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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51호> 노동자건강 팔아 먹고사는 대한산업보건협회

 

노동자건강 팔아 먹고사는 대한산업보건협회

 

 

 

얼마 전, 노동자 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감독관이 입건되었다.

 

또한 지난 3월, 노동부는 노동자의 보건관리 대행, 작업환경측정, 건강검진을 대행하는 대한산업보건협회에 대해 감독을 실시하여 무더기로 비리적발을 한 바 있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노동부는 대한산업보건협회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전문성을 돈벌이 수단으로 철저하게 이용하는 협회, 이러한 부정행위를 눈감아주고 돈까지 챙기는 정부관료 그리고 이윤만을 쫓는 사업주 사이의 은밀한 거래와 돈 잔치가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허위 보고서 작성, 엉터리 검진

 

노동부 결과에 따르면 대한산업보건협회 충북센터에서는 청력측정과 관련한 교육을 받지 않은 의사가 소음 판정을 해 문제가 됐다. 창원센터에서는 의사가 19개 업체에 실제로 나가지 않고도 나간 것처럼 서명을 해 허위로 보건관리보고서를 작성했다. 건강진단결과를 30일 이내에 사업주에게 통보해야 하는데도 1년 동안이나 이를 통보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엉터리 검진, 판정도 적발됐다. 소음 검진 시 정상이 아닌 경우 1차 검사 후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2차 검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1, 2차 검사를 동시에 실시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많은 지역센터에서 독감예방접종으로 한몫씩 챙겼다. 경기북부센터는 지난 2년간 보건소에 신고하지 않고 1만1,000여명에게 독감예방접종을 한 뒤 1억6,200만원을 챙겼고, 대구센터도 지난해 같은 방법으로 9,600만원을 벌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병수 협회장은 지난 2년 동안 업무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는 업무추진비를 1억1,000만원이나 사용했으며, 수익금은 명예회장에게 성과급으로 분배했다. 회계운영상의 비리 또한 심각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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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노동자 건강권대책위원회'가 노동부의 대한산업보건협회 비호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노동부의 대한산업보건협회 봐주기와 짬짜미

 

대한산업보건협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가? 대한산업보건협회는 1963년 광산노동자들의 진폐증에 관심이 있는 의사들이 중심이 되어 산업재해와 직업병 예방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사단법인이다. 그 후 노동부로부터 정식지정을 받아 전국 13개 지역 센터를 두고 작업환경측정, 건강검진, 보건관리 등 사업주가 해야 할 보건관리업무를 위탁받아 대행하고 있다. 보건관리업무를 위탁한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6조에 따라 보건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대한산업보건협회는 애초 설립취지와는 무관하게 철저하게 노동자의 건강을 이용한 돈벌이 기관으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2004년 산재융자기금 14억원 유용의혹이 제기되었고, 대전센타는 자격에 미달하는 의사들이 타 지역센타에서 근무한 것처럼 허위의 경력증명서를 받아 노동부에 제출한 뒤 업무를 통해 2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형식적 점검만 반복하고, 사업장 점검 결과에 대한 사업주 개선조치 이행여부에 대해서도 방치해 왔다. 대한산업보건협회에 대한 노동부의 봐주기와 짬짜미는 수십 년 동안 관행처럼 굳어졌다. 결국 노동자의 건강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국가기관이 비리를 부추기고 방조해온 것이다.

 

비리로 얼룩진 대한산업보건협회 역사

 

대한산업보건협회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노동자들의 고통과 삶을 어떻게 저들의 확실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해 왔는지 알 수 있다.

 

1971년에 청계천 평화시장에 근로자복지의원이 개설되었다. 전태일 열사로 인해 노동자의 참혹한 노동현실이 드러나게 되면서 취해진 조치였다.

 

그러나 무엇이 달라졌을까? <전태일 평전>은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한 공장의 30여명 직공 중에서 겨우 2명이나 3명 정도를 평화시장주식회사가 지정하는 병원에서 형식적인 진단을 마칩니다. X레이 촬영 시에는 필름도 없는 촬영을 하며....아무런 사후 지시나 대책도 없습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저들은 합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로 철저히 이용했던 것이다.

 

또한, 1972년에는 마산수출자유지역 안에 근로자복지의원을 설립하여 집단보건관리 시범사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집단보건관리제도의 출발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집단보건관리제도는 철저하게 사업주와 결탁하여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집단적 비리와 부정을 은폐하는 수단이 되었다.

 

1984년 대산산업보건협회 상임이사로 부임한 이후 2005년 협회 회장이 된 최병수는 전직 안기부 노동담당 조정관이었다. 군사독재시절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노동자를 죽이고 탄압하던 자가, 25년 가까이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돈벌이를 하는 주역인 것이다.

 

중소사업장, 비정규직 건강 위협

 

현재 대다수 중소영세사업장은 안전 및 보건관리자를 자체 선임하지 않고 대부분 대행기관에 위탁하고 있다. 보건관리자 자체 선임율은 1997년 38%에서 2008년 20%로 감소한 반면 대행기관 위탁은 61.6%에서 80%로 증가했다. 대부분 중소영세사업장이 부실한 대행기관에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맡겨놓고 있는 것이다.

 

대한산업보건협회 최병수 회장의 한 인터뷰 자료를 보면 “가장 어려웠다는 IMF시절에 급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이는 불안정고용의 시대 가장 위험하고 힘든 작업에 노출되어 있는 비정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협회의 배를 채워 왔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창원지역의 경우도 370여개 사업장이 대한산업보건협회에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이들 사업장 평균 고용인원이 70명으로 중소사업장과 대기업의 사내 비정규업체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익숙함, 패배의식과 단절하자

 

노동자의 목숨과 생명을 볼모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비단 대한산업보건협회 뿐만은 아니다. 밤에는 자고 싶다는 너무도 당연한 노동자의 외침과 절규도 철저히 짓밟혀지고 있다.

 

온갖 유해물질에 폭로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권적인 조치도 후퇴하는 나라, 직업성 암에 수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쓰러져가도 끄덕하지 않는 나라, 일하다 다쳐도 치료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나라, 이 어처구니없고 잔인한 현실을 언제까지 묵인해야 하는가? 우리 사업장이 바로 그 곳이라는 것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노동현장에서는 집단적인 살인이 자행되고, 돈 벌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자들의 집단적인 조작과 은밀한 돈거래가 수없이 폭로되었음에도 우리의 대응은 너무도 미약하다.

 

노동자 건강의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노동력을 파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건강까지 파는 과정으로 인식되어 왔다.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고 병들고 죽는 것을 사회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만연된 고질적인 부패의 사슬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익숙함과의 단절, 어쩔 수 없다는 패배의식과의 단절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

 

[민주노총 기자회견자료-대한산업보건협회비리.hwp (34.00 KB) 다운받기]

 

(2011년 7월 20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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