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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시대 민주노조운동의 운명
7월 1일부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결성이 허용되었다. 언론을 통해 여기저기 복수노조 설립 소식이 전해진다. 무노조 삼성에도 민주노총과 함께 준비해 온 ‘삼성노조’가 결성되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다고 한다.
복수노조 허용과 강제적 창구단일화 시행은 침체되어 있는 민주노조운동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복수노조 시대의 노조운동을 진단하고 함께 고민하는 집담회가 지난 7월 12일 노동사회교육원에서 개최되었다. 집담회는 노동사회교육원 이종래 부소장의 주발제를 듣고, 참석자들로부터 경남지역 복수노조 사례를 들은 후 전체 토론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상급단체 선택한 노조는 10.2% 뿐
7월 1일 복수노조가 허용된 후 지난 7월 10일까지 167개 노동조합이 새로 설립되었다. 이 중 82%인 137개가 기존 양대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 곳에 복수노조로 설립되었다. 그런데 신규노조 중 상급단체를 선택한 노조는 10.2%에 불과하고 나머지 90%에 가까운 150개 노조는 상급단체 미가맹으로 신고하였다. 이는 신규노조가 자본의 협력과 개입 속에서 설립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진=금속노동자 www.ilabor.org)
금속노조 경남지부 소속 사업장 중에는 현재 3개 사업장에서 복수노조가 현실화되고 있는데, 3개 사례가 각각 복수노조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어 이후 진행과정이 주목된다.
먼저, 두산자본의 탄압으로 장기투쟁을 하고 있는 두산모트롤지회에 가장 먼저 복수노조가 설립되었다. 그 동안 투쟁과정에서 노동조합을 탈퇴한 전직 간부들을 중심으로 이미 복수노조 설립을 공언해왔던 터라 두산모트롤의 복수노조 설립은 예견된 일이었다.
문제는 어느 노조가 조합원 다수를 조직할 것인가인데, 260명의 현장직 중 두산모트롤지회 조합원이 110명인 반면, 새로 설립된 기업별노조 조합원이 130명으로 과반수를 점하게 되었다. 이 경우 당장 대표교섭노조 지위를 상실할 수 있는데, 다행히(?) 두산모트롤지회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4년째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채 교섭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 노동부 질의회신에 따르더라도 최소 1년 이상 대표교섭노조 지위를 보장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과반수를 조직한 기업별 노조에게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빼앗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선택권은 전적으로 자본에게
지난 4월 민주노총 탈퇴 총회를 부결시켰던 센트랄에도 복수노조가 설립되었다. 탈퇴 총회를 주도했고, 이후 금속노조에서 제명된 3명을 주축으로 현재 12명이 가입한 상황이다. 센트랄은 현장직 237명 중 신규노조에 가입한 12명을 뺀 나머지가 모두 금속노조 조합원이어서 절대적으로 수적 우세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센트랄 자본은 소수 신규노조에 사무실 제공, 상근자 인정 등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자율교섭으로 소수 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센트랄지회와 경쟁시켜 민주노조의 조직력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법에서 자율교섭에 대한 선택권이 전적으로 자본에게 주어진 것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친자본 성향의 노조가 다수노조면 창구단일화를 통해 소수인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고, 반대로 민주노조가 다수노조면 소수인 친자본 성향의 노조와 자율교섭하면 되니 자본의 입장에서는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교섭권을 쥐락펴락 할 수 있게 되었다.
세 번째, 한국산연의 경우 이미 기존에 한국산연지회 외에 조직대상을 달리하는 관리직 기업별노조가 있었다. 이에 2010년 일방적 구조조정 이후 노조탄압을 계속하고 있는 자본은 현장 조합원을 관리직으로 승진시켜 한국산연지회에서 탈퇴하게 하고 관리직 노조에 가입시키는 방식을 취해왔다.
그런데 복수노조 허용 이후엔 관리직 노조의 가입대상을 현장직으로까지 확대 변경해 본격적으로 한국산연지회에서 탈퇴시키고 기업별노조에 가입시키려 하고 있다. 사무관리직을 복수노조에 적극 활용하여 민주노조의 조직력을 위협하는 경우다. "제조업의 경우 사무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복수노조 설립을 자본이 추동할 경우 중소사업장이 많은 금속은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공공부문의 경우 정부가 모든 공공기관에 복수노조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노조 탈퇴공작이 집중되었던 발전노조의 경우 이미 5개 본부 중 2개 본부에 조합원 과반을 차지하는 기업별 노조가 만들어진 상황이다. 특히 하동화력발전의 경우 지부장이 스스로 사퇴한 이후 기업별노조 조직을 주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프레시안)
산별노조 부정, 회사관리노조 육성
복수노조 강제적 창구단일화를 통해 정부와 자본이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다. 산별노조를 부정하고 산별교섭을 무력화시키면서 기업별노조 체계를 유지,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자본이 원하는 기업별노조란 산별노조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실리주의 노조조차 넘어서서 기업의 통제에 복종하는 ‘회사관리노조’이다. 그래서 조금 극단적으로 보면 “노동조합 간부 직책이 회사의 임원으로 승진하기 위한 경로로 구조화되어, 노조간부의 80%가 회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20%는 노조 상급단체로 가는 일본식 노사관계”가 자본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당장은 개별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하거나, 창구단일화 과정에서 자율교섭을 확보하는 게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복수노조가 목표로 하는 자본의 전략을 생각하면 개별 사업장에서의 교섭권 확보만으로는 현재의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그래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차원의, 다시 말해 ‘총노동’ 차원의 대응전략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대응전략은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를 통해 법 개정을 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그때까지 개별 사업장은 알아서 자기 실력껏 교섭권을 확보하고 있으라고 한다. 설사 야권연대로 법 개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분명 정치적 논리와 한국노총의 물타기로 주고받기식 협상이 될 가능성이 큰데,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총노동 전선을 형성하고 현장을 조직하려는 계획은 전혀 없다.
‘산별교섭 법제화’를 이야기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과 상이 무엇인지 조합원들 속에서 공유하고 만들어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려는 시도 역시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각 사업장이 실력껏 교섭권을 확보하라는 건 결국 힘이 부족한 노동조합은 하나씩 무너져도 어쩔 수 없다는 것과 같다. 단적으로, 말로만 7월 초 15만 총파업을 외쳤지, 2011년 금속노조 중앙교섭이나 집단교섭은 유성기업 투쟁, 한진중공업 투쟁과는 전혀 동떨어져 별개로 진행되었다.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망한다
자본은 산별노조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는데, 여전히 기업별 울타리에 갇힌 무늬만 산별노조로는 이제 더 이상 안 된다. 근본적으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다 망한다.
한 예로 금속노조와 지부의 재정과 상근역량의 50%이상을 미조직, 비정규직 사업에 배치할 수 있는가. 그래서 기업별 노조의 단순합이 아니라 90% 미조직 노동자를 지향하고,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를 만들어가는 산별노조로 변화할 수 있는가. 그 시작으로 1사 1조직을 전조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가.
‘현실적 조건과 한계’를 이야기하기엔 한 치 앞에 놓인 벼랑이 까마득하기만 하다.●
* [노동사회교육원_집담회발제문_110712.hwp (129.50 KB) 다운받기]
* [110718_금속노조_복수노조현황.hwp (16.50 KB) 다운받기]
(2011년 7월 20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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