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벌 김매기

from 11년 만천리 2011/06/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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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김매기지만 끝이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저 풀들 사이에서도 서리태가 제법 자리를 잘 잡았다>

 

초벌 김매기- 첫째 날(6월 6일/무더움 17-26도)

 

자전거가 또 말썽이다. 다행히 없어지진 않았지만, 이번엔 펑크다. 덕분에 모처럼 아침 일찍 밭에 나가려고 했는데 또 버스를 타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혼자가 아니어서 좋다. 함께 버스를 타진 않았지만 그래도. 함께 풀도 뽑고, 밥도 사먹고, 명동에 나가 옷도 사고.

 

점심 먹고 낮잠 조금 자고 다시 밭에 나갔다. 이번엔 자전거를 타고. 거금 5천원을 들여 펑크 난 곳 때우고, 배고파 초콜릿바 사먹고 가니 4시 반. 다행히 작년에 새로 입주한 아파트가 그늘을 만들어 일하기는 수월하다. 안 그랬으면 한여름 땡볕 같은 무더위에 나가떨어졌을 것.

 

이번 주 내내 서리태 심은 곳과 아직 싹이 나지 않은 팥 심은 곳 초벌 김매기를 해야 한다. 까딱하면 온통 풀천지가 되니 아침, 저녁으로 부지런히 다녀야한다. 덕분에 뱃살도 좀 빠지겠지.

 

초벌 김매기- 둘째 날(6월 7일/차차 흐려짐 14-27도)

 

오전엔 싹이 나지 않아 풀만 잔뜩 난 이랑은 다 들어 엎고, 오후엔 서리태 심은 곳 풀 뽑고 나니 하루가 금방 간다. 앞으로도 사나흘은 더 초벌 김매기를 해야 마무리가 될 것 같은데, 모래 비가 온다고 한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가 오면 그날 하루는 공쳐야 하니. 꼼짝없이 주말까진 아침, 저녁으로 나가야할 듯.

 

초벌 김매기 - 셋째 날(6월 8일/맑은 후 비 16-28도)

 

사흘째 김매기다. 아침, 저녁으로 오가며 일을 하니 피곤이 쌓인다. 낮에 쪽잠을 자도 그때뿐이고. 밤엔 좀 일찍 자야하는데 대체 뭘 하는지 꼭 1시가 다 돼서야 아차, 하니. 하지만 지금 열심히 풀을 잡아놔야 장마철을 쉽게 넘길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다. 다행이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니 하루 쉴 수 있고. 또 마저 다 못 심은 곳. 심었는데 싹이 나지 않은 곳. 두루두루 더 심을 수 있으니 힘들어도 참을만하다.

 

초벌 김매기 - 넷째 날(6월 10일/안개 15-26도)

 

어제는 하루 쉬었다. 그제 밤 내린 비도 비지만 중곡동 식구들이 왔기 때문이다. 뭐 맘만 먹음 아침에라도 또 점심 먹고 올라갔으니 저녁에라도 밭에 나올 수야 있었겠지만. 삼일 내리 아침, 저녁으로 김매기를 했더니 손가락 끝이 갈라지고 껍질이 벗겨져 아무래도 좀 쉬엄쉬엄 해야겠기에 그리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도 건너뛰고 저녁에야 겨우 나와 서리태 심은 곳 풀 뽑아주고. 부쩍 자란 토마토 지주끈 묶어주고. 너른 밭에 여기저기 풀이 우거지니 마음은 심란한데 해는 금방진다. 곧 장마다. 무슨 수를 내야지.

 

초벌 김매기 - 다섯째 날(6월 11일/무더움 16-31도)

 

초여름 날씨다. 아침엔 겨우 10시만 되도 벌써 목뒤며 등이 뜨끈뜨끈. 저녁엔 7시, 8시가 되도 25도가 넘는다. 풀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데 일할 시간은 짧아지고. 애초에 올 농사는 쉬엄쉬엄, 풀도 어느 정도는 포기 아닌 포기, 다 잡진 말자, 이렇게 맘은 먹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러다 이거 온통 풀밭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초벌 김매기 - 여섯째 날(6월 12일/무더움 17-30도)

 

남부지방은 장마라던데 여긴 아예 장마가 끝난 듯. 어찌된 게 6월 초인데 날씨는 8월이람.

 

어제까진 서리태 심은 곳 김매기를 했는데 오늘은 팥 심은 곳으로 옮겨왔다. 서리태 밭을 다 한 건 아닌데 아무래도 그냥 뒀다간 어떤 게 팥인지 구분하질 못할 것 같아서다. 서리태야 풀들 사이에서 삐쭉 올라온 데다 본잎도 풀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팥은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심으면서 풀을 매야 했기 때문에 이게 풀인지 팥인지 헛갈린다. 해서 뭐 어디 급하지 않은 데가 없겠지만 팥 밭으로 온 것이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부터 11시가 다 되가는 시간까지 일을 하고 돌아보니. 겨우 팥 심은 이랑 하나와 서리태 심은 이랑 하나 김매고. 토마토 지주끈 묶고. 땅콩 조금 심었다. 등은 뜨끈뜨끈하고 배는 ‘꼬르륵 꼬르륵’.

 

결국 저녁엔 소낙비가 내린다고 하니 다시 나오기 힘들겠지만. 지친 몸에, 배고픔에, 밭에 나온 지 근 4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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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3 16:05 2011/06/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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