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사행동 땐 즉각 대응 어려워”
국방부·합참 분리도 우려 목소리
“군사지휘체계 이원화되는 것”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현재 위치에서 이동하게 됐다. 다음달에 김일성 주석 생일(15일)과 전반기 한-미 연합훈련이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와 합참의 ‘연쇄 이전’이 안보 공백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당선자는 2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라 국방부는 옆 건물인 합동참모본부로, 합동참모본부는 남태령(수도방위사령부)으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남태령 근처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는 수도방위사령부가 있고, 유사시 대통령과 군 지휘부, 주요 부처 당국자들이 모여 전쟁을 지휘하는 B1 벙커가 있다. 이 벙커가 유사시 한국의 전쟁지휘본부가 된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와 합참의 연쇄 이동에 대한 우려가 만만찮다. 현재,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라 국방부 장관실 등은 합참으로, 합참 조직 중 정보·작전본부를 제외한 부서는 현 청사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을 전후해 신형 대륙간탄도탄(ICBM)을 쏠 것이란 예상이 나와, 24시간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할 시기에 국방부, 합참 근무자들이 이삿짐을 싸고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 합참 지휘부가 사무실을 옮기면 통신 등 지휘체계를 이전·점검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북한이 군사행동을 하면 즉각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합참의장을 지낸 예비역 대장 11명이 지난 19일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 준비 동향을 보이는 등 안보 취약기 군의 신속한 대응에 대혼란이 우려된다”는 입장문을 만들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국방 전산망, 전시 통신망, 한-미 핫라인 등 주요 통신망은 제 역할을 못 하게 되고, 국방부와 다른 부대들 역시 재배치될 경우 지휘(command)·통제(control)·통신(communication)·컴퓨터(computer)·정보(intelligence) 통합을 일컫는 ‘시포아이’(C4I) 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자는 이런 안보 공백 우려에 대해 “군부대가 이사한다고 국방 공백이 생긴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가장 빠른 시일 내 가장 효율적으로 이전을 완료, 안보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합참이 분리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윤 당선자는 “합참 청사는 연합사와의 협조를 고려하여 용산 지역에 자리 잡았지만 연합사가 평택으로 이전함에 따라 전쟁지휘본부가 있는 남태령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합참은 평시와 전시가 일원화된 작전지휘체계 유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합참의장을 지낸 한 인사는 이에 대해 “국방부와 합참을 분리하면 군사지휘체계가 이원화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방 시스템에서는 국방부 장관이 전시 군사지휘를 책임지는 지휘관이고, 합참의장은 장관의 군령보좌관을 맡는다. 군사지휘부에서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의 역할이 유기적으로 짜여 있다는 설명이다. 이 인사는 “전시와 평시가 일원화된 지휘체계를 구축하려면 국방부와 합참을 분리해선 안 된다. 두 기관이 평시에는 용산과 남태령에 떨어져 있다가 전시에만 B1 벙커에서 만나는 게 전·평시 일원화된 지휘체계냐?”라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오면 용산 주변에 방공포대,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엇 포대를 만들어야 하고 경호 때문에 인근 주민의 재산권 행사가 과도하게 제한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윤 당선자 쪽은 설명 자료에서 “용산에는 국방부가 있어서 현재도 대공방어체계를 갖추고 있어 용산 주변이나 남산 일대에 추가로 방공포대를 만드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에 구축된 경호·경비 무기, 각종 장비와 시스템, 관련 조직을 용산으로 옮겨와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추가 조처를 배제할 수 없다는 군 안팎의 예상도 만만찮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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