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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 휴가_El Calafate

hongsili님의 [안식월 휴가_Torres del Paine] 에 관련된 글.

 

#1. 

 

오랜만에 아침 아홉시에 출발해서 사람들 모두 행복 ㅋㅋ
정들었던 산 사나이 크리스, 맘씨좋은 드라이버 마누엘과 인사하고 
국경 넘어 아르헨티나 Santa Cruz 주로 이동, 작은 도시 El Calafate 도착....

도시 이름이 산딸기라니 ㅋㅋ


가는길에 콘도르 만나고, 양 뜯어먹는 그레이폭스 조우....

바로 코앞에서 보니 TV 다큐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잔혹함...

바람이 우리쪽으로 불어서, 상당히 가까이 갔는데도 여우가 도망가지 않음... 먹던 걸 버려두고 가기엔 너무 아쉬웠던 게지...  고기 썩는 냄새를 그대로 맡아보니 좀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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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서 한가롭게 거닐고 있는 홍학과 새들을 관찰하고,

오밀조밀한 시내 구경하고 지인들 선물과 내 선물도 사고...

이 지역의 영웅 모레노 할아버지 동상 사진도 한 컷....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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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녁에는 어마무시한 이 지역 특산 양고기와 칼라파테 아이스크림 시식. 

 

식당 입구에서 통째로 구워지고 있는 양의 모습은 오전에 그레이폭스에게 먹히던 바로 그모습 ㅠㅠ

일행들, 모두 그 광경 앞에서 멈칫.... ㅡ.ㅡ

하지만 이내 우리 앞에 펼쳐진 푸짐한 상차림에 또 다들 행복....양고기 맛도 대단하고 산딸기 아이스크림 정말 또 천상의 맛... 도대체 천상의 맛이  왜 이리 많은겨....  

여행 다니는 동안 라미로가 사람들 질문에 한 번도 대답을 못한 적이 없는데, 이날 저녁 처음으로 말문이 막힘... 내가 저 많은 양들 뼈를 어떻게 처리하냐고 했더니 그건 모르겠다고 ㅋㅋ 아마 이 동네 돌아다니는 개들이 많은 걸로 봐서 그들이 처리해주지 않을까,,, 라는 대답을 하더라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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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여행 중에 너무 큰 살생의 업보를 지는 것 같아 한국 돌아가면 채식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아침엔 괜찮던 다리가 오히려 오후 되니까 당기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

 

 

#2.

 

다음 날, 드디어 빙하!!!
Perito Moreno, 정말 할말이 없음 ㅠㅠ

30km 길이의 장대한 빙하가 끝없이 펼쳐진데다 그 우뚝 솟은 기둥들과 깊고 신비로운 푸른 색.... 
빙하가 이동하면서 내는 우르릉 천둥 소리, 가끔씩 부서져 내리면서 내는 '쩍' 하는 소리가 계곡 전체에 울려퍼지고, 도대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눈이 시린 끝없는 빙하의 전경에 그저 말문이 막힘....

이런 빙하벽을 앞에 두고
도시락을 까먹으며 동네 소풍나온 듯 한가롭게 햇살을 쬐는 우리 모습이란 ....
유람선도 멋지고 빙하를 두고두고 감상하는 트레일 코스도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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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돌아와서는 또 칼라파테 아이스크림 먹고 연구소 식구들 가져다줄 선물도 장만...

저녁에는 로컬 비어와 라미로 추천하는 램스튜, 램 라비올리 먹음. 역시 맛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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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 휴가_Torres del Paine

hongsili님의 [안식월 휴가_Punta Arenas] 에 관련된 글.

 

#1.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Serrano 강 코앞 Cabanas del Paine.

비내리는 강변, 통나무집 숙소에서 온통 조명을 내리고 음악을 들으며 창문밖 풍경과 함께 와인을.....

세상에 이런 평화가....

잠들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창문에 기대어 있는 백마의 모습을 보았지, 꿈인줄만 알았어.....

너무나도 몽환적... 잊을수가 없어라...

다음 날 이른 새벽.... 백마는 통나무집 근처에 머물고 있었고, 강변에도 새벽 어름의 빛을 배경으로 여러 마리 말들의 실루엣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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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더할 나위 없이 맑은 날씨, 강 건너 멀리 보이는 Torres - 세 개의 탑과 아름다운 강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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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아침먹고 가비얍게 Salto Grande 폭포 감상. 

오가는 길 콘도르와 조우는 가벼운 양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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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세기가 정말 대단했지만 그곳에서 바라본 폭포의 힘찬 모습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세개의 탑은 정말 장엄하기 그지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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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화산과 달리 땅속에서 마그마가 천천히 굳어 입자가 크고, 그 위로는 퇴적층이 쌓여있었는디 빙하가 쓸고 내려가면서 봉우리 형성되고, 특히 강도가 낮은 퇴적층이 더욱 심하게 침식되면서 탑모양 형성되었다는 설명을 들었음.

바람은 위협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는데, 작년 겨울에 시속 180 km 강풍불어 대형 관광버스 들어올려 벽에다 박아버렸다는 후덜덜한 이야기도 들었음.... 크리스의 이야기는 항상 말로가 안 좋아... ㅡ.ㅡ

 

#3.

 

이어서 Mirador Condor 라느 야트막한 봉우리까지 짧은 트레킹.

길이 험한 건 아니었는데 바람 정말 대박 ㅠㅠ 몸을 가눌 수가 없더라니...

콘도르 여러 마리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유유히.... 아아아 ㅠㅠ

엄청 멋있어서 사진을 더 많이 찍어두고 싶었는데, 정말 가볍지도 않은 내가 바람에 날아가버릴 것 같은 매우 현실적인 두려움이 있었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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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자님은 남들 다 내려오는 야트막한 내리막길을 못 내려와서 라미로 개고생시킴 ㅋㅋ

그 자도 엄청 당황한 듯.... 너 오늘 진짜 큰일 했다고 내가 라미로를 칭찬해줌 ㅋㅋ


#4.

 

피크닉 삼아 호수가에서 각자 준비해 간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그레이 빙하로 보트 투어..


그렇게 가까이 가는 줄은 미처 몰랐음!!!

진작 이야기해줬으면 사람들이 흔들리는 보트 위에서 사진 좀 찍어보겠다고 개 난리를 피우지 않았을 거 아녀 ㅋㅋㅋ


빙하 코앞까지 가서 경치 감상하고 조금 뒤로 빠져 한적한 빙하 개울가에서 빙하절벽과 유빙 감상하며 빙하 레몬위스키...

유유히 흐르는 얼음 덩이들과 옥색 수면에 반사되는 햇빛, 그리고 정면에는 거대한 빙하... 알콜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곳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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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가는 뱃길에서는 미칠 듯이 파란 하늘을 원없이 감상...

이후에도 세상이 같을 수는 없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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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 더할 나위없이 청명한 가운데 몹시도 깊고 푸른 밤하늘과 그것을 가르는 은하수의 쏟아지는 별빛, 신비롭게 일렁이는 세라노 강의 모습에 젖어들고야 말았는데....

천천히, 마치 현실이 아닌것처럼 호수 주변을 거니는 말들의 희미한 실루엣...

잊을 수 없는 밤....

 

 

#5. 

 

아침 일찍 일어나 해뜨기 전에 출발하여 산에 가는 길에 세개의 탑에 반사되는 일출 감상.

이건 그냥 달력 사진이잖아....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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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콘도르 무리 만나서 엄청 가까이서 관찰...사진에서만 보았던 다섯 손가락 모양을 직접 보았음 ㅋㅋ

하지만 사진은 역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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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평화 ㅋㅋㅋㅋㅋㅋ

 

이어서 두팀으로 나누어 트래킹 시작.

크자님은 팀 내 연장자 그룹과 더불어, 라미로의 지도 편달 하에 자연탐방 산책길 ㅋㅋ, 
나머지는 크리스와 함께 Mirador Torres 로 고고...


그 곳은 해발 약 900미터 높이, 세 개의 탑 바로 뿌리 부분으로부터 알현하는 코스...

처음 마주친 나무 다리에, 두 명 이상 한꺼번에 건너면 위험하다는 안내부터 뭔가 심상찮은 조짐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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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으로 이어지는 길은, 길고도 쉼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길...

중간중간 숨 좀 돌리고, 대피소에서 잠깐 쉬기도 하고.... 그렇게 세 시간을 넘게 올라갔건만,

막판 한 시간은 엄청 가파르고 위험천만한 오르막길과 빙적토 moraine  ...
이렇게 위험해보이는데 가도 될까나 우려가 들기도.... (사진에 보이는 바위들 사이를 헤치고 갔다니까  ㅡ.ㅡ)  큰 돌이라도 하나 굴러내리면 정말 걷잡을수 없을 것만 같았지....

크리스만 믿고 간다... 이렇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나 정말 사망일보직전...ㅠㅠ
개울물 퍼 마시며 올라가길 한 사간, 내 다리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고, 무아지경 속에서 올라가다보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대장관... 차마 이루 표현할수 없음 (근데 사진은 후지구나... ㅡ.ㅡ)

예상치 못한 빙하 호수와 시시각각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세 개의 탑!!!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과 함께, 크리스의 훌륭한 지도편달에 진심으로 저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의 마음이 솟구치더라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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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길에 크리스로부터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들었음...


2011년 이 지역에 등산객 부주의로 엄청난 산불이 일어나 지금도 황량한 지역이 많은데, 그래서 산 곳곳에 '화장지' 주의하라는 안내가 붙어 있음 ㅡ.ㅡ toilet paper 쓰고 태우려다가 이 지경이 되었다고... 당시 불길과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강을 넘어 불길이 번지고, 헬기에서 물을 뿌리기도 전에 열기에 기화되어 날아갔다고 함....

그래서 나는 그 등산객이 화마에 죽은 줄만 알았더니.... 운좋게 도망갔다고...

산에서 이틀을 도망다니다가 레인저와 경찰들에게 잡혀서 Puerto Natales로 이송되어 벌금 겨우 4000달러 냈다고 ㅠㅠ

 

중간에 마주치는 작은 폭포 물줄기들이 아래로 떨어지면 산에 올라가도 된다고 해서 뭔소린가 했더니만,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날엔 물이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잖아 ㅠㅠ 그런 날은 산에 못 간대...

 

공원에 아직 사유지가 남아있는데 다시 국립공원 경계에 세워진 표지판이 크리스가 레인저할때 친구랑 지고 와서 세운 거라고 ㅋㅋㅋㅋㅋ 개고생했다고, 표지판을 쓰다듬으며 잠시 회한에 잠김.. 그 심정 왠지 너무 이해가 되더라구 ㅋㅋㅋ

 

그리고 우리가 오른 곳에 일출이 장관이라... 밤새고 기다리던 등반객이 아침에 일어나다 굴러온 돌에 맞아 죽은 이야기도 들음.... 

크리스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항상 누가 죽어 ㅋㅋ

요크 경상도 아줌마가 좀 밝은 이야기좀 하라고 막 뭐라 함...

그 아지매 크리스 너무 대단하고 고맙다며 사진 찍어감 ㅋㅋㅋㅋㅋㅋ
 

아참 올라가는 길에 예븐 아기 부엉이도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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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도 역시 가파른지라 힘은 들었지만 성취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음.

사람들도 급 친해짐 ㅋㅋ 

스코틀랜드에서 온 처자 정말 대단한 트레커... 그토록 평온할 수가 ㅋㅋ

크리스가 그녀와 나를 폭풍 칭찬함...

어려서 산동네 살고, 산동네 학교 다니고, 엘리베이터 없는 4층 건물로 출퇴근한게 이런 데서 빛을 발하는구나 싶어서 뿌듯 ㅋㅋ

땀에 심하게 젖은 옷들을 일부 빨아서 널고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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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 휴가_Punta Arenas

hongsili님의 [안식월 휴가_Ushuaia] 에 관련된 글.

 

#1.

 

새벽 다섯시에 출발하여 안데스 산맥 중 유일하게 동서로 뻗어있는 부분을 넘음.

나는 자느라고 못봤는데 크자님 전언에 의하면 한계령 같았다고.... 눈발 날리는 가파르고 어두운 길...

하지만 라미로가 깨워서 일어났을 때 여기는 아름다운 만남의 빵집 Panderia de union ㅋㅋ

맛나다고 소문난 크로와상과 옥수수빵, 라떼 먹고 다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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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끝나지 않을것만 같은 3번 도로를 죽어라 달려 San Sebastian 에서 아르헨티나 국경을 통과, 이어서 비무장지대(?)를 지나 몇십분을 더 달려 드디어 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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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달려 드디어 마젤란 해협!!!

적막하면서도 세찬 바람과 파도가 넘실대는 검푸른 해협 앞에 멈춰섰을 때, 참으로 기이한 감정이 뭉게뭉게....

이 거칠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길을, 어떻게 마젤란은 감히 탐험해볼 생각을 했을까???

아래 두 번째 사진은 배 안에서 찍은 것.... 물살 장난 아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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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렇게 엄청난 바람과 물살을 헤치고 또 달리고 달려 드디어 Punta Arenas...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데, 나는 이 작은 도시의 이름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이 이름을 몰랐다면 이 여행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텐데.... 살다보면 참 작은 단서나 힌트들이 뜻하지 않은 먼 발걸음을 이끌게 만든다니까....

 

해변 근처 사보이 호텔에 짐풀고 간단히 시내를 둘러봄,

고즈넉한 항구마을 온통 마젤란의 기운이 살아숨쉬는 ㅋㅋ 오만한 마젤란 동상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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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마을에 왔으니 저녁은 당연히 생선요리와 쇼비뇽블랑!

도서관처럼 높은 선반까지 와인을 전시해놓고 사다리 타고 꺼내오는 모습이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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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하루는 글자 그대로 산넘고 들판을 가로질러 바다건너 기나긴 여정!
세상은 넓어라...

인간의 모험정신에 새삼 깜놀... 엣날에 여길 도대체 어떨게???

그리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벌판과, 소실점으로 사라져버리는 도로들.. 검푸르게 일렁이는 마젤란 해협의 물결들... 그 풍광을 도저히 잊을 수 없어라....

 

 
#3.

 

아침 8시라는 비교적 준수한 시각에 출발하여 사람들 대만족 ㅋㅋ

날씨가 약간 흐린 가운데, Punta Arenas 에 최초 정박했던 유럽 선박들 중 유일하게 보존된 유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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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다시 달려 Torres del Paine 국립공원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Puerto natales에 들르게 됨... 여기에서 맛난 점심먹고 선물센터에서 알파카 니트 장만 ㅋㅋ 

원래 전혀 생각지도 않은 품목인데, 오는 길에 마주친 알파카 때문에 충동 구매 ㅋㅋㅋ

하지만 여행 내내 아주 유용하게 입었다네... 따뜻하고 가벼워라....

 

이윽고 역시 포장, 비포장 도로를 번갈아 질주하여 드디어 Torres del Paine 국립공원 도착...

이동하는 동안, 체인 두르고 굉음을 내며 달리는 바이크 족도 만나고 (오토바이 타려면 이 정도 되는 길에서는 타야 어디 명함 내밀 수 있을 듯!),

과나코, 독수리 (black chested eagle), 라마, 알파카, 심지어 콘도르와 조우!

이토록 신기할 수가!!! 우린 동물원이나 사파리에 온 게 아니잖아.. 그냥 도로를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고 ㅋㅋ

과나코는 이제 심지어 서로 무심한 사이가 되어버렸을 지경.. 사람들 처음에는 한 마리만 봐도 막 사진찍고 그랬는데 이제는 쳐다보지도 않음 ㅋㅋㅋ

그리고 콘도르 정말 우아하고 멋져서 넋을 빼앗길 지경... 하지만 대 반전은 몸이 무거워서 땅에서는 바보라고 함... 날기 위해서 뒤뚱뒤뚱 걸어 언덕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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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Puerto Natales 에서 결합한 로컬 가이드 크리스 잘 생겼다고 크자님이 폭풍 칭찬하심....

은근히 가이드 외모를 모니터링하고 계셨지 뭔가... ㅡ.ㅡ


잘 생겼을 뿐 아니라, 야생동물 도감 꺼내놓고 마주친 동물 하나하나 너무너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데 완전 완전 믿음직스러움.


재밌는 이야기도 몇가지 해주었는데, 
몇년전 푸마가 산 아랫쪽으로 달려내려오며 과나코 쫓다가 과나코가 방향 급전환하는 바람에 마침 반대편으로 도망가던 가이드를 쫓아와 가슴팍을 공격해서 사망했다고..... 후덜덜
그리고 대부분 칠레 사람들한테 안데스는 항상 동쪽에 있는데 이동네만 달라서 헷갈리고 이쪽만 아르헨티나 사람들처럼 마테 차 마신다는 소소한 이야기.... ㅋㅋ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Torres del Paine 국립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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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말을 잃었음. 세상 가장 깊숙한 곳 비경을 보앗다고나 할까?
정말 뭐라 설명할수 없는 풍경.... 

옥색 호수 위에 걸린 무지개 따위는 이제 개나 줘버려 ㅋㅋ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고 황량한 아름다움의 끝판왕....

국립공원을 관통하여 숙소에 이르기까지 처음 만나는 종류의 아름다움에 다들 창밖만 뚫어지게 바라봄.... 그렇게 이곳에서의 첫날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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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 휴가_Ushuaia

hongsili님의 [안식월 휴가_Buenos Aires] 에 관련된 글

 

#1. 

새벽 댓바람 세시에 커피한잔 마시고 국내선 타러 3:30 출발, 공항에서 너무나 많은 인파보고 깜놀... 이 나라 여행자들은 참 부지런도 하구나..... 나라가 넓으니 첫 뱅기 시간도 5시 무렵....


비몽사몽 Ushuaia 에 가까워지니 태산준령이 바로 발밑에...

착륙하자마자 사람들이 미친듯이 박수를 쳤는데, 아마도 광경이 아름다워서??? 라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부에노스 아이레스 도착할 때도 역시 박수 세례..... 그 진정한 의미는 나중에서야 깨달음 ㅋㅋ

어쨌듯 도착해서 공항 게이트를 나서 마주친 광경에 다들 입이 쩍... 이건 겨우 공항 주차장일 뿐인데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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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중심으로 들어가면서 보니 도시도 생각보다는 컸는데 난개발 때문이라고... 여기까지 살러 오는 사람들이 없어서 각종 면세 혜택에 산업단지들을 육성하기는 했는데 그에 걸맞는 주택 공급이 원활치 않아, 산중턱에 무허거 건물 짓고 사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급수나 하수같은 서비스도 구비되지 않은 상태라지만, 이 나라 현대사 보면 이정도는 놀랄일도 아닌듯 ㅠㅠ

 

숙소에서 공지사항 공유하고 각자 자유시간...

일단 지인에게 감사 겸 자랑질 엽서를 우체국에서 부치고 환전...

나중에 다시 책을 읽어보니 이 나라 우편시스템이 엉망진창이라고... 엽서가 잘 도착할까 궁금했는데, 과연 귀국하고 나서도 엽서 받았다는 이가 아무도 없음... 이건 뭐여....ㅜ.ㅜ

 
Rough Guide 에서 소개하고 있는 "세상끝 박물관 Museo Del Fin Del Mundo" 는 본관 분관 모두 한심하기 그지없어서 막 조언해주고 싶음... 너에 왜 이것밖에 못하니.... 이 좋은 테마를 두고.... ㅜ.ㅜ

그나마 여권 스탬프가 유일한 특색이라면 특색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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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에서 토마토와 천도복숭아 사가지고 와서 크자님이 후리가케 덮밥에 미소 된장국 차려주심. 배터지게 먹고 비글해협 고고!

 

#2. 

어제 저녁 먹고 돈 계산 빨리빨리 못한다고 크자님이 라미로를 맹비난 하셨는데 (한국어로 ㅋㅋ)

이 날은 라미로보다 더 띨띨해보이는 현지 가이드와 함께 배에 탑승....

승선을 위해 작성한 명단을 들고 이미 표시한 사람들을 계속 쫓아다니며 사인했냐고....인간아, 아까 사인했잖아.... 젊은 애가 참 큰일일세 ㅋㅋ 이러면서 혀를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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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멀리 설산 아래 자리한 Ushuaia 의 모습에 빠져있다가

설명할테니 선실로 들어오라고 해서 갔더니만 그 띨 청년이 엄청 열정적인 역사와 지리 강의 시작... 솔직하게 흠칫 놀랐다오....ㅋㅋ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마젤란, 비글해협, 케이프 혼이 없었다면 남미 대륙을 빙 돌아가야만 했다는 이야기나, 유럽 정착민들 등쌀에 원래 선주민이었던 야마나 족이 모두 몰살했다는 이야기.... 흠!
현재 야마나 족에는 최후 생존자 할머니 단 한명만 살아계신다고... ㅜ.ㅜ 과나코를 따라 유목하면서 '소유' 개념이 없었던 이들이 정착민들의 목장에 들어가 양을 잡아가는 걸 견딜 수 없어했던 목장주들이 사냥꾼을 풀어 그야말로 '학살'을 했다는.... ㅡ.ㅡ

 

바다사자와 펭귄 닮은 새가 모여사는 섬을 지나쳐 가까이서 관찰하고 (띨 총각의 지삭 과시는 계속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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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등대섬 지나 야마나족 유적과 파우나 속성 관찰 위해 브릿지 섬 상륙... 
"세상 끝"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 황량함의 미학이란!!! 한참이나 눈을 뗄수 없더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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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올라 재미로 뽑기놀이 한판하고 진한 깔루아 한잔씩 나눠 마시고
띨 총각이 갑자기 나보구 배 운전해보래서 음주운전 ㅋㅋㅋ

술기운이 확 올라와서 미친놈아 니가 제정신이냐..... 라는 말이 육성으로 나올 뻔했지만, 은근히 재미있었음 ㅋㅋ 조류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나아가지 않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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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또 기나긴 저녁 ㅋㅋㅋㅋ  여기는 저녁식사가 신성한 의식이여.....

크자님 실신 일보직전 ㅋㅋ 일어난지 몇시간째냐고 눈치없는 라미로 또다시 맹비난... (역시 한국어로 ㅋㅋ)

 

 

#3.

 

푹 자고 응가해서 엄청 개운한 하루 시작... 사실 파타고니아 지역은 토질이 안 좋고 바람이 거세기 때문에 채소 재배가 쉽지 않아, 식당이나 호텔에도 그렇게 풀 반찬이 풍족하지 않은 편... 현미밥 먹던 나에게 여행 내내 약간의 화장실 스트레스가..... 이건 사실 히말라야 겨울 산행때도 경험했던 현상... 새삼 현미밥과 나물반찬의 위력 절감....


버스 타고 한시간쯤 달려 Tierra del Fuego 국립공원 트래킹
마젤란이 이곳을 처음 탐험했을때 선주민들이 불을 파워 서로 교신하느라 여기저기 연기가 나는 모습을 보고 지은 이름이라고...

알래스카에서 시작 혹은 끝나는 아메리카 횡단 도로 루트 3번의 종착 혹은 시작점과 조우... 정말 세상의 끝에 오기는 온 게야.... 모든게 여기서 다 끝나.... 박물과도, 등대로, 도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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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가이드에게 생태계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들으면서 가벼운 트레킹....


캐나다에서 들여온 비버 때문에 숲 망가진 이야기 들으면서 깜놀... 숲이 황폐화되고 있었음. 캐나다 나무랑 수종이 달라서 비버가 지나간 자리의 숲이 복원되지 않는데다, 또 여기에서 자란 비버들이 캐나다 것들과는 달리 털의 품질이 안 좋아서 사람들이 사냥도 안 하고 방치했기 때문에 무차별 번식해서 난리도 아니었다고.... 사실 걔네가 뭔 죄가 있나 인간이 문제지...


Bahia de Lapataia 트레일 코스 돌고 Lago Roca 호수 산책....


날씨는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이 심술궂고도 신비로웠음....

비와 눈보라, 뜨거운 햇빛과 무지개가 공존할 수 있는 것들이었나? 밝은 연두색 이끼와 생기넘치는 나무와 호수들까지 배경 삼아 도대체 이해할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 연출....

이것이야말로 황량함과 풍성함의 아름다움이 대동단결하여 공존하는 평화로운 세상? ㅋㅋ


아름다움에는 참으로 많은 결이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음. 그리고 고즈넉함과 평화는 신비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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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파테로 불리는 블루베리도 맛나고 인디언빵이라는 버섯이 귀여웠더랬지.


미친듯이 눈이 쏟아지는 가운데 따뜻한 산장에서 햄버거와 커피... 근데 산속에 웬 맛집? 사람들 깜놀하면서 완전 좋아함 ㅋㅋ

눈발이 거세져서 오후 트레킹은 포기하고 안내소에 들러 지역 생태계와 선주민에 대한 전시 둘러봄. 유럽 미친 놈들이 선주민 사냥하고 멸종시킨 서글픈 역사로 가득 차 있음.... 세상에 자비는 없어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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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고 돌아와서 내일의 긴여정에 대해서 공지사항 전달...

아침 다섯 시 출발이래, 다섯시 ㅋㅋㅋㅋ 사람들 반응이 국적을 불문하고 다 똑같음. 괴로워 미치려하는데 라미로 막 구걸함... 진짜 이게 마지막이라고 ㅋㅋㅋㅋ

나는 자랑질용 엽서 두장 더 사서 신과 주에게 보냄...

호연지기를 기르러 떠난다는 말에 어이없어 하셨던 융통성 없는 범생이 아저씨들에게 세상의 끝을 보여주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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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 휴가_Buenos Aires

월급 작은 우리 연구소의 비장의 활동가 유인책... 3년 근속 시 한 달의 유급 안식월 휴가..

나는 원래 작년에 쓸 수 있었는데 미친 듯이 일이 몰려드는 바람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가고, 올해는 꼭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작년 하반기에 덜컥 예약을 해버렸다.

돈이 어마무시하게 비쌌지만, 한 달씩이나 받은 휴가로 그저 가까운 데에 다녀오기는 아쉬운지라, 뭔가 멀어서 그동안 가지 못했던 곳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게 바로 파타고니아....

도대체 어디에서 파타고니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건지, 또 Punta Arenas 라는 도시의 이름은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모르겠으나, 내 무의식 어딘가에 설명 못할 로망이 자리잡고 있다가 툭 튀어나온 게다.

이러한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과, 할부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은 용기? (ㅜ.ㅜ)

 

물론 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 너무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십수년 전에 크라운을 씌운 어금니의 극심한 통증과 예상치 못했던 신경치료, 그리고 아빠의 통풍 재발로 인한 입원...  알코올 규제 보고서 마감은 이런 일들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었지.....   치통은 너무나 견딜 수 없어서, 불구대천 원수들이나 대역죄인들은 앞으로 치통지옥에 보내야겠다는 망상에 빠져들기도 했지... ㅡ.ㅡ

그래도 어쩌나.... 떠나야지....

 

#1.

 

뱅기 두 번 갈아타고 30시간 걸려서, 서울에서 줄기차게 땅 파면 나온다는 Buenos Aires 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만신창이.... 

첫 환승지 디트로이트에서 남긴 메모 "이제 40%의 비행 완료했을 뿐인데 다 죽어감. 홍삼즙 먹고 여행이라니 ㅠㅠ"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 입국장의 엄청난 환영 인파에 깜놀... 수많은 가족들과 손님맞이 영업맨들이 손팻말을 들고 큰 소리로 인사말과 따뜻한 포옹을 쉴새 없이 주고받는.... 여긴 정말 따뜻한 나라여 ㅋㅋ

호텔에서는 다행히 이른 시간인데도 체크인을 해주어서, 일단 씻고 좀 쉬었다 나들이 시작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일단 호텔주변 맛집을 전광석화처럼 검색하여 피자집 픽업.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많아 그곳 음식점도 많더구만.... 스페셜티 FILO 피자 먹었는데 겁나 맛있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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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슬슬 Santa Fe 거리를 통해 아테나 서점까지 걸어감. 아름다운 공간, 극장보존의 놀라운 창의성을 보여줌. 태양이 작렬하여 뜨거워 죽는 줄 알았으나, 가는 길 도중, 호텔에서 가까운 San Martin 공원에서는 전혀 다른 세상.... 시원하고 청량한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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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돌아오니 투어리더가 엘리베이터 옆에 붙여 놓은 공지사항....

이 인간은 손으로 글씨를 쓴 건가, 발로 쓴 건가.... 독해에 엄청난 시간이 걸렸지 뭔가... ㅡ.ㅡ.

특히 미스테리한 a의 쓰기 방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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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음 날 점심에 투어 미팅이 예정된지라, 오전에 자유 시간....

아침 먹고 catedral metropolis 방문 ㅡ 도대체 뭐가 그리 일급정보인지 겨우겨우 번역기 돌려서 미사 시간을 알아냈는데, 정작 가보니 인터넷 정보와 다름.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마침 딱 미사 시간.... ㅡ.ㅡ 크자님 꾀임에 빠져 미사 참여. 연로하신 신부님이 강론을 엄청 길게 열정적으로 하는 바람에 한 시간 반이나 진행... 어이쿠... ㅜ.ㅜ

엄마 선물로 여기 출신 프란체스코 교황 기념품 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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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Rough Guide에서 보았던 mustard attack 당함. 하지만 우리는 현명하게 대처함 ㅋㅋ 옷에 얼룩이 남았지만 그래도 털리지는 않음. 정말 책에서처럼 뭔가 옷에 튀었음을 감지하고 돌아본 순간, 닦을 휴지를 들고 친절한 아저씨가 갑자기 거짓말처럼 나타남 ㅋㅋㅋ 우리는 물론 노땡큐하고 직진.... 역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은 아니고, 최소한 쫄딱 망하지는 않는다는 진리....

 

#3. 

 

점심을 호텔 근처 카페에서 엄청 맛난 에스프레소와 페스트리 먹고 익스플로어 그룹에 조인, 리더 Ramiro 설명 듣고 서로 인사 ㅡ 투어 그룹은 런던, 맨체스터, 요크, 시드니, 홍콩, 한국 등 다국적군으로 구성됨.

이후 로컬 가이드 안나와 함께 시내 투어. 대통령궁 ㅡ 오월 광장 ㅡ San Telmo 벼룩시장 ㅡ Boca 지구 ㅡ 신도시 거쳐 Recoleta cemetry.

 

오월 광장 어머니들의 하얀 스카프 이야기 듣고 숙연해짐. 감히 아무도 저항하지 못하던 엄혹한 군사독재정권 시절 아기 기저귀를 상징하는 하얀 스카프를 두르고 엄마들이 ㅠㅠ

경제부를 비롯한 정부 주요 청사와 대통령 궁, 의회가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데모하기는 딱 좋다는 오월광장...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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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동하여 San Telmo 거리의 주말 벼룩시장 구경.... 시장 한 가운데에서는 즉석 공연....

 

탱고는 영화에서처럼 날렵한 선남선녀들이 아니라, 나이도 많고 후덕하신 분들이 추는게 오히려 포스가 느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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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미 불평등 심한 거야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말 심하기는 하더라니....

이주민들이 초기에 남쪽 구역에 정착했다가 북쪽으로 이주하면서 전반적으로 남쪽 구역의 동네들이 황폐화했고, Boca 지구는 전형적으로 쇠락한 동네 중 하나....

마을을 되살려보겠다는 예술가의 열정 덕에 아름다운 색채로 물든 이색 관광명소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보는 마음이 편치는 않음.... 뭐랄까 빈곤을 전시한다고나 할까? 이동하는 길에 마주한 구 항구지역의 황폐함과 달동네는 초라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비해 신도시는 분당이나 뉴욕 저리 가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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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leta 묘지는 생각한 것과 매우 다름. 통상적인 묘지에 비석이 세워진 곳인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영생을 누리겠다고 돈지랄들을 한 건지 ㅠㅠ

마침 전 날이 여성의 날이라 에바 페론의 묘지에는 꽃이..... (사실 일년 내내 이렇게들 꽃을 가져다 둔다고..... 페로니즘도 참 특이한 정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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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어제 봐둔 El establo에서 스테이크에 와인, 대박!!!

이렇게 맛있는 고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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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가 넘어야 식사가 시작되는 괴이한 풍습에 놀라기도 잠시...

내일은 Ushuaia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3시 30분에 출발해야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

사람들의 괴성에 라미로가 이번 한 번뿐이라며 막 달램.... 이렇게 희대의 사기극이 시작된 것이었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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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눈꽃 트레킹

지난 달에 다녀온 여행을 이제사 정리...

도대체 트레킹과 등반의 차이가 뭔지 아직도 모르겠는데,

트레킹으로 알고 병약한 박박사를 꼬드겨 같이 갔다가 산에서 살해의 위협을 느꼈더랬다.

소개글을 대강 읽어서 4km 만 눈에 담아 두었더니, 오르막길만 4km....  심지어 둘레길 정도의 산책이 아니라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마냥 쉽지만은 않은 코스...

 

광주에 혹은 광주를 기점으로 삼아 남도 지역을 무수히 다녀보았지만, 막상 무등산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환상적인 풍경 사진을 보고 냅다 신청했지만, 가는 도중에는 날씨가 하도 따뜻해서 눈꽃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안내를 들어야 했다. 

그래도 신기하게, 산 입구에 들어서니 눈이 아직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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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거짓말 같이....

조금 올라가니 믿을 수 없는 아름다운 정경들이....

날도 춥고, 생각보다 등반객들이 많고, 심지어 오르막길이 꽤나 길어서 힘들기는 했지만 정말 풍광은 굉장했다.  흩날리는 눈발과 안개낀 눈꽃 숲은 몹시도 아름다웠다.

그 높은 곳의 주상절리가 신기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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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오랜만의 산행이라 힘들기는 했는데,

옆의 환자가 폐를 쥐어짜는 듯 헥헥거리고 있어서 도저히 힘든 내색도 할 수 없었다. ㅡ.ㅡ

정말 나를 죽일 것 같았지... 나도 피해자라 말해도 소용 없었다는... ㅜㅜ

하지만 내려오는 6km 의 눈덮인 조용한 임도는 완만하고도 포근한 산책로 그 자체여서 그간의 어려움을 모두 상쇄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돌아보니 벌써 한 달 전이다...

저런 아름다움과 장엄함의 기억을 에너지로 삼아, 또 일상의 삶을 이어간다.    

어영부영하다보니, 이제 봄나들이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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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인간의 시대.. 흑....

앙드레 고르 할배께서는 일찍이, 생산력이 눈부시게 발전하니 이제 기본소득 받으면서 최소한의 억지 노동만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뭔가 보람찬 일을 하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아름다운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제레미 리프킨은 천만의 말씀, 생산력이 눈부시게 발전하니 이제 인간 노동력 필요없음, 노동의 종말 시대가 올 것이로다... 인간들 불쌍해서 어쩌나.... 대안 에너지 산업 같은 다른 일자리 만들어야지 안 그러면 큰일난다고 충고하셨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자면, 심정적으로 앙드레 할배를 지지하지만 제레미 할배가 현실에 더 잘 부합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주에 읽은 미국 정치학자 크렌슨과 긴스버그의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는 비단 생산의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에서도 잉여인간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 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 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
매튜 A. 크렌슨 & 벤저민 긴스버그
후마니타스, 2013

 

오호 통재라... ㅜ.ㅜ

노동시장에서도, 정치의 장에서도 이제 인간들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니... 우리는 이제 매트릭스에 에너지나 공급하면 되는 존재들이란 말인가...

 

*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 참여의 '기술적' 기회는 증진되고 있는데, 그깟 '사람'쯤은 필요도 없는 정치라니.... 이 책에서는 정치엘리트들이 더이상 대중을 동원하지 않고, 그들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권력을 유지하고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진단한다. 

 

자들은 이를 '대중민주주의'와 구분해 '개인민주주의'라고 지칭했다. 그들이 보기에 이러한 현상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낸 에피소드라면,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동료 시민들을 돕기 위해 뭐라도 하려 했던 애국적 시민들한테 부시 대통령이 했던 말 - 뒷수습은 정부가 알아서 할테니 시민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하던 대로 열심히 쇼핑을 하면 된다고 했던 것이다. 이건 미국 건국 이래 전쟁을 하기 위해 더 많은 이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징병을 하고, 또 집권을 위해 노동자를 조직하고 소수인종 지역사회를 조직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바야흐로, 시민들의 참여나 지원, 적극적 의지의 표명 따위는 개나 줘버려야 국정운영이 제대로 된다는 것이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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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의지를 대표한다는 좋은 뜻이든, 대중을 이용해먹었다는 나쁜 뜻이든, 정치엘리트들은 그렇게 '대중'으로부터 권력의 기초를 확보했고 그들이 있어야 무언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소위 '개인 민주주의' 시대에는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권력에 접근하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다.

 

예측하기도 어렵고 조직화에 노력이 필요한 대중들은 없어도 그만이다.  엘리트간 갈등 수준이 높아질수록 정치적 지지를 동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따라서 대중 참여도 증가할 것이라는 고전적 대중 동원이론은 이제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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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노동현장에서 지역사회에서 시민들을 조직하고 동원하던 수고로움을 이제는 시장, 법원, 행정절차가 '덜어주고' 있다. 

 

정당들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더이상 기울이지 않으며 막대한 선거기금을 활용한 공중전에 집중한다. 그러다보니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한 '정쟁'이 격화되고 일반 시민들의 정치의욕은 더욱 약해진다. 예비경선, 정당 공천 없는 선거는 정당정체성이나 평소의 정당 조직화 수준보다는 이슈나 이념, 정책 선호에 따라 향배가 결정된다. 교육받은 중상계급의 관심과 선호, 참여가 상대적으로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정치 또한 대중을 탈동원화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강한 주장을 갖는 의견과 조직화에 드는 비용을 대신해주며, 그 결과는 '집단'의 의견이라기보다 '개인의 합'으로서의 의견일 뿐으로 간주되며, 무엇이 의제가 될지를 사전에 결정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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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 생각하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전문적 기술역량을 갖춘 (심지어 한국에서는 댓글달기 능력까지 있어야 하잖아.. ㅜ.ㅜ) 관료체계는 행정과 정치를 분리시켰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되면 행정은 대중을 '동원'하는 일 따위에 관심을 가져서도 안 되고, 가질 필요도 없다. 시민은 이제 주권자가 아니라 행정서비스의 소비자가 된다. 

 

이러한 흐름의 본격화된 것은 소위 '혁신의 시대 (Progressive era)'였다고 저자들은 진단한다. 당시 혁신주의 흐름은, 기존의 정치/경제/사회 체제가 부패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진단하고 이를 '깨끗하고 효율적인' 체계로 변화시키는데 초점을 두었다. 이 과정에서 정당제도, 선거제도, 관료제의 부패와 비효율이 주된 개혁 대상이었고, 당연히 이를 통해 '정치의 영역'은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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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시민단체들도 풀뿌리에서 시민들을 조직하고 힘으로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을 압박하기보다 워싱턴에서 로비를 하고 씽크탱크를 운영하고 소송을 통해서 원하는 것은 얻는다.

메일링리스트로만 존재하는 회원들은 회비만 내주면 그만인데, 그나마 소송이나 정부 기금을 통해서 재원을 마련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개미회원들의 회비도 그리 절박한 것은 아니다.  

 

노조도 조직률은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중앙무대에서의 로비를 통한 정치활동은 더 활발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낯설지 않게 된다. 

 

제도적 차원에서 적극적 차별 시정 정책을 강화하고 소송을 통해서 그 범위를 확장하고 지키는 것 또한 집단 동원과 투쟁을 약화시키고 소수인종 중상계급을 분리하여 불평등 강화로 이어졌을 뿐이다.   

 

시민단체들의 의제 또한 탈동원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오늘날 시민운동을 대표하는 생태주의, 삶의 질을 표방하는 탈물질주의적 지향은 중산계급의 담론이다. 즉 물질적 복지보다는 안락함과 지위, 심미적 만족이라는 부유한 엘리트들의 협소한 욕망이 운동의 초점이 되면서 삶의 조건 개선을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조직하고 동원하는 것은 그닥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버렸다. 저자들은 극단적으로 "탈물질주의는 가난을 비껴간 시민들의 신념"이라고까지 단언한다. 

 

 

*

예전에는 공립학교를 개혁하기 위해 학부모가 지역사회가 조직화를 하고 항의를 했지만, 이제는 바우처를 이용해 더 나은 학교로 이동해버리면 그만이다. 바우처 제도야말로 공공정책을 '사적 결정'으로 순치한 어마어마한 수단이다. 민영화의 어떤 메커니즘보다 확실하게 시민을 '고객'으로 바꾼 것이 바로 이 바우처 제도라 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구호는 '정치적인 것이 개인적인 것'으로 뒤집혔다. 그래서 바우처 제도 반대쪽에서, 집단적 저항운동은 개인의 '봉사활동'으로 순치되었다. 정치활동은 혼란이나 모호함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성취와 역량 강화가 동반되는 개인들의 그 무엇이 되었다. 여기에서 자발적 행동주의는 집단적 반대를 사회봉사와 치유 노력이라는 풍경 속에 은닉'하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

이 책의 문제의식과 진단에 동의하면서 장탄식을 늘어놓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탈동원화의 문제가 한국사회만큼 극적으로 진전된 곳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국민경선제니,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같은 정당 자해적 개혁조치가 정당으로부터 나오고, 또 시민사회에서 수용되는 현상을 보면 그야말로 곡소리가 절로 날 지경이다.  아주 꼴도 보기 싫은 바우처 제도에 대한 비판이나 '봉사' 문화에 대한 지적,  소위 '정부혁신'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탈정치/탈동원화의 문제에 대해서도 100% 동의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 책을 읽는 내내, 결국 저자들은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과거' - "대중민주주의가 펄펄 살아 숨쉬던 그때가 좋았지" 라며 실재하지 않았던 ideal 에 사로잡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암묵적으로 저자들이 지향하는 '대중민주주의'란 것이 도대체 뭔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행진을 하는 것, 노동조합에 정당에 등록을 하는 것, 투표장에 적극적으로 달려가는 것. 이런 것이 대중 민주주의의 전부인가??? 

게다가 저자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의심', 활동에 대한 '의심'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에 이타적 인간은 존재하지 않고, 연대나 헌신은 과거 그 어느 시기에 존재했다던 전설 속의 그 무엇이 아닌가 싶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시민단체라는 것들은 다 자기 조직 보전하려고 활동하는 거다, 소위 '직업적 사회운동'은 소수의 상근 직원들에 의해 운영되며 오로지 상상된 이해 당사자들을 대표한다, 집단 소송이라는 게 결국은 변호사들이 돈벌이하려고 조직하는 거다, 담배 소송처럼 정부나 시민단체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하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배상이 돌아가기보다 결국 타협과 야합으로 끝나서 해악은 계속되고 정부나 시민단체, 변호사들만 돈번다, 넷스케이프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부당독점으로 기소한 것은 시장에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으니 시장과 광범위한 대중이 아닌 '판사만 설득하면 되는' 법정으로 가져간 것이다, 더많은 의료보장을 위해 지출하라는 '이익단체'는 절대로 저절로 생겨나는게 아니라 기업가적 정치인들이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건, 사실 한국사회에 굉장히 익숙한 레토릭이다. 시민단체 명망가들이 다들 나중에 자기 출세하려고 이용해먹는 거다.... 그런데 결국 이런 논리가 가져온 것은 엄청난 탈동원화와 무력화 아닌가 말이다.

저자들이 생각하듯 세상에 선의, 연대의 진심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대중 민주주의란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세상에는 충돌하는 '이해관계'만이 존재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고 (무엇을 위해서인지는 모르지만) 권력을 둘러싸고 투쟁하는 것만이 정치이고 대중민주주의인가???

 

이를테면 환경이슈가 반드시 중산층의 탈물질주의적 지향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 빈곤지역에 환경피해가 집중되는 환경 부정의의 문제이자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의 전국민건강보험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모두 다른 속내를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거대공룡 마이크로소프트의 부당행위에 맞서기 위해 넷스케이프가 법정이 아니라 시장에서 정정당당하게 (?) 싸워야 했단 말인가? 소비자들을 조직해서 불매운동이라도 했어야 한다는 말인가???   

 

한 마디로... 이 저자들의 밑도 끝도 없는 인간 불신에 기분이 나쁘다.. ㅜ.ㅜ

이렇게 인간을 못 믿으면 대중민주주의 절대 못하는 거 아닌가???

 

 

*

그래도, 저자들이 지적한 요소들 - 시장, 관료제, 여론조사, 로비와 씽크탱크 같은 - 이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대중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있는가, 유심히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같다. 한국은 진보고 보수고 간에, 미제라면 다들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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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위안에 대한 이야기들

지난 한 주는 참, 어두운 소식들이 끊이지 않는 이상한 한 주였다. 초현실적이었던 박상표 선생님 부고도 그랬고, 친한 지인들의 개인적 수난들도 참 그로테스크했다... 

정말 인생은 고통으로 가득찬 망망대해인가 싶다.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이 우리를 진정으로 구원할 수 있을까? 

우연히도, 지난 2주 동안 삶에 대한 책과 영화를 읽고 감상했지만, 정작 이런 일들에 대처하는데 어떤 용기와 지혜를 주었는지는 잘모르겠네 그려.. ㅡ.ㅡ 

 

 

#. 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행복의 건축
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11

 

지난 가을 무렵에 문을 연 동네 도서관에는 새 책이 그득했다. 읽고 싶었던 리차드 세넷의 책들, 사회과학 서적들은 찾아보기 힘든데 그대신 예술이나 문학, 소프트 버전의 인문학 서적들은 꽤나 갖춰져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모두 반딱거리는 새 책이라는 점이 장점....

보통의 이 책은 사실 제목을 '행복의 예술'이라도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작정하고 예술을 의도한 작품과 달리 건축물이란 일상 속에 존재하고 특히나 '실용성'이라는 목표가 있는만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고 감상할 지점이 있는 예술품이라 할 수 있겠다.  

가장 마음에 남는 문장들은 이것들이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작품이란 우리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투사를 견딜만한 내적 자산을 갖춘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도모른다. 그런 작품은 좋은 특질을 단지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체현한다."

(나같은 경우) 예술작품이 감상 당시의 맥락이나 감정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비해, 돌이켜보면 정말 위대한 작품들에서는 그런 감정과 맥락 없이 그 자체로 경이와 감동을 느꼈던 것 같다. 

"사회는 무엇이든 자기 내부에 충분하지 않은 것을 예술에서 찾고 사랑한다...."

그러게나, 각박한 기술문명사회는 자연을 동경하고, 기술적으로 낙후된 사회는 '첨단'의 이미지를 선호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 사회는 독특하다. 이제는 기술/첨단/규모에의 집착을 버릴 때도 되었다 싶은데 말이다.   

노발리스라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예술작품에서는 질서의 베일을 통해서 혼돈이 아른거려야 한다'. 정말 탁월한 진단이 아닐 수 없다. 

 

 

#. 알랭 드 보통 <철학의 위안>

 

철학의 위안 -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철학의 위안 -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12

 

그야말로 다양한 '위안'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위안을 얻으려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만일 위안이 필요해서 읽었더라면 대실망했을 것 같다. 절박하게 위안이 필요한 급성기 환자보다는, 만성적으로 인생에 회의하는 이들에게 살짝 고개를 돌려보라고 제안하는 일종의 nudge? 정도로 생각하면 충분할 듯하다. 

책은 크게 여섯 가지의 위안이 필요한 사람 혹은 상황에 대해서, 여섯 명의 철학자들의 입과 생활을 빌어 '그렇지 않아' 라며 이야기하고 있는데, "인기없는 존재 - 소크라테스 / 가난한 존재 - 에피쿠로스 / 좌절한 존재  - 세네카 / 부적절한 존재 - 몽테뉴 / 상심한 존재 - 쇼펜하우어 / 어려움에 처한 존재 - 니체" 가 그것이다. 

 

문제는, 스스로 저런 상황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감히 언급된 철학자들의 처지와 가르침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을 것 같지는 않더란 말씀.... 

이를테면 모든 통념에 대한 질문하고 세상의 부조리를 드러냈기 때문에 사람들을 온통 불편하게 만들었던 인기없는 존재 소크라테스를 이야기하며,  "소크라테스의 예를 따라서, 늘 이성의 명령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한다면, 우리는 최고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이야기하는데, 글쎄다. 많은 사람들이 인기가 없는 이유가 그들이 세상과 불화하는 소크라테스, 혹은 랭보나 보들레르이기 때문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ㅡ.ㅡ  

 

또한 정상과 비정상성에 대한 편견을 비판하고 현학을 멀리했던 몽테뉴의 가르침을 따라 "평범하고 도덕적인 삶이라면, 비록 지혜를 얻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우둔함에서 결코 멀리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성취를 이룬 삶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위안을 얻을만큼 우리가 순진하지는 않다. 

"철학의 임무는 우리의 바람이 현실세계의 단단한 벽에 부딪힐 때에 가능한 한 부드럽게 안착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는 동의하지만, 이것이 정신승리와 현실 굴종의 내면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한에서 말이다. 

 

사람들은 이런 책 혹은 이런 종류의 위안/힐링 강연에서 도대체 무엇을 얻는 것일까? 보통이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 거듭 이야기했듯,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사람들은 도통 알지 못하고, 수학이나 문학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가르치는 학교가 필요하다는 진단과 무관하지 않겠지...

 

 

#. 벤 스틸러 감독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너무 전형적이긴 한데, 순간순간 빵 터지는 코미디와 아름다운 풍광에 나도 모르게 마음을 뺏겨버린 영화라고나 할까.... 사실 아무 데도 가본 곳이 없고, 특별한 일이라고는 없는 월터의 일상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왔기에 딱히 로망을 가질 만한 것은 없었지만, 어쨌든 모험을 떠나는 소심남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고 응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그린란드 항구 마을, 아이슬란드 화산 도시, 아프가니스탄 산자락이 모두 사실은 아이슬란드 였단다. 시규어 로스의 뮤직비디오에서 마주쳤던 풍광을 떠올렸었는데 역시나....

 

누군가 '현재' 우울한 사람이 있다면 알랭 드 보통의 '철학의 위안' 보다는 이영화를 추천해주겠다.

 

 

#. 연상호 감독 <사이비>  

 

사이비

 

이 영화는 '위안'이라는 단어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말종이 진실을 말하고, 신을 참칭한 사이비들이 그 인간말종으로부터 응징을 당한다.

 

하지만, 이런 인생의 아이러니는 이 영화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의 일부에 불과하다.

터무니 없는 사이비로부터 진정한 위안을 얻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진심어린 표정이야말로 이 세상이 얼마나 난해한 곳이며 인간이란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를 보여주었던 것 같다. 보상금을 모조리 기도원 건립기금으로 갖다 바친 마을 주민들, 치료약이 아니라 반석 샘물을 마시며 병을 키워나가는 마을 주민의 모습에서 우리가 본 것은 광신자들의 기괴함이나 어리석음이 아니었다. 답답해 미칠 것 같았지만, 어쩐지 그 평화를 깨뜨리면 안 될 것 같았다.  

 

또한 세월이 흐른 후, 신을 비웃으며 사이비들을 응징했던 인간 말종이 자신만의 '진정한' 신앙으로 귀의해 있었다는 사실도 맘을 착잡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이비가 아니라 '진짜'라면 괜찮은 거였던 것일까? 진짜와 사이비를 가르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영화가 너무나 리얼해서, 실사가 아닌 굳이 애니메이션으로서 갖는 장점이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보았는데, 아마도 저 끔찍한 상황이 실사가 아니라서 조금 덜 부담스럽게 직면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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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학교 활동 정리

 

사람들이 내가 토종 서울 녀자라는 것을 알면 약간들 놀라는 경향이 있지만 (도대체 왜?) 

나란 녀자, 사실 농활을 빼놓고는 농촌에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

게다가 농사일은 어찌나 몸에 안 맞는지, 농활이 열흘이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더 길었다면 도망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쪼그려앉기는 정말 쥐약.. ㅜ.ㅜ

하긴, 본 1 때 갔던 Y 마을은 너무 외지고 일도 힘들어서 (여름담배농사... ㅡ.ㅡ) 하루에 두 번 다니는 버스가 마을길을 지날 때마다 팀원들이 넋 놓고 버스 꽁무니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했더랬지....  지금 생각하니 참... ㅋㅋ

 

하여간, 과거는 이러했지만, 미국에 사는 동안 체리가 너무 맛나서 나중에 마당있는 집에 살면서 체리나무를 키워 배가 터지도록 먹어보자 하는 생각을 잠시 했더랬다. 

 

하지만 아무래도 농사는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주말농장에 다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그래도 뭔가 내 손으로 키워보고 싶은 마음은 있고...  그러다 우연히 도시농부학교 이야기를 듣고 바로 이거다,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침 지난 가을에 지역에서 도시농부학교가 열리길래 냅다 신청....

 

일단,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농사라는 한 가지 목적으로 모인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물론, 여전히 농사짓기 방식은 나의 적성과는 잘 맞지 않는다.

이를테면 이런 것 말이다. 천연 농약이나 비료 만들기 방법은, 어쩌구저쩌구 재로를 만들어 물에 1백배 ~ 5백배 희석해서 사용하라는 거다. 1백배에 5백배라니???  confidence interval 이 너무 넓지않냐는 말이다.. ㅡ.ㅡ 그리고 정리된 매뉴얼을 안 줘 ...

프로토콜에 따라 일을 하고 자료를 분석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게 다 부담이다 ㅋㅋ

 

하지만, 이런저런 우여곡적을 겪어가며,

특히 지난 해 하반기처럼 미친듯이 일이 바빴던 시절에, 조금씩 짬을 내서 코딱지만한 밭을 둘러보고 물을 주고 비료를 만드는 과정은 정말 뭐라 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에는 배추 떠내려갈까봐 걱정하고, 비가 그치면 민달팽이가 내 배추 다 뜯어먹을까봐 걱정하고.... 비싼 말보로 담배 얻어다가 맥주에 섞어서 달팽이 덫도 설치하고, 쪼그리고 앉아 나무 젓가락 들고 달팽이랑 벌레를 잡아내던 그 날들...

배추 안 쪽 깊숙이에 몸을 또아리고 있던 초대형 토실토실 애벌레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침 일찍 밭에 갔다가 그 놈을 마주하고 혼자 비명을 질렀더랬지... 차마 발로 밟을 수가 없어서, 바위로 내리쳤던 (뭐야, 더 잔인해보이잖아.. ㅡ.ㅡ)...

어쨌든 마지막 수확 때에는 정말 감격만세 찍을 뻔 했다니까 ㅋㅋ

 

2013/09/03 정성껏 거지같이 심은 배추 모종...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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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4 배추가 벌써 달팽이의 공격을... 과연 얘네들이 잘 클 수 있을까 걱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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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2013/9/27, 10/05

하지만, 이건 우리가 평소에 보던 배추가 아니라 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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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4 배추는 날로 옆으로만 퍼지고, 사진을 보신 엄마가 의심을 하기 시작.... "니가 심은 게 배추 맞냐?" 응??? 잎사귀도 어찌나 억센지, 손가락을 다칠 지경... 선생님은 저절로 결구가 되는 품종의 배추라 묶어줄 필요가 없다고 하셨는데, 왠지 혼자 결구할 것 같지 않은 느낌적 느낌....  달걀껍질과 현미식초로 만든 칼슘비료 열심히 뿌리며 기다리고 또 기다림....

파는 아무리 쪽파를 심었다지만 저렇게 미세하게 가늘 수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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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3 어쩐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나 생장할 법한 야생배추의 탄생이 예고되는 마당에...

심지어 주차공원 관리아저씨마저 나한테 배추 좀 묶어주라고 조언을 하실 정도...

 

2013/11/08 주중에  같은 조원인 로피쉬가 귀한 지푸라기를 구해다가 드디어 배추를 묶어 주심... 배추야, 제발 이제 속을 채워다오.... 나는 파란 잎보다 보드라운 하얀 속 부분을 더 좋아한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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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1 드디어 수확..

배추를 열 포기 심었지만, 두 포기는 중도 사망, 두 포기는 너무 알이 작고 벌레가 많이 먹어서 포기... 그래도 여섯 포기라는 경이적인 수확률을 기록하고, 갓과 쪽파, 무우도 극소량 수확.... (사진 속의 쪽파와 무우는 세 사람의 수확물을 합친 것 ㅋㅋ)

막판에 묶어준 덕택에 배추가 제법 배추다운 모습... 

어찌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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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에 진딧물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 있는데, 우리 집은 담가놓고 씻을 곳이 없어서 부모님 댁으로 운반..... 결국 욕하면서 엄마가 다 다듬어주심 ㅋㅋ

무우가 하도 작다보니, 엄마가 혹시 열무를 심은 거 아니냐고 물어보심... ㅋㅋㅋ 그러게, 우리도 뽑아보고 깜딱 놀랐다니까.... 이건 뭐 무우 미니어처, 분재라도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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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확물들 중 무우는 엄마네 집 김장에 기념으로 들어갔고 (엄마가 나중에 나 다 먹으라고 ㅋㅋ)

나머지는 우리집에서 연구소 샘들하고 나눠 먹음....

배추는 겉절이와 배춧국 5인분, 갓도 겉절이 재료로, 그리고 3명이 수확한 쪽파는 달랑 파전 두 장 ㅋㅋ

하지만 어찌나 배추, 갓, 쪽파가 달고 맛있는지, 사람들 깜놀....

3개월 농사가 세 시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마법이라니... 

 

*

올해 가을에 또 하면 더 능숙하게, 당황하지 않으면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도시농부라는 말이 너무 예쁘면서도 씩씩해보이지 않나?

새삼, 농약의 중요성도 깨닫고 ( ㅡ.ㅡ 정말 생계로 짓는 농사인데 그렇게 벌레가 많으면 울어버리고 싶을 듯) 날씨와 절기의 변화라는 자연의 힘도 절실하게 체감하고...

지인들과 협동해서 뭔가 꼼지락꼼지락 일을 함께 한다는 것의 뿌듯함도 맛보고.....

이러니, 도시농부활동을 2013년 최고의 보람 사건으로 꼽지 않을 수가 없었더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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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돌아보며

원래 이런 글은 2013년 12월 30일이나 31일쯤 쓰여야 제 맛인데,

삿포로 여행 다녀와서 숙취와 (ㅜ.ㅜ) 아마도 인류 최후의 날까지 쪼아댈 것만 같은 마감의 압박에 그럴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언제 2014년이 왔는지 모르겠어... 흑....

여행 가 있는 동안 2013년은 어떠했는지 잠깐씩 돌아보며 몇 가지 키워드를 정리해두기는 했었다.

1. "보람"

#.

별로 고민할 것도 없이 대번 떠올린 것은 도시농부 활동이었다. 불질을 놓고 있던 차라 그 소중한 기억들을 그때그때 남기지는 못했지만, 정말 소중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조만간 정리를 해야지...

사실, 지난 해 유난히 프로젝트에 쫓겨서 정말 정신이 없었는데, 그나마 코딱지만한 밭에서 땀흘리며 마음을 쏟아붓는 그 시간들이 없었더라면 정말로 마음은 황폐해졌을 것이다. 남들은 주경야독을 한다지만, 낮에는 일하고 밤에 가서 밭을 가꾸는 이중생활 ㅋㅋ

 

#. 

처음 작업을 시작했던 시점으로 따진다면 거의 3년이나 걸렸던 반도체 건강영향에 대한 리뷰 논문을 드디어 마무리를 했다. 좋은 코멘트를 해주고, 발표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자료를 찾아주고, 영문 교정을 도와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도 완성을 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논문들에 '하나의 케이스'로밖에 헤아려지지 못한 노동자들의 건강과 노동권을 보호하는데 이런 작업이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랄 뿐이다.   

 

#.

비판적 실재론에 대한 조금 더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싶어 S 선생님의 대학원 수업을 한 학기 동안 청강했다. 비단 실재론 뿐 아니라 사회과학에 대한 메타과학적 접근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강의와 읽기자료들을 조금 더 정리해둘 필요가 있겠다.

 

2. "즐거움"

 

#.

사실 (주지육림 때문에 힘들어서) 즐거움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ㅋㅋ

연말의 북해도 여행은 어쨌든 반가운 얼굴과 맛난 음식, 아름다운 풍광이 함께 했던 나날들이었다. 작년에는 특히 나들이를 몇 번 가지 못했는데 그나마 연말에 아쉬움을 달랜 격....

 

#.

닐 게이먼이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더랬다. 그의 샌드맨 시리즈, 이어서 일본 여행 즈음하여 외전, 샌드맨의 사랑스러운 누나 DEATH 의 이야기를 읽었다. 이 언니 너무 멋지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녀, 세상의 문을 닫고 무대를 정리하는 그녀...

그녀가 이토록 매혹적이기 때문에 지상의 누구도 그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평생(?)의 과업이었던 Sigur ros 의 내한공연을 관람한 것은 역시 대사건이다. 물론 다른 공연들도 여럿 보았고 다들 좋았지만, 이 공연은 특히나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

예전에, 김광석이 1년에 수백번씩 공연을 하던 시절, 항상 다음 공연에는 꼭 가야지가야지 했는데 어느 날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버렸고, 그 때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인생에 유보는 없다는 것.... 할 수 있으면 미루지 말자고..... 

 

3. "당혹"

 

#.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한 일들 만큼이나 황당한 일들도 적지 않았다.

아마도 가장 황당한 것은 박사원정대에 참여했던 두 박사의 발병 아닐까 싶다. 한 박사는 소위 선진국형 중증질환에, 또 다른 박사는 소위 후진국형 소모성 질환에.... ㅡ.ㅡ

심지어 두 사람이 진단 시기도 비슷하고, (엄청난 중증도 차이에도 불구하고) 치료 경과마저 비슷하여 아연 실색....  둘 다 처음 입원했을 때에는 하루 간격으로 두 병원을 뛰어다니며 문병을 하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으니... 지금 돌아봐도 참 어이없는 일이기는 하다. 당사자들도 어이 없어 하기는 마찬가지 ㅋㅋ 

지금이야 어쨌든 고비들을 넘기고 다들 평정을 되찾았지만, 가히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

일터에서 한 사람이 퇴직하면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각자 처한 입장이 다르니 똑같은 사실을 두고도 그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감정적 반응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진심으로 대했던 모든 시간들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게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다.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민간기업에 다니는 친구들한테 이야기했다가 욕만 한 바가지 먹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개인적 배려'로 처음부터 근무시간/임금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나와 연구소를 비난했다. 이미 처음부터 잘못된 시그널을 충분히 주었기 때문에, 나중에 원칙 운운 해봤자 역효과가 난다는 주장이었다.  일견 수긍할 수 있으면서도, 여전히 회의는 남는다.

우리가, 대안적 세계를 지향한다는 연구공동체에서, 근태를 칼같이 점검하고 그걸 또 임금에 반영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 특히나 연구 활동이라는 것이 출근해 있는 시간에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쨌든 두고두고 씁쓸함을 남긴 사건이었다...

 

4. "후회"

 

뭐 후회할만한 일들도 널려 있다만... 단연 가장 후회스러운 일은

부모님과 함께 떠나려던 큐슈 여행이 취소된 것이다.

여행 일정 다 잡아놓고 아빠가 갑자기 통풍이 발병하는 바람에 그리 되었다....

그래서 경주라도 구경시켜 드려려 했는데, 그 때도 마침 무릎 통증이 재발하여 도대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 조금 더 건강하고 젊으셨을 때 모시고 갈 것을, 이제는 정말 영영 어디디에도 갈 수가 없겠구나 하는 회한이 몰려왔다.  

그런데 또 이러한 회한의 특징은 평소에 잊혀졌다가 결정적 순간에 다시 반복된다는 것이다.

날이 좀 풀리면 나들이를 시켜드려야 하는데, 그런 때는 넋 놓고 딴 짓하다가 날 추워지면 아이고, 그 때 갈 것을.. 하는 뻘짓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ㅜ.ㅜ

정말로... 국내 여행마저 불가능해지기 전에, 올해에는 꼭 따뜻한 남도 여행을 시켜드려야겠다... 

 

5. "아쉬움"

 

계획했다가 하지 못한 일들 또한 '무수히' 많은데, 특히 아쉬운 것은 프로젝트들에 밀려서 나들이를 충분히 다니지 못한 것, 불질을 거의 개점휴업한 것.. 그리고 몇몇 지인들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북클럽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중간에 중단된 것이다. 

 

전반적으로 '힘들고 괴로운' 한 해는 아니었지만, 너무나 일에 쫓기며 산 것은 분명하다.

지금까지도 그 잔재들이 남아서 나를 괴롭히고 있으니 말이다....

2014년 말에는 조금 덜 후회하고, 조금 더 "즐거운 아쉬움"으로 돌아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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