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공개 변론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5.20.ⓒ뉴시스
"지금 그 과거의 처분(법외노조 통보)을 한다면 같은 처분을 할지 대리인으로서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20일 오후 대법정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 고용노동부 측 대리인은 한숨을 섞어 토로했다.
이날 노동부 측 대리인으로 나선 서규영 변호사는 "정부가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취소하는 등 선제적으로 해결할 의향은 없느냐"는 이기택 대법관의 질문에 "(전교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할 때와 지금은 대통령도 다르고 정치적 변화가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같은 판단을 할지는 자신도 의문이라고 답했다.
전교조 측은 2013년 박근혜 정권 당시 노동부가 조처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노동조합법'에 근거하지 않은 행정부처의 판단에 의한 '재량행동'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반대해야 할 노동부 측 대리인마저도 '정권의 정치 성향에 따라 전교조에 대한 조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법외노조 통보는 '노조법'과 그 시행령에 규정된 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기속행위'였다는 노동부의 기존의 주장과 배치되는 입장이 노동부 측에서 나온 셈이다.
노동부 측 대리인 "법외노조 통보할 때와 정치적 변화있어"
대법원 "정상적인 정부라면 현장에서 해결하고 사법판단 받아야"
노동부 측 "정부도 부담..대법원에서 판단 내려달라"
실제로도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보는 근거인 '노조법 2조 4항'에서 '근로자(교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 '라'목의 부적합성을 인정하고 해고자 가입을 허용하는 법률안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문제가 되는 해당 법조항의 개정까지 추진하면서도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서는 스스로 선제적 해결에 나서지 않고 대법원 판단만 기다리고 있다.
대법관들은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기택 대법관은 노동부 측을 향해 "(현 정부는) 현행법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스스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고 법 개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정부에서 끝까지 유지하고자 하는 게 올바른 태도이냐"고 꼬집었다.
이 대법관은 "적어도 (정부가) 법률안을 제출하는 시기에 이르러서는 통보의 효력을 취소하거나 철회하는 방법으로 효력을 없앤 다음 법률 개정의 추이나 국민 여론을 봐가면서 후속 조치를 검토하는 방법으로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상적인 정부라면 스스로 법을 해석·집행하고 현장에서 정부 조치가 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국민이 있다면 사후적으로 사법부 통제를 받는 것이지, 사법적 판단을 받은 다음에서야 (정부가) 조치를 하겠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의 주심인 노태악 대법관도 법정에 출석한 노동부 직원에게 직접 "노동부 장관이 법률개정안을 입법 예고까지 했고, 정부도 그렇게 조치하고 있는데 문제되는 조항에 대한 정부가 취하는 입장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노동부 직원은 "ILO 협약 입법 등이 국회에서 진행중인 상황"이라면서도 "아직 현행에서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대법원의 판단을 구했다.
노동부 측 서 변호사도 "행정당국 입장에서는 이렇게 가면 국법 질서, 법치 행정 관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우리의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정부 스스로 해결에 나서지 않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미 (법외노조) 처분이 있었고 아직 입법이 안 된 현 상황에서 (노동부가) 입법을 예상해서 미리 선제적으로 조치하는 것은 시도해볼 수는 있겠으나 대단히 부담스럽다"면서 "대법원이 여기에 대한 판단을 내려줘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 측 신인수 변호사는 "(현 정부가) 한편에서는 해직자를 조합원에 가입시켜야 된다고 입법안을 발의하고, 한편에서는 6만명이 가입된 전교조에 대해 9명 해직자를 이유로 법외노조를 통보하는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며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무리하고 위법하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공개 변론r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0.05.20.ⓒ뉴시스
"노조 자주성 위한다며 자주성 해쳐" vs. "지금이라도 규약 시정하면 된다"
재량행위 여부, 비례원칙 위반 등 쟁점 놓고 찬반 팽팽
이날 공개변론에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로 판단한 '노조법 2조 4항'에 대한 해석과 '노조법 시행령 제9조 2항'을 근거로 노동부의 통보 처분이 적법한지 등 쟁점을 두고 양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노조법 2조 4항'은 노조를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한 단체'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단서조항 '라'목에서는 '근로자(교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단서조항이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문구로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만, 그 대전제인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한 단체'를 현실적으로 해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법조항이 노조의 정의, 노동자의 지위를 판단해야 하는 만큼 행정관청이 아닌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측 신인수 변호사는 "행정권 이름으로 사법권을 잠탈한 사건"이라며 "노조법 2조 정의의 해석과 규정은 행정청이 아니라 사법부가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학습지노조, 유성노조 사건 등 사법부가 이 조항을 들어 이들의 노동자 지위를 확인하고 노조가 아니라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교조 측에서는 법외노조 통보가 행정관청의 판단에 따른 '재량행위'이며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측 대리인은 "유독, 오로지 전교조에 대해서만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것은 똑같은 위반사항이 있어도 통보를 할지 말지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라며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원 감사와 검찰 수사 등에서 국정원의 전교조 노조파괴 공작이 있었음이 드러났다"면서 "행정청의 통보는 교원노조의 자주성 확보와 단 1㎝도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공개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2020.05.20.ⓒ뉴시스
이에 대해 노동부 측은 해당 단서 조항이 해석의 여지없이 명확한 만큼 해직 교원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곧바로 노조로 보지 않는 법률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맞섰다.
노동부 측은 "해직 교원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면 노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해직 교원인 조합원이 점점 증가할 위험이 있다"며 "전교조처럼 몇 년간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유지하는 경우는 없고 위법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규형 변호사는 "전교조는 설립 신고 당시 가짜 규약을 제출해 기만했다"면서 "행정당국은 전반을 점검하던 중에 전교조의 규약위반을 인지하고 시정 요구를 했으나 응하지 않아 원고 스스로 법을 이탈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날 논의 내용을 토대로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의 적법 여부를 두고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3~6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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