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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5/08/12 14:01

현대 그림책의 유명한 작가 두 사람, 존 버닝햄(John Burningham)과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

그들의 동화는 아마 만 4~6세 사이 어린이를 키워본 사람은 적어도 한 권이상은 접해봤을 만큼 꽤 유명하다.

 

존 버닝햄은 37년, 앤서니 브라운은 46년생, 둘다 나이든 영국 아저씨들이다.

이 나이든 영국 아저씨들의 그림책을 유감없이 볼 수 있는 그림책 전시회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존과 앤서니는 둘다 이야기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는 전천후 작가들.

어떤 이야기꾼들인지, 어떤 그림장이들인지 한번 보실라우?

 

(위의 날으는 침팬지는 앤서니 브라운의 윌리 시리즈 주인공인 바로 그 '윌리')



{ 존 버닝햄 }

 

존 버닝햄의 이야기는 언제나 아이들의 편에 서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어른에게 대신 전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그림책 [지각대장 존]이나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등도 어른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어른이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 적어도 어른이 보기엔 - 아이의 눈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표현해낸다.

그는 딱딱한 영국식 교육을 견디지 못하였고 섬머힐 학교를 다니며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자신의 재능을 깨달았다고 하는데, 왠지 이야기 하나하나가 스스로 꾸어왔던 꿈이 아니었을까 싶은 공상도 해보게 된다.

 

이 그림은 [마법침대]의 한장면.

어느날 길가 가구점에서 아버지와 함께 산 침대.

그 침대에는 '이 침대에 누우면 먼 곳으로 여행하게 됩니다. 먼저 소원을 빌고나서 ... 주문을 외우세요!' 라고 적혀있다.

제대로 주문을 읽은 어느 날, 아이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도시를 지나 들판의 난쟁이와 요정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아기 호랑이를 어미 호랑이에게 데려다주기도 하고, 돌고래와 수영하기도 하고...

어느 날 부모님과 여행 후 돌아와보니 할머니가 낡았다고 침대를 버리셨다. 쓰레기장으로 정신없이 달려가자 침대는 사라질 위기! 다시 한번 멋진 주문을 외우자 침대가 부~웅 하고 날기 시작하고, 아이와 침대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는다.

당신도 주문을 알아내보라고 부추기기 까지한다.

옆에 서있던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놀라는 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당연하지, 그 침대는 마법침대이니까.

 

 

[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는 존 버닝햄이 즐겨 사용하는 화면 구성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이 책에서 왼쪽 면은 어른의 세계, 오른쪽은 아이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셜리는 어느 날 부모님과 바닷가에 놀러왔다.

부모님은 모래사장에서 의자 펴놓고 햇빛만 쪼일 뿐.

그러나 물 속에 과감히 끼어든 셜리는 다양한 모험을 한다. 지나던 개도 만나고, 보트 타고 나갔다가 해적도 만나고, 용감히 해적과 결투도 벌이고, 보물도 쟁취하고...

셜리가 열심히 모험을 즐기는 동안 부모님은 여전히 조용히 앉아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셜리에게 말만 할 뿐이다. "셜리야, 예쁜 새 구두에 지저분한 흙탕물 안 튀게 조심해라"

(어른들, 애들하고 놀기 무쟈게 힘드시죠? ㅋㅋ)

아마도 부모님은 평생 셜리의 모험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의 그림체는 엉성해보여도 글 만큼이나 간결하고 핵심적이다.

왠지 지나가던 어느 카페, 술집, 식당, 누군가의 노트 한켠에서 편안하고 깔끔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림들.

 

 

{ 앤서니 브라운 }

 

앤서니 브라운은 맨체스터 왕립병원에서 인체삽화 작업을 3년 정도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볼륨감있고 배경까지 꽉 차는 경우가 많다.

그의 그림책에서는 일상에서 아이가 겪게 되는 소소한 문제나 공포 등을 해소시켜주고, 뭔가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려는 작가의 열망이 느껴진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아예 공포를 앗아가는 것이 아니다.

공포를 느끼는 상황은 이미 벌어진 상황이며, 다만 그 장면은 생각외로 간단한 미소로 대처할 수 있다고 잠깐 아이의 손을 잡고 용기를 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림책 [숲속으로]는 고전 [빨간모자]의 패러디인데...

[빨간모자]는 아이들에게 공포와 죄책감, 죄에 대한 가혹한 징벌 등을 체험하게 하지만,

[숲속으로]는 [빨간모자]로부터 파생된 모든 스산한 기운을 느끼게 하면서도 아주 덤덤하고 별 일 아니라는 느낌으로 아이에게 미소를 돌려준다.

 

그림책 [고릴라]는 고릴라를 좋아하지만 한번도 본 적 없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소녀는 언제나 고릴라를 보고 싶지만 일이 너무나 바쁜 아버지는 그녀와 동물원에 갈 시간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생일 날 사준 고릴라 인형은 진짜 고릴라가 되었고, 아버지 대신 아버지의 모자와 외투를 걸치고 동물원도 가고 맛있는 식사도 함께 한다.

그리고 어느 새 아침, 아버지는 딸을 보며 "동물원에 가고 싶지?"라고 물으며 빙긋이 웃는다.

 

이 그림책은 절대적으로 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는 30, 40대 어른들과 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그림책이 이러한 문제를 해소시켜주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아이가 무언가 꿈꾸는 것은 매우 정당한 것임을 알려준다.

 

 

[특별한 손님]은 이혼한 아버지와 사는 딸이 어느 날 아버지의 재혼 상대자를 만나면서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아버지와의 시간을 뺏긴 것 같은 딸이 재혼 상대자와 그녀의 아들하고 불편한 모습도 보여주고, 그녀가 아들과 함께 다시 그녀의 집으로 돌아갔을 때의 아버지의 외로움도, 왠지 모를 딸의 허전함도 보여준다.

이런 과정 속에서 딸은 그들과의 생활의 어려움뿐 아니라 함께 해서 행복한 면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도록 하고 있다.

 

 

쭉 보고나니

 

두 사람의 그림책을 보니 왠지 두사람을 상상하게 된다.

존 버닝햄은 먼 하늘을 쳐다보며 팔을 활짝 펴고 소리내어 웃으며 빙글빙글 돌고 있을 것 같고, 앤서니 브라운은 정확히 자신의 눈높이와 같은 곳을 쳐다보며 슬며시 미소짓고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들의 눈높이는 어른의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것 내지는 아이들로 향하고 싶은 눈높이이기에, 감동도 주고 재미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회는 성곡미술관 본관과 별관에서 진행중인데, 본관에서는 그야말로 그림과 글의 전시를 볼 수 있다.

한편 별관은 정말 '심봤다!'인데 2,3 층은 그림책 중 일부 장면을 재현하여 아이들이 놀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놓았고,

1층에서는 존 버닝햄과 앤서니 브라운의 책을 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았다.

위의 그림책 중에서 [특별한 손님]은 별관 1층에서 책으로 본 것이다.

 

어제 하루만 그림책 20권 가까이 본 것 같다.

이 두사람의 그림책은 왠만해서 재미없기 힘들기 때문에 뭐든 잡히는 대로 읽으면 된다.^^

(음.. 내가 재미없게 읽은 유일한 그림책은 존 버닝햄의 초기작 [보르카])

 

 

* 사진 출처 : 성곡미술관(http://www.sungkokmuseum.com) + 인터넷 서점 알라딘(http://www.alad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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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2 14:01 2005/08/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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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5/08/11 00:01

음... 거리도 멀고, 미술관 만든 이도 맘에 안 들고, 고전예술에 혹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가지 이유로 호암미술관은 평생 안 가볼 줄 알았는데... 어떻든 가봤다.

 

[연꽃전]---------------------------------

1층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제목은 연꽃전.

예쁘게 생긴데다가 물도 정화시킨다는 연꽃,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림을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19세기초에 그려졌다는 [수련도 십곡병]. 물 위에 떠있는 연꽃이 그려진 10폭짜리 병풍이다.

가만히 보면 꽃은 평면이고 간략한데, 연잎은 화려하고 정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감동이다.




아래 그림은 역시 19세기 조선시대 그려졌다는 [연압도].

연꽃과 오리 그림이다.

오리가 물살을 헤치는 모습이 마치 모래 위를 헤집고 다니는 듯해서 웃긴다.

 

이 [연압도]의 연꽃과 연잎도 참 섬세하게 그려지긴 했지만,

현재 심사정이라는 사람이 그린 [연지쌍압도]는 더 섬세한데다가 무척 화려하다. 평면인데도 이파리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아래 그림은 김홍도가 그린 [연해도]. 화첩에 그려진 건데, 담백 그 자체.

크기로 봐서는 연잎위에 연꽃, 그 위에 게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반대라도 전혀 이상하지도 않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그림 근처에는 정선이 그린 [삼승정도]가 있었는데, 인왕산 동쪽 기슭의 세심대와 옥류동 사이를 그린 산수화다.

그림 한 가운데 작은 집과 작은 연못이 있는데, 연못 위에 떠있는 연잎들이 마치 커다란 물방울 같아보인다.

 

 

18세기 김두량이라는 사람이 그린 [화조도]도 참 고왔는데, 물위로 고개를 떨군 연잎 사이로 오리가 헤엄쳐 나오고 있었다. 그걸 보니 왠지 자연은 종족을 떠나 모두 어울릴 수 있는 대단한 존재다 싶다.

 

14세기 고려때 만들어졌다던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권10변상도].

오른쪽엔 보현보살이 제자들에게 비로자나불의 화장체계를 설법하고 있고,

그 설법 그대로 왼쪽에 화장체계가 구현되어 있다.

세상의 가장 밑엔 풍륜이란게 있고 그 위에 향수해가 있고 그 속에 큰 연꽃이 있는데,

그 연꽃 안이 화장세계란다. 그 주위는 아름다운 금강륜산이 둘러싸여있다.

화장세계란 연꽃속에 있는 일체의 만물을 뜻한다는데,

연꽃 안에는 꼬마 부처들(내 생각에)이 연잎 줄기를 따라가보면 그 끝에 연결되어 잔뜩 앉아 있다.

왠지 이정애 만화의 [안녕 유리카]에 나오는 미래인들의 존재 그 자체같기도 하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강하게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전시회에는 그림 뿐만 아니라 조각이나 도자기도 많이 있었는데, 그중에 [업경대]라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험상궂은 사자(내지는 해태)위에 연꽃장식의 기둥이 있고, 그 위에 화염에 둘러싸여있는 거울이 있다. 이 거울은 명부에 끌려간 자를 비추면 업이 얼마나 되는 지 보여준댄다. 그에 따라 윤회시키겠지?

 

[2층]---------------------------------

연꽃전과는 관계없이 2층에는 항상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이 있었다.

별 생각없이 돌아보려다가 그 중 2개의 병풍이 눈에 확~! 들어왔는데,

[호피장막도 8곡병]과 [철산읍지도 8곡병]였다.

 

보통 병풍은 일관된 주제나 한폭한폭마다 십장생을 그린다던지 그러던데,

[호피장막도 8곡병]은 전체 8폭에 호피가 드리워져있고 3번째 폭과 4번째 폭에 호피가 살짝 들어 올려져있다.

그 사이로 서재의 모습이 보인다. 책상도 보이고 안경도 보이고... 정말 특이한 병풍이었다.

 

[철산읍지도 8곡병]도 한 '개성'하는데, 오른쪽 5폭은 그야말로 흔한 산수풍경이었지만 왼쪽 3폭은 도성 모습이 성냥갑 쌓아올린 것처럼 그려져있다. 마치 현대의 도심 속 같다. 심지어 새들도 빌딩 꼭대기에 모여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완전 포스트모던!

 

병풍 말고 재미있었던 그림중 하나는 [금강산도]였는데, 진짜 초등학생 정도가 그린 보물지도처럼 생겼다. 만화영화에서 많이 본 지도 그림이다..^^

 

[잠깐, 그림 본 전반적인 느낌]------------

전시회엔 도자기나 조형물도 많았는데 나는 그림에 관심이 많이 갔다.

 

옛날 그림들, 식상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특이한 그림 몇가지가 나를 빙그레 웃게 해주었다.

특히 민화는 - 몇 작품 안되어 참 아쉬웠지만 - 정말 독창적.(O_O)b

(이미지파일이라도 남기고 싶은데 구할 수가 없당.)

학교 미술책에선 민화는 그저 덜 섬세한 그림 정도였던 것 같은데 왠지 대한민국 교육에 다시 한번 속은 느낌이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고전도 새롭다. 

확실히 빛바랬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바람 한번 휙 불면 찰랑찰랑 움직일 것 같다. '생동감 넘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또 하나 느낀 점은 그림을 보고 있으니 뭔가 계속 상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 연잎 쓴 아이는 이제 무얼 할까?

두 아저씨는 앞뜰에서 무슨 수다를 떠는 걸까?

연잎을 헤쳐나온 오리는 무리들쪽으로 움직일까? 재미있다고 다시 연잎으로 들어갈까?

머리속에서 계속 이야기를 만들게 한다. 그것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가 가능한 그런 무한한 이야기를...

 

 

[외부]---------------------------------

호암미술관은 외부에 넓은 정원과 호수를 볼 수 있는데, 약간 인공 냄새가 나긴 하지만 한적하고 탁 트여 평온해지는 느낌이다. 특히 비가 약간 와서 사람도 거의 없어서 그런지, 한산하기도 하고 풀, 나무들도 싱그러워보였다.

 


 


 

 


 

* 사족

(혹시 갈 사람 있나 싶어서) 호암미술관을 어떻게 갔냐하면...

사당역에서 1500-2번 타고 80분 -> 에버랜드에서 무료셔틀버스 이용(5분)

에버랜드에서 호암미술관까지 셔틀버스는 오전 10시부터 16시까지 매시정각에 출발.

 

* 사진출처 : 호암미술관(http://www.hoammuseum.org) + 직접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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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1 00:01 2005/08/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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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5/08/10 01:10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봤던 [착한 새끼고양이].

요시토모 나라의 1994년 작이다.

나는 오늘 요시토모 나라의 머리 속 서랍 한 켠을 구경했다.



나라(Nara)에 대해 가장 놀란 점은 그가 그(he)이고 59년생이라는 점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어리다 싶게 젊고 여성일 줄 알았다. 참 편견도 심하지.

but, 보라! 저 불량한 눈매를~. 그야말로 새로운 세대 대중문화의 정서같은 느낌 아닌감?

 

전시장 내부에 들어서자 합판으로 구성된 하얀 벽들 안에 커다란 하얀 집이 놓여있다. 문도 없이 창문만 3곳. 하지만 곳곳에 손가락 하나만한 구멍이 뚫려 있다. 집 안에는 [훌라훌라 정원](1994)이라는 작품이 있다.

나무 바닥에 꽃밭, 아이 3명은 동화책을 보다가 잠들어버렸고, 집 벽에는 9개의 가면들이 걸려있다. (가면중에 일본 가수 아무로 나미에의 가면, 정말 닮았다..^^)

어릴 때 부모의 맞벌이로 꽤 외로운 생활을 보냈다던데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왠지 기다리 듯, 외로운 듯 보인다.

 

 

1995년에 그린 [긴 긴 밤]에 보면 나라의 아이는 진한 테두리를 가지고 있다.

뚱한 표정 치고는 꽤나 으스스한 상황이다. 아이는 어두운 길을 초롱불 하나로, 그것도 굽이 엄청난 신발을 신고 걸어가고 있는것이다. 아무리 잘난 척 강한 척 해도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

작품에 그려진 테두리는 점점 햇수를 거듭할수록 옅어지고, 아이의 눈매도 점점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나라는 자신의 작품 속 아이들은 바로 자신의 분신이라고 이야기했다던데, 본인이 점점 - 어떤 측면인지는 알 수 없으나 -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뜻인가?

 

이 작품은 [외로운 강아지를 위한 드로잉](1999)이다. 왠지 평온한 느낌.

작가는 93년까지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학위를 취득하였고, 2000년까지는 일본과 독일을 오고가며 작품활동을 했다고 한다.

사실 90년대 초까지의 작품은 등장인물도 많고 그림의 느낌도 상당히 다른데(헉, 촬영도 안되고, 홈피에도 사진이 없어서리 올릴 수가 없네요. 꽤 재미있는데..-_-;;),

독일 유학이후부터(아마도 94년 전후?)는 '내게 소중한 것만 그리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인지 90년대 중후반 부터의 그림에는 배경들이 단일 색으로 정리되고 캐릭터에 집중되는 느낌이다.

그래도 왠지 외롭거나 두렵거나 하는 느낌이 조금씩 묻어있다. 특히 아이 캐릭터가 많아서 그런지 치켜진 눈매만 보면 '혼자 잘 버틸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여리고 잘 몰라서 힘들고 심장 벌렁거릴 줄 아는 그런 모습같다.

 


아래 2001년에 제작된 [생명의 샘]은 내 키보다 큰 구조물이다.

얼굴 하나 하나가 내 얼굴보다 더 크다.

이 큰 작품이 작품크기보다 더욱 큰 하얀 집 안에 있어, 역시 창문 3개를 통해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집을 한바퀴 돌면서 창문으로 들여다보는데 얼굴들이 점점 자라는 듯 싶다가도,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어 매우 서글프게 느껴진다.

 

전시장 외부, 갤러리 바로 입구에는 [서울하우스]라는 거대한 집이 지어져 있다.

나라는 전시회를 할때마다 자신의 작업실(다 마신 커피와 잿더리까지 몽땅 다)을 그대로 옮기는 **하우스를 만든다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일, 삶을 관람객과 함께 느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란다.

 

원래 서울하우스 내부도 촬영 금지였지만, 집밖에 나 있는 구멍으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 하나하나가 작가를 나타내는 것 같아서,

책상 앞에 작가가 앉아있을 것 같아서, 

많이 찍게 되었다.

 

 


 

이 집 1층 한 면에는 아래같은 곳도 있었는데 왠지 화장실 같은 느낌..^^

 

1층 반대편에 있던 [작은 순례자]인데, 조명도 어둡고 지하같아 무섭기도 할만 하지만 그런 생각 들지 않을 정도로 귀엽다.


 

나라의 작품에는 전쟁의 허망함을 나타내는 것도 제법 된다.

95년에 제작된 [교도소 카미카제]는 2차대전 당시 일본의 카미카제를 그리고 있다. 탑승자의 멍한 눈은 그야말로 허망함 그 자체이다. 그리고 카미카제 한 대 주변에는 눈이 흩뿌려져 있는데, 이 눈은 사실 하나하나가 소우주 또는 전쟁이 함께 싸우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은 홀로 고독하게 싸우는 것임을 나타낸다고 한다.

또한 전시장 한켠에는 나라가 전쟁터인 카불에서 찍은 사진 슬라이드가 돌아가고 있는데, 그는 카불에서 전쟁 속에서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위의 작품들이외에 혹시 전시장을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왠지 아이러니한 연출의 [무제 중 날개없는 비행기](1991)와 [카이텐 어뢰](1994),

캔버스가 특이한 [몽유병](1995)과 [버려진 강아지](1995),

작가의 연륜이 느껴지는 석판화 [젠장할 정치](2003)와 [베~!](2003)

펑크락에 영향을 많이 받은 제목이라는 [차라리 타버리는 게 나을 걸 그랬어] 등은 꼭 봤으면 한다.

 

* 사족

8.21 까지 로댕갤러리에서 하는데,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보니 왠지 너무 자본적으로 보여 기분은... 음... 별로.

그래도 그저 신비롭게만 생각했던, 내가 전혀 모르던 나라의 세계를 잠시 엿본 것 같았고, 전시 자체는 좋았다.

 

오후 2시와 4시에 작품 설명을 40분 정도 하는데, 역시 그 시간대에는 사람 무지 많다...-_-;;;;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설명을 들었는데 - 개인적으로 잘한 일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 나라는 나보다 나이도 경험도 많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그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와 가슴에 남모를 뭔가를 잔뜩 담고 뚱한 아이를 그리는 그런 잘 모르겠는 사람이 아닌,

그저 외로울 땐 외롭게, 두려울 땐 두렵게 자~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 느낌.

 

* 사진 출처 : 로댕갤러리 홈페이지(http://www.rodingallery.org) + 직접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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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0 01:10 2005/08/10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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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5/07/18 00:30

처음엔, 그러니까 이 영화를 본 직 후의 솔직한 나의 심정은 바로 권태로움이었다.

영화의 주제로써의 '권태'가 아닌 나의 느낌으로써의 '권태'였다.

 

17세의 풋풋한 아름다움을 가진 누드모델과 40대의 이혼한 철학 교수라니..

배우들이 사용하는 프랑스어가 앞으로의 스토리의 전개를 알려주는 듯 하다.



역시나 40대 교수 마르땅은 '책을 쓴다'는 매우 형이상학적인 활동을 통해 일상의 권태를 날리고 변화를 꿈꿔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소녀, 세실리아.

그녀는 만날때마다 섹스만 하고, 대화를 해봐도 별로 관심있는 것도 없고, 심지어 자신이 뭘하고 지내는 지조차 별 관심이 없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자세히 설명하지 못한다.

처음엔 몇 번 자고 헤어질 생각이었지만 결국 끊어내지 못하게 된 건 마르땅.

뒤를 밟고, 지켜보고, 추궁하고, 결국 원하는(?) 답을 듣게 된다.

세실리아는 다른 애인도 사귀고 있었고, 얼떨결에 들키긴 했지만 마르땅과 헤어질 생각도 없다. 이런 관계가 못마땅하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마르땅.

영화가 끝날 무렵, 그는 심기일전을 다짐하지만, 그게 그녀를 단념하겠다는 소리인지 죽을때까지 그녀를 붙들 것이라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다.

 

한참 섹스를 즐기고 다른 사물에 별 관심없어 보이는 나이인 세실리아는 그저 그 나이스러운 매우 평범해보이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하루 종일 그녀를 쫓아다니는 마르땅은 비현실적이지만 어쩐지 유럽의 권태로운 분위기를 나타내는 인물이 아닌가 싶었다.

 

왠지 프랑스영화를 보면서 언젠가는 보았을 법한 설정과 내용 전개.

그래서 나는 매우 권태롭게 보았고,

다만 마르땅의 너무나 진지하여 매우 코믹스러운 연기만이 업그레이드된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보니 좀 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마르땅은 교수인 주제에 가르침에 대한 기쁨도 잊어가고 있고, 6개월 전엔가는 부인과 이혼했다. 일단 책도 써보려고 시도는 해본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행동을 보면 그는 어느새 40 평생을 살면서 단 1분 1초도 권태로움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마련해놓은 삶의 공간인 가정과 학교가 모두 무료해진 그 때를 참을 수 없게 된 그는 책쓰기라는 인생의 새로운 변화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마침 바로 그 당시 그때의 그에게 그런 방식은 맞지 않았고, 우연히 만난 세실리아가 바로 새로운 변화의 주요 대상이 되었다. 

그는 이 변화를 자신이 알고 있는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무리하고자 노력한다.

즉, 세실리아를 소유하고 독점한다는 마무리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실리아는 만만치 않다.

그녀에게 일상은 원래 권태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뭣할 만큼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그녀는 오늘 누구와 만나, 어디서 식사를 하고, 무슨 구경을 했는 지 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옆에서 마르땅이 추궁할 때만 겨우 기억이 날 정도다.

그녀에게 일상의 권태로움은 그다지 처참하고 견딜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며, 꽤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득 마르땅이 필연적으로 세실리아가 필요했던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

난 그저 마르땅이 변화가 필요한 그 시점에 때마침 세실리아가 끼어들어왔던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마르땅에게 있어서  책쓰기나 세실리아는 별 다른 차이가 없었다고 본다.

만약 그 당시 책쓰기에 필(feel)이 꽂혔다면 탈고하기 전까지는 권태로울 일이 없었겠지.

다만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보건대 책쓰기와 세실리아가 다른 점이 있다면

세실리아는 마르땅이 알고 있는 연애나 사랑의 방식에 맞춰 들어올 가능성이 거의 없어보이기 때문에,

마르땅은 이번 변화의 필요성에 있어서 시작점을 가지긴 했으나 종착점을 얻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마르땅 입장에서도 그다지 나쁜 상황만은 아니지 않나 싶다.

어떻든 마르땅은 변화가 필요했는데 뭔가 변화의 필요성이 완료되면 결국 또다른 변화의 필요성이 도래하게 된다.

변화의 필요성이 완료되는 시점, 종착점, 권태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되기 때문이다.

 

세실리아가 마르땅의 청혼을 받아들였다면 어떠했을까? (심지어 청혼도 했다.)

결국 몇개월, 몇년 후에 마르땅은 또다른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다시금 무언가를 찾아 헤매게 되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 삶에 대해 점점 달관하게 된다던데 잘 모르겠다.

나도 왠지 마르땅처럼 어느새 한 순간도 권태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으로 변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잠시 고민된다.

물론 권태로움을 참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고 그닥 나쁜 일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을 느긋하고 여유롭게 지내는 데는 참~ 도움이 되지 않을 듯 싶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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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8 00:30 2005/07/1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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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5/05/15 16:59

* 달군님의 [지금 가장 갖고 싶은 능력] * 레니님의 [거짓 웃음] 에 관련된 글.



♪ 말썽쟁이 동물 ♪

 

누구가 갖고 싶은 몽땅 다의 능력과 누가 가지고 있는 거짓웃음,

적당히 포기하고, 적당히 가지세용~!

(미안해. 적당히 하라고 해서리..^^ 그래도... 적당히들 하란 말이쥐~!)



얘들아!
'말썽쟁이 동물' 시작할 시간이야!


공부에 젬병이고
달리기는 꼴등이고
보기좋게 차인다해도

매일같이 매일같이
숙제를 까먹고서
학교에서 선생님께 야단맞는대도
어때, 어때! (어때, 어때!)
요리가 서툴러도
청소가 서툴러도
자동차를 갖다박아도

매일같이 매일같이
데굴데굴 굴러가며
낮잠만 퍼질러 잔다고 해도
어때, 어때! (어때, 어때!)

쓸데없는 노력도 담뿍이 해봤지만
거울 속에서 난 찾아냈다구
그 해답을
'케세라세라'의
마법의 주문을 소리내어 외우면
신기해, 모든 것이
반짝반짝 빛을 내기 시작해
항상 똑같은 모습
하나도 변하지 않은 나 그대로 있어도
그걸로 좋은 거야
세상에서 제일로 난 내가 좋아!
세상에서 제일로 친구가 좋아!
HEY!!

----------------------------------------------
「세상에서 제일로 난 내가 좋아」
 (노래 : 신타니 료코)
----------------------------------------------
번역 : 守辰사랑
http://happyspell.ivyr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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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5 16:59 2005/05/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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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5/05/07 01:28

 

6회나 되었다는데 나는 올해 처음 본 인터넷 영화제이다.(아마도 그런 것 같다...^^;;)

 

몇 편 보진 못했지만 아직까지는 [4계절]이 가장 황홀~!

흩날리는 영어들을 읽을 생각은 전혀~! 없지만,

봄의 산들거림도, 여름의 역동성도, 가을의 서늘함도, 겨울의 포근함도,

저렇게 흩날려주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렌다.

 

[초혼]은 스토리는 맘에 안들지만 관절인형같은 캐릭터들과 그것보다 훨씬 돋보이는 배경 처리가 멋지다.

 

 

[제1막2장]은 무쟈게 기분나쁘지만 약간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스토리. 장면 장면 넘어갈 때마다 아이디어의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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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7 01:28 2005/05/07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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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5/05/05 01:22

따뜻한 봄날,

서울 시립미술관 야외에선 happy happy 봄 나들이 전시중!

 

나름대로 조경 잘된 나무들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작품들이 재미있지만,

전시물이 너무 적어서 매우 아쉬움.

아무런 설명도 작품제목도 없으니 마음껏 감상하고 상상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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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5 01:22 2005/05/05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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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5/02/13 20:46

[갤러리 현대]는 경복궁 오른쪽면의 '미술관의 거리'에 있는데 오늘 처음 가봤다.

내부는 그다지 넓지 않다. 좁지만 깔끔.

그래도 왠지 Andreas Gursky 와 Thomas Struth 두 사람의 작품을 같이 전시하기엔 왠지 너무 좁아 아쉬웠던 공간...




토마스와 안드레아스는 독일사진의 미래라 불리우는 사람들이란다.

이번 작품들은 모두 사진이고, 가로 또는 세로 길이중 하나는 반드시 내 키보다 큰 작품이었다.

 

먼저 지하 1층의 토마스 작품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Thomas Struth

 

[Paradise 25]이라는 이 작품은 브라질의 열대우림인가보다. 우림을 보면 항상 느끼는게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인간이란 존재는 발디딜 틈이 없어보인다. 마치 오지 말라고 밀어내고 있는 것 같다.

희한하게도 계속 쳐다보면 사진의 가로 가운데, 세로 아래에서 1/3 지점으로 눈의 초점이 돌아와버린다. 그건 바로 그 지점 말고는 초점이 다 깨져서이다. 눈을 어디 둬도 소용돌이처럼 그 지점으로 고정된다.

 

 

[Pargamon Museum 2]인 이 작품은 베를린의 박물관인가보다.

박물관의 사이즈에 놀라워해야 할지^^;;, 어떤 건축물인지 몰라도 외벽을 통째로 옮겨놨다.

박물관에 갇힌 것 자체는 굉장히 답답해보이면서, 반대로 박물관안의 디스플레이만 생각하면 매우 세련되고 숨통 트여보인다.

 

[National Museum of Art Tokyo] 인 이 작품은 그 유명한 프랑스 혁명 그림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서서 우러러보고 있다.

일본의 집단의식으로 해석할지 혁명에 대한 경외로 해석할지 고민하는 가운데,

하층민의 봉기가 조명발 좋은 두꺼운 유리안에서 번쩍이고 있는 이 언밸런스한 상황 또한 머리를 멍하게 만든다.

 

 

 

Andreas Gursky

 

[Klitschko]인 이 작품은 가운데 사각 링이 있는 걸 보니, 복싱 아니면 레슬링이나 격투기 같은데 잘 모르겠다. 가운데 메인 빼고도 스탠드만 3 단인 이 거대한 공간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오로지 가은데 링만을 주시하고 있다.

묘하게 눈길을 끄는 사진이다. 사진과 동일한 사이즈 포스터가 있다면 사고 싶을 정도인데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Hong Kong Stock Exchange], 이 엄청난 사람들이 보이는 사진은 가로로 나란히 걸려있었다.

오로지 주식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 이런 사진은 언제나 현대인의 공포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바라보고 있는 모니터보다도 가치없어 보이는 자신...

 

 [Parada III], 이 작품은 프라다 매장의 검은 니트 옷이 엄청 곱게 접혀 전시되어 있다.

배경색도 좋고 디스플레이도 좋고...

그러나 공허함이 느껴지는 저 청결함에 질려버릴 것 같다.

 

 

이상하게도 토마스의 작품은 볼때마다 뭔가 불편하다.

사진을 못찍은 것 같지도 않고, 꽤 있을법한 장면들인데도 말이다.

이 불편함은 마치 끼어들면 안 될 것 같은 곳에 뭔가가 끼어든 것 같은 느낌이다.

간혹 그런 존재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물건이 되기도 한다. 

 

반면 안드레아스의 사진은 공허하다. 매번 깨닫는 사실인데도 현대는 정말 공허하다. 그리고 이젠 좀 적응될만도 한데 사진을 보니 또 느껴버렸다.

절어버린 사람들에게 잠시 눈감고 있었던 사실을 회귀하여 다시금 깨닫게 만드는 사진...

 

* 맨처음건 내가 찍은 거, 나머지는 : http://www.galleryhyunda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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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3 20:46 2005/02/1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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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5/01/29 00:04

원래 나의 만화 중독증상은 나름의 주기가 있어서 대체로

'3개월 빠져줌'과 '9개월 멀리함'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대로 가다간 개월수 뒤집힐 판이다... 헉...-_-;;

정신없이 '빠져줌'을 제대로 못하고 지나서 그래... 훗~!

 

덕분에 요즘-까지도- 애독하고 있는 '야오이와 BL'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장르가 되었다.

원래 만화보면서 심도깊은 생각이나 장르 구분 같은 거 안하고 사는데

코믹플러스에서 작년 8월부터 연재중인 유유의 일본여성만화이야기를 보면서 

여성만화의 입장에서 야오이와 BL의 위치에 대해 맥락 파악정도 한 느낌이다.

 

몇가지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1. 참 덧없고 실속도 없고 매정하기 까지 한 '사랑'의 감정에 신물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 순정만화 그리고 싶어도 리얼리티가 워낙 떨어져 스토리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혹시라도 반작용같이 남자의 우정이라는 다소 오래 갈 것 같은(?) 감정에 기대는 건 아닌가 하는 점은 좀 좀 좀 그렇잖아?)

 

2. 왠지 '여자보다 남자가 그리기 쉽다'는 점 적극 동감.

아무래도 의식되는 대중들 앞에

그야말로 '막나가게 그려도 될 것 같은' 캐릭터는 역시 남자가 좋다. 어떤 감정선 표현에도 사람들의 편견 없이 소화되기 수월할 것 같다.

 

3. 확실히 여자들은 -만화 하나 보면서도- 관계성에 대한 통찰을 염두에 두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걷지 않는 쉽지 않은 길을 뚫고 나가는 사람들은 

관계에 대한 진정성과 지속성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요리 하나 근사하게 만들거나 손오공이 여의주 10개를 모두 모으는 것과 같은 과제 수행적 스토리보다는 관계의 깊이나 지속성이 담보되면 'The End' 해도 되는 것이다.

순정만화의 끝에 잘 등장하는 '결혼' 역시 과제 달성의 외피안에는 지속성의 담보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닌지...

 

 

뭐 혹여 여성만화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면

나름대로 적절한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내용성과 상징성을 담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솔직히 야오이, BL, 여성에로만화, 모두 그닥 맘에 드는 건 아니다.

음... 하지만 좋은 점만 보려는 jineeya가 그런 점은 닮은 것 같은 유유의 글을 보면서 재미있어하는 건,

어떻든 '여성의 눈으로 들여다 봤더니만 그래도 그안의 변화로운 움직임을 눈치챌 수 있더라'는 점이 기뻤기 때문이 아닐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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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9 00:04 2005/01/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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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5/01/08 14:30

엄마와 아들 둘, 할아버지와 가정부...

이게 바로 야마다 집안의 구성원이다.

[날 울리지마] 그림.와타루 카즈키 / 원작 사토스미 타카구치



둘째아들 라이타.

 

곧 명문중 재학이 확실시 되는 100점 천재 초등 5년생.

야마다집안의 모든 이목과 기대와 희망과 사랑은 라이타의 것이다.

시험성적 좋다는 이유로 선물받은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등교하면

물론, 이녀석... 공부는 잘하는데,

대체로 잔디밭에서 담배 피기, 한놈 찍어 왕따시키기, 치매 걸린 할아버지 머리 때리기, 엄마 살살 구슬려 선물 받기 등이 주요 취미생활이다.

하지만 인생은 어려운 거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엄마의 우대와 기대, 버젓한 친구하나 없이 범생으로 있어야 하는 현실...

특유의 자만감으로 모든 것을 묻어버리려 하지만

살아가면서 100점 머리만 가지고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그의 앞에 속출한다.

 

그래도 답답한 세상속에 꽤 운이 좋은 편이다.

"라이타, 싫으면 관둬도 돼. 내가 전례를 만들어 놨으니까".

낙제생주제에 꽤 멋진 생각을 많이 하는 형이 멋져보여서 싫어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다.

'형이 먼저 실패해줘서 감사해. 형, 고생한다.'

 

큰아들 토키오

 

한때 신동이었으나 인생 하루 아침에 바뀐사건은 다름 아닌 명문중 진학 실패.

현재는 다니는 고등학교 캡장노릇중인 주먹쟁이.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에게 "낙오자!"라는 말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저 그런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매번 결석, 스스로 왕따 당하던 그는 결국 자신이 얼마나 인형과 같던 존재였는지 깨닫는다.

 

이 녀석도 꽤 운이 좋은 편이라, 다행히도 곁에 함께 있어줄 친구가 있다.

"널 좋아하는 애도 있을지 모르잖아?"

그리고는 주먹의 세계로 이끌어가버렸다...-_-;;;

하나더, 더욱 다행인건 그는 여전히

엄마의 사랑이 그립고, 동생이 귀엽고, 할아버지가 눈에 밟히고, 가정부에게 잘해주려는 사람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엄마

 

좀 그렇게 안해줬으면 좋으련만 이 엄마, 진짜 자신이 꼴린대로 말하고, 살아버린다.

큰아들에게 서슴없이 "낙오자"라 부르는 이 왕싸가지 엄마.

작은아들에게 끊임없이 성적 향상을 위한 피드백을 아끼지 않는 엄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지만, 그래서 참 싸가지 없지만, 당췌 미워할 수가 없다.

 

큰아들이 중학교 어느날 가출메모 남겨놓고 나갔다가, 처음으로 진짜 주먹 쓰고 얼굴 망가져 들어온 날.

그녀는 나름대로 열심히 고민한 끝에 한가지 사실을 득도했다.

'애들이란건 각자 달라. 어차피 부모자식은 부딪치며 추억을 만들어가야해'

그리고는 과감히(!) 큰 아들에게

"나에게 원망을 들으면 너도 공격해와. 알았지?" 라며 공격권을 허한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들에게 맞을까봐 팔로 얼굴을 막는 그녀.

나름대로 큰 일 치룬 토키오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들어가 잘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들일 만한 노력이란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무관심.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반응이 사라지면 그때야말로 진짜 모든 것이 끝난다.

 

이 만화,

뭔가 대단한 엄마를, 뭔가 대단한 아들들을 기대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그저 서로에게 관심과 뭐라 단정짓기 어려운 오묘한 반응들을 보일 뿐이다.

적당히 서로가 마음에 품은 상대방의 이상적 모습도 있고,

어느 정도는 좀 포기도 해주고,

예상치 못한 모습에 감격이나 황당도 했다가

나름대로 나설때는 좀 나서도 주는 모습들...

 

사람이 사람에게 들일 만한 노력은 다양하겠지만,

중도를 찾는 것도 어렵겠지만,

야마다 집안 정도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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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8 14:30 2005/01/0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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