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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훈 기자 qa@
- 발행 2023-03-06 1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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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 2023-03-06 13: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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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를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3.03.06 ⓒ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6일 ‘강제동원 해법’ 발표문 곳곳에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일본에 대한 관대한 태도를 드러냈다. 피해자를 배제하고 일본의 전쟁범죄 책임을 면제시켜주는 등 이번 해법의 본질적 문제점을 축소하고자 노력한 흔적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우선 발표문에서 ‘강제동원’이라는 표현 대신 피해자 범위를 축소하고 일본의 불법성을 희석시키는 ‘강제징용’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징용’의 사전적 의미는 전시나 사변과 같은 비상사태에 국가권력으로 국민을 강제로 일정 업무에 종사시키는 것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라는 함의를 담고 있다. 대신 ‘동원’이란 단어는 합법성 여부를 포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강제동원’이란 표현으로 불법성을 드러내 준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징용’이라는 표현은 일본 측이 지속적으로 고수해온 표현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발표에 이르기까지 피해자 측과 소통한 경과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피해자 측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외교부는 “확정판결 피해자 기준 15명 중 13명의 피해자, 유족, 가족분들을 직접 접촉해 의견을 청취했다”며 “직접 소통한 결과 상당수 유가족들은 소송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시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조속한 해결을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 이야기는 달랐다. 피해자들을 대리해온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의견은 나눠져 있다”면서도 “(정부 발표안에 따른 배상금 수령에 대해) 적지 않은 분들이 그런(반대) 입장을 취하신다 정도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마치 피해자와 유가족 대부분이 ‘정부안으로 조속한 해결’을 희망한 것처럼 표현했지만, 피해자 측은 정부안에 대한 입장이 나눠져 있긴 하지만 상당수는 반대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대일 협의’와 관련해서도 외교부는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는 ‘성의 있는 호응 조치’와 관련한 일본의 반응이 줄곧 미온적이었다는 점, 특히 피고이자 전범기업의 배상금 조성 참여에 일본이 단호하게 반대해왔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일본 측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측 한일관계 개선 및 현안 해결 의지에 호응하여 진지한 자세로 협의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외교부의 ‘대일 협의’ 평가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이번 발표문에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로 볼 수 있는 내용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그동안 일본이 담화 등을 통해 과거 침략 행위와 관련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외교부가 평가한 대목도 있는데, 여기서는 마치 일본이 그동안 과거사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온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외교부는 설명자료에서 ‘전후 50주년 무라야마 총리 담화’(1995년 8월 15일),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1998년 10월 8일), ‘전후 60주년 고이즈미 총리 담화’(2005년 8월 15일), ‘간 총리 담화’(2010년 8월 10일) 등에서 ‘일본이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심정을 표명’하고, 간 총리 담화에서는 ‘식민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일본이 위 담화들에서 침략 및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은 한계는 짚지 않았다.
또한 외교부는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문제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이라고 평가했는데, 당시 일본 측 발표에서 무슨 가해 행위에 대한 사과인지, 피해의 내용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평가하지 않았다.
또한 당시 일본이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고 진단한 점도 문제가 됐었다. 국가 범죄의 주체인 군대와 일본 정부의 책임을 축소시키고자 ‘군의 관여’라고 모호하게 표현한 것이었는데, 외교부는 이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이라고 평가하면서 마치 일본이 국가 범죄를 인정한 것처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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