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추가 폭로 예정 "아직 많다"
여론조사 비용 대신 공천 거래?
"영적 대화 녹취 들어보면 '빼박'"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21일 강혜경 씨가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 씨를 둘러싼 공천개입에 대해 폭로했다. 22일에는 강 씨의 변호사 노영희 씨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명 씨가 끈끈하다는 추가 폭로까지 하면서 정계 파장이 걷잡을 수 없어진다.

노 변호사가 법사위에 제출한 ‘명태균 리스트’ 정치인 27명은 윤석열 대통령과 윤상현, 윤한홍, 안홍준, 김진태, 김은혜, 이준석, 오세훈, 홍준표, 이주환, 박대출, 강민국, 나경원, 조은희, 조명희, 오태완, 조규일, 홍남표, 박완수, 서일준, 이학석, 안철수, 이언주, 김두관, 강기윤, 여영국, 하태경(직함 생략)이다.

이 같은 폭로에 여야 할 것 없이 반발이 나오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허위사실이다”, “관계없다” 등의 해명을 내놓고 있다.

추가로 22일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한 노 변호사는 “이준석 의원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며 “그분(명태균)이 이준석을 당대표를 만드는 것을 했대요. 명태균이 자신 있게 말하는 2명이 이준석하고 오세훈 시장이었다”고 명 씨가 두 정치인을 만들었다는 취지도 말했다.

강 씨와 노 변호사는 다음 달 1일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출석할 예정이다. 노 변호사는 아직 추가로 폭로할 것이 많다고 밝혀 명 씨와 김 여사를 둘러싼 공천개입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법사위 국감에서 화두로 오른 의혹은 크게 세 가지. ‘명 씨가 윤 대통령을 돕느라고 들인 여론조사 비용이 3억 7,500만 원’이고 그 대가로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에게 공천을 줬다’는 내용이다. 또 한 가지는 명 씨와 김 여사가 나눈 영적 대화다.

공천개입 의혹 수면 위로

김영선 전 의원은 강 씨와 통화하면서 “내가 뭐 알고 한 건 아닌데, 어쨌든 명태균의 덕을 봤다, 덕을 다 봐서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에”라고 사실상 인정했다. 

또 다른 녹취에서는 강 씨가 김 전 의원에게 “본부장님(명태균씨)은 우리가 대선 여론조사를 해서 의원님(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 이렇게 말씀하시거든요”라고 하자, 김 전 의원은 “명 본부장이 (여론조사를) 해서 내가 도움을 받을 그런 영향을 받은 거는 맞지만, 그거는 그냥 도움받은 거로 감사해야 하지”라고 답했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배경으로 보인다.

 

명 씨가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직후인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 8일까지 81건의 대선 후보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사용된 비용은 3억 7,520만 원으로 알려졌다. 

다른 녹취에서 강 씨는 김 전 의원에게 “본부장님(명씨)이 윤한테 돈 다 받아온다고 청구서를 작성하라 하셔가지고 제가 다 작성을 했었거든요. 그러면서 (명씨가) ‘이제 돈 받아올게’했는데 그 뒤로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고 말하자, 김 전 의원은 “까놓고 얘기해서 명태균이가 바람 잡아가고 윤석열 대통령을 돕느라고 벌어들이는 돈의 대부분을 거기다 썼잖아”라고 동조했다.

여론조사 비용과 공천을 거래했다면 뇌물수수죄, 정치자금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명태균 씨가 윤 대통령에게 3억7000여만 원에 달하는 여론조사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정식 회계장부에 이 내용이 들어가 있어야 하지만 포함이 안 돼 있다”며 “정치자금법 위반이자 회계 부정으로 의원 신분이라면 당선 무효”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명 씨, 영적 대화로 국정 개입

또 한 가지는 명 씨와 김 여사가 영적으로 대화를 많이 하며, 인사나 외교 일정 등에 개입했다고는 주장이다. 강 씨는 “명 씨가 김 여사와 영적으로 대화를 많이 한다고 주변에 여러 번 자랑했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영적 대화를 나눴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아주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이런 말하긴 민망하긴 한데, 대여섯 개를 들었다. 녹취를 들어보면 진짜 빼박이란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앞서 21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는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 “대선을 앞두고 (캠프) 대변인으로 임명됐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특별한 이유 없이 돌연 사퇴했는데, 이 때 명 씨가 ‘윤 대통령과 기운이 상충한다, 좋지 않은 인사’라고 김 여사에게 전한 뒤 경질됐다는 얘기를 들어봤나” 묻자, 강 씨는 “명 씨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다. (둘이) 대립돼 아마 많이 부딪힐 거라고 명 씨가 김 여사에게 얘기했고 김 여사가 바로 사퇴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고 답했다.

또 강 씨는 “명 씨가 ‘꿈자리가 사나운데 비행기 사고가 날 것 같다’고 김 여사에게 조언해 (김 여사가) 해외순방 출국 일정을 바꾼 적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돌아가셨을 때 윤 대통령이 조문을 생략했던 것도 관련되느냐”는 박균택 민주당 의원 질의에도 “맞다, 명 씨에게 얘기를 들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