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함께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 시대가 개막했다. 남북의 두 정상은 굳게 손을 맞잡고 65년간 계속된 '전쟁의 시대'를 종식시키겠다고 선언했다. 끊어진 혈맥을 다시 잇고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완전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만났다. 두 정상은 '금단의 선'이었던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손을 맞잡고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경계를 허문 두 정상의 만남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일명 '판문점 선언')을 탄생시켰다. 판문점은 이제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됐다.
"더 이상 전쟁은 없다,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
남북의 두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엄숙히 선언했다.
특히 두 정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 선언'을 하기로 했다. '끝나지 않은 전쟁'인 한국전쟁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정치적 선언인 종전 선언은 정전 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 평화 체제로 가는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미국과 중국도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만큼, 남북은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두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북측이 주동적으로 취한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북부핵시험장(풍계리) 폐기를 선언했다. '완전한 비핵화' 의지 표명은 향후 개최될 북미정상회담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는 대목이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은 '불가침 합의'를 엄격히 준수하는 한편,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인 군축도 실시하기로 했다.
새로운 평화의 시대, 남북이 함께 주도한다
이러한 판문점 선언에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이 함께 주도해야 한다는 두 정상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민족 자주'의 원칙이다. 이는 1조 1항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으로 명시됐다.
남북 정상은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핫라인)를 통해 민족의 중대사를 수시로 진지하게 논의하기로 했다. 한반도 문제를 두 정상이 직접 풀겠다는 것이다. 회담 정례화 차원에서 문 대통령은 올 가을 평양을 방문한다.
앞서 역사적인 2018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에 이르게 된 것도 남북의 주도적 역할, 진정성 깃든 노력, 담대한 결단 덕분에 가능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순간부터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끈기있게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전면 개선 의지를 피력하면서 김여정 특사를 비롯한 고위급 대표단과 선수단·응원단·예술단 파견으로 화답했다.
남북 공동의 노력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은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세계 만방에 전하는 장이 됐다. 또 평창에서 불어온 봄바람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길을 열었다.
10년간 꽉 막혔던 남북관계, 확 뚫린다
남북이 함께 새로운 국면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우선 10년간 꽉 막혀 있던 통로를 확 뚫어야 한다. 이에 따라 1조 1항에는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의 내용이 담겼다.
남북은 올해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3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또한 동해선·경의선 철도 및 도로들을 연결하기 위한 대책을 취하기로 합의했다. 철도와 도로 연결은 남북 공동 번영의 기초가 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남북관계 개선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어떤 국제 정세 변화가 있더라도 흔들림이 없는 굳건한 바탕 위에서 진행돼야 한다. 선언에는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방안들이 명시됐다.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대표적이다. 개성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적 장소이다.
특히 두 정상은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선언과 같은 '모든 남북 선언과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하기로 했다. 남북 간 모든 약속들을 반드시 지킨다는 원칙을 확립한 것이다.
6.15를 비롯한 남북에 모두 의의가 있는 기념일에는 정부 당국, 국회, 정당,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를 추진한다. 올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 등 국제경기에도 남북은 공동으로 참가하게 된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뿐만 아니라 신분, 계층을 넘어선 전민족적 단합이 기반이 돼야 한다.
군사긴장 완화:DMZ와 NLL을 평화지대로
군사 회담 등 대대적 남북대화 국면 열린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도 필수적이다. 남북 정상은 선언에서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방안으로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상호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 전단살포 등이 중지되고 그 수단이 철폐된다. 비무장지대(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추진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대책도 마련된다. 또 남북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에 대한 군사적 보장 대책을 취하기로 했다.
남북은 이러한 군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사 당국자 회담을 자주 개최하기로 했다. 당장 5월에는 장성급 군사회담이 열리게 된다.
군사 회담 외에도 향후 대대적인 남북 대화 국면이 펼쳐진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합의된 문제들을 실천하기 위해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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