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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치 안녕

나는 새치라고 주장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저 본격적인 흰머리라고 주장하는 그 머리카락들이 내 머리에서 봄날 쑥처럼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김 모 여인이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으로 그것들을 주기적으로 솎아 주었는데...  여기 오니 그 손길이 몹시도 아쉽다.

삐죽 솟아나오는 것들을 가끔 맘 잡고 뽑기도 하는데, 거울 보면서 스무 개쯤 뽑고 나면 어깨가 너무 아프다.

 

바쁘다고 집안도 난장판으로 해놓고 사는 요즘... 문득 보니 새치들이 유난히 거슬린다.

 

그래서... 아까, 오후에 염색을 해버렸다. 변변한 빗도 없어서 손가락으로 대충대충....

집에서 제일 가까운 슈퍼가 유기농 전문 매장이라 팔자에도 없는 유기농 염색약으로....

 

뭐 전문가가 본다면 엉망이라고 한탄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주 훌륭한 작품이 완성되었다. 삐죽 나와있던 새치들이 얼룩덜룩한 머리카락들 사이에서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그 흔적을 감추었다.  물론 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가 원래 새치였고 아니었는지 확연히 구분되기는 하지만.....

 

지금은 약간 밝은 밤색 정도인데... 다음에는 초록 색이나 빨간 색으로 한 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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