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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전화기

작년 11월에 연맹에서 일하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우리집 인터넷이 하나포스로 통합이 되었는데 전화선은 KT이니까 번거롭지 않냐

번호이동을 해서 인터넷과 통합하면 요금도 더 싸고 선물도 챙겨주겠다고 한다.

 

고속통신망이 보급되던 초기부터 우리집은

지역의 작은 업체에서 제공하는 랜을 싼값에 쓰고 있었는데

그게 버티기가 어려웠는지 작년에 하나포스와 합병을 해버렸던 것이다.

 

좀 생각해 보자고 했다가 몇번의 독촉전화를 받고는 그러자고 했다.

그리곤 습관대로 나한테 전화했던 텔레마케터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메모지에 남겨두었다.

 

그 때 선물 중의 하나가 발신자번호확인 전화기를 주겠다는 것이었는데,

그 얘기를 집에다가 했더니 두어달 지나서 가문비가 한마디 했다.

-아빠, 전화기 한대 새로 올거라고 한 적이 언젠데 아직 왜 안와?

=글쎄, 때가 되면 오겠지...

 

그렇게 넘어가고 나서 또 넉달 가량이 지났다.

하나로에서 가끔 전화를 해서는 불편한 것은 없느냐 추가 서비스 필요하지 않냐

하고 묻는데, 그럴 때마다 전화기 생각이 떠올라서 따져 물으면

그건 자기들 담당이 아니니까 106번으로 전화를 해서 받으라고 했다.

당근 그렇게 해봤지만 번번히 허사였다.

나한테 판촉을 한 곳은 직영대리점도 아니고 위탁영업소쯤 되는 모양이고

틀림없이 거의가 비정규직일텐데 에이 잊어버리자.

 

그러다가 최근에 파일을 정리하다가 문제의 메모지를 찾았다.

지 아무개, 032-328-**** 하나로통신 2006. 11. 23.

주머니에 쑤셔놓고 다니다가 오늘에야 전화를 해봤다.

-지 아무개씨 계신가요?

=오래 전에 그만 두었는데요.(그럼, 그렇지...)

-제가 작년에 거기에서 번호이동하라고 해서 했는데, 전화기를 선물로 주기로 했는데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시죠?

-대전 861-9****입니다.

=이 성짜 우짜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누락이 된 것 같은데요, 바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래된 전화기 한대와 낡은 팩스전화기 한대로 버티던 우리집에

전화기 한대가 공짜로 생기게 되었다.

내가 공짜로 받는 게 곧 나의 부담으로 돌아오거나

또다른 누군가의 돈으로 보상되는 것일테니 즐거워할 일도 아니지만

은행대출이자를 낮추는 문제든 판촉물 하나 챙기는 것이든

가만히 있는 자에게는 무심하기만 한 세상이니

따질 것은 따져야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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