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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공약 내걸며 현수막 남발”…선거 뒤 남는 쓰레기 어떻게?

등록 :2022-03-15 04:59수정 :2022-03-15 11:14

이번 대선 14명 후보 선거공보물 4억부
벽보 모두 합치면 848km
“사용 자체를 줄이는 방안 법제화 해야”
20대 대통령 선거 다음 날인 10일 서울 종로구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 다음 날인 10일 서울 종로구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부분 후보들이 환경 관련 공약은 내면서 현수막이나 공보물 사용에는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런 것도 결국 다 쓰레기인데...”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 한 표를 행사한 우영미(37)씨는 “버려질 선거 홍보물이 환경오염에 미칠 영향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선거철마다 잠깐 쓰이고 버려지는 벽보와 공보물, 펼침막(현수막) 등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지만, 이번 선거에도 막대한 ‘선거 쓰레기’가 나왔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보면, 유권자의 집으로 발송된 20대 대선 후보자 14명의 선거공보물은 약 3억9947만부에 달한다. 전국에 붙인 벽보는 118만8376매로 모두 합친 길이는 848km, 서울과 부산 왕복 거리와 맞먹는다. 펼침막은 후보자마다 선거구 안 읍·면·동 수의 2배 이내로 게시하도록 선거법에 규정돼 있어 이번 대선의 경우 법에 따른 허용치만 약 9만8천개다. 코로나19 이후로는 비닐장갑 등 방역을 이유로 한 일회용품까지 더해졌다.

 

‘선거 쓰레기’는 생산·폐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펼침막은 플라스틱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가 주성분이어서 매립해도 썩지 않고 소각 시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공보물 등에도 재활용이 어려운 코팅종이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녹색연합은 20대 대선 홍보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7312t 이산화탄소 상당량(CO2e)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30년 된 소나무 80만3522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해야 하는 양이다.다만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지난해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 때까지는 장갑 착용이 필수였는데, 이번 선거부터는 확진자·격리자 외에는 선택사항으로 바뀌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비닐장갑을 사용하지 않아도 방역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환경 문제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도 일부 투표소에선 별다른 설명 없이 모든 투표자에게 비닐장갑을 나눠줬고, 지침이 변경된 것을 모르고 비닐장갑을 사용한 시민들도 있었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 때는 ‘제로웨이스트 선거운동’을 내세운 후보자도 있었다. 손상우 전 미래당 부산시장 후보는 펼침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선거운동복으로 명찰 탈부착이 가능해 재사용할 수 있는 조끼를 입었다. 같은당 최지선 전 송파구의원 후보도 구제 청자켓을 선거운동복으로 사용하고, 공보물은 비목재 종이에 콩기름 잉크로 인쇄했다.

 

하지만 이들은 후보 개인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최지선 전 후보는 “공보물이나 현수막 등을 최대한 온라인화하는 게 환경 측면에서는 좋지만, 선거는 경쟁이다 보니 혼자만 다른 방식으로 하면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걱정됐다”며 “선거법 등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주요 정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윤주 기자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윤주 기자

이날 행정안전부는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에 국비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지만 녹색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어 “행안부가 소개한 폐현수막 재활용 방안은 탄소중립이라는 탈을 쓴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22개 지자체가 제안한 재활용 사업 중 절반 이상은 또 다른 형태의 쓰레기로 남는 장바구니와 청소마대자루를 만드는 사업이고, 시멘트 소성용 연료 활용은 쓰레기 소각과 다르지 않은 최종 처리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자원을 절약하고 생산단계에서의 재활용을 고려해야 하지만 가장 우선 해야 하는 것은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것”이라며 “현수막 재활용이 아닌 현수막 사용 최소화 방안이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정보소외계층을 제외한 이들이 온라인으로 공보물을 받아볼 수 있게 하고, 선거공보물 등을 친환경 소재로 사용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랑스는 재생 섬유를 50% 이상 함유하는 등 친환경 재생종이를 사용한 공보물에 대해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재생종이 사용을 유도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 국회에도 전자형 공보물을 원칙으로 하고, 이외에는 재생종이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돼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선거 때 사용된 현수막 등은 거의 재활용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용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가기: “투표에 비닐장갑 써야 하나” 대선 최대 8800만장 폐기 예상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33887.html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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