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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5/05
    살아남은 자를 위한 변명 - 2.김 혁
    최선을 다하는 자유
  2. 2005/05/05
    살아남은 자를 위한 변명 - 1.오영수
    최선을 다하는 자유

살아남은 자를 위한 변명 - 2.김 혁

<연재소설 - 살아남은 자를 위한 변명>

2. 김 혁
감상적이선 안된다. 우리 노동자 민중은
이 깊은 시대의 우울을 딛고 일어서야한다.




눈앞이 캄캄하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눈이 갑자기 어떻게 된거지? 속이 답답하다. 무엇인가 목에 걸린 것 같아. 게워낼 것 같아. 못참겠어...
우웩.......
이게 뭐지?
"하하하 김혁도 심장을 토해냈다. 이제 우리의 동지가 되었다아" "환영한다 김동지"
마분지처럼 딱딱한 이게 심장인가. 그렇다면 다들 심장이 없다는 건가...

<김동지, 저예요. 우선 여기를 빠져나가죠 어서요>
갑자기 오랫동안 익숙했던 목소리가 들리더니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와아- 김혁과 ×××가 도망간다아-"

얼마쯤 흐른걸까, ×××는 지쳤는지 잠시 멈춰섰다. 갑자기 ×××는 내입에 자신의 입을 포개었다. 뭔가 뜨거운 덩어리 같은 것이 목구멍을 통해 빈가슴에 불룩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김동지, 제 심장이예요. 잊지 마세요. 자신의 심장을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단 한번 뿐이예요>

그때였다.
"와아- 김혁과 ×××가 여기있다아-"
"×××! 심장을 나누는 것은 금지되었다는 것을 모르는가! 어서 ×××를 끌고갓!"

×××는 몇 번인가 내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내 체념한듯 내 손등을 한번 쓸어내리곤 어디론가 끌려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를 지르려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소리는 목구멍을 빠져나오지 못한채 말려들어갔다. 안...되...에...가...지...마...




<김선배, 꿈꿨어요? 안좋은 꿈인가 봐요?>
꿈이라고? 이렇게 생생한데...<어제 너무 과음했나봅니다, 분회장 동지^^;;> 말이 밖으로 튀어 나오는 걸 보니 꿈이긴 꿈이군.
오랫동안 익숙했던 목소리는 누구였을까? ×××?? 기억이 나질 않는다. 골이 좀 아프군...

어제는 4.30 메이데이 전야제가 끝나고 사평지구당 당원들끼리 따로 여의도광장 한구석에서 뒷풀이가 있었다. 부위원장 김인식 동지와 좀 격론을 하는 바람에 과음을 한 것이다.

<선배, 배고프죠? 이거요>
금양분회장이 불쑥 내민 건 딸기 우유...ㅎㅎ 그래 예전에 꼭 그랬었지...쓰디쓴 기억은 왜 이다지도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는 것인가. 혜인은 분신 하기 몇주전에 그렇게 목이 긴 사슴처럼 달려왔었다. 그때의 대화는 아직도 너무나 선명하다.

- 선배님, 배고프죠? 이거 딸기우유^^
= 네것 안 샀으면 형이랑 같이 나눠 마시자
- 아녜요^^ 전 되었어요. 그 보다 선배...
= 뭔데?
- 그런데 정말 노동자들도 우릴 사랑할까요? 그들은 우리가 자기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까요?
= 갑자기 왜...
- 열사들이 계속 자신의 몸을 불태우고 있는데도 노동자들은 말이 없어요. 침묵... 침묵....
= 혜인아... 댓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을 노동자 민중의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게 사랑이라고 형은
생각한다. 어쩌면 사랑이란 굳은 믿음같은 거야
- 그럼 선배님...
선배님은 제게 그런 굳은 믿음을 갖고 계신가요? 탄압받는 노동자 보다 저를 더 사랑한다고
아니 나만을 사랑한다고 말해줄수있나요?
= 혜인아!

그래 너는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어이없게 들리던 말을 남기고 동아리방을 빠져나간 뒤 책상에는알베르 까뮈의 <정의의 사람들>이란 책이 놓여 있었지. 몇주뒤 꽃뫼마을 철거연대사업 때문에 나갔다가 학교에 돌아왔을때 너는 "노태우정권 타도하고 노동해방 쟁취하자"는 쪽지를 남기고 새까맣게 그을린 시신이 되어있었다.


감상적이선 안된다. 우리 노동자 민중은 이 깊은 시대의 우울을 딛고 일어서야한다. 내가 그동안 일선에서 활동하는 동기들이나 후배들에게 아무것도 하지못한채 미안했던 것은 내가 슬픔에 쓰러져 있었기 떄문이야..

처절하게 반성해야 해. 우린 혜인이 말고도 얼마나 많은 열사의 주검을 노동해방의 제단에 바쳐왔던가. 이 죽음의 행렬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더욱 현실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해. 슬픔에 마냥 젖어 있을순 없어. 영수형과 함꼐 고민했던 그 시간들을 헛것으로 되돌릴순없어.

어제 부위원장 김인식 동지와 오고간 말은 우리 사평지구당의 현실 아니 어쩌면 민주노동당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원내 제3정당 그리고 사평지구당 진성당원 450명이라는 숫자와는 다르게 당비만 내고 참여하지 않는 많은 당원들, 당원간의 대화채널은 술자리에서 근근히 이루어지고, 다수파라고 하는 동지들은 존재하는 분파를 인정하지 않은 채 그 힘의 우위로 자기세력 관리에 급급하고, 좌파라고 하는 동지들은 모든게 다수파의 책임인 것인양 적개심의 이빨을 드러내고 있지않은가.

우리 민주노동당은 지금 <평당원에 의한, 평당원을 위한, 평당원의 제2창당운동>을 요구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민주노동당을 참된 노동해방 진보정당으로 튼튼하게 건설시키기 위해선 지금 어느 누구보다도 평당원 스스로의 자주적인 주체성이 요구 되고 있는 것이다.

머리가 아프다. 메이데이 본대회가 진행되는가 보다.
김인식 동지에 말에 따르면 금양분회장 조지연 동지는 작년에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하였다고 한다. 당원 동지들이 아기를 업고올때 눈가에 물기가 촉촉하다. 강한 여자다. 속이 쓰리다. 이그 술좀 작작 먹어야겠다. 오늘은 영수형이랑 일찍 자리에서 일어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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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를 위한 변명 - 1.오영수

살아남은 자를 위한 변명

1.오영수

반성? 왜 역사라는 짐을 내가 반성해야 하는 거지,
너는 아직도 우리가 동지라도 되는 줄 안단 말이냐



날이 흐리다. 어제는 유쾌, 오늘은 흐림. 일진 일퇴. 자연의 변화는 인간의 삶과 별반 다름 없다. 다른 것이 있다면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존재', 인간처럼 자기 자신이 아닌 그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 분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자연처럼 인간은 서로 순응하고 조화하기 보다는 자신의 신념으로 인해 타인으로 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제는 지구당 당원들과 함꼐 도봉산에 올랐다. 당원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당의 공식적인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 새삼 어색하기도 했지만 사실 되풀이 되던 일상을 벗어나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다는 점이 왠지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나이를 먹어서도 이렇게 아이처럼 신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칠성 사이다하고 맛동산이라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냐? ㅋㅋ

어제 후배인 김 혁과 과음한 탓인지 산행 초반부터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참느라고 죽을맛이었다. 그래도 처음보는 다른 당원들에게 술꾼처럼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
4월의 도봉산은 옅은 회색 구름이 해를 가렸지만 상쾌한 물소리와 산내음 만으로도 등산객들의 커진 목소리를 가볍게 감싸주고 있었다.


<형, 형이 정말 제대로 반성하고 있다고 생각해?>
벌겋게 취기가 오른 얼굴로 혁이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반성? 왜 역사라는 짐을 내가 반성해야 하는 거지, 너는 아직도 우리가 동지라도 되는 줄 안단 말이냐. 우린 패배했어, 그래 인정한다. 근데 그게 어쨌다는 거냐.. 그 얘긴 임마 벌써 10년이 다 되가는 소리야. 넌 지금 도대체 현실에 발딛고 있긴 한 거니. 반성은 항상 패배자의 몫이었고 변명이었고 스스로의 위안이지 않았던가.

혁이가 민주노동당 사평지구당에 가입하자는 말을 꺼낸 것은 지난해 가을이었다. 혁은 습관처럼 되풀이 되던 술자리에서 불쑥 그런 말을 꺼냈었다.
<형, 형은 왜 활동하지 않는거죠? 당장 민주노동당 당원부터 가입하고 무엇인가라도 해야 하는 거 아녜요?> 녀석은 대들 것처럼 달겨들었다, 짜아식.
당원? 그래 당원을 해서 무엇을 할 건데? 왜 너도 국회의원 한자리 하고싶냐 아니면 아직 공장에 남은 니 동기들 보기 쪽팔려서? 에라 임마 정신차려라. 국으로 지금 일하는 곳에서 자리잡고 장가갈 생각이나 해 임마..

그날 혁은 과음끝에 술자리에서 먹은 걸 모두 게워내고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엉엉소리내 울고있었다. 영수형, 죽은 혜인이를 난 잊을수가 없어...근데 내가 어떻게 아무렇게나 살 수 있겠어...
씨팔, 아직도 넌 남의 정신에 살려고 하는거냐...남을 위해? 민중과 노동자를 위해? 애들도 웃지않을 순진한 소리하구 자빠졌네...니미럴 새꺄 야리지마...넌 몰라 개새끼야...좆같이 왜 아직도 눈물이 나는거야...

(.....무엇이 변한 걸까...혁과 나는 지난해 파고드는 겨울 칼바람에 숱한 소줏잔이 깨어지고 욕지거리도 지겨워질때쯤 민주노동당 사평지구당에 가입하기로 결정하였다...)

도봉산 산행을 마치고 산아래턱에 있는 코다리집에서 뒤풀이가 열렸다. 앞선 이의 발뒤꿈치만 보고 오르내리느라 재대로 보지못했던 당원들의 얼굴들이 형광등 불빛아래로 모여들었다. 아따 고랑내^^

<자 인사드리겠습니다 민주노동당 사평지구당 위원장 강현종이라고 합니다. 오늘 4.19기념 당원 등반에 참여 해주신 당원여러분께 같이 건배할 것을 제안합니다>
위원장은 살짝 벗겨진 머리만큼이나 강인한 느낌을 주었다. 혁이는 오래만에 다시 느끼는 분위기 탓일까 토마토같이 벌건 얼굴을 하곤 연방 벙싯벙싯 웃고 있었다. 짜아식 그렇게 좋을까.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은 정말 옳은 길일까......에잇 좀 오늘은 혁이처럼 나도 잘한 일이라 아무생각없이 받아들이고 싶다.아줌니 여기 막걸리 한 통 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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