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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그들만의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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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서점에서 대충 훑어봤을 때는 별로였는데, 서평기사들을 보니 그럴싸하다. 서동진의 프레시안 서평은 긴 내용에 비해 책 구매욕을 돋우지는 못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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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그들만의 낙원'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2011-01-12 17:38)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출간
 
"우리는 캘리포니아 남부의 풍광과 느낌, 아름다움을 홍콩으로 가져옵니다. (중략) 야자수가 늘어선 거리와 그림 같은 경치가 있습니다. 춤추는 분수와 색색의 꽃들, 향수를 자극하는 가로등과 거리의 조각상들도 놀랍습니다. 넥타이를 풀고, 양복과 롤렉스 시계를 벗어던지고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저 바라보세요."
 
홍콩 위엔룽(元朗) 부근에 있는 폐쇄형 고급 주택단지 '팜스프링스' 광고 전단에 나오는 내용이다. 홍콩의 폐쇄형 고급 주택단지의 역사는 영국 식민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인들은 고지대인 빅토리아 피크에 거주하면서 저지대에 사는 일반 중국인들과 가급적 거리를 두려고 했다. 팜스프링스도 빅토리아 피크의 영국인 거주지만큼이나 폐쇄적이다. 팜스프링스에는 공영버스가 다니지 않으며 외부인이 단지에 들어가려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철통 같은 보안은 말할 것도 없다.
 
신간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아카이브 펴냄)는 팜스프링스를 비롯해 이란 사막에 세운 인공 오아시스 신도시, 두바이의 초고층 마천루와 인공섬, 제주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CNN 창업자 테드 터너의 사유지 등 부유층의 생활공간을 통해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화려함 뒤에 감춰진 불평등의 세계를 보여준다.
 
부유층 생활공간의 기본적인 조건은 '분리'와 '장벽'이다. 저자인 마이크 데이비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대니얼 버트런드 멍크 콜게이트대 평화연구프로그램 소장은 신자유주의가 식민지 시절의 극단적인 주거 차별과 소비 구역 분리 패턴을 부활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현대의 부와 호화스러운 소비는 1980년대 이래 어느 때보다도 더 담장으로 둘러쳐지고 사회에서 섬처럼 고립된다."
 
부자들의 '파라다이스'는 가난한 이들과 노동자들의 눈물과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는 군벌들이 가난한 이들의 땅을 빼앗아 그들을 내쫓고 그곳에 정치인, 사업가 등 엘리트와 부유층을 위한 주거지구를 만들었으며, 두바이의 화려한 고층 건물에는 사막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일한 이주 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원제는 'Evil Paradises : Dreamworld of Neoliberalis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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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가 만든 전세계 1% 부자들 그들만의 지상낙원 (한국, 남경욱기자, 2011/01/14 00:28:13)
 
CNN을 창립한 테드 터너는 미국에서 가장 넓은 땅을 소유한 지주다. 몬태나주와 뉴멕시코주에 있는, 제주의 4배나 되는 넓이의 거대한 소유지에서는 들소 4만마리가 엘크 노새 사슴들과 함께 어슬렁거린다. 스스로 환경주의자라고 자임하는 터너는 뉴멕시코 목장에 있는 엘크를 보호하면서도 매년 엘크 사냥을 주관한다. 여기에 참가하려면 1주일에 사냥 비용으로 1만3,000달러를 내야 한다. 터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들소를 소유하고 있지만 세계 최대의 들소고기 버거 납품업자이기도 하다. 몬태나의 목장은 요즘 미국 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동산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부자와 빈자 간의 불평등을 지구촌 규모로 엄청나게 확산시켰다. 미국 어바인캘리포니아대 교수로 도시연구가인 마이크 데이비스 등이 쓴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는 신자유주의로 더욱 부유해진 세계 상위 1% 초부유층의 생활 공간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 중심가에 있는 55층 건물 모리타워 맨 위층에는 부동산 재벌 모리 미노루가 설립한 모리미술관이 있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도시의 노른자위 땅에 있지만 이곳에는 영구 소장품이 없어 많은 시간 미술이나 문화전시를 하지 않은 채 비워 놓는다. 전시품이 아니라 360도 회전하며 도쿄 전역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이 미술관의 본질을 드러낸다. 부자들이 소유한 개인 미술관은 이처럼 소장품보다는 공간과 위치가 우선시된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세계화 이후를 보여 주는 도시의 전형이다. 1990년대 초 돈세탁의 중심지로 악명 높았던 이곳은 현재는 수많은 마천루와 호화로운 개인 소유의 섬이 부자들의 은신처 역할을 계속한다. 두바이의 25개 쇼핑몰이 후원하는 쇼핑페스티벌에는 중동과 남아시아 등에서 수백만 명의 부자들이 쇼핑을 위해 찾아오지만 저임금의 건설노동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노동권 침해는 옛 식민종주국 영국의 인도 지배를 연상케 한다.
 
이란의 특별경제구역 아르그에자디드, 미국 캘리포니아를 흉내 낸 홍콩 팜스프링스, 빈부 간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미국 교외를 모방한 폐쇄주택으로 사회가 분리된 니카라과의 마나과 등을 다룬 19편의 글들이 악의 낙원을 묘사한다. 각 도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도시계획가 건축가 역사학자 언론인 작가 등이 썼다.
 
여러 도시들을 일별해 보면 신자유주의의 공간 논리가 식민지시대의 극단적 주거 차별과 소비구역 분리 패턴을 부활시키고 있으며, 부자들은 대저택과 휴양도시, 캘리포니아 교외를 복제한 폐쇄형 주택단지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을 엮은 마이크 데이비스의 말대로 억만장자와 인기 스타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과장된 보도가 넘쳐나는 탓에 신자유주의가 만들어 낸 엄청난 빈부 격차에 놀라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자유시장이 아니라 공공자산의 사유화, 공공고용의 외주, 금융시장의 규제완화 등을 하는 국가권력이며, 신자유주의의 주된 성과는 창조보다는 재분배에 가깝다는 지적은 새겨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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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테드 터너가 가진 땅이 제주도 면적 4배라니 (중앙, 이은주 기자, 2011.01.15 00:13)
  
간만에 만난 직설적인 책이다. 현대사회의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눈에 보이는 여러 도시의 생활 공간을 증거 삼아 신랄하게 공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두바이의 초고층 마천루와 인공섬, 제주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CNN창업자 테드 터너의 사유지, 부자와 엘리트들을 위해 분리되는 도시 니콰라과 누에바 마나과, 요하네스 버그 등이 모두 도마 위에 올랐다. 신자유주의가 흥청망청 만들어낸 ‘유토피아’가 어떤 것인지 냉철한 시선으로 돌아보자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브라질 여행’이라는 단어를 넣고 검색해보면 이국적인 매력을 언급한 것보다 ‘강도 대응 수칙’이 먼저 눈에 띈다. “다른 나라 강도와 달리 금품만 내어주면 신체에 위해는 가하지 않는다. 절대 반항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안내문이 쓰여있다. 왜일까. 그게 다 ‘토지 문제’ 때문이란다. 전체 토지 소유주의 0.8%에 불과한 대지주가 브라질 전체 농지의 44%를 차지하는데, 농지가 일자리를 창출해내지 못할 만큼 비생산적으로 운용되고 있어 농촌 사람들이 자꾸 도시빈민가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소유지가 기계화와 규모의 경제를 보장한다”는 신자유주의의 담론도 브라질에서는 모순이었다는 게 필자(에미르 사데르)의 설명이다.
 
책에 따르면, 두바이는 그 자체가 신자본주의의 가치를 집약해 보여주는 도시다. 소득세나, 노동조합, 야당과 같은 없는 자유기업의 오아시스를 이룩했다는 점에서다. 2010년 올림픽이 열린 요하네스버그는 역시 도시 불평등 비율이 높은 곳으로, 세계 최고의 범죄도시 중 하나다. 대다수 서민들이 사는 지역에 들어가지 않는 고속전철은 설계 자체부터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제도)의 흔적이 남아있다. 거대한 쇼핑몰이 있는 미국도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멀다. ‘쇼핑몰과 노인들을 위한 도시, 미네소타와 애리조나’를 쓴 마르코 데라모는 쇼핑몰은 ‘상품을 통한 소통’만으로 메워진 공간이라며 이게 과연 우리가 꿈꾸던 유토피아냐고 묻는다.
 
저자들은 “역동적으로 확대되는 사회적 불평등은 현대 경제가 무심코 야기한 결과가 아니라 경제의 동력 그 자체”라고 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과신이 만들어낸 풍경이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불평등의 디스토피아’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에 드러난 풍경들은 어둡고 무겁다. 다양한 필자들의 글은 편차도 있다. 때문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이기도 하다. 책은 관광 안내서가 절대 얘기해주지 않는 도시의 얘기들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가장 큰 미덕은 우리 도시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과 발전이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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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리스 힐튼과 '청소 노동자'가 있는 지옥도 (프레시안, 서동진 계원디자인예술대학교 교수, 2011-01-28 오후 6:53:29)
[프레시안 books]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마이크 데이비스 외 지음, 유강은 옮김, 아카이브 펴냄, 560쪽 |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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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마이크 데이비스 외 지음, 유강은 옮김, 아카이브 펴냄)는 두 다리 뻗고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책 뒤표지에 실린 "자본의 상상력과 억만장자들의 욕망이 빚어낸 19편의 지옥도"란 글귀는 신랄하지만 이 책을 읽을 이들이 감지할 기분에 충분히 호소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주의를 기울이자고 작정했으면 모두 알 수 있었을 이야기를 굳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편이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도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억만장자의 야단스럽고 구역질나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넘쳐나리 만치 많지 않는가. 미국 호텔 재벌인 힐튼의 손녀, 패리스 힐튼의 엽기적인 일상에서부터 중국 베이징 부잣집 도련님의 명품 스포츠카 폭주족 동호회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매일 우리는 TV와 점잖은 신문에서부터 싸구려 잡지의 가십을 통해서까지, 초현실적인 부자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허다하게 듣고 본다.
 
이 책에서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미국 신자유주의적 도시 공간의 상징이자 증후라 할 "폐쇄형 주거 단지"가 예시하듯이 우리는 부자들만을 위한 파티와 이벤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심심찮게 듣는다. 온갖 보장이 다 된다는 암 보험이니 생명 보험이니 하는 광고들이 허술한 의료 보험으로 인해 겁에 질린 가난한 이들의 낯빛을 집요하게 반사한다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개인 맞춤 건강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첨단 의료 경영을 실현하여 수익성 높은 의료 기관으로 거듭나게 되었다는 국내 굴지 병원들의 호들갑은 천국과 지옥이라기보다는 현실과 초현실의 차이라 불러야 옳을 것이다.
 
과연 그 엄청난 부자들에게도 천국과 지옥이 있을지 우리는 확신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새로운 도시 개발과 공간 형성의 원리를 위하여 동원된 포스트모던 철학을 비웃기 위하여 곧잘 들먹이는 철학적인 비유들 가운데 하나가 말해주듯이 말이다.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제3의 공간에 위치한 사람들처럼 대다수의 사람은 이 물리적인 공간 속에서 단단하게 현존하지만 그 세계가 내세우는 공간적 체험과 지각의 원리로부터 배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공간 속에서 살고 있다고 감히 말하기는 어렵다.
 
내가 지각하고 체험하는 것이 세계란 것을 내세우는 이 환상적인 공간 속에서 우리는 어차피 빠져나와 있다. 서울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라기보다는 방문하고 관람하고 떠돌아다니는 공간처럼, 철학적인 잘난 체를 한다면, '현상할' 뿐이다. 이런 서울을 일러 '세계 디자인 수도'라 한다면 그건 그렇다 쳐둘 일이다. 그런데 이는 물론 포스트모던한 공간을 예찬했던 이들이 희구했던 사악한 유토피아가 실현된 모습이라는 것을 잊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장소 없음(placelessness)'을 개탄하며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근대적인 공간의 정언명령에서 탈출하여 그 장소에 서식하는 또는 거처하는 인간의 장소를 되찾거나 창안해야 한다는 전투적인 포스트모던 건축가들과 도시 계획자들의 심미적 이념은 공간의 경제적 현실을 은폐한다. 이 아름다운 장소 회복의 꿈은 부동산 개발 업자와 투기 자본, 지대를 추구하는 금리 생활자의 탐욕에 이바지하기 위한 미끼라는 것을 말이다. 나아가 그것이 진정으로 은폐하는 것은 공간이 교통, 배수, 안전을 비롯한 다양한 공적인 서비스를 위하여 구성된 근대 도시의 공간적 편성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고전적 자유주의가 인구-도시의 짝을 만들어 냈다는 푸코의 제안을 수긍한다면 신자유주의는 공간 속에 살아가는 이들을 어떤 새로운 배치 속에 밀어 넣는 것일까. 아마 우리는 이에 답하기 위하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도 모른다. 데이비드 하비의 제안처럼 복지국가 혹은 사회국가에서 신자유주의 국가로의 이행은 관리주의적 도시(managerialist city)로부터 기업가적 도시(entrepreneurial city)로의 이행과 궤를 같이 한다는 주장은 물론 설득력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서구의 대도시를 위한 분석에 그치고 마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전직 서울 시장은 CEO 시장으로 자신을 내세우며 기업가적 도시 행정의 모범을 보여주었고, 그를 생각할 때 하비가 관측하는 기업가적 도시 모델은 1980년대 후반 민주화를 전후한 지방자치제의 실현을 목격한 한국 사회의 공간 관리를 이해하는데 전연 손색이 없는 도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듯이 남미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의 많은 도시들을 이해하는데 이 같은 모델은 많은 부족한 부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금융 세계화를 전후하여 나타난 새로운 자본의 지구적 운동이 국가 내외부에서 이뤄지는 정치적 규율과 맞물리면서 공간을 어떻게 새롭게 재편하는지 이해하는데 기업가적 도시란 모델은 너무나 국민국가란 공간적 이미지에 매달린다.
 
그렇다고 해서 사스키아 사센 같은 이들이 말하는 '글로벌 도시' 역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구화가 어떻게 세계 주요 도시들을 국민국가라는 사회적 신체로부터 떼어내어 허브니 명령 센터니 하는 이름으로 자본과 지식, 정보의 폐쇄 회로를 형성하였는지 밝혀내고 그 도시들을 글로벌 도시라 부르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고 또 충분히 설득력 있다. 그렇지만 글로벌 도시와 동시 병행적으로 만들어지는 그 도시 아닌 도시들의 윤곽은 흐릿해질 뿐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비약하여 신자유주의적 공간의 시학(詩學)을 읊는 일로 나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뉴욕, 파리, 도쿄, 런던, 상하이, 두바이 같은 휘황찬란한 신자유주의적 도시의 세계가 결국은 대다수의 삶을 안전 무법 지대, 일자리 없는 빈곤의 나락, 갖은 질병과 죽음의 위협이 도사린 연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은 전연 맞는 말이고 또한 명심할 일이다. 그러나 이를 비참과 고통의 서정적 풍경 속에 가두어 놓고 이를 다양한 철학적 요설로 감싸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그들을 호모 사케르라고 부르든 아니면 배제되고 추방된 자들이라 부르든 그것은 이 책의 글 가운데 하나에서 언급하듯 인도주의적 자선의 대의를 참칭하며 국제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저 잘난 비정부기구를 위한 윤리적인 핑계가 되어줄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변화된 자본주의가 어떻게 공간을 규정하고 지배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걸음을 이제 떼고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변화의 규칙과 그에 대항할 수 있는 공간적인 투쟁을 위한 전략을 사고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지저분하고 구역질나는 부유한 부르주아들과 그들이 사는 장소들의 모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착취와 탈취, 점유와 개발, 구획과 투자 같은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실천이 벌어지는 곳이고 또한 그에 예속되고 착취당하며 투쟁하는 자들이 머무는 곳이자 가장 첨예한 공간적 갈등이 벌어지는 장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가 지닌 진가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불편하고 거북하지만 그것은 어느 시대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부패와 허영의 세계를 묘파하는 풍경화가 아니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공간을 둘러싼 운동을 위해 고려해야 할 주요한 쟁점들을 망라하는 지도책일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흔해 빠진 속물근성의 또 다른 이름이 되어버린 인문 교양을 살찌우는 그저 또 한 가지 군것질거리로 취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이 아무리 우리 시대의 공간의 질서를 둘러싼 역겨운 추문을 폭로하는 짜릿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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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아르그에자디드, 카불, 베이징, 홍콩, 요하네스버그, 노에바 마나과, 부다페스트, 메데인, 브라질, 이집트 드림랜드, 애리조나, 오렌지카운티 그리고 테드 터너의 목장, 개인 미술관, 라이프스타일 관광지가 된 수도원, 해상 도시의 꿈을 희구하며 10만 명의 주민을 태우고 유랑하겠다는 프리덤십호 프로젝트 등등.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에 등장하는 도시와 사유지, 관광지, 프로젝트 따위의 이름이다.
 
모두 19개가 꼽혔고, 이렇게 "새로운 배제의 지리학과 부의 풍경"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선정된 이 19개의 장소는 또한 우리 시대의 가장 불길한 현장이기도 하다. 그곳이 천국이라면 바로 길 하나 건너의 거리에 혹은 은폐된 그 곳의 어느 다락방에 지옥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부유층이 기거하는 이 19개의 아이콘적 공간은 또한 그 공간을 건축하고 유지하며 재생산하기 위해 살아가는 자들의 참담한 세계를 끝내 숨길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이 책과 짝을 이루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인, 이 책의 편집자 마이크 데이비스의 눈부신 저작 <슬럼, 지구를 뒤덮다>(김정아 옮김, 돌베개 펴냄)에서 고발하고 있는 그 세계 말이다. 그 세계를 기억할 때 편자 서문에서 묶은 이들이 아도르노를 인용하여 말하듯이 천국과 지옥의 변증법이 고스란히 현상하는 이미지가 만들어질 것이다.
 
지금은 문화 비평의 정전이 되어버린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분석은 자본이 만들어내는 신기루 같은 도시의 환등상을 분석하면서 그것이 우리에게 어떻게 현실을 환영적인 풍경으로 대체하였는지 고발한다. 그런데 그의 동료였던 아도르노는 이러한 분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힐난하였다고 한다. 이는 또 다른 환상의 명부(冥府)인 지옥이 벤야민의 묘사 속에 지워져있다는 이유에서였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아도르노의 비판을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비판이기에 앞서 벤야민이 매혹당한 19세기 후반의 파리 풍경과 다른 지옥의 풍경에 경악한 이들이 그려낸 수많은 도시의 초상도 잊지 말자는 당부에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우리말로 번역된 제인 제이콥스의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나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영국 노동자계급의 삶의 상태>를 위시해 페비언협회를 이끈 베아트리스 웹의 영국 노동자 거주지에 대한 조사 같은 글들은 바로 벤야민이 매혹당한 풍경의 음화들을 묘파한다. 즉 천국의 길 건너편에는 지옥이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천국과 지옥은 서로의 부정적 규정일 뿐이다. 천국과 지옥이 서로 다른 세계인 것이 아니라 그것은 서로를 자신의 부정적인 존재조건으로 정립한다. 이는 이 책을 여는 첫 번째 글이자 편자 가운데 한 명인 마이크 데이비스가 쓴 '노동자들은 배제된 낙원, 두바이'에서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의 낙원이 되었고, 연일 30도가 넘는 뜨거운 사막 도시인 두바이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 스키장,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을 가진 도시가 되었다. 알막툼이 이끄는 왕실 가문이 지배하는 이 작은 도시-기업은 세계에서 최고, 최선이라 할 만한 것들은 모두 게걸스럽게 삼킨다.
 
그렇지만 이 도시의 휘황한 풍경의 보이지 않는 장막 뒤에는 필리핀, 스리랑카, 인도에서 온 수많은 건설 노동자들이 그 어떤 권리의 체계와는 아랑곳없이 그 최선과 최고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예 노동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차라리 '두바이 주식회사'의 모습은 새로운 자본주의적 도시의 풍경을 적나라하리만치 투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점이지대도 가지지 않은 지옥과 천국이 동거하는 희한한 세계인 두바이를 목격하게 될 때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불길한 최후일 뿐이다. 과연 어느 누가 이 죄악으로 가득 찬 세계를 좌시하겠는가. 따라서 두바이는 공간을 걸고 윤리적 내기를 걸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유사한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이란의 인공도시 아르그에자디드나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이집트의 도시들은 어떨까. 이 도시들은 너무나 불투명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이 책에 실린 글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슬람 혁명을 경과하며 퇴폐적인 서구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장 거리가 먼 세상으로 변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란. 그 나라의 경제자유구역 도시인 아르그에자디드는 자본의 유연함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보수주의자들의 악몽에 가까운 예측과 달리 자본의 논리는 전통과 관습을 비롯한 모든 것을 형해화시키기는커녕 그것과 화해하며 나아가 그 안에서 더욱 번식하고 성장한다. 본야드라는 이슬람 재단은 이슬람 전통 경제 기관이 되어 이제는 신자유주의적인 개발의 첨병이 되어버린다. 아르그에자디드가 바로 그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서구의 자유주의자들이 갖은 악담을 퍼부으며 자유와 민주주의적 가치의 변방이라고 규탄하는 곳에서 자본은 자유를 만끽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얻은 부를 행사하는 신심 깊은 이슬람 부르주아지들은 쾌적한 환경과 결합된 자신들의 도시에서 행복을 만끽한다.
 
전쟁 이후의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펼쳐지는 정경 역시 이란과 대동소이하다. 탈레반을 몰아내고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의 후원을 통해 자생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시키겠다는 끝없는 농담을 이제는 아무도 믿지 않지만, 그 저열한 구상이 어떻게 카불이란 도시를 기상천외한 도시로 만들어내는지 알아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복원이란 이름하에 진행된 새로운 개발 계획이 군벌, 정치인, 개발업자들을 배불리기 위해 어떻게 토지 강탈을 묵인하고 나아가 이를 외래 침략자들을 물리친 데 대한 대가로 자축하는 일로 되었는지 그리고 글쓴이가 '군벌 키치'라고 명명한 기괴한 건축 미학을 성행시키게 되었는지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예외적인 부패와 무법의 세계라는 억측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이는 중국의 베이징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들을 총동원하여 연일 기념비적 건축물을 신축하는 중국 도시들의 빌딩 숲 속에서 사회 양극화를 거론하는 것은 이젠 숫제 민망한 일이 되어버렸다. 올림픽 개최를 전후하여 후진타오가 내건 사회적 통합의 슬로건인 '조화 사회'는 박탈당하고 가지지 못한 자들의 울분과 원한을 잠재우는데 그들이 얼마나 발버둥치고 있는지 웅변해줄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 역시 정실 자본주의의 새로운 혈맥을 잇는 중국 경제의 예외적인 특성 때문이라고 시시덕대는 서구 언론의 말장난을 통해 평가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부유층들이 몰려드는 베이징 외곽의 폐쇄형 주택 단지나 그들이 이용하는 그로테스크한 쇼핑몰 등은 자본의 새로운 운동의 궤적을 통해서만 파악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한 이후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둘러싼 환멸의 드라마 역시 요하네스버그란 도시의 비극을 통해 다시금 이해되어야 할지 모른다.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와 좌파 정치 세력의 쇠락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에서의 변화는 많은 이들에게 세계는 여전히 나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꿈을 붓는 샘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프리카민족회의는 점진적인 사회주의로의 이행이라는 기대를 저버린 채 '선제 공격식 신자유주의'로 나아갔고, 백인 부르주아 계층과 타협을 통해 보다 자본의 운동에 유리한 세계로 개조하는 남아공식 구조 조정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들의 지지 기반이자 운동의 터전이었던 타운십과 거기에 거주하는 대다수 흑인 빈민들을 아파르트헤이트시대보다 못한 빈궁 속으로 내동댕이쳐버렸다. 그리고 요하네스버그를 둘러싼 우리의 응시가 배경을 달리하면 누에바 마나과란 도시로 다시 콜롬비아의 메데인으로 다시 홍콩의 팜스프링스로 이어진다. 이 동종 복제의 공간적 질서를 그저 공간 문화의 지역성 탓으로 돌리는 우리 시대의 흔해 빠진 문화이론은 이제 농담처럼 들려야 마땅하다.
 
그러나 새로운 자본주의가 생산하는 공간의 착취와 개발이 도시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넓고 비옥한 경작 농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녹색 혁명을 경유하였으면서도 농산물 수입국으로 전락해 버렸으며 무토지 농민들의 토지 획득을 위한 운동이 가장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어버린 나라인 브라질에서, 도시는 농토의 문제로 바뀐다. 그리고 다시 CNN 창립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생태운동가로 알려진 테드 터너가 소유한 제주도 네 배 넓이라는 개인 목장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 엄청난 미국 갑부의 기괴한 개인 소유지가 어떻게 생태적인 비전과 새로운 소비 문화와의 제휴를 통해 짭짤한 비즈니스의 원천이 되는지를 배우는 순간, 우리는 다시 저 유명한 미국의 기념비적 쇼핑몰로 들어가게 되고 창궐하는 새로운 개인 미술관들의 세계 속으로 운반된다.
 
그러나 이 쯤 해두도록 하자. 이 책이 소개하는 우리 시대의 공간을 주유하는 만화경은 서로 다른 수사와 힘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빼어난 필자들의 글과 해후하면서 누릴 수 있는 쾌락을 반감시키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거나 그 어떤 아름다운 솜씨도 지옥을 관람하는 불쾌를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만한 불쾌를 자아내는 책을 근자에 우리가 읽은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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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5 15:49 2011/02/0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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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2009년 철도노조 파업 합법”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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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판결이기에 뒤늦었지만, 관련 글을 담아놓는다. 우변이 선방해서 이런 결과를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예상외의 퍈결이다. 대법까지 가더라도 유지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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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009년 철도노조 파업 합법” 판결 (민중의 소리, 고희철 기자, 2011-01-28 17:27:09)
철도노조 “환영” 성명 발표...해고·징계자 원상회복 촉구
법원이 2009년 철도노조 파업을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재판부는 28일 지난 2009년 철도노조의 파업을 합법으로 판단하고 업무방해혐의로 기소된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이대식 본부장 외 19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90여개에 이르는 단체협약 안건이 미합의인 상태에서 노동조합이 쟁의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며 “다소간의 부당한 목적이 있다하더라도 주된 목적에 따라 쟁의가 불가피했다면 이에 따른 쟁의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철도공사는 2009년 철도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며 700여건에 달하는 고소고발을 하고, 노조 사상 최대 규모인 1만1000여명을 징계한 바 있다.
철도노조는 성명을 내고 “법률이 규정하는 대로 쟁의의 주체와 절차, 방법, 목적을 준수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 해왔던 철도노동자의 진실을 마침내 확인했다”며 “철도공사가 억지 논리로 꿰어 맞춘 정황과 논리구성을 그대로 반복하는 검찰의 비상식을 재판부는 엄중히 경고했다”고 판결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노조는 “지난 2년간 철도공사와 노동부, 검찰 등이 총동원되어 매도하고, 가리려 했던 철도노동자의 진실은 결코 감추어 질수 없었다”며 “철도공사의 무차별적 노조탄압에 희생된 해고·징계자들의 명예회복 및 원상회복”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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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철도파업 무죄선고 (철도노조 헤드라인뉴스, 11-01-28 15:11)
이대식, 고태선 본부장 등 21명 업무방해죄 인정 안 돼
대전지방법원이 이대식, 고태선 본부장 등 21명이 동지들에 대한 2009년 파업관련 선고공판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 했다. 28일 대전지법 형사 5단독 재판부는 “2009년 철도파업은 목적과 절차에서 모두 정당하다”며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6월 24일 안전운행투쟁, 9월 8일, 16일 파업, 11월 5-6일 파업, 11월 26-12월 3일 파업이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검토하였다”고 밝힌 뒤 “철도파업은 주목적이 ‘단체교섭의 성실 교섭 촉구’이기에 정당하고, 절차도 전년도부터 진행된 쟁의 과정과 본질에 있어서 가감이 없고, 10차 본교섭 등 노사 공히 쟁의의 계속으로 인식하였기에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9월 8일, 16일 파업은 집단적인 노무제공의 거부로 업무방해이고 처벌이 가능하지만 철도파업의 경우 교섭 부진이 장기화되었고, 다수 교섭 안건이 미합의 상태였고, 사측의 교섭 불성실 등의 상황에서 쟁의가 발생된 점이 인정되어 정당성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또 “11월 5-6일 파업은, 협상에 있어서 견해차가 크고 단협의 90여개 조항이 미합의 된 상황이었기에 정치적 목적이 일부 있다하더라도 단체협약이 주목적으로 보이며, 연봉제 및 임금피크제 등의 갈등으로 쟁의에 돌입한 것으로 단협의 성실 교섭 촉구가 주요 목적으로서 쟁의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전국 각 법원에서 본 사건과 관련 유죄를 인정하여 본 재판부도 고민이 많았다.”면서 “노사간의 입장 차이가 발생하였을 때 쟁의를 할 수 있는 노조의 권리를 인정한 것으로 단체 교섭 양상에 주목해 양측의 입장 차이가 발생하였을 때 상급단체와 연계, 타 노조와의 연대, 공동 투쟁을 진행하는 것은 노동운동 주체가 쟁의행위로서 활용하는 것으로서 불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투본 내에서도 일부 노조는 합의가 이뤄지면서 파업에 돌입하지 않은 노조도 있었다. 노사간의 입장 차이가 현저한 상태였기에 입장 차이가 소멸되었더라도 쟁의에 돌입하였을 것이라 판단할 수 없기에 입장 차이가 쟁의 발생의 주원인인가를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철도재판을 담당한 우지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노동조합의 쟁의권을 인정한 것으로 철도노조의 파업이 정당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타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전지법의 판결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09년 철도파업의 정당성 유무는 대법원까지 가는 지루한 법적투쟁이 되겠지만 정당성이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철도노조는 2009년 안전운행투쟁을 시작으로 9월 경고파업에 이어 11월 순환파업, 11월 2일 전면 총파업을 벌었다. 철도공사는 교섭이 진행 중인 가운데 단체협약을 기습적으로 해지해 철도노조를 장기파업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파업을 하면서도 법이 정한 필수유지인원 1만 명을 현장에 남기는 등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투쟁을 벌였다.
이와 같은 투쟁은 정부와 검찰에서조차 철도파업을 불법으로 몰아 탄압하지 못하게 했다. 실제로 정부와 검찰, 경찰은 철도노조가 경고파업과 순환파업 등을 진행하는 동안 불법이라는 용어조차 사용하지 못했다. 정부는 국토부장관의 담화를 통해 “파업자체와 불법적 요소가 생기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모호한 말들만 언론에 유포하는 정도였다. 일부언론들은 “검찰이 철도파업의 불법성을 조사했지만 특이한 점을 찾지 못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입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철도공사 상황실을 방문하면서 급변하기 시작했다.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지 5일이나 지난 12월1일 이명박 대통령은 “공기업이 파업하는 나라가 이 세상에 어디 있냐”며 철도공사 서울 상황실을 방문해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이때부터 정부 관계부처는 긴급담화를 통해 철도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고 검찰과 경찰은 김기태 위원장 등 파업지도부 검거에 착수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철도파업이 불법으로 규정되는 순간이었다.
한편 철도파업이 정부의 불법적 탄압으로 끝난 12월 16일 이정희 의원은 철도공사에서 입수한 문건을 폭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문건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철도노조가 파업을 벌이기 전인 2009년 10월부터 단체협약 해지를 통해 철도노조의 파업을 유도하는 등 단계별 시나리오를 작성한 사실’이 노경담당팀장회의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폭로된 문건에는 ‘산발적 투쟁이 지속되며 연말까지 이어지는 경우’(예상1), ‘파업행위를 전개하는 경우’(예상2)로 전망한 뒤 “예상1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단체협약 해지로 압박한다”는 구체적 파업유도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세상은 또한번 놀랐고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당사자인 허준영 사장의 퇴진과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현재 국회의원 100여명은 ‘철도파업이 철도공사에 의해 치밀하게 유도됐다’며 국정조사를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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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대전지법 합법파업 선고에 즈음한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입장 (2011년 1월 28일 전국철도노동조합)
노동3권의 헌법적 가치를 존중한 대전지법 판결을 환영한다
2009년 철도파업의 실체적 진실이 재판부를 통해 확인되었다. 1월 28일, 대전지법(형사5단독) 재판부는 2009년 철도파업 사건에 대해 노동3권의 헌법적 가치에 따라 정당한 쟁의행위임을 확인하고 업무방해혐의로 기소된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이대식 본부장 외 19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전지법(형사5단독)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한 본질적 판단은 단체교섭 과정에서 나타난 노사양측의 입장차이이다. 90여개에 이르는 단체협약 안건이 미합의인 상태에서 노동조합이 쟁의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또한 본질적 목적,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 한 상급 및 타 노조와의 조율은 인정되어야 하며 다소간의 부당한 목적이 있다하더라도 주된목적에 따라 쟁의가 불가피했다면 이에 따른 쟁의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철도공사의 700여건에 달하는 무차별 고소고발과 노조 죽이기에 맞서 총력투쟁을 전개하면서 관련 법률이 규정하는 대로 쟁의의 주체와 절차, 방법, 목적을 준수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 해왔던 철도노동자의 진실을 마침내 확인했다.
재판부는 철도노동자가 지극히 평화적인 방법으로 노동기본권을 행사했음을 확인했고, 공공부문 노동자의 쟁의권을 통제하고 무력화하는 악법임에도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단 한건도 위반하지 않는 치열한 노력을 전개했음을 확인했다. 노동조합을 노동조합이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단체협약이 철도공사의 일방적인 통보로 해지되는 상황에서 철도노동자는 어떤 선택을 했어야 하는가를 재판부는 인정했다. 더불어 철도공사가 억지논리로 꿰어 맞춘 정황과 논리구성을 그대로 반복하는 검찰의 비상식을 재판부는 엄중히 경고했다.
지난 2년간 철도공사와 노동부, 검찰 등이 총동원되어 매도하고, 가리려 했던 철도노동자의 진실은 결코 감추어 질수 없었다. 단결과 연대를 통해 전방위적 노조탄압을 견디고 자존심과 명예를 지켜왔던 2만5천 철도노동자는 오늘 헌법적 가치에 근거한 지극히 상식적인 선고결과를 받아들고 환영의 마음과 동시에 비탄의 마음을 또한 숨길 수 없다.
철도노조는 오늘의 선고를 시작으로 2009년 철도파업의 진실을 가리고 매도하려는 모든 행위에 대한 단호한 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선언한다. 또한 철도공사의 무차별적 노조탄압에 희생된 해고·징계자들의 명예회복 및 원상회복과 철도파업의 정당성을 재확인하기 위한 총력투쟁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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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2009년 철도파업 무죄 선고 (매노, 김미영 기자, 2011-01-31 오전 7:53:52)
“파업 목적·절차 모두 정당, 업무방해죄 적용 안돼”
지난 2009년 철도노조 쟁의행위에 참여했다가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이대식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장을 비롯한 조합원 20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30일 노조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5단독(판사 김동현)은 28일 한국철도공사의 여객과 화물운송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 본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동현 판사는 판결문에서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사 간 입장 차이가 발생한 경우 노조 주장의 타당성을 떠나 노조가 쟁의행위의 수단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철도노조의 쟁의행위 진행양상을 보면 상급단체 혹은 다른 노조와 연대해 공통투쟁을 했는데 노동운동의 주체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쟁의행위를 활용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허돼야 하는 것인지 상당한 고민을 요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이어 “쟁의행위의 목적이 본질적으로 오염되지만 않는다면 정치적 흐름을 달성하기 위해 개별 쟁의행위들은 일정범위 내에서 허용될 수 있다”며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주된 목적과 부수적 목적을 준별하고 있는 대법원의 판례 취지 역시 동일한 선상”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 등에게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우지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법정에서 2009년 철도파업의 정당성 논란이 거세게 일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정치파업이라는 불명확한 개념이 아니라 헌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실제 파업이 이뤄졌는지를 중요하게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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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1 03:08 2011/02/0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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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창당 11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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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 연대로 더욱 자라나갈것" 민주노동당 창당 11주년 행사…권영길 "10년의 헌신, 열정 자랑스럽다" http://bit.ly/hH2S7W 1월 30일이 되면 민주노동당 창당 11주년이 된다. 이젠 그 당의 당원도 아닌데, 어떻게 아느냐고?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있을 때 당원교육을 하면서 당원들에게 다른 날은 몰라도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1월 30일은 꼭 기억하라고 했었거든. 그런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나. 

 

창당발기인으로서 생전 처음 가입한 당인 만큼 어떤 고난과 시련이 있더라도 절대 탈당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탈당한지 4년이 넘어간다. 그리고 내가 탈당했던 두 당이 다시 통합하려는 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분당의 사유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고, 둘다 진보정당으로서 제대로 된 구색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당장의 정치적 편의 때문에 합당을 하겠다는 거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덕분에 진보정당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면서, 오랜만에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노래가 떠올랐다. 안타깝고 아쉽다. 아래 글을 썼던 게 2004년이네. 

 

네이버 블로그의 아래 글에 달린 이런 댓글을 달았다. "네루다의 시를 바치고 싶은 그런 당을 가지려 하기보다는 그런 당을 만들어야지요. 처음부터 완벽한 당이 있을 수 없으니까요.
제가 있는 당보다 더 나은 당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부족한 만큼 차선이라고 생각하면서, 최선의 것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갈 겁니다. 어차피 진보정당 또한 현실의 반영이니까 거기에서 뭔가 이룰 수 있도록, 약간이라도 나아갈 수 있도록 투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예 다른 대안이 있으면 모르겠지만요.
네루다나 브레히트도 아마 자신이 속했던 칠레공산당이나 독일공산당이 항상 맘에 들진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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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당에게/그러나 누구인가 당은 2004/08/07 03:05

 

브레히트의 시 중에서 나에게 우선 와닿았던 것은 당에 관한 시였다.

확신이 서지 않을 때, 그냥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이 시를 떠올린다.

하지만 당에 대해 더 잘 표현한 것은 파블로 네루다의 시이다.

칠레의 혁명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나의 당에게]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그러나 누구인가 당은], 이 두개의 시는 요절한 시인 김남주에 의해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에 번역되어 있다.

아마 이 세 사람은 통하는 데가 있나 보다.

김남주의 생생한 번역에 의해 브레히트와 네루다의 당은 한국에서 거듭 태어났다.

이를 채우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이와 함께 꽃다지에서 활동했던 박향미님이 작사/작곡/노래한 [그대는 민주노동당]을 추가한다. 이 노래는 민주노동당 창당 1주년 기념음반에 실려 있다.

 


  

그대는 민주노동당

 

                    박향미 작사/작곡/노래

 

하늘을 보아라 대지를 보아라

든든히 딛고 일어선 민중을 보아라

우리가 지내온 수많은 시간들

무엇이 그대를 지켜주었나 

그대의 눈동자 그대의 숨결

그대는 자랑찬 민주노동당

하늘을 보아라 대지를 보아라

든든히 딛고 일어설 민중을 보아라

 

  


 

그러나 누구인가 당은 

                                                    베르톨트 브레히트

그러나 누구인가 당은?
전화가 있는 건물에 앉아 있는 것이 그것인가?
그 생각은 비밀이고 그 결정은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인가?
누구인가 그것은?

우리들이다 그것은
당신이고 나고 당신들이다 - 우리 모두인 것이다
당신의 옷을 입고 당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것은 내가 사는 집에서 살고 당신이 습격받는 곳에서 싸운다
당신이 우리들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면 우리들은
당신과 함께 그 길을 간다 그러나
바른 길도 우리를 빼고는 가지 말라
혼자서 가는 길은
가장 옳지 않은 길이다
우리들과 떨어져서 가지 말라!
우리들이 잘못이고 당신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들과 떨어져서 가지 말라!

돌아서 가는 길보다 지름길이 좋다고 누구나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지름길을 인식하고 있을 뿐
그것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 지혜는 유용할까?
지혜는 우리들과 함께 짜라!
우리들과 떨어져서 가지 말라!

  


 

나의 당에게

 

                                  파블로 네루다


그대 덕분에 나는
낯선 사람들과 형제가 되었다

그대 덕분에 나는
살아 뻗어가는 모든 세력에 가담했다

그대 덕분에 나는
다시 태어나 조국을 되찾았다

그대는 나에게 주었다
외로운 사람들이 알지 못한 자유를

그대는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친절이 불처럼 타오르는 것을

그대는 똑바로 서게 해 주었다
똑바로 뻗어가는 나무처럼

그대 덕분에 나는 배웠다
사람들 사이의 일치점과 상위점을 분별하는 기술을

그대 덕분에 나는 알았다 한 사람의 고통이
어떻게 하여 만인의 승리 속에서 사라지는가를

그대 덕분에 나는 배웠다
형제들의 딱딱한 침대에서 자는 기술을

그대는 현실 위에 나를 붙박아 주었다
꿋꿋하게 바위 위에 서 있는 것처럼

그대 덕분에 나는 악당들의 적이 되고
분노한 사람들을 지켜주는 벽이 되었다

그대는 내가 보도록 해 주었다
빛으로 가득찬 밝은 세계와 커져가는 기쁨을

그대는 내가 사멸하지 않도록 해 주었다
왜냐하면 그대 속에서 나는 이미 나 혼자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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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7 22:14 2011/01/2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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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지 않기 위해 85호 크레인에 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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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승리하기를...
어떻게 해야 이 싸움에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고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조합원들만이라도 제대로 알고 연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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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지 않기 위해 85호 크레인에 불을 밝혔다” (참세상, 조성웅 기자 2011.01.13 16:08)
한진중 노조지회, 정리해고 철회 촉구 촛불집회
 
한진중공업은 12일 오전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290명의 정리해고를 신고하고 등기우편으로 해고통지서를 대상자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자 82명과 정년퇴직자 28명을 포함하면 사실상 400명에 대한 정리해고예고 통보를 한 것이다.
민주노총부산본부, 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지회는 12일 오후 3시 한진중공업 단결의 광장에서 보고대회와 기자회견을 열어 "정리해고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오후 7시30분에는 85호 지브크레인 아래에서 부산양산지부 주최의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더이상 흩어지지 않기 위해 85호 크레인에 불을 밝혔다"
12일 정리해고가 발표되던 날, 김진숙 지도위원은 직접 전화통화를 통해 조합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단결하고 투쟁할 것을 호소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말은 조합원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작고 따뜻한 눈물을 만들며 서로의 손을 잡게 했다.
85호크레인은 수직이 아니라 수평을 이루는 힘이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수직의 고공에서 이제 지상 위 조합원들 사이의 차이, 산자와 죽은자의 차이를 가로질러 단결의 손을 잡을 것을, 수평적인 연대를 호소하고 또 호소했다.
 
한진중공업지회 "대정부 투쟁을 통해 정리해고 철회시키겠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최우영 사무장은 "지난 4일과 5일 교섭에서 지회는 정리해고를 철회하면 고통분담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진자본은 300여명의 정리해고 인원 범위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리해고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노사가 원칙적인 입장만 확인하고 헤어졌다"며 "그런데 어제밤 12시경 사측 용역깡패 400여명이 한진중공업 신관을 점거하기 위해 서울에서 출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체 조합원들을 비상대기시켰다. 오늘 새벽 전체 조합원들이 정문에 집결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고 이 기세에 놀란 사쪽은 용역깡패들을 돌려보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12일 오전 한진자본은 중역회의를 하고 11시에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했다. 정리해고 대상자들에게 등기우편을 보냈다 하고 노동부에도 정리해고 명단을 신고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의 투쟁 기조는 명확하다.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쌍차처럼 고립된 투쟁이 아니라 시민의 지지를 얻는 대정부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한진자본과 이야기해봐야 이야기가 안된다. 대정부 투쟁을 통해서 한진자본의 정리해고를 철회시킬 것"이라며 "지금까지 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했고 각 언론사들의 취재도 활발했다. '회사쪽이 너무하다'는 여론도 좋게 형성돼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회가 단결해 있고 야4당도 연대하고 있다. 서울 상경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대국민선전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사무장은 "전체 조합원들은 생활관을 사수하며 48시간 조합원 총단결 투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동체의식을 강화할 것이다. 투쟁기금도 24시간 이내에 납부 완료할 것이고 이후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에 대해 전체 조합원들 토론을 통해 지도부의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진중공업 지회 조합원은 "85호 크레인을 거점으로 현장투쟁의 중심을 세워야 한다. 한진자본과 전선을 쳐야 한다"며 "조합원들이 밖에 나가려 하지 않는다. 서울상경투쟁 간다면 회사가 오히려 차를 대절해 가라고 할 것이다. 밖으로 나돌 것이 아니라 생산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지도부의 투쟁기조를 비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김진숙 동지의 크레인 투쟁으로 조합원들이 철야농성에 결합하고 투쟁을 결의하고 있지만 지도부가 확실하게 투쟁할 의지와 계획을 제출하지 않는다면 산자와 죽은자로 갈라치기하려는 회사의 분열책동을 막기 힘들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영훈 "김진숙 지도위원이 조합원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투쟁하겠다"
12일 오후 7시30분 부산양산지부 주최로 '정리해고 박살, 생존권사수,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전조합원 결의대회'가 85호 크레인 앞에서 개최됐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금속노조 양득윤 부위원장, 민주노총부산본부 윤택근 본부장, 화물연대, 철도노조, 부산지하철, 금속노조부산양상지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학생, 부산지역노동단체,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한진중공업지회 김상욱 수석부지회장은 경과 보고를 통해 "회사는 조합의 요구사항을 외면하고 290명의 해고를 발표하고 오늘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며 "억울해서 못나가겠다. 오늘 새벽 서울에서 용역깡패 수백명이 내려와서 신관을 점거하려 했다. 새벽에 기상해서 용역깡패들을 물리쳤다. 하지만 회사는 용역깡패들을 부산 외각에 주둔하면서 침탈을 노리고 있다.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싸움, 정면으로 한 판 붙자"고 호소했다.
부산극단새벽의 노래공연이 이어졌고 조합원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넘지 말아야할 산을 한진자본이 넘었다. '정리해고만큼은 안된다. 제2의 쌍용차만큼은 안된다'고 한진자본에 요구했다. 최대한 양보했는데 한진자본은 우리 가슴에 비수를 꽃고 말았다"며 "민주노총은 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총파업 운운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에 조직의 전역량을 동원해 싸울 때만이 진정성이 있을 것이다. 양보하고 양보했지만 저들이 노리는 것은 결국 노동자의 생존권이다. 인생 별거 없다. 어차피 붙을 것 확실하게 붙어보자"고 투쟁을 호소했다.
이어 "김진숙 지도위원께 눈물로써 호소한다. 우리의 투쟁이 부족했다. 영도조선소를 살리지 못하고 지도위원을 내몰았다. 부디 건강하게 조합원들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투쟁하겠다. 이 싸움은 저들이 선택한 싸움이다. 물러설 수 없는 싸움, 반드시 승리로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양득윤 부위원장은 "11년 금속노조의 투쟁은 한진중공업으로부터 단호하게 시작하겠다. 자본이 아무리 탄압하더라도 단 한명의 해고자도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와 결의를 하고 있다"며 "85호 크레인 사수대 동지들과 밤을 세워 토론하고 의견을 받았다. 부양지부, 지회 지도부가 흔들림 없이 신뢰와 믿음을 드리겠다. 이 싸움 끝나는 날까지 85호 크레인 밑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을 웃음으로 맞이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지회 장관인 조합원은 현장발언을 신청해 "저는 입사한지 5년째다. 정리해고가 무섭지만 형님들을 꼭 지키겠다. 선배님들도 우리를 지켜달라. 이 한 마디 하기 위해 나왔다"며 투쟁을 결의했다.
한진중공업지회는 12일 총파업 지침을 발표해 "전조합원은 '함께 살자'는 투쟁지침에 따라 현장에 투입하지 않고 전 조합원은 전원 생활관 철야농성"을 지속하기로 했다.
평일 오후 7시30분에는 85크레인 아래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14일 오후 7시에는 한진중공업과 부산경제살리기 부산시민대책위 주최의 촛불집회, 19일에는 금속노조 주최의 전국금속노동자 결의대회가 예정돼 있다. 한진중공업지회는 정리해고 통보로 투쟁일정과 상황이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더이상 흩어지지 않기 위해 85호크레인에 불을 밝혔습니다"
1주일전 이곳을 처음 오르던 새벽, 혼자 벌벌 떨고 앉아 동이 트길 기다리면서 마침내 동이 트자 조합원들이 하나 둘 모이는 걸 보며 제일 먼저 저 길 건너편 초등학고 정문 앞을 봤습니다.
그때 주익씨는 내가 보였을까. 이곳까지 오지도 못하고 저 앞에서 한참을 쳐다보다 돌아가곤하던 내가 보였을까.
그저 무력하게 쳐다보다가 돌아설 뿐인 그 사람이 낸 줄 주익씨도 알았을까.
그때 주익씨가 등지고 섰던 하늘은 파란색이었는데 여기 올라와 처음 본 하늘빛은 노란색이었습니다.
자신들의 투쟁이 구만리임에도 온종일 이곳을 지켜주신 일반노조 유창환경 동지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님, 그리고 지역의 많은 동지들 고맙습니다.
여기가 85호 크레인입니다.
10년전 그때도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의 대량학살이 있었고 2년을 싸워 노사가 합의를 했건만 그 합의를 사측이 번복하던 날.
키 큰 사내 하나가 숨죽이며 올랐던, 여기가 85호 크레인입니다.
갇힌 짐승처럼 이 크레인 위를 서성이며 오늘은 동지들이 얼마나 모일까 노심초사 내려다보던, 여기가 85호 크레인입니다.
동지들이 많이 모인 날은 삶 쪽으로, 동지들이 안 모이는 날은 죽음 쪽으로 위태롭게 기우뚱거리며 129일을 매달려있던, 여기가 85호 크레인입니다.
도크에 배가 빠지던 날, 육중한 배보다 무거운 걸음으로 뒤돌아서던 조합원들을 보며 끝내 유서를 썼던, 여기가 85호 크레인입니다.
오늘 정리해고 명단 발표 소식을 들었습니다.
290명, 가족까지 1200명, 하청까지 수천명.
그 중에는 아빠가 빨리 일을 다시 시작해 다시 피아노학원을 다니고 싶은 딸내미도 있을 것이고 다시 태권도를 배우고 싶은 아들내미도 있을 것이고, 이제나 저제나 우리아들 직장을 걱정하는 늙으신 부모님도 계실 것이고 수십년 새벽밥을 했던 마누라도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흩어지지 않기 위해, 다시는 울지 않기 위해 이 85호 크레인에 불을 밝혔습니다.
그리하여 이 85호 크레인의 달력은 2003년 10월 17일부터 다시 시작하여 오늘이 2003년 10월 23일입니다.
제가 평생을 짝사랑했던 한진중공업 동지 여러분. 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아프지 마시고 술 많이 먹지 마시고 밥 잘 먹고 잘 버텨서 이 투쟁 기필코 승리합시다. 고맙습니다.
 
2011년1월12일 김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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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3 19:28 2011/01/1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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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y Eliot, the Musical - Solid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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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트위터 타임라인에 이러한 글들이 오르내리고 있어서

@skkim47: 1915년 Ralph Chaplin이 작사한 이 곡은 인터내셔널 다음으로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동운동가요입니다. Solidarity Forever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의 "Battle Hymn of the Republic"에서영감을 받아 작곡된 곡이지요.JOAN BAEZ의 음성으로 이 곡도 들어봅시다 http://bit.ly/aJB26W @swmini7: 투쟁하는 현대노동자들에게 연대 차원에서 노래 한곡 보냅니다."Solidarity Forever"/ Pete Seeger: http://bit.ly/c5ebgq @skkim47 이정희 민노당대표 글: dwl http://bit.ly/d21B4d

 

괜시리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 삽입된 'Solidarity'가 떠올랐다. 그래서 네이버블로그에 올렸던 옮겨놓는다. 이런 식으로 네이버블로그에 올렸던 것들을 하나씩 옮기면 되겠지. 지우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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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y Eliot, the Musical - Solidarity 2008/03/30 17:37

 

2000년에 상영된 영화 <Billy Eliot>를 원작으로 하여, 엘튼 존이 작곡을 하고, 영화의 각본가인 Lee Hall이 대본 및 가사를 쓴 뮤지컬 <Billy Eliot, the Musical>의 사운드트랙 중에서 한 곡을 뽑아왔다. <Billy Eliot>가 영화만 있는 줄 알았더니 2005년 3월부터 뮤지컬로 만들어져서 Victoria Palace Theater 에서 첫 공연이 시작되었고, 현재까지도 공연 중이라고 한다.
 
뮤지컬에 실린 노래를 봐도 대충 짐작이 가긴 하지만, 뮤지컬은 광산 파업에 더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영화보다 좀더 왼쪽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뮤지컬 공연 자체에 대해서는 Diane님의 다음 공연이야기를 참조하면 될 것 같다.
http://kr.blog.yahoo.com/sunnypunky03/1242647.html?p=1&t=2
  
아래 나오는 4번 트랙의 'Solidarity'는 한쪽에서는 단결투쟁을 다짐하는 파업 광부노동자들의 노래가 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발레수업에 임하면서 자세교정을 받는 빌리 엘리어트가 대조를 이루면서 나오는 장면에서 나온다고 한다.
 
가사 중에 "Solidarity solidarity Solidarity forever All for one and one for all", "Solidarity, solidarity Solidarity forever We're proud to be working class, Solidarity forever" 이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담아왔다.
원래는 영국에서 공수된 시디에서 뽑은 곡을 wma파일로 올리려고 했는데, 용량상의 문제 때문에... ㅡ.ㅡ;;
 
지금 이러고 있을 여유가 없는데, 그럴수록 이런 짓을 하고 싶은 유혹에 휘말리게 된다.
 
  
  
Solidarity
 
POLICE
Oi Geordie
Wanna see something
You've never seen before
And that's just off the overtime
Wanna see some more?
 
MINERS
You think yer smart ya cockney shite
You wanna be suspicious
When you were on the picket line
We went and fucked yer missus
All of us at once
 
Solidarity solidarity
Solidarity forever
All for one and one for all
Solidarity forever
Solidarity solidarity
Solidarity forever
All for one and one for all
Solidarity forever
 
POLICE
Keep it up till Christmas lads,
It means a lot to us
We send our kids to private school.
On a private bus
 
We've got a lot to thank you for
Geordie you're a corker
A nice extension on the house and a fortnight in Maiorca
Solidarity, solidarity
Solidarity forever
 
MINERS
Don't worry lads we're on your side
Solidarity forever.
Solidarity, solidarity
Solidarity forever
We're proud to be working class,
Solidarity forever.
 
GIRLS
Solidarity, solidarity,
Solidarity forever.
We're proud to be working class,
Solidarity forever.
 
POLICE
You fucking worms
You fucking moles
You fucking Geordie shits
We're hereto kick your Geordie arse
You little Geordie gits
 
MINERS
We're terrified,
We're petrified,
Those words are so obscene
We'll boot your fuckin' cockney skulls,
Right back to Bethnal Green
 
MINERS AND GIRLS
And one [two three]
and two two three] etc
 
MINERS (CONT'D)
Solidarity, solidarity,
Solidarity forever
We're proud to be working class
Solidarity forever.
Solidarity, solidarity,
Solidarity forever
We're proud to be working class
Solidarity forever.
 
MINERS
Come on lads get at them
Really get stuck in
It's tutu bleeding tea dance.
Do the fuckers in.
 
MINERS
Solidarity, solidarity,
Solidarity forever
We're proud to be working class
Solidarity forever.
Solidarity, solidarity,
Solidarity forever
We're proud to be working class
Solidarity forever.
 
WILKINSON
Shine, just shine
All you have to do is shine (etc)
 
GIRLS
12345678
Etc
 
MINERS
Solidarity, solidarity,
Solidarity forever
We're proud to be working class
Solidarity forever.
 
Even ever ever ever
Ever ever ever even
Forever forever
Forever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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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0 02:33 2010/11/20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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