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모종 심기

from 10년 만천리 2010/05/11 16:54

온갖 모종 심기 - 첫째 날(5월 3일/한차례 비 9-22도)

 

어째 일이 잘 풀린다 싶었다.

 

오늘 부터 글피까지 고추며, 온갖 모종을 심어야겠다, 마음먹고 아침 수저를 놓자마자 신동농협에 전화를 했더니. 가는 날이 장날. 오늘부터 모종을 팔기 시작한다고 한다.

 

서둘러 자전거 짐받이에 2층으로 과일박스를 매달고 학곡리로 달려가 고추 한판(50개), 토마토, 방울토마토, 애호박 각 20개씩을 싣는다. 계산을 하니 고추만 작년에 비해 10원이 올랐고 나머지는 그대로다. 역시 종묘상이나 시장통에서 사는 것보다는 싸고 품질도 좋아 보인다.

 

오전에 한차례 비가 온다고는 했지만. 하늘만 잔뜩 찌푸려있고 비는 오지 않는다. 덕분에 11시가 가까웠어도 일하기는 좋기만 하다. 주말부터 풀리기 시작한 날씨가 어제는 25도까지 올랐기에. 흐린 날씨만 아니라면 벌써부터 땀이 줄줄 흘렀을 테니.

 

2시 넘어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거실 쪽 하늘은 해가 쨍쨍한데, 부엌 쪽 하늘은 어두컴컴하다. 빗방울은 보이지 않지만 어찌해야 하는지.

 

글피 어린이날만 아니었다면 쉬었을 텐데. 어린이날부터 비가 온다고 하니 오늘 내일, 그리고 어린이날 아침까지 모종을 다 심어야 한다. 해서 비를 좀 맞더라도 오후에 한차례 더 모종을 심기 위해 다시 농협에 들렀다 밭으로 향한다.

 

집과 농협에선 비를 만나지 않았는데. 어째 밭으로 가는 길이 흠뻑 젖어있다. 오호라. 부엌 쪽 하늘이 컴컴하고 천둥소리가 요란했었는데. 밭이 그쪽이었던 것. 덕분에 모종 심을 곳에 물을 많이 안줘도 될 듯. 그래도 모종 심기 전에 물은 조금씩 줘야 할 것 같다.

 

작년에 만들어 놓은 사다리를 타고 개울물을 뜨러 둑을 내려가는 순간. 비가 왔다는 걸 깜빡 잊었었나보다. 잔뜩 물을 먹은 개울가 풀들이 오지게도 미끄러운 게 아닌가. 몸을 가누기는커녕 사다리에서 개울가로 발을 딛자마자 미끈.

 

결국 한쪽 발이 개울물에 제대로 빠져버렸다. 그리고 이런. 팔목과 등이 시큰하고 쓰리다. 아무래도 미끄러지면서 중심을 잡으려 사다리를 잡았는데. 사다리는 잡지도 못하고 사다리에 쓸리고 만 것 같다. 옷을 걷어 팔목을 보니 피부가 까져 피가 보인다. 등도 쓰리고 아픈 걸 보니 거기도 마찬가지 일터인데.

 

서둘러 남은 모종 옮겨 심고 집으로 와 등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팔목은 그나마 나은 편. 등 쪽은 난리도 아니다. 어째 아침부터 일이 잘 풀린다 했는데. 피까지 보게 되다니. 지금은 쓰린 것도, 시큰한 것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빨간약이라도 바르고 자야할 것 같다. 내일 또 일해야 하는데. 땀나면 어쩔 수가 없으니 말이다.

 

* 고추 100개 - 13,000원(개당 130원)

* 토마토, 방울토마토, 애호박, 오이 각 20개씩 80개 - 20,000원(개당 250원)

 

온갖 모종 심기 - 둘째 날(5월 4일/맑음 16-26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침 기온이 5도 미만으로 떨어지고 낮 기온도 20도를 채 오르지 못했는데. 게다가 연 사흘을 내리 비가 오기도 했고. 그러다 주말을 지나면서부터 날이 풀리는 가 싶더니. 그새 초여름 날씨다. 모래 밤부터 시작되는 비가 그치고 나면 예년 기온을 되찾는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봄을 느낄만하니 여름으로 접어든 셈이다.

 

오늘도 아침과 늦은 오후에 두 번. 농협과 밭을 오가며 모종을 사다 심었다. 2층으로 만든 짐받이 때문인지 작년보단 훨씬 빠르게 심어나가는 것 같고. 내일 하루 더 고생하면 대충 모종으로 심어야 할 것은 다 마칠 수 있을 듯하다. 아직까진 새벽 기온이 만만치 않아 심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고구마만 빼고 나면.

 

이제 모종내기가 끝나면 한 차례 풀잡기를 해줘야 한다. 골 사이에 뿌려둔 호밀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으니 한결 쉽기는 하겠지만. 작년처럼 어영부영 손 놓고 있다가는 온통 풀천지가 되기 십상이니. 모종을 옮겨 심는 틈틈이 삐죽삐죽 올라오기 시작한 풀들을 손보면서 풀들과 친해져야겠다.

 

* 고추 130개 - 16,900원

* 청양고추 20개 - 2,600원(개당 130원)

* 파프리카 20개 - 10,000원(개당 500원)

* 수박, 가지 각 10개씩 20개 - 5,000원(개당 250원)

* 배추 10개 - 500원(개당 50원)

 

온갖 모종 심기 - 셋째 날(5월 5일/무더움 12-27도)

 

오늘로 고추는 다 심는다. 청양고추 20개를 포함해 모두 250개. 작년에도 247개를 심었는데. 꼭 요만큼 심어야겠다, 생각지도 않았지만 꼭 그만큼이 됐으니. 밭 만드는 요령이 조금 생겨난 걸까. 전혀 다른 모양으로 이랑을 만들었는데도 그리 됐으니 말이다.

 

* 오이고추 6개 - 1,500원(개당 250원)

* 아삭이고추 5개 - 1,250원(개당 250원)

* 수박 5개 - 1,250원(개당 250원)

* 단호박 5개 - 1,250원(개당 250원)

* 참외 20개  - 5,000원(개당 250원)

 


온갖 모종 심기 - 마지막 날(5월 7일/맑음 11-23도)

 

수박과 참외, 오이고추, 아삭이고추, 단호박을 심으니 이제 농협까지 갈 일이 없겠다. 아니 집에서 밭에 가는 오르막보다 더 긴 오르막을 두 번이나 넘어야 할 일이 없어졌으니. 이건 덤인가?

 

그래도 봄이네(5월 9일/무더움 10-27도)

 

4월 중순까지만 해도 아침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를 않나. 일주일 간격으로 연 사흘씩 내리 비가 내리기도 하고. 이상기온에 일조량이 부족하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기는 했지만. 뿌려놓은 씨앗들도 다 싹이 나왔으니.

 

5월 들어서는 연일 20도를 웃도는 더위에. 급기야 오늘은 27도까지 올라갔지만. 늦은 아침을 먹고 잠시 밭에 나와 늦은 아침을 먹고 잠시 밭에 나와 옥수수도 심고. 씨앗과 키 재기 하듯 쏙쏙 올라오는 풀들도 매주는데. 아직은 따가운 햇볕보단 선선한 바람이 목덜미 땀을 식혀주니. 그래도 봄은 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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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1 16:54 2010/05/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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