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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달리는 ‘배달앱 상생협의체’, 상생안 없이 끝나나

23일 마지막 상생협의체 회의...정부, 입법 추진도 검토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출범식이 열린 지난 7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출범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7.23. ⓒ뉴시스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상생협의체의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배달 중개수수료 상생안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앞서 7차례의 상생협의체 회의를 거쳤지만 배달 플랫폼 측과 입점업체들의 입장 차이로 평행선만 달린 만큼 상생안 합의가 쉽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상생안이 도출되지 못하면 권고안 제출은 물론 수수료 상한제 등 입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오는 23일 오후 8차 회의를 진행한다. 정부가 10월 중 상생안 도출을 목표로 내세운 만큼 사실상 마지막 협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생협의체는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의 입점업체에 대한 과다한 수수료 문제를 입점업체와 자율적으로 대화해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 정부 주도로 출범했다. 배달플랫폼 측에서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가 참여했으며, 입점 업체를 대표해서는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협의회 등이 참여했다. 더불어 학계, 소비자단체 등이 공익위원을 맡았다.

상생협의체 출범 이후 3개월 동안 7번의 회의를 통해 △수수료 등 입점업체 부담 완화 방안 △소비자 영수증에 입점업체 부담항목(수수료 및 배달료) 표기 △최혜대우 요구 중단 △배달기사 위치정보 공유 등 안건을 논의했지만 양측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핵심 쟁점인 수수료율을 두고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입장 차이가 크다. 배달플랫폼의 현행 수수료율은 배민 9.8%, 쿠팡이츠 9.8%, 요기요 9.7%다. 공공 배달플랫폼인 땡겨요의 수수료율은 2%다. 입점업체들은 현재 수수료율이 과도하다며 이를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배민 등 배달플랫폼은 상생안으로 입점업체의 매출에 따라 수수료율을 차등 책정하는 차등 수수료안을 제시했다. 배민은 배민 플랫폼 내 매출액 상위 60% 이내 업주들에게 현재 수수료율인 9.8%를 그대로 적용하고, 60~80% 구간 업주들에겐 6.8%, 80~100% 구간 업주들에겐 2.0%를 적용하는 안을 제안했다.

요기요는 배민과는 다르게 주문 수가 많은 업주에게 수수료 할인을 제공하는 인센티브 형식의 차등수수료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츠는 자체적인 수수료 인하 방안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이며, 8차 회의에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진다.

입점업체 측은 배달플랫폼들이 제시한 차등 수수료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배민이 제시한 계획대로라면 입점업체 60%가 현재의 높은 수수료를 그대로 적용받기 때문에 수수료 부담 완화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배민은 차등적용 상생안을 3년만 적용한다는 계획이어서 입점업체 측의 수수료 안정화 요구에도 맞지 않다.

특히 배민이 제시한 매출액 기준은 배민 플랫폼 내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치킨, 피자 등 배달 매출이 더 큰 입점업체의 경우, 다른 식당에 비해 비교적 매출 반영이 더 많이 되는 등 실제 매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기요의 제안에 대해서도 자사의 플랫폼을 더 사용하도록 하는 유인책으로, 수수료 부담 효과는 작을 것으로 입점업체들은 보고 있다.

입점업체 측은 최대 수수료를 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배민은 상생협의체 출범 직전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를 9.8%로 인상했는데, 인상 전의 수수료율인 6.8%보다는 낮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가맹점주협희회 관계자는 "차등 수수료를 배민이 제시한 안처럼 매출 기준으로 퍼센트를 나누지 않고, 실제 매출액을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2~5% 구간을 두고 영세 업체에 우대 수수료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음식 배달 자료사진 ⓒ뉴시스

상생협의체 '평행선'에 정부 "입법도 검토"...'자율규제'에 시간만 더 걸려

양측이 8차 회의에서도 중개 수수료율을 두고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상생안 도출에 실패한다면 결국 공익위원들이 권고안을 내는 수준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권고 수준으로 강제성은 없다. 배달플랫폼들이 경쟁관계에 있는 만큼 배달플랫폼 중 한 곳이라도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모두 수용 불가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배달플랫폼 관계자는 "만약 상생협의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공익위원들이 권고안을 만들 것"이라며 "권고안을 수용할지 여부는 업체 측이 판단해야 하고, 만약 한 업체라도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배달 수수료 상한제' 등 입법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배달수수료 문제가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법적 규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배달앱 문제는 상생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입법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달플랫폼들은 입법을 통한 수수료 규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배달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업체가 키운 시장인데 정부가 입법을 통해 강제로 수수료를 통제하는 게 맞는지 여러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입법이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부가 '자율규제'라는 방침을 고집하다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상생협의회가 열리기 전부터 과도한 중개수수료와 배달플랫폼의 갑질 등 피해를 호소했는데 이를 더 당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입법을 통한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지만, 지금 소상공인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현재 상황"이라며 "상생안 도출이 안 되고 입법이 추진된다면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그 과정이 길어진다는 것인데 지금 당장 힘든 분들에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닌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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