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from 10년 만천리 2010/07/19 21:57
마른장마(7월 12일/흐림 19-30도)
 
남쪽에는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데. 춘천은 마른장마다. 엊그제도 밤이 되어서야 비가 조금 오고. 어제, 오늘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는데. 통 비는 안 온다. 덕분에 이래저래 밭에 나가 일하기에는 좋긴 하지만. 비가 와야 할 때 오질 않고 있으니 걱정이다.
 
비가 온다는 소리도 있었고. 그저께 잠자리가 불편했던지 어제부터 목도 아프고. 또 의정부에서 어머님이 오시기도 해서 이틀을 쉬고 밭에 나왔더니 손봐야 할 곳이 꽤 된다. 오이도 따야 하고, 부쩍부쩍 자라는 토마토 줄기 지주끈도 묶어 줘야 하고. 땅콩 심은 곳 풀도 매줘야 하고, 피망이며, 오이고추에 지주도 세워줘야 하니.
 
마음 같아선 후다닥 일을 해치우고 싶지만. 몸이 따라가 주질 않으니. 땅콩 심은 곳 김매주고. 지주끈 묶어주고. 풋고추 따고, 오이 따고, 방울토마토 따서 집에 오니 밥맛이 꿀맛이다.   
 
 
장대비(7월 13일/소낙비 21-33도)
 
어제 마른장마라고 했는데. 오늘 장대비를 맞고 나니 이거야 원. 장마는 장만가.
 
집을 나설 때도 이미 먹구름이 잔뜩 몰려왔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대로 밭에 갔는지.
 
그래도 참깨 심어 놓은 곳 김매고, 속아주고 할 때까진 머. 비 안 오네, 했다.  
 
해질녘이니 싶었는데 시계를 보니 이런. 이건 날이 저무는 게 아니라 비구름이 하늘을 덮은 탓이다.
 
조금만 더 풀 뽑다 일어나야지 했는데.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런. 곧장 자전거에 올라 폐달을 밟는데.
 
팔호광장을 넘어가는 긴 오르막에서 결국 쏟아지는 장대비에 굴복한다. ‘술빵’ 파는 가겟집 처마에서 쫄딱 젖은 채 오돌오돌.
 
소낙비이겠거니 싶어 잠깐 기다려보는데. 하늘을 보니 여기저기서 번개가 번쩍번쩍. 이건 금방 그칠 비가 아니다.
 
혹시나 해서 비옷을 챙겨오기 했지만. 비옷이고 뭐고 다 소용 없는 셈. 더 늦기 전에 집으로 가야지.
 
결국 속옷까지 다 젖고야 집에 도착했다. 워낙 날이 더운지라 비를 맞으니 되레 시원하긴 한데.
 
장마기간 내내 오늘처럼 예상치 못한 비가 자주 온다고 하는데. 갈수록 이상해지는 날씨 때문에 이래저래 농사짓기 힘들다.
 
 
버스타고 가는 밭(7월 15일/무더움 21-33도)
 
며칠 전부터 아프던 목이 낫질 않는다. 좀 나아지나 싶어 자전거를 탔더니 더 그런 것도 같고. 해서 어제 하루는 택배 올 것도 있고 겸사겸사 쉬었다. 헌데 목은 그대로다. 아니 이젠 옮겨 다니며 여기저기 들쑤시는 것 같다.
 
내일부터 장맛비가 온다고 하니 더 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전거는 안 되겠고. 어쩔 수 없다. 들쭉날쭉 시간 맞추기가 쉽지는 않지만 버스를 타고 가는 수밖에.
 
하루에도 몇 번 다니지 않는 버스를 용케 집어다고 밭에 가니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안 걸리고. 일단 몸이 안 좋을 때는 꽤 괜찮을 듯하다. 여전히 시간 맞추는 게 생각보다 쉽진 않지만.
 
비가 온다고 하니 여기저기 손 볼 곳도 많고. 감자도 캐야 하고. 시간이 금방 지난다. 마음이 급하니 쉬지도 않고. 덕분에 땀이 비 오듯. 하지만 할 일은 남아 있고. 결국 어둑어둑해져서야 겨우 마무리 짓고 다시 정류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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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9 21:57 2010/07/1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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