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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we fight] 우리는 왜 싸우는가

한국에서도 과연 개봉의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개봉한다면..... 강추하고픈 다큐

 

감독 : Eugene Jarecki

 

선댄스 영화제의 지원금을 받아 만들었으며, 2005년도에 심사위원 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나중에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보니까 스탭 중에 웬 Jarecki 가 그리도 많은지.. 온 가족이 모여서 영화를 만들었단 소린가? 원...

 

http://www.sonyclassics.com/whywefight/main.html

 

[Why we fight]라는 제목은 1961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유명한 고별 연설 중에서 따온 것. 그는 이 연설을 통해 처음으로 '군산복합체 (military-industrial complex)'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우려는 점점 정확하게 현실이 되어왔다.

미국은 어떤 대통령 시절이던, 민주당/공화당 상관 없이,

매 정권마다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침략과 전쟁을 벌여왔다.

 

그 동인은... 군산복합체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의 팽창욕구에 있다는 것. 

군산복합체란 단순히 거대 무기 생산 기업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여기서 군사기업이란 미사일과 전투기를 만드는 곳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군화를 만들고 세탁물을 처리하며 식량공급을 하는 곳일 수도 있다 (딕 체니가 대표로 있던 핼리버튼이 대표적). 이들은 거대한 서비스 섹터로서 지역 경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래서 지역 출신 상원의원들은 이들을 유지하는데 정치생명을 걸 수밖에 없다.

펜타곤의 신무기 개발 전략과 도입은 정확하게 거대 군수업체에 의해 "준비된" 수순을 따르기 마련이다. 911이 터지고 나서 수 십개의 무기 생산 업체들이 모여 입찰과 계약 논의를 하며 파티를 즐기는 모습은 분노지수를 상승시킨다.

과거에 군사기업, 국방부, 상원의원이 모여 이들 복합체를 형성했다면, 이제는 여기에 더하여 각종 씽크탱크들이 그림자처럼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 대중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베일에 싸인 그림자들이 미국의 국방 정책과 전 세계인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바로 오늘날 군산복합체의 진실인 것이다.

 

영화에는 911 테러에 아들을 잃고 그 아들을 추모하기 위해 (백만장자가 아니라 기념 도서관도 학교도 건립할 수 없는 베트남전 출신 평범한 뉴욕 경찰 아저씨) 이라크에 투하되는 폭탄에 자기 아들 이름을 새겨넣어달라고 간청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이라크를 침공하는게 테러에 대한 응징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단다. 그래서 사랑하는 아들 이름을 거기 넣어달라고 이메일을 보내 간청을 했단다......

 

또한, 이라크 전 당시, 최초의 바그다드 공습 미사일을 투하했던 스텔스 기 조종사가 등장한다. 새벽에 갑자기 바뀐, 백악관으로부터 직접 내려온 지령에 따라 미사일을 투하했고.... 그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사이공 출신의 여성 과학자도 등장한다. 그는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왔고 자신을 구출해 준 미국 사회에 걸출한 폭탄을 개발함으로써 보답했다. 그것이 과연 어떻게 쓰이고 있나...

 

펜타곤에서 이라크 침공 당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가 실상을 깨닫고 그만둔 전직 여성 관료도 등장한다. 자기 아들은 절대로 이런 더러운 전쟁에 군인으로 내보낼 수 없단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가난 때문에 학업을 지속할 수 없어, 결국 "군인"으로 자원하는 가난한 청년도 등장한다. 그에게는 유일한 탈출의 길이다....

 

바그다드 시내 시체 안치소가 등장한다.

안치소 문을 열면.... 반쯤 타버리고 반쯤 썩은 시체들이 그냥 방안 가득 널부러져 있다.

냉동고도 없고, 관도 없고, 하다 못해 하얀 천 쪼가리도 없다.

 

그리고....

딕 체니와 럼스펠드가 등장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 끈끈했던 관계들........

 

 

이 영화는,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에 비하면 백만배는 훌륭하다.

[화씨 911]을 보고 드는 생각은

부시 참 또라이 같구나 내지는 저 놈의 부정선거 때문에 우리(?)가 망했다...인데 비해..

이 영화는 참으로 냉정하고 담담하다. 누구도 조롱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미국 현대사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간의 대결의 역사였다면, 점차로, 자본주의가 승리하고 있다고....  이 놀라운 전쟁과 학살의 역사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고민해보자고...

 

영화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관객들이었다.

평소 한산하기 그지 없는 극장에..

더구나 다큐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반 이상의 좌석이 차 있었고,

다음 회에도 관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본 적이 없는 광경이다.

 

딕체니와 럼스펠드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 계속될 때마다

여기 저기서 나즈막한 한숨과 볼멘 목소리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기분이 그렇게 엿 같은데... 정작 미국인들 자신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싶었다. 

 

이런게 "연대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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