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심는다

from 10년 만천리 2010/04/26 17:25

감자와 호밀 심기(4월 19일/가끔 비 10-19도)

 

감자는 어제에 이어 이틀째다. 작년에도 이틀에 걸쳐 씨감자를 심었는데. 올해도 이틀째 감자를 심는다. 아무래도 자전거로는 나를 수 있는 무게가 한정돼 있어 일을 해나가는데 시간이 다소 걸린다. 박스채로 갖다놓으면 반나절이면 끝날 일이 늘 이틀, 사흘이 걸리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일기예보로는 한때 비가 온다고 하더니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찌푸려있다. 양은 많지 않을 거라 하니 일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겠지만. 그래도 밭에 나가 있는 동안 비가 오면 대략 난감이다. 비를 피할 곳은커녕 그늘 여름 땡볕에 그늘 하나 만들지 못하는 게 지금의 밭이니.

 

거의 감자를 다 심을 쯤 결국 비가 쏟아졌다. 서둘러 일을 마무리 짓고 자전거에 오르는데 언제 비가 왔냐 싶게 그치니. 쏟아졌다는 표현은 쫌 그렇다. 모래부턴 비가 제법 온다고 하니 오후에는 호밀을 심어야 하는데. 비가 오락가락 하니.

 

다행인지 점심 먹고 또 한잠 푹 자고 나서 밭에 오는 길에 잠깐 비가 오더니 이내 그친다. 20도 가까이 오르는 더위에 비까지 오락가락하니 등이며 목에서 땀이 난다.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밭에 나온 지 두 시간 만에 감자 심은 곳과 고추 심을 곳 이랑과 이랑사이에 호밀을 산파(散播)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어둑어둑하다.  

 

호밀 심기 - 둘째 날(4월 20일/맑음 10-24도)

 

어제부터 급 따뜻해졌다. 아니 조금만 늦어도 금세 20도까지 오른다. 해서 아침 일찍 나오더라도 서둘러 일을 마쳐야 한다. 시간상으론 세 시간 남짓이다. 아무래도 다음 주부터는 새벽에 나와 일을 하고 늦은 아침을 먹는 걸로 바꿔야 할 듯하다.

 

오늘도 11시가 조금 지나자 땀이 주르륵 난다. 넓디넓은 콩 밭을 보니 오후에 다시 나와 할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모래 비가 온다는 얘기에 연신 땀을 훔치며 호밀을 뿌린다.

 

“거, 뭘 그리 심으슈?”

“아, 예. 호밀이요”

“호밀? 호밀은 가을에나 심는 거 아닌가?”

 

아까부터 밭 둘레에 나있는 나물을 캐던 할머니께서 일하는 모양새를 보고 궁금해서 물어오는데. 이런. 한참 더운 것도 더운 데다. 이젠 종아리며, 허벅지까지 당기며 온 몸이 뻐근한 바람에 뭐라 대꾸도 못한다.

 

‘아. 예. 호밀로 잡초를 잡으려구요. 지금 뿌리면 잡초가 자라기 전에 호밀이 자리를 잡아 잡초가 발을 못 뻗는다고 하네요.’

 

마음 같아선 할머니께서 캐고 계시는 나물이 뭔지, 먹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어떻게 구분하는지, 나물의 종류에 대해 이것저것 묻고도 싶고. 호밀로 제초를 할 수 있다는 데 올 해 처음 시도하는 거라 얘기도 하고 싶지만 말이다.

 

결국 할머니께서 저만치 다른 밭으로 가시는 동안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일을 끝마치고는 연장 챙겨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채소 씨앗(4월 21일/흐린 후 비 9-18도)

 

곡식의 싹을 틔우는 단비가 내린다는 곡우(穀雨)가 어제였다. 딱 맞춰 내리지는 않았지만 올 해도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절기만 알아도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고 하더니. 먼저 농사를 지었던 농부님들의 지혜가 남다르기만 하다.

 

예보로는 밤늦게나 온다고 했는데. 오전에 상추며, 치커리, 아욱, 근대, 장파 등 여러 가지 채소 씨앗을 뿌리고 돌아와 점심 먹고 또 밭에 나서려고 하니. 심상치 않던 어둑어둑한 하늘에서 곧 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채소 씨앗 - 둘째 날(4월 25일/맑음 2-22도)

 

또 비가 온다고 하니 아직 다 심지 못한 채소 씨앗을 뿌려야한다. 엊그제는 오랜만에 학곡리 농협에 들러 시금치며, 부추, 봄무우 씨앗도 사고. 모종이 언제쯤 나오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종묘상이나 시장통에는 벌써 고추며, 토마토 모종이 나왔으나 농협은 다음 달이나 돼야 판다고 하니. 느긋하게 못다 심은 채소도 더 심고. 땅콩과 옥수수도 심어야 할 듯.

 

벌써부터 낮 기온이 20도에 육박하니. 씨 뿌리는 일이 아니어도 일찌감치 나와야 한다. 조금만 늦어도 등줄기로 땀이 흐르니 말이다.

 

 

 

옥수수는 두 번에 나누어 심는데. 오늘은 위쪽 밭에 채소를 심어 놓은 곳 둘레와 고추며, 고구마를 심을 곳 둘레다. 그리고 아래쪽 밭은 보름이나 다음 달 말쯤에 심을 예정인데. 이래야 두고두고 옥수수를 나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옥수수와 농협에서 사온 씨앗을 다 심고 나니 어중간한 시간이 돼버렸다. 밭에 나온 지 채 한 시간도 안 된데다 밥까지 든든하게 먹고 나온 바람에 이대로 돌아가기 뭔가 아쉽기만 하다. 해서 땅콩 심을 곳 두둑을 손보자며 괭이를 집어 들었는데.

 

어째. 땅콩은 골이 넓어야 한다는 말이 있어 두둑 하나를 무너뜨리고 양쪽으로 쌓았더니. 이번엔 골이 너무 넓어져 버렸다. 두둑을 손대기 전엔 너무 좁아 보였는데 일을 하고 나니 이번엔 넓어 보이는 게다. 어쩔 수 없다. 땅콩은 올 해 처음 도전하는 것이니. 한쪽은 골을 쪼금(?) 넓게. 한쪽은 쪼금(?) 좁게 해서 어느 것이 나은지 나중에 판단하기로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4/26 17:25 2010/04/26 17:25
Tag //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nongbu/trackback/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