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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 창에는 “학생인권조례 타령 그만하라” 분노의 댓글 쇄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2023.7.28 ⓒ뉴스1
2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교권 침해 대책에 대한 현안질의가 열렸지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학생인권조례 공격에만 몰두했다. 반면, 교원단체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한 대안이나 교육부의 추진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체제를 갖추겠다"거나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놔 빈축을 샀다.
이 장관은 이날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학생인권조례 개선 ▲교권 강화 및 교육활동 보호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 사항에 대한 생활기록부 기재 ▲교육지원청에 교권보호위원회 설치 등을 교권 침해 대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없는 지방자치단체의 교육활동 침해 건수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지만 이 장관은 현재 교권 침해 문제가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장관은 '서이초 사건의 본질'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질문에 "학생인권조례가 생긴 이후 지속적으로 교권이 추락했다"고 답했다. '악성 민원을 더 본질이라고 생각하진 않느냐'는 지적에는 "악성 민원과 학생인권조례는 분리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이초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대해서는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서이초 교사가 동료 교사들에게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인한 힘겨움을 토로했고 학교에도 학부모 민원과 관련된 업무 상담을 10차례 요청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교사 개인에게 민원에 대한 과도한 책임이 주여지고 정작 학교는 교사들을 보호하지 않는 현실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동시에 일선 교사들은 현행 아동학대법상 교사들의 정당한 생활지도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고, 신고만으로도 직위해제되는 상황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장관은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학생인권조례 탓이라고 치부했다. 이 장관은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아동학대처벌법과 관련된 교권 침해'라는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지적에 "아동학대처벌법이 집행되는 사례들을 보면 사실 지나친 학생 인권에 대한 것부터 출발한다"며 "학생인권조례에 따른 학생 인권에 대한 지나친 확대 해석과 다 연관돼 있다. 두 개를 분리하기는 힘들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 의원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침해됐다는 주장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이 장관은 "데이터는 분석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분석은 해봤나"라고 재차 묻자, "여론조사(결과)가 있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이 장관이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내세운 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다"거나, "사례가 있다"는 등 불명확한 내용뿐이었다.
김 의원은 "(이 장관 주장대로라면)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곳과 아닌 곳의 교권 침해 현황을 봐야 하고, 학생인권조례 제정 후 교권 침해가 늘었는지도 봐야 하는데, 제가 확인한 데이터에 따르면 둘 사이의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는 찾기 어려웠다"며 "진보냐 보수냐, 이런 정치적인 관점을 넣어서 정쟁화하는 건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과 일부 여당 의원들이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하는 데에 집중하지 않고 학생인권조례 공세에만 열을 올리자, 현안질의를 생중계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왜 자꾸 학생과 교사의 대결로 몰아가나", "선생님은 학생 때문에 힘든 게 아니다.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고소 때문이다", "또 시작이다. 학생인권조례 타령 그만하라"는 댓글이 쇄도하기도 했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외한 질의에는 두루뭉술한 답변만 이어졌다.
'교사 출신'인 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교육부 추진 과제로) 교권 침해 학생을 분리하는 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조치를 염두에 뒀나"라며 이 장관이 업무보고로 밝힌 내용의 구체성을 따져 물었다.
이 장관은 "사안이 발생했을 때 바로 분리할 수 있도록 체제를 갖추려고 한다"는 하나 마나 한 답변을 내놨다. '그 체제라는 게 무엇이냐'는 후속 질문에는 "전담팀을 따로 두겠다"는 말만 했다.
강 의원은 "전담팀을 학교에 두는 건가, 아니면 교육청에 두는 건가"라고 다시 질문했고, 이 장관은 "교육청에 둘 수도 있고, 학교에 둘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지는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구체적인 진단과 해결 방법'을 묻는 강 의원의 질문에 이 장관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할 거 같다"는 식의 추상적인 답변만 내놨다.
참다못한 강 의원은 "지금 이렇게 답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두루뭉실 넘어가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 장관은 "두루뭉실 넘어가려는 건 전혀 아니고, 구체적인 상황은 실무 국장이 보고하겠다"며 답변을 넘겼다.
“ 남소연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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