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세우기

from 10년 만천리 2010/06/15 09:49

단비가 내리다(6월 7일/무더움 16-32도)

 

비가 온다고 해서 팥을 심었다가 낭패를 봤던 게 지난 달 30일이니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물론 팥을 심기 전에도 비가 오지 않았으니. 심어 놓은 팥도 팥이거니와 다른 것들도 걱정이다. 근 보름 이상 비가 오지 않았으니. 헌데 어제 오후, 먹구름과 함께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리는 게 아닌가. 그야말로 단비다. 마음 같아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더 내렸으면 하는데. 그거야말로 사람 맘이고. 

 

단비가 내리고 나니 일이 밀린다. 방치해뒀던 밭 입구 쪽도 두둑을 만들어 콩을 심어야 하고. 물먹은 풀도 덩달아 쑥쑥 올라오니 미처 손대지 못했던 곳들도 김을 매줘야 하고. 오늘 오후 또 소나기가 오면. 고추며, 토마토, 가지, 오이, 호박 등에 지주도 세워줘야 하니. 한 사나흘은 아침, 저녁으로 부지런히 밭에 나와야겠다.

 

매고 또 매고(6월 8일/무더움 15-32도)

 

소농은 풀을 보고도 안 매고, 중농은 풀을 보아야 매고, 대농은 풀이 나기 전에 맨다는 농사 속담이 있다. 물론 여기서 소농, 중농, 대농의 의미는 농사를 많이 짓는다거나, 또는 농사로 얼마나 돈을 벌었느냐, 로 가름하는 것은 아니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농사를 잘 짓느냐, 못 짓느냐, 정도가 아닐까.

 

이 기준으로 보자면 작년과 재작년은 소농에서 중농을 왔다, 갔다 한 것 같다. 재작년엔 풀이 발목까지 자라고 나서야 호미를 들었고. 작년엔 풀이 올라오는 즉시 김을 매주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풀천지. 그렇다면 올 해는?

 

아직까진 풀을 잘 잡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밭을 만들고 나자마자 고랑에 호밀을 잔뜩 뿌려놓았는데. 그새 어떤 것은 호밀을 매달기 시작 했을 만큼 고랑에는 풀을 볼 수 없다. 또 신문지와 플래카드이긴 하지만 고추며, 가지, 오이, 호박 등을 심은 곳엔 멀칭을 했고. 고구마, 감자, 콩 등을 심은 곳은 이틀이 멀다하고 번갈아 가며 초벌, 애벌 김매기를 해줬더니 풀이 고만고만하다. 어찌 이 정도면 중농정도는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가만. 풀을 보면 농약부터 찾는 이들과 반대로 풀도 작물처럼 잘 보살피는 이들은 대농, 중농, 소농 중 어디에 속하는 걸까?  

 

지주 세우기 - 첫째 날(6월 9일/무더움 16-33도)

 

연일 무더위다. 급기야 오늘은 33도. 이 정도면 한여름 불볕더위다. 6월인데 이 정도면 올 여름은 얼마나 더울까. 걱정이 앞선다.

 

비가 오고 나면 지주를 세워줘야 겠다, 마음먹고 있는데 통 비 소식이 없다. 예보로는 주말쯤 기온이 한 풀 꺾이기는 한다고 하는데. 여전히 비가 온다는 얘기는 없고. 다음 주까지도 햇볕은 쨍쨍.

 

하는 수 없다. 이번 주를 넘기 전에 지주를 세워야지. 비가 온 후라면 땅에 박기가 수월할 텐데.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작년에도 썼던 각목 지주를 일부는 보수도 하고 일부는 새로 만들기도 하고. 망치로 뚜드려 박기도 하고. 짱돌로 내려치기도 하고.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에 나와 일을 해도 땀이 흠뻑. 아무래도 저녁때보단 아침나절에 일하는 게 나을 듯싶다.

 

지주 세우기 - 둘째 날(6월 10일/무더움 18-33도)

 

아침, 저녁으로 밭에 나가 어제 세워둔 지주에 끈을 묶어 준다. 틈틈이 고구마 심은 곳 김매기도 하고. 이제 고추 밭 지주만 세워주면 될 듯한데.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비 소식이 있으니. 주말까진 지주 세우기를 끝낼 수 있을 듯.

 

빠진 곳 채워 심기(6월 11일/무더움 16-31도)

 

근 보름여 만에 비가 온다고 한다.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작물들도 지쳤는지. 감자며, 고추가 시들시들하다. 다행히 비가 온다고 하니 한 시름 덜기는 했지만.

 

싹이 나지 않은 서리태며, 메주콩. 비 오기만을 기다렸던 참깨. 한 번 더 심을 요량이었던 들깨. 밥상에 올릴 열무까지 이것저것 심어야 할 게 많다. 해서 아침나절엔 참깨 이랑도 만들고. 저녁엔 콩이며, 깨 등도 심고. 열무 심을 곳 이랑도 하나 더 만들고 또 심고. 힘은 들지만 그래도 마음은 가볍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6/15 09:49 2010/06/15 09:49
Tag //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nongbu/trackback/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