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다시 전국 순회투쟁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들
7월 19일 아침, 진해 STX조선 앞 출근길이 시끌벅적했다. 평소 같으면 STX조선 비정규직 해고자 5명이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게 전부였지만, 이 날은 진입로 양 옆으로 70여 명의 노동자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길게 늘어서서 함께 구호를 외치며 출근선전전을 했다. ‘금속노조 비정규직 없는 공장만들기 희망버스 순회투쟁단’ 동지들이 둘째날 첫 번째 일정으로 STX조선을 찾은 것이다. 선전전 자리에서 순회투쟁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호루라기> 이번 순회투쟁의 취지는 무엇인가?
<순회투쟁단>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며 현대차 정규직이다라는 판결을 내린지 1년이 됐다. 얼마 전에는 금호타이어 사내하청 역시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자본을 비롯해서 정규직화를 시행하거나 이행 계획을 내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대법원 판결 1년을 맞아 다시 불법파견 문제를 사회문제로 만들고 정규직화 쟁취 싸움을 시작하기 위해 순회투쟁에 나섰다.
<호루라기> 금호타이어 대법원 판결 내용을 좀 더 소개해 달라.
<순회투쟁단> 금호타이어의 경우 노동부의 시정지시에 불복해 회사가 소송을 낸 것인데, 대상이 타이어 포장업무로 직접 생산업무가 아닌 외곽업무라는 이유로 회사는 불법파견이 아니라 합법 도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역시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해 2년 이상 된 사람은 정규직으로 인정한 것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판결 이후 자본은 그것이 직접 생산공정에만 국한된 판결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미 현대차 아산공장 판결에서도 지게차로 부품을 라인에 공급해주는 간접부서인 생산관리부서 노동자 역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이번 금호타이어 판결로 해서, 제조업은 간접부서나 외곽업무라고 하더라도 사내하청이면 모두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호루라기> 작년 말 치열했던 현대차 비정규직 점거파업에 대해 평가한다면?
<순회투쟁단> 현대차 비정규직 점거파업은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으로 크게 알리는 성과가 있었다. 연대의 부족으로 25일 만에 투쟁을 중단하긴 했지만 누구도 이 투쟁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2차 투쟁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번 전국순회투쟁도 그 일환이다. 이번 전국순회투쟁에 앞서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가 먼저 전주-아산-울산을 거치며 순회투쟁을 한 바 있다.
<호루라기> 점거파업 이후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의 상황은 어떤가?
<순회투쟁단> 자본의 탄압이 엄청나 울산, 아산, 전주 합쳐 100명이 넘게 해고 됐다. 특히 탄압이 집중된 울산과 아산은 조금 위축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05년의 경우 투쟁이 한 번 실패하고 나서 탈퇴자가 대량 발생하는 등 조직력이 후퇴했다면, 현재는 대법원 판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점거파업 이후에도 거의 탈퇴자가 없다. 위축된 조직력도 서서히 다시 살아나고 있다.
<호루라기> 순회투쟁단 구성과 일정을 간략히 소개해 달라.
<순회투쟁단> 순회투쟁단은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한국GM, 현대하이스코, 금호타이어, 동희오토, 기륭전자 등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 대부분의 동지들이 함께하고 있다. 또 지역에서 연월차를 내고 참여하는 동지들이 있다.
7월 18일 울산을 출발해서 창원, 순천, 광주, 전주, 군산, 아산, 평택 등 전국을 돌아 7월 22일 서울에 도착, 23일 금속노조 결의대회로 마무리한다.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과, 동희오토,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등 이른바 ‘정규직 제로’ 공장을 중심으로 순회투쟁을 한다.
<호루라기> 경남지역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순회투쟁단> 소수로 외롭게 투쟁하고 있는 STX조선 비정규직 동지들을 보면 마음 아프다. 비정규직지회나 분회로 편제되지도 못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지역동지들이 많이 지지하고 연대해 주면 정말 고맙겠다. ●
(그림=한겨레)
(2011년 7월 20일 발행)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