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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청혼

하도 답답하여, 20여 년 전에 읽었던 시집을 꺼내들었다.

시집 제목은 <어떤 청혼>(정기복 시집).

시집 제목인 어떤 청혼은 이 시집에 들어 있는 시들 중 한 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때 참 무엇인가에 그리움 복받쳐 먹먹하게 읽었던 시다.

그런데 오늘 읽어보니 무엇인가 밋밋하다..

왜 그럴까를 찬찬히 생각해보며 이 시를 다시 읽어보련다.

 

<어떤 청혼> -정기복-

 

바다 쉴새없이 뒤척여

가슴에 묻었던 사람 하나

십 년 부대껴 떠나보내고

달무리 속 대보름달

생선 속살 모래밭에

연어 같은 사람 하나 던져주었네

 

그대!

잘먹고 잘사는 일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가?

오빠,

다 읽었는데 전태일

그 사람 그 뜨거움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썩는다는 것이다

씨앗으로 썩어 어머니 젖가슴 닮은

봉분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대,

 

흙 토해 기름진 흙이게 하는

지렁이처럼 살자

 

정기복 시집 <어떤 청혼>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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