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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4/23
    [책의 날]이라니까...(11)
    hongsili
  2. 2006/04/17
    시 한 수
    hongsili
  3. 2006/04/14
    은하계 3부작(4)
    hongsili
  4. 2006/04/01
    칼 세이건을 추억하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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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6/03/31
    중독... ㅡ.ㅡ
    hongsili
  6. 2006/03/22
    [Emma] 하워드 진의 엠마 이야기(4)
    hongsili
  7. 2006/03/14
    그들의 입을 빌어...
    hongsili
  8. 2006/03/10
    두 권의 책 읽기(8)
    hongsili
  9. 2006/03/04
    그냥....졸려서...(5)
    hongsili
  10. 2006/02/26
    [Why we fight] 우리는 왜 싸우는가(1)
    hongsili

기록들...

책을 읽다보면 기억할만한 혹은 두고두고 되새길만한 구절들을 많이 만나는데,

막상 또 기록해두려고 하면 어찌나 귀찮은지... ㅡ.ㅡ

 

Global value 101 중에서...

 

 



* 하버드 학부생: 당신은 노동계급 출신이지만, 대학교수가 되고 나서도 한시도 노동자 계급의 삶의 방식을 잊지 않았고 계급적으로 깨어있기를 멈추지 않았다. 좀더 특권을 가진 계층 출신인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의식있고, 책임감 있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이야기해달라.

* 하워드 진: 나의 현재 계급 의식은 최소한 부분적으로만 나의 출신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다른 계급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도 계급적으로 깨어있을 수 있다... 네가 누구이던, 네가 어떤 계급 출신이던, 너는 상대적으로 자유의지를 가진 한 사람의 인간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들이 가진 돈이나, 부모의 재산이나 혹은 자신의 직업에 갖혀 있다고 느낄 필요는 없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계급 상태가 부과하는 어떠한 제약이라도 깨뜨리고 우리가 옮다고 생각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진 할배는 인터뷰 내내 역시 구수하고 재밌는 말투... 촘스키와 정말 비교됨 ㅡ.ㅡ 

지식과 학문 자체에 대한 성찰적 태도와 관련해서 몇 가지 추가로 읽을 것들이 있음. 특히 진 할배의 the Poitics of History 1장을 읽어야지.)

 

 

* 하버드 학부생: 모든 영문학 교수가 "주간 항공/우주 공학"을 읽는 것은 아니며, 누구나 전쟁과 고문과 관련한 인간의 문제와 씨름하는 건 아니다. 당신은 어떻게 그런 참여 지향적이고 진지한 시민이 될 수 있었는가?

* Elaine Scarry (영문학자) : ... 다른 학문을 가로지르는 작업들은 좀더 사고를 분명하게 해 준다. 실제로 존 로크는 이렇게 말했다. "사고를 멈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직 한 분야의 책들만 읽고, 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하고만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지속적인 고민과 사고를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분야를 가로지르며 보는 것이다.

(이건 레빈스 할배도 주구장창 강조했던 내용... 나도 중요하다고는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는게 잘 가로지르는 것일까?)

 

 

* 노엄 촘스키: 오늘, 아파치 헬기가 팔루자에서 격추당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자, 가장 무자비한 전쟁 무기에, 종족 학살 희생자의 이름을 갖다붙이는 나라를 (미국 말고) 본 적이 있는가? 그건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그걸 지금, 우리가 하고 있다.

* 촘스키 : 내가 하버드에 처음 입학했을 때, 여기는 지금같지 않았다. 그건 잘 차려입은 백인 남성들의 집단이었다... 너는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너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반드시  관습에 순응할 필요는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순응하지 않았고, 그것이 바로 하버드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 촘스키 : 그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터키와 캄보디아의  지식인들은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질문하지 않았다. 작가, 저널리스트, 예술가, 지식인들은 끊임없이 저항했다. 캄보디아에서 그들은 총살 당했고, 터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갸기했다는 이유로 수 년간 투옥되었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농장 노동자와 원주민처럼, 미국의 원조와 미국 군사력에 의해 땅을 빼앗기고 쫓겨난 아프로-콜럼비아인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끊임없이 저항했다.

* 촘스키: 누구를 믿어야 하냐구? 이건 화학 수업을 듣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믿지 마라. 과학을 배운다고 할 때, 사람을 신뢰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 그렇다고 자동적으로 모든게 다 썩었어 하고 말해서는 안 된다. 다만, 매사에 회의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전부다. .. 특히 그것이 과학이 아닌 인간사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너 자신의 비판적 지성 이외에 그 어느 누구도 믿지 말아라.

(아으... 촘스키 할배 무서워... 너무 꼬장꼬장한거 같애....  이전에 책을 읽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심지어 이런 인터뷰 글까지 한치의 빈틈도 없구 말이지....

근데, Trust No One.. 이건 엑스파일 시즌 1에서 Deep Throat 가 했던 말이기도 하지...)

 

나머지 읽는대로 추가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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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날]이라니까...

쓰는 건 아니구, 모니터 보구 한참 일하다 보니 갑갑해서....

 

무릇 남아는 평생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거나,

독서 백편이면 의자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만...

 

남아가 아닌 나는 평생 책을 몇 수레나 읽게 될까?

물론 수레 사이즈에 따라 다르겠지만, 표준 '구루마'사이즈로....?

짐작도 안 가는구나.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지만 (물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 경우) 의자현이라는 말은 맞다. 그리고 책을 다시 읽으면 내용의 심화는 물론이거니와, 지난 번 책을 읽을 시점의 정서와 주변 상황들이 함께 연상되어 독특한 아우라를 자아내곤 하지...

 

한국 돌아가면 책 정리를 꼭!!!

목록 만들고, 빌려준 책 다 찾아오고...

그동안 잃어버린 (빌려주고 못 받은) 책이 너무너무 많다.

심지어 전문의 시험 공부하려고 보니 내 전공인 역학 책이 하나도 안 남아 있는 걸 발견하고 쓰러질 뻔한 적도 있다....

음.. 꼭 실천해야 할 프로젝트...

 

요즘 읽고 있는 세 가지 책과 최근 구입한 책들...

 

 

 



1. 출퇴근용 - Carl Sagan, [The Demon Haunted  World]

 

The Demon-Haunted World: Science as a Candle in the Dark

 

할배, 아주 전에 없이 강경한 어조로 슈도사이언스를 강력 비판하고 있음. 좀 오바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미국사회에서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할배의 심정을 백 퍼센트 이해하고도 남을만....  이성의 수호자로서 과학자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표현하는 것이 다소 맘에 안 들기는 하지만, 이 신정일치국가에서 공공연하게 자신이 무신론자일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히는 장면은 멋짐! 버트란트 러셀의 [왜 나는 기독교인이 아닌가]보다 훨씬 간명하고 전형적인 "이과 스타일" 설명... ㅎㅎ 

근데, 할배도 UFO 관련 프로그램이랑 타블로이드 신문들을 꼼꼼히 챙겨보나봐... 이렇게 시시콜콜 잘 알다니... 마치 엑스파일 대본을 보는 듯 ㅎㅎㅎ

 

2. 화장실 비치용 - [Introducing Einstein]

 

Introducing Einstein (Introducing)

 

역시... 화장실에서 읽기에는 무리... ㅜ.ㅜ

패러디, 마하, 멕스웰... 잘 이해하다가 상대성 이론 설명 나오면서 다시 오리무중...

아인쉬타인 전기는 하도 어릴 적 읽어서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그의 어린 시절 엉뚱한 행동들이 그저 천재성에서 비롯된 기행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

17살, 독일 국적 포기가 드뎌 승인되고 "무국적 시민"으로 좋아라 하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 ㅎㅎ

그 시기 사회적 정황과 과학 발전, 자본주의 생산의 관련성을 폭넓게 조망한 것은 배울 점이 많음. 근데 아무래도 저거 다 읽고 나면 화장실 비치용 책들의 테마를 좀 바꿔야겠다. 가벼운 책으로... 만화책이라고 가져다 놨는데.. 영....

 

3. 잠자리용 - [Global Value 101: A Short Course]

 

Global Values 101 : A Short Course

 

하버드 서림에서 열린 출판 기념 행사에서 사온 책. 스펙트럼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미국 사회 "참여 지식인"들이 젊은 학생들에게 털어놓은 삶과 신념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감동적임. 이건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한 번 할 생각... 하워드 진 할배가 1장에 소개되는데, 역시... 할배 유머 감각이... ㅎㅎ

 

0. 최근에 구입한 책

 

Leo Huberman, [Man's wordly goods]

 

뭐 설명이 필요 없는 베스트셀러. 한국에도 번역서가 나와 있어 망설이다가... 고전(?) 소유에 대한 집착에서 덜컥 주문했는데.. 오.. 도착한 책을 보니 1936년 초판이다. 이럴 수가....  그리고 생각보다 훨 두꺼운 하드커버.. 겨우 12불인데 말이지....  

 

Urlich Beck, [Risk Society : Towards a New Modernity]

 

이 책 사실 한국에 있는데... 요즘 준비하는 논문 때문에 필요해서 아마존 헌책방에 다시 주문.

근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한국에서 그 책 첫 장만 읽고 말았다.

웬만하면 사놓은 책은 다 보는 편인데....번역이 정말 굉장했다... ㅜ.ㅜ 

책을 읽노라면, 저절로 영어 원문이 떠오르게 하는 신비한 주술이 걸려 있는 직역 문장들에 완전 기가 찼더랬다. 나도 허졉한 번역서를  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남의 번역 가지고 뭐라 말하지 않는 편인데, 그건 너무 심했던 거지.... 

 

George Owell, [Homage to Catalonia]

 

global value 에 보면 학생들이 하워드 진 할배한테 도대체 당신이 원하는 그런 사회가 이 지구상에 있기는 한거냐, 역사상에 존재하기나 했던 거냐.. 하고 질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진 할배는 어쩌구저쩌구 이야기를 하다가... 그래도 역사상 인간 해방에 가장 근접한 두 가지 실체를 꼽으라면 파리 꼬뮌과 아나키스트들이 장악(?)했던 스페인 내전의 까딸로니아를 들 수 있다면서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사모하는 진 할배가 추천했는데 안 읽어볼 수 있나. 흠.

더구나 스페인 내전은 한 번도 구체적으로 공부를 해본적이 없으니....

근데, 알라딘의 북리뷰는 별로 안 좋은 편이다. ㅡ.ㅡ

원작의 문제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나중에 확인할 일이로다.

 

아.. 잠깐 기분 전환하려고 시작한 포스팅이 너무 길어졌다.

 

근데.. 저렇게 사모은 책들은 도대체 한국에 어떻게 가져가나..

다섯 구루마 까지는 안 되겠지만.... 고민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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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수

아까 지인이 필립 딕의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을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득 Marvin의 시가 떠올랐다. 

Krikkit 행성 전투함의 메인 컴퓨터에 접속하여  

공포의 white robot 들을 의욕상실과 우울증에 빠뜨리며 읊은 성찰의 시 한 편....

 

Now the world has gone to bed,

Darkness won't engulf my head,

I can see by infrared,

How I hate the night.

 

Now I lay me down to sleep,

Try to count electric sheep,

Sweet dream wishes you can keep,

How I hate the night.

 

 

 

 

헥. 위키에 찾아보니 마빈이 "paranoid android"라고 나온다.

너무 심한데?

근데 웃긴다.. 동명의 제목을 가진 라디오헤드의 노래가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마빈의 이야기를 따온거라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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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계 3부작

어제 "공식" 3부작의 마지막 편인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을 마침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 (Hitchhiker's Trilogy (Paperback))

 

 

감상이라면?



이렇게 어처구니 없으면서 심오하고 재밌는 소설이 이 은하계에 존재한다니...

작가에게 경배를!!!!!

 

몇 가지 기억해둘 중요한 사물(?), 기술(?), 혹은  발명품(?)

 

1. Babel fish : 범 우주 통역 장치. 한쪽 귓구멍에 이 물고기를 넣은 뒤 뺨을 할 대 후려치면 쏙 들어가서, 모든 은하계 방언을 다 이해할 수 있음. 스페인어 배우면서 이 생각 엄청 했더랬다.

 

2. Infinite Improbability Drive 무한 불가능 동력 (ㅜ.ㅜ) : 시 공간을 가로지르는 자포드의 우주선 Heart of Gold 의 핵심 기술.

 

3. GPP (Genuine People Personality) tech  - 시리우스 사이버네틱스 사에서 개발한 로봇 기술의 최신 결정판. 이를 통해 마빈은 전 은하계 유일무이의 우울증 로봇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근데 귀여워 죽겠어. 그리고 너무 강력해!!!

 

4. Nutri-Matic Drinks Synthesizer : 역시 Syrius Cybernetics Corporations에서 개발한 음료수 자판기인데, 혀의 미각 세포와 뇌 인지 장치에 대한 개인별 분석을 시행한 후 가장 적합한 맞춤 차 (tea)를 제공 - 아서 덴트는 hardly ever-like tea 라고 평가했음.  나중에 아서가 실론티와 잉글리쉬 티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자, 이를 재현하기 위해 우주선 메인 컴퓨터의 리소스를 다 잡아먹어, 일촉즉발의 위기를 낳게한 장본인이다.

 

5.Deep Thought  그리고 Norway fjord....... 차마 발설할 수 없다. 천지창조의 비밀.....

 

6. Peril Sensitive Sunglass (위기 민감형 선글래스) : 임박한 위기에서 렌즈가 저절로 새카맣게 변해서 끼고 있는 사람이 아무 것도 못 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를테면 앞에서 폭탄이 터지거나 건물이 무너지면...

 

7. SEP (Somebody Else's Problem) field tech :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람들 눈에 안 보이게 만드는 신비의 기술...  이 기술을 몰랐던 아무개는.... ㅜ.ㅜ

 

8. Bistromath.... 이를 직접 본 아서 덴트의 입이 쩍 벌어지고, 개발자인 Slartibartfast 박사조차 방문객들에게 차마 믿기 어려울 거라고 난처해하는 기술이니... 차마 어찌 내가  몇 줄로 설명할 수 있으랴......

 

근데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한국어로 번역했을까?

유사발음을 이용한 말장난이 엄청나다.

이를테면 from ultraviolence to infrared (자외선에서 적외선까지) 를 뒤틀어서

from ultraviolence to infradead 이렇게 표현해버리면 어찌 번역을 하냐구...

 

그 뿐이 아니라 (나도 잘 모르지만) 영국적 상황이 너무나 많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아서 덴트는 꾸준한 가디언 독자인데다,

지구에서 Cricket 으로 영국에서 전승되고 있는 게임이 사실은 은하계 외딴 곳 Krikkit 행성의  전통이었다는 설정이니,

그곳 Krikkiter 들이 부르는 노래가 폴 매카트니를 땅부자로 만들어준 그런 류의 노래라는 설명...  뭐 헤아릴 수가 없다.

 

더욱 재미난 건...

이전에 다 보지 못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비디오를 다시 보았는데...

생각해보니 이에 대한 패러디도 어찌나 많았던지...

 

한 가지 실망한 것은...

더글라스 아담스 홈피에 들어가보니,

너무 멀쩡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 생겼더라는....

아자씨... 실망했어요.

 

그 후편이라 할 수 있는 두 권이 더 남아있기는 한데...

그것들마저 연달아 읽고 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큰 부담을 줄까 걱정이 되어

당분간 다른 책을 읽을 생각이다.

유혹을 참아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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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을 추억하며...

라니...

그 어떤 개인적 친분 관계도 없는 처지에 추억이고 나발이고....  ㅡ.ㅡ

 

근데,

이렇게 쓰고 싶어진건

저녁 나절에 읽은 두 편의 글이 우연찮게 대조를 이루었기 때문..

 

미국에서는 오만가지 종류의 임상시험을 다 하는데 내 보기에 가장 황당했던 것은 "기도의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들이었다. 최고의 통계학자들과 연구자들을 동원해서 가장 최신의 연구설계를 통해 이런 연구를 한다는게 나로서는 기가 막힐 따름이지만, 중요하다니, 이 사회의 관심이라니 뭐 내가 말릴 수 있나....

 

그 동안 기도가 환자 예후에 효과가 있다 없다 이래저래 논란들이 많았는데, 어제 발표된 대규모 연구결과 (그동안의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기획된 연구라고 하더군)...

기도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상동맥우회술을 실시한 환자들을 세 군으로 나누어, 1군에게는 아무런 기도도 하지 않고, 2군에게는 기도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기도를, 3군에게는 기도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기도를 했는데... 30일 동안 관찰한 결과 예후에 차이가 없었고 심지어 2군에서는 합병증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웃긴게, 기도에 참가한 신도들은 자유로운 형식으로 환자를 위해 기도하되, "합병증이 없고 쾌유하도록 해달라"는 문구를 반드시 들어가도록 했다고 한다.

 

이 결과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겠지만, 핑게없는 무덤 없다고, 가족과 친지들이 개인적으로 했던 기도들은 이 임상시험에 고려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보인 것 같다는 해석이 곁들여졌다.

 

기도라는 것이, 누군가 나를 영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지지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기도의 긍정적 건강 효과를 생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의 가설과 연구 목적은 단순히 이를 입증하는게 아니라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치유의 기적, 절대자의 권능... 

언제는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신을 믿었나. 그냥 "믿습니다" 하고 가던 길 갈 것이지 왜 과학의 이름을 빌어 쓸 데 없이 돈을 쓰고 과학을 모욕하냔 말이다. 지난 2000년 이후, 미국 정부에서 이런 "기도 효과" 연구들에 지원한 기금이 230만불이 넘는단다. 

(참조: http://www.nytimes.com/2006/03/31/health/31pray.html?pagewanted=1&_r=1)

 

신문 보다가 혼자 화르륵... 열 받아 있다가...

"그러길래... 내 책이나 보라니까...."

이런 계시를 받은 듯...

그동안 덮어두었던 칼 세이건의 Billions & Billions 마지막 장을 펴들었다. 

 



Billions & Billions: Thoughts on Life and Death at the Brink of the Millennium

 

이 책은 말하자면... 그의 유작이다.

책을 쓰는 도중 myelodysplasia (골수이형성증?)을 진단받고 감사의 글을 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떴다.

 

과학 발전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무분별한 (이윤과 정치적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과학 발전이 가져올 파국에 대한 끝없는 경고로 일관해온 그간의 행보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으나....

몇 가지 흥미로운, 그리고 숙연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The Common Enemy (공동의 적)"이라는 장은, 1988년 소련과 미국의 화해 무드 속에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레이건이 '만일 외계인의 침공한다면 소련과 미국이 공동의 전선을 구축하기 더 쉬울 것'이라는 발언이 동기가 되어 쓰인 것이다. 스타워즈 계획을 비롯하여 갑자기 우주 전쟁에 대한 기이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미국과 소련의 잡지사에서 공동 기획으로 이 분야 연구의 권위자이자 거의 연예인 수준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칼 세이건에게 이와 관련한 특별 칼럼을 요청했고, 칼 세이건은 "절대 검열이 없을 것"을 조건으로 청탁을 수락했으며 (근데 소련에서는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음) 미국과 소련에서 함께 출판되었단다. 

칼 세이건은 다음과 같이 썼다. 

"악의에 찬 외계인이라 하더라도, 지구를 침공할 동기가 별로 있을 거 같지 않다. 아마도, 그들은 사전 조사 후에,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우리 스스로가 자멸하기를 기다리는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결론 내릴 것이다. 우리는 위험에 처해 있다. 우리한테는 외계 침략자도 필요 없다. 이미 우리 스스로 충분한 위험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실종시킨 소련의 무늬만 사회주의, 개국 이래 멈추지 않았던 미국의 침략적 제국주의, 그리고 전세계를 공멸의 위기에 몰아넣은 이들의 가공할 군비경쟁을 아주(!) 신랄하게 비판했다.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15장 "Abortion: is it possible to be both Pro-life and Pro-choice"에서는 미국 사회내에서 (말도 안 되는) 뜨거운 감자인 낙태 문제를 다루고 있다. 태아는 "영혼이 깃들어 있는 생명체"이며, 그렇기 때문에 수태 순간부터 낙태는 곧 살인이라는 소위 Pro-life 의  주장에 대해, 칼 세이건은 그러한 가정 자체가 지난 2천년 간 기독교와는 무관했으며 오히려 20세기 초부터 등장한 보건의료인력의 전문주의와 더 상관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글이 1990년에 잡지에 실렸는데, 독자들의 의견을 접수하는 음성사서함에 무려 38만건 (ㅡ.ㅡ)의 전화가 걸려왔단다.  이 중 상당수는 팻 로버트슨 (차베스 암살하자고 떠들어대던 그 또라이 복음주의자)의 돌격 명령에 의한 것이라니, 황우석 사건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광기가 유난하다고 비판했던게 부끄러울 지경 ㅎㅎㅎ

 

한편으로 나이브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지만,

굳이 비판과 비난을 비껴가지 않으면서 '이성의 힘'을 수호하려고 평생 노력해온 할배의 모습이 참으로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 과학자로서 그가 가진 풍부한 인문사회적 지식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력은, (우리가 좋아하는 "사회 모순의 근본적 기원"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큰 깨달음을 주기 충분하다. 

 

오늘..

언제 불쑥 찾아올지 모를 죽음을 앞에 두고 의연히 써내려간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존경의 마음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동안, 그의 친구와 가족, 동료들, 그리고 직접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위해 기도했고, 그에게 이를 전하며 기운을 북돋아주고자 했단다.

 

"비록 나에 대한 신의 계획 -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 이 기도를 통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를 위해 기도해 준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이상으로 감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나에게 사후에 대한 확신 없이 어떻게 죽음을 대면할 수 있냐고 물어보고는 했다. 나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연약한 영혼'에 대한 유보와 함께, 나의 영웅인 알버트 아인쉬타인의 견해를 공유한다.

 

나는 그의 창조물에게 보상을 하고 응징을 하는 신, 혹은 우리 자신이 경험하는 종류의 의지를 갖고 있는 신을 마음에 품을 수 없다. 육체적 죽음을 넘어서는 개인을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두려움이나 불합리한 독단에서 비롯된 연약한 영혼들이나 그러한 생각을 가슴에 품도록 해라. 나는 삶의 영원성에 대한 신비, 현존하는 세계의 놀라운 구조에 만족한다. 실재하면서 스스로를 증거하는 이성의 한 부분 - 그것이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 을 이해하기 위한 헌신적 노력과 함께....  "

 

평생 우주의 진화, 생명체의 진화, 인간 지성의 진화를 이야기하며 계몽주의자이자 휴머니스트 (인도주의적라는 뜻 절대 아님!)로 살아온 그가 죽음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깃발을 내렸으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하던 터라....  안심이 되었다고나 할까... 이건 무슨 해괴한 감정이냐... 역시 할배는 배신하지 않았어... 이런????

 

아마도 한국에서 이 책을 읽었다면 별 감흥 없이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미국 사회라는 맥락 - 종교의 이름을 가진 반이성주의와 시장주의의 교묘한 결합(!)이 인간적으로 심하게 미웠기 때문에, 칼 세이건의 글들이 더욱 맘에 와 닿은 것일수도...

 

근데...

도대체 이 할배의 책들은 출판만 되면 수 개월씩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는데...

그 책 읽은 사람들은 다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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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ㅡ.ㅡ

한 번 시작하면 끝내기 어려운 시리즈들이 있는데...

이런 거에는 유독 (저항의) 의지 박약....

 

그리고, 더욱 문제는 시리즈에 몰두해 있는 동안에는 실생활에서도 자꾸 상황을 재현...

 

이를테면, 태백 산맥 읽을 때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삼국지를 읽을 때는 각종 되도 않는 고사성어와 한시를 읊조리고...

한창 이재학 화백의 추혼 시리즈와 사풍 시리즈에 심취했을 시기에는 상태가 좀 심각한 지경이었더랬다.

 

 

요즘 더글라스 아담스의 히치하이커 시리즈 때문에 미치겠다.

머리 속에서 아주 해괴한 (일상 생활에서 절대 쓰면 안 될 거 같은) 영어 표현들이 떠나질 않는데다, 당연하게 보이는 것들에 대한 의심이 자꾸만 도를 더해간다.

 

2부의 책 제목이 "우주의  끝에 있는 식당"인데..

그 우주의 끝이라는 게 지리적 끝이 아니라,

우주의 대파국일 줄이야.... cataclysmic eruption ......

 

시간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미래의 운명을 바꾸는 것이거나, 과거의 자신과 대면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시제"를 사용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실로 엄청난 교훈을 준다. (이를 위해 "시간 여행자를 위한 1001 시제 변형" 책자를 참조) 

 

기억해야 할 존재..

범 우주적 초인기 록밴드 "Disaster Area" - 이들의 음악을 듣기 좋은 최적의 위치는 공연장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콘크리트 지하 벙커

빅뱅 까페와, 이곳 우주 종말 식당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왕 카리스마 쇼 호스트 아자씨..

피요르드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해안선을 설계하여 우주 디자인 어워드를 받은 1편의 그 아자씨... (작품에 이름도 새겼다. ㅡ.ㅡ)

해안가 오두막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우주의 지배자 할배...

 

그리고...

수백만 년 동안 식당의 지하 주차장에서 일행을 기다리다 지쳐 전화를 건 마빈....

오... 마빈..... 이렇게 범우주적으로 사랑스러운 존재가 어찌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은근 천하무적!)

만담 형제 포드와 아서...... (이들의 에덴동산 씬은 정말 귀여워 ~~~~~)

 

 

The Restaurant at the End of the Universe

 

다른 읽을 책들도 많은데...

3부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어.....

extraordinarily horrible, and unbelievably weird, hardly ever experienced, "Improbability Drive"가 나를 이끌고 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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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ma] 하워드 진의 엠마 이야기

홍실이님의 [그들의 입을 빌어...] 에 관련된 글.

진 할배가

바쁜 일들 (반전 운동)이 한 풀 정리되고 나서 가장(?) 하고 싶어 했던 일이 엠마에 관한 희곡을 쓰는 거였단다.

 

Emma

 

 

딱히 그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글 속에서 마음을 끄는 "실존인물"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미국 민중사]를 읽으면서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W.E.B Du Bois의 삶과 학문 세계가 그토록 관심이 가더라.... (관심이 간다고 헌책방 뒤져 책은 사놓고 읽지 않고 있음 ㅡ.ㅡ) 이전에 부르디외의 책들을 읽으면서 그에게 인간적인 관심이 폭주했던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지만... 역시 이유는 잘 모르겠음..... 그런데 [미국 민중사]를 읽다보면, 이 아나키스트 페미니스트에 대한 진 할배의 애정이 그냥 막 느껴진다. 이건 편애야... 

 

하여간....

얼마 전에 2막으로 구성된 희곡을 읽었는데...

[marx in soho] 보다는 재미가 덜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 삶의 전형적인 "몇몇 순간"들을 포착하여 재구성한 것이라 본래 삶이 가지고 있던 그 풍부한 결들을 다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르크스의 이야기가 그 '현재성'으로 인한 재미가 각별했다면, 엠마의 이야기는 지금의 시각으로 보기에 그리 새롭지가 않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물론, 그렇다고 엠마가 생각하고 주장했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 다 완성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직관으로 이해되기보다는 당시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그녀의 사상과 삶이 얼마나 급진적이었는가를 유추해야만 하는 것이 좀...  

 

그런데... 몇 가지 기억할만한 대사들이 있다.

 

    



1.

예술가인 동료 페이다가 자수로 장식된 셔츠를 입고 나타나자 Sasha (Alexander Berkman)이 완전 못마땅해하면서

 

* 사샤 : ...  저 셔츠 좀 봐. 너는 항상 에술가라고 말하고 다니는구나..

* 페이다 : 사샤가 내 셔츠 때문에 짜증이 나나봐.

* 엠마 : 내가 보기엔 멋진데

* 사샤 : 사람마다 모두 취향이 있지. 근데 우리가 가진 모든 돈을 운동에 쏟아부어도 모자른 판에 저런 데에다 돈을 써야 될까?

* 엠마 : 미래의 어느날 인생이란게 과연 어때야 할지를 우리가 잊지 않게끔 하는 아름다운 것들이 필요 없다는 거야?

* 사샤 : 사람들이 빈곤 속에 살고 있는데 아나키스트들이 사치를 즐겨야 되겠니?

* 엠마 : 혁명적이 되려면 음악과 라일락의 향기를 포기해야만 한다는 거니?

 

2.

사샤가 헤이마켓 사건 을 언급하면서 언제든지 때가 오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 엠마 : 사샤. 죽음을 이야기하기에 아직 너는 너무 젊어.

... (중략.. 아 길다. 포스팅 시작한거 후회 중 ㅡ.ㅡ)

* 엠마 : 나도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어. 하지만, 단 한 번의 영웅적 순간이 아닌, 50년에 걸쳐서 그걸 하고 싶어. 운동이 필요로 하는 건 우리가 살아서 그걸 하는거야. 죽는게 아니라...

* 사샤 : 아마도 우리 손자 손녀들은 인생을 다 살 수 있을거야.

* 엠마 : 나는 그런 말을 안 믿어. 우리 스스로의 삶을 살아야 해. 그것도 아름답게.. 인생이 어떻게 살 수 있는 거라는 걸 보여주면서...

 

3.

페이다가 엠마에게 연정을 품지만, 친구 사샤와의 우정 때문에 괴로워하니까 엠마가, 사샤와 자기는 서로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서로를 소유한 건 아니라고, 감정에 솔직해야 한다고 위로(?)하면서... 

* 엠마 : 우리가 왜 사니? 왜 우리가 투쟁을 하고 조직을 하니? 이건 다 무얼 위해서니? 물론 나도 이 모든 혼란과 동요 속에서 가끔씩 그 본래의 목적을 잊고는 하지만, 그러면 처음으로 삶이 황홀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그 첫 순간을 기억해내고는 해... 

(그러면서 어릴적 풀밭에서 동네 청년이 안아주던 기억, 오페라에 가서 감동먹은 이야기를 풀어놓음)

 

4.

사샤는 열라게 찌라시 만들고 있는데, 엠마가 모스트라는 유명 아나키스트랑 만나 밥먹구 꽃을 들고 돌아오니까 사샤가 짜증을 화르륵~~

 

* 엠마 : 사샤, 이해 못 하겠니? 우리 모두가 항상 가장 억압받는 수준으로 살 수는 없어. 우리 삶에서 아주 작은 아름다음이라도 가져야 해. 심지어 투쟁의 와중에서도... 

 

5.

1차 대전 터지고 반전 연설에서, 청중 중 하나가 이 땅에 태어난 국민으로서 '애국심' 이야기를 하니까...

 

* 엠마 : 나 역시도 기꺼이 이 나라를 위해 죽을 수 있습니다. 예, 바로 이 나라. 산과 강과 대지와, 그리고 민중들, 바로 이 나라를 위해. 이 전쟁을 원하는 대통령, 장군과 사령관, 자본가, 은행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Marx in Soho] 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결국 진 할배는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엠마 입을 통해 했다. 5번에 썼던 이야기는 할배 자신이 반전 운동을 하면서 내내 들었던 질문이자 그 자신의 답변이었다. 

 

X-Files 에 보면 스컬리가 멀더를 두고 독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의 열정(passion)이 부럽다"는....

 

엠마 골드만의 열정 만땅, 자유분방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썰렁 유전자를 가진 나로서는 극복 불가능의 과제로다.... ㅡ.ㅡ

송충이 솔잎 복용 학설로 회귀....

 

소개 부분에 진 할배가 아나키즘에 매혹된 과정과 관련 문헌들을 일부 소개해놓았는데.. 이거에 부쩍 관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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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입을 빌어...

[Marx in Soho]에 대한 짧은 감상이자,

NeoScrum님의 [부활한 맑스와 맥주 한잔] 에 관련된 글.

일전에 네오님이 책을 부탁했을 때, 헌책방에 가니까 떡하니 꽂혀 있길래 아무 생각 없이 사서 보내드렸는데.. 알고 보니 그게 헌책방에 잘 안나오는 책이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미리 읽고 보내줄 것을... ㅜ.ㅜ

그리고 나서 거의 세 달만에 다시 책을 발견했는데 무려 3불이나 더 비싸게 주고 샀다. 원통하여라....

 

어쨌든....

 

책 앞장에 보면, 앨리스 워커가 "하워드 진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자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사람"이라는 글을 썼는데... 이건 사실이다.

물론 더글라스 아담스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만 (^^)

이 양반 글쓰기는 정말 재밌다. 

 

골 때리는 장면 중 하나.

부인 Jenny가 자본론에 대해 Marx 를 공격하는 부분인데...

"왜 검열 당국이 이 책을 출판하도록 허락했는지 알아?

그 사람들이 책을 이해하지 못했고, 역시 다른 사람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구"

Marx 아주 구차한 변명을... 그래도 서평은 꽤 괜찮았다구!

Jenny 답변.... (어처구니!) 그 서평들 대부분 Engels 가 써준 거잖아!

 

바쿠닌이 불쑥 찾아와서 비싼 브랜디를 벌컥벌컥 마셔대니까 마르크스가

"저기, 우리 와인 많거든. 브랜디 비싸니까 그거 먹지 말고, 이거 먹을래?" 살살 꼬드기고,

바쿠닌이 "와인 맛 없어. 브랜디 마시면 너의 생각이 좀더 명료해질 거야" 답하면서 완전 고주망태가 되는 장면 ㅎㅎㅎ

 

사위들이 맘에 안 들어 어쩔 줄 몰라하는 Marx의 모습

막내딸 엘레노어의 바보같은 연애질에 황당해하면서도, "그나마 그 인간은 프랑스인이기라도 하지".

첫째 사위는 영국인 ("영국 남자는 영국 음식과 똑같아. 내가 더 설명 안해도 알겠지?")

둘째 사위 라파르그가 사람 많은 곳에서도 자기 딸의 엉덩이에 손은 얹으면서 공개적인 애정표현을 하는 것도 너무너무 못 마땅.... ㅎㅎㅎ

 

그리고 하녀 Lenchen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끊임 없는 구차한 변명.... ㅜ.ㅜ

 

 

그런데...

그 재미나고 재치 넘치는 장면 장면들 속에서,

진 할배가 그토록 하고팠던 이야기들이 이들의 입을 통해 재현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를테면, Jenny 가 "우리가 정말로 닿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손길이 미치고 있는 걸까?" 하면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나,

Marx 가 오늘날의 신문을 뒤적이며 "도대체 요즘 학교에서는 어떤 망할 놈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거야!"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장면들...

연대와 해방의 정신으로 가득찼던,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했던 파리 코뮌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Marx 의 달뜬 목소리... 사회주의를 자처했던 소비에트 러시아에 대한 분노어린 비판....

 

그리고, 무엇보다 재능 있었던 두 여성 Jenny와 Eleanor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 자신의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생활력이라고는 빵점인 혁명가의 아내로 살아야 했다는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나....  말로만 페미니스트인 혁명가의 아내 ㅡ.ㅡ

(진의 이러한 비판적 시선은 일찍이 '미국 민중사'에서도 두드러졌던 것이고, 그래서 다음에 읽으려는 아나키스트 페미니스트인 엠마 골드만의 생을 그린 희곡 "Emma"가 무지하니 기대된다. 과연 어떻게 그렸을까나.....)

 

또한, 마르크스의 입을 통해 빈정거리고는 있지만, 바쿠닌이 가지고 있던 이상주의적 아나키즘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도 있었다. 진은, 60-70년대 흑인 민권운동과 반전 운동 속에서 풀뿌리 운동, 자생적 민주주의의 동력을 확인하면서 아나키즘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쓴 적이 있다.

 

이러다가...

노빠 황빠의 뒤를 잇는 Zinn 빠가 되는게 아닌가 모르겠다.

집 주소도 아는데... 스토커처럼 찾아가서 "할배... 알라뷰" 라도 한 번? ㅡ.ㅡ+

 

 

마지막 장면

 

'내가 이렇게 돌아와서 너를 성가시게 만들어 짜증나니?

이렇게 생각해봐

이건 말하자면 재림이야.

그리스도는 그걸 할 수 없었어. 그래서 Marx가 온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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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 읽기

가 비슷한 시기에 끝났음.

 

대개 한 시즌(?)에 동시 세 군데에서 책이 굴러다니는데

하나는 가방속 - 출퇴근용 (절대 가벼운 책)

다른 하나는 화장실 - 사색(?)용

마지막으로 침대 위 - 수면 촉진용

 

물론 항상 엄격하게 용도를 지키는 건 아니다.

지나친 흥미 유발로 인해 한 책이 세 군데를 동시에 지키는 경우나, 지루함으로 인해 다른 책 밑에 깔리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 ([적대적 공범자들]은 화장실에서 수개 월째 유기당하고 있음)

 

최근

1번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 Douglas Adams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25th Anniversary Edition

 

2번 Trotsky and Marxism - Tariq Ali & Phil Evans

Introducing Trotsky and Marxism

 

3번 Billions & Billions - Carl Sagan

칼 세이건 할배 책도 마지막 챕터만을 남겨 둔지 어언 몇 주가 지났지만 중간에 다른 책들을 보느라 좀 미안하게 되었다. ㅎㅎㅎ

Billions & Billions: Thoughts on Life and Death at the Brink of the Millennium

 

잠깐 단상을 정리하고 지나간다면...

 



1. 히치하이커를 위한 은하계 안내서

 

작가 더글라스 아담스의 뇌 구조를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고 전세계를 떠돌며 기괴한 과학쇼를 벌이고 있는 아인쉬타인의 뇌표본만 중요한 건 아닐 듯.... 

출퇴근 셔틀버스, 혹은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에서 발작적으로 터지는 웃음을 참는 것은 상당한 인내심과 실전 훈련을 필요로 했다.

 

지구인들에게 임박한 파국을 경고하면서 물고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끝으로 사라진 돌고래들과,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새도 없이 추락해버린 미사일 출신 정자고래와, 그리고 인간으로부터 로봇으로부터 우주선으로부터(?) 미움을 받는다고 자학하는 로봇 마빈...  그리고 우리 소심쟁이 주인공 아서 덴트....

이들이 너무너무 좋아졌다.

 

세상은 모든 불확실성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이 불확실성 속에서 은하계를 여행하려면...

이런 든든한 안내서 하나쯤은 반드시 구비를 해야!!!

 

2. 트로츠키와 마르크스주의

 

마르크스가 불쌍하다고 생각하곤 했다. 

뻔히 죽은 거 아는데, 걸핏하면 "죽었다"고 재탕삼탕 다시 사형을 언도하고...

또 한 편에서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느니라"를 외치며 아무 구석에나 이름을 가져다 붙이며 자신이 진정한(?) 마르크스의 후계자임을 일삼는 무리들이 있으니, 사후가 참으로 평화롭지 못한 대표적 인물이라 하겠다.

그래도 트로츠키에 비하면 마르크스는 양반이다.

그의 이름이 풍기는 불손함, 분열주의, 공상주의자의 아우라는 '트로츠키주의자' 라는 딱지  속에서 좌파 대대손손 불명예의 대명사처럼 여겨져왔다 (뭐 내 편견인가? 여기에는 그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이들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나름 생각)

그래서, 궁금했다. 정말 그렇게 욕을 먹을 만큼 뭘 잘못했나? 

 

이 책은 인물이나 사상, 현상에 대한 만화 입문서 시리즈 중 하나로, 아주 평이 좋은 편이다. 집 앞 헌책방에서 재고 싸게 처분해서 몇 권 ^^

뭐 책을 읽고 얻은 결론을 말하자면. (다분히 작가의 평가를 따르고 있지만)

첫째, 전세계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트로츠키의 분열주의, 반혁명주의자로서의 모습은 스탈린으로부터 비롯된 상당한 왜곡의 결과 (물론, 좀 미운 구석도 없지 않아 있음. 너무 잘났거든... ㅡ.ㅡ)

둘째, 이론적으로 지나치게 빼어나고 예리했지만 정치적으로는 레닌만큼 단호하지 못했음. 바로 여기에서 비극이...

셋째, 그 또한 가슴이 뜨거운 혁명가였음.. 그리고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여겼음.....

 

첫번째 부인과 어린 딸은 스탈린에게 살해당하고, 큰 딸은 자살하고, 아들 또한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지구상 어느 곳에도 갈 곳이 없는 망명객이 되어 (결국 멕시코에 묻힘) 떠돌다가 얼음 송곳에 살해당한 이 위대한 혁명가의 영혼은 누가 위로해줄 수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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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졸려서...

오후가 되니 잠이 솔솔... SAS 명령문이 눈 앞에서 페이드인/아웃을 반복하고 있음.... 슬슬 딴 짓이나.... 어제 저녁에 보고서 마감하고 나서 밀려오는 피로감(+ 조금의 만족감)과 어제 세미나의 빡센 내용에 질려 (미안한 이야기지만, 경제학자들은 참 용감한 거 같아.그 거침 없는 가정과 해석에 가끔은 얼이 빠질 지경...) 모처럼 영화 한 편을 봤는데... 머리 속이 완전 오염된 느낌...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 (http://en.wikipedia.org/wiki/Invasion_of_the_Body_Snatchers#Invasion_of_the_Body_Snatchers_.281978.29) 1956년의 기념비적인 원작을 리메이크한 78년 작품인데, 카우프만 이름만 보구 골랐다가 완전 배신감....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 같으면야 '꿈보다 해몽' 스타일로 갖다 붙일 구석들은 참으로 많이 있더만.. 그래도 .. 그건 아닌 듯...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혼자 경악에 가까운 비명을 참을 수가 없더라는... (하도 어이 없어서 ㅜ.ㅜ) 시민의 건강과 안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주인공 아자씨 (보건계장)의 눈물 겨운 사투를 보고, 공무원의 소명의식 진작을 위한 교재로 만들어진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잠시 들었음. 오염된 머리를 씻어내기 위해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읽다가 잠들었는데.... 이렇게 엉장진창, 막무가내, 엽기발랄하게 웃긴 소설은 정말 평생 처음 ㅎㅎㅎ 옛날 텔레비전 시리즈 보다가 포기했던게 새삼 후회가.... 출퇴근길이 그래서 너무 즐거워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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