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멀칭

from 10년 만천리 2010/05/24 12:32

콩 심는 날(5월 17일/무더움 15-27도)

 

단비가 내일 온다고 하니 오늘은 무척 바쁘다. 메주를 담글 콩도 심어야 하고. 처음 길러보는 서리태도 심어야 하고. 시간이 되면 들깨까지. 해서 아침 일찍부터 부산하다. 메주콩은 엊저녁에 골라 놓았으니 됐고. 서리태는 어찌어찌해서 인터넷으로 사놓았고. 들깨는 농협에서 구했으니. 서둘러 자전거에 오른다.

 

역시 콩 심는 일은 혼자 하는 것보단 둘이. 아니 셋이 하면 훨씬 빠르기도 하고 쉽다. 한 사람이 구멍을 파면 뒷사람이 콩을 넣고. 마지막으로 흙을 덮으면 되니까. 하지만 혼자 하려니 일단 쭉 구멍을 파고. 콩 넣고. 덮고. 세 번, 네 번을 왕복해야 하니 힘들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시간이 꽤나 걸린다.

 

겨우 물 한 모금씩 마시며 쉬지도 않고 콩을 심었는데도 그새 해가 머리 위에서 이글이글. 그래도 간간이 바람이 부니 좀 낫긴 한데. 긴 옷을 입었어도 팔뚝이며 어깨가 뜨끈뜨끈하다. 들깨까지 콩 사이사이에 심으려 했는데. 쉽지 않을 듯하다.

 

결국 들깨는 목요일쯤 심기로 하고. 대신 고추 심은 이랑 한 군데에 신문지로 멀칭을 해보기로 한다. 고추는 총 8이랑을 심었는데. 네이랑은 플래카드로. 네이랑은 신문지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다행이 간간이 불던 바람도 멎었고.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다해놓고 보니. 바람만 잘 견뎌낸다면 꽤나 괜찮을 듯하다. 남은 고추 이랑에도 조만간 신문지로 덮어야겠다.  

 

신문지 멀칭(5월 20일/무더움 12-28도)

 

이틀 비가 내렸다. 꽤나 많은 양이다.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니 첫날 61mm가 조금 넘게, 둘째 날 2mm이니. 게다가 바람도 조금 있었고. 하지만 비 오기 전날 신문지로 멀칭을 해놓았던 게 그대로다. 어디 찢어진 곳도 바람에 날아간 곳도 없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어차피 골에는 호밀이 말목까지 자라고 있고. 장마 때까지만 신문지가 버텨준다면. 그 이후엔 호밀을 베어 멀칭을 하면 되니. 또 신문지와 호밀은 그대로 두둑에서 썩게 두고. 그럼 자연스럽게 퇴비 역할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비닐을 쓰지 않아도 되니 이거야 말로 적절한 타협점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해서 오늘은 나머지 고추 심은 곳에 모두 신문지 멀칭을 했다.

 

 

 

다시 심은 땅콩(5월 21일/무더움 12-31도)

 

오후에 걷기여행을 갈 예정이라, 또 일요일부터는 비가 온다는 얘기도 있어 아침 일찍 밭에 나왔다. 근 한 달여 전에 심은 땅콩이 싹을 틔우지 못했기에 다시 심어야 하기도 하고. 고구마를 심은 곳에는 초벌 김매기도 해야 하고. 들깨도 심고, 수수도 심어야 하기에. 헌데 밭에 나와 보니. 이런. 

 

비 오기 전에 해놓았던 신문지 멀칭은 그대로인데. 어째. 어제 작업해 놓은 것들이 난리도 아니다. 어제 저녁, 바람이 좀 분다 싶었는데. 여기저기 신문지가 뒤집어져 있는 게 아닌가. 그래도 다행히 찢어지거나 멀리 날아가진 않아서 보수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았지만. 아까운 아침 시간에 어제 했던 일을 또 하니 들깨까지만 간신히 심고 수수는 심지 못했다. 고구마 심은 곳도 겨우 두 이랑만 풀을 매줬고. 아무래도 비가 오고나면 풀이 더 자랄 텐데.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땅콩은 멀칭을 손보기 전에 미리 심었기에 망정이지. 날이 금세 더워지는 것도 문제지만 오랜만에 하는 여행에 차질이 있을까. 서둘러 자전거에 오르는데. 그래도 시계를 보니 근 다섯 시간은 일을 한 셈이다. 일찍 심어서 문제였는지, 종자용으로 나온 것을 심어서 문제였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새로 심은 땅콩은 싹이 잘 나야 할 텐데. 자전거에 오르고도 땅콩 심은 곳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겨우 집으로 향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5/24 12:32 2010/05/24 12:32
Tag //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nongbu/trackback/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