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텃새로 번식했지만 이제는 드물게 찾아오는 겨울철새
»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검독수리.
검독수리는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겨울철새 가운데 최고의 사냥꾼이자 가장 보전등급이 높은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보기가 힘들기도 하다. 필자는 2011년 1월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 인근에서 저녁 무렵 하늘을 선회하는 검독수리의 모습을 보았다. 그 후 6년 만인 2017년 11월 천수만에서 다시 관찰하는 행운을 만났다.
지금은 손님으로 찾아오지만 한때 검독수리는 우리나라 텃새로 번식했다. 1948년 경기도 남양주시 예봉산 약 25m 높이의 절벽 15m 지점에서 3m가량 들어간 바위굴에서 번식했다는 기록이 있고, 1948년 4월 16일 경기도 천마산의 33m 바위 절벽에서 번식을 관찰한 사례도 있다.
1974년 8월 3일 전북 내장산 도집봉(표고 600m) 산정 부근 암벽(원병오, 1974)에서 번식 기록이 있으며, 현재도 강원도 양구 두타연 부근 (DMZ 인접지역)에서도 번식하는 듯하다. 겨울철 한강하구, 임진강, 철원, 연천, 천수만, 낙동강지역에 도래한다.
» 사냥감을 노리는 검독수리.
제 몸보다 큰 고라니도 사냥
고라니를 향해 마음껏 공격성을 드러내는 검독수리의 모습은 천수만에서 목격하였다. 사냥 모습을 사진으로 포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검독수리는 경계심이 강하여 좀처럼 곁을 주지 않았고, 어느 곳에서 나타날지 몰라 한 장소에서 온종일 기다리기가 예사였다. 천수만의 사진은 아지랑이와 운무 탓에 피사체가 흐릿하게 퍼져 보인다. 검독수리가 좋은 날씨를 맞춰줄 리 없다(■ 관련 기사: 자기보다 큰 고라니 기습한 검독수리).
» 고라니를 공격하는 검독수리.
» 검독수리의 공격에 놀란 고라니가 서둘러 도망친다.
» 고라니도 방어에 나선다.
검독수리는 북반구에서 가장 잘 알려진 맹금류 중 하나다. 한 때 전북구 전역에 널리 퍼져 있었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멸종되거나 희귀해졌다. 유라시아, 북아메리카, 일부 아프리카 지역에 서식한다. 세계에서 검독수리가 가장 흔하게 사는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앨러미다 군의 남부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매우 희귀한 새다. 검독수리는 약 155㎢ 정도의 영역을 차지해 생활하며, 수컷 한 마리가 암컷 한 마리와 생활하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
» 논둑에 앉아 주변을 살피는 검독수리.
»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발톱은 다른 맹금류보다 예리하게 보인다.
날개 펴면 2m 넘는 수리
검독수리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갈색이며, 머리와 목 깃털은 좀 더 연하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종의 몸 길이는 수컷 81㎝, 암컷 89㎝이다. 날개 길이 57~63㎝, 꽁지 길이 31~35㎝, 몸무게는 약 4.4㎏이고, 날개를 폈을 때의 길이는 167~213㎝에 달한다. 다른 수리들에 비해 토시를 한 듯 다리의 깃털이 발목을 끝까지 감싼다. 이런 특징은 항라머리검수리, 초원수리, 흰죽지수리에서도 볼 수 있다.
깃털의 색은 검은 갈색에서 짙은 갈색까지 다양하다. 정수리와 목 뒤쪽의 깃털은 두드러진 노란색을 띠어, 햇빛을 받으면 황금빛으로 더욱 두드러진다. 이 새의 영어 이름이 ‘황금 수리(Golden Eagle)’인 것은 이 때문이다. 날개의 위쪽도 비교적 밝은 색을 띤다. 다 자라지 못한 새끼는 어미와 대체로 비슷하나 약간 칙칙한 반점이 여기저기 나 있다. 꼬리에 하얀 줄무늬가 있으며 날개 관절 부위에도 하얀 깃털이 있는데, 완전히 자라 흰 깃이 사라지려면 5살이 되어야 된다.
» 한가롭게 소나무에 앉아 기지개를 켜는 검독수리.
다 자란 검독수리의 크기는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한데, 그 중 작은 종이 한국과 일본에 서식하며 큰 종은 카자흐스탄 남부와 중국 남서부 지역, 만주, 인도 북부 등지에 분포한다. 다른 맹금류와 같이 암컷이 수컷에 비해 훨씬 커 암컷의 몸무게가 수컷보다 1.25∼1.3배가량 더 나간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의 경쟁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수컷이 크지 않다는 설이 있지만, 작은 몸집이 민첩해 사냥에 유리할 수 있다.
검독수리는 주로 너구리, 토끼, 청설모 등을 잡아 먹는다. 사냥할 때는 재빠른 속도와 강한 발톱으로 먹이를 공격해 들어 올리거나 머리를 제압하는 방법을 쓴다. 먹이가 부족할 때는 사체를 먹기도 한다. 가끔 사슴, 산양 등 대형 포유류나 살쾡이, 여우 등 육식성 포유류를 사냥하기도 한다. 유라시아에 분포하는 대형 검독수리들은 늑대를 사냥하는 경우도 있다(■ 관련 기사: 러시아 검독수리, 사슴 사냥 첫 확인).
» 급강하 하는 검독수리.
» 발톱에 사냥 본능이 살아있다.
» 먹잇감을 향해 돌진한다.
대형 조류도 검독수리의 먹이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보다 몇 배나 큰 동물까지 먹이로 삼는다. 다 자란 불곰조차도 검독수리 두 마리의 공격을 받고 달아나는 장면이 촬영된 바 있다. 여기서 검독수리의 공격은 먹이로 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영역에 침입한 상대를 쫓아내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거대한 둥지는 작은 동물 ‘피난처’
검독수리는 보통 집단을 이뤄 함께 살아간다. 이들은 영역 내에 여러 개의 둥지를 틀고 몇 년에 걸쳐 번갈아 가며 사용한다. 둥지는 절벽, 나무 등의 높은 곳에 지으며, 오래된 둥지는 지름 약 2m에 높이 1m에 달한다. 필요할 때마다 둥지를 보강하기 때문에 둥지 크기가 늘어난다.
» 나뭇가지를 움켜쥔 검독수리.
» 나뭇가지를 나르는 검독수리.
» 나뭇가지를 움켜쥐고 소나무 위에 올려놓는 검독수리.
암컷은 1∼4개의 알을 낳으며 부화 기간은 40일 전후이다. 깨어난 새끼는 50일이 되기까지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는다. 새끼가 둥지를 떠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개월이다. 이 기간 동안 1~2마리 정도만 살아남는다. 일반적으로 검독수리는 4~5살을 전후해 번식 활동을 시작한다. 검독수리는 일부일처제의 대표적인 동물로써 짝짓기 후 수년간 서로간의 신뢰를 굳건히 하는 행동을 하는데, 이때 암수는 서로를 다른 맹금류로부터 헌신적으로 보호한다.
검독수리가 먹이로 하기에 너무 작은 동물들은 검독수리의 둥지를 피난처로 삼기도 한다. 작은 동물을 먹이로 삼는 포식자들은 검독수리의 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검독수리의 영역 안으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 꿩을 추적하는 검독수리.
» 땅거미가 질 무렵 사냥한 먹이감을 뜯어 먹는 검독수리.
검독수리는 조류 중 최상위 포식자이다. 다 자란 검독수리는 다른 맹금류처럼 다른 포식자의 먹이가 되지 않는다. 검독수리는 다른 맹금류로부터 먹이를 빼앗는 방식을 선호한다. 검독수리의 시력은 매우 뛰어나 2㎞ 밖의 먼 거리에서도 먹이를 찾아낼 수 있다. 결단력 또한 사람보다 몇 배나 뛰어나다.
검독수리의 예리하고 커다란 발톱은 사냥감을 죽이거나 운반하는 데 주로 쓰고, 휘어진 부리는 먹이를 찢고 삼키는 데 쓴다. 검독수리 암·수는 일을 나눠 사냥하며, 한 쪽이 다른 한 쪽이 기다리는 곳으로 먹이를 모는 방식을 선호한다.
검독수리는 수명이 매우 길어 자라는 속도가 느린데도 많은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다. 한때 텃새였다 지금은 겨울철새로 드물게 우리나라를 찾아와 명맥을 유지하는 이 멋진 새를 잘 보호해야 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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