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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얄궂은 봄비,

저 혼자 처연히 내리지만

억겁의 고통과 분노쯤 다 안다고

입술을 실룩거리다가 곧 침묵하는 비.

 

고 허세욱 열사 영구차,

06시 20분 안성 출발

07시 15분 현재 죽전휴게소,

목적지는 성남화장장

 

연신 주방의 창밖으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눈물 방울 몇 섞인

아침 밥상을 차리는데,

비,

떨어진 꽃잎들과 뒹굴며 무심히 흐르는 비.

 

알 턱도 없지만

아무도 흔쾌히 수저를 들지 않는다,

저 우라질 비 속에서

내 세포질 안으로 쿵하고 내려앉는

또 하나의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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