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국방수권법서 “지소미아 유지해야” 못 박아... ‘내정간섭·주권침해’ 비판 대두
한미일 안보협력 강조하며 슬쩍 끼워 넣어… 송기호 변호사 “우리 민주주의 독자성 무시하는 심각한 행위”
지난 11일(현지 시간) 미 하원을 통과한 국방수권법(NDAA) 조항에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국방수권법 해당 조항 캡처
미국 의회가 2020회계연도 미 국방 예산안인 국방수권법(NDAA)에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를 유지해야 한다고 못을 박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이 우리나라 외교에까지 압력을 가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독자성을 부정하는 내정간섭이자 주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미 하원을 통과한 NDAA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조항과 ‘한일 양자 및 한미일 3자 군사정보 공유 협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 NDAA는 민주·공화 양당이 사전 협의를 끝낸 것으로 내주 상원에서도 무난하게 통과될 전망이다.
NDAA는 우선 “한미, 한일 양자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필수적(essential)”이라고 평가한 뒤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방지하고 해상안보와 항행의 자유 등의 과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일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재래식 무기 능력,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을 낳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를 공유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한일 간 안보협력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상호 이익을 증진하며 공유하는 우려에 대처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간에 군사적인 안보협력을 강화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NDAA는 곧바로 “2016년 11월 23일 서명된 한일 양자 간의 군사정보 공유 협정과 2015년 12월 29일 서명된 한미일 3자 간 군사정보 공유 협정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에 매우 중요하며(critical) 그리고 유지돼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한미일 안보가 북한을 포함한 공동 위협에 얽혀 있음을 인식한다”면서 “미국은 한일 간 양자 안보 유대를 강화하고 확대된 연습과 훈련, 고위급 교류, 정보공유를 포함해 더욱 깊은 3자 안보 조정과 협력을 강력히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약어인 ‘지소미아’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지소미아가 체결된 날짜인 ‘2016년 11월 23일 서명된’이라고 표현해 해당 협정이 한일 간에 체결된 지소미아를 의미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2015년 12월 29일 서명된 한미일 3자 간 군사정보 공유 협정은 2014년(예산안에서는 2015년으로 오타) 12월 29일에 한미일 3국이 체결한 ‘티사(TISA·The 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rrangement)’로 불리는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이 한미일 3자 간에 체결된 군사정보 공유 약정 유지를 명기하면서 자신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한일 간에 체결된 군사정보 공유 협정도 유지해야 한다고 예산을 규정하는 법률안에 슬쩍 못을 박은 셈이다.
이에 관해 13일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해당 규정을 삽입한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독자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심각한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사자도 아닌 미국이 협정 체결 등 우리 외교에 개입하는 것은 내정간섭을 넘어 과연 우리 민주주의를 인정하느냐는 중대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변호사는 이어 “미국이 ‘우려한다’나 ‘희망한다’라는 표현도 아니고 ‘유지해야 한다(should be maintained)’라고 명령조로 규정한 것도 국제법도 상관없이 마치 자기들이 국제법 위에 있다는 ‘미국 예외주의’의 패권적인 발상”이라면서 “심각한 주권 침해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중의소리’에 게재된 필자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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