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분류 전체보기

59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0/19
    [펌]민주노동당 가을운동회(1)
    풀소리
  2. 2005/10/14
    제발 사실이 아니길...(6)
    풀소리
  3. 2005/10/12
    민주노총호에서 내리고 싶다?(6)
    풀소리

[펌]민주노동당 가을운동회

당도 느리지만 서서히 발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고양시위원회에서는 올해 가을운동회를 기획할 때 과거 남성 중심의 당 행사를 반성하면서 여성과 아이들이 모두 함께 하는 행사를 해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운동회 준비팀이 꾸려지고, 당원들의 의견을 모으면서 행사준비를 했다.

 

난 불행이도 운동회에 참석하지 못 했다. 45살에서야 혼례를 치르는 동료가 있었기 때문에 멀리 대전을 다녀와야 했기 때문이다.

운동회가 잘 끝났다는 건 전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흥분된 목소리들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고양시에 도착한 건 저녁 8시가 넘어서였는데, 그때까지 아이들과 여성(당원)들까지 술집 언저리에 남아 있었고, 모두 행복한 표정이었다.

 

운동회 기획서를 보고 난 어느 정도 성공을 예감했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술을 먹지 않는다.

행사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아이들과 여성 중심의 행사를 한다.

쉬임 없이 행사를 진행한다.

 

이런 원칙에 충실한 기획이었고, 자리를 잡아가는 분회와 열심히 앞정서는 많은 활동가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풍성한 행사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기대했던 것 이상인 것 같다. 비록 중앙당 서버가 다운돼 행사가 끝나고도 만 하루 이상 홈페이지가 가동되지 않아 생생한 소식을 접할 수는 없었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너무나 즐거운 운동회였다고 한다.

 

 

가을운동회 이야기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제발 사실이 아니길...

NeoScrum님의 [민주노조 복원을 촉구하는 활동가 일동] 에 관련된 글.

1. 총연맹 지도부는 사퇴해야 한다.

 

오늘 총연맹 간부 14명이 강승규 수석부위원장 비리혐의에 대한 이수호 집행부의 태도에 항의해 사표를 던졌다.

한선주 조직국장이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촉발된 것이었지만, 이수호 집행부가 중집을 이유로 사퇴를 번복한 순간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조직의 건강성은 무엇인가. 조직과 조직원들이 청교도적인 품성을 갖추는 것?

나는 믿지 않는다. 인간이 절대적으로 선해야 한다는 당위도, 민주노조 또는 진보정당, 나아가 혁명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청교도적인 고결한 도덕적 품성을 갖는다는 것을 나는 믿지 않는다. 조직의 건강성을 개인의 각성이나 금욕에서 구한다면 결국 그 조직은 무수한 은폐와 거짓에 의해 표면적으로만 건강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 마치 중세 수도원에 전해 내려온다는 통속적인 전설처럼

 

조직의 건강성은 아무리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조직의 조직원들도 똑같이 도덕적으로 부패할 수 있고, 타락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서, 그러한 부패와 타락으로부터 조직이 오염되지 않게 하는 장치, 부패와 타락을 제거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번 강승규 사건처럼 조직이 도덕적 정당성에 치명상을 입을 정도의 사건이 터졌을 때 조직의 건강성을 찾기 위한 노력의 방법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 확실하게 책임을 지는 것. 그것 이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강승규가 차지했던 최고위 직책이나, 지난 번 세팅선거에서 보여주었던 조직적인 결사 등으로 볼 때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는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게 당연한 상식이고, 조합원의 보편적인 도덕적 정서이다.

 

당면 투쟁을 앞두고 지도부의 공백과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사퇴를 번복하는 것은 모순이다. 지도부의 공백은 이수호 집행부의 퇴진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직책을 유지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원장이라는 감투만 쓰고 있으면 지도부의 권위가 유지되는가? 누가 현 지도부의 권위를 인정할 것이며, 당면한 투쟁에서 그들의 지침대로 움직일 것인가. 당장 19 - 20일로 잡혀 있는 단위노조 대표자 수련회의 성사여부조차 불투명하지 않는가.

 

지금이라도 최선은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조직을 전환하여 투쟁을 준비하고, 조기선거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떨어진 민주노총의 권위를 최소한이라도 유지하는 길이며, 조합원을 민주노총의 지도력 안에 모으는 길이라고 난 판단한다.

 

2. 제발 사실이 아니길...

 

오늘 오전 대구광역시청 교통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노동조합에서 대구시장과 교섭을 요구한 데 대한 협의를 하자는 전화다.

 

내일 오후 2에 면담을 요청했잖아요. 그런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에서 국일여객 건으로 이수호 위원장님이 내일 11시 30 면담을 하자고 요청이 왔어요. 같은 건으로 만나는 거니까 민주버스도 11시 30 오시면 안 될까요?

이수호 위원장님이 참석하시면 당연히 우리가 시간을 바꿔야지요.

그런데 시장님이 의회가 열려서 못 나오시고 교통국장님이 나오십니다. 그래도 되겠지요?

 

갑자기 웬 강아지 풀 뜯어먹는 소리다냐!

 

아니, 이수호 위원장님이 오시는데도 시장이 안 나온다는 건가요?

. 의회 개회 중이라 도저히 시간을 내실 수 없습니다.

지난 주에도 말했듯이 우리 민주버스는 시장이 나오지 않으면 시청이 교섭을 거부한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이수호 위원장 참석하든 안 하든 우리는 시청이 교섭을 거부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저기 그런 게 아니고 ~ 어쩌구 저쩌구~~

시장이 나오지 않으면 나하고 할 말 없습니다. 전화 끊읍시다.

 

그러고 전화를 끊었다.

세상에. 아무리 민주노총이 똥 됐다고 위원장이 나오는데 시장이 안 나온다고?

생각할수록 화가 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이나 대구지역본부(우리와 함께 공대위를 함께 꾸리고 있다.)로부터 이수호 위원장이 시청을 방문한다는 언질을 단 한번도 받은 바 없기 때문이다. 대구에 일정이 있어 짬을 내 급히 시장에게 교섭을 요구했나보다 생각하다가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게 너무 많았다.

 

그러나 저러나 시장도 나오지 않는다는데 이수호 위원장이 국장 나부랭이와 만난다면 민주노총의 위상이 뭐가 되겠는가 싶어 대구지역본부에 전화를 했다.

지역본부도, 사무처장도, 본부장도 누구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렵게 수석부본부장의 전화번호를 구해 전화연락을 했다. 전후 사정을 얘기하니 그도 왜 이 사람들이 일을 그렇게 처리하나 하며 금시초문이라는 투다. 어찌됐든 교섭석상에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우리 조직의 뜻을 전했고, 그는 알았다고 답변했다.

 

뭔가 이상했다. 도무지 아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내일 교섭이 무산된 것이 집회와 관련이 있기에 여기저기 전화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한 활동가에게 물어보았다.

 

이수호 위원장이 대구에 올 급박한 일이 있어요?

있기는 뭐가 있어요. 다 선거 때문에 오는 거지요.

무슨 선거?

대구지역본부장 선거가 11 1일부터 있어요.

그럼 경선인가 봅니다.

현 본부장하고 수석 부본부장하고 경선이에요.

. 그래서 수석 부본부장이 아무런 사정을 몰랐구나.

. 수석 부본부장은 왕따예요.

 

그 활동가는 이수호 위원장이 대구에 내려오는 것이 현 지역본부장 선거운동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대구시청 교섭은 그 핑계일 뿐이라면서

 

이 말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판단해야 할 것인가.

지금 이 엄혹한 시절에 자파 본부장 하나 더 만들겠다고 대구까지 가야 한단 말인가.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불길한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는 말이 계속 뇌리에 맴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민주노총호에서 내리고 싶다?

11시쯤 된 늦은 밤 동네에 사는, 모 연맹에 상근하는 후배가 전화를 했다.

 

'선배님. 술 한잔해요.'

 

나나 그나 술을 좋아하기에 시간과 관계없이 술을 마시자고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느낌이 이상했다.
후배는 고양시 화정 근처에 있었고, 난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 타고) 서부간선도로 목동 앞을 지나고 있었다. 거리도 거리고, 시간도 시간이라 다음 기회에 마시자고 말하려 했지만, 어느덧 술집을 정하고, 기다리라는 말이 나왔다. 순전히 그놈의 느낌 탓이다.

 



내가 술집에 도착한 시간은 12시가 다 되었을 때였다.
동네에 사는 후배 한 명이 함께 있었고, 둘은 500cc 맥주잔을 반쯤 비운 상태였다.
자리에 앉자 화제는 이내 '민주노총'과 '강승규 수석'으로 돌아갔다.

 

'선배님. 어떻게 할 거예요. 난 민주노총을 벗어나고 싶어요.'

 

그렇다. 벗어나고 싶다. 벗어나서 대안은?
... 없다.

 

'벗어나서 어떻게 할 건데?'
'글쎄요. 하여간 벗어나고 싶어요.'

 

술잔을 드는 간격이 줄어들고, 한번에 마시는 양이 늘어갔다.
민주노총 쪼끼를 입고 있는 후배의 얼굴은 붉어지고, 발음은 꼬여갔다. 주로 술 때문이겠지만, 술이 아니라도 그럴 이유는 충분히 있었다.

 

'난 말이야, 민주노총이 망한다면 민주노총과 함께 침몰할 거야.'
'희망이 없어도요?'
'희망이 없어도. 희망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다른 조직적인 대안이나 옮겨 탈 배라도 있다면 그렇게 하겠는데, 그렇지 않다면 내가 사랑한 민주노총과 함께 침몰할 거야. 조직적 빚잔치 많이 해봤잖아?'

 

나의 선언 아닌 선언으로 우리들 얘기는 종착점에 다다랐고, 대신 술집을 찾는 고유한 이유에 충실해지기 시작했다.

1시가 넘었다. 비겁한 난 일찍(?) 집으로 가고자 했는데, 후배는 술집 끝나는 시간을 묻는다. 아뿔싸 3시에나 문을 닫는단다.

 

새벽 3시에 집으로 돌아와 골아떨어졌다.

 

... 아픔이, 허무함이, 분노가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