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풀기(5월 30일/맑음 19-28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풀들을 보고 있으면 속이 다 울렁거린다. 또 땡볕에 골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미친 듯이 풀을 잡아 뜯는 모습이 떠올리기 때문이다. 뭐, 콩이나 내일 심을 팥은 어영부영 김매기를 해줘도 되겠지만. 이제 막 싹이 나기 시작한 땅콩이나 옥수수, 아직 싹이 나지 않은 조, 기장 등등은 지금부터 풀을 매야줘야지 안 그럼. 걷잡을 수 없이 뻗는 풀에, 생각만 해도 갑갑하다. 해서 슬슬 몸 풀기로 옥수수 심은 곳 풀을 열심히 맸다

 

팥 심기(5월 31일/비 오락가락 15-22도)

 

벌써 두 번째다. 자물쇠를 잘라낸 걸 보니 전문적인 털이범일 수도 있겠고. 더 좋은 자전거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딱 보기에도 고물 같은 걸 가져간 걸 보면. 오죽이나 급급했을까도 싶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나 일단은 내 코가 석자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맘먹고 팥이며, 메주콩, 녹두, 수수 등을 심으려 했는데 자전거가 없으니 어쩌나.

 

결국 오랜만에 버스타고 밭엘 간다. 자전거나 버스나 걸리는 시간은 매한가지 30분. 하지만 준비했던 걸 도로 가방에 옮겨 담고. 버스 기다리고, 내려서 걷고 어쩌고저쩌고 하니 금새 11시다. 이런. 비는 집 나올 때보다 더 거세고.

 

점심까지 쫄쫄 굶어가며 겨우 팥만 심었는데도 4시가 훌쩍 넘는다. 비가 오는 것도 작업을 더디게 하지만 문제는 풀이다. 밭 갈고 한참이 지났으니 여기저기서 풀이 올라오고. 풀매면서 팥을 심으려니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겨우 겨우 물 한 모금 축이는데 나중엔 그 시간마저 아깝다. 허기진 몸과 허전한 마음을 이끌고 집에 오니 5시. 완전녹초다.  

 

나머지 모두 심다(6월 1일/비온 후 맑음 14-22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버스타고 밭에 나와 풀매면서 녹두, 수수, 메주콩을 다섯 시간 넘게 심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완전녹초다. 겨우 집에 와 콩국수 먹고 자전거 주문하니 8시. 축구나 봐야겠다. 

 

물주기(6월 2일/맑음 15-26도)

 

비가 온다는 얘기만 철석같이 믿고 메주콩, 수수, 녹두를 심었는데. 그제와는 달리 비가 오지 않아 아침부터 물 주러 나선다. 그제 밤, 비가 꽤 오긴 했지만 아무래도 심을 때, 심고 나서 비 한 방울 오지 않아서다. 자전거가 없으니. 한 시간 넘게 버스 기다리고, 두 시간 물주고, 삼심 분 걸어서 버스 타러 가고, 다시 삼십 분 버스타고 집에 오니 2시가 넘는다. 에고. 자전거는 언제 오나.

 

풀 뽑기(6월 3일/맑음 14-25도)

 

아침엔 버스타고 가서 풀 뽑고. 오후엔 아침에 도착한 자전거 타고 가서 풀 뽑고. 이제 본격적으로 풀을 잡아줘야 한다. 아침 2시간, 저녁 2시간 동안 옥수수 심은 곳 김맸으니. 내일부턴 서리태 심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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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칭한 곳도 풀을 뽑아야 한다(6월 4일/맑음 17-26도)

 

고추, 토마토, 가지, 오이, 고구마 심은 곳은 신문지 멀칭을 했다. 조금이라도 풀을 덜 매려고. 하지만 이곳도 풀이 올라온다. 사이사이 벌어진 틈이며 찢어진 곳으로. 다른 데에 비하면 이런데 풀 뽑는 건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땡볕에 풀매는 건 매한가지. 아침, 저녁 각 2시간 넘게, 도합 한 5시간 정도 고구마 심은 곳 김매고, 토마토 지주 세워주고 나니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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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22:20 2011/06/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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