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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과 연대 : 건강 민주화를 위한 베네수엘라의 처방

Z-net에는 작년에, Monthly Review에는 지난 달에 실린 글이다.

룰라의 시대는  去하고 바야흐로 차베스의 시대가  來 하는지, 요즘 베네수엘라만큼 인기 좋은 데가 없는 듯 싶다. 지난 달 Monthly Review에 보건의료 특집으로 세 편의 글이 나란히 실렸는데, "사회의학"에 대한 글은 지난 번에 다른 블로거께서 번역해 올리신터라 (근데, 트랙백을 하려니 주소를 찾을 수가 없네..) 주말 저녁에 잠깐 앉아서 이걸 정리해보았다. 나눔의 정신 (^^). 근데 스페인어를 영어로 옮긴 것을 다시 한글로... 과연 원본의 뜻이 제대로 전달된 건지 의문..

번역에 힘을 다 쏟았더니 막상 내 하고 싶은 말은 쓸 여력이 없구만. 이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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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Net | Venezuela
Prevention and Solidarity
Remedies for Democratizing Health in Venezuela
by Claudia Jardim; Alia2.net; October 17, 2004

 

 

 언덕길을 반 정도 올라가면 약간 덜 완성된 소박한 집 한 채가 나온다. 실내는 시트를 이용해 치료실과 진료실로 구분되어 있다. 이곳을 찾은 환자가 스스로의 신분을 밝혀야 할 필요는 거의 없다. “Antonio씨, 좀 어떠세요. 혈압은 내려갔나요?” 53세의 베네수엘라 간호사 Carlota Núñez가 물어본다. Antonio는 진료실로 들어가고,  Las Terrazas de Oropeza Castillo, municipality Sucre, Caracas의 주민들이 조금씩 대기실을 거쳐 이동하고 있다. 
 
 진료실에서는 Barrio Adentro 보건 사업에 참여 중인 11000명의 쿠바 의사들 중 한 명인 Carlos Cordeiro가 기초적인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 혈압을 재고, 천식 발작을 잠재우고, 어린이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분만을 돕는 것까지 그의 업무인데, 하루 평균 25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그가 설명하기를, “우리는 예방진료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의 개념은 사람들이 더욱 잘 사는 것을 배우게 된다면 더 이상 의약품이 필요치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쿠바에서 들여온 100여 종 이상의 약품들이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되고 있다.  31세의 이 의사는 11개월 전에 가족들을 떠났으며, 이 병원 부지는 이웃 주민들이 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 건물 공사를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전체 지역사회가 이를 도왔지요. 어떤 이는 탁자를 가져왔고 또 어떤 사람은 들것을, 또 다른 사람들은 의자, 벽돌, 시멘트를 기부했습니다. 우리는 거의 아무 것도 없이 작업하는데 익숙해졌습니다.” 그는 이 집에 있는 세 개의 방 중 하나에 산다고 했다. “저는 하루 24시간 호출 대기 상태예요. 의사의 도움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간호사인 Carlota가 저를 호출하고, 우리는 즉각 출발하게 됩니다.”

 이는 지난 2001년에 시작된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협약에서 비롯된 보건 사업의 한 측면이다. 세계 4위의 석유 수출대국인 베네수엘라는 매일 5만 3천 배럴을 쿠바에 보낸다. 쿠바는 우고 차베스 정권의 문맹퇴치 캠페인을 도울 뿐 아니라 의학적 원조와  의약품을 베네수엘라에 보내고 있다.  베네수엘라 공공병원의 부족한 기술력과 부적절한 체계 때문에, 약 1만 7천여 명의 베레수엘라 국민들이 치료와 정형외과, 안과 수술을 받기 위해 쿠바로 이동하고는 했다.



* 사유화와 건강

 

 배제와 엘리트주의는 지난 수십 년간 재발해온 병리들의 일부라 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1990년대 남미에 몰아친 신자유주의 광풍에 의해 촉발된 공중보건 체계의 와해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유화와 탈 중심화는 공공병원의 유지 가능성을 말살시켰으며, 이들은 영리 민간 의원으로 대체되었다.  한정된 금전적 자원을 가진 이들에게는 의료 서비스 이용에 두 가지 대안이 존재한다. 돈을 내고 민간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느냐(평균 3만 5천 볼리바레, 미 화 18불), 아님 차례가 되길 희망하면서 며칠씩 공공 병원의 기나긴 줄에서 기다리느냐. 사유화는 매우 완벽해서, 환자들은 공공병원에서조차 의사 면담에 소액을 내거나 의사가 사용한 소모품 값을 지불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이전에는 아침 일찍 집을 출발해서 목숨을 걸고 하루 종일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어요. 하지만 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도 허다했었지요” 77세의 Paula Páez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는 요즘 혈압 조절 때문에 매일 의사의 방문을 받고 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받지 못해 죽어갔어요. 고혈압에 걸리게 되면, 치료가 너무 늦어져서 합병증으로 심장발작이 일어났습니다.”


 

* 부유층의 질환

 

 barrios에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곳에 가려면, 언덕까지 오르는 좁고 외진 길을 꾸불꾸불 돌아가는 낡고 커다란 지프를 타야한다. 밤이면 거리에 인적이 끊어지고 어떤 종류의 교통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적 보건의료 논리에 따라 “교육받은” 베네수엘라 의사들은 배제, 열악한 생활 조건, 어려운 접근성이라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기꺼이 언덕길을 오르려 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의사 연맹(Venezuelan Medical Federation, FMV)의 대표인 Douglas Léon Natera의 설명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온갖 종류의 주변부 인간들이 모여 있는 그런 지역에 우리가 어떻게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열악한 환경에서 그의 직업정신을 발휘하는 것은 그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단지 청진기만 가지고 목숨을 구한다는 것은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   보건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 4월부터 2004년 7월까지, Barrio Adentro 프로그램을 통해 총 4천 3백만 건 이상의 진료가 이루어졌으며 16,485명이 목숨을 구하고 808건의 출산이 이루어졌다.

 FMV가 정부 사업에 대한 반대를 합리화하는 논거 중 하나는, 그것이 11000명에 달하는 (Natera의 표현대로) 실업 상태, 혹은 불완전 고용된 의사들을 고용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데올로기를 배포”하는 대가로 월 750불을 벌어들이는 쿠바 의사들을 고용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사업 초창기에 일어났던 쿠바 의사 추방 운동의 주요 논거는 쿠바인들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혈관에 “공산주의를 주사”하기 위해 왔다는 것이었다.  보건부에 따르면 Barrio Adentro 의사들에 대한 급여는 쿠바 정부가 지불하고 있다. 이는 쿠바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달되며, 베네수엘라 정부는 현지에서 식비와 교통비용으로 약 42만 볼리바레(미화 210불)를 매달 지급하고 있다.

 정부 사업에서 일하느니 차라리 실업을 선호하는 베네수엘라 의사들의 경향은 FMV 대표의 간단한 논리에 의해 정당화된다. Natera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우리는 그러한 조건을 견딜 수 없습니다. 정부는 병원과 의원에 장비를 갖추어주어야만 합니다.”  민중들 또한 공공병원에서 국가 기능이 부재함을 느낀다. 쿠바 의사들의 존재 덕에 주기적인 병원 방문이 25% 줄어들기는 했지만, 환자들이 심각한 상태에 빠지면 병원으로 이송되고 그 곳에서 환자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거기에는 의사도, 의약품도 없다.

 Caracas 지역 Barrio Adentro 프로그램의 일부인 Gestión Ciudad 사업 책임자인 Gustavo Salas는 많은 병원들이 지속적으로 유기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 사업의 효율성을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는 심각한 정치적 논쟁이다. 그는 단언하기를 “주지사와 시장이 반대편인 주에서는 병원 개혁에 대한 저항과 사보타지를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병원 개혁과 수리는 아직 보건사업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Barrio Adentro  사업의 주요 전략은 소규모 진료소, 소위 주변부 지역의 중심에 민중 진료소를 창출하는 것이다. Salas가 설명하기를, “병원은 이들 지역사회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동네 밑바닥에 존재하는 진료소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진로의 변화

 

 베네수엘라 의사들이 전국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예방의학 개념에 반대하는 것의 상당 부분은 신자유주의 렌즈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대중을 재교육하는 것은 제약회사와 민간 의원의 이해에 직접적으로 상충한다.

 Barrio Adentro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8백여 명의 베네수엘라 의사들로 구성된 조직인 보건위원회의 Diana Verdi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보건 시장을 통제하려는 의사들의 저항에 맞서고 있습니다. 우리가 뛰어난 성과를 거둔다면, 더 이상 그들의 서비스는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상주 의사들이 가정 방문을 하는 동안, 수백 명의 보건위원회 자원 활동가들이 barrios를 순회하며 진료소의 오후 당직을 맡고 있다. “우리에게는 가족계획, 영양, 운동 등의 보건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는 지역사회 건설의 일부라 할 수 있습니다.”

주변부 barrios의 핵심 지역들의 경우, 보건사업이 좀더 잘 조직되어 있으며 동질적이다.  “볼리바르 혁명”의 성과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호기심 많은 방문자들의 안내를 맡은 자원 활동가들 중 한명인 Victor Navas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기 Barrio는 잘 다듬어진 Adentro예요”. 지역사회가 건설한 언덕의 덜 완성된 진료소와는 다르지만, 이 진료소는 공식적인 외관과 색채를 가지고 있으며, 정부에 의해 건설되고 장비가 갖춰졌다.

 언덕으로 둘러싸인 안뜰의 가운데에는 일군의 장애인들이 모래를 채운 용기로 만들어진 중량을 이용하여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의사가 일주일에 세 차례씩 이 활동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이 새로운 “운동선수”들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는 성인 남녀와 아이들이 치과진료를 받기 위해 작은 줄을 이루고 있다. 두 소년의 어머니인 Maria Albaron의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는 두 달 전 치과의사가 도착한 다음부터 치료를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치과 치료가 없었답니다. 다른 곳에서의 진료는 너무 비싸요.”  값싼 민간 진료라 해도 한 번에 약 2만 볼리바르(미화 10불)가 든다는 것이다.

 

* 세계 은행의 처방

 

 보다 심각한 문제는, 열악한 barrios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 11000명의 의사들이 모두 이 사업에 참여한다고 해도 보건 문제의 겨우 절반가량만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임 고등교육 장관인 Héctor Navarro는 전국적으로 2만 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했다. 거의 70%에 가까운 인구가 기본적인 진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쿠바의 의학적 원조를 정당화하며 “우리는 지금 인도주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회 분야와 마찬가지로, 보건의료 문제는 국가가 채택한 경제개발 체계로부터 분리할 수 없다. 석유 호황의 70년대에, 베네수엘라에는 소비 상품의 수입 논리가 팽배했다. 산업/기술 개발은 “안 해도 그만”인 것으로 여겨졌으며,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교육 수준 향상은 불필요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Navarro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당시 세계은행의 관점은 국가가 기술 훈련에 사용해야만 했던 자원을 대학에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지요.”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와 인센티브 부족의 결과, 단지 소수의 특권 계급 사람들만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현재 베네수엘라 의사들의 절대 다수는 당시의 산물이다.

 고등교육부는 대안의 하나로 단기간에 의료인을 양성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모형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는데, 이는 공립대학의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Héctor Navarro는 약 3년 이상이면 수술과 응급조치 영역에서 1차 진료 의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의 상황은 훈련된 의사의 존재를 요구합니다. 만일 환자에게 응급 진료가 필요하고, 그 담당 의사가 6년의 훈련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면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처럼 그 사람을 죽게 내버려둘 것입니다.”   이 제안에 반대하는 분파들은 교육의 질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Navarro는 단언했다. “질의 이러한 개념은 실재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며, 이 경우는 위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료의 질과 정의는 나란히 가는 것입니다. 정의 없이는 의료의 질도 없습니다.”

 또 다른 중단기 해결 방안은 Havana에 위치한 라틴 아메리카 의과대학의 졸업생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라틴 아메리카 전역의 학생 7천명 이상이 재학 중이다. 이들 중 첫 번째 그룹인 5백 명의 신규 의사들이 올해 말 베네수엘라에 돌아올 것이다. Navarro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새로운 의사들이 양성됨에 따라 우리는 쿠바 의사들을 대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의 도움에 영원히 기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  Translated by Dawn Gable and Maria Paez Vi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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