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륀지? 오렌지?

2011/08/09 19:58

몇년전 어륀지에 관한 말, 우스개, 풍자, 비꼬기 등등이 이었다. 그 말을 한사람의 행실(국보위 위원, 명박이따까리)을 제외하고 생각하면 이 문제는 사실 아주 오래된 현상이며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논쟁이다.

 

혹시 아이오딘이란 말 들어봤나? 좀 나이든 사람은 '요오드'로 배웠으나 요즘 학생들은 '아이오딘'이라고 배운다. 세상이 주로 아이오딘이라하니 우리도 따라서 아이오딘이라고 하는 것이다. 크게 문제될 게 없다. 학교에서 요오드라 했다가 무슨 학회같은데 가서 아이오딘이라고 하면 헛갈리지 않은가?

 

風 : 이 한자 어떻게 읽나? 그래 '풍'이다. 뜻은? 그래 바람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천년전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한자를 '바람'이라고 읽었다. 그런데 당시 선진국(송나라)으로 유학갔다온 사람들 야그가 "사람들아! 송나라 사람들은 이 한자를 '풍'이라고 읽는다. 우리도 '풍'이라고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2천년 전에 중국 발음에는 '어두자음군'이란 게 있었다. 초성에 자음이 두어개 연속 오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중국 주변 지역의 언어를 연구한 결과이다. 즉, 우리말을 포함해 중국 주변의 언어는 일종의 고대 중국어의 화석같은 구실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자음이 영어식의 consonant인지 우리식의 닿소리인지는 잘 모르겠다.(consonant는 홀로 소리가 나지만 닿소리는 그렇지 않다.) 어쨌든 당시 중국어에는 초성에 자음이 연속오는 경우가 있었다. 이걸 어떻게 발음했는지는 지금으로선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당시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우리나라 사람? 이상타 대충 고.백.신 등등의 사람들을 염두에 둔 말이다.)은 자음 두개를 연속으로 발음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연속된 자음이 오는 경우에는 중간에 살짝 모음을 끼워넣어서 읽는 수밖에.... 즉, 風의 고대 중국 발음은 알파벳으로 표기하면 PLAM 뭐 이런 식이 되겠다.(혹은 ㅍ람) 문제는 우리는 ㅍ과 ㄹ을 연달아 발음할 수 없었으므로 중간에 모음을 하나 넣어서 '바람(혹은 파람)'이라고 읽었던 것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 바람이라고 읽어왔는데 난데없이 선진지식인이라는 자들이 '이런 무식한 것들~ 이 글자는 '풍'이라고 읽어야 한단 말이야! 이걸 '바람'이라고 읽으면 선진국사람들이 못알아 듣지!'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우라질~ 넘들이 알아듣든 말든 우리가 무슨 상관이람~ 뭐 이런 식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고 결국 타협을 본게 '좋다! 풍은 음이요 바람은 뜻이다' 뭐 대충 이렇게 된게다. 이런 식으로 고대 중국어 발음이 고려시대 전후에 뜻으로 그리고 동시에 순수한 우리말로 둔갑한 경우는 매우 많다.

 

오렌지. 이 단어는 orange와의 관련에서 이해할 필요가 없다. 오렌지든 orange든 그 단어들이 가리키는 사물의 이름으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 오렌지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을 때는 당근 orange와 깊은 관련이 있었겠지. 하지만 시간이 흐른거지. 그동안 orange를 발음하는 미쿡 혹은 영쿡넘들의  방식이 조금 바뀐거지. 그래서 지금 들어보니 어륀지로 들리는 거지. 그렇다고 우리도 그 과일의 이름을 어륀지로 바꿔야한다? ㅋㅋ 소가 웃다가 코뚜래가 빠질 주장이지. 이젠 양놈들이 그 과일을 뭐라 부르든 상관이 없어졌어. 세월이 아주 많이 흘러 ORANGE가 형태 및 발음이 엄청 바뀌어 버린 경우를 상상해보자. 형태는 ULOMK가 되고 발음은 뭐 대충 '울럼크'가 되었다고 하자. 그때가 되면 우리 아이들은 'ULOMK'가 우리말로 뭐지? 하고 물으면 '오렌지요!'하고 답할 것이다. 사전에는 ULOMK : 발음은 울럼크, 뜻은 오렌지...ㅋㅋ 그때가 되면 사전이 필요없어질려나?

 

어륀지... 이 말을 들었을 때 명박이와 그 주변 사람들의 철학이 얼마나 천박한지를 알겠더라고. 세상과 인간에 대한 눈꼽만큼의 고민과 이해가 보이지 않아. 그저 모든건 돈. 좀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잇속. 이것말고는 없는거야.

 

언어.... 우리끼리의 소통이 더 중요한가? 외부와의 소통이 더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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