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from 09년 만천리 2009/06/21 19:50

소나기(6월 15일/맑음, 소나기 17-25도)

 

요즘 소나기가 자주 온다. 어제도 자고 일어나니 밤새 소나기 왔는지 땅이 젖었고 그제도 저녁나절에 한바탕 비가 쏟아졌었다. 사실 이 핑계로 오늘 아침에도 밭에 나가지 않았는데. 오늘도 예보로는 오후에 비가 잠깐 온다고 하던데 저녁엔 밭에 나갈 수 있을라나.

 

요즘 밭에 나가면 하는 일이 비슷하다. 토마토며, 호박, 오이 등에 지주끈을 잠시 살펴보고 곧바로 콩 밭 김매기다. 감자와 고구마를 심은 곳은 한 차례 풀을 매주기도 했지만 벌써 많이들 자라고 있어 따로 잡초 제거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로지 콩 밭 풀 뽑는데 시간을 다 보낸다.

 

낮 동안 비는커녕 해만 쨍쨍이길래 아무 생각 없이 밭에 나갔는데 어찌된 게 금세 컴컴해 지는 게 심상치가 않다. 처음엔 시간상 어두워질 때가 됐겠거니 하고 별 생각이 없었는데 해가 지는 거하고는 달리 순식간에 칠흑으로 변하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 서둘러 자전거에 오른다. 하지만 출발할 때부터 한두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더니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니 장대비로 바뀐다. 에휴. 물에 빠진 생쥐가 따로 없다.

 

감자꽃(6월 16일/맑음 16-25도)

 

올 해 처음 도전한 작물로 감자와 참외를 심었다. 그중 감자는 대게 늦어도 4월 초까지는 다들 심는다고 하던데 농사일지를 보니 꼭 한 달 정도 늦게 심은 걸로 되어 있다. 늦어도 한 참 늦게 심은 것이다. 그래서 다른 감자밭에는 벌써 꽃이 다 피었고, 아니 꽃은 이미 다 피어서 진 것 같고 곧 수확을 앞두고 있는데, 이제야 꽃이 피기 시작한다. 다른 것들보다 일찍 심어 되려 손이 덜 가기는 했지만 혼자 힘으로 잘 자라 꽃까지 피우니 이쁘기만 하다. 이제 곧 올 장마철만 잘 보내면 둥굴둥굴 못난 강원도 감자 맛을 볼 수 있으리라.

 

지주끈 손봐주기(6월 18일/맑음 16-25도)

 

작년엔 고추 농사가 잘 안 됐다. 겨우겨우 장마철까지 키워 풋고추를 맛보기는 했지만 비가 그치자마자 병에 걸렸는지 어쨌는지 한 그루 한 그루 비실비실하더니 어느 순간 200주 가까운 고추가 다 죽어나갔다. 안 그래도 고추는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유기농은 더 경험이 필요할 듯싶다.

 

올해엔 300주가 넘게 고추를 심었다. 욕심이 과한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고춧가루를 만들 요량으로 가까운 중앙시장도 마다하고 학곡리 농협까지 가서 사다 심었는데 아직까진 고추가 싱싱하다. 또 작년엔 겨우 지주대 세워주고 지주끈을 한 번 묶어줬을 뿐인데 올 해엔 벌써 지주끈을 두 번째 묶어줘야 할 만큼 잘 자라고 있다. 그래서인지 좀 성급할 수도 있겠지만 기대가 된다.

 

장마 예보를 하지는 않지만 방송에선 모래부터 장맛비가 시작된다고 한다. 아마 장마가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나는 지만 예보를 하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장마가 시작된다는 얘기에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하겠지만 바람도 강하게 분다고 하니 더 걱정이다. 그래서 자라기도 많이 자라 끈을 묶어줘야 하겠지만 장맛비에 강풍이 더 걱정이라 오늘과 내일은 고추끈이며 지주를 세워준 것들에 지주끈을 손봐줘야 한다.

 

한낮 무더위가 가셨다고 생각했는데 고추밭에 한 시간 일하고 나니 등에 땀이 범벅이다. 게다가 허리를 굽혀서 하는 일이라 힘이 더 든다. 그래도 물 한 모금 마시고 한 줄 끈 묶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또 한 줄 끈 묶는다. 또 땀도 식힐 겸 김매기도 하는데 해를 피해 나온다는 게 너무 늦게 나왔나, 금방 해가 진다.

 

 

오이를 따다(6월 19일/맑음 17-29도)

 

며칠 전부터 오이 몇 개가 손가락만 하게 매달리더니 그세 손바닥보다 더 커졌다. 작년 농사일지를 보니 7월 초에야 겨우 오이를 수확했으니 1달 이상이나 일찍 오이 맛을 보는 셈이다. 해서 등에 땀나도록 고추와 호박 지주끈을 묶어줘도 힘들다는 생각보단 저녁 밥상에 오를 오이와 상추, 고추 등에 입맛이 더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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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1 19:50 2009/06/2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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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penID Logooooooiii 2009/06/22 18:30

    ...와 우리 밭이 이렇게 이쁘구나... 형, 미안해. 밭에 함께 가지 못해서. 형 혼자 지주대를 세우고 풀들을 뽑는 동안, 형 혼자 집안 일 다하는 동안, 그리고 형 혼자 양쪽 집 어른들 다 챙기는 동안... 난 도대체, 참, 뭐하고 산거야... 항상 형 혼자 다 하면서 나도 같이 한것처럼 나를 쏘~옥 껴주는 우리 형. 이 블로그에서도 마찬가지네. 마치 나도 함께하는 양, 주인장 소개에서 나를 빼놓지 않았네. 예쁜 우리 형, 참 좋다.. 

  2. 게으른 농부 2009/06/22 22:31

    어..언제 왔어? 헤~ 이제나 저제나 기둘리고 있었는디...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우리 앞으로도 이쁘게 만들어나가자. 자기랑 함께하니까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