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비

from 10년 만천리 2010/08/15 21:58
계속되는 비(8월 9일/무더움 24-34)
 
연일 무더위에 비다. 그냥 덥기만 하면 그래도 참을만한데. 습하기까지 하니 불쾌지수가 높을 수밖에. 낮 동안 시원한 동네 도서관으로 피했다가 저녁에나 밭에 가려고 하는데. 방금까지도 화창하던 날씨가 순식간에 어둑어둑해지고. 폭우가 쏟아지기도 하고. 내렸다 그쳤다 가를 반복하기도 하고. 통 밭에 나가기가 어렵다. 해서 오늘은 새벽나절에 움직여 사흘 만에 풀도 베어 주고. 이것저것 따오기도 하고. 쓰러진 고추며 콩도 일으켜 세우는데. 9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에도 땀이 주르륵. 풀로 뒤덮인 밭이 마음에 걸리지만 더 일하다가는 사람 잡을 듯. 어서 가서 시원하게 목욕이나 해야지.
 
태풍(8월 10일/흐리고 무더움 23-28)
 
점입가경이다. 하루걸러 비 오는 날이 계속되더니 이젠 태풍이라니. 이러다 밭이 정글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내리는 비에 풀이 잘도 자라는데. 흠뻑 젖은 풀밭에 들어가면 10분도 채 되지 않아 무릎까지 다 젖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윗도리도 다 젖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이라도 밭에 나가야 하겠지만.  
 
새벽같이 나와 일을 해봐도. 밤새 내린 이슬로 젖는 건 매한가지. 새벽이라 해도 덥기는 또 매한가지. 그나마 해라도 없으니 다행이지. 8시만 되면 해까지 머리위에 뜨니 겨우 두 시간 남짓 일하는 셈. 그래도 이렇게라도 나와야 땅콩 심은 곳 풀도 잡아주고. 고추밭, 고구마밭 낫질도 할 수 있다. 아직 콩하고 팥 심은 곳은 손도 못 대고 있지만.
 
또 오는 비(8월 14일/흐리고 비 24-30)
 
웬 비가 이리 자주도 오는지. 태풍도 태풍이지만 우기(雨氣)인가 싶게 하루걸러 아니 이번 주는 월요일 빼고 쭉 비다. 덕분에 푹 쉬고는 있지만 이건. 몸만 쉬는 거지 마음은 타들어간다. 작물들이 잘 버티고 있으려나.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온다지만 잠깐 그친 사이 밭에 나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고추 몇 개는 쓰러져 있고 또 몇 개는 고추들이 다 물러 터져 있다. 토마토 역시 채 익지도 않은 것들이 죄다 물러 터졌고. 방울토마토는 맛이 영 시원찮고. 물을 좋아하는 오이만은 주렁주렁 열렸지만. 고구마 밭에 무릎까지 올라온 풀이며. 콩, 팥 심은 곳에도 풀이 쑥쑥 올라온 게. 심란하다.
 
서둘러 고추며 오이를 따고 고구마 밭 풀 뽑는데. 또 비가 쏟아진다. 이번 비는 내일까지 꽤 많은 양이 온다고 하던데. 고추가 큰 걱정이다. 아무래도 잠깐잠깐 비가 그친 사이라도 밭에 나와 이것저것 손을 봐야할 듯하다. 
 
모처럼 해가 쨍(8월 15일/무더움 25-31)
 
8월 들어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비가 온 날이 무려 12일이다. 일지를 보면 하루걸러 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비가 잠시 그친 때, 부랴부랴 밭에 나간 것이니. 그래도 그렇지.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확인을 하고 하니, 새삼 심하단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라도 비가 살살 와야 할 터인데.
 
오늘은 모처럼 해가 쨍하고 떴다. 아침까지만 해도 잔뜩 흐린 하늘에 해가 나올 것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점심 먹고 한 잠 자려는데, 창밖으로 밀려들어오는 햇살에 퍼뜩 정신이 든다. 이게 얼마 만에 뜬 해이던가.
 
해가 나니 밭일을 나가야겠는데. 밀린 일로 마음은 급하지만, 곧 땀으로 범벅이 될 걸 생각하니, 몸이 쉽게 움직이질 않는다. 이래 마음이 간사해가지고 어찌 농사를 지으려는지. 비 온다는 핑계로 내심 잘 쉬다, 이제 일 하려니 밍기적거리는 게다. 이리저리 괜히 시원한 물이 없네, 벌써부터 덥네 하며 시간을 끌었더니. 결국 두 시간도 채 일을 하지도 못하고. 쩝. 비 덕분에 많이 나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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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5 21:58 2010/08/1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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