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만들기

from 10년 만천리 2010/04/19 14:20

밭 갈기(4월 14일/흐림 0-8도)

 

그제 비만 아니었어도 밭을 다 갈고 이랑을 만들고 있을 터인데. 주말에는 서울에 다녀오느라 일을 못하고. 월요일엔 밭 갈아줄 아저씨하고 토요일에나 연락이 되서 못하고. 어젠 그제 내린 비 때문에 하루 쉬고. 마음은 급한데 이래저래 일이 더디다.

 

분명 아침 10시에 보자고 했는데 사람이 없다. 혹 늦나 싶어 20분 남짓 기다리다 전화를 하니. 헉. 따른 밭일을 먼저 하고 계신다. 어찌된 일이냐고 하니. 되레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 무신 소린가. 미안하단 말 한마디 하고 금방 오겠다고 하면 될 것을. 끝까지 10시에 왔는데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더 얘기해봐야 안 될 것 같고. 빨리 끝내고 오시라고 부탁할 수밖에. 기계 가진 이는 저쪽이고. 급한 건 이쪽이니. 하는 수 없다.

 

1시간이면 온다고 해놓고는 결국 12시가 훌쩍 넘어서야 나타난 아저씨.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할 때쯤이었는데. 넉살좋게 웃으시는 모습에 할 말이 없다. 서둘러 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일을 시작하시는데. 급한 일이 있으면 먼저 가라고 하신다. 알아서 잘 해놓고 가시겠다며.

 

위쪽 밭 로터리 치는 것까지만 보고 자전거에 올라 시계를 보니 그새 1시가 넘었다. 아저씨 오시기 전까지 1시간가량 떨어진 콩 주운 거 빼곤. 찬바람 쌩쌩 부는 밭에 세 시간 넘게 하릴없이 서있었더니 으슬으슬 춥다.  

 

<손으로 했다면 며칠은 걸렸을 일이 금방 끝난다. 하지만 땅에게는 그리 좋은 일이 아닐 터이다>

 

밭 만들기 - 첫째 날(4월 15일/ *3-14도)

 

퇴비도 넣었고 밭도 갈았으니 이제 심을 것에 따라 이랑을 만들어야 한다. 채소와 고추 심을 곳은 평이랑을 감자와 고구마, 콩 등을 심을 곳은 골이랑으로. 해서 당분간은 괭이질을 해야 하는데. 일단 오늘은 채소와 고추 심을 데만 손을 댔다.    

 

밭 만들기 - 둘째 날(4월 16일/ *1-15도)

 

어제 아래쪽 밭을 마저 갈아주신다고 했는데 아침에 나오니 그대로다. 마음 같아선 당장 전화를 하고는 싶지만. 아침나절부터 전화하기가 조금 그런 것 같아 한 시간 남짓 괭이질을 하고 난 후에야 겨우 통화를 한다.

 

다행이도 마실 나왔다 집에 들어가시는 아저씨를 직접 보고 말씀을 드렸다. 월요일과 수요일에 비가 오니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중으로는 마저 다 갈아야 한다고. 아저씨 말로는 이가 아파 병원에 다녀오는 길인데 걱정 말라 하시는데. 헌데 어제도 그렇고 처음 약속했던 그제도 그렇고. 영 못 미덥다. 하지만 어쩌랴. 기다리는 수밖에. 내일 또 서울에 올라갈 일이 있어 모래 일요일에나 밭에 나올 수 있는데. 만약 밭이 그대로라면.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고추 심을 곳과 채소 심을 데에 이랑 만들고 나니 뭐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훌쩍 지난다. 오후에는 씨감자도 주문해야 하고. 시외버스터미널에 나가 버스도 예매해야 하니 시간이 없는데. 겨우 정신없이 땅콩 심을 곳 이랑만 만들고 터미널로 향한다.  

 

<채소를 심을 곳은 평이랑으로, 고구마, 땅콩, 콩 등을 심을 곳은 골이랑으로 만들어야 한다>

 

감자 심기 - 첫째 날(4월 18일/맑음 3-18도)

 

올해는 강원도농업기술원 특화작물시험장(평창분소)에서 구한 씨감자로 감자 농사를 짓게 됐다. 값도 값이거니와 다른 때보다 빨리 준비를 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사실 전업농이라면 전년도에 미리 씨감자를 주문해 준비를 하겠지만. 텃밭 수준의 농사를 짓는 사람일 경우엔 이게 쉽지 않다. 아는 이장이 있다면 모를까. 결국 종묘상이나 개인 농장에서 씨감자를 구입해야 하는데. 일단 정부에서 공급하는 것에 비해 값이 비싸다. 또 때를 놓치면 이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감자 농사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요일에 통화를 했는데 어제 도착했으니. 월요일과 수요일 비 소식을 감안하면 딱 맞춰 온 셈이다. 서울에 다녀올 일만 아니었으면 어제와 오늘, 이틀 작업으로 씨감자를 다 심을 수 있었을 테지만. 또 자전거만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오늘 아침부터 일을 해서. 씨감자 다 심고 내일은 호밀도 뿌릴 수 있었을 텐데.

 

한창 햇볕이 따가울 때를 피해 새로 장만한 자전거에 씨감자를 가득 싣고 나와 두 시간 만에 다 심고 나니 남겨두지 말고 다 가져올 걸,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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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14:20 2010/04/1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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