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ar

2011/08/14 16:08

일단 제목에 대한 내 오해 하나. '더 워'가 아니고 '디 워'라고 표기한 것에 대해 일종의 통쾌함이 있었다. 미쿡인들의 발음상 '더'가 맞는데 일부러 '디'로 비틀었다고 착각했었다. 마치 서태지가 공연 도중 "Are you wanna dance?"라고 했을 때 느끼는 통쾌함과 같은 것이었다. center를 시종일관 centre로 쓰는 고집같은 것.(물론 이경운 둘다 통용되는 것이지만) 씨바..뭐 영어가 니네들 것만이냐..하는 밑도끝도 없는 괜한 오기같은 것. 뭐 사실 괜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언어는 끊임없이 흐르니까... '적과 내통하다'는 의미로 쓰였던 collaborate가 유럽넘들이 cooperate 대신 이 단어를 시종일관 써버리니 미쿡넘들도 이젠 협력하다는 의미로 둘다 쓰고 있듯이. sexual harassment를 일본넘들이 '세쿠하라'라고 발음(혹은 축약)하자 이젠 미쿡넘들도 좀 길다 싶은 sexual harassment대신 세쿠하라를 쓰기 시작하듯이. 또 아니? 언젠간 '두 유 와나 댄스' 뿐만아니라 '아 류 와나 댄스'도 쓰이게 될지?ㅋㅋ

 

그런데 아니었다. The war가 아니고 D War였다..ㅋㅋ 미리 말하자면 난 이 영화 보지 않았다. 첨에는 볼려고 했다. 봐주는게 예의(?)인 것 같았다. 뭐 고생많이 한 것 같고..나름 괜찮은 성과물을 만든 것 같고. 이제 시작인데뭐.. 헐리우드 최고 수준에 비교해서 자학하는 건 지나치니까.. 뭐 대충 이런 생각이었다. 다른 이야기지만 난 읽지 않을 확률이 거의 100%이면서도 가끔씩 책을 사곤 한다. 아.. 이런 책을 만들다니..하는 일종의 경외감에서. 예를 들면 작가정신에서 출판한 모비딕같은 책말이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공공도서관에서 사줘야 하는데, 안 사주니 뭐 나라도 사줘야 겠다...하는 이상한 심보. 반올림등에 후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가 뭐 삼성노동자들한테 엄청난 연대의식을 느끼는 것도 아니면서 그닥 부담되는 액수도 아니고, 그렇게라도 안하면 너무 울적하고 해서.... 같은 이유로 경향신문이나 시사IN을 구독한다. 읽는 것은 고작 두어꼭지. 매일 빼놓지 않고 읽는 것은 해당 신문의 입장과는 전혀 무관한 바둑.ㅋㅋ 그렇지만 뭐랄까...정기구독하는 게 왠지 그들에 대한 예의인 것 같아서... 2008년 이후론 소고기 안 먹는다. 왜? 그냥...빈정상해서~ㅋㅋ 그리고 미안해서. 같은 이유로 진보신당에 후원을 하곤 했다. 요즘은 안한다. 예전에 진보신당 게시판에 '너무 그렇게 앞뒤가리지 않고 비판만 하지마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통일전선아니냐? 상대가 아무리 맘에 안들어도 무슨 사상검증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심하지 않느냐? 당신들이 그럴 때마다 후원금 낸 것 후회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뭐 이런 글을 썼는데, '돈 돌려 줄테니 갖고 떠나라' 뭐 이런 식의 답변이 왔다. 그래서 다음부턴 안간다.

 

다시 D-War. 그런데 이 영화 안봤다. 심형래가 너무 심하게 울겨먹더라.."나 무지하게 고생했다. 씨발. 충무로에서 나 무지하게 홀대받았다.." 뭐 이런 식의 드립들...ㅠㅠ 씨바..한두번이지 수십번 우려먹는데... 질려버렸다. 게다가 내가 너무너무 혐오하는 애국주의 마케팅까지... 결정적으로 내가 보기전에 너무 유명해져 버렸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봐버렸다..ㅋㅋ 뭐랄까.. 내가 보기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보면 괜해 보기싫어지는 하여튼 이해할 수 없는 놀부 심보같은 게 발동했다.

 

재밌는건 나중에 진중권씨와 pro D-War 진영간의 말다툼이었다. TV 토론프로에까졍 나와서 설전을 벌였는데 보는 내내 웃겼다. 저렇게 같은 대상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서 자기 이야기만 씨부릴 수도 있을까..ㅋㅋ 며칠 후엔 진중권씨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오금이 저리는 표현을 써가며 공격하였다. 헉.. 순간 사정하는 줄 알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옛 친구같은 정겨움..ㅋㅋ

 

진중권은 영화를 텍스트(좁은 의미의)로 이해하고 있었다.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은 영화를 소리와 이미지의 결합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영화를 텍스트로 이해하니 플롯이 나오고 마키나가 나오고 하는 거다. 반대진영 사람들은 영화를 텍스트로 이해하지 않는다.ㅋㅋ 물론 난 pro D-War 진영에 대해서는 눈꼽만큼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거의 불신지옥 개독 수준의 광신도 집단이었으니까. 그냥 난 두 진영의 말싸움이 재밌었다.

 

영화는 소리와 이미지의 결합이다.(http://blog.daum.net/aprilfool) 그 결과 우리의 머릿속에 텍스트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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