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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날짜 : 2004.05.18

 

 

집에 일찍 들어갔습니다.

냉장고를 뒤져서 된장찌게를 끓여두고
진서를 데려와
둘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먹었습니다.

진서는 TV 만화를 보다, 피아노를 치다 하고 있고,
난 다운 받아놓은 영화를 봤습니다.

페이첵!

재미나더군요.
별다른 감흥은 없지만 그저 재미난 영화더군요.

영화를 보고 있는데,
진서 엄마가 들어옵니다.

많이 지쳐보이더군요.
지난 주말 완도까지 공연을 다녀와서인듯 합니다.

사다놓은 맛난 두부에 김치를 싸먹어 가며
소주 한잔 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음악 이야기,
동네 사람들 이야기...

그런대로 우리는 서로 공감합니다.

가난을 스스로 살아야 하는 일과
가난할 수 밖에 없는 일.

그런 일들이 진보하는 일이라 이야기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살면서 가난한 이들의 연대를 꿈꾸니
스스로 가난하지 않으면 그 일이 일이 아닙니다.

돈벌이를 신경쓰지 않고 좋은 음악을 하려다보니
가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우리 마음을,
우리 삶을
더없이 풍요롭게 해줍니다.

미워하던 마음도 곧 사랑하는 마음이 되게 합니다.
거칠고 힘든 삶도 콧노래 부르며 즐기게 해줍니다.


이야기 끝에 서로의 서운한 맘도 전합니다.
서로 정직하게, 미안한 마음도 전합니다.

그렇게 두부와 소주는 줄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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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날짜 : 2004.05.21

 

 

하루 종일 교회-이곳이 내 사무실이다-에 앉아 있다.
누군가를 위해 해야할 일,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오전을 보낸다.

오전 일이 길어져서,
밥먹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시계를 쳐다보지 못하다가
배가 고파서 밥먹으러 갔다 온다.

해야될 오늘의 일을 한다.


할 일을 하는데,
꼭 해야될 일을 하는데,
그런 일엔 항상 돈이 없다.


누군가, 내가 하는 일에 돈을 줘야될 이유를 문서로 만든다.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
그러나 그들은 잘 알지 못한 일!

그 일을 하다가,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지 사실,
나도 잘 모르고 있다는 걸 안다.


꼭 해야될 일들을 난 지금까지 해왔다. 그러나.....
난 항상 혼자였다.
물론, 그 일을 하러 나가면
거긴엔 나랑 똑 같은 사람들이
몇 명,
때론 몇 십명,
때론 몇 백명,
때론 몇 천명,
때론 몇 만명.........
그 자리에 있다.

그게 좋았다.
언제나 좋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공허하다.
내가 외치는 외침이 공허하다.
그 외침을 수만의 사람들과 함께 외쳐도
공허하다.


이름도 모를 수 만의 사람들이 나와 함께
같은 바램을 목청껏 외치지만,
그곳에 없다.

내 이웃이 없다.
내 친구가 없다.
내 가족이 없다.


그저 나는 나 혼자 그곳에서,
이름 모를 동지(?)들과 서로의 개인적인 바램을 외칠 뿐이다.

같은 바램을 이야기 하지만 우리는,
각자 자기의 외로운 생각을 이야기 할 뿐이다.

그저 외로움이 같다는 것을 확인할 뿐이다.


앞으로도 나는 그 자리를 계속 찾게되겠지.
바램이 너무 많으니까....


그런데 이젠,
그게 나에게 중요한 삶이 아니다.

나 혼자의 바램을 얼굴도 모를 사람들과 함께 외치는 그 일이,
이젠 나의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다.


내 이웃과 함께 외쳐야지.
내 친구와 함께 외쳐야지.
내 가족과 함께 외쳐야지.


그렇게 되게 하는 것이 나의 가장 소중한 일이다.

앞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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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생각 하나!

날짜 : 2004.06.04

 

 

옳고 그름이 분명한 일들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리 분명하지 않다.

그저 내 처지와 뜻에 따라
혹은 몇몇가지 정보를 가지고
내가 판단하는 것 뿐이겠지.

나만 그런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

내 판단을 분명하게 전해야하고
다른 이들의 뜻을 바르게 듣고 또 존중해야하는 것은
바로 그렇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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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舊

날짜 : 2004.06.18

 

 

목사님께 그저 툭,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2박 3일 자리를 비워야 하겠네요"

그렇게 일산으로 갔습니다.

자식,
친구 좋다고 그렇게
부지런히 돌아다니더니
문상객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바쁘게들 다녀가는 친구들 어깨너머로
나를 쳐다보며 힘을 얻나봅니다.

이 친구는 이렇게 친구가 많지만
내겐 어쩌면 동창이랄 수 있는 친구는
달랑 이놈인거 같습니다.

그 마음으로 그 자리에 있으니
친구에게도 큰 힘이 되나 봅니다.

친구 놈이야 날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그 놈을 소중하게 여기니
친구에게도 그 기운이 전해지나 봅니다.

"누군가 날 무어라 생각할까"
그렇게 전전긍긍 살아온 삶이 우스워지는군요.

장지에서의 禮까지 마치고
인사드리는데,
큰누님이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합니다.
"너무 너무 고맙다. 너무너무 애썼다"


"아니예요. 전 그저 저놈이 내게 하는 만큼만 하는 걸요."

고마운 친구.... 오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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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진 - 누나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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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

날짜 : 2004.06.23

 

 

진서가 나에게
"아빠 나 뭐하고 살까?"

진서 엄마가 나에게
"진서는 뭘 하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어?"

라고 묻는다면....


오늘 서울을 오가며
성심 성의껏 생각해 봤다.


창작 활동(문화예술 등), 아니면....
사회운동가...


왜?

지배적이지만,
몰염치하고,
비상식적이고,
독선적이며,
부도덕하고,
더러운

기존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삶은
그 둘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좀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 두 삶이야말로
남 눈치 보지 않고,
주눅 들지 않고
돈을 무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삶이다.

기존의 가치-돈-에 주눅 들지 않아야,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자유로워야 새로운 가치, 새로운 삶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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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날짜 : 2004.06.25

 

 

 

모든 사람들이 조국을 이야기 한다.
한때 운동권의 전유물이었던 조국!
뜨거운 피로만 외칠 수 있었던 조국!

지난 월드컵을 지나오면서
조국은 너무도 쉬운 말이 되어버렸다.

오늘도 그 조국은 사람들의 입마다,
글이 쓰여진 종이와 인터넷 게시판마다
여기저기 넘쳐난다.

"김선일씨에게 조국은 무엇일까?"
"김선일씨의 죽음을 조국의 이름으로 응징하자!"
"나약한 조국.... 부끄러운 조국....."
"조국! 조국!"


도대체 조국이란 무언가?
누군가는, 어머니라고도 이야기 했던거 같다.
도대체 조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누군가는, 조국이 해줄 것보다 조국을 위해 내가 할 것을 먼저 생각하란다.

조국!

감히 말한다.
이제 우리에게 조국은 없다.
이제 우리에게 조국은,
그 이름을 들이대며 우리를 협박하고
그 이름으로 우리를 팔아먹는,
일찍이 우리 조국을 내다버린 자들이,
자신만을 위해 다시 불러낸
핏기 없는 거짓 조국일 뿐이다.

더이상 우리,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슬퍼하지 말자.
더이상 우리,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분노하지 말자.
더이상 우리,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함성을 지르지 말자.

핏기 없는 거짓 조국을 어머니라 부르지 말자.
핏기 없는 거짓 조국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말자.

가난한 우리 민중의 뜨거운 피로 조국을 대신하자!
가난한 우리 민중의 뜨거운 피로 김선일을 추모하자!
가난한 우리 민중의 뜨거운 피로 분노하며 싸우자!
가난한 우리 민중의 뜨거운 피로 춤추며 노래하자!

가난한 우리 민중의 뜨거운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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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날짜 : 2004.07.09

 

 

아이와 함께 집 밖에서 일부러 두부를 기다렸다.

집에 올라가 있어도 종소리로 알려주는데...

그냥 일부러 밖에서 기다렸다.


그렇게 한 20분 진서와 함께 놀이를 하며 같이 웃는다.


그 20분 집에 들어와 있었다면

우리는 각자의 일상에 충실하느라고

함께 놀며 웃지 못했을 꺼다.


일부러 딴짓을 하지 않으면

우린 서로에게 관심하지 못하나보다.

일상적으로 서로를 위해 뭐를 하긴 하겠지만

그저 각자 그렇게 할 뿐이다.



거창하게 어디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일부러 일상을.....

일부러 잠깐만이라도.....

일부러 놓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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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는 그렇게 하자!!!

날짜 : 2004.07.10

 

 

 

음악은 그렇다.

가락과 리듬은 너무나 주관적이어서
누구에게 권하기가 쉽지 않다.

가사는 분명해서
그 노래를 좋아하는 내 뜻을 전하기 무척 쉽다.

오해 받기 싫다 보니
가사 위주로 노래를 권한다.

그러다 보니
권할 노래가 별반 없다.

오해 없이 전할, 가사 위주의 노래들은
아무리 들어도 가락과 리듬이 짜증스럽다.

가락이 맘에 남아 전하려 하니
그건 사실 너무 주관적이다.

.
.
.
.
.
.

그런데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니

이러 저러한 가사를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도
결국 내 주관이네.



내가 좋아하고
그래서 소개하고
그래서 간절한 내 모든 마음은
결국 내 주관이다.


그냥 그렇게 하자.

가사가 좋던
가락이 좋던
리듬이 좋던

내가 좋으면
나는 좋다고 이야기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하자!!!!

(혼자 술먹는거 잘 못하는데 그렇게 했더니 횡설수설이네)

어쨌든 그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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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연상준

날짜 : 2004.08.10

 

 

후배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희망'이 진짜 '희망'이냐고 묻는 후배에게

항상 때는 차있다고

봉오리는 항상 꽉 차있다고....

항상 지금!

터뜨리기만 하면 된다고,

그렇게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번엔 내가 말한다.

나 하는 일로 텔레비젼에도 나오고,

신문에도 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간간히 한다고....


항상 부족한 나를 지금껏 믿고 지지해준

내 아내와

내 부모님 - 어머니, 장인, 장모 - 들과

내 형제 - 형, 누나, 처제, 처남, 동서 - 들에게

그렇게라도 뭔가 갚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온다고....


이렇게도 뒤집어 보고, 저렇게도 뒤집어보며 이야기 하다가

'그런데... 그렇게 한 번 나가면 자꾸 나가고 싶어지겠지...'


후배가 그런다.

'그럼, 형! 그러니까 지금 당장 그런 생각 털어버리세요.'


그래 그렇다. 그래야 한다. 그래도 자꾸 뭔가 갚고 싶다.


후배가 한 마디 더 한다.

' 가족들에게 뭔가 갚고 싶다면.....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하세요. 그러면 되지 않겠어요'


울컥한다.

아! 그렇구나.

더 많이 사랑하면 되는구나.

그걸로 족한거구나.


이제 얼마간 나를 괴롭혀온, 헛된 생각을 버릴 수 있다.

아니, 난, 속울음 울며 기쁘게

이미 버렸다.


고맙다. 사랑한다. 내 후배 '연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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