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상승 유의미” “보수진영에 긍정적” “지난 대선 21% 근접할수도”
유창선 “재수없는 전교1등-주변에 남는 사람없다 정서 극복해야”

 

새해 들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의 여론조사 지지도 하락세와 달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의 상승세가 나타나 선거판이 요동친다.

윤석열 후보의 하락세에 의한 일시적 반등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선거 막판까지 변수로 작동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중앙일보는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도가 29.9%로 나온데 비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경우 지난해 11월 조사 때보다 4.0%포인트 오른 10.1%로 처음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조사(리서치앤리서치)도 윤석열 후보 30.2%, 안철수 후보(8.6%)로 나타났다.

3일자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TBS 공동기획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37.1%로 이재명 후보(41.0%)와 오차범위 이내였으나 안철수 후보의 경우 9.2%로 조사됐다.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7~29일 101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같은달 31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이재명 35.5%, 윤석열 30.9%, 안철수 10.3%로 나타났다.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1일자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 후보는 27.3%, 안 후보는 8.1%를 기록했고, MBC 의뢰로 코리아리서치가 조사한 결과는 윤 후보는 28.4%, 안 후보는 8.4%였으며,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한 조사결과 윤석열 26.0%, 안철수 7.8%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방식과 표본오차, 응답률 등 추가적인 조사 개요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돼 있다.)

10%를 ‘마의 벽’이라로 하는데 안 후보는 두 군데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0%를 넘었고, 대부분 10%에 근접해있다. 이 같은 안 후보의 약진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뭘까. 과연 유의미한 변화라 볼 수 있을까. 여론조사 업계와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유의미한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가 3일 오전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안철수TV 갈무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가 3일 오전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안철수TV 갈무리

 

안철수 후보 측은 고무된 분위기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연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이 정치세력이 만들어놓은 난장판을 국민(들)의 힘으로 상식을 회복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평했다. 윤석열 후보의 실책이 늘어 ‘정권교체는 원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못 찍겠다’는 이들이 안 후보에 모이는 반사이익 아니냐는 분석에 권 원내대표는 “안 후보가 2016년 총선 당시 36.74% 득표, 2017년 대선에서 21.4% 득표했는데, 윤석열의 지지층이 이동하고 있다라기보다는 기존의 안철수의 지지층들이 다시 결집하고 있다라고 보는 게 정확한 평가”라며 “새로운 중도층이라고 하는 20대는 아주 진지한 세대이자 가치 소비를 하는 세대인데, 유튜브 정치 콘텐츠를 접하면서 안철수의 도덕성, 정책 능력을 보고 안철수의 정치를 소비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안 후보는 최근 최근 박근혜 이명박 석방을 외치며 팻말시위를 하고, ‘이석방 같은 사람은 다시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등 적극적으로 보수에 구애하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윤석열 하락에 따른 이익이라는 해석도 만만치않다. 윤태곤 의제와전략 정치분석실장은 3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메신저 답변을 통해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가 유의미한 변화라고 평가한다면서도 ‘윤석열 후보를 이탈한 지지층이 안철수로 옮겨간 것’이라는 분석에 “상당히 공감이 간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자체 분석에 윤 실장은 “완전히 없지야 않겠죠”라고 답했다.

윤태곤 실장은 안 후보의 약진이 대선에 변수가 되면서 여야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두고 “현재 안 후보 지지 상승은 보수진영에선 긍정적인 면이 있다. 지지율이 여댱으로 넘어가는걸 막는 댐 역할도 하니까”라며 “다만 아직까진 윤 후보 조직 및 안정감 회복여부가 더 중요해보인다”고 해석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같은 날짜 경향신문 6면에 쓴 기고문 ‘김대중·노무현 역전의 길, 이재명이 갈까…보수 후보 최초 재역전 길 윤석열이 갈까’에서 “이재명의 분석대로 안철수와 부동층으로 옮겨간 ‘정권 교체’ 지지자들은 언제든 다시 윤석열 지지로 돌아올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도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이재명 후보 쪽으로 옮겨가기보다는 부동층이나 안철수 후보 쪽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특히 야당의 후보교체설을 들어 “윤석열 후보를 홍준표 후보로 교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유권자들에 의한 전략적 후보교체, 당 바깥에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쪽”이라며 “많게는 (지지도) 10%포인트 넘는 곳이 두 군데가 나왔는데, 조금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대선 안철수 후보가 21.4%를 득표한 것을 들어 “후보교체여론까지 나타나게 된다면 안철수 후보는 한 15% 안팎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지난 2일 밤 본인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윤석열 후보가 하락세를 멈추지 못한다면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국민의당의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며 “윤석열과 국힘이 계속 무능한 모습으로 비쳐지고 지지율이 더 하락한다면, 정권교체를 바라던 층에서 ‘안철수가 더 낫겠다’는 흐름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그만큼 윤석열은 ‘불안한 후보’로 인식되고 있다”고 썼다.

다만 제1야당이 원내 3석짜리 야당에 대선 후보 자리를 넘겨주게 될 경우를 두고 유 평론가는 “국민의힘이 국민에게 거부당하고 다시 무덤 속으로 들어가게 됨을 의미한다”며 “윤석열 뿐 아니라 이준석을 비롯해 당 전체의 몰락을 동반하게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 평론가는 현실적으로 안철수 후보의 정치기반의 한계, 개인의 부정적 정치캐릭터에 대한 우려를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안철수의 지지율 상승은 윤석열의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 소수파 정당의 후보가 15%를 돌파하기는 좀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설혹 단일후보가 된다 해도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에서 막판 힘이 딸릴 위험도 크다. 특히 소수당 후보가 주는 불안감은 선거전에서 큰 부담”이라고 예측했다.

유 평론가는 “무엇보다 안철수는 그동안 정치적 인심을 많이 잃어왔던 정치인”이라며 “정치도, 선거도 혼자 하는 것이 아닌데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왔다. ‘안철수 곁에는 남아있는 사람이 없다’는 부정적 낙인을 극복해야 그는 큰 바다로 나갈 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안철수 똑똑한거야 다들 알지만, ‘재수없는 전교1등’으로 바라보는 정서를 극복하지 못하면 큰 승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정치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었던 일들에 대해 몸을 낮추며 성찰하는 모습부터 필요하다”며 “자신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을 해소하려는 그런 노력없이 ‘내가 가장 유능하다’는 얘기만 반복한다고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주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