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내집 마련에 부모도움ㆍ대출 덕 크다"

View Comments

세상을 살아가려면 역시 부모를 잘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흥미있는 연구결과.
  
---------------------------------
"내집 마련에 부모도움ㆍ대출 덕 크다"(종합)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2010/08/20 09:37)
연세대 박사 논문…"학력ㆍ수입은 별 영향 없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일찍 실현하는데 개인의 학력과 수입 수준보다 부모 도움과 대출이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7일 연세대 주거환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신수영(34ㆍ여)씨는 '기혼 가구의 생애 첫 주택 소유 과정에 관한 코호트 비교 연구'란 학위 논문에서 수도권의 30∼59세 남성 가구주 1천144명을 설문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20일 밝혔다.
 
논문은 '최종학력' '직업별 소득수준(ISEI)' '부모지원 유무' '은행대출' '회사대출' 등의 변수가 생애 첫 집을 빠르게 장만할 확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통계 분석했다. 이 결과 부모지원과 은행대출, 회사대출은 영향력의 정도를 나타내는 회귀계수 'B값'이 각각 0.013, 0.018, 0.014로, 실제 집 장만 확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학력과 소득은 B값이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치를 냈다. 신씨는 "비슷한 조사방법을 쓴 유럽의 논문에서는 사람의 학력과 소득이 집을 빨리 장만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수도권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구와 달리 첫 집을 장만할 때 부모의 도움을 받는 우리나라의 문화, 집값이 비싸고 가격 변동이 심한 국내 부동산 시장의 특성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설문 대상자 중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한 사람은 886명(77.4%)이었다. 논문은 또 수도권의 30∼59세 기혼여성 47명을 심층 면접해 주택에 대한 견해를 분석한 결과 40ㆍ50대 응답자가 자택 소유에 애착이 큰 것과 달리, 30대는 집 구입을 삶의 최고 목표로 보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신씨는 논문에서 "30대는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에 회의적이고 전세 주택에 사는 것에 큰 불만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젊은 층의 이런 가치관을 반영해 자가주택 위주의 정책보다 다양한 임대 형태를 지원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9/08 14:08 2010/09/08 14:08

댓글0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현대 정치철학의 모험… 클로드 르포르 외

View Comments

 

---------------------------
[책과 삶]자본주의 담론에 맞선 8인의 철학자 (경향, 손제민 기자, 2010-01-29-17:06:00)
▲ 현대 정치철학의 모험… 클로드 르포르 외 | 난장
‘정치적인 것’이란 무엇인가에 답하는 여덟명 정치철학자의 사상을 담은 책이다. 모두 지금도 생존해 지적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여덟 중 일곱이 유럽 사람, 한 명이 일본 사람으로 미국 사람은 없다. 이들에게 직접 배우고 있거나 이들을 연구하고 있는 국내 필자들이 글을 썼다는 점에서 이들의 사상과 한국사회 사이의 접점을 볼 수도 있는 책이다.
‘정치적인 것’은 현상의 사실적 수준을 일컫는 ‘정치’와는 구분된다. ‘정치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적과 친구의 구분과 대립의 극단적 형태인 전쟁 가능성을 전제하는 행위(샹탈 무페)다.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평등의 제스처이자 사유(알랭 바디우) 또는 공적인 공간에서 보이지도 들리지도 사유되지도 않았던 존재들이 스스로를 보이고 들리고 사유되게 만드는 것(자크 랑시에르)일 수도 있다. 또한 그것은 자본주의의 문제를 불평등의 문제로만 보고 국가의 개입을 강화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구좌파에 대한 문제 제기(가라타니 고진)일 수도 있다.
요는 현실 사회주의권이 붕괴한 1992년을 전후해 ‘역사의 종말’이 선언되고 신자유주의에 의한 경제주의의 광풍이 몰아친 지 20년이 다 되도록 한 번도 깨져본 적이 없는 “(자본주의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역사 종말론자’들의 담론에 맞서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적인 것’의 귀환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정치는 국가에 무언가를 요구하는 형태를 넘어서서 국가 자체를 요구하고 심지어 (근대국민)국가를 부정할 수도 있는 인식까지 이어질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이들의 정치철학에 대한 조명이 서구에서 몰아쳐온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이 한때의 유행을 좇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촛불집회 이후 생겨난 사람들의 공화국에 대한 재고, 그리고 이주민들을 노동자로 생각하지 않고 외국인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국가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지금, 한번쯤 볼 만한 참고서가 아닐까 한다.
 
-------------------------
"정치는 단순 투표행위가 아니다" (레디앙, 2010년 02월 06일 (토) 11:49:48 정상근 기자)
[새책] 『현대 정치철학의 모험』…세계적 석학들의 정치철학과 한국   
정치적 무관심을 넘어 진정한 정치철학의 귀환을 촉구한 8명의 철학자들이 국내 학자들의 소개로 한 곳에 모였다. 이들은 권력의 정당성과 배분문제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정치 또는 정치적인 것이란 무엇인지를 묻고, 기존의 정치 개념을 다시 생각하기위한 메시지를 던진다. 
『현대 정치철학의 모험』(홍태영 외, 난장, 18,000원)에서 저자들이 소개하고 있는 여덟 명의 사상가는 클로드 르포르, 알랭 바디우, 자크 랑시에르, 가라타니 고진, 에티엔 발리바르, 조르조 아감벤, 샹탈 무페, 악셀 호네트다. 이들은 "세계화.신자유주의가 불러온 탈정치, 더 나아가 반(反)정치의 흐름에 맞서, 정치(철학)의 귀환을 주도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민주주의'는 "갈등·경합·투쟁·계쟁·봉기의 과정"이라고 전제하며, "정치의 개념, 근대의 지배적 국가형태로서의 국민국가, 모든 정체의 운영원리로 여겨지는 민주주의, 법에 근거한 권리와 인권의 보장 등 서구 정치전통의 모든 범주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하면서 정치에 관한 기존의 이해를 확장시킨다. 
그리고 세계적 철학가들의 이러한 진단은 "지난 2008년 전국의 길거리를 수놓았던 촛불이 사그라진 뒤 봇물처럼 터져 나온 헌법 개정.완성 논의, ‘공화국’에 대한 논의, 87년-97년-08년 ‘체제 논쟁,’ 급진민주주의에 대한 토론" 등, 한국의 현실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상가들의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치적인 것’이다. ‘정치’란 정치적 현상의 사실적(존재적) 수준에서 움직이는 반면, ‘정치적인 것’은 이런 정치현상의 형이상학적(존재론적) 조건과 관련된 문제로, 정치를 정치일 수 있게 해주는 본질 혹은 토대이다. 이 본질 혹은 토대가 무엇이라고 보느냐에 따라 이 사상가들의 사유는 겹치기도 하고 갈라서기도 한다. 
클로드 르포르는 ‘정치적인 것’은, 한 사회를 특정한 방식으로 통일시킴으로써 다른 사회와 구분해주는 ‘상징적 차원’으로, 근대 사회를 특징짓는 상징적 차원의 핵심은 ‘빈 공간으로서의 권력’이라고 말한다. 샹탈 무페는 ‘정치적인 것’이 적-친구의 구분과 그 대립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인 전쟁의 가능성을 전제하는 행위이다. 
알랭 바디우는 정치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평등의 제스처이자 실행 중인 사유라고, 자크 랑시에르는 공적인 공간에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사유되지 않았던 아무개들이 스스로를 보이고 들리고 사유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근본 문제라고 지적하며, 가라타니 고진은 인간들에게 존재하는 비사회적 사회성 속에서 세계공화국으로 향해 갈 가능성을 본다. 
이러한 석학들의 다양한 진단과 전망은 작년 ‘체제 논쟁’부터 최근의 진보진영 ‘대통합 논의’까지, 한국의 현실정치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논쟁에 대해 성찰의 계기를 마련한다. '반MB 연대'가 단순히 선거전략 논의에 그치고 있듯, 이 책은 우리의 삶과 직결된 정치를 단순한 ‘득표행위’나 ‘행정’(‘국가경영’)으로 보는 관점을 되돌아보게 해줄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9/07 13:56 2010/09/07 13:56

댓글0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KTX 여승무원 투쟁 승리!! 법원 "해고 무효, 근로자 지위 인정"

View Comments

블로그에 퍼나른 글들을 보니 나는 KTX 여승무원 투쟁이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판단했던 듯하다. 그에 비추어 보면 KTX 여승무원들의 실질 사용자는 철도공사이며, 철도공사가 직접 KTX 여승무원들을 고용하라고 법원이 판결한 것은 시사하는 바는 크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은 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이며, 불법파견 노동자도 2년이 지나면 원청회사인 현대차가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최근 판결과 관련하여 중요하지 않나 싶다. 하도 사회가 망가지다 보니 상식적인 판결을 한 것에 불과한데도 의미있게 다가온다. 사실 원청 사업장에서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 같은 형태로 하청 노동자들이 일하는 게 일상화된 노동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코레일은 항소를 검토하고 있단다. 4년여를 끌어온 것도 모자라 계속해서 여승무원들에게 고통을 안기겠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여승무원들에게 사과하고, 법원판결을 받아들여 이들을 직접고용해야 할 것이다. 불법파견 노동자로 판명난 KTX 승무원을 직접고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임금이 계속 나오고는 있지만, 최종판결에서 어떻게 될지 몰라 이를 쓰지 못하고 그대로 적립하고 있다는 여승무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법원판결과 달리 ‘적법도급’이라는 엉뚱한 판단을 했던 노동부도 자신들의 행태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덧붙여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KTX 여승무원 투쟁이 노무현 정부 하에서 일어났던 것이고, 그 해결에 노무현 정부는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겠다. 뭐라해도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 국민참여당 등을 포함하여 반이명박 전선, 민주대연합 결성 어쩌고 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생각난 김에 과거 네이버블로그 등에 퍼다 놓았던 KTX 여승무원 투쟁 관련 글과 기사들도 담아놓는다. 앞으로는 이에 대해 좋은 얘기들만 나왔으면 좋겠다.
 

------------------------
철도공사도 KTX여승무원 위장도급 (참세상, 김용욱 기자 2010.08.26 16:06)
법원, '철도유통 업무수행 독자성 없고 노무대행 기관 역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최승욱 부장판사)는 26일 코레일(철도공사) 자회사인 철도유통에서 해고된 KTX 승무원들의 실질 사용자는 철도공사라고 판결했다.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이 KTX 승객서비스 업무에 관해 위탁협약을 맺었지만 사실상 철도공사가 KTX승무원들의 업무지시와 임금 등 제반 근로조건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철도공사가 직접 KTX승무원들을 고용하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철도공사가 위장도급을 했다는 것으로 풀이돼 지난 7월 22일 대법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불법 파견 판정에 이은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단비 같은 판결이다. 철도노조는 단체협약에 지노위나 1심 판결에 승소 할 경우 복직 하라는 조항을 들어 철도공사에 단협을 준수하고 공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이번 재판은 KTX 승무원 오미선 씨등 34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으로 법원은 ‘신청인(KTX 승무원)들이 피신청인(철도공사)에게 근로계약상의 권리가 존재함’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선고에서 “여승무원들이 담당한 KTX 승객서비스 업무에 관해 형식적으로 철도유통이 위탁협약을 하고 신청인들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신청인(철도공사)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봤다. 또 “오히려 철도공사가 KTX승무원들의 노무를 제공받고 임금수준을 비롯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판결했다.
 
이번 철도공사 사용자성 인정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KTX승무원들에 대한 위장도급 판결은 이전에도 몇 번의 가처분 판결에서 나온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4월 8일 서울고등법원도 한국철도공사가 2006년 6월 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낸 ‘퇴거 및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원심과 같이 기각하고 "KTX승무원의 사용자는 철도공사"라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KTX승무원들이 철도공사의 사용자성을 입증하기 위해 낸 자료들을 검토한 후 채용, 교육, 근태관리, 징계, 승무인력, 업무조정, 작업시간 결정, 임금수준의 결정, 인사관리 등의 시행 주체가 철도공사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은 "승무업무를 위탁받은 철도유통도 독립성을 갖지 못한 자회사 위장도급의 형태라, 철도공사가 승무원들을 직접 채용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신청인(KTX승무원)들이 신청인(철도공사) 회사를 상대로 '자회사 소속 비정규직'에서 '신청인 회사의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의 쟁의행위로 판단될 수 있고 그 목적의 정당성도 있다고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고법은 KTX승무원들의 쟁의행위 적법여부에 대해선 "쟁의행위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것이라거나 수단 및 방법의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철도공사의 '위법'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KTX승무원들은 본격적인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2008년 12월 근로자지위인정가처분신청으로 철도공사 소속 근로자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KTX승무원들은 지난 2006년부터 투쟁에 돌입해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점거농성, 강제해산 △국회 헌정기념관 84명 점거농성, 강제연행 △ 서울역 단식농성 △서울역 고공농성 등을 전개해오며 정리해고 철폐투쟁을 해왔다. 철도노조는 이날 판결을 두고 “KTX 승무원 투쟁의 정당성은 6년전에도 그러했듯 철도공사를 제외한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2006년 4월에는 당시 전윤철 감사원장도 KTX 승무원들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고, 국가인권위의 권고도 있었다”며 “철도공사는 끝내 노동자의 외침을 거부하고 시민사회의 양심과 상식을 거부한 채 오늘까지 6년을 넘기는 불통과 독선의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어 “철도공사 허준영사장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에 따라 KTX 승무원을 즉시 복귀시켜야 한다”며 “철도공사는 어떠한 이유로도 어떠한 변명으로도 더 이상의 시간끌기와 편법, 기만의 대응은 사회적 비난을 자초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성 명> 철도공사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KTX 여승무원 동지들을 즉각 복직시켜라! (2010년 8월 26일 전국철도노동조합)
 
오늘(8월26일) 서울중앙지법은 KTX 승무원이 제기한 지위확인소송에 대해 ‘신청인(KTX 승무원)들이 피신청인(철도공사)에게 근로계약상의 권리가 존재함’을 인정했다. 지난 2008년 12월 2일 가처분 소송에 이어 2년여만에 본안판결을 통해 다시한번 KTX 승무원 투쟁의 정당성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오늘 선고를 통해 서울중앙지법은 ‘여승무원들이 담당한 KTX 승객서비스 업무에 관해 형식적으로 철도유통이 위탁협약에 기하여 신청인들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신청인(철도공사)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고 오히려 피신청인(철도공사)가 신청인들의 노무를 제공받고 임금수준을 비롯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2004년 4월 1일 KTX 개통과 함께 시작된 6년여 걸친 철도노동자의 투쟁은 그야말로 처절함 그 자체였다. 시속 300Km를 자랑하고 세계 일류의 서비스를 약속하며 화려하게 개통한 KTX 열차의 이면에는 철도공사의 기만과 편법에 희생되며 기본적 노동조건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KTX 승무원이 있었다. 철도노동자와 함께 노동자는 하나임을 자각하고 철도공사의 기만과 편법, 최소한의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쟁취하기 위한 KTX 승무원 투쟁은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해있는 억압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오늘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사용자의 편법과 기만에 저항하고, 탄압과 협박을 물리치며 쇠사슬을 스스로의 몸에 걸었던 철도노동자, 서울역 40미터 철탑위에서 ‘정리해고 철회,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목 놓아 외쳤던 철도노동자의 투쟁이 지극히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법과 원칙’에 기반하고 있었음을 확인하고 있다.
 
이제 철도공사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KTX 승무원 투쟁의 정당성은 6년전에도 그러했듯 철도공사를 제외한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2006년 4월에는 당시 전윤철 감사원장도 KTX 승무원들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고, 국가인권위의 권고도 있었다. 여성계, 교수모임, 민변 등 모든 시민단체들도 KTX 새마을 승무원 요구의 정당함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눈을 막고 귀를 막은 철도공사는 끝내 노동자의 외침을 거부하고 시민사회의 양심과 상식을 거부한 채 오늘까지 6년을 넘기는 불통과 독선의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철도공사 허준영사장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에 따라 KTX 승무원을 즉시 복귀시켜야 한다. 그게 평소 법과원칙을 언급하고 말끝마다 1등 국민 1등 철도를 말해오던 허준영 사장의 논리에도 맞다. 철도공사는 어떠한 이유로도 어떠한 변명으로도 더 이상의 시간끌기와 편법, 기만의 대응은 사회적 비난을 자초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KTX여승무원 투쟁 일지
▲2006.2.25 철도노조 준법투쟁의 일환으로 사복근무 투쟁
▲2006.3.5 서울, 부산 KTX열차승무지부 파업결의대회
▲2006.3.9 KTX승무원 350여명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점거농성 돌입
▲2006.3.27 이철 사장 전투경찰투입 요청, 폭력진압 발생
▲2006.4.19 낮 12시 국회 헌정기념관 84명 점거농성 돌입
▲2006.4.20 국회 헌정기념관 공권력 투입,84명 전원 9개 경찰서로 강제연행
▲2006.4.21 오후 3시 인권위원회 2차 조정회의
▲2006.5.6 열린우리당 강금실 선대본 농성 돌입
▲2006.5.9 철도공사 이철 사장 강선대본 농성장 방문, 입장 재확인
▲2006.5.19 KTX승무원 280여명 정리해고
▲2006.6.8 KTX파업투쟁 100일차,‘KTX 직접고용을 요구한 1500인 선언’
▲2007.7.3∼24 서울역 단식농성 돌입
▲2008.7.3 KTX 새마을 여승무원 서울역 천막농성 돌입
▲2008.8.27 KTX 새마을 여승무원 서울역 고공농성 돌입
▲2008.9.2 KTX 새마을 여승무원 서울역 단식투쟁 돌입
▲2008.12.2 서울지법 지위인정가처분신청 인정 
 
-----------------------------
KTX 여승무원들의 승리…법원 "해고 무효, 근로자 지위 인정"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10-08-26 오후 5:04:40)
"철도공사가 직접 채용한 것과 같은 관계 성립"
 
KTX 여승무원들의 긴 싸움이 승리의 길로 접어들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최승욱)는 2006년 5월 해고된 KTX 여승무원 오모 씨 등 34명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소송에서 "한국철도공사(KTX)는 오 씨 등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미지급된 임금을 포함해 매월 급여를 지급하라"며 26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해고가 무효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KTX 여승무원들에게 복직 가능성이 열렸다.
 
KTX 측이 항소할 경우, 2·3심 재판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최근 현대자동차 관련 대법원 판례를 고려하면, 2·3심 재판에서도 KTX 여승무원들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는 "한국철도공사는 오 씨 등과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근로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음에도 계약갱신을 거부한 것은 사실상 해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철도유통이 형식적으로 KTX 승객서비스 업무를 담당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한국철도공사의 일개 사업부서로 기능했을 뿐"이라며 "한국철도공사가 오씨 등을 직접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됐다"고 덧붙였다.
 
오씨 등 여승무원들은 2004년 3월 철도공사로부터 KTX 승객 서비스업무를 위탁받은 홍익회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일을 해왔으나 철도유통과 KTX 관광레저로 위탁업체가 바뀌면서 소속 이전을 받아들이지 않아 2006년 5월 해고됐다. 이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이들이 낸 근로자 지위보전과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에서 "코레일은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매달 180만 원을 지급하라"고 일부 인용 결정한 바 있다. 
 
---------------------------
4년 만의 감격, KTX 여승무원 복직소송 승리 (노컷뉴스, 2010-08-26 18:48 CBS사회부 박지환 기자)
법원 "양자간 근로계약관계 인정"
 
이날 법정에는 소송을 제기한 여승무원 30여명이 대부분 참석해 초조하게 재판결과를 지켜봤다. 여승무원들은 판결이 나오자 지난 고단한 세월이 생각난 듯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여승무원 대표 오미선씨는 "결과가 좋게 나와서 기쁘다"며 "코레일이 가처분신청 전부터 법원의 판결에 따르겠다고 한 만큼 책임있는 자세로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씨는 이어 "그간 사장이 계속 바뀌면서 책임을 전가하곤 했는데 이번 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KTX 여승무원측은 집행부 회의를 통해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코레일측은 법원의 이날 판단에 항소한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KTX 여승무원들의 실제 복직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일부 공기업과 민영화 기업들이 경영효율화를 내세워 무분별한 인원감축 등을 단행하는 것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철도공사 KTX여승무원 해고는 무효 (경향, 장은교 기자, 2010-08-26 22:07:18)
ㆍ법원, 근로자 지위 인정·임금지급 판결
ㆍ비정규직 간접고용 사업장 파장 예고

 
이 사건은 KTX 여승무원 350여명이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파업에 들어가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1년 계약직인 승무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준다는 것을 왜 거부하고 파업까지 하는지, 외부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이 많았다.
 
승무원들은 사실상 공사 정규직으로 생각하고 입사했다. 자회사와 맺은 고용계약은 형식적인 것으로 알았다. 실제 업무도 직접고용과 동일했기 때문에 직접계약이 성립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공사가 계열사 직원으로 위탁계약을 맺으려 해 혼란에 빠졌다. 위탁계약을 맺으면 다시 또 어떤 업체로 계약이 인계될지 불안한 신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계약과정을 보면 승무원들은 ‘홍익회’라는 재단법인의 ‘철도유통’이라는 회사와 계약을 맺고 KTX에서 일했다. 홍익회는 승무원들의 고용계약을 철도유통에 인계했고, 철도유통은 다시 ‘KTX 관광레저’라는 계열사로 고용계약을 인계하려 했다. 공사는 2006년 5월15일까지 관광레저로 이적하지 않으면 고용시한이 만료된다고 통보하고, 이를 거부한 승무원들을 해고했다.
 
이번 1심 재판 결과는 승무원들의 완승이다. 재판부는 “철도유통은 공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공사는 여승무원들을 채용할 때 직접 참여했고 수습교육도 시켰으며, 철도유통은 독자적으로는 승무원들의 출·종무 시간 등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공사가 여승무원들의 수당과 퇴직연금 및 4대 보험료까지 부담했고 업무 평가도 공사가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철도유통은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을 갖추지 못했고 공사의 일개 사업부였다”며 “승무원들과 공사 사이에는 직접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채용과정과 근무형태 등을 볼 때 “승무원에게는 계약기간 만료로 계약관계가 획일적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갱신될 것이라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합리적 이유 없이 공사가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실질적 해고로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했다.
 
법원은 이미 2008년 12월에도 가처분 결정을 통해 승무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이번 소송은 해고된 승무원들 중 일부만 우선 참여한 것이며, 다른 승무원들도 같은 취지로 별도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
“너무 오랜기간 힘들게 기다렸다 회사는 더 이상 시간끌지 말아야” (경향, 장은교 기자, 2010-08-26 22:06:06)
ㆍ여승무원 대표 오미선씨
 
- 긴 싸움을 해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우리가 왜 소송을 하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가까운 가족과 지인들부터 이해시켜야 했다. 파업 이후 오늘까지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외톨이’라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이 문제를 잊지 않고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도와주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 한국철도공사에 하고 싶은 말은.
“공사는 재판 과정에서 모든 것을 법적 판단에 맡기겠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가처분에 이어 본안까지 같은 판단이 나왔다. 더 이상 시간끌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우리가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현명한 판단을 통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 소송을 한 승무원들은 모두 해직상태인데 생활은 어떻게 해결해왔나.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지냈다. 승무원 출신이기 때문에 주로 서비스 관련 강의를 많이 했다. 이제는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
대법원이 불법수단 인정한 ‘현장대리인’ KTX 여승무원에도 있었다 (참세상, 김용욱 기자 2010.08.27 19:40)
KTX여승무원 현장대리인 현대차 위장도급과 비슷
 
철도공사가 KTX여승무원을 직접 고용하라는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7월 22일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을 위장도급이라고 판결한 의미를 재확인 했다는 데서 그 의미가 크다. 물론 대법 판결은 제조업 컨베이어벨트 업종을 중심으로 내렸지만 핵심음 업무지시나 근태관리에 실질적으로 누가 영향을 미쳤는가를 중심으로 봤다는 데 있다. 특히 대법원은 사업주가 위장도급의 전형으로 내세운 현장대리인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내렸다. 대법의 판단은 도급사 현장대리인이 업무지시를 전달했어도 실질적인 원청 사용주의 역할을 누가 했는가를 봤다는 데 의미가 크다.
 
대법은 “누가 업무를 전달하느냐가 아닌 누가 지시내용을 결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봤고, 도급인이 전달하거나 지시 명령이 도급인에 의해 통제되어도 원청이 업무지시를 한 걸로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이 판결을 두고 “도급사 현장대리인에 대한 판시를 한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 동안 노동부나 1심 법원 등은 현장대리인이 작업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도급인과 원청인이 업무협의를 해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내리지 않기 때문에 불법파견이 아닌 도급계약이라 인정해 왔다. 이런 현장대리인 논란은 KTX여승무원 위장도급 문제에도 있었다.
 
노동부는 2006년 9월 29일 KTX여승무원을 고용한 한국철도유통과 철도공사의 위탁 도급계약의 불법파견여부를 조사 발표했다. 당시 노동부는 "KTX여승무원 업무가 열차팀장 업무와 중복되며 상호보완적 기능을 하고 있으며, 유통측 현장대리인이 상시적으로 열차에 승차하지 않아 실제로는 열차팀장이 여승무원의 업무수행상태를 확인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냈으나 "이는 위탁협약서로 한정돼 있고 도급업무의 이행에 대한 지시권 성격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해석은 정반대로 했다. 이는 당시 노동부가 도급사 현장대리인의 역할을 인정해 공사 쪽 입장에 힘을 실어준 대목이다. 현장대리인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여승무원들이 원청사 직원인 열차팀장의 지시를 받은 부분인데도 "열차팀장은 안전업무와 운전업무, 여승무원은 승객서비스 업무를 주된 업무로 하고 있어 차이가 존재한다"며 이번 대법 판결과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렸었다. 노동부는 "유통이 근로조건을 자율결정하고 노사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엄연히 존재하며 이행책임도 수행한 점을 보아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이 있다"며 “일부 불법성은 있지만 종합적으론 합법"이라고 강조했다.
 
KTX 승무원들은 당시 노동부에 "철도공사가 신규채용 여승무원에 대한 교육을 주관하여 실시, 평가하고 공사의 열차운행계획에 따라 근무시간이 결정된다"며 "철도유통이 공사로부터 지급받은 위탁수수료를 지급대행한 것에 불과하며, 공사가 여승무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기자재를 유통에 대여하는 등, 유통의 사업 실체가 인정되지 않으며 공사가 파견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도급으로 위장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노동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부는 "인사노무관리상 독립성이나 사업경영상에서 일부는 침해된 부분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불법적인 것은 작게 있고 합법적인 부분은 많이 있었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후 대법은 당시 노동부이 판단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판결문에서 명확히 했다.
 
철도공사는 1심판결 이후 항소하겠다는 의견을 비쳤지만 사회적 여론은 항소를 포기하라는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다. 또 KTX여승무원들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2008년 이전부터 투쟁보다는 법적결과를 따르자며 1심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따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KTX여승무원들은 2004년 KTX 개통당시 코레일 자회사에 비정규직 승무원으로 일하다 2006년 다른 계열사로 이적요구를 거부해 해고됐다. KTX여승무원들은 삭발, 단식, 점거, 고공 시위 등으로 연행을 당하기도 하며 무려 4년여를 버텨왔다. 처음 400여명이 투쟁을 시작해 지금은 34명이 남아 있는 상태다.
 
진보신당은 27일 성명을 내고 “만약 철도공사가 법원의 결정을 거부하고 항소할 경우 공기업이 막무가내 반노동자 행각을 벌인다는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항소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번 판결은 코레일 같은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외주, 용역 등 간접고용형태로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고 사용자의 책무를 방기해 온 관행에 대한 철저한 경종”이라며 “코레일측은 철저한 자기 반성을 하고 여승무원들을 즉각 현장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준비위도 “서울중앙지법은 해고된 KTX 승무원이 채용과정부터 실무수습?교육?승객서비스 업무 수행 등 모든 과정에 직접 간접적으로 관여해 철도공사는 KTX 승무원의 직접적인 사용자라고 명확히 밝힌 것”이라며 “법원을 비롯해 국가인권위 등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공기업의 책무이다. 법원은 이번 본안 판결에 앞서 KTX 승무원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서도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KTX 승무원은 철도공사 소속 노동자임을 인정했다”며 항소포기를 촉구했다. 

----------------------------
KTX 승무원 판결, 외주화 추진 공공기관에 영향 미칠까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2010-08-30 오전 9:09:43)
간접고용 비정규직 남용 제동 … 개별 금전보상 민사소송 한계도
 
공공운수노조 건설준비위원회는 29일 “2006년 5월 부당해고를 당한 지 무려 4년 만에 KTX 승무원의 실질 사용자가 철도공사라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졌다”며 “법원의 올바른 판단이 나온 만큼 철도공사가 답할 차례”라고 밝혔다. 준비위는 “공기업인 철도공사가 불법파견 노동자로 판명난 KTX 승무원을 직접고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으로부터 ‘철도공사 근로자’라는 판결을 이끌어 낸 KTX 승무원 사건은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외주화로 빚어진 불법파견의 상징으로 꼽힌다. 공공기관들은 예산절감과 노무관리 부담을 덜기 위해 이른바 ‘비핵심업무’의 외주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2007년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이 시행되면서 공공기관 비정규직 증가 추세는 주춤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공공기관 10% 정원감축을 뼈대로 한 선진화정책이 추진되면서 최근 2년 새 비정규직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2012년까지 정원의 15%를 줄여야 하는 철도공사는 경춘선 분사화를 비롯한 업무 외주화 확대방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철도공사가 외주위탁한 KTX 승객서비스업무가 형식에 불과하고 KTX 승무원에 대한 직접적인 노무지휘를 행사했다는 점을 이유로 위장도급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무분별한 외주화 방침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민사소송이라는 점에서 다른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 “불법파견 판결과 같은 형사사건과 달리 민사사건은 개별적인 금전보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며 “간접고용 비정규직 남용을 막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과 같은 일반적인 문제해결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파업을 접었지만, KTX 승무원지부의 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부산역과 서울역을 거점으로 파업을 하고 있던 이들은 이제 원주에 모여 함께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만의 외로운 투쟁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번듯해보이는 직장에 있는 이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조차 많다. 게다가 이들에게조차 "일하기 싫으면 때려치워라. 실업자가 얼만데…"라는 식의 헛소리들을 접하게 되면 정말 할 말 없게 된다. 그래서 관련글들을 링크했다. 맨 마지막 요약글에 넣은 프레시안 윤태곤 기자의 글은 반드시 읽어봤으면 좋겠다. 왜 그들이 비정규직에 노동운동까지 하게 되었는지 잘 알 수 있으리라.

 
1.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은 복장투쟁을 이유로 한 KTX 여승무원에 대한 부당한 승무중지 조치 해제하고 정규직화 시행하라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2. 한국철도유통, 승무조합원 승무 정지 논란 (참세상 2006년02월27일 10시42분)
KTX 승무조합원 사복투쟁에 철도유통 결근처리 및 승무정지 시켜
 
3. 사복 입었으니 출근 안한 것? (매일노동뉴스 2006-02-27 오전 9:48:29)
KTX 여승무원 사복투쟁에 철도유통 승무중지 조치
 
4. KTX 여승무원 ‘사복 투쟁’ 도 비정규직 차별 (인터넷 한겨레 2006-02-27 오후 09:22:57)
결근 처리…일반열차 정규직은 제재안해
 
5. "철도공사에 직접고용되기 전까진 계속 투쟁합니다" (참세상 2006년03월04일 16시38분)
[철도파업] KTX서울승무지부 2-3일 산개투쟁 동행취재기
 
6. KTX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된다. (민주노동당 당원게시판 낮은목소리 2006-03-05   18:52:56)
 
7. "내가 비정규직에 노동운동까지 하게 될 거라곤…" (프레시안, 윤태곤 기자, 2006-02-27 오후 5:38:05)
[르포] 머리띠 하고 사복투쟁 나선 KTX 여승무원들
 
현재 KTX 여승무원들은 400명 남짓인데, 이들 가운데 280명 정도는 서울역을, 나머지 120명가량은 부산역을 거점으로 삼고 근무하고 있다. 여승무원노조의 부산지부장인 정혜인 씨는 KTX 개통 이전에 입사해 교육을 받고 2004년 4월 1일 개통일부터 근무한 '최고참 1기' 승무원이다.
  
"아시다시피 2003년 말부터 TV, 신문, 인터넷에 꿈의 열차 KTX 선전이 얼마나 많았어요? 우리도 '와, 정말 대단한가 보다' 했었죠. 필기시험은 없었지만 서류, 면접 경쟁률은 상당히 높았어요. 높은 경쟁을 뚫고 2004년 2월 입사해 교육을 받을 때만 해도 으쓱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출근 두 달이 넘어서야 연봉계약서를 쓰게 돼서 뭔가 좀 이상하다 싶었죠."
 
"처음 1년 간은 뭐가 문제인지도 몰랐어요. 우리 그때 나이가 스물셋이나 스물넷, 거의 다 학교 졸업하고 바로 들어온 사회초년생인데다가 선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뭔가 이상하다 싶었지만 말하기도 힘들었는데 1년 동안 꾹꾹 눌러가며 참았어요. 그러다가 작년에 노조를 만들고 12월에는 철도노조에 가입하면서 민주노총으로 옮겼죠. 그때부터는 말이라도 할 수 있게 됐고, 이렇게 싸우게 된 거예요. 내가 노동운동을 하게 될 거라고 꿈에서라도 생각했겠어요?" 정 지부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옆에 있던 한 조합원이 거든다. "우리 근무조 편성이 몇 개로 되어있는지 아세요? 43개 조예요, 43개 조. 120명이 43개 조로 움직이니까 한 조에 3명가량인데 근무조 편성도 중구난방이에요. 어떤 조는 한 달에 200시간 기차 타고 어떤 조는 한 달에 170시간 타는데 같은 월급 받는단 말이죠. 회사에 따지면, '알다시피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느냐, 철도공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거다'라고 답하고 공사에 물어보면 '여러분은 우리 직원이 아니니 철도유통에 가서 이야기하라'고 하고…. 뭐, 철도유통이 힘이 없다는 건 맞는 말이긴 하죠"
 
서울역에 내리니 서울 조합원들이 역 승강장 바닥에 주저앉아 집회를 하고 있었다. KTX 운행 이후 헌신짝처럼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던 새마을호 여승무원들이 악에 받친 싸움을 벌여 해고를 철회시키고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농성하던 바로 그 자리다. 새마을호 여승무원들이 머리띠를 매고 팔뚝질을 하던 그 자리를 이제는 KTX 여승무원들이 채우고 있다. 다음은 누구 차례일까?
 
"작년에 새마을호 언니들이 여기서 집회하는 걸 봤죠. 그때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지금 우리 싸움 하는 데 그분들이 경험도 전수해주시고 여러 모로 도움도 많이 줘요. 승무원노조가 철도노조에 가입한 이후 힘이 많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우리도 정규직 직원들하고 같이 파업하기로 결의한 것이구요."
 
강 모 조합원의 말이 이어진다. "우리도 우리지만 후배들은 더 해요. 해가 지날수록 연봉은 더 깎이고 교육도 엉망이에요. 철도유통하고 철도공사의 계약기간이 3년인데 그 다음에는 우리를 KTX관광레저라는 자회사로 넘긴다네요. 철도공사랑 롯데관광이 합작해 만든 회산데, 철도공사 말대로 자기들이 우리랑 관련이 없다면 어떻게 우리를 마음대로 자회사로 넘길 수 있는 거죠?"
 
"유전비리로 구속됐던 왕영용 철도사업본부장 아세요? 그 사람이 이사로 있던 회사예요. 철도유통이나 마찬가지로 철도 퇴직자들이 꽉 잡고 있는 회사죠. 감사원 감사에서 매각청산 대상 판정을 받았는데 우리 덕에 살 길이 열린 거죠. 그쪽도 우리를 관리하고 근무편성할 능력이 없는 곳인데, 철도공사에서는 관리자 파견할 테니 걱정 마라고 그러네요. 업무지시가 실제로 이뤄지는 셈인데 이런 거 불법파견 아닌가요? 우리 의견요? 물어본 적이 전혀 없죠." 옆에 있던 조합원이 거든다.
 
민세원 지부장에 따르면 승무본부장은 "왜 우리가 KTX관광레저라는 곳으로 물건처럼 떠넘겨져야 하는지 이유라도 말해달라"는 요구에 "회사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고 우리 직원도 아닌 당신들한테 그걸 설명해줄 이유가 없다. 자회사와 공사의 인사교류 차원에서 관리자를 파견할 테니 그간 보였던 난맥상은 많이 없어질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사교류가 있으면 우리도 공사로 들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이 없었다.
 
한 사람의 노동자, 한 사람의 노동운동가는 교육과 학습에 의해 만들어지기보다는 회사와 자본에 의해 탄생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은 '지상의 스튜어디스' 400여 명을 노동자로,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탈바꿈시키는 동시에 몇 사람의 노조 간부를 키워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철도노조 KTX 승부원지부 노동자들의 투쟁만은 승리하기를 고대한다.

 

그냥 사실만 전한다.
아래 글은 민중언론 참세상의 기사 및 숲속 홍길동의 KTX 투쟁영상을 담은 것이다.

 
철도공사, 파업중인 KTX승무원 전원 정리해고 (참세상, 최인희 기자, 2006년04월14일 18시19분)
KTX승무원들, 철도공사 서울사옥에서 항의 농성
 
한국철도공사의 해고 통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노사가 교섭을 갖고 있던 도중 발생한 일이라 더욱 큰 반발을 빚고 있다. 지난 11일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이 참석한 KTX승무원들과의 교섭에서는 김천환 여객사업본부장 등 책임자 불참, 철도공사의 자회사 채용 입장 고수 등으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었다.
  
철도공사는 2차 교섭 예정일인 14일에는 11일 교섭에서와 마찬가지로 "언론사에서 취재를 하기 때문에 교섭을 못하겠다"며 교섭장에서 이탈하고, 전화로 불참을 통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철도공사의 이같은 태도에 KTX승무원들은 "이철 사장과 철도공사 경영진은 KTX승무원들과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갖지도 않고 생존권을 박탈할 수 있는 것인가"라며 분노하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KTX관광레저로 가라는 일방적인 통보 외에 한 번이라도 성의있는 대화를 시도한 일이 있는가", "KTX관광레저로 가면 오늘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을 뻔히 아는 KTX승무원들에게 해고 위협 말고 무엇을 노력했다는 말인가"라며 철도공사를 규탄했다.
 

---------------------------  
숲속홍길동                               (2006-04-14 23:06:31, Hit : 339, Vote : 0)
[KTX 투쟁영상 ②] "농성자 전원 해고통보! 그리고 구청사 재점거" (파업투쟁 45일째인 4월 14일 소식 속보)

◎ 영상 보시려면 → '플레이' (▶) 버튼을 클릭하세요!
"KTX 파업투쟁 영상 (45일째 소식 속보)" (3분 59초)

2006년 4월 14일로 파업투쟁 45일째를 맞는 KTX승무원 투쟁.
바로 이 날 농성자 전원에게 해고예정통보서가 도착합니다.
2006년 5월 15일자로 정리해고가 결정되어 통보한다는 내용입니다.
국가인권위의 권고로 마지못해 노사교섭을 하면서도 이것은 교섭이 아니라 대화일 뿐이다 라며
노조를 상대하지 않으려 한 철도공사.
그리고 어찌됐건 노사교섭 중에 날아온 해고예정통보.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KTX승무원들은 분노의 심정으로 또 다시
지난 3월 27일 공권력에게 무차별하게 폭력 침탈을 당했던 구청사 건물로 다시 갑니다.
이 때가 오후 3시 10분경. 영상은 저녁 농성까지 모습을 담았습니다.
오늘 4월 14일에 있은 KTX 승무원들의 파업 투쟁 45일째 소식을 속보 영상으로 소개합니다.
 
현장상황 : 2006.4.14  영상제작 : 2006.4.14  숲속홍길동
 
============================
철도공사, KTX승무원 대량 정리해고 2006/05/23 04:19
 
KTX승무원들이 결국 정리해고되었다. 어떻게 봐야 할까.
KTX열차승무지부의 성명서를 읽어보려고 철도노조 사이트에 갔다가 조합원 사이에서 KTX승무원들의 투쟁과 이에 연대하는 노조 지도부를 비난하는 글들을 보았다. 이런 것들이 이해되면서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한편에서는 철도노조가 제대로 연대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고...
 
오히려 경향신문 손동우님이나 한겨레신문 사설이 정확하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KTX승무원들의 투쟁, 반드시 승리하기를...

 
--------------------------
철도공사, KTX승무원 대량 정리해고 (참세상, 최인희 기자, 2006년05월22일 16시42분)
KTX지부, "굴하지 않고 계속 투쟁할 것"
 
80일 넘게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KTX승무원들이 결국 정리해고됐다. 한국철도공사는 KTX승무사업의 기 위탁회사인 '한국철도유통'(구 홍익회)이 5월 15일자로 승무사업을 종료키로 했다며 KTX승무원들에게 해고 통보를 보냈던 바 있다. 철도공사는 새로 KTX승무사업을 맡게 된 'KTX관광레저'로의 복귀를 종용하며 정리해고 시한을 5월 19일로 한 차례 연기했었으나 파업 중인 KTX승무원들이 복귀하지 않음에 따라 모두 해고했다.
 
파업 중인 KTX승무원 280여 명은 철도공사의 이같은 결정에 큰 동요 없이 파업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줄곧 주장해 왔던 요구는 '부실 자회사로의 위탁'이 아닌 '철도공사 직접 고용'이기 때문. 철도노조 서울부산KTX열차승무지부는 22일 낸 성명서에서 "철도공사와 정부는 외주위탁을 통한 인건비 착취로 국민의 인권과 노동권을 박탈하지 말라"고 정리해고를 규탄하며 "이 사회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권리를 주장하면 사용자로부터 받는 것은 대화와 교섭이 아닌 '해고'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 평했다.
 
KTX지부는 철도공사와 정부에 대해 "더이상 외주위탁된 회사의 정규직이 고용안정이 되고 임금 보전이 되는 것처럼 국민에게 호도하지 말라"고 지적하며 "이철 사장은 80일이 넘도록 무임금과 온갖 고통을 견디고 있는 우리들을 눈곱만큼도 알고 있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KTX승무원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없이 투쟁을 매도하는 데만 혈안이 된 철도공사를 규탄한다"며 "대량의 정리해고와 정부의 공권력 남용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는 말로 정리해고 조치에 굴하지 않고 계속 투쟁할 것임을 천명했다.
 
서울부산KTX열차승무지부 투쟁 경과
2005년 11월 - 철도유통, 노조 간부 승무정지 및 선별 재계약 방침 통보
2005년 12월 - KTX지부, 민주노총 공공연맹 철도노조 가입
2006년 2월 25일 - 철도노조 준법투쟁 명령에 따라 사복근무에 들어간 KTX승무원들에게 승무정지 조치 내려짐
3월 1일 - 철도노조 총파업 돌입
3월 2일 - 철도노조 전 조합원 산개투쟁 돌입, KTX지부는 양평 거점에서 산개투쟁
3월 3일 - 거점인 양평에 공권력 투입, 연행 위협/철도유통, KTX지부 간부 14명 직위해제 통보 문자메세지로 발송
3월 4일 - 철도노조 파업 철회, KTX지부는 파업 지속키로 결정
3월 7일 - 철도유통, 조합원 56명 추가 직위해제 통보
3월 8일 - 노동사회단체들, 'KTX투쟁 지원대책위' 발족
3월 9일 - KTX승무원들,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농성 돌입
3월 13일 - 여성단체들, "KTX승무원 외주화는 성차별적 고용관행"
3월 14일 - 철도공사, "KTX승무원 외부에서 새로 뽑겠다"
3월 15일 - 철도공사, KTX승무원들에 대해 모든 철도공사 사업장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 법원에 제출, KTX지부 간부 14명 고소고발/지도부 3명 체포영장 발부
3월 15일 - 최초 승무원 채용 당시 '1년후 정규직화' 약속한 동영상 공개됨
3월 16일 - 정동영 의장 면담 요구하며 열린우리당 항의방문
3월 16일 - 민변, "KTX승무원 자회사 채용은 위탁을 가장한 불법파견"
3월 17일 - 국가인권위원회에 직접 고용과 차별 해소 진정서 제출
3월 18일 - KTX열차승무지부 지도부 구속결단식
3월 20일 - 정부와 철도공사의 노조탄압에 대해 노동부에 호소문과 진정서 제출(1차)
3월 22일 - 감사원, 철도공사 자회사 실태조사 처분 요구서 공개 "KTX관광레저 청산하라" 권고
3월 27일 - 이철 사장 면담 요구하며 철도공사 서울사옥 로비에서 농성하던 승무원 140여 명에 공권력 투입, 강제 해산. 30여 명 부상
4월 4일 - 철도공사, KTX지부에 5일 대화 제의
4월 5일 - 철도공사, "승무원들이 복귀한 동료를 폭행했다" 주장하며 대화 취소
4월 6일 - 이철 철도공사 사장, 승무원 가족들에게 편지 발송 "딸들과 헤어져야 할 때"
4월 11일 - 국가인권위 권고에 따라 철도공사와 승무원 교섭. 철도공사, 언론사 취재 이유로 교섭장 이탈
4월 13일 - 파업중인 KTX승무원 전원에게 정리해고 통지서 발송
4월 13일 - KTX승무원 가족들 가족대책위 결성키로
4월 14일 - 정리해고 통지서 발송에 항의하며 철도공사 서울사옥 농성. 철도공사, 로비 농성 이유로 대화 거부
4월 19일 - KTX승무원 80여 명, 한명숙 신임 총리 면담 요구하며 국회 헌정기념관 로비 농성. 경찰, 음식과 침낭 반입 차단
4월 20일 - 헌정기념관 농성에 공권력 투입, 80여 명 연행
4월 20일 - 전윤철 감사원장, "KTX승무원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것이 맞다"
4월 26일 - 신규 채용된 KTX승무원 일부 서비스 재개
5월 6일 - 승무원 40여 명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선거본부 농성 돌입
5월 9일 - 철도공사, "정리해고가 아니라 이적 시한 만료다" 주장
5월 10일 - 노조와 철도공사 교섭, 철도공사 'KTX관광레저로 복귀' 입장 고수
5월 11일 - 승무원 90여 명 국가인권위원회 농성, 60여 명 오세훈 후보 선거본부 농성 돌입
5월 11일 -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농성장에 공권력 투입, 농성 중인 KTX승무원과 철도노조 간부 등 연행. 승무원 5명 응급 후송
5월 14일 - 강금실 후보 선본에 공권력 투입, 40여 명 연행. 승무원 1명 난간에서 추락, 부상
 
 
-----------------------------
[경향의 눈] YH와 KTX (경향, 손동우/ 논설위원, 2006년 05월 22일 18:02:33)
   
나는 박정희 유신독재체제라는 ‘후천성 민주주의 결핍 증후군’ 환자가 어떻게 파국적 종말을 맞게 될지를 가르쳐 준 의미있는 정치·사회적 예후가 바로 YH사건이라고 생각한다. YH사건이 유신체제의 종말을 알린 예후였다는 사실은 그 뒤 잇따라 발생한 일련의 사건이 입증한다. 경찰의 유혈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김영삼 신민당 총재는 의원직에서 제명됐다. 제도권 야당과 학생·노동 운동 및 재야세력은 반유신 연대투쟁에 나섰고 마침내 부마항쟁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박정희 저격으로 유신체제는 종말을 고했던 것이다.
   
지난 6일 선거운동으로 혼잡하던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후보 사무실에 정리해고 방침에 항의하는 KTX 여승무원들이 들이닥쳤다. 이미 지난달 19일 한명숙 총리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점거한 바 있는 이들은 복직을 요구했다. 이들은 11일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후보 사무실과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잇따라 찾아와 농성을 벌였으나 그때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경찰의 강제해산뿐이었다.
 
YH와 KTX 사이에는 27년이라는 길고 긴 세월이 가로놓여 있으며 둘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상황과 조건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그럼에도 나는 YH와 KTX 사이에 놀라운 유사점을 발견한다. 당사자들은 더 없이 절박한데도 정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은 냉대와 무관심만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KTX 여승무원들을 보라. 아무리 비정규직이 파리 목숨이라 하더라도 달랑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하나로 일터에서 목을 잘린 이들이다. 인권변호사·법무장관 출신 여당 시장후보가 내세우는 통합의 보라색과, 개혁 선거법 제정의 주역인 제1야당 시장후보가 주창하는 생명의 녹색도 이들을 포용하지 않았다. 자상한 어머니상의 총리와 인권의 보루인 인권위원회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YH 때처럼 정권의 살인적인 탄압이 없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문제에 별다른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향해 KTX 여승무원들은 점차 투쟁강도를 높여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제2의 김경숙’이 나오지 말란 보장도 없다. 7백만명에 이른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과 어려움이 계속 외면당하면 어느 순간 임계점을 지나 파열음을 낼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KTX가 우리 사회의 총체적 파국을 알리는 예후가 되지 않을지 몹시 두렵다. 
 
[한겨레 사설] 끝내 외면당한 고속철도 여승무원들 (한겨레, 2006-05-22 오후 07:45:15)
 
여승무원들은 고속철도 개통 이후 지금까지 2년 동안 한국철도유통(옛 홍익회) 소속으로 철도공사에 파견돼 일해 왔다.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기대하며 입사했으나 현실은 열악한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였다. 그나마도 묵묵히 참고 일했으나 지난해 말 회사 쪽이 선별 재계약 의도를 내비쳐서 참을 수 없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파업이 80일을 훌쩍 넘겼다. 그 사이 철도공사는 승무원 위탁업무를 철도유통에서 케이티엑스관광레저라는 또다른 자회사로 넘겼다. 기존 승무원에게는 채용에 응하면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하며 파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철도노조도 이 문제를 쟁점화하겠다는 태도여서 사태 장기화는 피하기 어렵다. 
 
승무원들의 현실은 파견직 노동자들의 차별 문제뿐 아니라 공공 부문 구조조정과 정부의 관련 정책 문제까지 보여준다. 철도 승무 업무는 철도공사 쪽의 직접 지휘를 받는 일이고, 전체 승무원 가운데 유일하게 이 여성들만 파견직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구조조정 때문이다. 철도공사는 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늘어난 업무를 자회사에 위탁함으로써 구조조정의 모양만 갖추려고 했다. 이는 물론 정부의 공기업 정책과도 연결된다.
 
고속철도 승무원 문제는 정부가 비정규직의 고통을 덜어줄 의지가 있는지, 또 정치권은 그들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승무원들이 국회헌정회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본부를 돌아다니며 농성하는 동안 누구도 문제를 풀어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뿔뿔이 흩어져서 싸우기에 힘을 모으지도 못했고, 갈수록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던 장기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서로 품앗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5-60명에 불과하던 대오가 몇백명이 되니 힘이 나고, 무엇인가 될 것 같다는 희망도 생기는 것 같구요.
 
6월 23일에는 파업 115일차를 맞이하는 KTX승무원들이 장기투쟁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400여 명의 대오를 이루어 종로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갖고 광화문 열린시민공원까지 행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종일 비가 내리던 21일에는 서울역에서부터 청와대까지 행진에 나섰습니다. 그것도 네달 만에 열차에 오르던 그 차림으로 말이죠. 해고된 처지에 1시간여에 걸쳐 승무복을 입은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들의 투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을 통해 그들과 연대하고자 합니다. 아래 기사는 참세상에서 담아온 것입니다.

 
-------------------------------
"우리들이 마지막 비정규직이었으면" (참세상, 최인희 기자, 2006년06월23일 18시43분)
KTX승무원 파업 115일, 장기투쟁 노동자들과 합동집회 
 
파업 115일차를 맞이하는 KTX승무원들이 장기투쟁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종로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갖고 광화문 열린시민공원까지 행진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2차 호소문을 발표했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한국합섬노조, 라파즈한라 우진사내하청노조, 레이크사이드CC 노조, 세종병원지부, 코오롱노조 등 장기투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석해 400여 명의 대오를 이뤘다.
 
정혜인 부산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대회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이 공기업의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하면 우리는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KTX승무원들이 철도공사에 직접 고용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비정규직이 우리가 마지막이 되도록 힘내서 투쟁하자"고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KTX승무원들은 호소문에서 "파업 100일째 되던 날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고 촉구한지 15일이 지났고, 청와대를 목표로 집단행동을 세 번 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없다"면서 "과연 이 나라에 대통령이 있기나 한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또 "노동자들의 저항이 더욱 거세질 것이며, 우리는 소수만 남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파업을 하면서 배운 살아있는 역사교과서가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쳐 주었다"고 선언했다.
 
KTX승무원들, 빗속 청와대까지 행진 (참세상, 최인희 기자, 2006년06월22일 15시56분)
"이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 주십시오"
 
▲  넉 달만에 승무 제복을 갖춰 입은 승무원들/이정원 기자
 
▲  줄지어 행진하고 있는 KTX승무원들/이정원 기자
 KTX 승무원, 청와대 앞으로!
 
▲  이 구두를 신고 KTX열차 안을 하루에도 몇 번씩 왕복했지만, 비에 젖어 청와대로 가는 길의 발은 아프다./이정원 기자

  

"난 더 이상 정의가 이긴다는 순진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정당한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으니까, 그 신념 하나로 싸우는 것이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그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힘, 희망의 힘, 끈질기게 투쟁하는 동지들을 위해, 난 네잎클로버를 찾는 그 간절함으로 오늘도 희망을 찾는다." -윤선옥, 'KTX의 꿈은 꿈의 속도로 추락했다' 중에서
 
KTX 여승무원들은 오늘도 싸우고 있다. 승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여전히 서울역사 대합실에서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다. 하나의 투쟁이 있을 때마다 문집이 나왔다. 화물연대 투쟁에서도, 공무원노조의 투쟁에서도...
"그대들! 희망으로 기억하리라" 또한 그러한 투쟁의 기록으로 남겨질 것이다.
 
다음은 이 문집의 표제가 된 백무산 시인의 시 전문이다.
   
그대들을 희망의 이름으로 기억하리라
 - 비정규노동자, KTX 여승무원 파업에 부치다

 
일제 치하 1929년 함경도 원산
도시 전부를 마비시킨 조선노동자의
묵숨 건 총파업을 기억하라!

 
장기 파업으로 초조해진 일본인 화물주들
일본에서 노동자들 급거 공수하였는데, 현해탄 건너
부산항에서 기차를 타고 원산역에 내린 일본노동자들

 
조선에 일꾼 모자라 아우성이라더니
정작 도시는 쥐 죽은 고요
부두에 내린 일본노동자들 조선노동자에게 물었다
 - 당신들은 왜 일을 않는 거요?
 - 우리는 파업 중이요!
 - … 우리는 모르고 왔소
대화는 그뿐,
한 일본노동자가 동료들을 향해 돌아섰다
 - 우리가 이곳에서 일을 하면 저들은 더 굶어야 하고
   파업은 물거품이 되오.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고 있지만 노동자는 하나요!

 
그 길로, 그들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자기 주머니 털어 차표를 끊어

 
2006년 남한의 비정규노동자들의 파업
그리고 여승무원 누이들의 눈물어린 투쟁
삶이 외짝 레일 외짝 바퀴 실려
탈선의 공포에 나날이 가위 눌릴 때
그리하여 찬 길바닥에 몸을 던질 때
비닐천막을 찢고 침낭을 파고드는
한 무리의 싸늘한 손길들, 비굴한 눈길들
저들도 어제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절규하던 그들
그들 뒤에서 피흘리며 그들 위해 몸을 던지고
빈손으로 돌아간 이들 모두 잊은 그들

 
그러나, 아, 철도노동자들!
그러한 냉소를 허공에 날려버리는 파업
비굴함을 작파해버리는 파업
절망을 파업해버리는 파업
저 누이들의 눈물을 훔쳐주는 파업

2006년 우리의 희망은 어여쁜 누이들의 어깨 위에,
저 강철 레일 위에, 절망하지 말라
아 기억하자, 노동자는 언제나
깨어져서야 승리한다는, 사실을! 

 
* 백무산 : 1955년 겅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1984년 <민중시>에 연작시 '지옥선'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만국의 노동자여> 등이 있다.

---------------------------- 
"그대들! 희망으로 기억하리라" (미디어오늘, 2006년 07월 15일 (토) 20:44:15 이창길 기자)
KTX 여승무원 문집 발간…김명환 백무산 이경자 등 문인들도 동참
 
"오늘은 내 스물 여섯 번째 생일이다. 엄마 목소리를 듣자마자 겨우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역국 끓여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엄마 말에…오히려 죄송한 건 난데…세 달 가까이 파업한다고 집에도 못 내려가고, 아빠 생신, 어버이날에도 전화 한통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내 생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KTX 승무원 전원이 해고되는 날이기도 하다." - 김민정, '가장 억울한 해고를 당한 가장 행복한 생일' 중에서
 
어느 날 두 손에 받아들게 된 160쪽 분량의 가벼운 책이 읽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서울역사 대합실에서 파업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가 발간한 문집 <그대들을 희망의 이름으로 기억하리라>이다. 수필 일기 편지글 속에 어리고 여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가슴 속 멍울이 알알이 맺혀 있다.
 
"어제는 지나가는 KTX 열차를 보고 눈물이 났다. 저 기차에 다시 타는 것이 왜 이리도 어려운 것일까. KTX 승무원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고, 교육을 받으며 제대로 일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그리도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옳은 것을 옳다고, 바로 하자고 외치는 것이 이다지도 어렵고 힘든지 몰랐다. 하지만 여기서 힘들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함께하는 동지들과 두 손 꼭 잡고 열심히 싸워서, 웃으면서 KTX 열차의 승무원으로 살아가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간절히, 간절히 소망한다." - 유나영, '어제는 지나가는 KTX 열차를 보고 눈물이 났다' 중에서
 
위탁계약직 승무원으로 2년여 기간 동안 일하면서 당했던 부당한 처사들. 그들은 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고, 정규직 철도노동자들이 현장에 복귀한 뒤에도 파업 대오를 꿋꿋이 지켜내며,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게 강제로 끌려가 유치장에서 밤을 지새우고, 투쟁 과정에서 '세상의 이면들'을 보고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서 여성노동자로서 거듭났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농성장을 떠나는 동료들의 뒷모습을 보며 힘들어 했지만 오히려 그들을 걱정해주고, 걱정하는 부모님이 안타깝지만 또 가족의 격려가 있어 힘을 낸다. '항상 KTX 승무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 왔지만 '일회용'으로 버려진 것에 대해 분노하고, 스스로 옳다고 믿는 것을 굽히지 않는 투사가 되어 갔다.
 
"각종 집회나 항의방문에서 만나게 되는 사측의 협박 섞인 큰 소리에 더 큰 소리로 맞서며 제 목소리를 냅니다. 그동안 집을 나와서 생활하는 것도 모자라 찬 바닥에서 잠을 자고, 찬물로 머리를 감고 세수하며 찬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님이 보고파 더 이상 울지 않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변한 이유는 비겁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 홍수진, '이제는 부모님이 보고파 울지 않습니다' 중에서

 
빼곡히 써 내려간 '스트라이크 다이어리'에는 '노동자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으려 몸부림치고 있는 KTX 승무원들의 생생한 삶의 애환'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글은 동시에 희망이라는 이름에게 부치는 한 장의 엽서이기도 하다. 100일을 훌쩍 넘겨 풍찬노숙하면서도 그 자신이 먼저 버릴 수 없는 희망, 비정규직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을 대신해 부르는 희망, 그들을 지지하고 성원하지만 함께 하지 못 하는 많은 이들이 꿈꾸는 그런 희망 말이다. 
  
"난 더 이상 정의가 이긴다는 순진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정당한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으니까, 그 신념 하나로 싸우는 것이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그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힘, 희망의 힘, 끈질기게 투쟁하는 동지들을 위해, 난 네잎클로버를 찾는 그 간절함으로 오늘도 희망을 찾는다." -윤선옥, 'KTX의 꿈은 꿈의 속도로 추락했다' 중에서
 

이 문집은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가 엮어서 갈무리 출판사에서 펴냈다. 노동만화네트워크의 그림이 글에 온기를 더했다. 김명환, 백무산, 이경자, 오도엽, 조정, 홍일선 등 16명의 문인들도 동참했다.

 

드디어 오늘 KTX승무원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재조사결과가 발표된다. 어떻게 될까.  
노회찬 의원 말대로 "한 달에 150만 원 받는 여승무원은 파견근무를 시키면서 자회사를 남발해서 이사와 임원들에게 나눠준 것이 감사원에 적발돼도 시정하지 않는 등 철도공사의 행동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제발 그 투쟁이 결실을 맺기를...
 
P.S. 이 글을 옮긴 7시간 후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노동부의 회신이 있었다. '몇 가지 불법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합법'이라는 요상한 논리로... 

 
"쇠사슬,밧줄로 묶어도 투쟁정신을 묶을 순 없다" (참세상, 최인희 기자, 2006년09월28일 18시17분)
KTX승무원, 쇠사슬과 밧줄로 결박하고 국회 행진 시도
 
몸에 쇠사슬 감은 폭풍전야 속 KTX 여승무원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2006-09-28 오후 7:30:08)
재조사 발표 하루 앞둔 여승무원들의 마지막 몸부림
 
29일 노동부의 KTX 여승무원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재조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28일 KTX 여승무원들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땅 위의 스튜어디스', 'KTX의 꽃'이라 불리며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승무원 정복 위에 여승무원들은 쇠사슬을 감았다. 지난 3월 1일부터 시작한 파업이 211일째를 맞은 이날 100여 명의 여승무원들은 몸에 쇠사슬과 밧줄을 감고 국회로 행진을 시도했다.  
 
▲ 29일 노동부의 불법파견 발표를 하루 앞두고 KTX 여승무원들이 국회 앞에서 자신들의 몸에 쇠사슬을 감았다. ⓒ프레시안 
 
단정한 정복 위로 쇠사슬을 감은 여승무원들의 모습은 처절했다. 그러나 그들은 경찰의 저지선에 막혀 50m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이들은 행진을 저지당한 뒤에도 "철도공사는 로비의혹을 해명하고 노동부는 공정하게 판정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여승무원들은 "끌어내려면 끌어내라. 구속시키려면 구속시켜라.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든 죽을 때까지 싸워서 우리가 있어야 할 그 곳으로 돌아가겠다"며 마지막 힘을 다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현재 정규직화에 따른 비용의 문제, 다른 외주 인력들과의 공평성 문제, 공사 정원의 한계 등을 얘기하며 이들의 요구인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전국 각 대학의 여성 교수 41명으로 구성된 '철도공사의 성차별 개선과 KTX 승무원의 우선고용을 요구하는 교수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한명숙 국무총리, 이상수 노동부 장관 등 앞으로 의견서를 제출하고 노동부의 공정한 결과 발표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27일 74명의 교수들도 청와대 등 앞으로 의견서를 제출하고 "KTX 여승무원은 불법파견임이 분명하다"며 "철도공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KTX 여승무원은 불법파견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미 한 차례 철도공사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
민세원 KTX지부장 삭발, 단식농성 돌입 (참세상, 최인희 기자, 2006년09월26일 12시42분)
'철도공사 로비외압 중단, 노동부 공정한 조사' 촉구  
 
민세원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이 철도공사의 부당한 로비 외압 중단과 노동부의 공정한 조사를 촉구하며 삭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승무원 제복을 입고 입장한 민세원 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삭발식을 위해 자리에 앉자 노동조합 깃발이 몸에 둘러졌다. 곧이어 정지선 대변인이 가위를 들고 와 민세원 지부장의 쪽머리를 잘라냈다. 승무원으로써 '삭발'이라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민세원 지부장을 격려하기 위해 30여 명의 KTX승무원들이 배석했으며, 이들은 민세원 지부장의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동안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삭발식을 끝내고 머리에 '비정규직 철폐'라고 씌여진 머리띠를 두른 민세원 지부장은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일하고 싶었던, 세상 물정 모르던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노동권과 인권이 어떻게 짓밟히는지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을 겪었다"며 "우리는 부모님의 가르침대로 정당하고 옳은 길을 가려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민세원 지부장은 "그동안 우리가 받은 상처는 누구도 주어서는 안될 상처였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지배하고 노예로 부릴 수는 없다. 우리가 단체행동을 하면서 불가피하게 법을 어겼을 수 있다면 저들의 불법행위는 왜 보호받아야 하는가"라고 절규하면서 "잘린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 긴 머리가 될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라는 결의를 밝혔다.

====================================  
'KTX 전사'들이 싸움을 접지 못하는 이유 2006/10/05 02:24
 
조순경 이화여대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 가운데 흥미로운 사실을 전했다. 파업 초기 350여 명에 달하던 KTX 여승무원들 가운데 200일이 넘도록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130여 명의 여승무원들의 경우 대부분이 KTX 승무원이 되기 전에 사회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한다. "사회 경험이 있는 여승무원들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기업인 공사에서조차 이런 식이면 다른 곳은 이보다 더 할 것 아니냐고 얘기한다."
 
이쯤에서 그만두고 다른 어딘가에 취직을 하더라도 KTX 여승무원으로 겪어 왔던 일련의 과정을 똑같이 반복해야만 한다는 '진실'. 아무 것도 몰랐던 승무원 초기로 돌아가 또 어디선가 비정규직 노동자로서의 설움을 묵묵히 참아내며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그들로 하여금 결코 싸움을 그만둘 수 없게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가 아닐까.
 
민세원 지부장은 "우리의 싸움이 이기지 못한다면 그건 우리 사회가 정말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라는 것의 반증"이라고 말했지만 어쩌면 우리 사회의 수준은 거기까지인지도 모른다. 승리에 대한 신념과 부당함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분노, 그리고 함께 동고동락해 온 동료들에 대한 신의와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삶의 심연에 뿌리를 둔 절박함이 한 데 엉겨붙은 이들의 싸움은 그 결말이 어떻게 나든 이미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가장 분명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4일자 한겨레신문 1면은 고향으로 떠나는 귀성행렬을 보도하면서 KTX를 타는 승객들과 여승무원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이 사진을 보면서 KTX 여승무원들은 이 한가위에 과연 어떻게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들은 한가위 연휴 기간에도 귀성객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어려움과 노동부의 불법파견조사 결과의 부당성을 알려내면서 투쟁을 접지 않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그들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아래 프레시안과 매일노동뉴스의 기사를 담아왔다. 
 
--------------------------------- 
KTX 여승무원, 그 힘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2006-10-04 오후 3:25:54)
[기자의 눈]'KTX 전사'들이 싸움을 접지 못하는 이유
 
사람은 누구나 '이제 희망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싸우기를 포기한다. 싸움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평균 연령 25~26세의 젊고 예쁜, 영어도 잘하는 대졸 여성들인 이들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이 투쟁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날 같은 빛 마저 사라진 것으로 보이는 이 순간, 이들이 싸움을 계속할 수 있는 그 희망은 어느 대지 위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일까?
 
민세원 KTX열차승무지부 서울지부장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하청노동자의 삶은 매 한가지"라고 말했다. 철도공사의 이같은 제안이 결코 KTX여승무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시켜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 것도 달라진 것 없이 파업 전과 똑같은 하청노동자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민 지부장은 거듭 강조했다.
  
'너무나 이길 것이 분명했던 싸움.' 노동부는 비록 합법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이들이 싸움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는 이와 같은 '분명한 상황'에 있는지도 모른다. 민세원 지부장도 "우리가 먼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으로 믿기에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민 지부장은 "사실 우리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이 땅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이상 희망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파견과 도급 사이, “불완전 파견”에 대한 단상 (매일노동뉴스, 김철희 공인노무사, 2006-10-04 오후 12:45:42) 
“도급이어도 근로자파견 요소 있으면 파견으로 보겠다는 정부 입장 어디로 갔나”
 
KTX 여승무원 불법파견 관한 노동부서울청의 재진정 결과 불법파견으로 볼 수 없다는 결정이 나왔다. 그런데 필자가 이번 노동청의 판단에서 조금 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 바로 도급과 파견의 판단하는 기준적용에 관한 부분이다.
 
파견적 요소 ‘도급’이란 ‘사업완료를 목적으로 체결되는 계약’으로 정의된다. 한 사업주가 사업의 일부를 다른 사업주에게 완전히 이양해 그 업무처리결과에 대해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와 달리 ‘근로자파견’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파견사업을 목적으로 근로자를 채용한 뒤 사용사업주에게 근로자를 파견하는 계약’으로 정의된다.
 
파견사업주가 고용을 하되 사용사업주에게 종속되어 근무하게 된다. 그런데 도급과 파견이 현실에서 드러내는 모습은 매우 유사하다. 도급으로 할양된 사업이 하도급업자의 독립된 사업장이 아닌 원도급회사의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원도급업체가 근로자들의 관리에 개입하게 되는 경우 파견과 도급은 이론상으로는 분별되나 현실에서는 구분할 수 없다. 그래서 개념적으로 간접고용의 영역에는 완전도급과 완전파견 사이에 도급적 요소와 파견적 요소가 혼재된 ‘불완전파견’이 있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중간착취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직업안정법이 노동조합이 아니면 사실상 근로자공급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우리의 노동법체계 전반에서 간접고용이 어느 정도나 반사회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잘 말해 준다. 90년대 초반 일본에서 파견법 입법이 이루어지고 난 후 당시 정부가 파견법 도입을 추진했을 때에도 이러한 이유로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사실상 용역, 하청, 하도급, 위탁 등의 이름으로 간접고용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많은 폐단이 드러났고, 이를 시정해야 할 정부도 이러한 불법행위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1998년 구제금융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다시 파견법 도입이 정부입법으로 추진됐고, 결국 입법이 이루어졌다.
 
어쨌든 당시 정부의 입장은 파견법을 기초로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간접고용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부분에 있어 이를 허용함과 동시에 법률로서 파견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이를 엄격히 단속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불완전파견을 근로자파견으로 보고 법으로 다스리겠다는 것이었다. 만일 이러한 원칙이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면 앞서 우리가 본 KTX사건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겠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노동부의 조사 내용에 의하면 철도공사의 자회사 지분 소유율이 100%이라는 점, 실제 열차팀장에 의해 노무관리가 이루어지는 점 등 인사노무상의 독립성과 경영상의 독립성이 침해된 사실이 분명히 있었다(이 점은 노동부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시, 최초 노동부가 수립한 판단기준으로 보면 KTX의 도급이 완전도급이 아닌 다음에야 근로자파견사업으로 간주해 불법파견으로 결론지었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노동부는 기존과 달리 새로운 판단기준을 세운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즉, 파견적 요소와 도급적 요소 중 어느 것이 더 많은가를 보고 파견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점은 처음 파견법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정부한 약속과 다르다. 이제는 완전도급이 아닌 파견적 요소가 섞인 도급이 허용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법이 빨리 통과되지 않으면 비정규직들의 고통이 늘어난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현실을 몰라도 정말 모르는 말이다. 아무리 파견법을 잘 만들어도 지금과 같이 불완전한 파견에게 도급의 가면을 씌워준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법을 피하려면 도급으로 위장하면 그만이다. 파견법 자체가 적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만일 그런 상황이 연출된다면 정말이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합법적으로 파견되기를 바라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근로자파견이라는 고용형태는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되새겼으면 한다. 그리고 원칙과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변하고 싶다.
 
---------------------------- 
인간 존엄 지키려면 정규직돼야 (레디앙, 2006년 11월 23일 (목) 08:27:44 이근원 현장기자)
[속깊은 이야기] 민세원 KTX지부장 "노동계 권위주의도 느껴"
 
“난 더 이상 정의가 이긴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실천하는 정의’만이 이길 수 있다. 내가 정당한 길을 선택했으니까 싸운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눈앞에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는 소수의 투쟁하는 동지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자그마한 실천과 힘을 모아 저항한다면 막강한 자본과 권력도 이길 수 있지요. 그래서 모두 함께 알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학생들을 더 많이 만나서 얘기 나누고 싶어요. 하루 20시간씩 공부하고 해외 연수를 다녀오고 어떤 노력을 해도 이미 이 사회구조 속에서는 40% 정도의 인원만이 정규직이 될 수 있습니다. 생존권과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 개인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인데 공부만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죠. 어떤 것이든 잘못된 사회 문제를 푸는 데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저희만 하더라도 KTX승무원이 되고나서 직접 체험을 하고 부당한 것을 고치고자 하니 사용자가 대중을 상대로 쉽게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고 호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기들 문제가지고 자기 좋자고 시끄럽게 싸우는 거라고 말이죠. 흑색선전과 호도를 막고 대중과 함께 하려면 아직 내 문제로 다가오기 전에, 사회에 나가기 전에 자신이 설 땅 자체가 없는 잘못된 사회구조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학생 때부터 지식을 채우면서 소수에 의해 다수가 지배당하는 잘못된 사회구조를 바꾸는 투쟁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생존권을 얻을 수 있고 사회에 나가서 자신의 역할과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죠."   

"KTX승무원 이전에 비정규직으로 일할 때는 임금을 뺀 복지 등 나머지 부분에 있어선 정규직과 거의 비슷한 대우를 받아서 불만이 없었어요. 무엇보다 제 경력을 활용할 수 있었고 인정도 받았죠. 그런데 KTX승무원은 달랐어요. 상시적인 생존권 위협도 언행의 문제죠. “생사여탈권을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내 맘이다”라며 사용자 마음 내키는 대로 언행을 하고 지시, 명령을 하는데서 생기는 모멸감, 수치심, 분노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노동계에서도 그런 걸 느낄 때가 있어요. 권위주의와 부조리, 차별 같은 것 말이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거나,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게 노동운동인데, 한사람 한사람이 모여 동지가 되고 조직이 되는 건데 노동자 사이에서도 계급을 나누고 차별을 하니까요."  

"항공기에는 300여명 탑승객을 위해 6명의 승무원이 근무해요. 겨우 주스 한잔 주는데 왜 승무원이 필요하죠? 항공기 사고가 매일 일어나나요? 그런데 대한항공 승무원을 보고 “연봉도 높은데 다 없애고 차라리 요금이나 깎아 달라”고 말하는 걸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근데 KTX 승무원은 별로 필요한 것 같지 않으니 없애고 요금을 낮추라는 말을 하는 네티즌도 있더라구요." 

   
투쟁은 감동이 없으면 계속 할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언제까지 이 짓을 계속해야 하나?”라는 회의가 자신도 모르게 들기 일쑤다. 인생을 살면서 투쟁하지 않는 사람은 죽었다 깨나도 모를 감동적인 일이 있는 법이다. 그게 투쟁의 힘이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교육을 하게 되서 정규직으로 갓 입사한 잘 나가는 공기업의 신입사원 교육에 간다면 뭐라고 할까?
 
"설득력을 가지려면 교육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많은 것들을 검토하고 모니터링 해야죠. 대상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매달 몇 백만 원을 벌든, 몇 십만 원을 벌든 모두 노동력을 제공해서 급여를 받아 살아가는 같은 노동자라는 것이죠. 사용자는 노동자가 자신이 노동자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합니다." 
   
"저도 예전엔 아무렇지도 않게 청소하시는 분이나 막일하시는 분들은 비정규직으로 써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 이 시각에도 제가 그랬듯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겠죠. 그러나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권리는 대통령이나 노숙자나 똑같이 갖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의 권리와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으려면 반드시 모든 노동자는 정규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가피한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시적인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이 정규직으로 일하며 생존권에 대한 위협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간단한 진실을 모든 노동자가 함께 인식한다면 이 사회가, 세상이 바뀔 수 있겠죠. 나에게 생존권이 중요하듯이 다른 사람들의 생존권도 중요하다는 것을 모든 노동자가 인식한다면요. 모든 것을 버리고 감내하며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향해 비난부터 퍼부을 것이 아니라, 무슨 이유가 있는지부터 관심을 갖았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편을 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마음이 된다는 게 힘들다는 걸 이 조그만 조직 안에서도 느껴요. 출신 지역과 기수, 나이 등 각자의 차이를 온전하게 극복하고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차이를 없앨 수는 없어요. 차이를 인정하는 속에서 하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기 위해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인식의 깊이만큼 판단이나 선택이 달라지는데, 저는 아직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밖에 없으니까요."

 
얼마 전 비정규직 투쟁 이후에 남은 것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한 적 있습니다. 싸울 때는 치열한 데 그 성과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경찰고용직노조 투쟁이 그러했고,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이 그리될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민세원 지부장의 인터뷰는 다를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바로 우리의 승리이니까요.

  

나 또한 KTX 여승무원에 대한 관심이 옅어졌었는데, 아래 기사 보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KTX 사태를 외면하고 있는 언론상황을 지적하고 있는 미디어오늘의 기사를 담아왔다.
  
 
"보수신문·일부 지상파, KTX 사태 외면 심각" (미디어오늘, 2007년 02월 01일 (목) 19:06:38 안경숙 기자)
[현장] 진보성향 신문들도 노동부 판정 뒤 보도 급감 아쉬움
  
보도 유형과 논조에서도 한겨레와 경향, 프레시안 등이 일부 심층기사와 사설·논평을 통해 자사의 입장을 전달하기는 했지만 “여승무원의 파업, 점거농성을 단순보도하거나 철도공사와 노동부의 입장을 중계식으로 전달한 보도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각 매체별로 KTX 사태를 보도한 기자의 수를 살펴보니 한겨레와 프레시안을 제외하고는 전담 기자가 없는 실정이었고, 그 결과 윤 팀장은 “KTX 여승무원 사태의 본질 즉,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보도와 기사를 통해 정확히 전달하고 있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KTX 문제’에 대한 열한가지 신화와 현실>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조순경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예산, 정원이 없고 승무원들이 안전 문제를 담당하지 않아 “직접고용은 절대 안된다”는 철도공사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조 교수는 “2005년도 예산 중 불용액이 7400억 원이고, 철도공사가 당연히 받아야 할 돈(결과적으로 받지 못한) 돈이 2005년 1400억 원, 물품구매 및 공사발주 과정에서도 엄청난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등 예산 문제로 직접고용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원이 없어 직접고용이 불가능하다는 철도공사쪽 주장에 대해서도 “2006년 2월 말 현재 철도공사의 현원은 정원에 비해 410명의 여유 정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직급별 정원을 보면 승무원이 정규직화되었을 때 해당되는 6급의 경우 현원은 정원에 비해 1000명 정도가 더 적다”며 “승무원들은 당초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당장 어렵다면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철도공사가 직접고용하라는 요구를 해 온 만큼 더더욱 정원 문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파업 당시 여승무원 수는 380명 정도였다. 
 
철도공사는 승무원 업무가 안전과 무관하다며 안전업무를 공사 소속인 ‘공식적으로’ 열차팀장에게만 일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철도공사 소속의 열차팀장이 외주위탁업체 소속인 여승무원에게 지휘나 감독을 하면서 업무를 수행할 경우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이 되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일 뿐, 실제로 여승무원은 안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중동 등 보수신문이 KTX 사태를 무시하는 것은 기자들의 이해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파급 효과가 너무 큰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장 위원은 “세계적으로 자본은 약자인 노동자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를 교묘히 피하면서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방식으로 쓰고 싶어한다”면서 “KTX 사태와 같이 간접고용을 통해 집단적으로 고용하고 해고하는 ‘형식적 도급’은 세계적 추세로 앞으로 가장 많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조중동 입장에서는 이런 사안의 옳고 그름을 까발려 드러내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법원이 2년 넘게 파업 중인 KTX 여승무원들의 실질 사용자는 코레일이라고 결정하여, 한국철도공사의 노동자임을 인정하였다. ‘철도유통’에서 해고된 KTX 여승무원들이 철도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이와 함께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여승무원들에게 매월 18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물론 소급은 안되는 것 같다.
 
다른 신문들과는 달리 경향신문은 이를 1면에 내고 “법원이 철도공사에 대해 KTX 여승무원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것은 처음”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KTX 여승무원들의 법정대리인 최성호 변호사도 “업무방해나 형사 문제와 관련된 재판에서 KTX 여승무원들의 근로자성이 간접적으로 확인된 적은 있지만 처음으로 KTX 여승무원들의 민사상 권리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다. (최성호 변호사는 아마 과거 민주노동당 관악구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와 비슷한 결정을 과거에도 들은 것 같은데, 프레시안에 따르면 이번이 3번째의 똑같은 판단이란다. 하지만 코레일이 매월 180만원을 주기는 하겠지만, 이대로 물러나지는 않을 듯하다. 이번 가처분 결정에 대해 이의를 신청하거나 본안 소송을 통해 대법원까지 올려가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향은 절반의 승리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선은 KTX여승무원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더욱이 넓게 보면 경향신문에 나온 것처럼 정부의 공공기관 외주화 방침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공공기관 외주화 저지투쟁에도 힘이 실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
“KTX 여승무원 실질 사용자는 코레일” (한겨레, 황예랑 박현철 기자, 2008-12-03 오전 12:08:34)
법원“해고 부당…임금 지급해야” 가처분 결정
코레일“본안소송 판결 나와야 직접채용 확정”

 
법원 "KTX 승무원 사용자는 코레일…월 180만원 줘라"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2008-12-02 오후 5:30:30)
법원 3번째 '똑같은' 판단…본안 소송은 아직 남아
 
지난 2006년 초 시작돼 만 3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KTX 승무원 문제를 놓고 법원이 2일 다시 한 번 "코레일이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코레일은 KTX 승무원들에게 매달 180만 원 씩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은 이와 다른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똑같은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판결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과 관련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게 코레일의 입장이었다.
 
그간 KTX 승무원은 노사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며 별도의 소송을 내지 않았었다. 하지만 코레일이 "직접 고용은 절대 불가능하니 자회사로 가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최종 협상마저 결렬되자 승무원은 뒤늦게 '근로자 지위 보전 및 임금 지급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식은 위탁이지만 실제는 한국철도공사가 사용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동명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코레일의 위탁업체 소속으로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다 해고된 KTX 승무원 오미선 씨 등 34명이 낸 소송에서 "코레일이 오 씨 등을 직접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 근로 계약 관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코레일이 여승무원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 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 조건을 정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해고된 여승무원들이 담당했던 KTX 승객 서비스 업무는 형식적으로 위탁의 외향을 갖췄지만 사업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그간 KTX 승무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주장을 법원이 그대로 인정해 준 것이다. 형식적으로 도급 계약 관계에 있지만 노무 관리의 독립성과 사업의 독립성이 없는 만큼 "불법 파견"이라는 KTX 승무원들의 주장을 코레일은 강하게 부정해 왔다.
 
이번 판결로 법원은 잇따라 세 차례나 노동부와 코레일의 주장을 뒤집었다.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서울중앙지법이 "코레일이 사용자"라고 분명히 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서울고등법원마저 이 같은 판정을 내렸다.
 
코레일 "월 180만 원 지급 결정 수용"…당장 완전한 해결은 어려울 듯
특히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코레일의 사용자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본안 판결 확정 전까지 철도공사는 매월 180만 원씩 이들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한 것이 눈에 띈다. 재판부는 "그동안 KTX 승무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계약 갱신 거부는 없었던 것에 비춰 해고되지 않았다면 계속 고용된 상태였을 것"이라며 이 같이 결정했다. 이는 사실상 이들의 해고를 법적으로 무의미한 것으로 보고 매달 월급을 주라는 얘기다. 일단 코레일은 법원의 '월 180만 원 지급'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다만 이들을 직접 고용한 상태에서 임금의 형식으로 지급할지 고용과 무관하게 이 돈을 지급할지 여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판결로 당장 KTX 승무원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리 크지 않다. 이번 판결은 단지 '가처분 결정'으로 본안 소송 판결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까지 법원 판결의 흐름으로 볼 때 본안 소송에서 승무원들이 패소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코레일이 1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항소할 경우 사실상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사태 해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
‘KTX 직접고용’ 절반의 승리… 여승무원 투쟁 1004일만에 (경향, 정제혁기자, 2008년 12월 02일 18:08:39)
본안소송 관건… 공공기관 외주화 움직임에 제동 걸릴 듯
 
법원이 한국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2일 결정했다. 사측이 제기한 민·형사상 소송에서 철도공사와 KTX 여승무원들의 직접 고용관계를 법원이 간접적으로 인정한 적은 있지만 ‘근로자 지위’를 다툰 소송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주기는 처음이다.
 
재판부는 KTX 여승무원들이 철도공사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에 따른 민사상 책임을 철도공사에 부과했다. ‘2008년 12월15일부터 본안 판결 확정에 이르기까지 매월 15일 34명에게 18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1000일 넘게 파업하며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처럼 간주돼 온 KTX 파업은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으며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KTX 파업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파업에 돌입한 이후 KTX 여승무원들은 단식·삭발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직접고용을 요구해왔지만 철도공사 측은 ‘자회사 취업 알선’을 고수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지난 9월에는 서울역 앞 40m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였지만 이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KTX 여승무원들은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법정투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KTX 여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철도공사 측 논리도 이번 결정으로 설득력을 잃게 됐다.
 
정부의 공공기관 외주화 방침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정부는 예산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강도 높은 공공기관 외주화를 추진해왔다. KTX 여승무원들의 법정대리인인 최성호 변호사는 “정부가 공기업 예산지침을 통해 공공기관의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는데도 노동부는 (본연의)책임을 회피해 왔다”며 “정부로부터 독립돼 있는 사법부가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판결이 났지만 여승무원들의 지위 문제가 결론난 것은 아니다. 철도공사 측이 이번 가처분 결정에 대해 이의를 신청하거나 본안 소송을 통해 법정 다툼을 이어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KTX 여승무원들도 이에 대비해 지난달 25일 본안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최 변호사는 “처음부터 본안 소송으로 들어가면 법정 다툼이 길어질 공산이 커 먼저 가처분신청을 통해 민사상 권리를 인정받고자 했다”고 말했다.
 
------------------------------------- 
"KTX승무원은 철도공사 직원 맞다" 법원 판결 (참세상, 최인희 기자, 2008년12월03일 12시12분)
"철도유통은 철도공사 일개 사업부서... 부당 해고 무효"
 
KTX승무원들 "포기 않길 잘했어요" 판결 반겨 (참세상, 최인희 기자, 2008년12월03일 15시44분)
"'법대로 하자'던 철도공사, 즉시 직접고용해야"
 
서울지방법원이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철도공사가 전 KTX승무원들의 사용자"라고 판결하며 KTX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주자 오랜 기간 투쟁해 온 KTX승무원들의 얼굴이 오랫만에 밝아졌다.
 
철도노조와 KTX열차승무지부는 3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법원 판결을 환영하는 한편 "철도공사는 소송 결과를 즉시 수용하고 해고 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촉구했다.
 
임도창 철도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기자회견에서 "모처럼만의 반가운 소식"이라면서 "한편으로 기대는 했지만 좀처럼 믿기지 않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는 심경을 말했다. 임도창 직무대행은 "그러나 이것이 시작"이라며 "사측이 이에 대한 어떤 제스처를 취하더라도 우리의 요구는 당연히 직접고용이며 이를 위해 앞으로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소송을 담당했던 최성호 변호사는 "교섭으로 풀 수 있는 기회를 몇 번이고 철도공사에 주었지만 결국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게 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성호 변호사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정당했기 때문에 사법부 판단이 잘 나온듯 하다"며 한편으론 "철도공사가 본안 소송까지 가겠다고 한 점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KTX승무원들을 향해서는 "앞으로는 시간 문제지만 (철도공사가) 대세를 꺾기 힘들 것"이라며 "이제 힘든 표정을 짓지 말고 웃으면서 하자"고 격려했다.
 
오미선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도 "철도공사가 합의안을 파기한 것이 꼭 이맘때인데 일 년이 지나 다시 희망을 갖게 되어 기분이 좋다"며 "한편으론 철도공사의 태도가 걱정되지만 공기업인 만큼 비겁한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램을 밝혔다.
 
"3년 간의 실망과 좌절... 이번에야말로..."
KTX승무원들은 3년 가까이 복직 투쟁을 벌이면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불법파견 여부를 노동부에 진정했지만 2006년 9월 노동부는 "일부의 불법성은 있지만 종합적으론 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성호 변호사는 "그 때 제출한 자료와 이번의 자료가 거의 같은데도 다른 결론이 나온 것은 당시 노동부가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노동부의 중재로 노-사-공익위원 3자 협의체를 만들어 이 결과에 따르기로 합의했다가 유야무야됐고, 그해 12월에는 철도공사가 승무원들을 역무계약직으로 채용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가 이를 파기하는 등, KTX승무원들은 파업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잡는 듯 하다가 좌절하는 경우를 반복해 왔다.
 
이같은 고비를 여러 차례 겪어온 바 있는 KTX승무원들은 법원 판결을 반기면서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기자회견장에 모인 30여 명의 KTX승무원들은 "그동안 실망을 많이 해 와서 이번에도 믿지 않았었다"며 얼떨떨한 반응이었다. KTX승무원 양혜영 씨는 "가족이 '좋은 소식 있다'며 전화를 걸어 왔을 때도 믿지 못했는데 9시 뉴스에도 나오고 인터넷 검색도 해보니 사실이었다"며 "믿기지가 않아 어젯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혜영 씨는 "노동부 판단 때와 달리 어떤 외압 없이 우리의 정당성을 객관적으로 증명받은 것 같아서 억울한 마음이 조금 가신 듯하다"면서 "그동안 힘들었지만 여기까지 오길 잘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KTX승무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철도공사가 그동안 '법적 판단을 구하자'고 일관되게 주장해 온 만큼, 즉시 소송결과에 따라 적절한 처리를 해야 한다"며 "승무원들은 오랜 고통을 끝낼 것이며 철도공사는 비정규직 탄압의 대표사업장이라는 오명을 벗어버릴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기대를 밝혔다.
 
----------------------------------------
KTX승무원 "기쁘면서도 걱정이…"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2008-12-03 오후 5:08:07)
"코레일 '법적 판단 구하자'더니 또 시간끌기?"
 
법정 대리인인 법무법인 노동과 삶의 최성호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2번이나 (적법 도급이라고 한) 노동부의 판단이 정치적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더 "대화로 풀어보기 위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내는 것을 미루고 미뤄왔던 지난 3년의 시간이 억울"했다. 최성호 변호사도 "본안 소송이 남았지만 이미 가처분 과정에서 모든 자료가 다 제출된 만큼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시간 끌기로 당사자들에게 더 고통을 주는 것은 공기업의 자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
[인터뷰] KTX 승무원 사건 대리한 최성호 변호사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2010-09-03 오전 9:01:45)
"철도공사는 KTX 승무업무 외주화 계획 없었다"
 
“한국철도공사는 KTX 승무업무를 외주화할 계획이 없었습니다. KTX 승무원 근로자지위소송 재판 과정에서 공사는 ‘KTX 개통을 위해 3천명의 추가인력 투입이 필요한데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가 인력증원을 반대하면서 정원을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KTX 승무원을 외주화했다’고 밝혔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당시 공사(철도청)가 노동부로부터 ‘승무업무 외주화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질의회신을 받은 상태였다는 겁니다. 공사는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신규인력이 없으니까 그대로 밀어붙였고, 결국 이런 결과를 낳았습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대림동 ‘노동과 삶 법률사무소’에서 만난 최성호(39·사진) 변호사는 “KTX 승무원 위장도급 사건은 정부가 인건비 절감을 최대 미덕으로 삼아 공기업 경영효율화를 추진한 결과”라며 “초법적으로 진행된 공공기관 외주화가 부른 비극”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공공기관 비정규대책이 발표됐는데요. 상시근로 2년 이상 무기계약직 전환과 다른 한편에서는 핵심업무와 비핵심업무로 나눠 외주화를 주문했습니다. 핵심이냐 비핵심이냐는 건 기준이 없었어요. 자의적 판단인 거죠. 노동법적인 기준으로 봐도 상시업무냐, 아니냐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공기업들이 멋대로 외주화를 진행했어요. 이런 식이다 보니 위장도급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죠.” 최 변호사는 “철도공사에서도 위장도급이 의심되는 사업은 비단 KTX 승무업무뿐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도노조에서 이번 판결을 보고, 현장에는 더 심각한 불법적인 고용형태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며 “정부로부터 정원과 인건비 통제를 받는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이 이런 문제를 안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장도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사업경영상 독립성과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다. 실제 승객업무를 함께 하는 철도공사 소속 정규직 팀장과 위탁(도급)업체 소속 승무원들은 분리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철도공사처럼 신규사업을 하는데 정부가 정원을 늘려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분사화나 외주화를 추진한 다른 공기업 역시 위장도급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부문 외주화는 결국 공기업 민영화의 전 단계입니다. 노동계가 공공부문 외주화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불법적인 고용형태를 적발해 사회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혈세낭비를 막겠다’는 이유로, ‘도덕불감증의 방만경영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공기업 경영효율화가 선인 양 국민에게 홍보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에게 모든 고통을 전가시키는 불법적인 고용형태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결에서 나타나듯이 사법부가 하청 문제에 대해 고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속노조와 철도노조를 비롯해 노조가 의지를 갖고 나선다면 사업장의 불법적인 고용형태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KTX 개통 당시 승객업무 외주화를 추진했던 담당자와 이후 실사평가단 가운데 체계적인 노동법적 지식을 갖고 있었던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며 “당시 경영진들이 적어도 노동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만 있었어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한편 KTX 승무원들의 고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공사가 항소의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상대방이 김앤장을 비롯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로펌 3곳이었는데 소송비용만도 엄청날 것"이라며 "결국 국민세금인만큼 철도공사가 더 이상 끌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철탑에 올라 세상을 배웠다 … 이제는 사회가 변했으면" (미디어오늘, 2010년 09월 03일 (금) 11:19:13 최훈길 기자)
[기획] KTX 승무원 1500일 만의‘눈물의 승리’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상징 KTX 여승무원들 “훗날 자녀들에게 자랑스레 말할 것”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최승욱 부장판사)가 지난 달 26일 오미선 철도노조 KTX 승무지부 지부장 등 34명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임금지급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요지는 이들의 해고가 무효이며, 복직까지 미지급 임금 등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투쟁의 상징으로 여겨진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이 1500일 만에 빛을 본 것이다. 오미선 지부장은 “판결이 너무 완벽하게 진행돼 너무 감격했다”며 “끝은 아니지만, 큰 고비를 넘겼다”고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이 언론에 웃음을 보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난 1500일 간의 여정은 ‘가시밭길’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2006년 그 고단한 파업의 시작= 지난 2004년 2년 내 정규직 전환 약속을 믿고 채용된 350여 명의 승무원들은 지난 2006년 철도공사의 해고 통보로 점거 농성에 돌입하면서, 투쟁은 시작됐다. 하지만 점거농성에 돌입한지 18일 만인 지난 3월 27일, 경찰이 투입돼 강제 해산이 이뤄졌고 5월 15일 여승무원들은 정리해고를 당했다.
 
“화가 났고, 억울했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려 하지 않으려고 했고, 진실을 왜곡했다. 철도공사의 부당함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투쟁에 나선 것이다.” 오미선 지부장은 당시 조합원들의 심경과 이들 투쟁의 원동력을 “억울함”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일부 여론에선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을 배부른 ‘밥그릇’ 싸움처럼 매도하기도 했다. “여자들이 너무 과격한 것 아니냐”, “KTX 여승무원들만 유난 떤다”는 등 투쟁 초기의 여론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집회·농성·1인 시위·단식 등 갖가지 투쟁이 이어졌고, 지난 2008년엔 여승무원 5명이 서울역 조명철탑에서 고공농성도 했다. 오 지부장은 “마지막까지 남은 34명은 외딴 섬에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과격한 농성  왜?= 87년 6월 민주화 이후 이른바 신세대, X세대로 불리던 이들이 빨간 머리띠를 묶고 거리로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고공 농성’은 과격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었다. 당시 승무원들은 직접 고용을 한 뒤 나머지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자고 제안했지만, 철도공사는 외주화를 제시하며 완강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5년 간 파업을 하면서 철도공사 사장만 5번 바뀌었다. 지속적으로 승무원들과 대화할 수 있는 창구 자체가 만들어지기 힘든 구조였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는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노조에 대한 공사측의 입장은 더 강경해졌다. 법정 투쟁이 그마나 남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지난 투쟁이 그리운 이유= 투쟁의 현장도 험난했지만,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08년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여승무원들은 철도노조의 지원으로 최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마저도 끊겼다. 생계를 위해서는 취업을 해야 했지만, 사회의 장벽이 높았다. 현재 조합원들 중 재취업을 한 이들 대다수는 아르바이트 등 파트 타임으로 근무 중이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투쟁의 이력이 기업들 입장에선 ‘블랙리스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 지부장은 “5년이 지났지만, 그 때가 그리울 때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이래 단 한번도 맘 편한 날이 없는 투쟁과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들이 그런 날을 그립기도 한것은 왜일까. “참 어려운 일이 많았고, 외부의 시선도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끼리는 가족에게 얘기하기 힘든 일도 서로  털어 놓을 수 있었다. 그것이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또 우리가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당시 그런 현실 속에서도 그 상황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 등 나름대로의 취미 생활도 하며, 자기만의 탈출구를 만들면서 버틸 수 있었다.” 오 지부장은 “때론 몇 년 MT 갔다온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철탑에 올라 세상을 알다= 이들 KTX 여승무원은 1500일 간의 투쟁을 통해 사회 각계의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대 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철탑에 올라갔을 당시, 한 탤런트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멀쩡했던 사람인데 왜 그랬을까 의문이 가면서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어 심정적으로 이해가 갔다. 또 기륭전자는 우리보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더 오랫동안 투쟁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1500일 간의 지난 투쟁은 이들에게 타인의 고통을 알게 하고, 서로의 고통을 온전히 보듬어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의 시간이기도 했다. 이들에게 ‘훗날 태어날 자녀에게 전하고 싶은 것’을 물어 보았다. “힘들게 싸웠지만 엄마가 결국 복직됐다. 다른 사업장에도 복직이 속출하면 굉장히 자랑스러울 것 같다. 내가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사회가 변했으면 좋겠다.”(오미선) “세상의 노동자들이 이렇게 힘든 적이 있었다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하듯 했으면 좋겠다. 미래 노동자의 현실이 과거에 노동자들이 힘들게 싸워서 쟁취한 것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김진옥)
 
KTX 승무원들의 싸움이, 투쟁이 결코 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그들의 승리가 곧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한 희망이자 열망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비정규직 불법 파견 해결하라” 촉구 봇물 (미디어오늘, 2010년 09월 03일 (금) 14:02:54 최훈길 기자)
승소 파장 “유사사업장에 큰 영향”
 
법원이 KTX 여승무원 해고와 관련해 여승무원쪽 손을 들어주면서, 잘못된 비정규직 고용 관행의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법원 판결은 향후 유사 사업장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오미선 철도노조 KTX 승무지부 지부장은 지난달 31일 “이번 판결의 의미는 KTX 승무직 자체가 상시직이고, 파견 도급·외주는 불법이라는 뜻”이라며 “철도공사가 의지를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이은 이번 판결을 두고, 사법부가 간접고용·불법파견·사내하청 등에 확실하게 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공기업이 앞장서 이같은 간접고용과 불법파견을 일삼고 있는 데 대해 사법부가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난 달 2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간접 고용은)실제로 공공기관에서 업무의 안전성을 떨어뜨리고 숙련도를 낮춰서 결국 국민의 불편으로 돌아간다”며 “고용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는 정부의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 효율화 방침은 조정될 필요가 있을 것이고 아마 그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노동부는 법원의 이번 결정을 받아들이고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들이 하청업체 노동력을 값싸게 이용하기 위해 불법파견을 자행하고 이를 행정관청이 용인해주는 관행을 뿌리 뽑아 노동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9/01 17:22 2010/09/01 17:22

2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백무산 - 기차를 기다리며

View Comments

KTX 여승무원들의 복직소송이 이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문득 백무산의 시 '기차를 기다리며'가 떠올랐다. 이 시를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었나 싶었는데, 6년 전에 네이버 블로그에다 이 시를 올렸더라. 
 
지금 다시 봐도 기차에 붙여진 이름들이 너무 아이러니하다. 이에 대해서는 Swanker님도 지적했는데, 비둘기(평화)-통일-무궁화-새마을-KTX, 인류 보편의 가치에서부터 민족, 국가, 일개정권, 그리고 무의미한 영문이니셜까지, 기차의 등급과는 완벽하게 거꾸로다. 

 
--------------------------------------------
2004/07/03 22:59

어제 어머니 생신 때문에 광주로 내려오면서 동생이 예약한 새마을호를 타고 왔다. 내일 서울로 올라갈 때에는 KTX를 타고 가기로 했다.
 
KTX는 이번에 처음 타보는 것이다. 하지만 호남선 쪽은 레일이 제대로 깔리지 않아서 고속철도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예전 새마을호를 타고 걸릴 때의 시간보다 약간 더 단축된다고 한다. 새마을호는 더 느려지고 말이다. 무궁화호는 KTX가 생겼다고 배차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라크 전쟁과 맞물리면서 이전에 백무산 님의 시가 떠오른다. 이 시는 백무산 님의 첫 시집인 '만국의 노동자여'(청사, 1988)에 실린 것이다. 물론 이 시에는 TKX가 보이지 않는다.

 

기차를 기다리며

 

새마을호는 아주 빨리 온다
무궁화호는 빨리 온다
통일호는 늦게 온다
비둘기호는 더 늦게 온다
 
새마을호 무궁화호는 호화 도시역만 선다
통일호 비둘기호는 없는 사람만 탄다
 
새마을호는 작은 도시역을 비웃으며

통일호를 앞질러 달린다
무궁화 호는 시골역을 비웃으며
비둘기호를 앞질러 달린다
 

통일쯤이야 연착을 하든지 말든지
평화쯤이야 오든지 말든지

 

기차가 생겨나고 없어지는 것을 보면 

이제 비둘기호란 존재하지 않기에 평화란 아예 사라져버렸고,

통일도 과연 올 것인지 의심스럽다. 

70년대 경제제일주의의 산물인 새마을이 아직도 위력을 떨치고 있고,

이제 KTX라는 고속철도의 명칭은 세계화의 흐름과 함께 한국 고유의 것들이 기죽어지내는 현 세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9/01 15:05 2010/09/01 15:05

2 Comments (+add yours?)

트랙백1 Tracbacks (+view to the desc.)

수전 조지의 <하이재킹 아메리카>

View Comments

홍재우 교수가 프레시안에 수전 조지의 <하이재킹 아메리카>의 서평을 썼길래 관련 서평기사를 모았다. 하지만 홍재우 교수의 글만 봐도 될 듯...

 

----------------------
오바마의 미국도 ‘우향우’하는 이유 (한겨레, 김외현 기자, 2010-07-09 오후 07:58:44)
 
오바마의 미국은 기대에 부응하고 있을까. 정치학자인 지은이는 회의적이다. 그런 바람조차 힘들 정도로 미국의 보수화가 진행돼왔다는 것이다. 그는 “적어도 70년대 이후 미국 문화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착실하게 우경화”하고 있어 “다른 당이나 새 대통령이 집권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 원인과 과정을 찾아보려는 시도다. 자본과 종교의 결합을 통해 끈질기고도 서서히 이뤄진 과정이었다. 예컨대, 엘리트층과 거대은행, 다국적기업에 이익이 되는 자유무역·민영화·시장지배에 대한 믿음은 지속적으로 장려됐다. 보수재단의 끊임없는 후원은 미국 안에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창조론을 거부하기 힘든 분위기를 만들어, 아직도 미국인 61%는 하나님이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는다. 그 결과는? 40여년 전만 해도 주요인물이 모두 케인스주의자였고 사민주의자였던 미국 사회,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미국적 가치는 ‘하이재크’(납치)당하고, 이전투구를 조장하는 신자유주의의 본산만이 남았다.  
 
----------------------
정권이 바뀌어도 미국은 바뀌지 않는다 (한국, 오미환기자, 2010/07/09 21:48:33)
기독교 근본주의·네오콘 정치세력 결합
미국인 사고방식 장악… 우경화 뿌리 내려
하이재킹 아메리카/수전 조지 지음ㆍ김용규 등 옮김/산지니 발행ㆍ356쪽ㆍ1만8,000원

 
버락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2008년 대선 직전에 나온 책이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좀더 진보적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를 저자는 일찌감치 접었다. 서문에 이렇게 썼다. "내가 틀렸기를 바라지만, 미국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는 사회정의를 지향하는 미국적 가치가 단 몇십년 만에 진창에 빠졌다고 선언한다. 왜 그리 되었는지 밝히기 위해 쓴 책이다.
 
이 책은 1980년대 이후 신보수주의자들이 세속적 영역과 종교적 영역 양쪽에서 미국의 정치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형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집중 조명한다. 네오콘으로 알려진 미국 정치의 우파들이 얼마나 위험한 집단인지 고발하는 책은 많았다. 이런 책들은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리고 오바마가 당선됐다. 공화당이 지고 민주당이 권력을 잡았다. 하지만 달라질 건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기엔 미국 문화의 신보수화 경향이 너무 깊이 뿌리박혔다는 것이다. 그의 예상은 맞았다. 최근 가자지구로 가던 국제구호선을 공격한 이스라엘의 행동을 국가테러라고 다들 규탄할 때, 미국 상원은 오히려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저자는 미국의 우경화가 수십 년에 걸쳐 아주 집요하고 치밀하게 진행됐다고 말한다. 이 은밀한 이데올로기 공작의 주역은 세속적으로는 네오콘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우파들이고, 종교적으로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자금, 미디어, 마케팅, 경영, 사명감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행진을 계속해왔고, 마침내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하이재킹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우파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재단을 만들고, 두뇌집단을 지원하고, 그렇게 키운 자신들의 사람을 언론과 대학, 정부에 심어 영향력을 확대해왔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파의 재단과 사람들, 그들의 계보와 그들이 한 일을 낱낱이 추적해 밝히고 있다. '문명충돌론'으로 잘 알려진 새뮤얼 헌팅턴도 그런 보수재단의 기금 수령자 중 한 명이다.
 
이 책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종교적 우파인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다. 그들은 교회 등 종교적 대리자가 정부를 대신해 통치하는 신정정치를 주장한다. 저자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을 광신도라고 조롱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61%가 성서에 쓰인 대로 하나님이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세상에 이 무슨 터무니없는 맹신이냐 싶지만 그게 미국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우파가 수십 년 공들여 생산하고 퍼뜨린 이데올로기의 성과라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저자 수전 조지는 제3세계의 빈곤, 개발, 부채 문제 등에 관한 저술과 사회적 실천에 힘써온 지식인이다. 미국 출신이지만 프랑스 시민권을 갖고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그는 미국의 우경화 경향을 경고하는 이 책을,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표현을 빌어 다음과 같이 마무리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진보 세력이여 단결하라. 당신의 문화적 속박을 제외하고 당신이 잃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적들이 그만큼 강고하다는 경고이다.
 
--------------------------------
누가 미국을 진창에 빠트리게 하는가 (세계일보, 정승욱 기자, 2010.07.09 (금) 22:40)
美 반세계화 운동가의 신랄한 비판
 
“신자유주의 미국은 특히 부시 정권 하에서 두 개의 다리로 움직였다. 하나는 거짓말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이었다. 이 두 가지가 초래하는 끔찍한 결과는 앞으로 수십 년간 나타날 것이다. ‘ 가장 위험한 거짓말 경연’은 이라크와 기후변화를 놓고 벌인 대결이었다. 그중에서도 기후변화는 훨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 세계는 더 많은 질병과 기아 그리고 대량 이민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점점 미국은 희망이 없어 보인다. 정의를 주장하는 미국적 가치와 이상을 단 몇십 년 만에 진창에 빠지게 한 이들은 누구인가.”
 
미국의 반세계화 운동가이자 작가인 수전 조지는 이 책에서 골병들고 있는 미국의 속살을 신랄히 파헤치고 있다. 책을 통해 수전은 이라크 전쟁을 치르면서 보여준 백악관을 중심으로 한 엘리트 집단의 조작과, 특히 기후변화 대처에 반대하는 미국의 행태를 꼬집고 있다.
 
수백명의 과학자가 증거와 자료를 토대로 작성해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에 제출한 2007년 보고서는 지구 재앙의 전조이다. 이 보고서가 출판을 기다리는 사이 정치가들이 달려들었다. 보고서를 재단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그 최선봉에 서서 가위를 번쩍이며 등장했다. 2007년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한 과학자는 각국 정부의 요구로 내용이 삭제되고 변질됐다고 고백했다. 각색의 배경에는 백악관과 비밀 끈이 연결된 석유회사들이 도사리고 있다. 예컨대 2006년 엑슨모빌은 40조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이익을 냈다. 엑슨모빌은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이 사실과는 다르다고 떠드는 여론(언론매체)을 비교적 싼값에 사고 있다. 명예로운 교수나 연구자 등 이른바 ‘사기꾼’ 전문가를 고용하는데도 아주 싸다. 1998년부터 2005년 사이에 엑슨은 지구온난화 연구에 혼란을 초래하기 위해 43개 반환경단체에 겨우 1600만달러만 썼다. 엑슨의 기준에서 이 액수는 쥐꼬리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기후와 관련된 행동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이런 배경에는 미국적 가치는 팽개친 채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세력이 버티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모두가 알다시피 이라크 침략이나 기후변화 대처에 대한 백악관의 반발은 1980년대 이후 신보수주의 정치세력과 신자유주의 자본세력, 우파 종교계가 연합해 미국 사회의 보수화를 이끌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들은 미국적 가치를 부정하고 현실을 외면한 채 오로지 그들만의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비판한다.
 
이들 가운데 선봉은 부시 정부 하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우파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다. 물밑에서 조용하게 미국인들에게 신보수주의 사상을 끊임없이 주입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재단들도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 확산을 거들고 있다. 미국에서 기독교 근본주의, 다시 말해 ‘이스라엘주의 또는 시오니즘’과 결합된 우파는 네 가지 M을 무기로 한다. 돈(money), 미디어(media), 마케팅(marketing), 경영(management)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자유무역, 민영화, 시장지배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내세우며 권력에로의 접근을 추구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소수 엘리트 계층과 거대은행, 다국적기업의 이익에 절대적 요소이다.
 
그렇다면 미국 사회는 다시 균형을 되찾을 희망이 있을까. 저자는 ‘아니다’고 단언한다. 2009년 1월 백악관을 떠난 부시 행정부 이후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섰지만 미국 사회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그들이 기반으로 하는 정치문화는 여야 간에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같은 문제는 정권 교체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유대인 지식인으로 진보 성향인 놈 촘스키(82)는 서평에서 “수전 조지는 방대한 정보를 샅샅이 뒤져 미국을 하이재킹한 세력들을 연구하여 여실히 폭로하고 있다”며 “불온하면서도 강력한 그 세력의 영향력은 비단 미국에만 한정되지않는다. 그들을 물리치지 않는 한 우리는 문명화된 세계를 꿈꿀 수 없다”고 지적한다. 
 
--------------------------
신우파, 미국을 진창에 빠트리다 (서울, 윤창수기자, 2010-07-10  18면)
빈부격차·끝없는 전쟁·지배계급의 탐욕 등 집중추적
 
미국에서는 홈스쿨링(가정학교)을 하는 가정이 1990년 30만명에서 현재 250만명으로 증가했다. ‘하이재킹 아메리카’(산지니 펴냄)의 저자 수전 조지는 가정학교 학생 수가 늘어난 이유가 “가정에서 제대로 창조론과 복음주의를 가르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1600만명의 신도를 가진 미국에서 가장 거대한 개신교 교파인 ‘남부침례파’의 지도자 가운데 상당수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 ‘아동학대’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어떤 목사들은 “만약 여러분이 성병이나 총기사고, 그리고 높은 10대 임신율 등 그 모든 것이 상관없다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십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설로 통용되는 다윈의 진화론을 아직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지 논란이 되는 나라가 미국이고 실제로 창조론을 가르칠 것을 지시한 학교이사회에 반발한 학부모들이 법정으로 간 일은 2005년에도 발생했다. 미국인의 적어도 3분의2는 스스로 기독교도라고 생각하며, 이들 가운데 4분의3은 창조론을 믿는다고 한다. 홈스쿨링을 결정한 한국의 연예인 부부가 봉사에 앞장서는 독실한 기독교도란 부분에서는 우리와 미국의 현실 세계에서 종교가 발휘하는 힘의 차이가 크지 않음이 감지된다.
 
스스로 ‘붉은색 기저귀를 찬 아기들’이라 부르며 모유와 함께 좌파 정치학을 흡수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부시와 그의 추종자들과 한 편에 섰다. 민주당원이었다가 네오콘(신보수주의)의 대부가 된 노먼 포도레츠는 “좌파의 회전목마에 언제 올라타야 할지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언제 뛰어내려야 할지 알고 있었다.”고 비판받았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으로 표현되는 승자독식 시대의 그늘은 미국에서도 짙다. 기업과 금융이 지배하는 미국에서 가난한 사람은 도움을 받을 가치가 있는 동료 인간이기보다는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응당 받아야 할 처지에 있는 존재일 뿐이란 것이 저자인 조지의 ‘삐딱한’ 시각이다. 게다가 전통적이고 친절하며 선량한 대부분의 미국인은 정부와 기업이 나라 안과 밖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정보와 오락의 구분이 희미해진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뉴스를 접하며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양질의 신문을 보는 숫자는 극히 제한적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소농과 어민들에게 치명적인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때 한국은 엘리트 계층의 이익을 위해 ‘힘없는 사람들’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신자유주의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을 희생하여 미국의 기업 및 금융 엘리트들의 이익을 보장해줄 뿐이란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를 두바이에 건설하고 있는 삼성과 같은 초일류기업은 세계화를 열광적으로 환영하겠지만, 건설현장의 꼭대기에서 일하는 5800명의 노동자 가운데 한국인은 고작 스무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저자가 알려주는 ‘무서운’ 진실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저자의 시각이 과연 균형 잡힌 것인지는 통계와 실례가 가득한 356쪽에 이르는 책을 읽고 판단할 일이다.
   
--------------------------
악마들의 음모…"미국은 훔쳤다, 다음은 '세계'다" (프레시안, 홍재우 인제대학교 교수, 2010-08-27 오후 10:03:21)
[프레시안 books] 수전 조지의 <하이재킹 아메리카>
 
헤게모니 전쟁
결국 '그람시'가 옳았다. 문화라고 통칭되는 한 사회의 주요한 생각, 의지, 행동, 믿음, 관습에 대한 헤게모니를 장악하지 않고서는 누구도 완전한 정치적 승리를 거둘 수 없다. 지배도, 저항도, 전복도 결국 헤게모니의 문제이고 그것이 완결되지 않는 한 이데올로기 사이의 쟁투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표적 반신자유주의자인 수전 조지가 <하이재킹 아메리카 : 미국 우파는 미국인의 사고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나>(수전 조지 지음, 김용규·이효석 옮김, 산지니 펴냄)를 그람시를 인용하며 시작한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수전 조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모국인 미국이 적어도 지난 30년간 우파의 헤게모니 투쟁으로 인해 완전히 변모했고 오늘날의 미국이 그녀의 기억 속에 있던 원래의 '건전한' 미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녀에 의하면 진보적이며, (최소한) 전통적인 의미의 미국은 종교와 자본 그리고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탐욕의 이데올로기 간의 동맹에 의해 납치당해 사라졌다.
 
착한 미국의 추억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착한' 미국은 어떤 미국이었는가? 두 대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미국은 오랫동안 나라 밖 일에는 무지한 자아도취적 카우보이거나 반대로 양의 탈을 쓴 탐욕스럽고 호전적인 제국주의주자들이었다. 노예제 폐지 이후에도 한 세기 가량 유색인의 완전한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은 나라였고 기회의 땅이라는 타이틀은 수많은 차별에 대한 인내를 지불하며 유지되었다. 지난 세기 중반까지 정치적 마녀사냥인 매카시즘의 광풍이 몰아치던 반쪽자리 공화국이었다.
 
사실 그녀가 기억하는 진보적이고 좋은 미국의 시절은 그런 어둠의 그림자 속에서 햇빛을 받던 짧은 시기였다. 경제적으로는 FDR의 집권 이후부터, 사회적으로는 최소한 JFK의 등장 이후로 겨우 한 세대를 넘기는 짧은 시기였다. 그 미국은 <타임>이 1965년 "우리는 모두 케인스주의자들이다"라는 표지를 선보이던 시절에 극에 달했으며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를 주창하는 복지 프로그램과 민권법(Civil Rights Acts)을 제정하던 시대에 찬란히 빛났다.
 
미국 현대사를 보면 다른 시대와 구별되는 이 시기 미국 사회의 진보적 업적에 놀라게 된다. 명분 없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 수세기 동안 뿌리내린 인종적 차별에 대한 저항, 불평등과 가난에 대한 사회적 투쟁을 벌이며 미국은 오래된 건국의 이념과 헌법을 진보적으로 해석하여 국가와 자본에 저항하는 진정한 자유의 가치를 최고조로 올려놓았다. 이 시기 수많은 대법원 판례 속에 나타난 사회적 가치와 신념을 둘러싼 대립의 내용은 역사상 가장 문명화된 투쟁이었고 실천적 승리였다.
 
"우리는 모두 케인스주의자들이다"
분명히 언급하지는 않지만 저자는 이런 좋은 시대의 미국이 사실 그 공화국의 기원에서 비롯되었다고 믿는 듯하다. 완전한 민주주의를 상상하지는 못했지만 헌법을 설계한 국부(founding fathers)들은 정교 분리의 원칙을 세웠고 (그들은 겉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무신론자들이었다), 종교가 세속에 간섭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그들이 만든 헌법의 권리장전(수정조항)은 끊임없이 진보적으로 해석되어 왔고 미국적 가치의 토대가 되었다. 이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미국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보기에 불과 한 세대 만에 미국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리석게 우경화되고 뿌리 깊게 보수화되었다.
 
선거 결과에 의해 단순히 어느 한 가치 쪽으로 잠시 사회적 선택의 추를 옮긴 것이 아니라 '미국적'인 것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거짓과 탐욕으로 뭉쳐져 있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는 무시되며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반계몽주의 운동은 합리적 지식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부의 재분배는 형편없어지고 빈곤은 더욱 폭넓게 악화되어 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내재화되고 일상화됨에도 미국의 대중들은 전혀 저항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하이재커들에 대한 방대한 보고서
<하이재킹 아메리카>는 미국을 변화시킨 자들에 대한 방대한 보고서이다. 수전 조지는 지난 한 세대 동안, 또 특별히 부시 정권 들어서 미국을 난도질한 세력들에 대한 자료를 엄청나게 모아 신랄한 고발장을 작성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고발장의 내용들이 비밀 문서나 내부 고발자들에 의해 제공된 것이 아니라 적법한 정보 공개 절차를 통해서 혹은 아예 공개적으로 발표된 자료들을 면밀히 살펴서 얻은 것이란 사실이다.
 
그런 내용은 대부분 수많은 인물들에 대한 서술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유명한 인사들이지만 대개는 외국인으로서는 거의 알기 어렵거나 혹은 미국인들도 쉽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들의 실명을 전혀 감추려하지 않는다. 매서운 비판도 있지만 이들에 대한 객관적 사실의 기술만으로도 정치적 의미를 드러내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수전 조지의 비판은 당연히 신자유주의의 정신적 지주인 하이에크에 대한 서술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이론적, 철학적 비판에 공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하이에크주의자로 나타난 신자유주의자들과 신보수주의자들이 어떻게 새로운 사상으로 무장하고 이를 광범위하고 뿌리 깊게 보급시켰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이 흐름의 선구적 인물은 네오콘의 대부 어빙 크리스톨이다. 그는 진보적(미국식으로는 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과 보수 재단의 지원으로 유지되는 우파의 사상적, 제도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함을 주장했다. 이런 크리스톨 프로그램은 대안적 우파 엘리트 기관을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추었고 이를 수용한 네 자매(Four Sisters) 재단, 즉 '브래들리', '올린', '스미스-리처드슨', '스카이퍼' 같은 대규모 재단은 막대한 자원을 퍼부어 이런 목표를 현실화했다. 저자에 의하면 이들 우파 재단은 진보 재단이 단기적으로 특정한 프로젝트에 치중할 때 자신들의 우파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학자, 연구소, 대학, 대중운동 단체에 관대한 아량으로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리 돈으로 수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수십 년 동안 방대하게 제공해 왔다.
 
여섯 형제(six brothers)라고 불리는 '헤리티지재단', '미국기업연구소', 스탠퍼드의 '후버연구소', '맨해튼 연구소', '카토연구소', '허드슨 연구소' 같은 네오콘 두뇌 집단은 네 자매 재단의 도움을 받아 미국의 진보적 제도를 붕괴시키는데 역할을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우파 정권의 인재 공급처로 성장해왔고 제도 속으로 한발 한발 행진하여 정책 결정 과정 자체를 접수했다. 이들에 키워진 수많은 전문가들은 감세, 낙태 반대, 사회복지 철폐, 소수 인종 우대 정책 폐지, 군비 강화, 팽창적 외교 정책, 민영화 정책들을 성공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우파 재단은 대학 신문부터 엘리트 잡지까지 후원하고 우파 연구자들의 특정한 책이나 그들에게 유리한 TV 프로그램의 제작에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우파 연구 집단의 성과물과 그들에 대한 기사는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등에도 쉴 새 없이 게재되어 왔다. 또 우파 재단은 미국 사회를 좌우하는 강력한 집단인 법조계에도 침투했다. 예를 들어 올린 재단이 후원하며 신자유주의 교리를 전파하는 '연방주의협회'는 3만여 명의 법학 교수와 150개 상위 법과대학의 학생 회원을 갖고 있는데 석유 기업에 손해가 되는 환경법이나 세금 관련 법안 등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데 앞장서며 보수적 연방판사의 임명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제도 속으로 진군하는 우파 연합"
이들 비종교적 신자유주의 우파와 함께 수전 조지는 미국 내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로 이루어진 종교적 우파들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기독교인의 엄살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생각보다 훨씬 종교적인(기독교적인) 국가이다. 상당수의 미국인은 아직도 세계가 6일 만에 창조되었다고 믿으며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고 성경과 헌법 사이의 선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한다. 급기야는 성경에 의해 계산하면 지구의 나이는 4400년이라는 주장을 신뢰하기도 한다.
 
아담과 이브가 티라노사우르스와 함께 살고 있는 그림이 있는 유레카 스프링스의 기독교 테마 파크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이들 기독교 근본주의 우파들은 '지적설계론' 혹은 '창조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교육에서 진화론을 대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은 기독교 근본주의 교육을 위해 공교육을 공격하며 학교 교육을 포기하는 홈스쿨링 제도를 50개 주에서 합법화시켰다.
 
점차 교육, 사회 정책, 그리고 외교 정책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위험스런 현실적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예수 재림이 이스라엘에서 일어나야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는 제리 폴웰 목사의 말은 정책으로 실현되고 있다. 또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기독교인에게 신이 지구의 모든 것을 지배할 권리를 주셨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 등의 인간에게, 특히 거대 자본에게 책임이 있는 환경문제를 쉽게 무시한다. 심지어 이들은 지구 온난화를 오히려 예수 재림의 징조로 환영하기까지 한다. 이들은 다른 종교를 가진 자들을 핍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포스트모던의 시대에 미국은 아직도 전근대성에 맞서 계몽주의가 싸워야하는 그런 곳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내용이 소수 광신자들의 것이 아니라 점차 미국 대중에게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정치권 내부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팻 로버슨 같은 기독교 우파 지도자들은 그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뿐 아니라 매일 수백 개의 기독교 TV방송에 나와 미국의 진보 세력을 비판하고 미국에서의 신정정치를 주장한다.
 
'국가정책자문위원회 CNP'라는 언뜻 보기에 비종교적일 같은 조직은 기금 제공자, 두뇌 집단, 언론, 대중 조직을 은밀하게 연결하며 우파 종교인의 의제를 공화당의 감세, 자유방임주의, 반세속적 진영의 정책과 결합시키고 있다. 공화당 정권의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이들 회의에 참석해 연설했고 부시도 대선을 앞두고 이들의 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비종교적 우파와 마찬가지로 종교적 우파들도 비슷한 양상으로 제도 속으로 들어가 미국의 진보적 가치를 공략하고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계몽에 대한 공격과 반민주 신정정치"
수전 조지는 이들 종교인, 자본가, 이데올로그들의 불순하고 탐욕스런 만남이 네 개의 M, 즉, 자금(money), 미디어(media), 마켓팅(marketing), 경영(management)을 동원하여 "제도 속으로" 장구한 행진을 벌여 미국을 접수하고 납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부시 정권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거짓말, 의회와 삼권분리도 무시하고 인권도 짓밟은 대통령의 권한 등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행태였다. 권력 기관, 지적 활동, 대중의 우매한 감정적 지지까지 얻은 우파의 하이재킹은 이미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를 짓밟고 있다. 저자는 이들 종교/비종교적 우파들의 작업은 오랫동안 진행되었지만 이미 뿌리 깊게 자리 잡았고 위험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경고한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이 단지 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위험에 빠지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와 진보 세력에 대한 경고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두 가지이다. 첫째, 미국의 밖에서 오늘의 미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이 미국인과 미국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미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더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미국 엘리트들의 행태 뿐 아니라 미국의 대중들이 얼마나 바보같이 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들의 우매한 선택이 세계를 위기에 빠지게 하며 나와 나의 이웃의 목숨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불행하고 마뜩치 않은 일이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의 변화에 대해 촉각을 세우는 것은 살아남고, 부분적으로는 그 속에서 잘살기를 원하는 세계인의 처세술이기도 하다.
 
미국인의 문화가 아무리 세계화되어도 미국인의 가치와 행동은 우리가 보편적 세계인의 그것이라고 믿는 것과 많이 다르다. 그들은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유럽인들보다 훨씬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심지어 우리보다도 더 전통적인 사람들이다. 230년의 짧은 건국 역사에 1000년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다. 일상 속에서 전혀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청교도의 성스러운 엄숙함과 헌법 설계자들의 세속적 이상이 현실의 삶 속에서 불쑥불쑥 고개를 내미는 그런 나라이다. 때론 이해하기 힘든 이런 나라에 커다란 변화가, 그것도 세계인이 우려하고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니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미국 우파는 한국 우파의 모범인가?
둘째, 무엇보다도 이 책이 전달하고 있는 중요한 가치는 미국의 우경화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다. 수전 조지는 한국어판 서문에 한국 우파의 "미국 따라하기"는 국내 및 해외 엘리트의 이익을 위해 "힘없는 사람들"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무서운 일이다. 한국 사회의 최근 변화에서 미국 우파의 발자취가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보수 집단은 유럽의 보수보다는 미국의 신보수와 신자유주의를 롤 모델로 삼은 듯하다. 미국의 신보수가 미국정치의 오랜 제도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화' 보다는 배제와 적대를 내세운 것처럼 한국의 보수는 상생, 견제, 대화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프레임을 안중에 두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정권의 거짓말과 그 거짓을 옹호하는 또 다른 거짓의 과정에 전혀 부끄러움이 없는 것도 부시 정권의 예와 유사하다. 진보 세력이 건전한 카운터 파트너로 삼기도 어려운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가진 집단이 권력을 쥐고 있는 셈이다. 우리 역사와 사회에서 건전한 보수의 역사가 부재하기 때문에 이들의 전횡은 더 거칠고 날 것이며 잔혹하다.
 
또 최근 불거지는 한 사례를 보자. 정부는 중도적 입장을 취하며 보수와 진보가 모두 포함되어 있고 한국에서 유일하게 국제적 경쟁력 있는 연구 집단으로 간주되는 세종연구소를 전경련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합하여 거대한 보수 연구소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 세종연구소에 소속된 진보적 학자를 추방하기 위한 목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여러 보수 재단과 연구소를 벤치마킹한 자본과 보수의 아성을 획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세종연구소의 전신이었으며 전두환이 만든 일해재단이 부활하는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 (SERI)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전경련의 지원을 받는 새로운 연구소가 어떤 주장과 정책을 만들어낼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한국 사회의 전문가 집단은 각개 약진할 수밖에 없는 진보적 학자들과 엄청난 정부와 자본의 혜택을 받는 보수적 연구자들로 나누어지기 시작했다. 그 중간의 입지는 좁아지기 시작했다. 일반 사회과학자들은 정부가 관장하는 한국연구재단에 대한 종속이 심화되고 있고 정부 비판적인 혹은 제도권적이지 않은 연구는 시행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기독교의 보수화 또한 마찬가지다. 민주화 운동에 공이 큰 진보적 기독교계는 날로 위축되는 가운데 아직도 반공이데올로기와 결탁한 상당수 보수 기독교계는 미국 근본주의자들의 사상과 주장을 그대로 수입하고 있다. 미국 거대 전도 단체의 모습을 빼닮은 한국 거대 교회의 세습화, 한국 교회 특유의 프랜차이즈화는 기독교의 세속적 영향력을 확장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슬람 선교에 대한 독선적 시각 및 무슬림과 이스라엘에 대한 복음주의 교파의 태도는 미국의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
 
아직은 정교 분리와 세속주의가 강력한 한국 사회에서 이들의 주장이 대중에게 합리적으로 받아드려지지는 않지만 거대 교회를 중심으로 한 인맥의 정치적 진출은 현 정부 들어 위험 수위까지 다다랐다. 다른 종교에 대한 암묵적 무시와 배제를 둘러싼 의심도 커져가고 있다. 종교적 갈등이 거의 없으며 종교 간 평화가 놀라울 정도였던 한국 사회에 보수 기독교의 극단적 가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런 한국 우파의 미국 모방하기 과정 속에서 한국의 진보 세력은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 왜 보수를 지지하면 안 될 것 같은 중산층 이하의 대중들이 왜 보수에 표를 던지는가에 대해 답답해하고 의아해 하고만 있을 것인가? 문화적 헤게모니를 둘러싼 전투는 한국 사회에서 보수 우익에 의해 시작되었다. 미국과 유사하게 그들은 좌파가 대학, 연구소, 예술계,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진보 세력은 공정한 경쟁에 호소하고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지만 보수우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어떤 장기적 과제를 만들어 사회를 변화시킬지에 대해 역설적이긴 하지만 미국의 우파들은 오늘날 한국의 진보 세력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준다.
 
아쉬운 것들
이 책에서 아쉬운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 방대한 자료를 포괄하고 엄청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 부족한 느낌이다. 왜냐하면 저자가 제공하는 많은 '사실'이 실제로 어떻게 거대한 음모의 계획 하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는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음모론은 장막 뒤에 가려진 어떤 사악한 실체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한다. 만약 미국을 끔찍하게 만든 그런 사악하고 일체화된 공모의 실재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몇몇 우파의 지식인들과 행동가들이 오랫동안 문화투쟁에 대한 주장을 해왔고 이를 행동에 옮겼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돈이 많이 쏟아 부어졌다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엄정한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이 고발하는 내용은 인과관계에 대한 이론이 부재하고 현상만 무리지어 나열하고 있는 셈이다. 어떤 원동력이 그런 우파의 계획을 가능하게 했는지, 우파의 전략은 왜 성공적이었는지는 설명하지 못한 공백 상태로 남아있다. 차라리 인지과학에 기반 하여 우파의 전략을 분석한 조지 레이코프의 연구가 더욱 설득력 있다.
 
저자는 충격적인 사실들을 이데올로기-종교-학문-기업이라는 몇 가지 프레임에 넣어서 전달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 프레임을 정교하게 엮어 나가는 데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물론 그런 과정을 완전히 성공하기는 무척 어렵고 얼마나 긴 시간과 자원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런 부족함 때문에 이 책의 가치가 저하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것을 입증하고 대응해야할 과제는 오히려 이 책이 세상에 요구하는 몫이기도 하다.
 
학문적 입증은 부족하지만 세상을 향해 과제를 던졌다
둘째, 좌파 재단과 연구 집단에 대한 부분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전 조지는 보수화를 방조한 좌파들을 충분히 비판하지 않고 있다. 그녀는 보수화된 미국 중산층 이하의 대중이 1960년대의 진보적 세대가 1990년대를 관통하며 금융과 IT혁명으로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커다란 위선과 배신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소위 머리와 윤리는, 미국식으로, 리버럴하고 경제적으로는 보수적이고 생활은 부유한 "캐딜락을 탄 좌파"에 대한 혐오가 어떻게 미국을 보수 근본주의자와 신자유주의들의 행복한 사냥터로 만들었는지 말하고 있지 않다. 즉, 미국 진보 세력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 빠진 것이 아쉽다. 진보파에 대한 미국 민중의 인식이 비록 우파 이데올로기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도 진보 세력의 방심과 방만, 탐욕과 부패 그리고 배신과 위선의 문제 또한 오늘날의 미국을 만드는데 일조한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책의 안팎에서
이 책은 두 명의 역자가 번역 작업을 했다. 공동 역자의 책이 흔히 겪는 문체의 변화나 표현의 혼란스러움을 크게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역자들이 시간을 두고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뜻이다. 사회과학 번역서들의 경우에는 번역 전문가가 아니라 해당 분야 전문가의 번역으로 거친 직역투의 문장이 많은데 이 번역은 그런 읽기의 부담감이 거의 없다. 아주 사소한 오역들, 예를 들면 하원 의장(the Speaker of the House of Representatives)을 하원 대변인으로 번역한 것(80쪽) 등을 제외하면 매우 깔끔하고 맛깔스런 느낌의 번역이다. 게다가 미국 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한 적절한 역자 주(註)도 칭찬해주고 싶다.
 
사족으로 출판사에 대해 몇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산지니 출판사는 이 책을 받아보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하던 출판사였다. 하지만 출간 도서 목록을 보니 수전 조지의 다른 책(<Another World>)를 비롯하여 미국과 국제 문제에 대한 진보적, 비판적 서적이 많았다. 무엇보다, 드물게도 부산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출판사로서 부산과 부산의 예술, 문화, 인문지리에 대한 서적을 발행해온 모양세가 보통의 뚝심과 내공이 있는 출판사는 아닌 듯하다. 지역에서 세계를 아우르는 출판사가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8/30 08:02 2010/08/30 08:02

댓글0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Newer Entries Older Entries

새벽길

Recent Trackbacks

Calender

«   2024/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