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하는 맛

from 10년 만천리 2010/07/06 11:58

애호박 따기(6월 28일/무더움 19-31도)

 

진작부터 상추며, 치커리와 같은 푸성귀는 밥상에 올라왔고. 지난주부터는 풋고추도 먹었고. 드디어 오늘부터는 애호박을 시작으로 오이며, 수박, 방울토마토를 차례로 수확할 수 있겠다. 덕분에 당분간은 부식비도 조금은 줄겠다.

 

* 이번 주 할 일(주말에 또 장맛비가 온다고 하니 금요일까지 마쳐야 할 듯)

- 참깨 심은 곳 풀매기

- 부쩍 자라고 있는 오이, 호박, 토마토 부지런히 지주끈 묶어주기

- 고구마 밭 고랑 풀매기

* 먹을 수 있는 건 그때그때 가져올 것

 

참깨(6월 29일/무더움 20-28도)

 

하루 종일 날씨가 우중충하다. 장맛비가 내리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아침부터 잔뜩 낀 안개가 저녁이 늦도록 걷히지 않더니. 결국 해가 지면서 한두 방울 비까지 내리니. 정말 꾸물꾸물하다.

 

요즘은 쉬엄쉬엄 일을 하느라 저녁엔 밭에 나가지 않고 아침에만 서너 시간 풀을 매다 온다. 오늘도 새벽녘에 나가 늦게 자라고 있는 고추들 지주끈도 묶어주고. 콩 밭이며, 팥 심은 데도 둘러보고. 또,

 

참깨와 들깨는 작년에 이어 올 해도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다. 무슨 이유인지 아직 파악도 못하고 있으니. 그래도 두 번이나 심었는데도 어느 한 곳 싹이 나질 않은 들깨대신 고맙게도 참깨는 날이 더워질 무렵 뿌려둔 것들이 싹을 냈다.

 

해서 풀도 매주고 제법 자란 것들은 속아줬는데. 아무래도 한 사나흘은 더 꼬박 일해야 할 듯.

 

<오늘 하루 수확한 것들>

 

수확하는 맛(6월 30일/종일 안개 20-28도)

 

종일 안개다. 얼핏 봐선 금방 비가 올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짙은 안개가 걷히지 않고 있는 게다. 차라리 비라도 오면 좋으련만. 비는 오지 않고 햇빛만 가리고 있으니. 영 도움이 안 된다. 안개도시 춘천. 딱 맞는 말이다.

 

단호박 2개, 애호박 2개, 풋고추 한 봉지, 상추, 치커리, 방울토마토 또 한 봉지. 이제 수확하는 맛이 조금이 난다. 장마가 끝나고 나면 더 하겠지만. 장만 전에라도 오늘처럼만 나온다면야 밭에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겠다.

 

풀로 뒤덮인 고구마 밭 - 첫째 날(7월 1일/차차 흐려짐 21-32도)

 

내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날이 꾸물꾸물하다. 또 후덥지근하다. 비가 오면 좀 시원해질까.

 

고구마는 줄기를 뻗어 풀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작물이라 풀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중간에 죽은 고구마들을 다시 심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줄기를 뻗지 못했다. 덕분에 풀이 줄기 사이사이로 어찌나 많이 자랐던지. 또 고랑에도 억센 풀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빨리 손을 써야 할 지경이다.

 

장맛비만 아니면 사나흘 꼬박 고구마 심은 곳에 매달려 풀을 잡고 싶지만. 어쩌겠나. 장마라고 주구장창 비만 오는 게 아니니. 틈틈이 밭에 나오면. 참깨 싶은 곳과 고구마 심은 곳을 먼저 들러야겠다.  

 

깜짝 선물(7월 3일/흐림 23-28도)

 

새벽까지만 해도 비가 오는 것 같더니. 잔뜩 흐리긴 했어도 비가 그쳤다. 예보를 보니 가끔 소나기가 오긴 해도 당분간 장맛비는 없겠다고 한다. 해서 오후 늦게 밭으로 향한다. 비가 오고나면 이것저것 해야 할일이 많기에.

 

매일 같이 밭에 나오기는 하지만. 어쩌다 지나가는 이들이 말을 걸지 않으면 거의 세 시간 혹은 다섯 시간 가까이 혼자다. 잠깐씩 쉬어가며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일할 때도 그렇고 쉴 때도 그렇고. 심심하단 생각이 가끔은 들기도 한다. 헌데.

 

오늘은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같이 사는 짝지가 밭에 온 게다. 며칠 전에 한 번 왔으면, 하고 얘길 하긴 했지만. 한참 지주끈을 묶어주고 있는데 저만치서 모습이 보이자.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어찌나 반갑고 좋던지.   

 

모처럼 둘이 시금치도 뽑고 열무도 뽑고. 오이도 따고 방울토마토도 하나씩 먹고. 비록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렸고. 또 집에 가는 데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깜짝 선물을 받은 날이다. 

 

풀로 뒤덮인 고구마 밭 - 셋째 날(7월 4일/차차 흐려짐 21-32도)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고구마 밭에 김을 매주는데. 틈틈이 참깨 심은 곳에도 풀을 뽑고. 지주끈도 묶어야 하니. 또 저녁나절에만 잠깐 나와 일을 하니 진도가 통 나가질 않는다. 다행히 장마가 잠시 물러나 비가 오질 않아 조금씩이라도 매일 일을 하니 낫긴 하지만. 주말에 다시 비가 온다고 하니 다른 일 제쳐놓고 이것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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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6 11:58 2010/07/0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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