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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기록 좀...

메모만 해놓고 미처 정리를 못했던 작년 하반기부터의 공연 관람 일지...

 

#. 이승열 2015.03.20

 

포스터이미지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곡들, OST 작업한 곡들을 포함해서 U&Me Blue 시절부터 이런 저런 곡들을 꼬박 두 시간을 채워 들려줌.... 

연주나 노래나 하나같이 맘에 들었는데, 망할 놈의 조명... ㅡ.ㅡ

2층 정면으로 쏘아대는 광선에 망막 타버릴 뻔 했다고.... 

이 분 공연은 항상 조명과 배경 화면이 말썽...  예전, 화면 가득 적혈구 테러의 악몽이 떠올랐지... ㅜ.ㅜ

그런데, 그게 또 아이러니한 것이,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눈을 감고 음악을 듣게 되고, 더욱 빠져들게 된다니까.... 

 

#. 스티브 바라캇 2015.03.08

 

포스터이미지

 

유니세프 후원회원 초청에 당첨되어서 얼떨결에 가게 된 공연...

가서 깜놀한 것이, 무려 19만원 짜리 R 석이지 뭔가... 그런 로얄석에 머리털 나고 처음 앉아봤는데, 귀가 막귀라서 구석탱이에 앉아서 듣는 거랑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더라는... ㅡ.ㅡ

스티브 바라캇 연관검색어가 '어디선가 들어본 음악'인데, 정말 공연 가보고 이를 절감 ㅋㅋ

메들리 연주 도중 KTX 종착역 음악 나올 때는 반사적으로 가방을 주섬주섬 ㅋㅋㅋㅋ

마침 이날이 3월 8일이라, 정면 벽에 '세계 여성의 날' 을 기린다는 메시지가 걸려있었는데, 뭔가 짠하다는 생각이....  요즘 같이 여성주의가 고생하고 있는 시절에, 이렇게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가득한 고상한 공간에, 여성의 날 기념이라....

 

#. 스페이스 공감 [고상지 반도네온] 2015.02.02

 

 

스페이스 공감 방청 신청에 내리 몇 번이나 탈락한 이후, 짜증을 듬뿍 담아 신청했는데 덜커덕 당첨 ㅋㅋ

편지글을 읽어보고 뽑는 건지, 랜덤으로 돌렸는데 그냥 이번 순서에 당첨이 된 건지 당최 모르겠음.

공연은 너무너무 좋았음....

너무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들이라고 할까... 음악은 바로 그 곳에서, 전혀 새로운 세상과 시간으로 우리를 옮겨다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니까....

고상지 씨의 독특한 정신세계와 박박사의 도플갱어 같은 외모가 놀랍기는 했지 ㅋㅋ

오랜만에 다시 피아졸라와 크레이머의 탱고 연주를 찾아들었는데, 역시나 천하의 피아졸라와 크레이머의 연주라 하더라도 음반이 현장의 온도와 호흡까지를 다 담을 수는 없다는 것을 실감...

 

#.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2014.10.10

 

포스터이미지

 

해미 덕분에 첨으로 2층 박스석에 귀부인처럼 (?) 앉아서 감상했음.

연주자들 떡대가 어마어마하셔서, 와~ 그 무거운 콘트라베이스나 바순을 번쩍번쩍 들고, 관악기 연주자들도 절대 숨이 안 찰 것만 같은 깊은 안도감을 ㅋㅋ

오케스트라 연주 들으면서, 이렇게 타악기의 힘에 집중한 것은 처음이었음.

막귀를 가진 자에게도 이것은 아름답고 조화롭다는 느낌이 절로 들게 만드는 훌륭한 연주....  이런 공연이 조금씩만 저렴하면 좋으련만....

 

 

#. 3호선 버터플라이 2014.10.5

 

포스터이미지

 

그동안 이상하게 일정이 안 맞아서 한 번도 공연에 가보지 못한 밴드...

이번에 모처럼 일정이 맞아서 얼씨구나 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같이 가자고 했다가 모두 거절당하고 (ㅜ.ㅜ) 다른 일 때문에 통화하던 해미와 마침내 공통의 취향을 확인하고 동행...

사실, 그동안 그렇게 음악을 들었어도 성기완 씨 실제 모습 첨 봤음. 그동안 한 번도 찾아볼 생각도 안 했던 게, 막연히, 시인에, 제 3세계 음악을 소개해주는 예술가라면 그럴 법한, 뭔가 섬세하고 유약한 지식인 이미지 (예컨대 이동진 평론가 스탈?)를 그냥 가지고 있었던 듯....

무대에 나타난 분 보고, 순간 빵 터졌음 ㅋㅋ

하지만, 이내 음악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는데, 와우.... 사이키델릭한 음악과 보컬에 최강 몰입!!!

다음부터 공연을 절대 놓치지 않으리 ...

 

 

# 그리고....

 

국립국악원이 가까우니 풍류산방이나 연희 마당 공연에 가끔씩 가는데, 

갈 때마다 얼릉 다시 대금 배우기 시작해야지 생각했다가 돌아서면 까맣게 잊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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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짝을 이루는 영화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극장이 가깝다보니 이렇게저렇게 영화를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김성호 감독, 2014년)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귀엽다'는 말이 어쩐지 실례가 될 것만 같은 아역배우들의 연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음. 남동생의 코 파는 연기는 가히 천하제일... ㅡ.ㅡ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텔레비전 보며 밥먹는 이다윗 배우의 연기 이후 미성년 부문 생활연기의 최고봉이랄까 ㅋㅋㅋ

 

웨스 앤더슨 같은 아기자기한 장치들과 화면구성도 은근 볼거리.... 

심지어 블록버스터 급 액션과 스릴러, 음모와 배신은 양념....

배우 김혜자와 최민수를 비롯하여 성인들의 캐릭터와 연기도 모두 과하지 않아서 좋았음.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혹한 현실에 영화에서마저 가혹하게 끝나버린다면 어쩐지 감당이 안 될 것 같더란 말이지... ㅜ.ㅜ

 

 

#. 나를 찾아줘 (데이빗 핀처 감독, 2014년)

 

나를 찾아줘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들었음. 되도 않는 이두 문자 영어 제목에 어이 없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닌데, gone girl 이라는 원제목보다 영화를 더 잘 드러내는 듯.. .제목이 좀 스포일러인가?? "아이킬드마이마더" "인히어런트 바이스" 같은 제목들을 떠올리다보면, 절로 혈압 상승.....

 

가족들과 함께 어려운 시간을 견뎌내고, 사람과의 관계를 차곡차곡 만들어나가는 영화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었다면, 이 영화는 정 반대편에서 "피식"하면서 팔짱 끼고 썩소를 날리고 있을 영화....

이런 게 가정인가, 이런 게 사랑인가, 이런 게 인간인가.....  하는 회의를 무한생산 ㅡ.ㅡ 

아이고 무서워라.... 정말 다 보고나서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데 모골이 송연....

'어메이징 에이미'를 연기한 로자먼드 파이크 연기가 정말 완벽한데다, 벤 에플렉의 찌질남은 연기인지 실제인지....  오랜만에 정말 아메리칸 스윗하트가 아니라 아메리칸 호구 인증 ㅋㅋㅋ

[파이트클럽] 이후 핀처 감독 영화에 왠지 끌리지 않았는데, 몇 가지 다시 챙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음

 

 

#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2014년)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실스마리아의 구름"이라고 하면 품격이 떨어지나.... ㅡ.ㅡ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막나가는 듯한 심드렁한 표정과 태도가 도대체 연기인지 실제인지 알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 줄리엣 비노쉬의 캐릭터와 서사 또한 극중 인물인지, 배우 자신의 것인지 헷갈리고, 클로이 모레츠는 딱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실제 삶을 연기하고 있음 ㅋㅋㅋㅋ 이 셋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혹은 촬영장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을지가 몹시도 궁금....

 

젊음에 집착하는 나이든 여배우의 회한과 노욕, 이를 깨우쳐주는 젊은 파트너들의 활약(?)을 그린 전형적 영화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

 

이 둘 사이 주도권의 역전과 마지막 무대 리허설까지도 현실을 받아들이는 듯 받아들이지 못하는 원로 배우의 모습, 그리고 이들 모두 (최소한 영화 중에서) 실스마리아 계곡의 구름이 몰려드는 장관을 결국 놓쳤다는 것은, 아직, 혹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 인생에 대한 메타포로 보였음.

 

 

#. 버드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뚜 감독, 2014년)

 

버드맨

 

기묘하게도,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와 데칼코마니 같은 영화.

근데, 색깔이 달라... 그래서 분명히 거울을 보았는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이는 것 같은 기묘한 환상과 당혹감을 안겨준달까???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리건이란 인물은 어느 정도나 마이클 키튼과 다른 사람인 건지 너무너무 궁금... 분명, 버드맨은 배트맨이었고, 내면의 그 허스키보이스는 다크나이트의 그분 목소리라고 ㅋㅋㅋ

첫 장면, 공중부양할 때부터 이거이거 범상치 않겠는 걸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라틴 아메리카 작가와 감독들한테 클리세처럼 따라붙는 수식어 "마술적 리얼리즘" - 이거 말고 무슨 단어가 적절하겠냐고....

마술상자를 통과하는 기분의 카메라 롱테이크와 극장 내부 동선은 너무 유쾌했고, 불안을 극대화시키는 드럼 연주도 매력 덩어리....  대사며, 장면이며, 빵 터지는 순간이 너무 많았는데, 관객들의 기괴할 정도의 침묵에 당혹.... 나만 미친 여자처럼 킥킥댔다니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레미 레너, 마이클 파스빈더 같은 양반들도 이 영화 보면서 나만큼 빵 터지지 않았을까 싶음 ㅋㅋ

에드워드 노튼은... 영화 보는 내내, 어쩜 저렇게 맨날 미친 놈 역할만 하나 측은한 생각이 ㅋㅋ 그가 착하거나 비교적 정상인으로 나온 영화는 아마도 [문라이즈 킹덤]이 유일한 듯..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팬티만 입은 채 맨하탄 인파 속에서 황급히 발걸음을 재촉하는 리건, 이를 사진찍고 트위터에 올리면서 사인해달라는 교양없는 시민들, 나비넥타이 매고 앉아서 고풍스런 극장을 채운 채 '순수' 예술을 즐기고 있는 교양있는 엘리트 관객들.... 정말 불협화음인데 묘하게 어색하지 않아....


세상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고 존재를 입증하고 싶어하는 전직 슈퍼히어로의 진정성은, 피를 훌려서야 완성된다는 괴이한 아이러니...  사실 그 자신만 빼고 아무도 그런 진정성 요구하지도 기대하지도 않고 있는데 말이지....  심지어 자신의 내면조차도 다른 목소리를 들려주잖아.....

그런데, 우리들 모두의 인생이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음. 그렇게 생각하면, 리건이 버드맨처럼 날아오르고 그 모습에 환하게 미소짓는 딸의 얼굴로 영화를 맺는 건 지나친 해피엔딩....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가 태풍이 몰아치는 날의 바닷 속같은 일촉즉발의 잔잔함과 차가움으로 마무리되었다면, [버드맨]은 내내 시끌벅적하고 피와 살점이 날리는 격전을 보여주었지만 오히려 마무리는 너무 훈훈했달까???

 

이냐리뚜 감독은 이 영화 찍으면서 정말 즐거웠을 것 같음. 자신이 살고 있는 헐리우드를 이렇게 마음껏 놀려먹었는데, 결국 아카데미 수상이라니 ㅋㅋ


 

#.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 (빔 벤더스 감독, 2014년)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

 

브라질 출신 불세출의 사진가 세바스티앙 살가두의 사진세계와 삶을 담아 낸 빔 벤더스의 다큐 영화.


그동안 여러 차례 마주쳤던 사헬, 에티오피아, 르완다, 콩고의 참혹한 인간사를 다룬 사진들의 상당수가 살가두의 것이었음을 새삼 알게 됨....

일단, 첫 장면 브라질 광산의 모습에서 일단 압도... 이건 또 뭔가, 여긴 또 어디인가.......


작가가 '어둠의 심장'을 목격하고 사진활동을 접었던 사연은 백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음.. ㅡ.ㅡ

누구라도 쉽지 않았을 것이여... 자연으로 회귀하고 지구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면서 다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던 사연도 다 이해가 됨...

 

근데, 나무 250만 그루 심은 것이 주제인 것처럼 그려지고, 또 그걸 부각시킨 영화 광고는 좀 웃긴다는 생각..... 사실, 생각이 있고, 돈이 있어서 사람을 동원할 수 있으면 그게 그렇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않은가 말여....  ㅡ.ㅡ

 

작가의 사진 세계와,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 좀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음...

어쨌든 화면 가득히 압도하는 흑백 사진들에 혼을 빼앗겨버림....

전시회는 어쩌다보니 놓치고.... 아쉬워라....

이런 영화를 보면 사진이 다시 찍고 싶어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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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들의 이야기

지난 몇 주 동안 읽었던 책들의 공통점, 최소한 표면적인 공통점은 없다.

보관함에 담아놨던 책들 중, 도서관에서 대출이 가능한 책을 집어왔고, 태블릿에 담아놓았던 책들 중 하나를 건져왔을 뿐.... 그런데 포스팅 제목을 생각하다보니, 작가들이 모두 휴머니스트들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따뜻하고 인도주의적이라는 뜻에서의 휴머니스트가 절대자가 아닌 인간을 중심에 둔 사고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거울 너머의 역사]

 

갈레아노, 거울 너머의 역사 - 승자의 맞은편에서 바라본 세상,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부활
갈레아노, 거울 너머의 역사 - 승자의 맞은편에서 바라본 세상,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부활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2010

 

나즈막한 한숨과 높아지는 심박 수, 하지만 가끔씩의 깨소금같은 고소함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많이 슬픈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아이고 한 많은 인류 역사여... ㅜ.ㅜ  한숨이 절로 나온다는.....

 

물론 인류 역사가 온통 슬품으로만 가득 찬 건 아니었지만, 지배자들이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과 용맹함에, 그들이 이룩한 것에 찬탄하고 있을 때, 그 거울 너머에 존재했던, 정면에서 볼 수 없었던 역사는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 책은 그동안 주류 역사책과 언론, 혹은 동화나 설화에서도 그려지지 않았던 그야말로 거울 너머의 역사에 대해서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주~욱 읽다보면, 종교, 특히나 유일신을 숭배하는 종교들은 그냥 세상에서 사라져주는 게 인류에게 마지막으로 기여할 수 있는 숭고한 행위가 아닌가 싶다. 귀족, 부르주아, 군부독재, 파시스트, 다양한 악당들이 차례로 등장하지만, 역시나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가장 잔인하고 끈질기게 민중을 (달래가며) 괴롭혔던 것은 이들 (유일신) 종교들이었다.

각 종교들의 악행은 우열을 가리기도 어렵다. 카톨릭의 천년 뻘짓은 오늘날 IS에 비해 하나도 부족함이 없거니와, 기독교도 두 말하면 잔소리....  이런 역사를 알고도 그것은 일부 비뚤어진 신자들이 하느님의 뜻을 오해한 거야, 진짜 카톨릭은, 진짜 기독교는 안 그래 라고 우겨댄다면 답이 없다... 

 

그래도, 이렇게 이성을 마비시키는 역사적 뻘짓과 속임수에도, 스스로 깨닫고, 투쟁하고, 한발자국씩 우직한 발걸음을 내딛었던 인간들이 또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여기에 있다. 그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여전히 이렇게 거울 뒤를 애써 찾아봐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말이다....

 

 

# 엄기호 [단속사회]

 

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창비, 2014

 

 

"쉴새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는 부제가 단속사회의 본질을 간명하게 보여주었지만, 현상의 '기술'을 넘어서는 분석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던 책이다. 딱히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아 뭔가 조금 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엥? 여기서 끝난 건가?" 뭐 이런 느낌....

 

(도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지탱이 될 수 있는) 관계의 부재, 다른 한편 관계의 '짐'이라는 경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역설적 상황들을 글은 잘 보여주고 있다. 실존적 관계단절보다는 '사적인 관계를 공적인 언어로 전환하는 관계의 부재'가 문제라는 저자의 지적에 매우 매우 공감했다. 관계 단절을 실존적 측면에서만 보게 되면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지배자들의 언어에 스스로 동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지적하는 '가장 심각한 단절'은 "누군가의 경험이 나에게 이어지고,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참조사항이 되면서 우리를 사회적 존재로 엮어내는 그런 관계의 단절" 이다. "이는 경험의 전승을 통해 존속해온 사회를 위태롭게 하고 서로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 둥그렇게 둘러앉아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정치 또한 불가능하게 한다. 그 결과 개개인의 삶도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서사가 아니라 파편화된 에피소드들의 연속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연속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결국 이 사회에서 성장을 꿈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말과 다름 없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조직 내의 문제가 공론화를 통해 해결되지 못하고 '폭로와 매장'이라는 독특한 정치행위로 귀결된다. 문제를 해결할 수있는 공동체의 무능과 무관심, 혹은 편향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겠으나, 특히 요즈음 소셜 미디어를 통한 딱지붙이기와 매장시키기는 나도 볼 때마다 후덜덜하다.

다듬어 지지 않은 몇 마디 말을 두고 '내 저럴 줄 알았다'거나 '완전 실망이야' 하면서 온라인 상 허공에 까대는 것이 과연 저항 운동인지조차 의심스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최근 트윗 상의 '페미니즘 논쟁'도 불편한 마음이 한 가득이다 ㅡ.ㅡ)


'기획된 친밀성' 현상을 드러낸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회학자란 역시나 허공에 떠돌며 흩어지는 현상들에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는 자들이다. ㅋㅋ

나의 또래이자 가난한 가정 출신인 저자가 경험한 부모와의 관계는 나와 매우 비슷하다. 나의 부모 또한 나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문화적 자본이나 사회적 권위가 없었다. (물론, 본인이 배운 게 없어도 성인이 된 자식들을 함부로 대하고 휘두르려는 부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획된 친밀성이 친밀성에 대한 과시로 나타난다는 관찰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특히나 부모자식 관계에서 이러한 과시는 자녀들의 사회적 관계망 차단과 성장지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주변에 이러한 사례의 목격담은 사실 차고 넘친다... ㅡ.ㅡ

 

자신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즉 '점검하는 삶'은 멈추는 것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구절 또한 인상적이었다.

나에게도 멈춤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가도, 여기서 뭘 더 멈추나 싶기도 하고.... ㅡ.ㅡ  


참, 경청을 통해 깨닫는 것은 "자기도 모르는 자기의 삶, 즉 자기 삶에 내재되어 있는 타자성"이라는 설명에 아주 아주 공감했다.

 

 

# 커트 보네거트 [Sirens of titan]

 

타이탄의 미녀
타이탄의 미녀
커트 보네거트
금문, 2003

 

동작도서관에 책이 없어서 킨들 버전으로 구매했다. 아마존에 그렇게 악플 많이 달린 거 정말 첨 봤는데, 책 내용에 대한 악플이 아니라 킨들 버전 편집 좀 제대로 해서 내놓으라는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좀 걱정을 하긴 했으나, 못 읽을 정도는 아니고, 게다가 등장인물들이 '정상'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이들 자체가 말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편집 상의 오타인건지 구분하기도 쉽지않았다는 슬픈 사연...

 

처음에는 우스꽝스러워 미치는 줄 알면서 시작했는데 책을 다 읽어갈 때쯤, 서늘함과 심지어 서글픔의 정체는 무엇인지 좀 당황스러웠다. 인간의 자유의지란 뭐지??? 우주 속 존재의미는 뭐지???

 

더글라스 아담스의 Mostly Harmless 보다 더 짠한 지구의 역할에 빵 터지기는 했지만, 그냥 웃을 수만은 없더라는 사연.... 

 

화성과의 전투 이후 지구에 나타난 신흥종교의 신, "God the almighty utterly indifferent"
에피쿠로스 왈, 신이 우리에게 신경을 쓴다고 믿는 것은 아주 헛된 짓. 신이 불멸성과 완벽성을 획득한 뒤부터는 우리에게 상도 벌도 내리지 않는다... ㅋ

 

보네거트 소설은, 읽을 때는 낄낄거리며 웃다가 책을 덮을 때 쯤이면, 어두운 기운이 저 심연으로부터 휘몰아치는 것 같은 서늘함을 던져준다. 그래서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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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다는 것

한 살 씩 나이를 더 먹어가면서 지혜가 급속도로 늘어난다거나 삶의 혜안이 눈부신 아우라로 비추는 일이란 좀처럼 기대도 안 했다.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나이듦의 가장 분명한 징후는 죽음이 점차 가깝고 익숙한 일이 되어가는 것인듯 싶다.

 

 

후배 J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익히 예상은 했지만 그 젊음이 안타까워서 슬픔보다는 이게 다 뭔가 싶은 허망함이 더 컸던 것 같다.

 

 

작년 2014년은, 많은 그리고 어처구니 없는 죽음으로 기억된 한 해였다.

 

새해를 맞이할 때만 해도, 꿈에도 그리던 파타고니아로의 여행이 가장 한 해의 강렬한 기억이 될 줄 알았더랬다. 하지만 세상은 온통 소용돌이...

 

이별의 실감은 일상 중에 섬광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아직도 잠정적인 것만 같다.

그냥 오랜만에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어제 만났던 양 수다를 떨수 있을 것 같다.

장과 공유했던 오랜 시간 덕분에 여기저기 남아있는 흔적들 ㅡ 이란에서 사다준 작은 접시, 따가운 남미의 태양에 대비하라고 골라준 선글라스, 대리국에서 새겨다 준 책도장...  심지어 출장 길에 사다준 실론티는 아직 뜯지도 않은 채 선반에 놓여 있다.

 

중환자실로 내려가기 직전, 장이 "나 이렇게 죽는 거니?"라고 물었다. 내가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고 피식 웃어줬다. 드라마 너무 많이 봤다고....  그 전날 밤, 옆자리 환자의 임종에 괴로워하는 문자에,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니 너무 괘념치 말라고, 뭔 위로 같지도 않은 시답잖은 답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녀에게는 모두 거짓말이 된 셈이다. 그렇게 중환자실에 내려가서, 하루 여기서 푹 쉬고 다시 올라가자, 라고 이야기한 게 마지막 대화였다. 그녀가 사그라지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 자연에는 의미가 없다고 무수히 되뇌었지만, 결코 괘념치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주에는 선배 형 부인이 돌아가셔서 광주로 문상을 다녀왔다. 환자 본인이나 돌보는 가족들이나 모두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낸 듯 했다. 형은 생각보다 차분했고, 밥을 먹으면서 프리모 레비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형도 최소한 그에게는 스스로 존엄하게 자신의 삶을 종결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종결할 만한 자격"이라는 게 무엇인지는 나도, 형도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부고 연락을 받고, 지인들에게 이를 다시 알리고, 기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상심했을 선배 형을 생각하고, 또 죽음이라는 단어에 자동으로 재생되는 장과의 마지막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나이든다는 것이란 이 모든 일에 점차 익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정신의 누더기 상태도 좀 더 빠르게 회복하거나, 혹은 그 누더기 자체에 익숙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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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독일, 일본.. 어쩌다보니 다른 나라 이야기들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르네상스, 2004

 

 

두고두고 되새길만한 몇몇 문장들을 옮겨 놓는다.

 

* 가난에 대해...

 

 

모든 사람을 큰 잔치에 초대해놓고 수많은 사람들의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아버리는 이 세상은 균등한 동시에 불평등하다. 세상이 강요하는 습관과 생각은 균등하지만 세상이 가져다주는 기회는 불평등하다

 

20년전 혹은 30년 전만 해도 가난은 불의의 산물이었다. 좌파는 그것을 고발했고 중도파는 인정했으며 우파는 아주 드물게 부정했다. 세월은 너무도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 지금 가난은 무능력에 대한 정당한 벌이다. 가난한 자에겐 연민이 일어나지만 더 이상 가난이 의분을 유발하지 않는다

 

가난은 너무 작은 담요라서, 각자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기에 바쁘다

가난한 사람은 화려함을 좋아한다. 지식인만이 가난을 보는 것을 즐긴다


브라질 주교 엘테르 카마라의 유명한 이야기... (출처를 첨 알았음..)

 

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그들은 나를 성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왜 먹을 것이 없냐고 물어보네면 , 날 빨갱이라고 해요

 

 

세상에는 갈수록 실업자가 늘어난다. 그리고 갈수록 사람이 남아돈다. 세상의 주인은 쓸모도 없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무엇을 할 것안가?

 

 

* 법과 역사, 불의.....

 

법은 거미줄과 같아서 파리같은 작은 곤충은 잡지만, 커다란 짐승의 진로를 방해하지 못한다

 

1995년 우르과이 몬테비디오 윤리학과 교수모집 공고가 났는데, 월급이 무려 백 달러 ㅜ.ㅜ

 

그 정도 돈으로 부패하지 않으려면 몸과 마음이 부서져라 윤리학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도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예로부터 지금 까지 실제 역사를 만든 것은 법앞의 불평등이지만, 곡식적인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망각이다


과거를 기억함은 과거의 저주에서 해방되기 위해서이고, 현재의 발목을 붙잡자는 것이 아니라 현재가 함정에 빠지지않고 자유롭게 길을 가게 하기 위해서이다

 

* 진실과 투쟁

 

마르코스 부사령관의 분신이라 일컬어졌던 비에호 안토니오 왈

 

인간은 자신이 느끼는 세공포심만큼 작고, 자신이 선택한 적군만큼 크다

 

진실은 진실을 찾아나서는 떠남에 있지, 항구에 정박되어 있진않다. 진실을 모색하는 것보다 더한 진실은 없다.

 

 

남미 역사를 다룬 저자들의 특별한 재능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유례없는 정복과 약탈의 역사 때문인지, 한국과 유독 닮아 있는 근현대사 때문인지 라틴 아메리카 역사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렇게도 가슴이 저린다. 어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  끊임없이 저항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그들의 역사에 대한 흠모와 존경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이티에서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노예제도가 철폐되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도 엄청 울컥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브라질 노예들이 탈출하여 밀림 속에 세운 자유공간 팔마레스 공화국 이야기를 들으며 또 한 번 울컥.....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군사원정대의 30여 차례 공역에 저항하며 한 세기를 넘겼다니 ㅠㅠ (1605-1694)  백년이면, 빠리 꼬뮌보다 민중전선 아옌대 정부보다, 그리고 지구상에 '공식적으로' 실존했던 사회주의 국가들의 모든 역사들보다도 더 긴 시간 아닌가 말이다....

 

그리고 북미 지역 인디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새삼 놀라게 된다.  정복자들이 생각했던 인디언들의 문제점에는 자살, 소유권 부정, 자주 몸 씻기, 동성애 방조와 처녀의 순결에 개의치 않기, 아이들 때리지않고 자유롭게 놓아두기, 정해진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배고플 때만 먹기 등이 있었다고.... 이거 오늘 날 탈물질주의를 추구하는 서구 엘리트들이 동경하는 삶 그대로 아닌감??? 

 

책은 통렬하고 날카롭게, 독자로 하여금 익숙한 것을 뒤집어 볼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해보면, 제국주의는 "세계화"로, 기회주의는 "실용주의"로, 배신은 "현실주의"로 포장된 현실의 껍데기 이면을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세상은 불의와 부정의를 가르치는 학교이지만, 그렇다고 갈레아노가 이 책에서 한탄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마무리는 이러하다....

 

어디에 살든 어떻게 살든, 안제 살든, 한 사람은 그 속에 다른 많은 사람을 포함한다. 다른 사람이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조차 금지하면서, 우리들 중에서도 거정 발어먹을 놈들에게 무대 전면네 나서라고 날마다 얘기하는 자가 10년도 채못가고 쓰러지는 권력이다. 비록 우리가 잘못 만들어졌어도 아직 다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현실을 변화시키고, 우리 자신도 변화하는 모습이야말로 우주의 역사 속에서 눈 한 번 깜빡일 정도의 이 짧은 순간을, 두 개의 빙하 사이에서 덧없이 짧은 한 순간의 온기를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다.

 

잘못 만들어졌어도, 아직 다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 덧없이 짧은 온기의 순간을 가치있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는 점.... 이만큼 소박하면서도 용기를 주는 말이 또 어디 있을까.....

 

 

#. 토머스 게이건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 일중독 미국 변호사의 유럽 복지사회 체험기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 일중독 미국 변호사의 유럽 복지사회 체험기
토머스 게이건
부키, 2011

 

미국의 노동변호사가 미국이 유럽, 특히 독일사회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구구절절 적은 책....

 

저자는 노동 비용이 높아서 미국 기업이 힘들다는 말은 다 헛소리라고 비판한다. 오늘날, 노동비용이 높은 독일의 제조업은 살아남고 오히려 노동비용 낮추는 것을 필사의 과제로 삼았던 미국과 영국은 제조업이 다 쫄딱 망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단지 산업구조의 문제를 넘어서, 실물이 있는 제조업 기반이 사라지면 민주주의도 사멸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야 모르겠지만, 실체없는 서비스금융자본주의가 카드로 지은 집 같다고 역시 걱정해온 나로서는 깊게 공감하는 부분....

 

저자는 독일이 맛이 갔다고 미국인들이 흔히 이야기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독일 사민주의를 떠받치는 세 개의 기둥 ㅡ 직장평의회, 노사공동결정, 지역별 임금결정 제도에 대해서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사실, 직장평의회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동안에는, 노조가 없는 곳에 평의회가 구성되거나, 혹은 평의회와 노조가 같은 기능을 한다고, 즉 노조 대의원이 평의원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저자가 소개한 사례들을 보고 나니, 내용 측면에서나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 차원에서나 굉장히 중요한 제도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독일의 사민주의를 떠받치는 이러한 제도들이 제조업 기반의 조직 노동이라, 공공 부문이나 미숙련/서비스/ 여성 노동자 조직화는 매우 취약하다는 현실 진단에는 나도 모르게 장탄식을.... ㅠㅠ

 

내가 독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건강보험 제도의 역사 쪼금, 프라이부르그 같은 유명한 친환경 도시 프로젝트, 그리고 역시 맥주.... 특히 쾰른 맥주 맛있지.... ㅡ.ㅡ

책을 읽고 나니 독일의 자치/협력 구조가 몹시나 궁금해졌다. 혹시나 보건의료 영역에도 이런 게 있을까??? 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

 

저자는 미국인 독자들에게 그토록 미국인들이 맹신하고 유럽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선택의 자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유럽은 공공재를 더 많이 선택할 수 있고, 소비하지 않는 것도 선택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소비할 시간이 있다는 점 말이다. 그토록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며 미국적 자유주의를 높이 평가했던 프리드만이야말로 종신 교수로서 유럽 사민주의자처럼 이런 선택의 자유를 다 누리고 살았다는 이야기에 빵 터졌다...

 

저자는 본인이 사민주의자가 절대 아니고, 그냥 애국자일 뿐아라면서 미국에서도 제발 사민주의가 강화되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민주의자가 뭐 어때서 이렇게 구구절절 평범한 애국자임을 강조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미국도 하도 당파색이 강하다보니 (유럽인 보기엔 웃기겠지만 ㅋ) 독자들에게 '순수성'을 어필하기 위해 이러는거 같기는 하다. 순수는 개뿔.... 이라고 비웃기에는 한국 상황도 대체로 안습이라, 그냥 찜찜함으로 남겨둘란다...

 

천하제일 미국 따라가기에 바쁜 한국에서도, 이런 종류의 비판적인 사례 학습이 많이많이 필요한 듯 싶다...

 

# 후지와라 토모미. <폭주노인>

 

폭주노인 - 그들은 왜 위험하고 잔인한 폭력노인이 되었을까
폭주노인 - 그들은 왜 위험하고 잔인한 폭력노인이 되었을까
후지와라 토모미
좋은책만들기, 2014

 

너무나 빠르게 고령사회로 치달아가고 있는 한국에서 노인들이 각종 사회병폐의 희생자이자, 혹은 드물지 않게 가해자로 활약하는 현상을 보면서, 선배 국가 일본 상황은 어떤가 궁금해서 책을 읽게 되었는디.....

 

한 마디로 충격...

 

이런 글은 그냥 자기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쓰지 왜 책까지 낸 것이며, 한국의 출판사는 또 무슨 생각으로 이런 책을 번역한 것인지.... 거대미스테리를 남겨준 책....

노인들이 왜 위험하고 잔인한 폭력을 저지르는지, 왜 '폭주'하고 있는지... 하나도 답이 없잖여...

계량적 분석이고 심층적인 사례 분석이고 아무 것도 없고, 그냥 저자의 느낌적 느낌으로 책 한 권을 채웠다는 사실에 내가 폭주할 뻔했다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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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된 환기의 방식

지금 여기를 돌아보게 하는 방식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무한도전 토토가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금/여기가 과거에 비해 그토록 불만족스러운 것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90년대는 정규직 일자리가 젖과 꿀처럼 넘쳐 흐르고, 대중문화는 백가쟁명의 꽃을 피웠던 태평성대였더란 말이지.....  기억은 다르게 적힌다는 이소라의 노랫말이 주는 통찰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사람들은 어쩌면 실재하지 않았던 어떤 완벽한 과거의 재현을 통해 오늘/여기 삶의 신산함을 간접적으로 토로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다가오지 않은, 혹은 성취해야 할 아름다운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비추어 오늘의 문제를 이야기해야 하는 사회라면, 참 많이 슬픈 곳이 아닐까 싶다.

 

새해를 시작했던 책 또한, 지금/여기를 돌아보게 했다. 동시대, 다른 공간의 이야기를 통해서, 혹은 은유로 가득찬 시간의 목소리를 통해서.

 

#. 야스다 고이치 지음. 김현욱 옮김. <거리로 나온 넷우익> 후마니타스 2013

 

거리로 나온 넷우익 -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
거리로 나온 넷우익 -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
야스다 고이치
후마니타스, 2013

 

 

이 책은 일본 사회의 평범하고 수줍음 많은 개인들이 어떻게 (전통 우익도 혀를 내두를만큼의 행동력을 가진) 망나니 우익이 되었는지를 분석한 사회심리적 탐구이자, 그들을 떠받치고 있는 광범위한 대중의 우경화/보수화 경향의 보여주는 사회학적 분석이다.

 

이 책에 의하면, 이들 일본 넷우익의 개인적 특성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대적인 사회적, 경제적 박탈과 지지망이 되어줄 사회적 관계망의 취약함. 이들 개개인은 알고 보면 착한 사람, 있는 듯 없는 듯 순한 사람들, '유사가족' 혹은 언제라도 나와 함께 있어줄 그 누군가를 기대하는 외로운 사람들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갈망이 표출되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이들은 스스로를 비엘리트로 생각하면서 특권을 가진 자들에게 '복수'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들 자신은 자신의 활동을 '계급투쟁'으로 지칭한다.

물론 안타깝게도 이들이 생각하는 특권층이란 진짜 특권층이라기보다 공격하기에 좋은 취약집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의하지 않지만, 이건 사실 유별난 예외는 아니다. 사회적 위계에서 열세에 처한 이들이 보이는 스트레스 반응 중 전형적인 displacement에 해당한다. 전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독일의 네오나치와 프랑스의 국민전선을 비롯해 북유럽에까지 기세를 떨치고 있는 인종주의 운동의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당연히 한국의 일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부당한' 특권을 누리는 광주민주화 운동세력, 남성들을 착취하는 여성, 자식 팔아 유세한다는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비난을 관통하는 것은, 사실 억울함 아닌가 말이다. 이들이 받아야 할 '응분의 몫'에 비해 지나친 혜택을 누리고 있어서, 자신들이 손해 본다는 생각.... 이 억울함은 <우리는 왜 차별에 찬성하는가>에 실린 젊은 대학생들의 사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과격하고 (우익마저 고개를 내저을만한) 파렴치한 행동 그 자체라기보다, 이들의 놀라운 자발성과 그들을 떠받치고 있는 일본 대중들의 거대한 동의가 아닐까 싶다. "재특회는 '태어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낳은'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100%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이런 거였다.

한 교사의 말을 전하자면, "과거에 어른스럽고 교사에게 논쟁을 거는 학생들이 좌파적 성향이었다면, 요즘에는 오히려 우파적인 아이들"이라고 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모두가 공유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가치, 전제들을 동의하지 않는 이들과는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할까? 평등이, 인권이 왜 중요하냐, 저 외국인들을 왜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대접해야 하냐, 이런 질문에 차근차근하게 대답해줄 자신이 없다. 너무 당연한 가치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을 비롯하여, (실질적 내용은 차치하고) 제도적 측면에서 민주주의가 정착한 국가들에서의 사회운동이 가진 딜레마 또한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예컨대 일본의 평화헌법은 그 정점을 지나 이제 '퇴보' 밖에는 변화의 가능성이 없고, 소위 좌파는 현재를 지키기 위해, 우파는 현재를 변화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우익이 변화시키려는 방향은 그야말로 민주주의와 평화주의의 퇴행이라고 밖에 이야기할 수 없지만, 퇴행이든 전진이든, 이들은 변화를 원하고, 좌파는 이에 저항한다. 굳이 유지할 이유가 없다면 바꾸려 하는 것이 진보이고, 굳이 바꿀 필요가 없으면 유지하려 하는 것이 보수라고들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런 상식을 혼돈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니.... ㅡ.ㅡ.  

 

"사회운동은 이론보다 기세를 통해 확산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기세는 '지키기'보다 '바꾸기'를 원하는 쪽에 붙기 마련이다. 일찍이 학생운동이 기세를 떨쳤던 것은 무엇보다도 체제를 부수자는 데서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편 지금의 좌익은 '지키기'만 할 뿐인 운동이다. 평화를 지켜라, 인권을 지켜라, 헌법을 지켜라, 우리 직장을 지켜라, 재특회 같은 신흥보수 세력은 그것들을 모두 의심하고 '쳐부숴라'고 호소한다. 좌익이 보수가 되고 보수가 혁신이 된 '역전현상'이 생긴 것이다."

 

사회가 자꾸 나쁜 방향으로 퇴행하려고 하는데, 그에 맞서서 그나마 지금의 후진 상황이라도 유지하려고 싸워야 하는 운동은 우울하다. 퇴각과 퇴각을 거듭하면서, "그래도 그 때가 좀 나았던 것 같아"라고 끊임 없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어릴 적, 역사가 '나선형'으로 '발전'한다고 배웠는데, 지금이 바로 나선의 후퇴 혹은 하락 부분인 것일까?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흘러, 오늘을 어떻게 돌아보게 될지 두렵다. 엄혹했지만 잘 견뎌서 여기까지 왔구나 하며 흐뭇해할지, 그래도 그때가 좋았어 하고 더 깊은 회한에 잠길지....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김현균 옮김. <시간의 목소리> 후마니타스 2011

 

시간의 목소리
시간의 목소리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후마니타스, 2011

 

그 시간이 흘러, 시간의 목소리른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몹시 정성들여 세공한 이 짧은 이야기들은 슬프고 아름답고 유쾌했다. 

예전에 신영복 선생의 책에 "시간이 없어 편지글이 길어졌다"던 이야기를 저절로 떠올렸다. 기껏 반 쪽이 안 되는 짧은 글과 손톱만한 옛사람들의 그림 조각들이 이렇게 풍부한 결을 전할 수도 있구나....

라틴 아메리카와 세계 곳곳의 피묻은 역사에 울컥하면서도, 나는 심각한 향수병을 앓았다.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 쇠락한 아바나의 건물들, 파타고니아의 거친 자연은 그저 이야기의 배경일 수 없었다. 내가 가 본 곳이라 반갑다거나 익숙하다는 감정과는 정말 다른 그 무엇이었다. 직접 여행했던 곳들에 대한 다른 이들의 글들은 그동안 무수히 마주치고 읽었지만, 갈레아노의 책에 등장해서 맥락을 가지게 되었을 때는 전혀 다른 심상으로 경험된 것이다. 미칠 듯한 애틋함...

 

올해는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갈레아노의 책들을 하나씩 읽어보려고 생각 중이다. 플러스, 리처드 세넷...

인상깊은 글귀 하나 적어둔다.

 

"나는 나의 자유를 지고 다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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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원정대 2차 원정: day3-4

hongsili님의 [박사원정대 2차 원정: day2] 에 관련된 글.

 

# day 3 - 남쪽으로...

 

역시 아침 일찌감치 일어나 이불 속에서 일출 감상하고,

어제 저녁 먹고 남은 어묵탕으로 진수성찬 아침.


마의 갈대숲을 가비얍게 패스하고 나키진 성터로 고고씽.
류쿠왕국의 14세기 유적지에서 한적하고 고즈넉한 아침을 한가롭게 거닐며 소요.

잠시.... 진희와 왔었더라면 주구장창 설명해주었을텐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음.

많은 절터와 유적지를 함께 다녔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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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문 세소코 비치에서 잠시 물놀이..

옥빛 비닷물과 겨울 바다 특유의 고즈넉함에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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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구형 스마트폰에는 없는 파노라마 촬영 기능...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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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진 하나도 없으니 한 장 투척...  따뜻한 바닷물에 잠긴 발과 모래 사장에 곱게 남겨진 발자국도 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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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멸망이 왔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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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식당에서 유명하다는 큐우니쿠 소바 맛봄. 아삭아삭한 숙주나물과 쇠고기볶음이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많이 남김. 이 지역 돼지족발 조림도 먹었는데 젤라틴 대박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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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해변을 달려 마지막 길역 휴게소에서 넘버원 망고 아이스구리무 시식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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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숙소 근처 아시비나 아울렛 ... 쇼핑 가이드 회박사의 호객에 넘어가 과다 쇼핑 ㅠㅠ
미친 네비의 뻘짓을 극복하고 밤늦게 세나가지마 호텔에 들어가 휴식....

그런데 나하 시내에 들어서면서부터 참 마음이 착잡....

미군 주둔지의 그림자가 예상보다도 너무 선명. 커다란 싸구려 영어 간판들과 낡은 시내 건물들, 커다란 사이즈의 승용차들.... 이곳이 일본이 아니라 아시아의 어떤 중저개발국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지난 선거에서 헤노코 미군 기지 반대론자들이 모두 당선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 아닐까 싶음...

 

 # day 4

일찌감치 호텔 부페로 아침 먹고, 또다시 아울렛.... 응???
이여자들 미쳤나봐 ㅠ 아울렛 문열기 기다려서 뭐 사보기는 평생 처음... ㅡ.ㅡ


박박사의 꼬임에 넘어가 오빠 생일 선물사고 바로 코옆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알고보니 옆집이 바로 우리가 반납할 렌터카 기지....  거기 직원에게 운전 잘했다고 칭찬 ㅋㅋ

 

쉼표 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내며 보니 의외로 빡센 일정에 알차게 돌아다니고 맛난 것도 먹었던 듯...

이번 여행의 교훈은 절름발이를 업고가는 장님의 우화라고나 할까....

한 사람만으로는 의사소통도 운전도 식사해결도 안 되어, 서로에게 더듬더듬 의지하며 갈 수 밖에 없는 여행 ㅋㅋ 

2017년 3차 원정을 기약하며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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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원정대 2차 원정: day2

hongsili님의 [박사원정대 2차 원정대 - day1] 에 관련된 글.

 

# day 2 ㅡ 뜻하지 아니한 빡셈

 

이번 여행의 테마는 '휴식'이었지만, 의외로 빡센 일정.... 

가이드 고박사도 어찌 이리 되었을까 의아해함....

 

우선 아침 일찍 일어나 누워서 창밖으로 일출 감상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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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에 밥말아 먹고 코우리 대교로 고고씽....
맑은 날씨에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바다 색깔에 모두들 깜놀하며 좋아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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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를 따라 북으로 북으로 전진...

중간중간 전망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감탄하고 사진 찍고, 가다 서기를 반복....

뉴질랜드 원정 때와 마찬가지로, 여행만 가면 매닉 상태에 빠지곤 하는 회박사의 사진이 압도적...

어쨌든 또다른 길역 휴게소 들러 점심으로 오뎅.... 이 동네는 어묵에 생선살이 진짜 많이 들어가서 하나 같이 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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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경관이 더  잘보이는 뷰포인트 찾아가다 우연찮게 대석림산 방문...

투어 가이드인 고박사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프로그램...
길을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홀연히 나타난 주차 관리 아저씨의 차량 인도 지시에 따라 홀린 듯이 내려서 미니버스 타고 투어 시작 ㅋㅋㅋ 뭐라고 설명을 엄청 해주는데 다 일본어..... 일본 할배 할매들 연신 고개를 끄덕이지만 우리는 무념무상....

차에서 내려 산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정말 기암괴석 장난 아님...

바위마다 깨알같은 이름과 스토리가 만들어져 있음... 아마도 그 이름 붙이는라 직원들 꽤나 고생했을 것 같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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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헤도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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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서 헤도 곶, 오키나와 북쪽 땅끝마을 절경 감상.... 와 멋지당
점심 도시락으로 사온 어묵 주먹밥 먹고 다시 남으로 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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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비치에 들러 발도 담그고 잠시 휴식하면서 남쪽행.....

오후 늦게부터 비가 간간이, 때로 새차게 쏟아지는데 시속 50킬로 정속 지키는 현지 차들과 정신 나간 우리 네비 때문에 뒷목 잡고 쓰러질뻔 함.

어쨌든 천신만고 끝에 츄라우미 아쿠아리움 방문하여 유명하다는 고래상어 구경..

신기하기는 한데,

그토록 거대하고 우아한 생명체에게 먹이따위 준다고 사람들 구경꺼리로 만들다니, 뭔가 엄청 모욕적이라는 생각....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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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미친 듯이 고팠지만 셰프인 회박사를 모시고 수퍼마켓으로....
처음으로 우루만츄 갈대숲을 피해 무사히 도로를 경유해 숙소로 돌아와 셰츠가 끓여주신 어마무시 맛난 어묵탕에 오리온 맥주 ... 도대체 오키나와에서 어묵을 얼마나 먹은 거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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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내가 운전을 하고, 가이도 상 고박사가 조수를 했는데, 일본어에 맞먹는 그녀의 한국어 실력에 깜놀....

내가 사탕수수 밭을 보면서 저게 뭐냐고 물어보니 "버들 수수"... 응? 버들강아지와 수수의 합성어였던 게야? 게다가 밤길에 "아유, 찰흙같은 어둠이네" 혼잣말 해서 우리 모두 식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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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원정대 2차 원정 - day1

원래 작년 11월 쯤 강원도로 가비얍게 나들이를 다녀오려 했건만, 다들 출장에 국감에 일이 겹쳐서 포기하던 즈음... 차라리 겨울에 2차 원정대를 조직하자는 의견....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연말에 나들이...

하지만.....
숙소니 렌터카니, 부지런한 고박사께서 두달 전에 예약은 해두었으나, 다들 여행 따위엔 신경도 못쓰고 있다가 전날밤 준비물 챙기느라 개 급해짐 ㅠㅠ  폭풍같은 문자 날리고 뱅기 좌석 배치 다시 하고 아주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여행자보험도 다들 까먹고 현금 환전도 더 해야 하는 상황

 

# day 1 ㅡ 우루만츄의 저주

 

아침에 공항에서 엄청 후달린 끝에 오키나와 도착... 뭐가 너무너무 바빠서 마치 여행을 마친 느낌이더라니...

뱅기 타자마자 입국신고서는 공식 가이도 고박사에게 맡기고 룰루랄라....
그런데 나하 공항 입국심사하는데, 숙소 이름인 "우루만츄"를 일본어가 아닌 영어러 썼다고 고박사 뻰치 맞음... 입이 댓발 나온 것이 멀리서도 보이더라구.... 정작 투어 손님 세 사람은 아무 문제 없이 통과했는데 이상하기도 하지.....  이때부터 우루만츄의 저주 시작.

 

의외로 먼길 이동하여 렌터카 인수하며 서로의 저렴한 일본어 실력을 확인...

박박사는 문맹, 회박사는 고등학교 때 배운 실력으로 어버버버, 나는 마음 속으로 읽고 해석할 줄은 알지만 발음을 몰라서 소리를 못내는데, 고박사는 글자는 모르고 단어를 말할 줄만 알고 있음....  결국 네 명 다 합쳐도 한 명치의 일본어가 안 나오는 황당한 상황.

렌터카 직원들의 영어 실력 또한 가공할 수준이라 손짓발짓과 단말마의 영어, 일어를 통해 어쨌든 초보운전 딱지 붙이고 출발!

속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박박사의 호쾌한 운전으로 곧장 북쪽으로 달려 길역 휴게소 도착.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어묵과, 전국 길역 휴게소 1300개 중 1등 먹었다는 옵빠 아이스크림 맛나게 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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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먹고, 이제 북쪽으로 더 달려 숙소로 들어가야 하는디......

숙소 주소가 네비에 안찍혀 모두 패닉 ㅠㅠ

주소 대신 쓸 수 있는 맵코드나 전화번호도 없는 상황.... 일본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네비를 샅샅이 뒤지다, 이러단 노숙하겠다 싶어서 결국 휴게소에서 쉬고 있는 현지인에게 도움 부탁...

한적한 시골마을을 지나 네비가 알려주는 대로 계속 가다보니, 황당하게도 비포장된 갈대숲 사이....

이것이 과연 길이냐를 두고 갑론을박했지만 네비에는 잘 가고 있는 것처럼 뜨고, 어쨌든 차 바닥 다 긁어가며 숲을 뚫고 지나니 바로 바다. 우리의 우루만츄는 표지판만 덜렁 있을 뿐 그 표지판 따라 가니 막다른 길.... 동네를 뱅글뱅글 하염없이 돌면서 욕을 욕을.... ㅡ.ㅡ

아마도 이런 우리를 창문으로 본 것이 아닐까 싶게, 주인장 아저씨가 갑자기 골목에서 짠 하고 출현.

힘들게 찾았지만, 숙소 전망은 너무나 환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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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풀고 주인장과 외계어로 대화를 나누면서 저녁 식사 장소 추천받음. 어쩌면 우리는 외계 항성에서 온 생명체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저녁 식사는 추천받은 고기구이.
고기 자체보다는 팬의 막강한 파워에 깜놀. 고기도 빨아들일까봐 엄청 조심하며 고기를 구워야 했음.
오리온 생맥주의 고소함과 한 장에 400원에 달하는 상추에 깜놀하며 맛난 저녁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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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은 어둠에, 이번에는 멀쩡한 길로 가보자고 발버둥을 쳤건만....

신기하게도 돌아돌아 다시 아까의 숲길로 마법같이 빠져들어서, 우루만츄의 저주를 실감....

숙소에 돌아와 편안한 휴식....
기~인 하루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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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감상들

블로그를 워드프레스로 다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차이피일 새 글쓰기를 미루었는데, 결국 시작도 못하고 글만 밀린 셈이 되었다.

올해 연말  프로젝트로 블로그 업데이트를!!!

 

#. 영화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014)

 

인터스텔라

 

인셉션 때도 들었던 의문인데 굳이 저렇게 개고생하며 메시지 전달해야 함?  그냥 첨부터 설계도를 마이클 케인 할배한테 쏴주면 되잖아 ㅠㅠ

시각효과와 쌍둥이 역설 보여주는데 너무 정성 쏟느라 나머지 플롯은 모기장 정도가 아닌 물고기 그물 수준 구멍이 숭숭...
과학자들은 어쩜 하나같이 정념의 화신들.... 불쌍한 맷 데이먼 어쩔 거냐고 ㅜ.ㅜ

 

게다가 행성 그 자체는 물론 빛조차 흡수해버린다는 대마왕 블랙홀 지나는데 사람이 멀쩡하고 심지어 교신도 잘됨 ㅋㅋ 코스모스에서 칼 세이건 할배가 중력장 찌그러지는 거 보여줬잖아...

그리고 공부 잘하고 똘똘하다고 그렇게 대놓고 딸만 좋아해도 되는겨? 살림 돌보느라고 개고생한 아들내미 불쌍함...  게다가 매튜 매커너히는 [컨택트]에서 하도 미운 털이 박혀서 뭘 해도 좋아보이지가 않음...

 

그래도 하나 건진 건... 타스 너무 갖고 싶어!!!!! 아이슬란드 꼭 가야해!!!

 

#. 영화 [액트오브킬링] (조슈아 오펜하이머, 크리스틴 신 감독, 2012년)

 

 

액트 오브 킬링


아......멘탈이 바스라짐
첨에는 아무리 저들이 가해자라지만 감독이 윤리코드를 위반해가며 찍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했는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감독이 이용당할 수도 있는 상황?

국영방송의 토크쇼는  보다 정말 쓰러질 뻔함.


인터스텔라는 허구인데 진짜같아 보이려 애쓰고 이 영화는 오히려 실제인데 더 허구같아 보임.

정말 저럴 수가 있을까 싶은데 변영주 감독 이야기를 들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는 했음. 옳은 일을 했다는 개인적 믿음과 사회적 합의 때문에 굳이 그들이 도덕적 딜레마를 겪을 이유가 없다는 것....

하지만, 도대체 인간 본성에 자리한 '양심'이란 그토록 취약한 것이란 말인가??? 나치스의 만행이나, 이스라엘의 또라이짓들을 보면, 그럴 것 같기는 하지만.... 정말 서글픈 사실...

안와르 콩고의 마지막 흔들리는 모습이 진심의 반성, 혹은 자기 향위의 정당성에 대한 의심이었는지는 감독도 모르고, 관객도 모르고, 아마 본인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

 

영화가 정말 무서웠던 것은 그 현실이 남한 사회와 백짓장 한 장 차이라는 점 때문. 서북청년단이, 광주 계엄군이 토크쇼에 나와서 대놓고 우리가 학살 저질렀어요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방청객들이 박수치며 웃지는 않지만, 그들이 엄연하게 현실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그들의 시선으로 역사를 다시 쓰려 하고 있다는 점....

이런 걸 보면 도대체 역사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깊은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고, 사회정의나 민주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 생명체인지 새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음...

너무도 우울하고 무서운 영화....

 


#. 영화 [언더 더 스킨]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 2014년)

 

언더 더 스킨

 

보는 내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솔라리스가 자동 연상.....

스칼렛 요한슨 너무 좋아... 그런데 가만, 한국어 포스터 좀 보소... '그녀가 벗는다'라니.... ㅋㅋ

외계인도 물리치는 지구인 남성의 '성폭력'이 아주 후덜덜하기는 했음....

원작 소설도 역시 다른 측면에서 완전 훌륭하다고 하던데 한 번 찾아봐야겠음...

 

#. 영화 [보이후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2014년)

 

보이후드

 

12년이라는 '리얼타임'으로 한 소년의 성장을 재구성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 영화의 미덕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평이 좋았던가 정말 의아했음.

리얼타임으로 쫓아간 걸로 치면, 사실 해리포터 시리즈가 훨씬 더 성장의 재미가 쏠쏠했는데 말이지...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너무 '전형적'이고, 갈등이나 시대상의 스냅샷도 너무 전형적이라 밋밋하게 그지 없더란 말이지... ㅡ.ㅡ 지금 40대 중후반의 미국 리버럴 중산층들이, 아 저 때는 그랬지... 딱 내 이야기네 하면서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돌아볼 수 있는 매끈한 추억팔이 영화라고 평하면, 나 너무 비뚤어진 사람인감???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이제 겨우 10-20년이 지났을 뿐인 시절을 돌아보며 그때가 아름다웠지 회고하는 것은 지나친 퇴행이라고 생각함. 90년대 한국사회에는 대중문화가 만개했고, 정규직 일자리가 젖과 꿀처럼 넘쳐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는 환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건지 모르겠다고... ㅜ.ㅜ 

 

#. 아트 스피겔만. Maus (1부 1986년, 2부 1992년 발간)

 

이 명작을 지금에서야 보게 되다니...

더 황당한 것은 아마존에서 주문해봤는데, 바로 얼마 있다가 국내에 번역서가 출판되었다는 것... ㅡ.ㅡ

 

현재 세계에서 아빠의 고집불통 구두쇠 성격을 세밀하게 그려낸 것이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을 더 잘 설명해주는 효과...  가혹한 폭력과 난데없는 운명의 향방에 대한 공포가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었음.


그러면서도 작은 자원 하나, 숨겨온 금시계, 빵 덩어리 하나가 때로는 삶과 죽음을 가르고,

같은 이웃이고 민족이고 없이 오로지 혈연이라는 일차적 관계망, 여전히 물질적 자원이 중요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역사의 소용돌이 여파도 계급에 따라 차별적이라는 점이 너무나 씁쓸....

유대인이라는 '동포' 사회에 연민이나 연대는 존재할 여지조차 없었던 것 같은 정황이 진정한 공포.... 정말 각자 도생의 지옥도에서 누구는 운 좋게 살아나고 누구는 연기 속으로.....

하지만, 2차 대전, 아우슈비츠와 나치스의 만행에 대한 책을 읽고 나면 자동으로 이어지는 한숨....

이런 난데없는 폭력과 희생을 경험한 인간들이 왜 오늘날 저런 쓰레기 짓을 저지르냐고!!!

인간에게 염치를 빼면 뭐가 남는가 말이지....

 

 

#. Neil Gaiman, P Craig Russell. Graveyard Book graphic novel 1, 2 (2014)

 

 

아름답고 따뜻한데, 사실 엄청 잔혹한 동화.... 원작은 안 읽어봤지만 그래픽노블로의 변환은 정말 짱인듯...

Silas 멋지다고!!!

닐 게이먼 내 월급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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