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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개념4-조갑제와 황장엽, 주사파와 민주노동당

조갑제와 황장엽, 주사파와 민주노동당
[진보의 개념4] 한국의 김일성주의자가 진보세력에서 이탈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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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무정부주의, 왈러쉬타인주의, 트로츠키주의 등을 간단하게 언급했는데, 김일성 주의에 대해서도 간략하게나마 논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그런데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미리 몇 가지를 확인해두고자 한다.

우선, 혹자는 한국에 김일성주의자가 한 명도 없다고 할 수 있겠으나, 나는 적어도 한명은 있다고 생각한다. 상상하기도 힘든 살인범이 분명히 우리 사회에 살고 있고, 자신의 전 재산을 헌납하는 이름모를 독지가도 있듯이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는 마당에 특정한 사상, 즉 김일성주의를 받아들인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단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고작 한 명을 가지고 어떠한 글을 쓴다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보일수도 있겠으나 어차피 논쟁은 일대일일 경우가 많으니 전혀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아래에 밝히겠다. 이처럼 이 글은 한국에 존재하리라고 판단되는 한 명의 김일성주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니 행여나 이 글을 보는 수구세력, 수구신문이 한 명을 만 명으로 잘못 읽고 호들갑을 떨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본론에 앞서 또 밝히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글의 한계이다. 알다시피 우리는 아직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했다. 따라서 행여나 김일성주의자가 이 글에 반박을 하고 싶어도 그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법에 의해 처벌받는 것을 각오해야 하기에 힘들고, 설령 무기명으로 내용이 전달된다 할지라도 그것을 실어줄 인터넷 사이트도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류의 논쟁은 근본적으로 불공정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국가보안법 폐지만을 기다려 필요한 논쟁을 무기한 연기하는 것 또한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이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선언했고 이러한 문제를 논함에 있어 김일성주의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어느 정도의 타협선을 찾아 글을 전개할까 한다. 즉, 김일성주의의 틀린 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왜 김일성주의와 김일성주의자가 서로 모순적인지, 왜 그들의 행보가 어리석은지에 대해 집중해서 논하려고 한다. 이 정도로 타협한다면, 김일성주의자의 반론이 없더라도 너무 일방적인 논쟁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이 글에서 말하는 김일성주의자란, 주체사상을 수용한 것, 더 구체적으로 김일성 수령론을 수용한 자를 일컫는다.

이런 김일성주의자는 그 가능성 면에서 한나라당 내에도 있을 수 있고, 조선일보 내에도 있을 수 있으며 민주노동당 내에도 있을 수 있다. 나는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내에 있는 김일성주의자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민주노동당 내에 있을 수 있는 한 명의 김일성주의자에 대해 논하도록 하겠다.

이러한 것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소지도 있으나, 이미 말했듯이 이는 민주노동당의 진성당원 7만 명 중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한 명의 김일성주의자에 대한 글일 따름이다.

짐작컨대, 민주노동당 내에 한 명의 김일성주의자가 있다면 그는 아마 이런 이유에서 민주노동당을 택했을 것이다. 즉, 아마도 김일성주의자는 민주노동당이 한국에서 가장 진보적 입장에서 사상의 자유를 논하고 북한에 가장 덜 적대적이라는 것을 이유로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하려고 결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연유로 기독교인이 전도하듯 김일성주의를 전파하는 곳으로 민주노동당을 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러하다면 김일성주의자는 엄청난 착각을 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중에 기본인 사상의 자유를 옹호한다고 해서, 남북화해와 평화공존을 위해 북한에 덜 적대적이라고 해서 김일성주의가 다른 곳보다 잘 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엄청난 착각이라는 것이다. 실제는 그와 정반대로 민주노동당이야말로 김일성주의가 퍼져가기에 가장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진보세력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제일 앞장섰다는 것은 진보세력이 어떠한 형식의 사상 탄압, 양심 탄압, 정치적 자유 억제에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즉, 진보세력이 한국 내에서 이러한 기본적 민주주의적 가치의 수호에 가장 최선두에 서 있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진보세력은 개인숭배, 정치적 자유 실종, 절차적 민주주의 무시로 대표되는 김일성주의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진보세력 내에서 김일성주의가 잘 퍼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거꾸로 한국 내에서 김일성주의가 가장 잘 퍼질 수 있는 곳은 다름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서 무지한 집단이다. 구체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결사 반대를 외치는, 몸은 21세기 사람이면서도 머리는 몇 세기 전의 사람들이 모인 그러한 곳이 김일성주의가 가장 잘 퍼질 수 있는 곳이다. 즉, 김일성주의자가 전략적 거점으로 삼을 곳은 수구세력, 수구신문의 내부라는 것이다.

김일성주의자에게 한 수 가르쳐 주겠다. 민주주의의 가치에 무지한 이런 이들이 현재 외치는 구호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 외피가 아니라 그 본질적인 사고체계에 주목해야 한다. 그 본질적인 사고체계가 동일하면, 이들을 거꾸로만 세워 놓으면 당신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수구세력의 싱크탱크를 자처하는 조갑제가 평양 주체사상의 거두 황장엽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는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주주의 추종자에게 김일성주의를 이식하려면 그의 사상체계를 완전히 해체해야 하는 “고달픔”이 따른다. 하지만, 민주주의 대신 박정희교에 몸담아 개인을 숭배하는 것에 이골이 난 수구세력의 입장에서는, 김일성주의에서 김일성을 박정희로 대체하기만 하면 아무런 저항이 없다. 실제로 황장엽은 조갑제의 우상이 되기 위해 주체사상을 해체할 필요가 없었다. 단지 김일성을 욕하는 것으로 그들은 굳건한 동지가 될 수 있었다. 그 사상적 뿌리가 동일했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박정희교를 김일성주의로 “개종”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단지 박정희라는 자리에 김일성을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박정희는 친일했고, 김일성은 항일했으니 김일성주의자의 포교가 효과를 볼지도 모르겠다. 박정희의 친일 행각이 너무나 자주 거론되어 맘이 상한 수구세력에게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도 아마 유익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민주노동당 내에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김일성주의자가 하루빨리 민주노동당을 떠나야 하는 첫째 이유이다.

김일성주의자는 그 이유에 다시 한번 주목해주기 바란다. 서두에 밝힌 대로, 김일성주의의 옳고 그름이 논거의 핵심이 아니다. 김일성주의자가 바라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라도 진보세력에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의 골자이다.

요컨대, 음습한 곳에서 독버섯이 잘 자라듯 김일성주의자는 수구세력을 주목해야 한다. 민주주의 가치를 최고로 여기는 진보세력 내에서 무엇을 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독버섯이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곳에서 잘 자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미련한 판단이다.

어쨌든, 한 명의 김일성주의자가 이러한 착각으로 민주노동당에 있다면, 그는 다른 한편 민주노동당의 발전을 바라고 있다고 보아야 맞다. 이는 그가 민주노동당의 강령에 동의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이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세력이 융성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번 가정을 해보자. 어떤 우연한 계기로, 또는 민주노동당의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할 필요를 느낀 수구세력의 영향력 하에 있는 검사의 끈질긴 수사로 민주노동당 내의 김일성주의자가 세상에 드러났다고 치자. 이것은 과연 민주노동당에게 득이 될까 해가 될까. 두말할 필요 없이 해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서구의 우파수준에도 못 미치는 정책이 과격하다고 공격받는 마당에 이런 사건은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해악을 끼칠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내에 있는 한 명의 김일성주의자는 그 존재 자체로 민주노동당에게 해를 가져오고 발전을 저해한다. 사실, 이런 류의 사건은 한 명이면 족하다. 이 한 명이 민주노동당 내의 간부와 일면식이라도 있다면 파장은 더 클 수 있다. 이것이 한 명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김일성주의자에 대해 이런 류의 글을 써야 하는 다른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일성주의자는 정말 민주노동당을 위하는 마음에서 거기에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예에서 보듯이 그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민주노동당에게는 전혀 득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 즉, 진정으로 민주노동당이 잘되는 것을 바란다면 지금 당장 민주노동당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김일성주의자가 민주노동당을 떠나야 하는 두 번째 이유이다.

우리나라에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고 완전한 정치적 자유가 도래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김일성주의자는 어떠한 행보를 보일까. 십중팔구 그는 자신의 정치적 지향과 맞지 않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격렬한 비판을 퍼부을 것이다. 반대로 민주노동당의 절대다수는 이런 김일성주의자에 대해 체계적이고도 강력한 비판을 가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출당조치를 내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주노동당 내에 김일성주의자의 존재가 알려져도 민주노동당에게 그렇게 큰 피해가 가지 않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이 김일성주의자에 반대하고 출당까지 시켰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아 김일성주의자가 보이지 않게 숨어 있고, 들리지 않게 속삭이고 있다면 두 번째로 들었던 그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터질 수도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의 김일성주의자는 국가보안법에 의해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다. 김일성주의자가 백주대낮에 상식적인 토론을 벌인다면 그가 두렵기보다는 우습게 될 가능성이 많다. 현재 김일성주의자의 영향력이 1이라면 국가보안법 폐지 이후는 0.01로 줄어들 것이다.

그 존재 자체도 제대로 알 수 없고, 공개적 토론도 할 수 없어 제대로 된 비판과 출당조처 등이 없다는 것을 배경으로 김일성주의자가 민주노동당 내에 있다면 이건 공정한 게임이 되지 못한다. 김일성주의자도 표면적으로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바랄 것이다. 만약 그러하다면 지금 당장 야만적 국가보안법에 의해 보장 받는 당신의 지위를 반납하고 진보세력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기 바란다. 그게 아니라면, 나는 김일성주의자는 한국의 수구세력과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의 철저한 반대자라고 단언할 것이다.

이것이 김일성주의자가 민주노동당에서 나와야 하는 세 번째 이유이다.

아마, 김일성주의자는 이렇게 항변할지 모른다. “나는 김일성주의를 받아들이라고 할 생각이 없다. 다만, 과도한 친미, 과도한 북한 증오를 교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만약 그러하다면 그렇기 때문에 더 진보세력을 떠나 수구세력 내부로 가야 한다. 진보세력은 그 정도의 인식수준은 되며, 수구세력의 인식수준만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김일성주의자가 설령 옳다고 하더라도 민주노동당을 대표로 한 진보세력을 떠나야 하는 이유였다.

그러면 김일성주의자는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까.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이는 다음에 다루도록 하자. / 독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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