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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꼬수술에 대하여

 

 

 

제주도 해녀가 따올린 소라의 몸통은 어찌이리 아름다운 자태를 가지고 있는지

그 색감과 기하하적 무늬에 놀란 후 어그적어그적 씹어먹었다.

삶아지지 않았으면 훨씬 아름다웠을텐데.

 

다른 길을 모색하는 사이

컴에 있는 자료를 정리하다가 이 사진을 찾고 보니

내시경을 보았던 나의 에스결장과 직장이 떠오른다.

그 똥꼬수술이 아니었으면 나는 장이 아픈 줄도 모르고 계속 술과 담배를 그 연약한 대장 벽에 계속 쏟아붓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인간의 똥꼬도 장의 자태도 저거만큼은 아니지만 촉촉하고 부드럽다.

직립보행 이후 똥꼬가 많은 압력을 감당할 수밖에 만들고

술과 매운음식으로 자극시키고

더럽고 수치스러운 것으로 취급해왔지만

묵묵히 감당하던 그것이

결국 저항하는 바람에 결국 수술까지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복귀 이후 오로지 똥꼬를 수술했다는 것 때문에 사람들은 나를 놀렸다.

그리고 조용히 찾아와 자기 상태를 밝히며 수술비용과 과정과 고통에 대해 상세히 물었다.

그래서 나는 당분간 비밀보장 성실답변에 충실했다.

 

그리고는 어떤 사명감 같은 걸 느낀다.

내가 병원에 가기까지 무려 8년 정도 걸린 거 같다.

쪽팔림..이루 말할 수 없다. 불편함..걍 참구 살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똥꼬는 나의 소중한 구멍이며 평생 잘 관리해줘야 할 대상이다.

핵심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을 때 바로 병원에 가라는 것.

난 동네에서 수술한 바람에

나의 똥꼬로 내 속을 다 훏어보았던 의사와 간호사를

가끔 출근길에 만나기도 한다. 무지 쪽팔리다.

그러나 나에게 이 광명을 찾아준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야메로 상담을 하면서 보니 정말 똥꼬 아픈 사람들 많다.

제발 참지 마시라.

똥꼬는 더럽지도 않고 연약하고 신축성있는 신비로운 구멍이다.

돈 얼마 안든다.

그리고 수술 후 알게 된 좌욕의 즐거움...따뜻한 물이 퐁퐁퐁 올라와

닿을 때는 머리 속이 개운해지는 느낌까지 든다.

 

그래 참을 만하다....

그래 참을 만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 정신적으로도 충격이었던 수술을 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해

나의 소중한 똥꼬, 하지만 참을 성없는 그 구멍을 데리고

출근길에 인사하던 그 친절한 의사와 간호사가 있는 곳으로

다시 가야 할 거 같다.

 

재수술 끝나고 다시 써야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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