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영주댐은 엉터리 댐, 허물고 원상 복구해야

김정욱 2018. 04. 27
조회수 766 추천수 0
 
내성천은 담수 능력 큰 ‘천연 댐’에 자정능력 뛰어난 모래강
지반 약하고 산사태 잦아, 수질개선용 영주댐에 썩은 물 고여
 
y3.jpg» 녹조로 초록색으로 물든 영주댐의 모습. 황선종 제공.
 
나는 1970년대 초 팔당댐을 만들 때 수리분야의 설계에 관여하면서 팔당의 물에 관심을 가졌다. 그때 팔당의 강물이 너무나 깨끗하고 좋았기 때문에 여기에 댐을 만들면 서울 사람들 정말로 좋은 물을 마시게 될 줄 알았다. 그리고 미국에 유학을 갔다가 몇 년 후에 돌아오니 팔당댐이 완공되어 있었다. 깨끗한 물을 기대하고 팔당을 찾았는데 녹조가 잔뜩 끼어 냄새가 나고 팔을 담그면 손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탁해진 물을 보고 놀랐다. 부영양화를 이론으로는 배웠지만 팔당의 물에 이렇게까지 부영양화가 진행되어 변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 책임은 여기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지역의 농민들이 뒤집어썼고 분뇨로 농사짓다 발각된 사람은 감옥에 가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껏 엄한 규제를 받게 되었다.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최근에 완공한 경북 영주시 내성천 영주댐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강이 인공화되어 옛 모습을 잃었는데, 우리나라 모래하천의 원래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다고 간주하여 보존의 가치가 크다고 인정되던 강이 내성천이었다. 회룡포, 선몽대, 무섬마을 등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들이 다 이 내성천을 끼고 있는 곳들이다. 내성천은 소백산의 부스러진 화강암에서 특별히 많은 양의 모래가 공급되면서 세계에서도 드문 모래강으로 알려졌다. 
 
y6.jpg» 고운 모래와 깨끗한 물로 희귀생물의 서식처요 어린이들의 좋은 놀이터였던 내성천의 옛 모습. 박용훈 제공.
 
유럽은 석회암과 편암이 많은데 일교차가 크지 않아 풍화된 점토는 가벼워 잘 떠내려가기 때문에 강바닥에 쌓인 모래가 많지 않다. 그래서 강들이 깊고 좁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화강암이 많은데, 큰 일교차로 인하여 풍화되어 모래가 많이 나와서 강바닥에 쌓이기 때문에 강들은 얕고 넓다. 소백산은 특히 화강암의 풍화가 많이 진행되어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천둥만 쳐도 사태가 일어날 정도’로 흙이 잘 부스러져 내려 모래의 공급이 많은 지역이다. 
 
잘게 쪼개진 모래와 또 모래 사이에 낀 점토는 대개 음전하를 띠는데 전기적인 인력으로 콜로이드상의 유기 오염물질이나 광물질을 흡착하고 또 모래 사이의 틈으로 오염물질을 걸러준다. 그리고 모래 바닥은 수많은 생물이 사는 서식처가 되어 이들 생물이 여기에 걸러진 오염물질을 소화해 내기 때문에 물을 깨끗하게 한다. 그래서 극히 깨끗한 모래강에서 살 수 있는 흰수마자와 먹황새와 같은 희귀생물들의 서식처였고 고운 모래와 깨끗한 물로 인하여 아이들의 훌륭한 물놀이터가 되어 왔다. 
 
05640589_P_0.JPG» 내성천이 주 서식지였던 멸종위기종 어류인 흰수마자. 박용훈 제공.
 
이 모래의 수질정화 능력은 상수처리장에서 잘 활용되고 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마시는 물은 강모래에 한 번 쓱 걸렀다가 소독해서 각 가정으로 보내주는 것뿐이다. 나는 전에 실험에 쓰다 남은 큰 수조가 하나 있어서 이를 어항으로 쓴 적이 있다. 이 수조에다 강모래를 깊이 채우고 수초를 심어 물고기를 길렀는데 어항의 물은 한번 넣으면 몇 년간 갈아 주지 않아도 물고기들이 잘 살았다. 모래가 물을 잘 정화해 주었기 때문이다. 
 
또 강바닥에 두껍게 쌓인 모래는 물을 저장하는 댐 구실을 한다. 강바닥 모래의 절반가량은 빈틈인데 여기에 물이 저장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깨끗한 물이 저장된다. 그래서 내성천 사람들은 가뭄을 모르고 살아왔다. 강바닥의 모래만 파면 언제나 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래강 자체가 훌륭한 댐인데 여기에다가 또 댐을 짓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래서 이전에도 영주에 댐을 짓겠다는 계획이 나왔지만, 그때마다 주민들이 가뭄이나 홍수대책이 필요한 곳이 아니라고 반대하여 짓지 못하던 것을,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밀어붙여 댐을 쌓았다. 수몰지구의 주민들은 고령의 농민들만 남아 있었는데 모두 눈물을 흘리면서 정든 땅을 떠났다. 
 
05386867_P_0.JPG» 2015년 수몰되기 직전의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모습. 뒤로 댐이 보인다. 영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영주댐의 목적은 지금까지 모든 댐의 공통적인 목적이었던 홍수나 가뭄 대책이 아니었다.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하여 여기에 내성천의 깨끗한 물을 저장했다가 깨끗한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댐의 주목적이었다. 4대강 사업 자체가 물그릇을 키워 수질오염을 희석하고 또 하수처리장을 지어 수질오염 배출량을 대폭 줄여 물을 깨끗하게 하는 사업이라면서 또다시 깨끗한 물을 흘려보낼 댐을 만든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영주댐에 물을 담자 이 물에 녹조가 일어나 시퍼렇게 되었다가 또 녹조가 사라지면 시커멓게 썩어 분뇨 냄새가 나는 물이 되고 말았다. 댐의 상류에는 많은 축산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전에는 그 두꺼운 모래가 물을 맑게 하여 깨끗한 물을 만들었다. 댐을 짓고 난 후에 모래 공급이 끊어지면서 내성천에는 모래가 사라져 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시커멓게 썩어 냄새나는 물이 흘러가면서 완전히 망가졌다.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기는커녕 도리어 수질을 악화시키는 오염원으로 등장했다. 
 
05386951_P_0.JPG» 영주댐이 건설된 뒤 내성천의 모래밭은 급속히 초지로 바뀌었다.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금강마을 앞 내성천 모습. 영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영주댐은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비난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앞으로 큰 물난리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도 안고 있다. 댐은 단단한 암반 위에 세워야 하고 옆구리도 암벽에 걸쳐야 한다. 잘 지었다고 소개되는 세계 모든 나라의 댐들이 다 이렇게 지어져 있다. 그러나 영주댐은 바닥에 암반이 안 보일 뿐만 아니라 잘 부스러져서 적당하게 사면 처리를 한 흙더미 같은 곳에다 댐을 걸쳐 놓았다. 미국, 프랑스, 호주, 중국, 일본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댐이 무너진 경험이 있는데, 무너진 댐들은 옆구리가 터져 무너진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연천 댐도 옆구리가 터져서 무너졌다. 이런 곳에다 댐을 세워서는 안 된다. 
 
또 하나 중요하게 지적할 것은 산사태가 일어나는 곳에다 댐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바욘트 댐은 산사태가 일어나고 지반이 약한 지역에 댐을 세워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지었는데, 이 댐을 짓고 난 뒤에 이 지역에 지진이 자주 일어났다고 한다. 댐에 담아둔 물의 엄청난 무게에 지반이 내려앉은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이론이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다가 1963년에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댐이 넘쳐 무너졌고 이로 한하여 하류의 5개 마을이 사라지고 2000여 명이 죽는 참사가 벌어졌다. 
 
y1.jpg» 영주댐 주변에는 산사태 흔적이 많다. 정수근 제공.
 
영주댐 지역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내성천을 모래 강으로 만들 정도로 적은 비에도 모래흙이 잘 흘러내리는 곳이어서 지금도 곳곳에 산사태가 일어난 흔적을 많이 관찰할 수 있다. 이런 곳에다 다량의 물을 저장하면 물을 머금은 흙이 무너지면서 산사태를 불러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바욘트 댐이 좋은 교훈이 되어야 한다. 
 
y5.jpg» 영주댐 지역의 사질토로 작은 비에도 모래가 쉽게 흘러내린다. 정수근 제공.
 
영주댐을 짓고 난 뒤 내성천에 모래 공급이 끊어지면서 교량들이 밑동이 드러날 정도로 강바닥에 침식이 일어나고 있다. 이 모래는 댐 안에 다 쌓이고 있어서 댐의 수명도 길지 않다. 영주댐은 엉터리 목적을 내세워 건설한 엉터리 댐이다. 허물고 원상복구 하는 것이 답이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