 “의원을 몇 명 배출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복지 정책을 결정하는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다음달 구성되는 민주통합당의 지도부에서 당연직 최고위원을 맡게 된다. 또 한국노총은 내년 4월 총선 이전에 2만명 이상의 당비당원을 가입시킬 예정이어서 민주통합당 내에서의 정치적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의 정치 참여로 노동자 요구에 부응하는 이슈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의 정책에도 ‘노동자 권익 보장’과 ‘노동가치 존중’을 명문화했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 실업안전망 구축 등 친노동 정책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 정치 영향력, 유럽·일본선 ‘막강’ (경향, 안홍욱 기자, 2011-12-18 21: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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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위 기사는 한국노총과 민주통합당을 지나치게 띄워주는 게 아닌가 싶다. 한국노총은 이미 자신이 중심이 된 당을 창당한 적이 있다.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녹색사민당에 적극 결합하였으나 참담한 실패를 경험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도가 처음인 것처럼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 아닌가.
 
더욱이 노조의 정치 영향력이 막강한 것으로 언급된 영국과 일본은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사실상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있어 가장 실패한 사례 중의 하나이다. 특히 일본의 민주당과 정책연대를 하고 있는 렌고를 통한 의원 배출을 노동 정치라고 한다면 뭐라 할 말이 없다.
 
아무튼 한국노총의 민주당 합류를 놓고 보니 민주노총 집행부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굳이 한국노총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데도 왜 그러는지... 이러다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다음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하고, 여기에 통합정당이라도 만들게 되면 노동계의 대통합마저 실현되는 셈이다. 설마 이렇게까지 되진 않겠지만, 그럴 개연성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거참, 어처구니가 없다.
 
이에 민주노총 각급 조직의 전·현직 간부와 현장활동가 152명이 배타적 지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에서도 상당수가 참여하였는데, 이렇게 폭넓은 스펙트럼의 활동가들이 정치적 사안에서 공동행보를 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이들은 ‘3자 통합당에 대한 입장과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를 위한 1000인 선언’을 제안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대단한 사회적 영향력이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민주노동당에서 통진당으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가 넘어가면서도 가실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노동현장에, 제대로 된 노동정치를 향한 움직임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면서, 치열한 논쟁을 통해 노동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 여기에 실제 내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배타적 지지를 폐기할 수 있게 되면 더욱 좋은 것이고...
 
나는 통합진보당이 정치판에 안착하고, 그들이 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해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더이상 진보정당이라고, 노동자정당이라고 하지는 말아달라. 배타적 지지 철회를 요구한 노조활동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신자유주의 정당과 통합한 3자 통합당(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앞으로는 오염될대로 오염된 '진보정당'이라는 말 대신 좌파정당, 민중정당, 노동자정당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게 타당할지도 모르겠다. 민주당 내의 일부 세력들마저 자신들이 진보개혁세력임을 자처하고 있으니 말이다.
 
올해 공공운수노조의 국회와의 공동사업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의정활동에 관한 한 민주당과 진보정당이라고 불렸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차이를 둘 여지도 없다. 더욱이 실용적인 측면만을 살펴보면, 현장에는 그리 큰 주목도 받지 못하는 진보정당의 의원보다 영향력 있는 제1야당의 의원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김선동 의원처럼 국회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식의 활동을 꾸준히 하지 않는 한 그러하다. 진보정당의 의석 배출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제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는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제도권 정당으로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의석을 가졌을 경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의회 진출의 성과가 국회의원 개인에게 귀결되는 게 아니라 현장 강화로 연결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즉, 진보정당 무용론이 아닌 적극적 활용론의 재정립이 요구된다.
 
한미FTA 폐기투쟁만 하더라도 현장에서는 막연한 반대는 있을지언정 이를 실천으로 연결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마련하기 어렵다. 구조조정이나 노동조건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경우에만 조합원들이 관심을 갖고 집회나 토론회에 나서도록 조직가능하지 일상적인 정치활동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웬만큼 큰 쟁점이 있는 게 아닌 한 집회참여도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정치적 쟁점에 대한 일상적인 교육조차 잘 이루어지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노조 언저리에 있는 비당원의 입장에서 보니 진보정당의 동원 내지 교육 또한 제대로 된다면 이를 보완하는 의미있는 기제로서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보게 되었다. 특히나 지역정치활동의 경우 정당을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다. 정당이 아닌 지역활동은 비정치적인 것처럼 보이려고 하거나 민주당과 연계된 유사정치활동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도권 정당의 활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진보정당이라고 보기 힘든 통합진보당을 제외하면, 남아있는 진보신당, 사회당에 대해 노조운동 쪽에서 전면적으로 개입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를 위한 정치활동의 전형창출이나 개입의 근거 마련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인 행보가 쉽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철회를 요구하면서 ‘3자 통합당에 대한 입장과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를 위한 1000인 선언’에 나선 김에 현장 활동가들이 노동자계급정치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상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한다.
 
한국노총의 민주통합당 결합에 대해서 간단하게 코멘트한다고 했는데, 또 엉뚱한 대로 가고 말았다. 항상 이런 식이다. 중심적인 논점도 없이 횡설수설이고... 그렇다고 제대로 글을 쓰는 건 더 많은 공력도 필요하니, 걍 이렇게 떠들고 마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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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0 05:00 2011/1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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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논쟁을 통해 드러난 진보진영일부의 편협성과 도식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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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교수의 정치 커뮤니티] 진보진영 일부의 편협성과 도식주의 (매노, 김민웅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 2011.12.16)
- 박태준 논쟁에 대해
한 인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매우 정밀해야 한다. 모르는 면모가 드러나면 그걸 기초로 재평가해야 한다. 그게 진보다. 인간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인정할 만한 사실이 있으면 받아들이는 것이 진보다.
박태준 회장은 이 땅에 보기 드문 보수적 인물의 모델이다. 그것은 귀한 자산이다. 저열한 진보가 있듯이, 공적책무를 다하려는 보수가 있게 마련이다. 어느 인간이 완벽하겠는가. 그러나 평가할 만한 것이 있다면, 평가해야 한다. 그가 어느 입장과 노선에 있던, 그럴 만한 자세를 갖춘 것이 진보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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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민웅 교수의 지적처럼 한 인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정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박태준회장의 죽음에 대해 추도문을 쓰면서 명복을 기리는 걸 정당화할 만큼 그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이다.
 
2. 그를 사회장으로 치르는 게 타당한가? 석면이 죽음에 많은 작용을 하였음이 부각되고 있는데, 그 석면현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언론이 어떠했는지 지적해야 하지 않나?
 
3. 김민웅교수는 직원과 노동자들을 혹독하게 다뤘던 것을 박태준회장이 세월이 흘러 공개적으로 사죄했다고 하지만, 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들어본 적이 없다. 1990년대 초반 대한민국 최대의 노조였던 포철노조를 붕괴시키는 주범이면서 지금까지 포스코에 제대로 된 노조가 없는 것에 그가 무슨 반성을 했는지 역시 들어본 적이 없다.
 
4. 김민웅교수는 국민 공기업이 민영화되면서 자신은 주식 하나 소유하지 않았고 스톡옵션 받기를 거부했다는 걸 내세운다. 나아가 국민기업인 포철에서 이윤을 만들어 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국가건설의 기초 역량을 다지려 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논란의 소지는 있으나, 포스코로의 민영화가 바람직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은가? 기껏 민영화시 스톡옵션 받지 않은 게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모를 일이다. 물론 다른 재벌들에 비교하면 참 건전한 편임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건전한 자본주의를 했다는 게 비판을 면책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
 
5. 나아가 김대중 대통령이나 박원순 시장이 설립한 아름다운 재단을 그리 진보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 입장에서 DJ에 대한 후원이나 아름다운 재단에 대한 기부를 진보진영에 대한 지원으로 연결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6. 이처럼 몇 가지 일화만으로 박태준 회장에게서 긍정적 측면을 발견하는 것 못지 않게 비판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일화도 너무나 많을 거다. 현 정권이 지나치게 꼴통이어서 상대화된 것 때문에 그렇지, 진보진영에 속한다는 이들이 그를 추모하는 걸 이해하긴 힘들다. 물론 이에 대해 욕을 퍼붓는 것도 오바인 것은 사실이다. ‘박정희하고 친하지 않았느냐?’, ‘세계 굴지의 기업의 왕초였으니 당연히 노동자들을 짓밟았겠지’, ‘얼마나 해먹고 부자가 돼 떵떵거리며 살았겠어?’ 이런 식이라고? 그런 극단적인 비난에 주목하지 말라. 아니, 김민웅 교수가 진보진영에 애정이 있다면, 보수언론을 비롯한 주류의 분위기가 박태준회장을 얼마나 미화하고 포장했으면 그렇게까지 반응할까 하고 이해해줄 순 없을까.
 
김민웅 교수는 "이 절망적인 도식주의를 깨지 못하면, 진보는 조금이라도 차이가 보이면 안에서 무식하게 분열하고 잔인하게 공격하는 습관을 지속하고 말 것"이라고 하지만, 박태준 회장과 같은 보수주의자에 대해, 그에 호의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이들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면 박노자 교수가 얘기한 대로 부지불식간에 전향하는 이들이 속출하더라도 막기 어려울 것이다.
항상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중심으로 모든 사안과 세력을 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보다 왼쪽에 있는 이들을 한데 뭉뚱그려서 편협하다고, 도식적이라고 딱지부치는 행태는 지나치지 않은가 싶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1/12/17 23:07 2011/12/1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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