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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나빠질 것’…윤석열 탄핵에 안타까워하는 일본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4/12/11 [20:00]

 

12.3내란사태 이후 일본은 한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시각에서 한일관계 개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기여한 윤석열이 탄핵당할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 반응

 

이시바 시게루 정권은 원래 내년 1월 상반기에 한국에서 하기로 했던 한일정상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

 

지난 4일 이시바 총리는 12.3내란사태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해 “다른 나라의 내정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지만 어젯밤 계엄령 발령 이후 나로서는 특단의, 더욱 중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라면서 “한국 방문에 대해 아직 어떠한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후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9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상황과 상관없이 “일·미·한의 전략적 연계는 전례 없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10일 도쿄에 온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장관과 회담했다. 오스틴 장관은 “일본, 한국 간 역사적인 3국 협력을 한층 더 진전시켜 가겠다”라고 했고, 나카타니 방위상 역시 이에 화답했다.

 

10일 이시바 총리는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 연설에서 “(한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일한(관계)이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앞으로 윤석열 정권이 어떻게 될지는 “예단을 가지고 말하지는 않겠다”라고 답했다.

 

일본 정부가 윤석열의 몰락이 한일관계, 한·미·일 안보협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언론 반응

 

일본 언론은 진보·보수성향을 가리지 않고 윤석열이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다음 한국 대통령이 되면 한일관계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 최대 보수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 계열 요미우리TV는 9일 “혹시 야당의 이재명 씨가 대통령이 되면 일본은 큰일이 난다”라면서 “그렇게 되면 일본과의 관계는 심각하게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지지통신은 10일 보도에서 “일미 양국은 혼란이 계속되는 한국의 정치 현황을 대비해 3개국의 결속 유지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라며 “3개국 연계가 흔들리면 북한에 대한 억지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런데 한국 정치권은 혼란한 상황이 깊어져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또 윤석열 정권 들어 한·미·일이 대북 공동 대응을 강화했지만, 윤석열이 몰락하면서 한·미·일 군사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바라봤다.

 

극우성향 매체 데일리신초는 11일 기사에서 이재명 대표를 두고 “일본을 적대하는 과격한 초진보적 정치가”라며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데일리신초는 일본의 시각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경계해야 할 근거로 ▲윤석열 정권의 대일 외교를 ‘굴욕외교’라고 비판한 대일강경파라는 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처리수’를 ‘핵오염수’라고 부른 점 ▲일본이 지금도 군사대국화를 꿈꾸고 있다며 적대하고 있는 점 ▲윤석열 정권이 북·중·러를 적대하며 일본 중심적인 기이한 외교를 고집했다고 비판해 왔다는 점 등을 꼽았다.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는 데일리신초와의 대담에서 “이재명 씨가 대통령이 되면 일한관계가 지금보다 악화하는 것은 틀림없다. 내년은 양국의 국교 정상화 60주년으로 다양한 행사가 예정돼 있지만 이것도 윤석열 정권하에서 나온 이야기고, 이재명 씨가 (대통령이) 되면 분위기가 확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당선되면 “북·중·러에 기대는 외교를 펼칠 것이 눈에 선하기 때문에 한편으로 (이재명 대표) 본인과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의 관계는 삐걱대게 될지도 모른다”라면서 “일·미·한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도 전망이 보이지 않게 된다”라고 우려했다.

 

일본 최대 진보성향 일간지 아사히신문도 윤석열이 탄핵당한 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기껏 개선된 한일관계가 다시 나빠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일본 극우세력은 한국의 혼란을 ‘독도 탈환’의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는 용납 못 할 도발까지 일삼고 있다.

 

중의원 의원을 지낸 나카오 다다시는 엑스(옛 트위터)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해제는 어떤 의미로 다케시마 탈환의 기회였다”라면서 “이후 그 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극우 활동가 하시모토 고토에 역시 엑스에서 “한국이 혼란스러운 사이에 이시바 정권은 다케시마에 자위대를 파견하라! (자위대 파견은) 국내에서의 연습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망언을 내놨다.

 

12.3내란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상황이 어떻게 되든 말든, 제 잇속만 챙기는 일본의 본질이 다시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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