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카드 멀칭

from 10년 만천리 2010/05/03 20:45

땅콩 심기(4월 26일/흐린 후 비 8-19도)

 

땅콩은 처음 도전하는 거라 언제 종자를 어떻게 구하는 지, 언제 심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 모든 게 백지 상태다. 어찌어찌 생땅콩을 구하기는 했는데. 이게 피땅콩이랑 어떻게 다른 건지. 어떤 이는 하룻밤 물에 불려 심는다고도 하고. 땅콩은 배수가 잘 되는 땅에 길러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골을 넓게 해줘야 한다, 두 알씩 심으면 된다, 하여간 이래저래 말은 많은데 딱 이거다, 싶은 방법이 없다. 결국 이런저런 얘기들 가운데 이런 방법, 저런 방법으로 직접 한 해 지어보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어제는 아침나절에 땅콩 심을 다섯 이랑을 만들었고, 자기 전 땅콩을 물에 담가 불려놓았으니. 게다가 오늘 오후부턴 비도 온다고 하니. 넓게 이랑을 만든 곳 한 군데, 좁게 골을 탄 이랑 세 군데로 나눠 땅콩을 심는다. 두알 이면 충분하다고들 하는데 생땅콩이라 싹이 잘 않나올 수도 있다는 말에. 콩 심듯이 세알씩 40cm 간격으로 심었다. 그리고는 좁게 골을 탄 곳은 그렇다 쳐도 다소 넓게 골이 만들어진 곳이 아무래도 잡초에 시달릴 듯해. 벌써 고추 심을 곳에는 싹이 나기 시작한 호밀을 쭉 뿌려둔다.  

 

플래카드 멀칭 - 첫째 날(4월 29일/흐리고 바람 셈 3-12도)

 

멀칭은 작물에 따라, 하는 사람에 따라 갖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초일 것이다. 한참 작물이 자라야할 때 그늘 한 점 없는 밭고랑을 훑으며 풀 잡는 일은. 해 본 사람이나 말할 수 있고. 결국 땅이 숨을 쉴 수 없는 단점이 있으면서도, 100년이 가도 썩지 않는다는 비닐을 까는 것도, 잡초 때문인 것이다.

 

작년에는 멀칭을 하지 않으면 기르기 쉽지 않다고 하도 말들이 많이 들어서. 고추와 참외 심은 곳에 비닐 멀칭을 했다. 하면서도 내년엔 꼭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 생각했는데. 비닐 멀칭을 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름 내내 달디단 참외를 참 많이도 맛봤고. 가을엔 태양초도 만들었으니.

 

<대체 뭐라고 써있는 거지? "상하이차의 상용차에 대한 투자약속과....불이행 기술유출 도와준 산업...?>

 

올 해도 멀칭을 해야 하긴 하겠는데. 우선 감자, 고추, 콩 심을 곳 골에 호밀을 잔뜩 뿌려두었고(벌써 싹이 나기 시작했다). 비닐 대신 재활용한 플래카드와 신문지를 쓰기로 했다. 점차 자연 멀칭 방법을 찾아봐야 하겠지만. 적당한 선에서 타협 아닌 타협을 한 셈이다.

 

사흘을 내리 비가 왔으니 이제 고추 심을 곳과 참외 심을 두둑 한 곳에 멀칭을 하면 딱, 이겠는데. 길이도 어중간하고, 폭도 어중간한 플랑카드를 붙잡고. 그것도 바람 쌩쌩 부는 날에 혼자서 하려니 영 쉽지가 않다. 아무리 돌을 얹고 흙을 덮어두고 해도 휭~하고 부는 바람에는 속수무책이다. 어쩔 수 없다. 바람 없는 날 다시 해야지.  

 

플래카드 멀칭 - 둘째 날(4월 30일/맑음 6-14도)

 

이게 참 애매하네. 길이도 길이거니와 폭이 어중간해서. 두 개로 하려니 일이 쉽지가 않고. 한 개로 하려니 두둑 넓이에 조금 모자라고. 겨우 고추 심을 곳 네 이랑만 하면 되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다. 싹이 나기 시작한 호밀도 발에 밟힐 새라 조심도 해야 하니. 그나마 다행인 게 일이 다 마칠 쯤 해서야 바람이 부는 게다.

 

<왼쪽 한줄은 참외를, 오른쪽 네 줄은 고추를 심을 곳이다>

 

두 번째 옥수수 심기(5월 2일/맑음 4-24도)

 

지난달 25일에 심었으니 꼭 일주일 만에 다시 옥수수를 심는다. 계획으론 앞에 심은 것들이 싹이 난 이후, 그러니까 대략 15일 간격으로 심으려고 했는데. 아직 농협에 모종이 나오질 않아 딱히 급한 일도 없고. 그러다 보니 밭엘 가지 않게 되고. 이거 안 되겠다, 싶어 일요일이지만 옥수수 씨앗을 들고 밭에 나간다. 옥수수 심기야 뭐 삼십분도 안 걸리니. 나온 김에 들깨와 참깨 심을 곳까지 만들어보는데. 일 다 하고 나니 왔다, 갔다 자전거타고 다니는 시간보다 더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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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3 20:45 2010/05/0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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